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대상이 전국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300만명으로 대단히 광범위한 데다 1인당 10만∼20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2박3일간 금강산을 다녀올 수 있게 돼 관광객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 기업에 대한 전례 없는 지원이라는 점에서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또 정부가 직접 나서 민간사업인 금강산관광에 깊숙이 개입함으로써 현 정부가 표방해온 정경분리 원칙이 또 한번 훼손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유호열(柳浩烈·북한학과)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육로개방과 관광특구 지정 등 아무런 성의를 보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1300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책을 마련한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금으로 관광?〓금강산관광을 위한 정상비용은 만 12세 이상일 경우 1인당 50만원 안팎. 그러나 지원대상자의 경우 다음달 초부터는 그 비용이 20만원 이하로 대폭 떨어진다.
이번 조치로 금강산 관광객이 매월 최고 7000명가량 늘어나고 이 중 80%가 경비지원을 받는 관광객으로 충당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측. 따라서 금강산관광 사업권자인 현대아산은 매달 18억원가량을 남북협력기금에서 받게 돼 부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관광경비지원이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출된다는 점이다. 관광을 가지도 않는 사람이 관광비용을 보태주는 데 따른 형평성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대북 ‘퍼주기’ 논란〓정부의 지원은 관광객과 현대아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현대와 북한당국 간에 체결된 금강산관광사업 계약에 따라 금강산 관광객 1인당 100달러씩의 돈이 자동적으로 북한에 지급된다. 결국은 정부가 이 돈까지 지원해주는 셈이 된다.
당연히 ‘대북 퍼주기’ 논란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관광경비 지원을 ‘강행’하는 것은 햇볕정책의 상징인 금강산관광사업을 중단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정부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정부는 금강산관광사업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가 추진하는 민간사업인 금강산관광사업은 시장경제원리에 따라가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지금 종적을 감췄다.
대신 정부는 금강산 지역을 남북화합과 통일교육의 장으로 육성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결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시적이라는 개념과 관련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서 독자적인 운영이 가능한 때”라고 밝혔으나 현대아산의 경영상황을 감안할 때 남북협력기금 지원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송영대(宋榮大) 전 남북적십자회담 대표는 “정부가 개별 관광객의 여행경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사실상 금강산관광사업 주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햇볕정책이라는 상징성보다는 정경분리 원칙을 지켰어야 했다”고 말했다.
▽북한도 성의 보일까〓정부는 꺼져가는 금강산관광 불씨를 살리기 위해 남북협력기금을 투입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이도록 북한에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즉 금강산 일대를 관광특구로 지정하고 바닷길보다 관광비용이 싼 육로 관광길을 열어달라는 것. 그러나 북한이 상응하는 성의를 보일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전문가는 “금강산관광을 활성화하려면 경비지원이 아닌 육로개설과 관광특구지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다시 돈이 유입될 경우 북한으로서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더욱 외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