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영화]모히칸족의 마지막 전사

  • 입력 1996년 12월 11일 20시 17분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 원작/마이클 만 감독」 19세기 미국작가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1789∼1851)는 병든 아내에게 소설을 읽어주다가 차라리 자기가 직접 소설을 쓰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여 작가가 된 사람이다. 그는 문명을 떠나 광야에서 모히칸족 인디언 추장 칭가치국과 더불어 모험을 계속하는 백인 청년 호크 아이(본명 내티 범포)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위 「레더 스타킹 소설」(호크 아이가 가죽 각반을 신었기 때문에 생긴 이름)시리즈를 썼는데 「모히칸족의 마지막 전사」(1826)는 그 중 두번째 소설이다. 때는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던 1757년 아메리칸 인디언들 역시 두나라 군대의 사주를 받고 두편으로 갈라져 싸우고 있었다. 영국군 사령관 먼로대령의 두 딸인 코라와 앨리스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도중, 프랑스군에 충성하는 사악한 인디언 마구아의 음모로 이로쿠아 인디언의 습격을 받는다. 코라 일행은 이때 홀연히 나타난 호크 아이와 그의 친구 칭가치국 추장, 그리고 추장의 아들 운카스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여행을 계속하던 코라와 앨리스는 다시 돌아온 마구아에 의해 끌려간다. 아내가 되어달라는 마구아의 협박을 거절하던 코라는 다시 찾아온 호크 아이에 의해 구조된다. 이윽고 그들은 먼로대령의 요새에 도착한다. 그러나 먼로대령은 곧 프랑스군 사령관 몽칼름에게 항복하고 요새를 내주게 된다. 부하들을 데리고 퇴각하던 먼로대령은 매복해있던 인디언들에게 습격당한다. 영국군은 대부분 죽고 여자들은 다시 포로로 잡혀간다. 작품의 마지막에 호크 아이 일행은 코라를 데리고 도망치는 인디언 마구아를 추적해 격투가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추장의 아들 운카스와 코라가 죽고, 마구아 역시 호크 아이에게 살해된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모히칸족의 마지막 전사는 칭가치국 한사람이 된다. 호크 아이는 문명으로의 귀환을 거부하고 칭가치국과 더불어 광야에 남는다. 「모히칸족의 마지막 전사」는 1992년에 마이클 만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는데 현대영화답게 시종일관 박력과 스피드가 넘치는 액션영화로 만들어졌다(국내에는 「라스트 모히칸」이란 제목으로 개봉됨). 특히 인디언과 백인들의 전투장면은 끔찍하리만큼 실감나게 처리되어서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일부 관객들은 인디언들이 백인들을 대량살육하는 장면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건 이 작품이 인디언 편을 들어서가 아니라 프랑스군의 사주를 받은 인디언들이 영국군을 습격하는 장면을 묘사하다보니 그리 된 것이다. 이 영화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18세기 중엽의 미국 역사를 알아야 한다. 당시 아메리카대륙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고 있었던 영국군과 프랑스군은 인디언들을 사주해 적군 병사의 머리가죽을 벗겨오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주고 있었다. 그 결과 인디언들 역시 두편으로 갈라져 각각 영국군과 프랑스군을 죽이기에 급급했다. 그 와중에서 호크 아이와 모히칸족은 중립을 지키지만 결국에는 영국군의 편을 든다. 이 작품에서 호크 아이(대니얼 데이 루이스 분)는 여러번 코라를 구하면서 그녀와 가까워진다. 그러나 그는 결혼해서 문명사회에 정착하는 대신 광야에서의 우정과 모험을 선택한다. 그와같은 것은 이후 미국소설과 미국영화를 관통하는 한 중요한 주제가 된다. 그래서 대자연에 대한 동경, 그리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유색인과의 우정을 상상의 세계속에서나마 실현해보려는 미국작가들의 꿈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김 성 곤(서울대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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