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 커미션 수수방법, 갈수록 지능화

  • 입력 1997년 2월 5일 20시 13분


은행장과 대출커미션은 불가분의 관계인가. 은행관계자들은 『은행장 지위에 오르고 나면 여러 이유로 뇌물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장의 공식적인 판공비는 은행별로 다르지만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대략 월 2천만∼3천만원, 후발은행은 1천만원 내외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행장의 공식 업무추진비는 코끼리 비스킷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1만여명의 부하직원과 4백여개에 달하는 영업점을 거느린 행장으로서는 안팎의 경조사와 식사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빠듯하다는 것이다. 또 연임운동을 해야 하거나 업무상 로비를 할 때 정치권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수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3년 검찰에 구속됐던 安永模(안영모)동화은행장은 재직기간중 23억5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 행장연임을 위해 청와대경제수석에게 2억1천만원을 전달하는 등 거액의 로비를 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은행장들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한 은행관계자는 『6공당시 큰 대출의 경우 대출금의 3∼5%를 커미션으로 받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말했다. 문민정부들어 대출비리 등으로 옷을 벗는 행장이 늘어나면서 최근엔 커미션을 받는 방법도 다양해졌다고 한다. 본 지점의 신개축공사는 물론 전산시스템발주에 이르기까지 수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받기도 한다고 은행사람들은 말한다. 작년말 대출비리로 구속된 孫洪鈞(손홍균)서울은행장의 경우 국제밸브 박현수회장으로부터 1억원의 대출사례비를 통장째 받는 등 「뇌물수수」방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문민정부들어서도 커미션수수가 끊이지않는 것은 권력형 대출압력 때문이라는 게 은행가의 정설. 외부 압력으로 대출부적격업체에 마지못해 대출한 뒤 해당업체가 사후에 거액의 사례비를 주면 「뒤탈이 없는 돈」으로 생각해 쉽게 받는다는 것. 권력형 대출비리외에도 은행장들은 끊임없이 대출압력에 시달린다. 전직 시중은행장 Q씨의 증언. 『은행장 취임직후 거래기업의 사주가 찾아와 「용돈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어떤 요구도 하지 않고 수천만원을 슬며시 전달했다. 그 뒤에도 몇차례 그냥 와서 돈을 놓고갔다. 6개월 뒤 찾아와 「대규모 투자를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며 손을 벌렸다. 아차 싶었지만 대출을 안해줄 수 없었고 그 뒤 그 업체에 질질 끌려 다녔다』 〈백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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