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게이트 성격변화]불법대출 사건서 권력형 비리로

  • 입력 2001년 12월 13일 18시 07분


‘진승현(陳承鉉) 게이트’의 출발점은 MCI코리아 소유주 진승현씨의 불법대출과 주가조작 등 금융비리 사건이었다.

진씨는 99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열린금고와 한스종금, 리젠트종금 등에서 2300여억원을 불법 대출받고 리젠트증권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았고 9월에는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대형 사건으로 발전했다.

최초 수사에서는 비자금의 규모와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았다. 김영재(金暎宰) 당시 금감원 부원장보가 한스종금 신인철(申仁澈) 전 사장에게서 5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11월 김은성(金銀星) 정성홍(丁聖弘)씨 등 국가정보원 간부들과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 등이 이 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언론에 의해 제기됨으로써 사건 수사가 축소됐다는 비판을 받아 결국 검찰이 재수사에 나서게 됐다. 정씨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무마시켜 주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진씨에게서 1억46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또 진씨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김재환(金在桓)씨가 김 의원에게 5000만원을 주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사실이 공개됐고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의 개입 혐의도 드러났다. 이와 함께 진씨가 지난해 4월 민주당 당료 출신 최택곤(崔澤坤)씨를 통해 당시 신광옥(辛光玉)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술도 새롭게 확보했다.

이에 앞서 진씨는 지난해 4·13총선 당시 여야의원 10여명에게 거액의 총선자금을 뿌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처럼 ‘진승현 게이트’는 진씨가 국정원과 금감원 국회 청와대 등에 로비를 시도한 흔적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정관계 로비 사건으로 질적인 변화를 했다.

재수사가 마무리되면 지난해 최초 수사가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규명이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다시 책임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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