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재채취의 전시장, 낙동강'…도보순례 19일째

  • 입력 2000년 11월 10일 20시 49분


<대구 달성군 부례나루=안병률/동아닷컴기자 mokdong@donga.com>

9일의 빡빡했던 일정 때문에 오늘 순례단은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위천을 출발했다.  동영상보기

아스팔트 길은 조금만 걸어도 발목을 저릿저릿하게 했다. 지친 순례단에게 유일한 위안은 길가에 핀 꽃들. 그중 코스모스가 눈길을 끈다.

코스모스는 단정한 꽃이다. 꽃말처럼 고요한 우주를 떠올리게 된다면 과장일까? 고운 색도 색이지만, 사방으로 가지런히 뻗은 꽃잎의 모양이 삶과 사물 사이의 균형 감각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하지만 낙동강은 균형 감각을 잃었다. 마치 골재채취장의 전시장 같은 낙동강. 강줄기 하나에 저렇게 많은 골재채취장이 있어도 되는 걸까? 퇴적물을 걷어내기 위해선 주기적으로 강바닥을 퍼주는 게 좋다고 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골재채취로 강의 숨구멍 역할을 하는 모래와 자갈이 사라지는 것은 좋지 않다.

녹색 연합의 허욱 간사는 "강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수초와 모래톱"이라며 "골재채취로 산소가 사라진 강은 웅덩이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원규 시인은 "골재채취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이익 때문에 업자와 관청의 눈감아주기식 관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골재채취장을 떠돌며 삭히지 않는 젊음의 방황을 그린 소설이 있었다. 그 소설의 배경은 개발독재시대의 강이었다. 세월이 지나 지금은 구제금융시대라고 한다. 그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다는 것일까?

고개를 갸우뚱거릴 시간도 없이 또 폐수가 쏟아지는 현장이 목격됐다. 달성군 논공 산업단지에서 나오는 폐수가 낙동강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수경 스님은 "폐수가 흘러드는 곳마다 감시를 하던지 해야지…" 하면서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91년 페놀 사태이후 96년까지 9800억원을 투입해 낙동강을 살리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적이 있었다. 환경기초시설에 대한 적절한 투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상태라면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경남-부산 지역 시민들의 불안감을 떨치기 힘들 것 같았다.

순례단은 도동 마을과 낙동강변의 거대한 무밭을 거쳐 구지면 부례나루에 도착했다. 서울에서는 비소식을 전해 왔다. 비가 오지 말아야 할 텐데… 순례단은 내일 창녕까지 22km를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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