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몰카 충격’과 ‘향응 파문’은 별개

  • 입력 2003년 8월 20일 2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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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검 김도훈 검사가 양길승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하도록 지시하고 사건 관련자에게서 뇌물까지 받은 혐의가 드러나 검찰 안팎에 주는 충격이 크다. 비리를 저지른 검사가 오히려 ‘검찰 내부의 비호세력’ 운운하며 상급자에게로 화살을 돌렸으니 앞뒤가 딴판인 두 얼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피의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려준 뒤 돈을 받았고 그것도 K나이트클럽 동업자에게서 뜯어낸 돈의 일부였다고 하니 검사로서 기본적인 윤리의식도 망각한 처신이다.

김 검사의 수사 방법 또한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본다. 아무리 긴급한 수사였더라도 검사가 사설업체 직원을 동원해 몰래카메라를 찍었다면 명백한 탈법수사이다. 압수수색 영장이나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적법 절차에 따른 수사를 진행했어야 옳다.

그러나 김 검사의 비리가 드러났다고 해서 양 전 실장의 결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청주지검이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 사건을 수사하면서 몰래카메라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양 전 실장 향응 파문은 뒷전으로 미루어 놓아서는 안 된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양 전 실장에 대해 두 차례 조사를 벌였다고 하나 매번 발표 내용이 바뀌어 신뢰하기 어렵다. 술값과 향응 참석자가 달라졌고 양 전 실장과 이씨의 술자리가 한 차례 더 있었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드러나지 않았는가. 민정수석실 조사는 말 그대로 조사이지 수사가 아닌데도 검찰이 양 전 실장의 청탁 실행 여부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김 검사의 ‘내부 비호세력’ 주장이 과연 진실인지, 아니면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상급자를 걸고 넘어간 것인지도 진상을 가려야 할 것이다. 검사를 긴급 체포해 수사하는 마당에 검찰이 ‘누구를 봐 준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모든 권력기관의 의혹은 속속들이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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