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이버 홍보계획이 현 정권의 일방적 치적 홍보로 흘러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언론학자들은 특히 “e메일의 익명성과 출처 확인의 어려움을 이용해 대통령 선거 막판에 무책임한 사생활 폭로와 조작된 정보가 나돌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는 사이버 홍보강화에 앞서 이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 정부의 한 홍보전문가(스핀 닥터·Spin Doctor)는 최근 “주류언론과의 관계 개선은 오래 전에 물건너갔다. 우리는 이제 인터넷 등 ‘대안언론’으로 대항하겠다”고 언급한 적도 있었다.
언론학자들은 일찌감치 “올 연말 치러질 대통령 선거는 미디어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권위지’와 친정부적 입장을 유지해온 방송 및 ‘온라인 미디어’와의 ‘한판 승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대선을 불과 넉달 앞둔 ‘미묘한 시점’에 터져 나온 정부의 e메일 홍보방안도 이런 전망과 맥을 같이 한다는 것. 언론학자들은 특히 기존 ‘주류 언론’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현 정권이 사이버 공간을 정부 홍보의 ‘대안’이자 ‘우군’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감지된다고 지적한다.
성공회대 최영묵(崔永默·신문방송학) 교수는 “청와대와 문화관광부 국정홍보처 등 정부를 홍보할 수 있는 ‘정상적인 채널’이 충분히 있고 각 부처의 홈페이지도 있는데 정부가 미묘한 시기에 굳이 이 같은 발상을 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부가 개인의 e메일 리스트를 종합하는 것이 프라이버시 침해와 개인 정보의 통제라는 지적도 있다. e메일 주소는 사이버 공간에서 한 개인의 고유 영역이기 때문에 국정홍보처의 발상은 ‘주거 침입’에 가깝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또 정부가 친정부적 인사들에게 e메일 홍보를 집중할 경우 계층간 위화감과 사이버 상의 정보 격차(디지털 디바이드)를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한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e메일 국정홍보 계획은 한마디로 ‘행정행위로 포장된 선거운동’”이라고 규정했다. 정부 계획대로 e메일 명단이 확보되면 정부 시각에서 재구성된 정부 업적이 일방적으로 뿌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정부가 e메일 홍보를 강화할 경우 교수, 전직 공무원 등 여론 주도집단을 통한 파급효과가 크다”며 “말로만 선거중립을 외쳐온 정부가 마각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허 엽기자heo@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