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년연장 교육수요자 뜻 따라야

  • 입력 2001년 11월 22일 18시 36분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교원정년을 62세에서 63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통과시킨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교육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교원정년단축이 교직사회를 젊게 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믿고 있다. 여론조사도 70% 이상의 학부모가 정년연장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시작된 사회 전체의 구조조정 바람 속에서 유독 교단만이 예외일 수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이를 되돌리려는 것은 시대와 환경의 변화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미 퇴직한 교원이나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특히 교육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하다. 한번 정해진 정책을 중간에 바꾸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시끄러운 교육현장이 더욱더 혼란해질 수밖에 없다. 정년단축이라는 새로운 질서에 맞춰 모든 교육정책이 짜여진 마당에 이를 정치권이 한순간에 뒤집어 놓으면 더 큰 부작용을 부를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재·보선 승리 이후 수(數)의 힘에 의한 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결코 수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 99년 공동여당 시절 정년단축에 찬성했던 자민련이 이제 와서 입장을 바꾼 것도 원칙 없는 행동이다.

1년 정년연장은 지금의 교원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법안이 확정될 경우 우선 내년에 퇴직대상인 초등교원 726명, 중등교원 1210명이 1년 더 교단에 남게 되는데 대부분이 일선 수업을 안하는 교장 교감들이고 교사는 초등 93명, 중등 284명뿐이어서 실익이 없다. 더구나 중등교원은 초등교원과 달리 예비교사가 남아도는 상태다.

이처럼 교사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닌데도 한나라당이 힘으로 밀어붙인 것은 거야(巨野)의 첫 실책이라고 우리는 본다. 내년의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특정 이익단체에 잘 보이기 위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백년대계(百年大計)인 교육정책이 정치권의 향방에 따라 흔들리면 안 된다. 교육문제는 정치논리도 경제논리도 아닌 교육논리로 풀어가야 한다. 정치권은 국회 본회의 처리에 앞서 교육수요자인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헤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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