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성공일기]⑤“좋은 사업체 찾아 5년후 기다린다”

  • 입력 2002년 9월 4일 18시 13분


이해균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2팀장
이해균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2팀장
“인터뷰요? 다음에 하죠.”

한일투자신탁운용 이해균 주식운용2팀장(39)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인터뷰 요청을 몇 차례 사양했다. 최근 2년 새 엄청난 수익률을 보이며 받았던 주목이 부담스러웠던 탓일까.

그는 “펀드매니저는 돈을 맡긴 고객에게 도움이 될지가 모든 행동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여러 곳의 주목을 받기보다 ‘천천히 꾸준히’ 가치투자에 애쓰겠다는 얘기다.

2000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종합주가지수는 18.85%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이 팀장이 운용한 펀드의 수익률은 100.6%. 그의 투자 철학은 미스터리로 꼽힌다. 이 팀장은 “나의 투자를 미스터리로 생각하는 것이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좋은 종목 사서 오래 갖고 있는 것밖에 없습니다.”

▽오직 가치주, 더 멀리 더 깊이〓업계에서는 그의 투자를 가치주와 성장주의 만남으로 평가한다. 미래의 가능성으로 주목받는 성장주와 현재의 가치가 돋보이는 가치주는 성격이 달라 보인다.

그의 판단은 다르다. 이 팀장은 “주식은 오직 싼 주식과 비싼 주식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치주와 성장주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성장주도 미래가 밝다면 가치주”라며 “흔히 굴뚝산업은 가치주, 첨단 정보통신 분야는 성장주로 구분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연구원은 보통 3년 후 실적까지 내다보고 적정 주가를 판단한다. 이 팀장은 5년 후의 실적까지 감안한다. 그는 독특한 방법으로 기업 실적의 밑바탕에 흐르는 추세를 들여다본다. 그 추세와 주가, 기업의 실적 전망 등을 놓고 싼 주식을 찾아낸다.

▽장세 판단은 불가능〓이 팀장은 장세를 판단하지 않는다. 상승장인지 하락장인지는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주식을 살 적절한 때를 맞히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는 미국 등 선진 시장이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장세 판단은 신에게 맡겨 두라”며 “합리적 투자는 가치투자밖에 없다”고 여러 번 말했다.

▽좋은 비즈니스, 장기 보유〓그는 가치투자를 ‘좋은 비즈니스를 좋은 값에 사서 오래 갖고 있는 것’으로 정의한다. 포인트는 좋은 비즈니스를 찾는 것. 좋은 회사의 종류는 매우 많다. 그는 △경쟁력의 지속성 △높은 진입장벽 △합리적인 장기전략 △예측 가능성 등을 좋은 비즈니스의 요건으로 꼽았다. 시장에 의해 자연스럽게 독점의 위치를 가질 업체도 좋은 투자 대상.

이 팀장은 “저평가된 좋은 기업의 주식은 영원히 보유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도 적어도 5년 후를 내다본다. 그는 “기다리면 이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치투자는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좋은 기업에 투자하면 그 종목의 주가가 오른다. 이는 좋은 기업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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