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뜨거운 감자 퍼디난드: 누가 그를 잡을 것인가?

  • 입력 2002년 7월 22일 15시 27분


월드컵이 끝난 지 20여일이 흘렀다. 열광하며 밤새 술을 퍼부었던 (결국 술이 필자를 마시고 말았지만) 광란의 6월은 끝나고 세상은 다시 평상시로 돌아간 것 같다. 샐러리맨들은 직장으로 돌아가고, 주부들은 자녀 육성에 힘쓰며, 학생들은 (특히 수험생들은) 다시 공부에 박차를 가하는 것 같다.

세계 축구계도 마찬가지다.

브라질의 5번째 우승과 현 축구의 ‘지존’ 호나우두의 부활을 만끽한 제 17회 한. 일 월드컵은 막을 내리고 이제 각 대륙과 나라들은 새로운 시즌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던지 365일 열리는 축구의 특성상 축구 시합은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열리고 있을 것이다.실제로 월드컵 직후 오세아니아 주에서는 오세아니아 대륙 컵이 열렸다. 비록 유러피안 챔피언십이나 코파 아메리카,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보다는 인지도가 낮지만, 오세아니아 대륙 컵도 엄연히 그 대륙에서는 가장 중요한 국가대표 대회로서 당연히 피파가 주최하는 대회이다. 이 대회 결승에서 뉴질랜드가 예상을 뒤엎고 호주를 1대0으로 격파, 감격스런 우승을 차지했다. 호주는 당연히 우승할 줄 알았던 대회에서 패하자 충격을 금치 못하였고 (물론 유럽에서 뛰고 있는 호주 주전 선수들은 참가하지 않았다) 동시에 내년에 열릴 대륙간 컵 티켓을 뉴질랜드에게 헌납해야만 했다.

남미 대륙에서는 요새 한창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Copa Libertadores)가 진행 중이다. 유럽의 챔피언스 리그와 동급인 남미 최고의 클럽 대항전인 이 대회에서 파라과이의 올림피아 (Olimpia)와 브라질의 상 케타노 (San Caetano)가 준결승에서 각각 브라질의 그레미오 (Gremio)와 멕시코의 아메리카 (America – 멕시코 팀은 지난 몇 년간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컵에 초청국 자격으로 출전했었다. 하지만 다음 대회 때부터는 이러한 ‘초청 제도’가 없어진다)를 꺾고 7월 24일, 7월 31일 두차례에 걸쳐 결승전을 치루게 된다.

유럽 대륙에서도 다가오는 2002 – 2003 시즌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미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많은 선수들이 활발한 이적을 하고 있으며, 유럽의 각 프로팀들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려고 치밀한 협상을 전개 중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잉글랜드 프레미어 리그에서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리버풀은 이미 월드컵이 끝나기 이전 세네갈 돌풍의 주역 엘 하지 디우프 (El Hadji Diouf)와 살리프 디아오 (Salif Diao)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아스날은 이나모토를 런던 라이벌 클럽인 풀햄으로 임대하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젊은 프랑스 수비수 파스칼 시간 (Pascal Cygan)을 영입했다. 이번 시즌 새로 승격한 맨체스터 시티는 이미 노장 피터 슈마이켈과 지난 시즌 리버풀에서 활약한 니콜라스 아넬카라는 대형 공격수를 영입했다. 또 카메룬 대표 출신의 마크 비비안 포 (Foe)를 영입해 미드필드를 강화했다. 또 하나의 승격팀인 버밍검도 프레미어 리그에서의 생존을 위해 세네갈 출신의 미드필더 알리우 시세 (Aliou Cisse)를 파리 생 제르망에서 영입했고, 폴란드 대표 출신의 공격수 올리사데베의 영입에 임박해 있다. 지난 시즌 유리 조르카에프를 독일 카이저슐라우테른에서 임대해 톡톡히 재미를 본 볼튼은 그를 정식 영입하는데 성공했고, 이번 월드컵에서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며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한 나이지리아 출신 ‘제이 제이’ 오코차를 영입했다.

이렇듯 2002 – 2003 시즌을 한 달여 앞두고 프레미어 클럽들은 또 한 번의 빡센 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질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고, 일부 팀은 새로운 감독을 영입하기도 했다. (새롭게 이적한 선수들은 시즌 시작 전 다시 한 번 정리해서 그들의 전망을 칼럼으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무수한 이적과 이적설 속에서 아직까지도 우리 나라 선수가 확실히 거론되지 않은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ㅜ.ㅜ)

하지만 지금 프레미어 리그에서는 단 한 명의 선수를 주목하고 있다. 수많은 월드 스타들이 프레미어 리그로 하나 둘씩 집결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모두의 시선과 관심은 바로 이 선수의 행방에 쏠려있다. 그는 바로 잉글랜드 국가대표 수비수 리오 퍼디난드 (Rio Ferdinand)이다.

리오 퍼디난드는 이번 월드컵 때 잉글랜드 선수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선수이다. 188cm의 큰 키를 이용한 확실한 헤딩 클리어링과 적절한 대인마크, 솔 캠벨과 보여준 중앙 수비 콤비, 간간히 보여주는 위협적인 공격 가담 (퍼디난드는 이번 월드컵 때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골을 성공시켰다)은 왜 그가 세계 최고의 수비수 반열에 오를만 하고, 모든 감독들이 탐내는 선수가 되었는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걸출한 유망주에서 월드컵 이후 세계 최고의 수비수 자리에 오른 퍼디난드에게 명문 클럽에서 거액의 이적 제의가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하지만 퍼디난드의 이적설은 그의 소속팀 리즈 유나이티드의 내적 문제에서부터 출발했다.

혼돈의 시대를 걷고 있는 리즈 유나이티드

월드컵이 한창 절정으로 치닿고 있던 지난 6월 24일, 리즈 유나이티드는 데이비드 오레리 (David O’leary)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리즈는 지난 4년간 약 1억 파운드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팀 보강을 위해 사용했다. 하지만 리즈는 그 동안 단 하나의 트로피도 가져오지 못했다. 2 시즌 전 리즈의 영건들은 챔피언스 리그 4강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프레미어 리그 우승은 여전히 그들의 손에 잡히지 않았고, 2시즌 연속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팀은 점차 발전하는 느낌을 주었지만 기복이 심했고, 이는 구단 관계자들의 인내심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억 파운드의 지출이 남긴 것은 막대한 자금 부족이었다.

현재 리즈 유나이티드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선수 보강에 쓴 지출을 챔피언스 리그 출전으로 충당하려 했던 리즈는 이마저도 실패, 현재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만 것이다. 결국 리즈 구단주 피터 리즈데일 (Peter Risdale)은 그 책임을 감독에 묻고 경질을 단행한 것이다. 그리고 리즈데일 구단주는 궁여지책으로 리즈의 주역 선수 몇 명을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지금 한창 팀워크를 다지고 있는 젊은 팀을 분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상당히 부적절하지만, 팀의 자금 사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리고 오레리 감독이 경질되자 스스로 이적을 원하는 선수도 있었다. 현재 리 보어 (Lee Bowyer), 올리버 다코르 (Oliver Dacort), 마이클 듀베리 (Michael Duberry), 게리 켈리 (Gary Kelly), 로비 킨 (Robbie Keane) 등이 모두 이적 선상에 놓여있다. 리즈의 자금 사정이 어지간히 급하기는 급한 모양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퍼디난드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월드컵 이후 최대어로 꼽히고 있는 퍼디난드를 다른 대형 클럽들이 놓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리즈가 처해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퍼디난드를 팔면 어느 정도 자금에 여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리즈데일 리즈 구단주는 어쩔 수 없이 최소 3000만 파운드면 퍼디난드의 이적에 대해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에 가장 빨리,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임을 보인 팀은 바로 거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대한 질투일까, 몸 값을 더 올려보려는 고도의 전술일까. 리즈데일 구단주는 지난주 퍼디난드에 대한 이적 절대 불가를 선언했지만 이는 이미 현실성이 결여된 발언이었다. 지난 7월 18일, 리즈데일 구단주는 퍼디난드와 만나 팀에 잔류하도록 설득했지만 이미 퍼디난드의 마음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가 있었다. 리즈데일 구단주는 팀의 재정을 위해서는 팔아야 하지만, 퍼디난드의 장래성과 장차 리즈의 거대한 버팀목이 될 선수를 팔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것이었다.

퍼디난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고 싶다는 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리즈가 그를 잡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제 퍼디난드의 이적은 9부 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바로 ‘How Much’이다.

현재 퍼디난드의 이적료는 약 3000만 파운드로 측정되어 있다. 일부에서는 협상이 진행되면서 3500만 파운드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한다. 3000만 파운드가 되던, 3500만 파운드가 되던 만약 이적이 성사된다면 이는 프레미어 리그 사상 가장 비싼 이적료를 기록하게 될 것이고, 퍼디난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적료를 자랑하는 수비수가 될 것이다. 너무 비싸다고? 하지만 이것을 한 번 생각해 보라. 퍼디난드는 이제 겨우 만으로 23살 (1978년 11월 7일 생)이다. 앞으로 최소 10년 간은 최고의 실력을 구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아직 완숙기도 아니다. 축구 선수의 전성기가 보통 27 – 31라고 볼 때, 그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고려하면 이는 그리 비싼 가격이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 중 하나로 이적에 임박해 있는 퍼디난드.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퍼디난드에게 해줄 수 있는 것

만약 퍼디난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의 이적을 확정 지으면 실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우승 트로피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퍼디난드는 한 때 23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우승 트로피를 갈망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리즈도 상당히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미 검증된 팀이고 경험많고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리즈보다 확실히 우승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제 퍼디난드는 생애 처음으로 우승을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훨씬 두둑한 돈을 챙길 수 있다.

현재 퍼디난드는 리즈에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약 3만 파운드 정도의 주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맨유로 가게 된다면 최소한 지금의 두 배는 받을 수 있다. 돈만 따지고 보면 두 클럽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 베컴이나 니스텔루이, 베론, 스콜스 같은 월드 스타들과 함께 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의 인기나 인지도는 높아질 수 있다.

셋째, 안전한 정착을 할 수 있다.

일단 맨유에 입단하게 되면 굳이 다른 클럽으로 이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미 세계 최고의 클럽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맨유로 이적하면 퍼디난드에게는 또 다른 이적설 같은 것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오로지 자기 플레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형성될 것이다. 이는 선수 개인에게도 큰 득이 될 것이다.

넷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서 자기 발전을 할 수 있다.

사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퍼디난드의 위치는 그가 리즈 소속이던, 맨유 소속이던 큰 차이가 없다. 그는 이제 소속팀과 국가 대표 팀에서 검증 받은 월드 클라스 수비수로서 언제나 대표팀 명단에 1순위로 오를 선수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그가 만약 맨유로 이적하면 챔피언스 리그에 정기적으로 출전하여 그의 실력을 갈고 닦을 수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합할 수 있는 기회를 거의 매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퍼디난드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이렇듯, 만약 퍼디난드가 맨유 선수가 된다면 부와 명예는 물론 축구선수로서의 실력도 키울 수 있는 좋은 여건 속에서 자신의 축구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퍼디난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지난 시즌 베론을 영입하면서 2800만 파운드라는 프레미어 리그 이적료 신기록을 세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번에 퍼디난드를 영입한다면 그들이 세운 신기록을 또 다시 그들 자신이 깰 수 있다. 비록 지난 시즌 베론이 그리 기대에 못 미치는 플레이를 보여주었지만, 알랙스 퍼거슨 경은 또 다시 거액의 이적료를 퍼디난드에게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다.이유는 간단하다.퍼디난드는 맨유에게 리그 타이틀을, 그리고 어쩌면 챔피언스 리그 타이틀을 다시 맨유에게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지난 시즌 베론을 영입할 때도 나온 말이지만, 필자가 볼 때 퍼디난드만큼 확실한 수비수는 없다고 본다.

약 18개월 전, 리즈가 1800만 파운드를 지불하고 퍼디난드를 웨스트 햄에서 영입할 때 까지만 해도 우려와 의심의 목소리가 컸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퍼디난드가 가능성있는 젊은 유망주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1800만 파운드는 너무 과도한 금액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리버풀과 맨유에서도 퍼디난드에게 관심을 표명했지만 높은 이적료로 포기했었다.

하지만 퍼디난드는 이런 수군거림을 비웃기라도 하듯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중추적일 역할을 수행했고, 결정적으로 이번 한. 일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 최고의 수비수 반열에 오른 것이다. 퍼거슨 감독은 이렇게 급성장한 퍼디난드를 지난 시즌 얍 스탐의 공백으로 허술해진 맨유의 수비 (결국 이런 불안정한 수비가 맨유의 시즌을 망치고 말았다)를 책임질 이상적인 선수로 지명한 것이다. 퍼거슨 감독은 이미 퍼디난드의 실력에 추호의 의심도 가지지 않고 있다. 퍼디난드는 맨유 수비에 젊은 패기와 안정감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리고 퍼디난드는 맨유의 강력한 우승 라이벌인 리즈에게 뼈아픈 손실이 될 것이다. 이는 또 결국 맨유에게 당연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퍼디난드의 이적료는 결코 싼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의 값어치는 충분히 있다.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지막에 퍼디난드가 생각을 바꾸어 극적으로 리즈에 잔류할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추세로 보아 퍼디난드는 이번 2002 – 2003 시즌부터 붉은 유니폼을 입고 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23살에 잉글랜드 수비를 평정한 퍼디난드. 5 – 6 년 후 그의 향상된 실력과 몸 값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찔하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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