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民예술상 수상 한국화가 서세옥씨

  • 입력 1996년 12월 30일 20시 20분


「홍찬식기자」 제2회 일민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국화가 서세옥씨(67)는 우리 화단의 원로로서 한국화의 현대화작업에 앞장 서왔다. 지난 94년 서울대미대를 정년퇴임한 뒤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지난 10월 갤러리현대에서 가진 개인전에서 철학적 깊이와 현대적 조형성이 돋보이는 추상회화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일민예술상의 큰 뜻을 제가 욕되게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제부터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서양의 뛰어난 화가들은 나이가 들수록 좋은 그림을 남긴 예가 많습니다. 저도 그런 꿈을 갖고있지요』 서울대미대 대학원을 나와 모교 교수로 30여년간 재직한 그는 서울대미대 역사의 산 증인으로 꼽힌다. 70년대 중반에는 한국미술협회이사장을 맡아 미술계 발전에 힘을 쏟기도 했으며 현재 한중미술협회 회장으로 중국과의 미술교류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다소 침체된 듯한 우리 미술계에 대해 『시행착오가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 위한 일종의 준비기간으로 본다』면서 『우리 미술인들의 창작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작가들이 많이 배출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편다. 『과거 동양미술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중국은 사회주의체제가 갖는 한계로 인해 당분간 큰 발전이 어렵다고 봅니다. 일본 화가들역시 독창성면에서 우리보다 떨어지지요. 이에 비하면 우리 화가들의 미술적 잠재력은 매우 뛰어납니다』 서씨는 마치 수도자처럼 절제된 생활을 하는 것으로 화단 안팎에 알려져있다. 낮시간에는 주로 그림을 그리고 해가 지고 난 뒤에는 새벽 1,2시까지 책읽기에 몰두한다. 동 서양의 고전은 물론 신간서적까지 각종 책들을 섭렵해오고있다. 이러한 독서습관은 젊은 시절부터 50년동안 유지해오고 있는 것. 그림을 그리는 방법도 남다르다.한번 붓을 잡으면 빠르게 획을 놀려 순간적으로 그림을 완성한다. 다만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적지않은 시간을 명상으로 보낸다. 그의 작업에 가장 중심이 되는 테마는 사람. 작품 제목에도 대부분 「사람들」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모든 예술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인간이라고 봅니다. 미술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인물화를 많이 그려왔고 요즘도 사람의 형상을 주로 그리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여러 사람들이 같이 기뻐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서씨는 내년에 두 건의 굵직한 해외전시회가 예정되어 있어 여느 해보다 바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5월 스위스 바젤에서 전시회를 갖는데 이어 하반기 미국 뉴저지주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두 아들 가운데 장남 도호씨(35·미국 예일대대학원)도 서양화가로 대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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