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송준 인터뷰-白石 행적· 자료 10년간 취재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57분


◇"대학시절 백석작품에 매료, 10여년간 중-일 오가며 취재"

“백석은 김소월 윤동주 정지용보다 뛰어났던 천재시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반세기 가까이 남쪽과 북쪽 모두에서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지 못했던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시인 백석이 1995년까지 북한에서 생존했음을 입증하는 유가족의 편지와 말년의 사진이 최근 공개되면서 미스테리에 싸여 있던 그의 자세한 행적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본보 5월1일자 A19면 보도). 이것은 작가 송준씨(39)가 10년 넘게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백석의 행적을 추적해온 노력의 결실.

송씨는 한양대 경제학과 4학년 때인 1988년 해금된 북한작가 작품 중에서 백석의 시를 접한 뒤 그의 시에 매료됐다. 당시 그는 백석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 자료를 찾았으나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것. 그래서 자신이 직접 백석에 관한 자료를 찾아 나섰다.

90년대 초 그는 일본에 건너가 백석이 영문학을 공부했던 아오야마(靑山) 학원 재학시절의 사진을 구해왔다. 이 자료는 백석에 대한 문학계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백석의 일대기를 정리하던 1994년 놀라운 소식을 알게 됐어요. 사망한 줄 알았던 백석이 북한에 생존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몇 차례나 중국을 드나들며 백석의 동향을 조심스럽게 알아보기 시작했지요.”

이와 함께 송씨는 중국 도서관들을 뒤지며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백석의 번역서와 창작동시 등 20여권의 자료를 수집했다. 1999년초에는 유가족들로부터 사진과 편지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를 선뜻 공개할 수 없었다. 남북관계가 경직된 때여서 행여나 북한의 유가족에게 화가 미칠까 염려됐기 때문이다.

그는 백석이 지나온 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경비와 공을 들였다. 특히 경비 문제는 전적으로 주머니돈을 털어 충당했다. 그러나 스스로 좋아서 한 일이라 후회나 아쉬움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백석에 대한 일편단심의 애정을 품고 있는 송씨는 백석의 작품세계에 대해 “당대의 다른 시인들과 비교해 볼 때 백석의 토속적 서정시는 격이 한층 뛰어나다”고 최고의 시인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1930년대 중반부터 백석의 시는 발표될 때마다 화제를 낳았고, 그의 시가 실린 잡지는 책방에 나오기 무섭게 팔렸다는 것이다. 그의 탁월한 수필인 ‘동해’(1938년)는 동아일보 기자가 원고를 받으러 함흥까지 직접 갔다는 일화도 송씨는 소개했다. 곧 출간을 앞둔 자신의 소설 마무리에 겨를이 없는 송씨는 “백석에 대해 개인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는 본업인 소설 창작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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