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총장 스토리]신망높은 특수통 8개월만에 컴백

  • 입력 2002년 1월 17일 01시 03분


소감밝히는 이명재 신임 검찰총장
소감밝히는 이명재 신임 검찰총장
지난해 5월25일 서울지검의 특수부 검사들은 같은 건물 13층에 있는 이명재(李明載) 서울고검장실로 올라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검찰에 힘이 된다”며 그의 퇴진을 만류했다.

아무 말 없이 웃고 있던 이 고검장은 그 날 끝내 퇴임식을 강행했다. 검사들은 사무실로 돌아가 이런 내용의 편지를 썼다.

▼후배만류 뿌리치고 ‘용퇴’▼

“고검장님의 결정은 항상 옳았지만 이번 결정은 진정코 승복하기 어렵습니다. 검찰이 안팎의 시련을 겪고 있는 지금 검찰이 그 어느 때보다 고검장님을 간절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못하실 겁니다.”

그 고검장이 8개월 만에 다시 검찰 총수로 돌아가게 됐다.

그는 특별수사로 명성을 날리던 검사였다. 뛰어난 수사 능력뿐만 아니라 온화한 성품으로 선후배 검사들의 신망이 대단히 높았다.

▼수많은 대형사건 처리▼

대검 중수부 과장과 서울지검 특수부장, 대검 중수부장 등을 거치면서 이철희(李哲熙) 장영자(張玲子)씨 어음사기사건, 영동개발사건, 명성그룹사건, 정보사 부지 사기사건 등 수많은 대형 사건 수사를 통해 대표적인 특별수사통으로 인정받았다.

그를 포함해 형인 이경재(李景載) 전 중소기업은행장과 동생인 이정재(李晶載) 전 재정경제부차관 등 ‘3형제 스토리’는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퇴임식에서 후배 검사들에게 “서민을 위한 백마 탄 기사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후배 검사들은 이제 그에게 ‘검찰을 위한 백마 탄 기사’가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검찰 조직은 8개월 전보다 더 큰 시련과 위기에 처해 있다.

▼위기 돌파 여부 큰관심▼

각종 게이트의 축소수사와 검사들의 게이트 연루로 만신창이가 돼 있다. 이 위기를 돌파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검찰 조직의 안정과 쇄신을 조화시키는 것도 쉬운 과제가 아니다.

퇴임 당시 후배들에게서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그의 재등장이 아름다운 결실을 볼지 주목된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