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色의 심리학

  • 입력 1996년 10월 29일 20시 26분


미국의 한 공장에서 노무자들에게 검은색통을 운반시켰더니 너무 무겁다고 불평을 했다. 그래서 엷은 녹색으로 바꿔 칠했더니 중량은 같은데도 가벼워졌다고 만족해하더라는 얘기가 있다. 검은색 물건의 무게가 8백g일 때 붉은색은 830g, 흰색은 880g이어야 중량감이 같게 느껴진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즉 색이 밝을수록 중량감이 덜어진다는 이치로 색깔이 중량감을 좌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 템스강의 블랙프라이어스다리는 옛날 자살의 명소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 다리 난간의 음울한 검은 빛을 엷은 녹색으로 바꾸었더니 자살건수가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또 영국경찰서의 외벽을 종래의 어두운 색에서 노란색으로 바꾸었더니 경찰관의 사기가 올라가고 시민봉사태도가 향상됨으로써 시민들의 경찰신뢰도도 높아졌다고 한다. 필자가 지금의 직장에 취임해서 처음 손댄 것이 간판교체였다. 관청냄새 나는 보수적인 종전 간판을 한국적 격자무늬와 색동색을 서양화가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배열한 현대식 간판으로 바꾼 것이다. 무엇보다도 순수한 삼원색, 즉 빨강 노랑 파랑의 세가지 빛깔을 기하학적으로 배열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아무튼 간판을 바꾸고 일정기간 지나고보니 처음에 들끓었던 찬반의 소리가 가시고 이제는 우리 직원들의 다정하고 친근한 벗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삼색도 우리의 빛깔로 완전히 융해정착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우리 은행의 대외이미지도 밝아진 것 같고 직원의 의식구조나 자세도 정적에서 동적으로, 소극적에서 적극적으로, 수동적에서 능동적으로 두드러지게 바뀌어갔다. 생산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다. 우리 은행 지점수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늘어났다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도 색깔이 주는 가시효과 때문이리라. 조직의 생산성향상은 이와같이 단순한 간판의 교체 내지는 색채의 변화 하나만으로도 기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홍 세 표 <한미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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