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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가 호주에서 미성년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약 55만 개를 폐쇄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메타는 이날 블로그 공지를 통해 지난달 4~11일 사이 16세 미만으로 추정되는 사용자들의 인스타 계정 약 33만 개, 페이스북 계정 약 17만3000개, 스레드 계정 약 4만 개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는 호주 정부가 지난달부터 16세 미만 SNS 이용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한데 따른 것이다.메타는 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호주 정부의 SNS 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거듭 밝혔다. 특정 SNS 이용을 금지하면 청소년들이 이를 대체할 다른 SNS로 옮겨갈 뿐, 정부가 원하는 청소년 보호 효과를 실질적으로 거두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메타 관계자는 “앱 스토어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앱 다운로드를 허용하기 전에 연령 확인 및 부모 동의를 의무화하는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라며 “이는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 금지법을 우회하기 위해 새로운 앱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한 ‘두더지 잡기’식 대응책 마련에 그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메타는 “호주 정부가 전면적 금지 대신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나이에 적합한 온라인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높일 수 있도록 업계와 건설적으로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호주는 지난달 10일부터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사실상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유튜브, 틱톡 등 10개 SNS는 16세 미만 이용자의 기존 계정을 삭제하거나 16세가 될 때까지 비활성화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85억 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지금 SK텔레콤 ‘갤럭시 S25’ 재고는 없습니다. 재고 도착하면 택배로 보내드릴게요.” 이달 13일까지인 KT 위약금 면제 기간의 마지막 주말인 10일, 경기 파주시의 한 통신사 대리점은 통신사를 바꾸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틈 없이 북적였다. 이동통신 3사 개통이 모두 다 가능한 이 대리점에 모인 손님 대부분은 KT에서 다른 통신사로 기기를 이동하려고 하는 이들이었다. 이날 통신사를 옮긴 A 씨(67)는 “KT를 10년간 사용했는데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SK텔레콤으로 통신사를 변경하려고 왔다”며 “지금 바꾸면 최신 스마트폰도 돈을 받고 개통할 수 있다고 해서 갈아탔다”고 했다.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의 위약금 면제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겨간 가입자 규모가 21만6203명으로 집계됐다. 10일 하루에만 총 번호 이동 수는 6만3651건으로 KT를 이탈한 가입자 수는 3만3305명에 달했다. 이 중 2만2193명은 SK텔레콤으로, 8077명은 LG유플러스, 3035명은 알뜰폰으로 이동했다. KT 위약금 면제는 13일까지로 막판 이탈 수요가 더 몰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KT발 번호이동 규모는 지난해 7월 SK텔레콤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열흘간 진행했던 위약금 면제 기간 당시 이동한 규모를 넘어서는 수치다. 당시 SK텔레콤에서 타 통신사로 옮겨간 사용자는 16만6000여 명 규모였다. 업계 관계자는 “그때보다 지금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이 더 치열하고, 사용자들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되며 단말금 지원금 상한이 사라지자 통신 3사의 보조금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공시지원금을 70만 원대까지 높이는 등 파격적인 지원금을 제시하며 고객을 유치하자 KT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조금을 올리며 맞대응을 하고 있다. 서로 보안에 취약하다고 경쟁사를 비방하는 마케팅도 출현했다. 한 대리점은 ‘다털린 OO 못 써!’라는 문구를 붙여 놓는가 하면 또 다른 대리점은 자사 보안이 최고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통신사 간 고객 유치 활동이 과열되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이달 7일부터 현장 점검에 나섰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통신사 간 과도한 비방이나 허위, 과장 광고로 이용자를 속이는 경우가 없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잇단 보안사고로 ‘번호이동 행렬’이 재현되는 것을 두고, 통신사뿐 아니라 보안 관리를 부실하게 했던 정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SK텔레콤 사태가 터진 뒤 통신 3사가 모두 보안 문제로 도마에 올랐지만, 초기 대응이나 보안 관리의 책임이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야단만 쳤지 예방하는 작업을 못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엔비디아와 오픈AI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를 방문해 인공지능(AI) 정책 관련 글로벌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11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류 차관은 엔비디아 샌타클래라 본사를 찾아 제이 푸리 수석 부사장과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국내 공급 상황을 점검했다. 과기정통부는 양측이 엔비디아 연구개발(R&D)센터를 한국에 조속히 설립할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또 AI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운영 중인 한국의 ‘K디지털 그랜드 챔피언십’과 엔비디아의 ‘인셉션 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를 연계해 효과를 높이는 방안도 논의했다. 이어 류 차관은 샌프란시스코의 오픈AI 본사를 방문해 크리스 리헤인 최고글로벌대외협력책임자(CGAO)와 면담했다. 과기정통부와 오픈AI는 지난해 10월 1일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워킹그룹을 구성해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이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와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를 각각 만난 이후, 과기정통부가 양사와 논의해 온 AI 협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추진됐다. 한편 류 차관은 미국 내 한인 벤처투자자와 스타트업이 설립한 비영리단체인 ‘UKF 82’ 스타트업 서밋에도 참석해 우리나라의 AI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한인 창업자를 격려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삼성SDS 컨소시엄이 전남 해남군의 ‘국가 AI컴퓨팅센터’ 부지를 방문했다고 7일 밝혔다. 정부의 인공지능(AI) 고속도로 핵심 인프라인 국가 AI컴퓨팅센터 공모에 참여한 이후 첫 공식 대외 일정이다. 이번 방문에는 삼성SDS, 네이버클라우드, 지방자치단체(전남도) 등 컨소시엄 참여사 관계자 30명이 참여했다. 컨소시엄은 국가 AI컴퓨팅센터 건립 예정지를 시찰하고, 지반조사 진행 결과를 확인하는 한편 전력·통신 등 주변 인프라 여건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국가 AI컴퓨팅센터는 초거대 AI 모델 개발과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위한 고성능 연산 자원(GPU 등)을 기업·대학·연구기관에 제공하는 시설이다. 민관 출자 및 정책금융 대출 등 총 2조 원 이상의 사업비가 들어갈 예정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뒷받침할 핵심 생산기반으로 꼽힌다. 삼성SDS 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에 단독으로 참여한 후,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SPC 설립 △데이터센터 설계(인허가 등) △사업 기획(사업모델 수립 등)을 준비해 왔다. 국가 AI컴퓨팅센터 사업은 지난해 11월 기술·정책 평가 이후 현재 금융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당초 지난해 11∼12월 금융 심사를 마무리하고 사업 참여자를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삼성SDS 컨소시엄이 전남 해남의 ‘국가 AI컴퓨팅센터’ 부지를 방문했다고 7일 밝혔다. 정부의 인공지능(AI) 고속도로 핵심 인프라인 국가AI컴퓨팅센터 공모에 참여한 이후 첫 공식 대외 일정이다. 이번 방문에는 삼성SDS, 네이버클라우드, 지자체(전라남도) 등 컨소시엄 참여사 관계자 30명이 참여했다. 컨소시엄은 국가 AI컴퓨팅센터 건립 예정지를 시찰하고, 지반조사 진행결과를 확인하는 한편 전력·통신 등 주변인프라 여건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국가 AI컴퓨팅센터는 초거대 AI 모델 개발과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위한 고성능 연산 자원(GPU 등)을 기업·대학·연구기관에 제공하는 시설이다. 민·관 출자 및 정책금융 대출 등 총 2조 원 이상의 사업비가 들어갈 예정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뒷받침할 핵심 생산기반으로 꼽힌다. 삼성SDS 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에 단독으로 참여한 이후,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TF를구성해 △특수목적법인 설립 △데이터센터 설계(인허가 등) △사업 기획(사업모델수립 등)을 준비해왔다. 국가 AI컴퓨팅센터 사업은 지난해 11월 기술·정책 평가 이후 현재 금융 심사가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당초 지난해 11∼12월 중 금융 심사를 마무리하고 사업 참여자를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우선협상자 선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카카오가 가벼운 일상 대화부터,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복잡한 문제 해결까지 하나의 모델로 처리할 수 있는 신규 인공지능(AI) 모델을 공개했다.5일 카카오에 따르면 이번에 자체 개발한 AI 신규 모델 ‘카나나-v-4b-하이브리드’는 사람처럼 정보를 종합하고 계산하며 스스로 검산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이미지를 텍스트로 변환하거나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AI 모델 스스로 자기 점검 과정을 거침으로써 환각을 최소화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복잡한 표가 있는 영수증, 수학문제 등에서 계산 실수나 조건 누락 등을 줄이고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특히 한국어 논리 전개 능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기존 글로벌 모델은 한국어 질문을 영어로 번역해 사고한 뒤 재번역해 답하는 과정에서 맥락과 논리가 부족하다는 한계점을 보였다. 그러나 이 모델은 한국어 질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사고하도록 훈련됐다. 이를 통해 한국의 교육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AI 학력 평가 벤치마크인 ‘코넷‘(KoNET)’에서 92.8점을 받았다.김병학 카카오 카나나 성과리더는 “한국어에 특화된 자체 AI 모델 개발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AI 생태계 발전의 선도 역할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콘퍼런스인 ‘2026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 참가한다고 4일 밝혔다. 올해로 44번째 열리는 해당 행사는 매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규모의 투자 콘퍼런스다. 올해는 이달 12∼15일(현지 시간) 진행되며 약 1500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서 8000명 이상의 참가자가 행사장을 찾을 전망이다. 2017년부터 10년 연속 공식 초청을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빅파마들과 나란히 행사 2일 차에 발표를 진행한다. 발표에는 존 림 대표가 연사로 나선다. 발표 제목은 최근 새롭게 공개한 위탁생산(CMO) 브랜드 ‘엑설런스(ExellenS)’다. 림 대표는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요 성과와 올해 사업 계획 및 중장기 비전, 회사의 경쟁력과 성장 배경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국내 연구진이 카메라 센서로 ‘보는 동시에 판단하는’ 등 인공지능(AI) 연산기술이 이뤄지는 플랫폼을 세계 최초로 완성했다. KAIST에 따르면 전기및전자공학부 전상훈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8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반도체 학회 ‘국제전자소자학회(IEEE IEDM 2025)’에서 총 6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중 ‘M3D 집적 신경모방 시각 센서 연구’는 하이라이트 논문으로 선정됐다. 해당 연구는 쉽게 말해 사람의 ‘눈과 뇌’를 하나의 칩 안에 쌓아 올린 반도체 기술에 대한 내용이다. 연구팀은 빛을 감지하는 센서와 뇌처럼 신호를 처리하는 회로를 아주 얇은 층으로 만들어 위아래로 겹쳐 한 칩에 넣었다. 이런 방식으로 보고, 판단하는 과정이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를 구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카메라 센서 안에서 보면서 동시에 판단하는 ‘인-센서 스파이킹 컨볼루션(In-Sensor Spiking Convolution)’ 플랫폼을 완성했다. 센서 안에서 바로 연산이 이뤄져 불필요한 데이터 이동을 없앴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이미지를 찍고, 숫자로 바꾼 뒤, 메모리에 저장하고, 다시 연산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다. 연구를 이끈 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센서·연산·저장을 각각 따로 설계하던 기존 AI 반도체 구조에서 벗어나, 전 계층을 하나의 재료와 공정 체계로 통합할 수 있음을 실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초저전력 에지(edge) AI부터 대규모 AI 메모리까지 아우르는 차세대 AI 반도체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카이스트(총장 이광형) 연구팀이 카메라 센서 안에서 ‘보고 동시에 판단하는’ 인공지능(AI) 연산 기술이 이뤄지는 플랫폼을 세계 최초로 완성했다고 31일 밝혔다. 전기및전자공학부 전상훈 교수(사진) 연구팀이 만든 ‘인-센서 스파이킹 컨볼루션’ 플랫폼은 센서 안에서 바로 연산이 이뤄져 불필요한 데이터 이동을 없앴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이미지를 찍고, 숫자로 바꾼 뒤, 메모리에 저장하고, 다시 연산하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빛을 감지하는 기능과, 신경세포처럼 신호를 스파이크 형태로 변환하는 기능을 단일 칩에 집적한 새로운 비전 센서 구조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전력 소모는 크게 줄이고, 반응 속도는 획기적으로 높인 실시간·초저전력 엣지 AI 구현이 가능해졌다.이번 플랫폼의 기반이 된 ‘M3D 집적 신경모방 시각 센서 연구’는 이달 8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반도체 학회 ‘국제전자소자학회(IEEE IEDM 2025)’에서 발표한 6편의 논문 중 하이라이트 논문으로도 선정됐다. 쉽게 말해 사람의 눈과 뇌를 하나의 칩 안에 쌓아 올린 반도체 기술에 대한 내용으로, 연구팀은 빛을 감지하는 센서와 뇌처럼 신호를 처리하는 회로를 아주 얇은 층으로 만들어 위아래로 겹쳐 한 칩에 넣었다. 이런 방식으로 보고-판단하는 과정이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를 구현했다.연구를 이끈 전상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센서·연산·저장을 각각 따로 설계하던 기존 AI 반도체 구조에서 벗어나, 전 계층을 하나의 재료와 공정 체계로 통합할 수 있음을 실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초저전력 엣지 AI부터 대규모 AI 메모리까지 아우르는 차세대 AI 반도체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하얗고 작은 토끼 만들어줘.” 30일 오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가 진행된 서울 강남구 코엑스. 행사장 로비에 마련된 NC 인공지능(AI) 체험 부스 모니터에 이 같은 문장을 입력하자 곧바로 생김새가 약간씩 다른 네 가지 모습의 토끼가 모니터에 나타났다. 하나를 고른 후 입력창에 ‘T자 포즈로 변형해줘’라고 입력하니 두 팔을 벌리고 선 토끼가 화면을 채웠다. 약 1분 뒤에는 3차원 그래픽 이미지로 변형된 입체적인 토끼가 화면 중앙에 등장했다. T자 포즈를 취한 토끼의 뒤통수, 꼬리까지 360도로 살펴볼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 탭에서 턱, 어깨, 팔꿈치, 척추 등의 부위를 지정하고 ‘춤’을 선택하자 관절을 이리저리 굽히며 춤을 추는 토끼가 화면에 떠다녔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글로벌 프런티어 수준의 한국형 AI를 개발하기 위해 시작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올해 8월 전문가 평가를 거쳐 선정된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SK텔레콤, NC AI, 업스테이지 등 5개의 정예팀은 30일 처음으로 지금까지 개발한 AI를 설명하고 시연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가대표 AI’ 선발을 위한 정면승부에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한 첫 관문이 바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표 첫 타자는 네이버클라우드였다. 네이버가 꾸준히 강조하는 것은 ‘옴니모달 AI’로, ‘하이퍼클로바 시드 8B 옴니’는 학습 단계부터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을 동시에 학습해 여러 형태의 결과값을 내놓을 수 있는 AI다. 모든 형태의 정보를 한 번에 처리하는 사람의 ‘뇌’와 유사한 형태인 셈이다. 네이버는 고성능 추론모델 ‘하이퍼클로바 32B 띵크’도 함께 공개했다. 이 모델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등 주요 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다. 김 대표는 “도표나 이미지도 모두 함께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연을 펼친 NC AI는 ‘3차원 그래픽’ 생성, 시각 정보 처리 등 NC를 통해 확보한 게임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산업 AX(AI 전환)에 적용하겠다는 전략을 소개했다. 스마트팩토리와 같이 산업에서 활용하는 AI는 반드시 3차원 그래픽이 필요하다. 이연수 NC AI 대표는 “전략 산업들이 AI라는 날개를 달고 세계 무대에서 한 단계 비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매개변수 5000억 개의 초거대 AI 모델 ‘A.X.K1’을 선보였다. 매개변수로 보자면 국내 최대 규모다. 올해 8월 공개된 오픈AI의 ‘챗GPT-5’의 매개변수가 약 2조5000억 개로 추정된다. LG AI연구원은 ‘K-엑사원’이 성능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은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LG는 미국과 중국의 프런티어 AI 모델 중 매개변수 2360억 개인 K-엑사원과 규모가 비슷한 알리바바의 ‘큐원3 235B’를 1차 성능 목표로 잡았다. 유일한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는 한국의 문화와 미묘한 뉘앙스를 이해하는 ‘솔라 오픈 100B’ 모델을 선보였다. 정부는 1차 평가 결과를 내년 1월 15일 이전 발표할 예정이다. 1차 평가에서 5개 팀 중 한 팀이 탈락하고, 6개월마다 한 팀씩 떨어뜨려 2027년 상반기(1∼6월) 최종 2개 팀으로 압축한다. 최종 선정 팀에는 AI 모델 고도화를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구축·가공 비용으로 연간 30억∼50억 원가량이 지원된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하얗고 작은 토끼 만들어줘.” 30일 오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가 진행된 서울 강남구 코엑스. 행사장 로비에 마련된 NC 인공지능(AI) 체험 부스 모니터에 이 같은 문장을 입력하자 곧바로 생김새가 약간씩 다른 네 가지 모습의 토끼가 모니터에 나타났다. 하나를 골라 입력창에 ‘T자 포즈로 변형해줘’라고 입력하니 두 팔을 벌리고 선 토끼가 화면을 채웠다. 약 1분 뒤에는 3차원 그래픽 이미지로 변형된 입체적인 토끼가 화면 중앙에 등장했다. T자 포즈를 취한 토끼의 뒤통수, 꼬리까지 360도로 살펴볼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 탭에서 턱, 어깨, 팔꿈치, 척추 등의 부위를 지정하고 ‘춤’을 선택하자 관절을 이리저리 굽히며 춤을 추는 토끼가 화면에 떠다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글로벌 프론티어 수준의 한국형 AI를 개발하기 위해 시작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올해 8월 전문가 평가를 거쳐 선정된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SK텔레콤, NC AI, 업스테이지 5개의 정예팀은 30일 처음으로 지금까지 개발한 AI를 설명하고 시연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가대표 AI’ 선발을 위한 진검승부에 현장은 인사인해를 이뤘다. 배경훈 부총리는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한 첫 관문이 바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표 첫 타자는 네이버클라우드였다. 네이버가 꾸준히 강조하는 것은 ‘옴니모달 AI’로, ‘하이퍼클로바 시드 8B 옴니’는 학습 단계부터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을 동시에 학습해 여러 형태의 결과 값을 내놓을 수 있는 AI다. 모든 형태의 정보를 한 번에 처리하는 사람의 ‘뇌’와 유사한 형태인 셈이다. 네이버는 고성능 추론모델 ‘하이퍼클로바 32B 띵크’도 함께 공개했다. 이 모델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등 주요 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다. 김 대표는 “도표나 이미지도 모두 함께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연을 펼친 NC AI는 ‘3차원 그래픽’ 생성, 시각 정보 처리 등 NC를 통해 확보한 게임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산업 AX(AI 전환)에 적용하겠다는 전략을 소개했다. 스마트팩토리와 같이 산업에서 활용하는 AI는 반드시 3차원 그래픽이 필요하다. 이연수 NC AI 대표는 “전략 산업들이 AI라는 날개를 달고 세계 무대에서 한 단계 비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매개변수 5000억 개의 초거대 AI 모델 ‘A.X.K1’을 선보였다. 매개변수로 보자면 국내 최대 규모다. 올해 8월 공개된 오픈AI의 ‘챗GPT-5’의 매개변수가 약 2조5000억 개로 추정된다. LG AI연구원은 ‘K-엑사원’이 성능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은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LG는 미국과 중국의 프런티어 AI 모델 중 매개변수 2360억 개의 K-엑사원과 규모가 비슷한 알리바바의 ‘큐원3 235B’를 1차 성능 목표로 잡았다. 유일한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는 한국의 문화와 미묘한 뉘앙스를 이해하는 ‘솔라 오픈 100B’ 모델을 선보였다. 정부는 1차 평가 결과를 내년 1월 15일 이전 발표할 예정이다. 1차 평가에서 5개 팀 중 한 팀이 탈락하고, 6개월마다 한 팀씩 떨어뜨려 2027년 상반기(1~6월) 최종 2개 팀으로 압축된다. 최종 선정 팀에는 AI 모델 고도화를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구축·가공 비용으로 연간 30억~50억 원가량이 지원된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KT의 소형기지국(펨토셀) 관리 부실로 1300만 가입자의 정보가 유출될 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이용자에게 안전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KT에 1300만 가입자가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더라도 위약금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KT의 과실이 명확하고, 서버 94대가 무려 103종의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등 SK텔레콤 해킹 사고를 웃도는 ‘역대급’ 사고라고 판단해서다.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KT가 계약상 주된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 위약금 면제 규정이 적용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민관 조사단이 KT 서버 3만3000대를 정밀 조사한 결과 총 94대 서버가 ‘BPF도어’ ‘루트킷’ 등 총 103종의 악성코드에 감염된 것이 확인됐다. 28대의 서버에서 33종의 악성코드가 감염됐던 SK텔레콤보다 더 감염 범위가 광범위했던 셈이다. 서버 감염과 별개로 소액 결제 사고의 핵심 ‘매개체’가 됐던 불법 펨토셀에 대한 관리 부실도 드러났다. 조사 결과 KT에 납품되는 모든 펨토셀 제품은 동일한 제조사 인증서를 사용하고 있어 이 인증서를 이용하면 정상 펨토셀이 아니더라도 KT 망에 접속이 가능했다. 공격자들은 불법 펨토셀을 활용해 암호화가 되기 전 평문의 문자 및 ARS 내용을 탈취해 소액결제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범인들이 이미 지난해 펨토셀을 운영한 정황도 확인했다. 범인들은 지난해 5월 불법 펨토셀을 차량에 싣고 서울 전역을 돌아다니며 범죄를 시도했으나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실패했다가, 해당 장비로 올해 같은 범죄를 다시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정통부는 위약금 면제 외에도 KT가 침해사고 이후 신고를 뒤늦게 한 것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에 의거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T는 “고객 보상안이 확정되는 대로 조속히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익명의 화이트해커의 제보로 시작된 LG유플러스의 정보 유출 조사에 대해서는 특정 서버에서 서버 계정 정보, 임직원 성명 등 정보가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 정부가 정밀 분석을 시작하기 전 LG유플러스가 서버 운영체제(OS) 재설치 및 폐기를 통해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이 있어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경찰이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증거 조작이나 허위 자료 제출이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도 범정부TF 회의를 열고 쿠팡 사건과 관련해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서 열린 정례 간담회에서 “(쿠팡이) 허위·조작된 자료를 제출하는 등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혐의는) 증거인멸이나 공무집행방해 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쿠팡은 고객 정보를 유출한 중국 국적의 전직 직원을 자체적으로 특정한 뒤 중국 현지에서 잠수부를 투입해 해당 직원이 버린 노트북을 찾아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쿠팡은 해당 노트북 등을 임의 제출하며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자료를 확보하게 된 경위만 진술했을 뿐 노트북에 대해 자체 포렌식을 진행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 청장은 “이례적인 사례로 보인다”면서도 “경찰 수사는 경찰이 확보한 증거와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어서, 현재로선 수사 방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제출 받은 노트북 외에도 쿠팡 본사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는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피의자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2020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였던 장덕준 씨의 사망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된 쿠팡 창업자 김범석 쿠팡Inc 의장에 대한 수사는 서울경찰청이 맡는다. 정부도 이날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하고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종합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TF에는 국가정보원, 경찰청,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과기정통부, 개인정보위 등이 참여했다. 우선 과기정통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는 3000만 건 이상으로 추정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조사한다. 또 과기정통부는 사고 원인과 쿠팡의 보안 문제점을, 금융위는 쿠팡의 부정 결제 가능성과 고금리 대출 관행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 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경찰이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증거 조작이나 허위 자료 제출이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도 범정부TF 회의를 열고 쿠팡 사건과 관련해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서 열린 정례 간담회에서 “(쿠팡이) 허위·조작된 자료를 제출하는 등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혐의는) 증거인멸이나 공무집행방해 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쿠팡은 고객 정보를 유출한 중국 국적의 전직 직원을 자체적으로 특정한 뒤 중국 현지에서 잠수부를 투입해 해당 직원이 버린 노트북을 찾아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쿠팡은 해당 노트북 등을 임의 제출하며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자료를 확보하게 된 경위만 진술했을 뿐 노트북에 대해 자체 포렌식을 진행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 청장은 “이례적인 사례로 보인다”면서도 “경찰 수사는 경찰이 확보한 증거와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어서, 현재로선 수사 방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제출 받은 노트북 외에도 쿠팡 본사 등을 압수수색 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는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피의자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이와 별도로 2020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였던 고 장덕준 씨의 사망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된 쿠팡 창업자 김범석 쿠팡Inc 의장에 대한 수사는 서울경찰청이 맡는다. 정부도 이날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하고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종합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TF에는 국가정보원, 경창철,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과기정통부, 개인정보위 등이 참여했다. 우선 과기정통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는 3000만 건 이상으로 추정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조사한다. 또 과기정통부는 사고 원인과 쿠팡의 보안 문제점을, 금융위는 쿠팡의 부정 결제 가능성과 고금리 대출 관행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 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KT의 소형기지국(팸토셀) 관리 부실로 1300만 가입자의 정보가 유출될 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이용자에게 안전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KT에 1300만 가입자가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더라도 위약금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KT의 과실이 명확하고, 서버 94대가 무려 103종의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등 SK텔레콤 해킹 사고를 웃도는 ‘역대급’ 사고라고 판단해서다.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KT가 계약상 주된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 위약금 면제 규정이 적용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민관 조사단이 KT 서버 3만3000대를 정밀 조사한 결과 총 94대 서버가 ‘BPF도어’ ‘루트킷’ 등 총 103종의 악성코드에 감염된 것이 확인됐다. 28대의 서버에서 33종의 악성코드가 감염됐던 SK텔레콤보다 더 감염범위가 광범위했던 셈이다. 게다가 KT는 지난해 3월 감염 서버를 발견하고도 정부에 알리지 않고 서버 41대 등 자체적으로 처리하는데 그쳤다.서버 감염과 별개로 소액 결제 사고의 핵심 ‘매개체’가 됐던 불법 펨토셀에 대한 관리 부실도 드러났다. 조사 결과 KT에 납품되는 모든 펨토셀 제품은 동일한 제조사 인증서를 사용하고 있어, 이 인증서를 이용하면 정상 펨토셀이 아니더라도 KT 망에 접속이 가능했다. 공격자들은 불법 펨토셀을 활용해 암호화가 되기 전 평문의 문자 및 ARS 내용을 탈취해 소액결제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KT 무단 소액결제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성 사이버수사과는 범인들이 이미 지난해 팸토셀을 운영한 정황도 확인했다. 범인들은 지난해 5월 불법 펨토셀을 차량에 싣고 서울 전역을 돌아다니며 범죄를 시도했으나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실패했다가, 해당 장비로 올해 같은 범죄를 다시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과기정통부는 위약금 면제 외에도 KT가 침해사고 이후 신고를 뒤늦게 한 것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에 의거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T는 “고객 보상안이 확정되는 대로 조속히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익명 화이트해커의 제보로 시작된 LG유플러스의 정보 유출 조사에 대해서는 특정 서버에서 서버 계정 정보, 임직원 성명 등 정보가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 정부가 정밀 분석을 시작하기 전 LG유플러스가 서버 운영체제(OS) 재설치 및 폐기를 통해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이 있어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화면에 ‘백오십만 원’이라고 적어주세요.”23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은행 창구. 기자가 치매 노인 박선자(92·가명) 씨의 통장과 도장을 내밀고 현금 인출을 요청하자 직원이 이같이 답했다. 디지털 패드에 박 씨의 이름을 적자 띠지로 묶인 현금 뭉치가 곧장 기자의 손에 쥐어졌다. 신분증이 필요 없냐고 묻자 직원은 “(예금주의) 도장이 있으니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치매 노인과 무관한 제3자가 타인의 자산을 탈취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분 40초였다.취재팀은 22, 23일 이틀간 치매 노인 가족의 동의를 받아 서울과 경기의 은행 5곳에서 ‘미스터리 쇼핑’을 진행했다. 대상은 2022년 치매 진단과 함께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박 씨의 통장이었다. 그 결과 5곳 모두에서 아무런 제지 없이 현금을 인출할 수 있었다. 172조 원에 달하는 ‘치매 머니’를 노린 사냥이 잇따르지만, 정작 최전방인 은행 창구는 허술한 본인 확인 절차 앞에 뻥 뚫려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분 만에 뚫린 은행… “ATM 쓰세요” 안내까지예금주와 동행하지 않고도 돈을 찾는 방법은 간단했다. 통장과 도장을 내고, 은행 직원에게 현금을 뽑아 달라고 요구한다. 이후 직원의 안내에 따라 비밀번호와 이름만 입력하면 끝이었다. 예금주와의 관계를 묻거나 신분증을 요구한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오히려 창구 인출보다 쉬운 방법을 안내하는 곳도 있었다. 경기 수원시에 있는 한 은행 지점 직원은 “대기 시간이 길어 죄송하다”며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면 바로 현금을 뽑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박 씨 명의로 통장을 새로 개설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지만, 노인이 직접 와야 한다”면서도 “모시고 와서, 확인이라 대답만 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인지 능력이 무너진 노인을 은행에 앉혀 놓기만 하면 사냥꾼이 마음대로 계좌를 주무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치매 환자였던 고 강대용 씨(73)의 ‘고향 친구’도 지난해 3월 이런 식으로 강 씨 명의 통장을 만들어 재산을 가로챘다.박 씨도 이처럼 허술한 은행의 현금 인출 시스템으로 인해 조카에게 돈을 뺏긴 피해자다. 치매 진단을 받은 2022년부터 조카인 김모 씨가 박 씨의 통장을 관리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수십만 원대 현금을 뽑아 사용했다. 나중에는 박 씨를 직접 은행 창구로 데려가 3000만 원의 예금을 한꺼번에 인출하기도 했다. 박 씨의 며느리 윤모 씨(56)는 “은행에서 이렇게 쉽게 돈을 뽑을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라며 “우리 어머님 같은 치매 노인에 대해선 보호장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작동 않는 범죄 예방책은행권이 범죄 방어 체계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사냥’을 막는 데 큰돈을 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주요 은행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이체 보류 등 임시 조치를 한 사례는 최근 3년간 21만1380건에 달했다. 지난해 의심거래보고(STR) 건수도 108만 건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하지만 이런 감시망은 ‘창구의 도장’ 앞에서 무용지물이 됐다. 은행이 인공지능(AI)을 동원해 비대면 이체를 실시간 감시하는 동안, 정작 대면 창구에 나타난 사냥꾼은 낡은 약관의 비호를 받으며 유유히 현금을 챙겼다. 예금거래기본약관상 도장과 비밀번호가 일치하면 은행의 책임은 면제되기 때문이다.은행연합회와 금감원은 2023년 4월 치매 환자처럼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치료비 등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예금주의 가족이 치료비 목적으로 통장에서 돈을 인출할 땐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는 위임장 등을 요구하기로 했는데, 취재팀이 둘러본 은행 5곳에서 이 절차를 지킨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감도장이 있으면 위임장 없이도 돈을 내주는 관행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치매 노인의 자산을 노리는 사냥꾼 대다수는 피해자의 곁을 지키며 언제든 통장과 도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이들이다. 실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2020년부터 5년간 조사한 치매 노인 대상 경제적 학대 판정서 379건을 분석한 결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아들딸 등 가족(52.0%)이었다. 요양원·요양병원 등 시설 종사자(31.9%)와 이웃 등 지인(11.9%)이 그 뒤를 이었다. 379건 중 126건은 치매 노인의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연금 등을 몰래 빼돌리는 ‘기생형’이었다. 하지만 은행의 허술한 현금 인출 구조로 인해 이를 막지 못하는 셈이다.● “치매 진단 정보 공유하고, 특별 확인 절차 둬야”전문가들은 치매 노인의 자산권을 지키기 위해선 의료와 금융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등급 판정을 받고 장기요양인정서가 나온 치매 환자라면 해당 은행이 해당 정보를 공유받고 계좌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제3자가 대신 예금을 찾을 때 인감이 있어도 대리인 위임장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치매가 의심되는 고령층에겐 특별한 확인 절차를 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연지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선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연락처를 은행에서 미리 파악한다”며 “고령층 등에서 의심 거래가 발생할 때 이 연락처를 통해 통장 주인과의 관계를 확인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화면에 ‘백오십만 원’이라고 적어주세요.”23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은행 창구. 기자가 치매 노인 박선자(92·가명) 씨의 통장과 도장을 내밀고 현금 인출을 요청하자 직원이 이같이 답했다. 디지털 패드에 박 씨의 이름을 적자 띠지로 묶인 현금 뭉치가 곧장 기자의 손에 쥐어졌다. 신분증이 필요 없느냐고 묻자 직원은 “(예금주의) 도장이 있으니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치매 노인과 무관한 제3자가 타인의 자산을 탈취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분 40초였다.취재팀은 22, 23일 이틀간 치매 노인 가족의 동의를 받아 서울과 경기의 은행 5곳에서 ‘미스터리 쇼핑’을 진행했다. 대상은 2022년 치매 진단과 함께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박 씨의 통장이었다. 그 결과 5곳 모두에서 아무런 제지 없이 현금을 인출할 수 있었다. 172조 원에 달하는 ‘치매 머니’를 노린 사냥이 잇따르지만, 정작 최전방인 은행 창구는 허술한 본인 확인 절차 앞에 뻥 뚫려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분 만에 뚫린 은행… “ATM 쓰세요” 안내까지예금주와 동행하지 않고도 돈을 찾는 방법은 간단했다. 통장과 도장을 내고, 은행 직원에게 현금을 뽑아 달라고 요구한다. 이후 직원의 안내에 따라 비밀번호와 이름만 입력하면 끝이었다. 예금주와의 관계를 묻거나 신분증을 요구한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오히려 창구 인출보다 쉬운 방법을 안내하는 곳도 있었다. 경기 수원시에 있는 한 은행 지점 직원은 “대기 시간이 길어 죄송하다”며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면 바로 현금을 뽑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박 씨 명의로 통장을 새로 개설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지만, 노인이 직접 와야 한다”면서도 “모시고 와서, 확인이라 대답만 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인지 능력이 무너진 노인을 은행에 앉혀 놓기만 하면 사냥꾼이 마음대로 계좌를 주무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치매 환자였던 고 강대용 씨(73)의 ‘고향 친구’도 지난해 3월 이런 식으로 강 씨 명의 통장을 만들어 재산을 가로챘다.박 씨도 이처럼 허술한 은행의 현금 인출 시스템으로 인해 조카에게 돈을 뺏긴 피해자다. 치매 진단을 받은 2022년부터 조카인 김모 씨가 박 씨의 통장을 관리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수십만 원대 현금을 뽑아 사용했다. 나중에는 박 씨를 직접 은행 창구로 데려가 3000만 원의 예금을 한꺼번에 인출하기도 했다. 박 씨의 며느리 윤모 씨(56)는 “은행에서 이렇게 쉽게 돈을 뽑을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라며 “우리 어머님 같은 치매 노인에 대해선 보호장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작동 않는 범죄 예방책은행권이 범죄 방어 체계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사냥’을 막는 데 큰돈을 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주요 은행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이체 보류 등 임시 조치를 한 사례는 최근 3년간 21만1380건에 달했다. 지난해 의심거래보고(STR) 건수도 108만 건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하지만 이런 감시망은 ‘창구의 도장’ 앞에서 무용지물이 됐다. 은행이 인공지능(AI)을 동원해 비대면 이체를 실시간 감시하는 동안, 정작 대면 창구에 나타난 사냥꾼은 낡은 약관의 비호를 받으며 유유히 현금을 챙겼다. 예금거래기본약관상 도장과 비밀번호가 일치하면 은행의 책임은 면제되기 때문이다.은행연합회와 금감원은 2023년 4월 치매 환자처럼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치료비 등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예금주의 가족이 치료비 목적으로 통장에서 돈을 인출할 땐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는 위임장 등을 요구하기로 했는데, 취재팀이 둘러본 은행 5곳에서 이 절차를 지킨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감도장이 있으면 위임장 없이도 돈을 내주는 관행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치매 노인의 자산을 노리는 사냥꾼 대다수는 피해자의 곁을 지키며 언제든 통장과 도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이들이다. 실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2020년부터 5년간 조사한 치매 노인 대상 경제적 학대 판정서 379건을 분석한 결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아들딸 등 가족(52.0%)이었다. 요양원·요양병원 등 시설 종사자(31.9%)와 이웃 등 지인(11.9%)이 그 뒤를 이었다. 379건 중 126건은 치매 노인의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연금 등을 몰래 빼돌리는 ‘기생형’이었다. 하지만 은행의 허술한 현금 인출 구조로 인해 이를 막지 못하는 셈이다.● “치매 진단 정보 공유하고, 특별 확인 절차 둬야”전문가들은 치매 노인의 자산권을 지키기 위해선 의료와 금융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등급 판정을 받고 장기요양인정서가 나온 치매 환자라면 해당 은행이 해당 정보를 공유받고 계좌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제3자가 대신 예금을 찾을 때 인감이 있어도 대리인 위임장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치매가 의심되는 고령층에겐 특별한 확인 절차를 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연지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선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연락처를 은행에서 미리 파악한다”며 “고령층 등에서 의심 거래가 발생할 때 이 연락처를 통해 통장 주인과의 관계를 확인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지난달 6일, 일본 도쿄에서 차로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사이타마현 한노(飯能)시의 솜포요양원. 로비에 들어서자 따스한 노란 조명 아래 백발의 미와 요시오 씨(78)가 나무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오른쪽에는 27년 지기이자 법무사인 다카하시 히로시 씨가 자리했다. 긴장한 표정의 미와 씨가 입을 열었다.“저한테…. 재산이 있나요?”● ‘나다운 삶’ 위해… 12만 명이 임의 후견아내와 사별하고 아들과 떨어져 홀로 사는 그는 2년 전 치매로 진단된 후 증상이 계속 나빠져 최근에는 재산이 있다는 기억조차 희미해진 상태였다. 한국이었다면 ‘치매 머니 사냥꾼’이 군침을 흘릴 표적이 됐을 것이다.하지만 이날의 풍경은 약탈이 아닌 보호의 현장이었다. 과거 부동산업자로 일했던 미와 씨는 건강했던 4년 전 다카하시 씨를 후견인으로 정해 뒀다. 이날은 후견 활동을 공식적으로 개시하기 위해 본인 의사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다카하시 씨는 미와 씨가 직접 서명했던 계약서를 꺼내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혹시 내가 치매에 걸려도 살던 곳을 떠나지 않겠다. 내 재산은 요양비로 우선 쓰고, 남은 돈은 지역 발전을 위해 쓰고 싶다.” 서류에서 눈을 뗀 다카하시 씨가 미와 씨와 눈을 맞췄다. “이 약속대로 저희가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겠습니다.” 미와 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안심 되네요.”일본에는 미와 씨처럼 건강할 때 미리 후견인을 정해 둔 노인이 12만 명이 넘고, 실제로 후견이 개시된 사례가 1만4229명에 이른다. 후견 신청자가 229명, 개시 사례가 32명에 그친 한국과는 다르다. 수혜 대상엔 기초생활수급자도 있다. 소외 계층도 미리 준비된 시스템을 통해 ‘나다운 삶’과 재산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동네마다 ‘후견지원센터’, 문턱 낮춘 해결사일본이 이처럼 탄탄한 방어막을 갖추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같은 날 오전 한노시의 ‘사회복지협의회’를 찾았다. 한국의 행정복지센터와 비슷한데, 이곳에선 각 지방자치단체의 후견 업무를 한다. 한노시는 인구 8만 명의 소도시지만, 이곳 1층에는 ‘중핵기관’(후견지원센터)이라는 나무 팻말이 걸린 사무실이 큼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사무실에선 사노 시게루 씨(68)가 센터 직원과 상담 중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양성한 ‘시민후견인’이다. 은퇴 후 간호사 경험을 살려 이웃 치매 노인의 후견인으로 활동하는 그는, 이날도 자신이 맡은 80대 치매 노인의 병원비 납부 문제를 상의하러 들렀다.나미키 카즈히로 한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국장은 “한국에서는 친족이 아닌 후견인을 구하려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수백만 원을 내야 한다고 들었지만, 일본은 다르다”고 했다. 일본은 2016년 ‘성년후견제도 이용촉진법’을 제정하고, 전국 지자체의 약 70%에 후견지원센터를 설치했다.이곳에서는 상담부터 서류 작성, 후견인 매칭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기댈 곳 없는 치매 노인에게는 사노 씨 같은 시민 후견인을 연결해 준다. 사노 씨는 “한 달에 한 번 치매 노인의 병원비를 정산하고, 정기적으로 면회를 가 말벗이 되어 드린다”며 “이웃을 지킨다는 책임감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시민 후견인의 시급은 1600엔(약 1만5000원)으로, 도쿄의 최저시급 1226엔(1만1600원)보다 높다. 후견인 지정 절차도 효율적이다. 한국에선 신청부터 선임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걸리지만 일본은 대체로 2개월이면 된다.후견인이 지정되기 전에도 보호망은 작동한다. 한노시는 판단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으나 아직 법정 후견이 필요할 정도는 아닌 노인을 위해 ‘안심 서포트’ 제도를 운용 중이다. 누가 빼돌리지 못하게 연금이나 수당을 직접 노인에게 전달한다. 저소득층의 경우 후견인의 활동을 관리하는 감독인 비용도 국가가 대신 내준다. 일본도 아직은 사후 조치인 법정후견을 이용하는 노인이 많지만, 임의후견 활성화를 위해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가족 약탈’의 교훈… 전문가와 신탁이 만든 ‘철벽’일본이라고 처음부터 완벽했던 건 아니다. 도쿄 신주쿠구에 있는 ‘성년후견센터 리걸서포트’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일본도 2000년대 초 뼈아픈 성장통을 겪었다”고 입을 모았다. 2016년엔 친족 후견인에 의한 횡령 피해액이 연간 56억 엔(약 520억 원)에 달했다. 자녀가 후견인이 된 뒤 부모 돈을 유흥비로 탕진하거나, 빚을 갚는 데 써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이에 일본 법원은 칼을 빼 들었다. ‘돈’과 ‘돌봄’을 분리하는 대수술을 감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변호사·법무사 등 전문가가 후견인을 맡는 비율은 과거 10%에서 현재 80% 수준으로 상승했다.또 일본은 치매 노인이 큰돈을 신탁은행에 맡겨 두도록 ‘후견제도지원신탁’ 제도를 운영한다. 법원이 친족 후견인에게 신상 보호 권한과 그에 필요한 2000만~3000만 원 정도의 유동성 자금만 맡기고, 상대적으로 큰 자산은 금융기관이 관리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방식이다. 후견인이 부동산 판 돈 같은 목돈을 찾으려면 반드시 가정법원이 허가해야 한다. 도쿄변호사회 소속 아카누마 야스히로 성년후견전문 변호사는 “이 시스템을 도입한 후 횡령 피해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최고재판소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맡긴 후견제도지원신탁 금액만 3845억 엔(약 3조6600억 원)에 달했다.최근에는 재산 관리는 전문 후견인이나 신탁은행이, 병원 동행이나 요양원 선택은 가족이 맡는 ‘역할 분담’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신탁금을 운용하다가 생긴 손실은 전액 금융사가 책임지도록 했다. 치매에 걸리기 전 믿을 수 있는 가족에게 자산 관리를 위탁하는 ‘가족신탁’도 활성화돼 있다. 다만, 일본은 연금 운용기관 등이 재산을 맡아주는 공공신탁은 운영하고 있지 않다.● 고액 인출하면 은행 직원이 신고일본에선 경제적 학대 조짐이 보이면 지자체가 강력한 권한을 갖고 개입한다. 학대 징후가 보여도 조사관이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인 한국과는 달랐다. 가족이 없는 경우는 물론이고, 가족이 있어도 학대가 의심되면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법원에 후견인을 신청한다. 이 비율이 전체의 30%에 달한다.금융 시스템 역시 촘촘하다. 일본 금융기관은 지자체와 협력해 치매 의심 고객의 거래 패턴을 모니터링한다. 평소와 달리 고액을 찾거나 낯선 인물이 동행해 돈을 찾으려 하면 즉시 지자체에 신고한다. 공무원은 즉각 개입해 사실관계를 확인한다.일본 성년후견법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아라이 마코토 주오대 교수는 “치매 노인의 자산이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후견 제도와 신탁을 결합해 자산은 안전하게 묶어두고, 돌봄에는 유연하게 쓰이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헌트: 치매 머니 사냥’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취재: 전혜진 박경민 최효정 기자▽프로젝트 기획: 김재희 기자▽사진: 박형기 기자▽편집: 하승희 봉주연 기자▽그래픽: 박초희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임선영 인턴QR코드를 스캔하면 치매 노인의 자산을 노리는 ‘사냥’의 실태를 디지털로 구현한 ‘헌트: 치매머니 사냥’()으로 연결됩니다.도쿄=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12만 명 vs 229명.치매로 기억을 잃기 전, 내 자산을 지켜줄 ‘후견인’을 미리 지정한 일본과 한국 노인의 숫자다. 치매 노인 인구는 각각 471만 명과 97만 명으로 4.9배인데, 건강할 때 후견인을 정하는 ‘임의후견’ 이용자는 50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극명한 격차 사이로 한국 치매 노인이 평생 모은 돈은 증발하고 있다.고향 친구에게 속아 땅 800평을 빼앗기고 세상을 떠난 강대용 씨(76) 곁에는 그를 지켜줄 시스템이 전무했다. 반면, 지난달 6일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만난 미와 요시오 씨(78)는 4년 전 자신이 직접 고용한 후견인 덕분에 치매 발병 후에도 재산을 지키며 평온한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한국도 12년 전, 임의후견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2023년 기준 신청자는 229명, 실제 이용자는 32명뿐. 사실상 잊힌 제도나 다름없다. 대다수는 치매 발병 후 재산을 두고 가족 간 멱살잡이가 벌어진 뒤에야 법원이 개입하는 ‘법정후견’이라는 사후약방문에 매달린다. 그나마 이조차 이용하는 치매 환자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이유는 명확하다. 복잡한 절차와 높은 비용 때문이다. 수백만 원의 선임 비용과 수십 건에 달하는 제출 서류도 부담인데, 후견인을 감시할 감독인 비용까지 치매 노인이 내야 한다.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는 조기 검진 업무에 허덕여 재산 보호에는 손을 놓았다. 돈을 맡아 보호해 주는 민간 은행의 신탁 상품이 있지만, 이 역시 최소 가입 금액이 수천만 원에 달해 저소득층은 문턱조차 밟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일본은 달랐다. 돈과 돌봄을 분리해 약탈을 원천 봉쇄했다. 예금과 부동산 등 큰 자산은 전문 후견인이나 신탁 상품에 맡겨 묶어두고, 서민에게는 복지사가 저렴한 비용으로 통장을 맡아 관리해 주는 ‘안심 서비스’를 제공해 사각지대를 없앴다. 동네마다 후견지원센터를 두고 모든 절차를 ‘원스톱’ 지원한다. 가족이 없거나 가난한 노인을 위해선 이웃이 시민 후견인으로 나선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파수꾼’을 자처하며 가족의 짐을 덜어줘서 가족은 횡령의 유혹 없이 환자의 돌봄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 덕분에 임의후견 신청자가 약 12만 명, 이용자는 2만 명에 달한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치매 노인과 가족 36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학대 판정서 379건을 전수 분석한 결론은 하나다. ‘치매 머니 사냥’은 개인의 불행이 아닌 시스템의 방조 탓이다. 154조 원에 달하는 한국의 치매 머니를 지키려면,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한다.韓, 후견인 신청 서류만 최소 15종… 법률비용 수백만원재산 보고 등 후견인 부담 과중신탁상품 최소 가입액 수천만원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서 후견-신탁 등 재산관리 필요“수수료 낮춘 공공신탁 도입을”믿었던 고향 친구에게 평생 모은 땅을 뺏기고 세상을 떠난 강대용 씨(73). 2년 전, 아들 강성식 씨(46)에게는 비극을 막을 한 번의 기회가 있었다. 아버지의 치매 증상이 심해지자 성식 씨가 후견인이 되기로 결심한 것. 하지만 법원에 제출할 서류 목록을 받아 든 성식 씨는 아연실색했다. 아버지의 모든 금융 거래 명세와 치매 판정서는 물론이고, 13분짜리 후견인 교육 영상을 시청했다는 확인서 등 15종이 넘는 서류를 요구한 것. 생업을 뒤로하고 산더미 같은 서류에 매달릴 수 없어 도움을 청한 법률사무소에서는 “500만 원은 주셔야 한다”고 했다. 성식 씨는 결국 후견인 신청을 포기했다.● ‘건강할 때 미리 후견’, 고작 229명치매 노인의 재산을 지키는 후견 제도는 크게 두 가지다. 건강할 때 미리 믿을 만한 자녀나 전문가를 후견인으로 정해 두는 ‘임의후견’(예방)과, 이미 치매가 발병해 판단력이 떨어진 뒤 법원이 관리자를 정해 주는 ‘법정후견’(사후 처방)이다. 만약 대용 씨가 미리 후견인을 정했다면, 고향 친구가 돈을 빼돌리는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 모든 금융 거래가 후견인을 거치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이 중 임의후견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건강할 때의 뜻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3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임의후견 신청자는 229명뿐이고, 후견이 개시된 사례는 32명에 불과하다. 100만 명에 육박하는 치매 환자 규모를 생각하면 사실상 없는 제도나 다름없다.이유는 간단하다. 비싸고 불편해서다. 일단 후견인 공증과 등기를 위한 변호사 법률 비용만 수백만 원이 든다. 어렵사리 절차를 마쳐도 치매가 발병하면 또다시 후견인을 감시할 ‘감독인’을 선임해야 하는데, 그 보수도 오롯이 치매 노인의 재산에서 나간다. 제철웅 한국후견협회 부회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한국은 ‘부정행위 방지’에만 초점을 맞춰 이중 삼중의 고비용 구조를 만들어 놓은 탓에, 서민은 울타리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치매안심센터 256곳, ‘재산 보호’는 남 일선진국과 비교하면 이런 단점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독일에선 공증 등 법적 절차 없이 지방자치단체에 후견인 지정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신청서는 동네 문구점에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국가가 직접 후견인의 활동을 관리해 일탈을 방지한다.후견인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점도 문제다. 매년 법원에 치매 노인의 재산과 사용 명세를 보고해야 하는데, 어디에 지출했는지 영수증까지 일일이 첨부해야 한다.이를 돕는 기관도 없다. 전국 256곳에 달하는 ‘치매안심센터’는 치매를 조기 진단하고 증상을 관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치매안심센터가 저소득층과 홀몸노인을 위해 공공후견인 지정을 돕는다고 홍보하지만, 수혜자가 올 11월 기준 누적 730명에 불과하다. 독일과 일본 등에 후견 신청뿐 아니라 후견인의 활동을 돕는 전담 기관이 있는 것과 대조된다.치매에 걸린 후 뒤늦게 지정하는 법정후견의 가장 큰 문제는 ‘정신이 온전할 때 고른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상 치매 발병 전후로 돌봐주던 가족이나 이웃이 후견인을 자처하는데, 이들이 도리어 ‘사냥꾼’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신탁도 문턱 높아… “국가·은행이 금고지기 돼야”가족도 믿을 수 없고, 후견 비용도 부담스러운 치매 노인을 위해 신탁 상품의 문턱이라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이나 보험사가 치매 노인의 재산을 위탁받아 관리하면서 병원비나 요양비 등 필요한 곳에만 자금을 집행하는 서비스인데, 최소 가입액이 수천만 원에 이르고 수수료도 비싸다. 적은 재산이라도 저렴한 수수료로 맡길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국가가 수수료를 지원하는 방식도 필요하다.재산과 돌봄이 연결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가족이 없는 치매 노인은 신탁 상품에 가입했어도 운용사가 요양시설 입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홀몸 치매 노인만이라도 신탁 제도와 돌봄 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궁극적으로는 ‘공공신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공단 등 공공기관이 신탁 기관이 돼주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정부 지원으로 세운 비영리 법인이 저렴한 수수료로 신탁 서비스를 제공한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신탁을 통해 치매 노인의 자산을 안전하게 묶어두고, 이를 돌봄 서비스 비용으로만 지출되도록 연결한다면 치매 환자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매 노인 거래 땐 은행 직원에게 알려야”제도 밖에서는 ‘정보의 단절’이 약탈을 부추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치매 등급 판정 정보’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 공유되지 않는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목 아래, 치매라는 질병 정보가 금융 시스템과 단절된 것이다.이 틈을 타 사냥꾼들은 활개 친다. 은행 창구 직원은 통장의 주인이 중증 치매 환자인지 알 길이 없다. 대용 씨의 신분증과 도장을 든 ‘고향 친구’가 혼자 은행을 찾았을 때 직원은 의심 없이 돈을 내줬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데도 방치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돈이 빠져나간 뒤 학대 정황을 포착했을 때 이를 입증할 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다. 학대 조사관이 현장에 나가도, 가해자로 의심되는 가족이나 요양보호사가 “생활비로 썼다”며 통장 내역 공개를 거부하면 강제할 권한이 없다.경찰 수사도 마찬가지다. ‘친족상도례(가족 간 재산 범죄는 처벌 면제)’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지만, 수사 현장에서는 여전히 “가족 간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라”며 반려되기 일쑤다. 한 학대 조사관은 “계좌를 열어볼 권한조차 없어 사실상 맨손으로 전쟁터에 나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헌트: 치매 머니 사냥’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취재: 전혜진 박경민 최효정 기자▽프로젝트 기획: 김재희 기자▽사진: 박형기 기자▽편집: 하승희 봉주연 기자▽그래픽: 박초희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임선영 인턴QR코드를 스캔하면 치매 노인의 자산을 노리는 ‘사냥’의 실태를 디지털로 구현한 ‘헌트: 치매머니 사냥’()으로 연결됩니다.도쿄=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전국의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2023년 말 기준 5917곳. 이곳에 머무는 치매 환자는 약 31만3250명이다. 전체 치매 환자 10명 중 3명이 집을 떠나 시설에서 생활하는 셈이다. 우리요양원 7층의 연순과 옥분, 명자는 그중 셋일 뿐이다.이들처럼 새어 나가는 기억과 재산을 붙잡지 못하고 있는 ‘치매 머니 사냥’의 피해자는 전국 요양시설에 얼마나 퍼져 있을까.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10월 31일부터 지난달 6일까지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와 함께 전국 요양원 321곳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벌였다.그 결과, 곳곳에서 치매 노인이 자산을 뺏기고 방치되는 징후가 뚜렷했다. 설문에 응답한 시설 중 54곳(16.8%)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금융 범죄 피해를 본 치매 노인 사례를 직접 목격했거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징후도 뚜렷했다. “입소 이후 노인의 자산이 급격히 감소한 경우가 있다”고 답한 곳은 33곳(10.3%)이었다. 멀쩡하던 노인이 치매 발병 후 빈털터리가 되어 “기초생활 수급자로 전락했다”는 응답도 85곳(26.5%)에 달했다. 시설 입소 노인 약 10명 중 3명은 치매가 온 뒤 평생 모은 재산을 잃고 국가의 지원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치매 노인의 ‘금융 주권’은 사실상 박탈 상태였다. 입소 노인이 자기 재산을 직접 관리한다고 응답한 시설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반면 320곳은 “배우자나 자녀 등 보호자가 전적으로 관리한다”고 답했다. 법적 안전망인 후견 제도를 이용하는 노인이 있다는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가족에게 통장을 맡긴 대가는 가혹했다. 117곳(36.4%)은 “재산을 가져간 보호자가 시설 비용조차 제대로 내지 않아 체납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돈은 가족이 쓰고, 빚은 노인이 지는 구조다.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고립’이다. 208곳(64.8%)이 “특정 가족에게 입원 사실을 알리지 말라거나 면회를 막아 달라는 식의 ‘사생활 보호 조치’를 요청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 요양원 관계자는 “재산 분쟁 중인 자녀가 부모를 독점하려고 면회를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의도가 뻔히 보이지만 보호자 권한이 막강해 요양원이 개입하거나 신고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헌트: 치매 머니 사냥’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취재: 전혜진 박경민 최효정 기자▽프로젝트 기획: 김재희 기자▽사진: 박형기 기자▽편집: 하승희 봉주연 기자▽그래픽: 박초희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임선영 인턴QR코드를 스캔하면 치매 노인의 자산을 노리는 ‘사냥’의 실태를 디지털로 구현한 ‘헌트: 치매머니 사냥’()으로 연결됩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