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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김용택 시인 “교사들 쉬쉬문화가 학교폭력 키워… 학교 활짝 열어야 학생들도 활짝”

입력 2012-01-28 03:00업데이트 2012-01-3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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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년 교편생활 김용택 시인이 본 학교폭력
“제가 학교 다닐 때도 폭력은 있었고, 저도 돈을 뺏긴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잔인하거나 폭넓게 일어나지는 않았어요.” 김용택 시인은 “학교폭력이 심각하게 진화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열한 권의 시집을 내며 올해 등단 30년을 맞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 씨(64). 그는 38년 동안 몸담았던 교단을 4년 전 떠났다. 전북 임실군 덕치초등학교와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그는 티 없는 아이들의 눈망울처럼 맑고 따뜻한 시어들로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연달아 일어난 학교폭력과 학생 자살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그는 얼굴이 벌게지도록 분노를 토했다. 26일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인을 만났다. “학교폭력에 대해 할 말이 많다”며 그가 먼저 제안한 인터뷰였다. 》
―학교폭력 문제가 끊이질 않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폭력 문제가 알려지면 불이익을 당하게 돼 어떻게든 이런 것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학교 문화가 문제예요. 이런 ‘쉬쉬 문화’가 생긴 이유는 ‘자리’ 때문입니다. 교사들은 착실히 승진 점수를 따 승진할 생각을 하고 교감 교장은 자리를 지키는 데 급급하죠. 이런 문화가 오랫동안 지속된 것이 학교폭력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죠.”

―해법이 있을까요.

“교사들이 쉬쉬하면 문제를 덮을 수 있을 만큼 학교가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학교를 더 개방해야 해요. 교육 경험이 없더라도 덕망 있고 능력 있는 외부 인사가 교장 자리로 올 수 있어야 해요. 교사 교감 교장 장학사 등 수직적으로 구성된 승진체계도 손을 봐야 해요. 능력 있는 교사가 교장이 되고 교장이 다시 교사가 되는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학교폭력으로 학생이 자살했지만 교원단체들의 사과는 없었습니다.

“중요한 반성의 계기였는데 선생님들이 너무 조용해서 믿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전교조와 한국교총뿐이 아니고 전국에 교감·교장협의회도 있거든요. 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교감·교장단체에서라도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방향성을 제시했어야 맞는 거죠. ‘언론이 저러다 말겠지’ ‘나는 몇 년 있으면 퇴임하니까’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어요.”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효과가 있을까요.

“임시방편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이 기회죠. 아이들이 숨 막혀하는 신음, 짐승처럼 우리에 가둬놓고 공부를 시키는 억압된 구조를 해방시키는 변화가 필요해요. 사회의 가치가 변해야 한다고 봐요. 공부보다는 인성교육이 먼저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해요.”

―진보 교육감들은 잘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지난해 진보 교육감이 6명이나 나오면서 사실 기대를 많이 했어요. 하지만 기대만큼 큰 변화는 없다고 봐요. 교육감 한 명 바뀐다고 개선되기 어려울 만큼 그간의 관행이 깊게 뿌리내려 있는 탓도 있죠. 교육감이 너무 정치화되는 것도 우려되고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업무복귀 논란은 어떻게 보십니까.

“노코멘트예요. 말 못하죠, 허허. 다만 어떤 사안에 대해서 진보냐 보수냐 빨리 색을 칠하는 것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화제를 바꿔 교단을 떠난 다음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었다.

“강연을 많이 다녀요. 한 달에 많게는 25번까지도 했죠. 돌아다니면서 많이 배워요. 교육 양극화도 실감했죠.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강연에서는 ‘얘들이 중학생 맞나’ 싶을 정도로 어른처럼 집중해서 듣는데 지방의 다른 곳은 어수선하죠. 결국 부모가 아이에 대해 갖는 관심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당장 사는 게 급한 부모들은 아이들을 챙길 여유가 적죠.”

오늘날 가정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지 묻자 그는 “요즘 가정을 보면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서울대에 보낼까’를 목적으로 고민하는 조직 같다”며 허허 웃었다. “아버지는 돈벌고, 어머니는 정보 모으고…. 정의 사랑 배려 등 기본적인 가치교육에는 소홀하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정다운 시간을 보내는 소박한 행위들이 아이들의 올바른 정서발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올해 등단 30년을 맞으셨습니다.

“앞으로 ‘시에 더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열두 번째 시집을 탈고했는데 예전 것들과 달라요. 우리가 원치 않는 세상을 만들고, 우리의 순결성을 빼앗은 ‘자본’을 비판하는 얘기를 담았죠. 봄부터는 고향집(전북 임실군 덕치면)에서 방문객들과 함께하는 ‘김용택의 작은 학교’라는 글쓰기 학교를 열 계획입니다. 벚꽃 피면 한번 오세요.”

전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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