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낙태-대리모 인정" 현행법 정면배치 논란

  • 입력 2001년 11월 16일 00시 22분


대한의사협회(회장 신상진·申相珍)가 15일 회복 불능 환자에 대한 생명연장 치료술의 중단을 허용하고,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을 사실상 인정하는 ‘의사윤리지침’을 선포했다.

의협은 또 금전적 거래가 없는 대리모의 출산을 인정하고, 장기이식 목적 외의 뇌사도 죽음으로 명시하는 등 현행법과 배치되는 내용을 윤리지침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의협의 이같은 윤리지침은 형법 등 현행법에 저촉되는 조항들이어서 관련 법 개정이 없는 상태에서 의사들이 이 윤리지침에 따를 경우 실정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큰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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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협 윤리지침 쟁점

의협은 윤리지침 30조에서 ‘의학적으로 회생의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자율적 결정이나 그에 준하는 가족 등 대리인의 판단에 의하여 생명유지 치료를 비롯한 진료의 중단이나 퇴원을 문서로 요구하는 경우, 의사가 그러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허용된다’고 규정했다.

이 조항은 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아 환자가 앞당겨 사망하게 하는 ‘소극적 안락사(부작위에 의한 안락사)’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의협의 이윤성(李允盛·서울대 의대 교수) 전 법제이사는 “의학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무의미한 생명연장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의미로 소극적 안락사와는 분명히 다르다”며 “이는 세계의사협회(WMA)도 인정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윤리지침은 또 54조에서 ‘의사는 의학적·사회적으로 적절하고 합당한 경우라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시행하는데 신중하여야 한다’고 규정, 의사의 신중한 판단을 전제로 한 낙태행위를 인정했다.

의협측은 이는 가출 여중생의 임신처럼 미성년자 임신에 대해서는 낙태수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기형아나 성폭생 등에 의한 임신 등 특수한 경우에만 낙태를 인정하고 있다.

윤리지침은 56조에서 ‘금전적 거래 목적의 대리모 관계는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규정, 돈을 주고받는 거래가 아니라면 대리모를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61조에서는 ‘뇌사는 심장사와 더불어 죽음의 기준으로 인정한다’며 뇌사 인정을 못박았다.

이 윤리지침은 4월 의협이 제정한 것으로 당시 사회적 파문과 의료계 내부 갈등으로 선포를 보류했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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