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내 아파트 건설강행되면]미군 "용산 안떠나겠다" 초강수

  • 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31분


주한 미군이 용산기지에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용산기지를 떠나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91년 양국 대통령이 미군 용산기지를 한국측에 반환할 것을 합의한 이후에도 과도한 이전 비용을 요구하며 반환을 미루던 미군측이 이전 비용을 더 높일 수 있는 ‘아파트 건설’이라는 초강수를 뒀기 때문.

재정 형편이 어려운 우리 정부가 더 이상 용산기지 이전을 요구할 수 없게 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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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건설이 강행된다면〓용산기지 이전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

10단계에 걸쳐 아파트를 짓는 기간 동안 이전이 불가능해지는 데다 우리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전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

서울지역의 체계적인 개발도 힘들어지게 된다. 용산기지에 신청사를 건립하고 주변을 공원과 업무시설 등을 갖춘 부도심으로 개발하려던 서울시 도시계획의 틀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90년 한미 양국 정부가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합의각서를 체결한 직후 기지 86만평 중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쪽 5만여평에 시청 신청사(지상 30층, 연건평 7만평)를 짓는 토지이용 계획을 수립했다”며 “그러나 용산기지가 그대로 있으면 이 계획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용산기지 이전 문제 연혁〓70년대초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서울의 급격한 도시화로 기지가 처음 설치됐던 50년대 변두리였던 용산 지역이 도심 한복판으로 탈바꿈했기 때문.

이에 따라 서울시 등은 도시의 체계적인 개발을 막는 용산기지를 이전해 줄 것을 미군측에 요청했으나 미군측의 반대에 부닥쳐 한동안 이 문제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70년대말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주한 미군 감축 방침을 발표하면서부터 용산기지 이전 문제가 다시 부각되기도 했지만 10·26 사태에 따른 정국 불안으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본격적인 이전 논의가 재개된 것은 80년대 말. 올림픽 개최로 자신감을 가지게 된 정부가 정식으로 기지 이전을 요구했고, 수 차례의 협의 끝에 91년 한미 양국 정상이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합의각서를 체결하게 된다.

그러나 미군측이 100억달러 이상의 이전 비용을 우리 정부에 요구하며 10여년 이상 이전을 미루고 있다가 지난달 ‘33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용산기지 이전 문제에 대한 거론이 일시 보류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을까?〓미군측 의도대로 용산기지에 아파트를 짓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군이 아파트 건설용 부지로 확정한 기지내 연립주택 단지 부지가 한국 국방부 소유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임대권만 가지는 미군측이 건설업체와 시공 계약을 하려면 땅 주인인 국방부가 계약 당사자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미군측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나올 경우 우리 국방부가 이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어 아파트 건립여부는 미지수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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