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 되살리자』 만화학회 첫 심포지엄

  • 입력 1996년 12월 22일 20시 19분


「金璟達기자」 「미녀와 야수」와 「짱구는 못말려」, 그리고 「블루시걸」과 「아기공룡 둘리」. 한국 영화관을 안방처럼 누비는 미국 할리우드의 만화영화와 전국 초등학교 앞 문방구를 휩쓸며 그 위세를 떨치고 있는 일본만화, 이에 반해 빈약한 한국만화계 현실을 반증하는 대표적 만화영화와 작품의 제목들이다. 만화영화 단일장르로도 잠재적 시장규모가 연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될 만큼 만화에 대한 업계의 기대는 큰 반면 사회적 인식은 아직 「음침한 만화방」과 「애들이나 보는 것」 등의 편견이 두터운게 현실이다. 이같은 한국만화의 「암울한」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를 갖고 지난 6월 만화학자와 평론가 만화제작자들이 모여 창립한 만화학회(회장 임청산)가 첫 심포지엄을 열었다. 20일 오후 서울 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이 행사의 주제는 「정부의 만화정책, 그 진단과 대안」. 심포지엄은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SICAF)의 민간이양문제 △멀티미디어환경속에서의 만화의 위상 △만화에 대한 사전심의 문제 등으로 주요의제를 압축, 논의가 진행됐다. 첫 발표자로 나선 한창완씨(세종대 영상만화학과 강사)는 『정부주도로 94년부터 개최되고 있는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이 관련산업과 연계체제를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민간주도로 치러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화평론가 이유남씨는 『지금은 만화의 미학적 장점과 멀티미디어를 통한 다양한 창작적 실험결과와 가능성이 서로 결합돼야 할 시점』이라면서 『멀티미디어를 통한 만화의 새로운 창작적 실험을 뒷받침할 「멀티미디어 스튜디오」 등의 지원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발표후 토론이 이어지면서 △일본만화의 수입문제 △만화평론의 활성화 △만화 및 만화영화에 대한 심의와 등급구분완화 및 이를 담당할 민간자율기구의 필요성 등이 잇달아 거론됐다. 특히 일본만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자신을 만화스토리작가라고 소개한 한 질문자는 『일본만화는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드래곤 볼」과 성(性)적 주제를 담은 「짱구는 못말려」 등을 통해 한국만화가의 입지를 점점 좁히고 있고 동시에 어린이들의 정서를 해칠 수 있는 문제점 등이 있어 그 수입을 적극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재현씨는 『당장 내년부터 출판시장이 개방되면 일본의 만화자본이 자연스럽게 침투할 것이고 또 합법이든 불법이든 일본만화가 널리 유포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일본만화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보다 현실적인 대책수립을 위한 한국만화계의 공개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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