[건강교실/스트레스 극복]서홍관/목 답답할때

  • 입력 1997년 2월 25일 20시 13분


진료실에 40대 여자가 찾아왔다. 목에 뭔가 걸려 있는 것같아 자주 목을 킁킁거리고 항상 답답하다고 했다. 특히 부담스런 사람과 얘기할 때 증상이 심해 창피한 느낌까지 든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처음부터 우리 병원을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이미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내과에서 내시경 검사를 했고 이비인후과 검사도 받았다. 동네 병원에서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자 혹시 대학병원에 가면 좋은 수가 있나 해서 찾아온 것이다. 혹시 암이 아닌가 걱정되니 컴퓨터 사진이든 뭐든 찍어서 병을 찾아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목안에 염증이나 혹이 생기면 음식을 삼키는 게 힘들어지는데 이 환자는 식사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그럴 경우 스트레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을 「히스테리구」라고 한다. 히스테리는 정신적인 문제라는 뜻이고 구(球)는 목에 덩어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짜 덩어리가 목에 걸린 셈이다. 이 환자는 집안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매우 많았다. 시부모와 함께 살기 때문에 하루 24시간 내내 긴장하면서 10년 가까이 살았다. 어떤 때는 숨이 막히고 미칠 것같은 답답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럴 때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데 마땅히 돌아다닐 데도 없어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고 했다. 환자에게 더이상 검사가 필요없다고 설명해주고 목에 실제로 염증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내의 긴장관계를 푸는 것이었다. 남편과 함께 병원에 오라고 권했다. 남편은 아내의 고통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몰라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환자에게 우선 집밖에서 할 일과 친구든 친척 언니든 좋으니 고민을 털어놓고 얘기할 사람을 찾아보라고 충고했다. 우울증과 불면증을 치료하는 약도 주었다. 그녀는 남편과 상의해 가까운 문화센터에 등록하고 중학교 때부터 취미가 있던 서예를 다시 시작했다. 시부모에게는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알리고 정해진 시간에 외출하게 됐다. 그녀의 목에 걸린 것같은 스트레스 증상은 차츰 사라졌다. 한국인은 있는 그대로 털어놓고 얘기하기보다 예의를 따져보고 꾹꾹 눌러 참으며 살아간다. 이렇게 해서 문제가 없으면 다행이지만 때로는 이렇게 억압된 것이 신체 증상으로 표현된다. 겉으로 나타난 스트레스 증상이 정신적인 문제로 판명되면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만 병이 낫는 것이다. 02―270―0098 서홍관<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