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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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5-06-26~2025-07-26
문학/출판27%
인사일반27%
문화 일반20%
음악10%
사회일반7%
언론3%
대통령3%
연극3%
  • [책의 향기]술 한잔에 ‘붉은 얼굴’, 한중일서만 나타난다

    술을 마시면 유독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지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동양인에게 더 흔하다. 이 증상에 ‘아시아 홍조 증후군(Asian Flush Syndrome)’이라는 의학적 명칭이 붙었을 정도다. 한국인의 30%, 중국인의 35%, 일본인의 45%가 이 증상을 갖고 있는데, 동북아 3국에 집중된 유전적 특이성이라고 한다. 단, 쉽게 얼굴이 붉어져도 술은 남들처럼 문제없이 마실 수 있는 사람은 더 큰 주의가 필요할지 모른다. 술의 에탄올을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바꾸는 ADH 효소의 기능은 정상이라 ‘취한 기분’에는 내성이 있지만, 생성된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아세트산으로 바꾸는 기능이 떨어져 독성 물질이 계속 누적되는 탓이다. 저자는 “술은 마시면 는다고도 하지만 독성 분자가 누적되는 것을 피할 수 없으니 아시아 홍조 증후군이 있다면 알코올 섭취는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한다. 건강검진 도중 의사가 건네는 당부처럼 들리겠지만, 술과 관련해 이러한 지식을 알려주는 저자는 광운대 화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화학자다. 저자는 화학물질인 술을 화학의 관점에서 낱낱이 분석하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술과 관련된 상식, 속설 그리고 술을 마셨을 때 체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쉽게 들려준다. 저자는 유튜브와 방송 등에서 시청자들이 화학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내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유튜버’이기도 한데, 이 책은 자신이 아는 지식을 유난히 신나서 설명한다는 느낌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알코올을 ‘찬양’하는 애주가다. “술을 마시는 순간만큼은 과학자보다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고 한다. 책은 술이 발명된 역사부터 시작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현재 튀르키예 남동부에 있는 ‘괴베클리 테페’ 유적지에선 약 1만7000년 전 맥주 양조 과정 중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옥살산 칼슘이 발견됐다. 저자는 “남는 자원을 활용해 술을 빚은 게 아니라 술을 빚기 위해 농경이 널리 퍼졌다는 해석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며 인류의 역사 속에서 술은 이미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한 주요한 도구였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 신전, 궁전의 제사에서 쓰이는 등 의례를 위해 술이 사용되긴 했지만 인류가 술을 빚고 마시는 문화를 지속해 온 근본 원인은 술을 마셨을 때 생기는 화학적·생리학적 효과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주종별로 인기 있는 안주의 조합에도 이유가 있다. 소주처럼 알코올 농도가 높은 술엔 식도와 위의 자극을 완화할 국물이 제격이다. 국물 속 나트륨이 술맛을 더 부드럽게 느끼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술을 마시고 알코올을 분해하려면 당이 소모되는데, 몸은 부족해진 당을 찾는다. 당신이 술을 마시는 동안 탄수화물 같은 안주를 계속 찾는 이유다. 술자리 뒤 귀갓길엔 입에 물, 아이스크림이 당기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애주가든 아니든, 화학과 교수가 ‘말아주는’ 술 이야기에 흠뻑 취해 볼 수 있는 책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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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스 소 굿’ 익숙한 재즈 멜로디 세상에 남기고…

    연주곡 ‘필스 소 굿(Feels So Good)’ 등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미국의 재즈 연주가이자 작곡가인 척 맨지오니가 22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세. 미 뉴욕타임스(NYT)는 고인의 가족 성명을 인용해 “뉴욕주 로체스터 자택의 가족 품에서 평화롭게 눈감았다”며 “고인의 음악에 대한 사랑은 무한한 에너지와 순수한 기쁨으로 무대에서 발산됐다”고 보도했다. 고인은 플루겔혼 연주자로 활동하며 1970, 80년대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플루겔혼은 트럼펫과 비슷하지만 더 낮은 음역대로 풍성한 음색을 낸다. 미 일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식료품점을 운영했던 고인의 아버지는 맨지오니와 형 갭이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은 뒤 1950년대 유명 재즈 연주가인 디지 길레스피 등과 교류하도록 주선했다. 이에 피아니스트인 형과 고인은 고교 때부터 ‘재즈 브러더스’란 듀오로도 활동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맨지오니는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스무스 재즈(Smooth Jazz)’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특히 1977년 앨범 ‘필스 소 굿’과 1978년 영화음악 앨범 ‘산체스의 아이들(Children Of Sanchez)’은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두 앨범의 곡들은 국내에서도 TV 드라마나 광고 등에서 자주 쓰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고인은 전설적인 재즈그룹 ‘아트 블래키 앤드 재즈 메신저스’의 트럼펫 연주자 출신이기도 하다. 이 그룹은 하드밥(hard bop)의 창시자인 블래키와 트럼펫 연주자 리 모건 등 역사적인 재즈 뮤지션들을 배출한 그룹으로 유명하다. 맨지오니는 그래미상에 14차례 후보로 올랐으며, 1976년과 1978년 두 차례 상을 받았다. 2000∼2010년 다섯 차례 한국에서 공연했다. 고인은 한국 무대에서 “내가 한국을 모를 때부터 좋아해준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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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뉴스제휴위 정책위원 11명 선정…새 제휴 평가규정 제정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면서 약 2년 2개월 간 중단됐던 언론사 입점 평가를 네이버가 조만간 재개할 전망이다. 과거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공정성 시비가 컸던 만큼 네이버가 개별 운영하는 뉴스제휴위원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25일 네이버는 뉴스제휴위원회 운영을 위한 첫 단계로 이날 뉴스제휴위원회 내 정책위원회 발족식을 진행하고 11명의 위원을 공개했다. 위원은 학계와 법조계, 언론계 출신과 정당의 추천을 받은 인물로 구성됐다. 정책위원장으로 선출된 최성준 변호사는 “공정하고 투명한 뉴스제휴위원회 정책을 수립해 발전된 온라인 미디어 환경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구체적으로 학계 출신 위원은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박아란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등 4명이다. 법조계 출신은 △윤태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정경오 법무법인 린 변호사 △최성준 법무법인 김장리 대표변호사 등 3명이고, 언론계 출신은 △김현준 전 연합뉴스 비즈/글로벌 상무 △양승욱 전 전자신문 대표 등 2명이다. 정당 추천으로는 강지연 미디어피해자연대 ‘언프레싱’ 사무총장과 김진형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가 합류했다. 뉴스제휴위원회는 네이버 뉴스의 언론사 입점과 제재, 퇴출 여부 등을 심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로, 크게 △정책위원회 △제휴심사위원회 △운영평가위원회 등 3개 위원회로 구성된다. 여기서 정책위원회는 심사 규정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제휴심사위원회는 신규 제휴 언론사 입점 평가 심사를 하고, 운영평가위원회에서는 기존 제휴사의 규정 준수 평가를 할 예정이다.본래 네이버와 카카오는 2015년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를 구성해 포털과 뉴스 제휴를 맺을 언론사를 심사해 왔다. 하지만 공정성 시비에다 위원들의 이념 편향 논란 등이 일면서 2023년 5월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당시 국민의힘 측이 제평위가 편향적이라고 주장하며 문제 삼은 가운데 나온 조치였다. 다만 일각에선 민간 자율기구에 정당이 직접 추천한 인물이 참여함으로써 여전히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정책위원회는 조만간 네이버뉴스의 신규 제휴평가 규정을 제정하고 후속 일정을 안내할 방침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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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주곡 ‘필스 소 굿’의 재즈 거장 척 맨지오니 별세

    연주곡 ‘필스 소 굿(Feels So Good)’으로 유명한 미국의 전설적 재즈 연주가이자 작곡가인 척 맨지오니가 22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84세.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고인의 가족 성명을 인용해 “맨지오니가 뉴욕주 로체스터 자택에서 가족들 곁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유족은 성명서에서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은 무한한 에너지, 무대에서 발산되는 순수한 기쁨으로 표현됐다”며 “그를 만나기 위해 기다려온 세계의 수많은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이 일일이 모든 팬들에게 사인을 할 정도로 감사할 줄 알았던 사람”이라고 전했다.맨지오니는 정상급 플루겔혼 연주자로 활동하며 1970∼1980년대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플루겔혼은 트럼펫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더 낮은 음역대로 풍성하고 서정적인 음색을 내는 관악기다.고인은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스무스 재즈(Smooth Jazz)’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특히 1977년 앨범 ‘필스 소 굿’과 1978년 영화음악 앨범 ‘산체스의 아이들(Children Of Sanchez)’ 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두 앨범 곡들은 국내 TV 드라마나 광고 등에서 자주 쓰이며 한국인들도 친숙하다. 호텔 로비나 카페에서도 그의 음악은 자주 재생된다.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맨지오니는 어린 시절부터 당대 유명 재즈 음악가들과 교류하며 단단한 음악적 토대를 마련했다. 그의 아버지는 식료품점을 운영했는데, 맨지오니와 그의 형 갭 맨지오니가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은 뒤 1950년대 유명 재즈 연주가인 디지 길레스피 등과 자주 만나도록 했다. 맨지오니의 재능을 알아본 첫 스승이기도 했다.피아니스트로 활동했던 형 갭과 척 맨지오니는 고교 때부터 함께 ‘재즈 브라더스’라는 재즈 듀오 팀을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USA투데이는 “당시 재즈 브라더스 활동은 향후 그의 솔로 활동에도 큰 토대가 됐다”고 전했다.고인은 전설적인 재즈그룹 ‘아트 블래키 앤 재즈 메신저스’의 트럼펫 연주자 출신이기도 하다. 이 그룹은 하드밥(hard bop)의 창시자인 블래키와 트럼펫 연주자 리 모건 등 역사적인 재즈 뮤지션들을 배출한 그룹으로 유명하다.맨지오니는 그래미상에 14차례 후보로 올랐으며, 1976년과 1978년 두 차례 상을 받았다. 2000~2010년 다섯 차례 한국에서 공연했다. 고인은 한국 무대에서 “내가 한국을 모를 때부터 좋아해준 팬들게 감사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튜브: 척 맨지오니 - ‘필스 소 굿(Feels So Good)’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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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協 “정부광고 위탁 이원화땐 공익성 저해”

    한국신문협회(회장 임채청)는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 대행하는 정부 광고 위탁 업무를 언론재단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로 이원화하려는 정부 및 여당의 정책안에 대해 “효율성과 공익성을 저해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신문협회는 23일 “대통령실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및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기획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22일 전달했다”고 밝혔다. 현행 정부광고법에 따르면 문체부 장관은 언론재단에 위탁해 정부 기관과 공공 법인의 광고 시행을 지원한다. 하지만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등은 이 업무의 관리·운영 기관을 문체부(인쇄 부문)가 위탁하는 언론재단과 방송통신위원회(방송 부문) 산하 코바코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문협회는 의견서에서 “정부 광고의 관리와 운영이 이원화되면, 정부광고법의 제정 취지인 공익성과 효율성이 저해된다”며 “조직 갈등을 유발할 수 있고 시의성을 확보하지 못해 업무 비효율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23년 헌법재판소가 정부 광고 업무를 언론재단에 위탁하도록 한 ‘정부광고법 시행령’의 합헌 결정을 언급하며 “이해관계자 간 갈등 및 제도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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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협회 “정부광고 대행기관 이원화, 효율성·공익성 저해”

    한국신문협회(회장 임채청)는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 대행하는 정부광고 위탁 업무를 언론재단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로 이원화하려는 정부 및 여당의 정책안에 대해 “효율성과 공익성을 저해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신문협회는 23일 “대통령실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및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기획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22일 전달했다”고 밝혔다. 현행 정부광고법에 따르면 문체부 장관은 언론재단에 위탁해 정부 기관과 공공 법인의 광고 시행을 지원한다. 하지만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등은 이 업무의 관리·운영 기관을 문체부(인쇄 부문)가 위탁하는 언론재단과 방송통신위원회(방송 부문) 산하 코바코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문협회는 의견서에서 “정부 광고의 관리와 운영이 이원화되면, 정부광고법의 제정 취지인 공익성과 효율성이 저해된다”며 “조직 갈등을 유발할 수 있고 시의성을 확보하지 못해 업무 비효율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23년 헌법재판소가 정부광고 업무를 언론재단에 위탁하도록 한 ‘정부광고법 시행령’의 합헌 결정을 언급하며 “이해관계자 간 갈등 및 제도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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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억 기부’ 중학생 작가 백은별, 최연소 고액기부자 됐다

    지난해 중학생 소설가로 데뷔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백은별 양(16)이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가입했다. 백 양은 서울 사랑의열매 기준으로 최연소 회원이 됐다.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백 양이 17일 1억 원 기부를 약정하고 아너 소사이어티 3700번째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18일 밝혔다.백 양은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열린 가입식에서 “독자들에게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려주고자 기부를 결심했다”며 “또래에게 작가가 될 수 있단 꿈을 심어주고, 힘든 이들이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백 양은 중학교 2학년인 지난해 1월 소설 ‘시한부’를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청소년의 시선에서 우울과 혼란을 그려낸 소설은 20주 연속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올 5월 발표한 소설 ‘윤슬의 바다’는 지난 달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39위에 오르기도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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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클래식 음악’에 숨겨진 독재의 흔적

    이오시프 스탈린이 다스리던 시절 소련과 베니토 무솔리니가 통치하던 이탈리아는 국민의 문해력이 현저히 낮았다. 하지만 음악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다. 이를 간파한 두 독재자는 음악을 효과적인 통치 도구로 삼았다. 그들은 음악을 통해 정부의 정치 철학과 국가의 표상을 전달하고자 했다. ‘실험적’ 음악을 펼치는 음악가는 감시 대상이 됐다. 독일의 히틀러도 마찬가지다. ‘퇴폐 음악’이란 꼬리표를 붙이며 수많은 작품의 연주를 금지했다. 당대 음악은 시대가 요구했던 예술이었을까, 아니면 정치의 희생양이었을까. 우리가 오늘날 ‘클래식 음악’이라고 부르는 명작들은 대부분 20세기 초 이전의 작품들이다. 세계 유명 교향악단과 오페라단 음악감독 및 지휘자로 활동하는 저자가 1·2차 세계대전과 냉전 그리고 미국 할리우드로 이어진 현대 클래식 음악의 궤적을 추적했다. 전쟁과 역사의 소용돌이를 거치며 ‘클래식 정전(正典)’의 명맥이 끊겼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미 예일대 교수로도 일한 저자는 나치 독일 치하에서 탄압받았던 조지 거슈윈, 레너드 번스타인 등 작곡가들의 음악에 관한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엄청난 희생을 낳은 두 번의 전쟁이 끝난 뒤 서방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나치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다. 음악에선 특히 새로움과 표현의 자유를 표방한 ‘아방가르드 장르’가 정부의 지원 속에 ‘현대음악’의 대표 주자가 됐다. 이 과정에서 아방가르드 음악과 거리를 뒀던 유럽 출신의 미국 망명 작곡가들은 평가절하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할리우드 영화는 클래식 작곡가들에게 새 탈출구가 됐다. 저자는 극적인 오페라 연출로 국가민족주의를 구현하며 히틀러의 사랑을 받았던 리하르트 바그너를 영화 음악의 선조로 규정했다. 히틀러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이들 다수가 영화 음악에 뛰어들었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신선한 관점으로 근현대 클래식을 조망한 점이 인상적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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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의 사회적 기능’ 알릴 만화-영상 공모전

    한국신문협회(회장 임채청)는 신문의 사회적 기능과 저널리즘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신문홍보 만화 공모전’ 및 ‘신문홍보 영상 공모전’을 개최한다. 만화 공모전에서는 △신문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 △신문의 특장점 △신문과 관련된 에피소드 등을 주제로 1∼4컷 분량의 만화를 심사해 선발한다. 초중고, 대학생이 대상이며, 디지털 작품이나 손으로 그린 작품 등 개인별로 2개 작품까지 협회 이메일로 출품하면 된다. 영상 공모전에선 같은 주제로 30∼60초 길이의 세로형 영상(최대 300MB)을 접수한다. 국민 누구나 참가가 가능하며, 개인별로 1개의 작품을 출품할 수 있다. 협회 웹하드를 통해 제출하면 된다. 만화 공모전은 초중고, 대학 각 부문에서 1명씩 4명의 대상 수상자를 뽑는다. 100만 원과 상패를 각각 수여하며, 우수상 4명에게도 상금 50만 원과 상패가 각각 주어진다. 영상 공모전 대상 수상자 1명에게는 200만 원과 상패를, 우수상 2명에게는 각 100만 원과 상패를 수여한다. 공모 기간은 21일부터 9월 5일까지다. 수상작은 10월 중순에 발표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협회 홈페이지(www.presskore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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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핑크 LA월드투어 전석 매진

    걸그룹 블랙핑크(사진)가 12, 13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개최한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 공연을 양일 전석 매진 속에서 마쳤다. 14일 YG 측은 “블랙핑크는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전 세계 걸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양일 매진과 10만 명이라는 최다 관객 동원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블랙핑크는 무대에서 히트곡과 각자 솔로 무대를 펼치며 현지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블랙핑크는 이번 로스앤젤레스 공연에 이어 시카고 토론토 뉴욕에서도 북미 투어 공연을 펼친다. 이후 이탈리아 밀라노, 스페인 바르셀로나, 영국 런던, 대만 가오슝, 태국 방콕, 일본 도쿄 등 세계 각지를 찾아 대규모 스타디움급 공연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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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협회 “포털의 뉴스 사용료 현실화를”

    한국신문협회(회장 임채청)는 “정부에 ‘신문-포털 불공정 거래 정상화’ 등의 내용을 담은 신문산업 활성화 정책 과제를 건의했다”고 14일 밝혔다. 신문협회는 이날 ‘새 정부 신문산업 활성화 정책 과제’를 대통령실과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에 각각 제출했다. 신문협회는 이를 통해 “신문은 여론 형성, 정보 제공 등 건전한 민주사회를 구현·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라며 “양질의 뉴스 콘텐츠가 원활하게 생산·유통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문협회는 4가지 정책 목표로 △신문산업의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 △신문 저널리즘의 공적 기능 강화 △언론 자유 확대로 민주주의 원칙 회복 △보편적 정보접근권 보장 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6대 정책 과제로는 △신문-포털 불공정·불평등 거래 정상화 △뉴스 저작권 보호 위한 관련 법 개정 △언론 지원 기금 확충 △언론 규제 법안 폐기 △신문 지원 법·제도 도입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활성화를 꼽았다. 신문협회는 “포털이 언론사에 배분하는 전재료(콘텐츠 사용료)는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뉴스 정보의 부가가치가 포털에 헐값으로 넘어가는 불평등·불공정 거래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포털이나 인공지능(AI) 기업이 AI 학습에 뉴스 콘텐츠를 무단으로 활용해 언론사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는 현실을 짚고, 이에 대한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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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핑크, LA스타디움 공연 이틀 모두 매진…최다 관객 신기록

    걸그룹 블랙핑크가 12, 13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개최한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 공연을 양일 전석 매진 속에서 마쳤다. 14일 YG 측은 “블랙핑크는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전 세계 걸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양일 매진과 10만명이라는 최다 관객 동원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블랙핑크는 무대에서 히트곡과 각자 솔로 무대를 펼치며 현지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블랙핑크는 이번 로스앤젤레스 공연에 이어 시카고·토론토·뉴욕에서도 북미 투어 공연을 펼친다. 이후 이탈리아 밀라노, 스페인 바르셀로나, 영국 런던, 대만 가오슝, 태국 방콕, 일본 도쿄 등 세계 각지를 찾아 대규모 스타디움급 공연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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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구텐베르크 활판 발명 후… 책 만들기, ‘산업’이 됐다

    책을 읽기 전 책을 만든 이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글을 쓴 저자는 책 속의 콘텐츠를 제공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손에 잡히는 책이라는 물건이자 상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인쇄업자나 표지 디자이너, 출판 편집자 등 수많은 이들의 손을 거친다. 그렇게 책 한 권이 탄생한다.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이 발명된 이후 1490년대에 책 제작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인쇄, 제본, 제지업자가 등장해 책 제작이 분업화됐으며, 활자 디자이너란 직업도 이때부터 나타났다. 신간은 책이 처음 대량 생산된 15세기부터 약 500년의 세월 동안 책을 만들어온 이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이른바 ‘제책(製冊)’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과 책의 문화사를 가르치는 교수. 주로 16세기 이후 텍스트와 인쇄물을 집중 연구한 학자라고 한다. 문명의 핵심이 담긴 책이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 우리가 지금 접하는 책의 형태에 이르렀는지를 추적했다. 신간이 흥미로운 지점은 책을 만들었던 역사 속 인물 18인의 삶을 통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에 있다. 15세기 영국에서 출판업을 이끌었던 이는 네덜란드 이민자 윈킨 드워드였다고 한다. 당시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책을 찍어내 공급하는 인쇄 시장과 귀족 및 왕족 등 권력자가 선호하는 소수의 책만 집중 출판하는 인쇄 시장이 공존하고 있었다. 드워드는 대중이 좋아하는 시집들을 다수 출판해 베스트셀러로 키워낸 동시에, 왕실의 주문도 받아 종교서적이나 설교집도 펴낸 성공한 사업가였다. 1900년대 초까지 성경책은 인쇄업자들에게 상징적 출판물이었다. 저자는 “성경은 인쇄업자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핵심 텍스트”라고 말한다. 책을 출간하기에 앞서 왕실, 대학 등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했으며 크고 무거운 각 책의 표지마다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가장 성스러운 책으로 여겨졌기 때문. 표지에는 황금색으로 큼지막하면서도 멋지게 ‘Bible’이라는 글자를 표기하는 전통도 생겼다. 이 책에선 완성된 책뿐만 아니라 미완성된 원고나 잘못 찍힌 활자, 엇나간 제본조차도 주요하게 묘사된다. 끝내 빛을 보지 못한 ‘실패작’이지만 오늘날 책 제작 발전에 기여했던 ‘소중한’ 실수들이기 때문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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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마 간 오겜남 영상 만들어줘”… 2분만에 ‘고퀄 콘텐츠’ 뚝딱

    《“드라마 ‘오징어 게임’ 복장을 입은 한 한국인 남성 배우가 고대 로마에 가는 영상을 만들어줘.” 지난달 출시된 구글의 인공지능(AI) 영상 생성 플랫폼 ‘Veo3’(비오3). 비오3에 영어로 이 문장을 입력하자, 약 2분 만에 8초짜리 영상이 만들어졌다. 영상엔 고대 로마 시대의 거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배경에 오징어 게임 속 트레이닝복을 입은 한 남성이 등장했다.》영상 속 남성은 거리를 걷다가 자연스러운 한국어 발음으로 “여기 어디예요?”라고 외쳤다. 이윽고 옛 로마의 복장을 한 주변 사람들을 손으로 가리키더니 “이게 다 뭐예요? 왜 다들 이상하게 입고 있어요?”라며 궁금한 표정까지 지었다. 입 모양이나 표정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텍스트 한 줄로 음성까지 구현된 완성도 높은 영상이 겨우 몇 분 만에 만들어졌다. 생성형 AI는 과연 어디까지 갈까. 위 사례처럼 벌써 비디오뿐 아니라 영상 속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음성, 효과음, 배경음악 등까지도 한 번에 자연스럽게 만들어 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영상 제작 기술이나 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인도 AI 영상 생성 플랫폼을 가지고 ‘고퀄리티’ 영상을 뚝딱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이에 AI 영상 플랫폼이 향후 영화나 드라마, 광고 제작의 판도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메라도 배우도 없이 오디오까지 한 번에 ‘OK’AI 영상 플랫폼인 비오3는 최근 국내외 영상 제작자들 사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AI 영상 생성 플랫폼이 급속히 발전해 왔지만, 다양한 언어 등 오디오까지 통합해 구현한 건 비오3가 처음이다. 특히 비오3는 등장인물이 발화(發話)하는 상황에 맞는 어조, 억양, 높낮이 등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표현해 영상의 맥락을 잘 살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사가 없는 영상이라도 상황이나 장소에 어울리는 효과음과 소음, 배경음악 등이 주문에 따라 자동으로 삽입된다. 예를 들어, ‘커피숍에서 편안한 음악을 들으며 창밖의 거리를 바라보는 여성의 모습을 감성적인 분위기로 만들어 줘’라는 문장을 입력하면 카메라가 여성 주변을 도는 듯한 동적인 비디오와 함께 어울리는 음악까지 입힌 영상이 만들어진다. 라면을 먹는 ‘1인 먹방’ 영상을 주문하면 면발을 먹는 ‘면치기’ 소리까지 매끄럽게 구현된다. 비오3로 폐쇄회로(CC)TV 화면을 만들어 봤다는 한 누리꾼은 “실제 CCTV 영상을 틀었을 때 나오는 묘한 잡음까지도 담겨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앞서 만들어 본 영상에서도 오징어 게임 복장의 숫자와 한글이 살짝 어색한 점을 빼면, 여느 드라마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완성도를 보였다. 현재 유료 구독(첫 달 무료) 형태로 서비스되는 비오3에서 제작 가능한 영상의 길이는 최대 8초. 하지만 비오3와 이미지 생성에 특화된 AI 모델 이마젠(Imagen) 등이 통합 적용된 영상 작업 툴 ‘구글 플로우’에선 생성된 여러 짧은 영상(클립)을 만들어 이어 붙일 수 있다. 평범한 사람도 프로 영화 제작자처럼 긴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구글은 요금제별로 생성 가능한 클립의 개수를 약 10∼125개로 제한하고 있는데, 향후 AI 모델을 업데이트하며 1회 생성 시 가능한 영상의 길이를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 오픈AI의 Sora(소라)와 Runway(런웨이), Pika(피카), Kling(클링) 등 다른 AI 영상 생성 플랫폼도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영상 플랫폼에서 인기를 모으는 ‘과거 시간 여행’ 영상도 거의 이런 AI로 생성한 것이다. 현대인이 19세기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떠나 여행 유튜버처럼 행동하는 영상이나 스마트폰을 들고 조선을 방문하자 주변 사람들이 놀라는 반응을 담은 영상 등을 AI는 뚝딱뚝딱 만들고 있다.● AI 영화, 예술 장르로 발돋움실제 영화에서도 AI를 활용한 사례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로 29회를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3∼13일)는 지난해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신설했다. 올해는 세계 각지에서 출품된 작품 350편 중 11편을 선정해 상영했다. 7일 찾은 영화제 ‘AI 컨퍼런스’에선 관객 200여 명이 객석을 가득 채운 채 다양한 방식으로 AI가 활용된 영화를 관람하고, 창작자들과도 만났다. 이날 연달아 상영된 작품 6편은 각각 전쟁과 종교, 미래 도시 등을 주제로 했는데 표현 방식도 다채로웠다. 일반 단편영화와 구별하기 어려운 작품도 있었지만, 마치 유화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가 연이어 등장하는 그래픽 노블 같은 작품도 있었다. 완성도 면에서도 AI 영화는 일반 영화와 그다지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AI로 영상을 생성한 영화 ‘라스트 드림’은 핵전쟁이 발발해 미사일이 폭발하고 지구 곳곳이 불타는 장면,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듯한 장면을 웬만한 기존 영화보다 더 실감나게 구현했다. 관객 사이에선 “상상력을 표현한 방식이 신선했다”는 평이 나왔다. 특히 로이 오 감독의 AI 영화 ‘컬러 오브 마이 가든’을 본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젠 AI 영화 속 등장인물이 감성에 호소하는 연기를 보이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멕시코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의 삶을 그린 25분 분량의 이 영화는 주인공의 육체적 장애와 고통스러운 삶, 실연의 아픔 등을 작가의 그림처럼 진한 색채의 화풍으로 스크린에 펼쳐 냈다. 다만 몇몇 영화는 등장인물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거나 신체 움직임이 어색할 때가 있어 영화별로 편차는 있었다. 공세원 부천국제영화제 전문위원은 “AI 영화라고 해서 뭔가 특이하거나 미흡한 구석이 있다는 편견이 있는데, 요즘엔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을 이미 넘어서 하루하루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비 99% 줄어… 안 쓸 이유가 없다” 김운하 감독은 이 영화제에 AI로 만든 영화 ‘곰팡이’를 출품했다. 김 감독은 원래 영화, 광고업계에서 일하다가 지난해부터 AI 영상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는 AI 영화 제작을 두고 “일반 영화 제작과 비교하면 인건비 포함 제작비가 99%는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완벽하게 멸균된 미래를 배경으로 빵에 피어났던 곰팡이가 사회 구석구석과 사람 몸속으로 퍼지는 모습을 영상으로 그려냈다. 실사 촬영으로는 쉽지 않은 이런 상상의 표현은 “AI라 가능했다”고 김 감독은 말했다.“유명 영화 감독처럼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고성능 장비를 쓰고, 컴퓨터그래픽(CG)도 잘 구현했다면 제 영화보다 뛰어난 실사 영화가 나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장면을 AI를 통해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AI와 실사 각각의 강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활용한다면 앞으로 더 훌륭한 영화들이 나올 겁니다.” 장권호 감독은 미래에 한 휴머노이드가 성당의 신부를 찾아가 고해성사를 한다는 AI 영화 ‘고해성사’를 연출했다. 장 감독은 “처음 AI를 쓸 땐 평생 작업해 온 영화가 아닌 듯한 느낌이 들어 불쾌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면서도 “20년 전부터 머릿속에 떠돌던 시나리오를 혼자서 돈도 별로 안 들이고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고 과감하게 뛰어들었다”고 했다. “성당, 인물 등을 원하는 대로 구현하기 위해 며칠 동안 한 장면을 계속 만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일반 영화였다면 몇 달 걸릴 일을 하루 만에 끝낼 수도 있었죠.”● 저작권·학습 콘텐츠 등 숙제도 많아 하지만 다른 생성형 AI와 마찬가지로, AI 영상 생성 역시 원창작자의 권리 침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미 경제매체 CNBC 등은 구글이 유튜브에 존재하는 방대한 영상을 비오3 등 AI 모델 학습에 활용했다고 보도했다. 구글 관계자는 “전체가 아닌 일부 영상만을 사용했다”고 해명했지만 어떤 영상이 사용됐는지, 원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았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CNBC는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 잡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생성형 AI를 사용한 창작물 제작은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할 위험이 따른다”고 분석했다. AI가 영상 속 인물의 얼굴, 목소리 등을 학습해 활용한다는 점에서 프라이버시(사생활)를 침해할 우려 역시 제기된다. AI 영상 생성이 자리를 잡기 위해선 이 같은 법적·윤리적 문제를 제도적으로 선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공 전문위원은 “영상 생성 AI를 만든 글로벌 기업들은 학습한 콘텐츠의 공개를 꺼리고 있으나, 사실 드러난 데이터는 모두 잠재적 학습의 대상이라고 봐야 한다”며 “원창작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적극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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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기’든 이진숙 국무회의 배제… 李 “내 임기는 내년 8월까지”

    대통령실이 9일 국무회의 배석자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사진)을 국무회의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이 위원장이 이날 소셜미디어에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 발언권을 가진다”며 전날 국무회의에서 자신의 발언을 제지한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 비판한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이 대통령에 대한 반기를 든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고발된 이 위원장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동시에 이 위원장을 향해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이 대통령, 이진숙 위원장 국무회의 배제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자기 정치는 없다’는 제목의 1500자 분량의 글을 올렸다. 그는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지시’한 것은 아니며 방송3법과 관련한 방통위의 ‘의견’을 물었다고 설명했는데, 지시한 것과 의견을 물은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7일 국회에서 방송3법과 관련해 “이 대통령으로부터 방통위의 자체 안을 만들어 보라는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통령실이 “지시라기보다는 의견을 물어본 쪽에 가까웠다”며 “비공개 회의를 왜곡해 개인 정치에 활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자 이 위원장이 재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선 이 위원장이 “한 말씀 드리겠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발언 그만하세요. 발언하지 마시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오후 잇달아 브리핑을 열고 공개 반기를 든 이 위원장을 비판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지시’와 ‘의견 개진’이 헷갈린다면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후에 곧바로 이 위원장의 국무회의 배제 방침을 발표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오전에 직접 이 대통령에게 이 위원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국무회의 의장인 이 대통령이 배제 결정을 내렸다. 특히 대통령실은 전날 감사원이 이 위원장이 보수 성향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주의 처분을 내린 것을 거론하며 “그럼에도 방통위원장이 개인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올려 공무원의 중립의무 위반 행위를 거듭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 중립의무를 명시한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하고 있다고 규정한 것.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 위원장의 거취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국무회의 내용을 누설하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음에도 계속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與 “즉각 사퇴해야” vs 이진숙 “임기는 내년 8월까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에 4월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이 위원장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요구했다. 전날 감사원의 이 위원장에 대한 주의 처분 결과를 경찰에 추가 증거로 제출하며 수사를 압박한 것. 이 위원장을 향한 사퇴 요구도 이어졌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자격이 없다”고 했고, 이언주 최고위원은 “아직도 윤석열의 홍위병 노릇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이 위원장의 거취를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법에 따르면 방통위원이 방통위법이나 다른 법에 따른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면직할 수 있다. 또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은 면직이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는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당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방통위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며 면직 처리했다.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직무상 의무 위반 시 임기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행법상 제 임기는 내년 8월 24일까지”라며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국무회의 배제 결정에 대해 “중요한 안건을 의결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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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지식인 늘자, 경성에 욕실이 생겼다

    약 100년 전만 해도 한국의 재래식 주택엔 욕실이 따로 없었다. 대개 마당, 부엌, 마루 같은 여러 공간에 물을 가져다 놓고 이곳에서 세면과 목욕이 이뤄졌다. 1920년대가 돼서야 생활 개선을 주장하는 이들이 가옥 내 욕실의 필요성을 말하기 시작했다. 20세기 들어서며 목욕이 “문명의 정도를 추측하는 일”로 여겨질 정도로 위생에 대한 관념이 높아지던 때라, 분리된 목욕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오늘날 거실 역할을 하는 응접실도 비슷한 시기 주택에 등장했다. 전통 한옥에선 사랑방이 그 역할을 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점차 대청과 마루를 벗어난 별도의 공간으로 응접실이 나타났다. 당대 지식인들은 ‘과시와 선망’이 투영되는 서재를 두는 유행도 있었다고 한다. 식자율이 높아지며 책과 잡지 등이 대량으로 발간되기 시작한 영향도 있었다. 현대인들이 집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만큼이나, 일제강점기에도 사람들은 집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떻게 꾸밀지 관심이 많았다. 서양 등으로부터 신문물이 급격히 들어왔던 만큼 변화 양상은 빠르고 다양했다. 신간은 근대 이후 1920∼30년대 경성의 주택 내부 변화를 각종 사료를 곁들여 촘촘하게 짚어냈다. 저자는 미술사학자이자 국가유산청 문화유산 전문위원이다. 그간 출간된 서적이 주택의 외형적 변화 과정을 주로 다뤘다면, 이 책은 인테리어와 장식 등 내부를 하나씩 풀어냈다. 내부 공간 구조의 변화에서 시작해 바닥재, 타일, 유리 자재, 조명, 커튼, 실내장식 등까지 그간 쉽사리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내용을 다룬다. 기록과 도면, 회고록과 소설, 당시 잡지에 실린 주택 광고 등에서 채록한 풍부한 사진 자료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단순히 건축 구조에 관한 지식뿐 아니라 100년 전 경성에서 살았던 선조들의 일상 공간, 삶의 숨결까지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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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전’ 이은 ‘아르코꿈밭극장’… 시민 후원으로 새단장 재개관

    서울 대학로 소극장 ‘학전’의 역사를 이어받은 어린이·청소년 전용 공연장 ‘아르코꿈밭극장’이 시민들의 후원으로 새 단장 후 재개관(사진)했다. 폐관한 학전 건물을 지난해 7월부터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운영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는 4일 오전 이 극장에서 재개관 기념행사를 열었다. 예술위는 지난해 9월 좌석, 무대, 분장실 등 노후한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후원 캠페인인 ‘꿈밭펀딩’을 시작했다. 총 7000여 건의 후원으로 약 2억5800만 원을 모아 새 단장을 마친 아르코꿈밭극장은 기념 공연 ‘사슴 코딱코의 재판’을 시작으로 다양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공연, 기획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병국 예술위원장은 “뜻있는 분들의 후원을 받아 고(故) 김민기 선생께서 꾸렸던 학전의 의미를 더 높이 기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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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편의인가 통제인가… 여권이 가진 이중성

    “내가 가진 가장 귀중한 책자.” ‘악마의 시’의 작가 살만 루슈디는 2002년 본인의 한 저서에서 여권을 이렇게 표현했다. 오늘날 해외 휴가 또는 출장길에 항공권을 끊고 공항으로 향할 때 반드시 챙겨야 할 것임은 분명한데, 루슈디는 여권에 대해 훨씬 큰 무게감을 느낀 듯하다. 그의 생애를 돌아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1960년대 루슈디가 소지했던 인도 여권엔 방문 가능한 몇몇 나라의 이름이 ‘괴로울 만큼 적게’ 적혀 있었다고 한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10대 때 영국 유학길에 오르고 몇 년 뒤엔 영국 여권을 취득했는데, 그의 세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게 열렸다. 당시 어딜 가든 환대받지 못하는 인도 여권을 갖고 있다가 세계 대부분의 국가를 누빌 수 있는 영국 여권 소지자가 된 루슈디. 단지 ‘책자’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말이다. 오늘날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권리로 세계서 통용되는 여권의 역사와 의미를 짚은 신간이 나왔다. 국적이나 신분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여권이라는 책자 자체에 집중했다는 측면에서 미시사를 다룬 교양서적에 가깝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영어학 교수인 저자는 여권의 기원을 고대 이집트의 ‘통행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중세와 대항해시대, 제국주의와 냉전, 난민과 테러의 시대까지 여권은 꾸준히 진화하며 이동의 조건을 설정해 왔다. 개인의 생체 정보를 담는 수준에 이른 오늘날에도 여권은 여전히 사람을 구분하고 선별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저자는 여권이 단순히 여행의 편의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특히 근대 이후엔 국가가 개인의 이동을 통제하고 권력을 행사해 온 정교한 장치라고 말한다. 권력기관의 통제를 용이하게 하는 도구였다는 측면에서 여권은 이중성을 가진다는 주장이 흥미롭다. 누군가는 여권을 들고 세계를 누비지만, 다른 누군가는 통제의 대상이 돼 평생 자신이 나고 자란 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난민과 무국적자는 영원히 국경 앞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다. 중동 가자지구 전쟁에서 다른 국가의 여권을 가진 이중 국적자가 인종학살 중에도 우선 구출 대상으로 선정돼 먼저 국경을 넘는 등 ‘생사의 국경’이 여권 때문에 나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책은 현대식 여권이 등장하기 이전 시대부터 등장한 이후의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발터 베냐민, 해나 아렌트처럼 여권을 잃고 추방당한 지식인이나 전쟁을 피해 국경을 반드시 넘어야 했던 피란민들, 역사 속 군주들, 예술 작품 속 여권에 관한 이야기 등을 두루 담았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총망라하며 다소 두서없이 정리한 듯한 느낌도 있으나 각 사례들은 흥미롭게 읽힌다. ‘세계 여권 경쟁력’ 통계에 따르면 한국 여권은 해마다 최상위권으로 평가된다. 큰 문제 없이 국경을 넘나들 수 있어서인지, 어쩌면 우리는 우리나라 여권의 소중함에 대해 간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얇은 책자 하나가 ‘허가받은 자’와 ‘허가받지 못한 자’를 얼마나 비정하게 구분해 왔는지를 알게 되면, 공항에서 여권을 자연스레 내밀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축복받은 일인지 깨달을 것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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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YT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편’ 1위에 ‘기생충’ 선정

    2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가 공개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편’에서 2020년 오스카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1위로 선정됐다.NYT는 ‘기생충’을 두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장르물의 거장 봉 감독은 폭넓은 코미디와 격렬한 사회 풍자 사이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피할 수 없는 비극적 폭력의 폭발로 모든 것을 불태운다”며 “그 폭발은 충격적이면서도 필연적”이라고 평했다.NYT는 이어 “‘가진 자’와 ‘못가진 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참혹함에 대한 맹렬한 비판, 봉 감독의 유쾌하면서도 기괴하고 불안한 충격적인 이 영화는 가난한 가족이 부유한 가정으로 변하는 이야기를 담았다”며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봉 감독은 예술 영화계의 인기 스타였다. 폐막할 무렵에는 작품상을 포함한 수많은 오스카상을 휩쓸었고, 새로운 슈퍼스타가 탄생했다”고도 했다.이번 순위는 2000년 1월 1일 이후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NYT가 유명 감독, 배우, 제작자, 애호가 등 500명을 설문조사해 집계한 것이다.‘기생충’ 뿐 아니라 박찬욱 감독의 2003년작 ‘올드보이’가 43위, 봉준호 감독의 2003년작 ‘살인의 추억’이 99위로 선정되면서 한국 영화는 총 3편이 100위 안에 들었다.NYT는 ‘올드보이’ 중 최민식이 망치를 휘두르며 피범벅이 된 채 복도를 빠져나오는 유명 장면을 두고 “비틀린 스릴러의 오페라 같은 폭력성을 상징한다”고 보도했다. ‘살인의 추억’에 대해서는 “봉 감독은 악에 맞서는 인간의 한계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으며, 예상치 못한 유머와 날카로운 드라마를 섞는 특유의 방식으로 이를 탐구한다”고 평가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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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한국전쟁 포로 생활… 당신이 이해할 수 있을까”

    “낯선 땅에서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당신이 궁금해할 거라는 걸 알아. 그런데 당신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당신은 내가 잡혔는지, 다쳤는지도 물었지. 나는 심하게 다쳤어. 그런데, 그게 당신에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1953년 6·25전쟁 당시 북한, 중국군에 잡혀 있던 한 미군 포로는 고국에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수용소에서 이 글을 썼다. 끝내 미국행 배를 탄 포로는 고국에서 자신의 담당 전문의로부터 포로 생활을 묘사해 달라는 요청을 받자 대신 이 글을 가져갔다고 한다. 끔찍했던 포로 생활은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다시 끄집어내 묘사하기 힘든 것이었기 때문. 이 포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걸 설명할 순 없다”며 “내가 포로였다는 걸 그냥 잊어 달라”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치열하고 잔혹했던 전장을 누볐던 병사들과 수용소 생활을 겪었던 전쟁 포로들이 ‘심문실’에서 보였던 모습을 담은 책이다. 미국 위스콘신대 역사학과 교수로, 전쟁을 겪은 개인의 경험, 내면 연구에 천착한 저자는 방대한 사료를 가지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전 지구적으로 펼쳐진 지정학을 헤쳐 나갔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추적했다. 저자는 이 책으로 독창성을 인정받아 미국에서 ‘천재상’으로도 불리는 ‘맥아더 펠로십’을 받았다. 한국인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적잖이 들어왔을 법한 전쟁의 서사지만, 포로들의 관점으로 본 전쟁사는 더 내밀하면서도 안타깝다. 각국 포로들은 전쟁이 끝난 뒤 유엔 및 각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고국으로 송환될 것인지, 잔류할 것인지 등을 질문받았다. 정부는 가족, 인간다운 대우, 이념 등을 들먹이며 포로들을 설득했다. 심문실에서 오간 얘기를 보면 포로들도 모두 고귀한 인격체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북측 포로들이 미군 준장을 인질 삼아 일으킨 반란, 석방 뒤 미국행을 택한 북한군 등 수많은 포로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학술서의 면모도 갖췄지만 비교적 쉽게 읽힌다. 전쟁의 이면에 무수한 인간들의 희생, 죽음, 눈물이 드리워져 있음을 다시 한번 짐작하게 만든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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