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탐험 역사 및 이번 원정대 의의

  • 입력 2004년 1월 13일 12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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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탐험의 역사는 불과 100년이 채 안된다.

로알드 아문센이 이끄는 5명의 노르웨이 탐험대가 1911년 12월 14일 59마리의 개가 끄는 썰매를 타고 인류최초로 남극점에 도착한 이래 지난해까지 인류 중에 탐험을 통해 158명만이 남극점을 밟았다.

그러나 아문센과 경쟁하던 로버트 팔콘 스콧과 어니스트 새클턴(이상 영국) 이후 탐험의 시대는 가고 기계의 힘에 의존하는 시기로 넘어갔다.

기계의 시대의 물꼬를 튼 사람은 미국인 리처드 버드. 버드는 1929년 11월28일 포드사가 제작한 3발기 플로이드 베넷으로 남극점까지 첫 비행에 성공했다.

지상의 기계 탐험의 선두주자는 의외로 1953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50m)를 최초로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뉴질랜드). 그는 3명의 대원을 거느리고 1957년 농장용 트랙터를 타고 남극점에 도착하는데 성공한다.

이후 남극점 탐험은 트랙터, 스노모빌, 또는 파라세일 등 먹고 재워야하는 개 대신 엔진과 풍력이 대체했다. 1986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봉 완등을 이뤄 산악인의 우상으로 여겨지는 라인홀트 메스너(60·이탈리아)도 1989년 파라세일을 이용해 남극점을 밟았다.

세계적인 산악인들의 기계 이용에 제동을 건 사람은 얼링 가제(41·노르웨이). 가제는 산악계에서 무조건 정상에 오르는 등정주위보다 새로운 루트를 개발하는 등 난이도를 따지는 등로주위가 더 인정받는 것처럼 극점 탐험에서도 인간의 힘만을 이용한 탐험을 주장한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중간 보급 받지 않고 인간의 힘만으로 운행하는 무지원 탐험(unsupported expedition). 가제는 93년 1월7일 51일만에 홀로 남극점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극점 탐험의 최고봉은 가혹한 무지원 방식. 특히 남극에 있어서는 해안가에서 출발하는 것이 관례가 됐다. 94년 허영호 대장(50)이 이끄는 원정대가 해안가에서 불과 46㎞ 떨어진 패트리어트힐에서 출발 44일 만에 남극점을 밟아, 전년도 똑같은 장소에서 출발한 요시가와 겐지가 이끈 일본원정대(67일)보다 23일이나 기록을 단축했지만 양 원정대 모두 무지원 탐험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못받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이번 42일만에 남극점에 도달했다고 주장하는 피오나 소윌(38·영국)의 경우도 해안가에서 떨어진 곳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인정받기 어려운 케이스.

이런 점에서 해안가 허큘리스에서 제대로 출발해 44일로 떳떳한 최단기록을 세운 박영석 대장이하 5명의 대원이 더없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19941035|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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