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출석-교원정년 연장 '협의처리' 합의

  • 입력 2001년 11월 26일 18시 29분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 국회 출석 결의안과 교원정년 연장 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격돌 일보 직전으로 치닫던 여야가 26일 원내총무 회담을 통해 일단 숨을 돌릴 계기를 마련했다.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 여야 간사 협의를 거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의 처리’는 말 그대로 협의 처리일 뿐 ‘합의 처리’는 아니다. 여론을 의식한 거야(巨野)와 소여(小與)의 시간 벌기 전략이 맞아떨어졌을 뿐 본질적인 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닌 만큼 상황은 아직 유동적이다.》

▽한나라, "강공땐 역풍" 분리대응 선회

한나라당은 26일 여야 총무회담 합의를 통해 교원정년 연장 법안과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국회출석 문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기로 했으나, 두 사안에 대한 대응전략은 다르다.

우선 국회 교육위에서 표결로 강행처리한 교원정년 연장 법안에 대해서는 비판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날 오후 긴급 소집된 총재단 간담회에서도 부총재들은 한목소리로 당의 홍보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교원 정년을 연장하자는 당론은 옳지만, 국민이나 정부 여당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는 “우리 당의 교원정년 연장 법안에 대해 많은 학부모들이 반대하고 있다”며 자신이 접한 생생한 여론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여야 총무회담에서 ‘협상 우선 원칙’을 내세워 무리한 강공책을 구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교원정년 연장 문제는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러시아와 핀란드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29일 이후 여야간 협상 과정을 거쳐야만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찰총장의 국회출석 문제에 대해선 한나라당은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재오 총무는 총무회담 직후 “이 문제는 어떤 정치적 타협이나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 협의는 해보겠지만, 합의가 안 되면 표결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총무회담 직후 열린 법사위 간사 협의에서 한나라당측 간사인 김용균(金容鈞) 의원은 민주당 측에 “오후 7시까지 전체회의를 열어 표결을 할 테니 민주당의 답을 가져 오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법사위원인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원내총무가 “나를 빼놓고 총무회담을 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회의에 불참, 이날 표결처리는 무산됐지만 한나라당은 28일 법사위에선 반드시 법안 통과를 관철하겠다는 태세다.

한나라당이 두 사안을 분리대응키로 한 것은 교원정년 연장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인 만큼 더 이상 확전(擴戰)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지만, 검찰총장의 국회출석은 검찰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업고 적극적인 공세를 벌일 명분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검찰총장 출석 문제를 주 이슈로 부각시켜 교원정년 연장 문제를 희석시키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한 교육위에서 교원정년 연장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 공조를 해 준 자민련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연욱기자>jwy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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