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야구계 파워엘리트 50인 설문 “일본파 , 한국야구 흥행에 약이냐 독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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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1일 07시 00분


여성팬·가족팬 늘어나며 레저문화로 자리잡아
선수 6명 “일본파 활약 오히려 야구 열기 도움”

22% “파괴력 약해졌지만 단기적 악재는 확실”
“일본파 보다 최약체 한화가 더 큰 문제” 의견도

2008년부터 3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관중 500만을 돌파하고 지난해 역대 최다인 592만8000여명의 관중을 동원했던 한국 프로야구는 출범 30년째를 맞는 올시즌,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 600만 관중 돌파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가 500만 관중을 넘어선 것은 1995년(540만)이 처음이었고, 2008년이 두 번째였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연속 관중 300만을 넘어서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면 불과 몇 년 사이 놀라운 변화라고 볼 수 있다.

4월 2일 개막전 때 2년 연속 4개 구장 만원관중으로 산뜻한 스타트를 끊은 프로야구는 600만 관중 돌파를 향해 순항 중이다. 월드컵, 올림픽 등 다른 종목 빅이벤트가 없는 해라서 거의 유일한 한 가지, ‘흥행 악재’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일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활약이다.

이승엽(오릭스) 김태균(지바롯데) 임창용(야쿠르트) 등 기존 멤버에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박찬호(오릭스) 김병현(라쿠텐)까지 가세하면서 어느 정도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추신수(클리블랜드)가 뛰고 있는 빅리그와 달리, 한국 프로야구와 동시간대에 게임이 펼쳐지면서 야구장을 찾는 관중이 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응원여부와는 별도로 해외파의 활약이 국내 야구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다.

그래서 스포츠동아는 프로야구 현장 감독과 선수, 프런트, 야구인 등 파워엘리트 50명에게 ‘일본파가 한국 프로야구 흥행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64%, “별 영향 받지 않을 것”

전체 응답자 50명 중 32명(64%)이 박찬호, 이승엽 등 일본파의 활약이 한국 프로야구 흥행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답변을 내놨다. 수년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팬들과 함께 야구 열기가 어느 정도 성숙단계에 있어 국내 프로야구 관중동원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자신감이 묻어났다.

두산 김태준 홍보팀장은 “같은 주제로 올 초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있는데 이승엽 박찬호가 아주 빼어난 성적을 거두지 않는 이상, 프로야구 흥행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무엇보다 한국야구 수준이 올라섰고 일본 미국야구가 더 이상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 수준이 됐다고 본다”고 했다.

삼성 박덕주 마케팅 팀장은 이승엽이 요미우리에서 맹활약했던 2006년, 요미우리 중계가 국내 경기 시청률을 잠식했던 것을 떠올리며 “그 때는 이승엽이 한창 잘 나가던 시절임에 비해 사실 국내야구는 침체를 겪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여건이 다르다. 이승엽, 박찬호가 잘 해도 사실 정도만 확인할 뿐 국내 프로야구에 훨씬 더 큰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파악했다.

이같은 의견을 낸 대부분 응답자들은 여성팬의 증가와 더불어 팬의 연령층이 젊어진 점, 연인끼리 또는 가족끼리 소풍 오듯 야구장을 찾는 문화가 생겼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SK가 문학구장을 찾는 팬의 성비를 조사했을 때 여성팬이 4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팬이 다양화 됐고 확실한 레저문화수단으로 자리잡은 이상,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명한 악재가 될 수 있다’ VS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전체 응답자 50명 중 11명(22%)는 일본파의 활약이 독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상일 사무총장은 “같은 시간대에 게임이 열리는 탓에 단기적으로 봤을 때 분명한 악재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야구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희망했다.

일본파 활약이 한국프로야구 흥행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는 응답자들 중에서도 절대다수가 ‘과거에 비하면 파괴력은 훨씬 줄어들 것’이란 내용에 동의했다. 롯데 최규덕 마케팅팀장은 “일본파들의 활약에 따라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다만 확실한 통계를 잡을 순 없겠지만 과거 해외파가 맹활약할 때 국내 관중이 100에서 50으로 줄었다면, 요즘은 500에서 50가량 주는 정도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오히려 일본파들이 맹활약하면 국내 야구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같은 의견을 낸 응답자는 총 6명이었는데, 모두 선수들이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넥센 김민우는 이에 대해 “일본에 진출한 선수들은 스타들이다.

야구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알만한 선수들이라 그 분들이 일본에 진출한 선수의 활약을 접하면서 야구에 관심을 갖는다면 오히려 한국 야구 흥행에 도움이 되고, 새로운 팬 층이 생길수도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일본파보다 오히려 한화가 문제?

소수의견에 불과했지만, 응답자 중 일부는 한국 프로야구 흥행에 일본파 활약보다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한화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질문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답변임을 생각하면 이들이 느끼는 심각성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익명을 희망한 한 관계자는 “박찬호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DMB 중계를 보면서 국내 야구장을 찾을 수도 있다”면서 “전력이 타 구단에 비해 훨씬 처지는 한화가 전체 야구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

이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응답자 역시 “현 전력으로 봐서는 승률 3할은 커녕, 2할5푼을 넘길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최근 수년간 선수단 구성에서 장기적인 플랜을 갖지 못했을 뿐더러, 프런트의 소극적 투자 마인드 등이 먼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도헌 기자(트위터 @kimdohoney)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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