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小野大 정국서 대통령은 약자” 또 엄살

  • 입력 2005년 6월 29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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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국방 해임하라”28일 청와대 부근의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국민행동본부와 자유수호국민운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최근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尹국방 해임하라”
28일 청와대 부근의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국민행동본부와 자유수호국민운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최근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야당의 힘은 참으로 무서운 것입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8일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야당의 해임요구를 일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강한 야당’을 견제하기 위해 국민이 ‘힘없는 대통령’을 도와달라는 취지다.

국민의 선택으로 구성된 국회의 정치 현실을 인정하기보다는 국민을 상대로 국회의 결정을 비판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의도를 관철하는 방식의 집권 초반기 정치 스타일이 재현된 듯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기 때마다 대국민 호소에 나선다?=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반기부터 위기가 생길 때마다 “다수 야당 때문에 대통령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국민이 대통령에게 힘을 줘야 한다”고 호소해 왔다.

2003년 9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金斗官)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한나라당의 주도로 통과된 직후 노 대통령은 “국회도 잘못하면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아야 한다”고 야당을 비판하며 한동안 김 장관을 퇴진시키지 않고 버텼다.

또 지난해 3월 야당이 노 대통령의 선거법위반 및 부정부패 등의 사유를 걸어 탄핵안을 발의했을 때 노 대통령은 특별 기자회견에서 “시끄러우니까 그냥 사과하고 넘어 가자거나 그래서 탄핵을 모면하자는 뜻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강한 야당에 대한 ‘의로운 저항자’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탄핵의 후폭풍으로 한나라당이 17대 총선에서 참패하고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얻은 이후 노 대통령의 대국민 직접 정치는 뜸했던 것이 사실이다. 의회 다수를 장악한 상황에서는 굳이 국민을 상대로 호소할 필요가 없었던 것.

그러다가 4·30 재·보선 완패 이후 열린우리당에서 지도부 인책론 등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낙하산 인사 시비 등으로 여권의 지기기반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다시 대국민직접 호소가 등장한 셈이다.

김형준(金亨俊)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1980년대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뒤 ‘Going to the public(대중 속으로)’ 전략을 채택해 위기 국면을 돌파했다”며 “‘집권 3년차’를 맞은 노 대통령도 난국 타개를 위해 정당정치 대신 대국민 호소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인식 오판 아닌가=집권 초반기 노 대통령의 대국민 직접 호소가 일정 부분 설득력을 발휘한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 탄핵안 발의 때는 탄핵 반대론과 함께 “불쌍한 우리 대통령을 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인터넷 등에 광범위하게 유포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현재의 여소야대는 17대 총선을 통해 국민이 만들어준 여대야소를 여권 스스로 ‘까먹은’ 결과일 뿐 야당을 탓할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올해 정국을 강타한 행담도 개발 사건과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 등으로 정권의 도덕성에 ‘흠집’이 생긴 것도 변수다. 야당에 대해 도덕적 우월성을 내세울 명분을 상당부분 상실한 것.

여권의 한 관계자는 “행담도 사건이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 등은 여권이 초기 대응을 잘못해 국민적 의혹을 부풀린 측면이 크다”며 “그런데도 무조건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 가는 것은 상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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