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계를 움직인 사람들/교황]

  • 입력 1996년 12월 25일 20시 18분


「尹喜相기자」 『평화는 신의 자비에서 나온 고귀한 선물입니다. 가톨릭신자와 비신자, 신앙인과 비신앙인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부여된 것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2세(76)는 지난 24일 자정미사 강론에서 평화의 중요성과 무차별적인 특성을 반복해 강조했다. 지난 78년 제2백64대 교황에 즉위한 뒤 18년여 동안 가톨릭뿐 아니라 세기말 지구인의 정신적 지주였고 동서 냉전의 시대를 온몸으로 헤쳐온 20세기 최고의 종교지도자다운 강론이었다. 그는 올해도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았던 각종 분쟁과 인명살상에 대해 평화적 해결을 호소했다. 지난 3월 金壽煥(김수환)추기경 등 한국의 주교단을 만나 『한국 등 아시아에서 급속한 경제성장의 부작용으로 물질만능주의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며 인간생명의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교황은 그러나 올해 건강문제 때문에 테레사수녀에 못지 않게 전세계 10억여 가톨릭신도들의 가슴을 조여왔다. 그에 관한 언론보도는 평화의 메시지보다는 「건강이상」이 주류를 이뤘다. 지난 92년 결장에 생긴 종양 제거수술 뒤 교황의 건강은 자신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지난 2월초 중남미 4개국 순방 때부터 여러 차례 있었던 교황의 일정변경은 곧바로 「파킨슨 병 등 중병설」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바오로2세는 독일 헝가리 프랑스를 잇따라 방문하는 등 평화의 순례를 계속, 「평화의 사도」이기를 잊지 않았다. 금세기 재위한 7명의 교황중 누구보다 개혁적이고 교계의 현대화에 굵은 족적을 남겼고 올해 교황으로서 처음 「진화설」을 인정하기도 한 요한 바오로2세. 그는 그러나 지금 현실적인 고민에 직면해 있다. 그에게는 △낙태를 나치의 인간살륙에 비교할 수 있나 △금욕만이 에이즈 등 천역(天疫)의 해답인가 △콘돔의 사용 등 제삼세계의 가족계획이 과연 죄인가 등의 곤혹스런 질문에 속시원히 답할 수 없는 정신 지도자의 고민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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