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는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시네마 LED’를 설치한 ‘슈퍼 S’ 상영관을 언론에 공개했다. 시네마 LED는 삼성전자가 개발해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개한 바 있지만 실제 영화관에 설치해 상용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영화는 흰색 또는 은색의 막에 영사기로 화면을 비춰 반사시키는 방식으로 상영됐다. 물리적인 필름이 디지털 파일로 바뀌는 등 영사기 자체의 기술은 많이 발전했지만 관객석 뒤에서 나오는 빛을 비추는 기본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네마 LED는 TV처럼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스크린이어서 영사기가 필요 없다. 상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다. 현장을 찾은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은 “2017년 7월 13일은 영화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상영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체적으로 빛을 내기 때문에 주변이 어두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밝은 곳에서 스포츠 중계를 보거나 식사를 하면서 영화나 오페라를 감상하기, 어린이 놀이공간을 꾸며놓은 곳에서의 상영도 가능하다. 실제 이날 밝은 상태에서 슈팅(총싸움) 게임 화면을 보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앞으로는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해져 ‘영화관’ 대신 다른 이름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 S관은 14일부터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애니메이션 ‘카3: 새로운 도전’을 시작으로 상영을 시작한다. 가격은 2D 인기 시간대를 기준으로 주중 1만2000원, 주말 1만3000원이다. 롯데시네마 측은 “고객들이 충분히 가격 차이만큼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인수한 하만의 JBL 스피커도 새로 설치돼 음향도 강화됐다.
슈퍼 S관의 스크린 크기는 다소 작게 느껴지는데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세계 스크린 수의 절반 정도가 이 정도 크기(10.3m×5.4m)여서 해외 진출을 위해 크기를 정했지만 더 크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세계 영화관 각 지점의 10%가 시네마 LED를 채택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TV 매출이 대부분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매출 중 30%를 기업간거래(B2B)로 채운다는 방침이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