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도부 3인 문답 "특정인 퇴진 강요 못해"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35분


▼이인제 "특정인 퇴진 강요 못해"▼

최고위원 일괄사퇴 이후 화가 단단히 난 듯했던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이 5일 “여러 가지 보도를 보니까 너무 혼란스럽다”며 ‘해명성’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괄사퇴 과정에 무슨 음모가 있었다고 보나.

“그렇게 얘기한 적 없다. 어느 기자가 물어보기에 ‘어떻게 아나’라고 했을 뿐이다. 사퇴한 마당에 대통령께 뭘 건의하는 것도 옹색한 것 같고 도움도 안 된다고 생각해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키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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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밖의 최고위원 움직임

-청와대 모 수석에게 ‘대통령 잘 모시라’고 호통을 쳤다는데….

“호통을 칠 입장은 아니고, ‘최고위원 전원 사퇴라는 상황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비상한 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전당대회 개최시기와 대선후보 조기가시화 등에 대한 생각은….

“과도체제를 구성해 거기에서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만장일치 합의가 이뤄지겠나. 결국 총재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언제 후보를 결정하는 게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되는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과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기획수석 정계은퇴 요구에 대해….

“실명을 거론한 것은 아름답지 못한 일이다. 대통령과 당사자가 깊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강요할 성격이 아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한화갑 "다른 사람만 탓해서야"▼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은 5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민주당을 쇄신해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국민의 지지를 되돌릴 수 있다”며 ‘선(先) 인적쇄신’을 거듭 강조했다.

한 최고위원은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민화합을 위한 부산 모임’ 초청강연회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어려울 때 ‘내 탓이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내에서 실세대표론과 맞물려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나는 평생 음모를 꾸며본 적이 없다. 지금 대표가 실세다. 다른 실세는 없다.”

-후보조기가시화에 대한 입장은….

“그런 것을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 당 내부부터 추슬러야 한다. (후보조기가시화를) 서두를 필요 없다고 예전에 말하지 않았나.”

-7일 청와대 간담회 때 쇄신을 건의할 것인가.

“공개적인 강연에서도 얘기했다. 청와대에서 주장하기는 더 쉽다.”

-김 대통령이 쇄신 요구에 답을 할 것으로 보나.

“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5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한 이날 강연회에서 한 최고위원은 “국민을 위해 크게 봉사할 기회를 준비 중”이라며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한광옥 대표 "음모론은 무슨 음모론"▼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5일 “도대체 음모론이 왜 나오고 있는 것이냐”며 답답해했다.

특히 1일 최고위원 긴급간담회에서 일괄사퇴를 논의한 배경을 두고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 측이 “특정 최고위원을 ‘실세대표’로 만들기 위한 음모”라고 반발한 것에 대해 한 대표는 “이 최고위원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음모는 없었단 얘긴가.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이 당무회의에서 이미 사퇴를 전격 선언하고, 한화갑(韓和甲)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 3일로 예정됐던 청와대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기 전에 문제를 정리하려고 간담회를 소집한 것뿐이다. 나도 (일괄사퇴로 결론이 날 줄은) 몰랐다.”

-당은 비상과도체제로 운영되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귀국하면 큰 틀을 정하게 될 것이다.”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과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기획수석의 거취는….

“(한참 침묵한 뒤) 뭘 잘못했다는 증거가 없지 않느냐. 물론 정치를 증거로 하느냐는 반론도 없지는 않지만…. 나와 두 사람과의 관계를 잘 알지 않느냐. 더 이상 묻지 말라.”

한 대표는 그러면서도 “나한테 맡겨달라”고 말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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