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실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3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집행위원회 투표 종료 후 공식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3차 투표에서 5표를 받아 카타르(11표), 미국(6표)에 이어 3위에 머물면서 1표차로 최종 투표 전에 나서지 못했다.
카타르는 최종 투표에서 14표를 받아 8표에 그친 미국을 눌렀다. 카타르는 1∼4차 투표까지 가장 적은 표가 2차에서 얻은 10표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1차 투표에서부터 절반인 11표를 획득하는 등 FIFA 집행위원들의 표심을 확실하게 붙잡았다.
축구 인프라 부족, 한 도시에서 월드컵이 열린다는 점, 섭씨 40도 가까운 5∼6월의 기온 등 후보국가 중 악재가 가장 많았지만 카타르는 결국 개최권을 거머쥐었다.
2018년 월드컵 개최국은 러시아로 결정됐다.
○오일 달러의 힘
세계의 유수 통신사들은 결과 발표 직후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한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놀라움을 표시했다. 특히 미국 언론들은 ‘쇼크’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결국은 오일 달러의 힘이었다. 카타르는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FIFA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월드컵 경기장에 냉방시설을 완벽하게 갖춰 섭씨 40도 가까운 무더위 속에서도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고, 관중들이 경기를 즐기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지만 오일 달러의 힘을 가진 카타르에 큰 부담은 아닐 수 있다.
막대한 후원금을 약속하며 지네딘 지단(프랑스), 로날드 데 보어(네덜란드), 로저 밀러(카메룬)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홍보대사로 내세웠다.
카타르 왕족의 전폭적인 지지도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유럽과 시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유럽 쪽 집행위원들이 카타르에 표를 던지는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는 분석이다.
○프레젠테이션 1등 효과
투표 하루 전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신청한 5개 국가의 프레젠테이션(이하 PT)이 있었다. PT가 끝난 뒤 카타르가 가장 좋은 평가를 얻었다.
카타르는 감동을 선사했다. 월드컵 유치가 중동 지역의 첫 번째 월드컵으로 서아시아의 화합에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0남아공월드컵이 아프리카를 하나로 만들었던 것처럼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도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유태인과의 화합까지도 영상을 통해 보여줬다. 유태인 어린아이를 등장시켜 카타르를 지지한다는 말을 집행위원들에게 들려줬다. 중동 지역의 평화에도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가 기여할 수 있다는 걸 나타냈다.
카타르의 PT가 끝난 직후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매우 감동적인 발표였다고 극찬했다. 집행위원들의 표심이 대부분 정해진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카타르가 준비한 PT는 표심을 움직일 만큼 효과적이었다.
○함맘과 블래터 밀약설의 증명(?)
카타르 출신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 모하메드 빈 함맘은 2011년 6월로 예정된 FIFA 회장 출마가 유력한 인사 중 한 명이었다. 차기 FIFA 회장 선거에서 제프 블래터 현 회장을 견제할 세력으로 힘을 키우고 있었다.
올해 초 함맘과 정몽준 FIFA 부회장이 갈등을 청산하고 협력관계로 변모한 가운데 함맘이 2011년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 정 부회장이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2022년 월드컵 개최지 결정이 다가오면서 한 외신에서는 함맘과 블래터의 밀약설을 제기했다. 함맘이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대신 블래터가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를 지지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함맘과 블래터는 이를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나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블래터가 처음으로 FIFA 회장 선거에 나섰을 때 후원했던 나라가 카타르다. FIFA의 비밀을 폭로한 책에 따르면 블래터가 카타르 국왕이 내준 전세기를 타고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카타르를 통해서 큰 도움을 받았던 블래터가 함맘과 일종의 거래를 했을 가능성은 전혀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