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국민-주택은행 진통끝 합병 본계약

  • 입력 2001년 4월 23일 19시 09분


우여곡절 끝에 국민―주택은행의 합병본계약이 체결됐다. 김상훈 국민은행장과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비공개적으로 합병본계약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총자산 160조원 규모, 세계 60위권의 초대형 은행이 탄생하게 됐다. 두 은행은 10월20일 합병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어 11월1일 출범할 예정이다.

두 은행은 당초 이날 오전중 서울 롯데호텔에서 합병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금융노조의 반발과 주택은행 이사회의 합병계약서 변경이라는 돌출 변수가 튀어나와 일단 연기됐었다.

그러나 두 은행이 합병초기부터 사소한 사안을 놓고 심각한 대립 양상을 보임에 따라 앞으로 더욱 민감한 사안인 통합은행장 선임과 인원 점포 구조조정 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합추위 역할에 대한 논란〓주택은행 이사회는 오전에 “두 은행은 합추위가 심의 조정한 내용을 성실히 이행키로 한다”는 합병계약서 문구를 삭제하고 “향후 합병추진과정에서 주요사항은 합추위가 아닌 두 은행장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더 이상 합추위 결정을 일방적으로 따르지 않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합추위는 이제 빠져라’라는 메시지였다. 여기에는 합병비율산정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는 강한 불만이 깔려 있다.

주택은행은 당초 국민은행 주식교환비율이 1.7 대 1 이하로는 절대 안 된다고 버텼으나 합추위의 중재에 따라 1.688346 대 1을 수용했다.

국민은행은 주택은행 수정안에 대해 “이미 합병계약서에 대한 이사회 의결을 거친 만큼 받아들일 계획이 없다”며 발끈했다.

그러나 두 은행은 “합추위 기능을 심의 및 조정까지로 제한하고 실행은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쳐 최선을 다한다”는 합추위 중재안을 받아들여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두 은행간 감정 대립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합병까지는 멀고도 험하다〓합추위 기능에 대한 이견은 사실 두 은행이 향후 합병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에 불과하다. 최대 관건은 통합은행장 선임으로 두 은행의 외국인 최대주주 역시 한 치도 양보할 의사가 없는 상태다.

국민은행 대주주인 골드만삭스는 3월 초 김상훈 국민은행장을 공식 추천했고 주택은행 대주주인 ING그룹도 최근 간접적으로 김정태 행장을 지지했다. 통합은행장은 두 은행간 ‘기(氣)싸움’의 직접적인 판정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제3자가 중재에 나서지 않는 한 합의가 어렵다.

또 60%에 달하는 중복점포 및 인원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은행은 신설 금융기관을 만들어 정리인원을 흡수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럴 경우 합병 시너지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합병 추진과정에서 양 은행의 불협화음이 불거지면서 서울―신탁은행, 상업―한일은행합병에서 보듯 합병은행의 ‘화학적 융합’도 난제로 부각되고 있다.

<김두영·이나연기자>nirvana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