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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쌀이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3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에 수출돼 모두 팔린 데 이어 이달 초에 추가 수출된 10t 분량도 완판된 것이다. 쌀값 폭등세가 이어지는 일본에서 10%가량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한국 쌀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쌀을 유통하던 일본농협(JA)도 처음으로 한국 쌀 판매를 시작했다.● 日로 추가 수출한 한국 쌀 10t ‘완판’15일 NH농협무역의 일본 지사인 농협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달 초 일본에 수입된 한국 쌀 10t이 판매 개시 약 열흘 만에 완판됐다. 이번에 일본에 수입된 한국 쌀은 지난달과 같이 전남 해남군에서 생산된 ‘땅끝 햇살’ 브랜드다. 농협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일본의 골든위크(이달 1∼5일)에 한국 쌀 10t이 통관 절차 등을 마치고 일본에 정식 수입됐고, 현재는 모두 판매된 상황”이라며 “한국의 농협 본사와 추가적인 일본 수출 물량 및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8일 일본에 첫 수입된 한국 쌀 2t은 판매 개시 열흘 만에 완판된 바 있다. 약 한 달 만에 규모를 다섯 배 늘려 10t이 수입됐는데 이 역시도 비슷한 기간에 모두 판매된 것이다. 유통망도 확대됐다. 농협 판매망을 이용했던 지난달과 달리 이번에는 일본 현지 쌀 도매상들에게 주로 판매됐고, 일부 남은 소량만 농협의 일본 현지 온라인쇼핑몰에 올랐다. 일본 현지의 쌀 유통망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한국의 농협격인 일본농협이 한국 쌀 판매를 시작한 점도 눈에 띈다. 일본농협은 8일부터 가나가와현 하다노농협 직판장에서 한국 쌀을 판매했다. 1954년 설립된 일본농협이 한국 쌀을 유통하는 건 71년 만에 처음이다. 한편,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슈퍼에서 판매된 쌀 5kg 가격은 전주 대비 19엔(약 180원) 떨어진 4214엔(약 4만 원)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18주 만에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년에 비해 2배 수준이다. 15일 기준 국산 쌀 10kg의 평균 소매가격은 2만9566원이다.● 2년 새 주요국 쌀 수출 66%↑일본 외 국가에서도 한국산 쌀 수입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호주, 중국, 독일, 캐나다 등 5개국에 수출하기 위해 검역을 거친 국산 쌀은 3117.3t으로, 2022년(1879.6t) 대비 65.8% 증가했다. 국산 쌀은 현재 48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정부도 국산 쌀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9일에는 뉴질랜드가 완화된 수입 요건을 발효하면서 국산 소포장 쌀의 수출 절차가 간소화됐다. 최대 25kg의 소포장 쌀은 식물검역증명서 없이도 뉴질랜드로 수출할 수 있고 뉴질랜드 도착 시 거쳐야 했던 수입검역도 생략된다. 검역본부는 2023년부터 뉴질랜드와 요건 완화를 협의해왔다. 농협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한국 쌀이 일본 쌀과 식미가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미국, 유럽 등에서도 현지인들이 한국 쌀을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마트 홍보 행사, 한식당 공급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13일 일본 오사카항에 정박해 있는 조선시대 목선의 외형은 웅장했다. 길이 27.07m, 너비 9.54m, 높이 3.19m의 배 갑판에는 ‘정사(正使·사신단의 우두머리)’가 머무는 판옥집이 올려져 있었다. 배 겉면에는 조선의 미를 뽐내기 위한 화려한 단청도 보였다. 현판에 ‘조선통신사선(朝鮮通信使船)’이란 글자가 뚜렷했다. 이 배는 2018년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정사가 탔던 ‘정사기선’을 원형에 가깝게 재현한 조선통신사선이다. 최고급 목재인 금강송 900그루를 사용했고 제작 기간만 4년에 달한다. 제작비 또한 22억 원이 투입됐다. 이 배는 지난달 28일 부산을 출발했다. 일본 쓰시마섬, 시모노세키, 후쿠야마 등을 거쳐 11일 오사카에 도착했고 이날 입항식을 가졌다. 조선통신사선의 오사카행은 1763∼1764년 조선통신사의 제11차 사행(使行·사신 행차) 이후 처음이다. 261년 만에 조선통신사선이 약 1000km의 부산∼오사카 뱃길을 건너온 것이다. 조선통신사는 조선 국왕이 일본에 보낸 공식 외교 사절이자 양국 교류의 상징이다.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4년 동안 12차례 파견됐다. 많게는 약 500명의 사절단이 1년간 일본 곳곳을 누볐다. 일본 또한 이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관련 기록은 2017년 양국 공동의 노력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됐다. 이 역사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 또 ‘문화 올림픽’으로 불리는 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오사카에서 재현됐다. 조선통신사는 이번 엑스포를 통해 세계 각국 국민과도 만났다. 엑스포에서 나라별로 돌아가며 의식과 문화를 소개하는 ‘내셔널데이’가 있는데 이날이 바로 ‘한국의 날’이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통신사 행렬은 엑스포 현장을 둘러싸는 둘레 2km의 상징물인 ‘그랜드 링’ 내부의 통로에서 퍼레이드를 펼쳤다. 취타대, 풍물패, 정사 행렬로 구성된 50여 명이 옛 통신사 행렬을 재현했다. 1970년 오사카 엑스포의 주제곡 ‘세계의 나라에서 안녕하세요’, ‘부산갈매기’ 등도 연주하며 흥을 돋우었다. 17일까지 이어지는 ‘한국 주간’에서는 K팝 콘서트, 코리아 온 스테이지, 한국우수상품전, 메이크업쇼, 한복패션쇼 등 여러 행사도 열린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입항식에서 “이 배의 복원이 양국 관계가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카하시 도루(高橋徹) 오사카 부시장 또한 “조선통신사 역사의 재현이 두 나라가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오사카=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일본 정부가 최근 북한, 중국, 러시아의 군사 행동이 확대되는 상황에 대해 “새로운 위기의 시대에 돌입했다”고 평가하며 올해 7월 발간되는 방위백서에 방위력 증가 필요성과 안보 협력 확대 의지를 담을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 방위성이 제작하는 방위백서는 일본 주변국의 군사적 움직임과 이에 대한 일본의 대처를 설명한 자료로 매년 7월 각의에서 배포·공표한다.아사히신문이 입수해 10일 공개한 방위성의 방위백서 초안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행동 확대를 겨냥해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과 그 시도는 기존의 국제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시련의 시기를 맞았고, 새로운 위기의 시대에 돌입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올해 방위백서에서 국제 안보 질서를 주도했던 미국의 개입이 줄어들면서 국제적인 ‘힘의 균형(파워 밸런스)’이 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파워 밸런스’가 크게 변화해 국가 간 경쟁이 표면화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중에서도 미중 경쟁이 한층 더 격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올 1월 출범 후 해외 주둔 미군의 배치 조정과 동맹국 방위비 인상 등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안보 정책 변화에 대해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우려했다.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센카쿠 제도 등 일본 주변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 행동이 활발해지는 것에 대해선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인식을 기초로 일본은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 주변 동맹국과의 협력과 제휴를 강화할 필요성을 백서에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중 견제를 위한 안보 협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이지만, 한편으로는 군사 대국화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비롯해 급속히 밀착하는 북-러 군사 협력을 경계하기도 했다. 백서에선 북-러 협력을 예로 들면서 각 지역 간의 안보 환경이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 지역의 사건이 다른 지역의 안보 환경에 다층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이 같은 연관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취지다.지난해까지 방위백서는 총 4부로 구성됐으나 올해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주력하는 자위관 처우 개선 등 인적 자원 관리 항목을 독립시켜 5부로 바꾼 것도 특징이라고 아시히신문은 설명했다. 이시바 총리는 방위상을 지낸 안보 전문가로서 자위대의 인적 자원 관리에 관심이 많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아키히토(明仁·91) 일본 상왕이 6일 심장 질환에 관한 정밀 검진을 위해 도쿄대 병원에 입원했다고 교도통신과 NHK가 보도했다. 나루히토(德仁·65) 일왕의 부친인 아키히토 상왕은 1989~2019년 재위했다. 그는 올 1월 도쿄 왕궁에서 열린 신년 행사에 참석하는 등 최근까지도 대외 활동을 해왔다.아키히토 상왕은 지난달 중순 정기 건강검진에서 ‘심근 허혈’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이날 오후 3시경 입원했다. 심근 허혈은 심장 근육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입원 기간은 검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아키히토 상황의 입원은 2012년 관상동맥 우회술을 받은 후 13년 만이다. 그는 2003년에는 전립선에서 복수의 암 세포가 발견돼 전립선 적출 수술도 받았다. 또 2022년 심장 검사에선 우심부전 진단을 받기도 했다. NHK는 “아키히토 상왕이 3년 전부터 심장 질환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선친 히로히토(裕仁·1901∼1989) 일왕을 넘어선 8세기 이후 최장수 일왕이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일본 도쿄의 사무실 임대료가 3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위축됐던 신규 오피스 빌딩의 분양률도 회복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6일 도쿄 사무실 임대료가 고공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가 일본 부동산 회사 4곳에서 임대료 자료 등을 받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도쿄의 사무실 임대료 지수는 2008년 상반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1985년 2월 가격을 100으로 삼아 지수화한 결과 도쿄의 빌딩(건축 후 1년 이상)의 지수는 165.81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9.57포인트) 올랐다. 가장 임대료 상승률이 높은 곳은 ‘마루노우치~오테마치’ 지역으로 같은 기간 8% 임대료가 상승했다. 이 지역은 도쿄역 인근의 대형 빌딩 밀집 지역이다. 이런 가운데 교통이 편리하고 상권이 발달한 도쿄의 도심 5구(치요다, 주오, 미나토, 신주쿠, 시부야)의 임대 사무실 공실률은 3.86%에 불과해 거의 만실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저조했던 신축 빌딩 분양률도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개발사인 모리 트러스트가 4월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도쿄 23구의 대형 오피스 빌딩의 분양률은 2024년 준공분의 경우 80%를 넘었다. 2025년, 2026년 준공이 예정된 신축 빌딩의 분양률도 60~70%인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신문은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입지 좋은 사무실에 투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특히 교통 편의성이 높은 빌딩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한국이 인구 4000만 명을 넘는 나라 가운데 어린이(0∼14세) 인구 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고령화의 여파로 풀이된다. 5일 일본 총무성이 유엔의 세계 인구 추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 비율은 10.6%였다. 인구 4000만 명 이상인 세계 37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어린이 비율이 작은 국가는 일본(11.4%)이었다.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보다 한국의 어린이 비율이 더 낮은 것이다. 이어 이탈리아(11.9%), 스페인(12.9%), 독일(13.9%), 태국(14.7%), 중국(16.0%), 프랑스(16.5%), 영국(17.2%), 미국(17.3%) 등이 어린이 비중이 낮은 나라로 꼽혔다.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한국의 유소년 인구 비율은 올해 10.2%, 내년 9.7% 등 갈수록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유지될 경우 유소년 인구 비율이 2042년 8.6%, 2050년 7.9%, 2060년 6.9%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향후 수십 년 안에 전체 인구 20명 중 1명 정도만 어린이인 초고령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한국이 세계에서 유소년 비중이 가장 작은 나라가 됐다”고 주목하면서 일본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올 4월 1일 기준으로 일본의 유소년 인구는 1366만 명으로 1년 전보다 35만 명 줄었다. 1950년 통계 집계 후 최저치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오사카 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간사이 지방의 숙박료가 엑스포 효과에 황금 연휴까지 맞물려 치솟고 있다. 주말 기준으로 1박에 20만 원 짜리 캡슐 호텔도 등장했다고 한다. 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오사카 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간사이 지역의 숙박료가 오르며 캡슐 호텔 가격이 20만 원을 넘긴 사례가 나왔다. 일본의 고급 캡슐 호텔 체인인 ‘퍼스트 캐빈’의 니시우메다 지점의 1일 숙박료가 4월 이후 주말 요금이 1박 2만 엔(약 20만 원)을 넘겼고, 최고 2만5200엔(약 25만 원)까지 기록한 날도 있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엑스포 개막 이전에도 일본에 외국인 관람객은 몰렸고, 오사카 간사이 지역의 숙박 요금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오사카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1459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1.2배를 기록했다. 올해 1~3월도 전년 대비 30% 이상 외국인 여행객이 증가했다. 이러자 지난해 오사카 지역 호텔의 평균 객실 단가는 전년보다 13.7% 올라 1만7774엔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자 올해 여객선에서 숙박하는 비교적 저렴한 상품도 등장했다. 고베~다카마쓰 구간을 운항하는 ‘점보 페리’는 선실을 숙소로 이용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평일 1인용 개인실의 경우 1박 4990엔(약 5만 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수준이다. 오사카 지역 인근의 와카야마현은 오사카 엑스포 입장권과 숙박을 합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으며 관람객 분산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한국이 인구 4000만 명을 넘는 나라 가운데 어린이(0∼14세) 인구 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고령화의 여파로 풀이된다.5일 일본 총무성이 유엔의 세계인구 추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 비율은 10.6%였다. 인구 4000만 명 이상인 세계 37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어린이 비율이 적은 국가는 일본(11.4%)이었다.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보다 한국의 어린이 비율이 더 낮은 것이다.이어 이탈리아(11.9%), 스페인(12.9%), 독일(13.9%), 태국(14.7%), 중국(16.0%), 프랑스(16.5%), 영국(17.2%), 미국(17.3%) 등이 어린이 비중이 낮은 나라로 꼽혔다.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한국의 유소년 인구 비율은 올해 10.2%, 내년 9.7% 등 갈수록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유지될 경우 유소년 인구 비율이 2042년 8.6%, 2050년 7.9%, 2060년 6.9%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향후 수십 년 안에 전체 인구 20명 중 1명 정도만 어린이인 초고령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유소년 비중이 적은 나라가 됐다”고 주목하면서 일본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올 4월 1일 기준으로 일본의 유소년 인구는 1366만 명으로 1년 전보다 35만 명 줄었다. 1950년 통계 집계 후 최저치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주차장을 없애고 나무를 심자.”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슈투트가르트시에서 2년 전 한 비영리 단체가 시작한 ‘카투트리(Car2Tree)’ 캠페인의 구호다. 이 캠페인은 말 그대로 차량을 줄이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자는 뜻이다. 주차장을 줄여 도심 한복판에 녹지를 늘리자는 취지로, 대기 오염이 심각한 슈투트가르트시의 환경을 개선하고 도시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단체는 주차장을 없앤 자리에 12㎡ 크기의 녹지 휴식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차량이 빽빽하게 주차된 공간을 줄이고, 그 자리에 수풀과 나무 벤치를 설치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이 공간은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휴식처가 됐다. 개인적인 주차 공간이 공동체 교류의 장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이 단체는 올해 ‘카투트리’ 공간 10곳을 마련했으며, 내년에는 20개를 추가로 신설할 계획이다. 이러한 도심 녹지화 프로젝트는 슈투트가르트시의 기후 혁신 정책 덕분에 더욱 힘을 얻고 있다. 2023년 11월부터 이 프로젝트는 시의 ‘기후 혁신 기금’ 지원을 받고 있다. 1300만 유로(약 211억 원)에 이르는 이 기금은 유럽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기금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기후 변화 대응 프로젝트는 지원이 결정되면 최대 100만 유로(약 16억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시와 시민단체가 협업한 카투트리 캠페인은 ‘녹색지붕’ 사업, ‘나무 입양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시민 참여형 녹지화 사업이다. 시가 이런 시민 참여형 녹지화 사업을 독려하는 이유는 그간 시 당국의 기후변화 극복 노력에도 불구하고 빠른 기후변화로 인해 시의 열섬 현상 등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기상청에 따르면 슈투트가르트시는 독일 내에서 가장 더운 도시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2016년 한 연구도 ‘일일 최고 기온이 섭씨 32도 이상인 일수’가 2031∼2060년에는 1971∼2000년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에서 일합니다.”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슈투트가르트시 남부 발다우 공원 근처 숲 교육기관 ‘숲의 집’에서 3월 21일(현지 시간) 만난 막시밀리안 크로프 소장(35)이 말했다. 산림 관련 정부 부처에서 장관 자문관, 기획조정관 등을 지낸 그는 5년 전부터 이곳에서 산림 교육을 맡고 있다. 크로프 소장은 “점심시간이면 구내식당 대신 숲에서 산책하며 식사할 수 있다”며 미소 지었다. 슈투트가르트는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셰 등 세계적인 명품 자동차 기업의 본사가 있는 ‘자동차의 도시’지만, 숲과 공원 등 녹지가 도시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숲의 도시’이기도 하다. 슈투트가르트 도심숲은 ‘바람길’이 되어 도시 공기를 정화할 뿐 아니라 열섬 현상을 완화한다. 어릴 때부터 가까이서 숲을 접한 젊은이들은 숲의 이점을 알리기 위해 ‘숲 전문가’ 일자리에 몰리고 있다.● 자동차 도시에서 숲 일자리 인기 1989년 설립된 ‘숲의 집’은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를 대상으로 숲 교육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지역 학교 및 유치원과 협력해 숲 체험 수업을 운영하며, 숲 해설사·산림교육가 등 전문가 양성 과정도 함께 진행한다. 국가 공인 산림 자격증 취득을 위한 프로그램도 이곳에서 운영된다. 고요하고 정적인 숲엔 은퇴 세대들이 주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날 방문한 숲의 집에선 20, 30대 청년 직원 10여 명이 바쁘게 업무를 보고 있었다. 슈투트가르트 남부 튀빙겐에서 온 리사 빌레 씨(20)는 “지난해 8월 고교 졸업 직후 여기에서 1년 인턴 과정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숲을 돌아보며 안정을 찾은 사람들은 표정이 행복하다”며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어 숲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임업과 목재 산업은 경기 둔화로 일자리가 줄고 있지만, 숲 교육은 젊은층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숲 교육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독일 연방 자연 및 산림 유치원 협회에 따르면 독일 전역에는 이른바 ‘숲 유치원’이 4000곳 넘게 운영 중이며,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숲의 집이 있는 슈투트가르트는 독일 내 대표적인 ‘숲 전문가 인큐베이터’로 꼽힌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인구 1134만 명)에는 현재 60여 명의 숲 교육가가 활동 중이며, 이들은 주 내 4개 숲 학교, 12개 산림교육센터, 33개 청소년 캠프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날 숲의 집을 찾은 학부모들도 숲을 통한 교육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올가 안드레이 씨는 유치원생 딸과 방문한 숲의 집 정원에서 “숲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자연 활동이 많아 아이 교육에 좋다”며 “아이의 유치원도 이곳과 협업해 숲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도시 두른 8km 숲이 환경도 개선숲 교육이 활발한 데는 어릴 때부터 자연과 가까이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이 바탕에 있다. 독일 전체 면적 중 산림 비율은 약 32.3%(2022년 기준)로 한국(63%)보다 낮지만, 잘 정비된 도심숲 덕분에 시민들은 숲을 생활권 안에서 접한다. 유럽연합(EU) 통계에 따르면 슈투트가르트시는 숲과 공원이 전체 면적의 약 40%를 차지하며, 통행 불가 녹지를 포함한 전체 녹지율은 6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슈투트가르트의 도심 숲 면적이 약 5000ha로, 축구장 7000개 이상 크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원에는 약 6만5000그루, 거리에는 3만5000그루의 나무가 있다. 빌레 씨는 “어렸을 때부터 자주 숲에서 뛰어 놀았기 때문에 숲에서 일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슈투트가르트시 근처에서 사는 ‘숲의 집’ 인턴 야코프 하젝 씨(20)도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를 따라다니며 숲을 많이 보고 정원 가꾸는 일을 도와 숲이 친숙하다”고 했다. 이렇게 넓은 도심숲은 슈투트가르트시가 인근 공장들이 내뿜는 매연과 열섬 효과를 해결하기 위해 녹지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쓴 결과다. 당초 이 지역은 대기 오염이 심각했다. 많은 공장에서 매연을 내뿜는데 주변 3면이 모두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라 이 매연이 쉬이 빠져나가지 못했다. 연평균 풍속도 초속 1.0m가량으로 독일 북부 도시인 함부르크(초속 5.6m)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않아 공기가 정체됐다. 이에 시는 전체 녹지를 가꾸는 것과 동시에 1970년대부터 녹지를 U자 형태로 연결하는 ‘그린 U(Green U)’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도심을 둘러 약 8km에 걸쳐 조성된 이 숲길은 주변 산과 계곡에서 흘러든 찬 공기를 도심으로 유입시켜 대기 질을 개선하고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시내 어디서든 도보 10분이면 숲에 닿을 수 있다. 시민 건강 증진, 에너지 비용 절감, 삶의 질 향상이라는 다층적 효과를 통해 숲은 도시의 경제적 가치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또 다른 숲 ‘녹색 지붕’ 30만 ㎡ 조성 슈투트가르트시의 녹지는 시뿐만 아니라 시민과 함께 만들어진다. 당국은 1986년부터 지붕을 녹화하는 건물에 보조금을 지급해 지금까지 ‘녹색 지붕’이 30만 ㎡ 이상 조성됐다. ‘나무 입양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에게 나무를 심고 가꾸는 참여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2008년에는 ‘기후 지도’를 발간해 도시계획의 환경 기준을 제시했다. 차가운 공기 이동 경로, 오염 물질 농도, 열섬 현상 위험 지역 등을 분석해 건물 주변에 충분한 개방 공간 확보, 계곡·언덕·비탈면의 건축 제한, 산업시설의 오염 배출 금지 등을 권고한다. 이 기후 지도는 수도 베를린, 일본 고베시 등 여러 도시가 벤치마킹할 정도로 주목받았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미국과 일본이 1일(현지 시간) 관세 관련 2차 장관급 회담을 워싱턴에서 2시간 동안 가졌다. 양측은 보다 깊은 건설적 대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합의까지는 이르지 못했고 5월 중순 추가 회의를 갖기로 했다. NHK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라토닉 미 상무장관, 그리고 일본 측에서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참석한 2차 관세 회의가 2시간 가량 열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재무성 내에서 가장 큰 방인 ‘캐시룸’에서 회담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회담 후 일본 기자단을 만나 “굉장히 깊은 얘기를 했다”면서 “미국의 관세 조치가 지극히 유감이라고 전했고, 일련의 관세 조치의 재검토를 강하게 제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능한 한 조기에 미일 양측에 이익이 되는 합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실시해 (협의가) 전진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이번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일본 정부가 하나가 되어 최우선적이고 전력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6일 1차 회의에 이어 보름만에 열린 2차 회의에서는 양측의 관심사에 대해 더 구체적인 논의를 했고, 이에 따라 ‘건설(建設)’ ‘전진(前進)’ 등의 단어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만남 등과 같은 돌발 상황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은 미국에 관세 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자동차, 농산물 수입 확대에 대해서는 상대의 태도를 봐가며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미국의 무역 적자를 좁힐 수 있는 분야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라고 NHK는 분석했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종전 80주년을 맞은 올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태평양 전쟁 후 필리핀에 남겨진 일본계 2세들의 일본 국적 회복을 돕겠다고 밝혔다. 일본 총리가 전쟁 피해자들의 국적 회복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시바 총리는 29일(현지 시간) 필리핀 순방 중 수도 마닐라에서 태평양 전쟁이 끝난 뒤 전후의 혼란 상황에서 현지에 남겨진 일본계 2세 3명과 만났다. NHK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고령이된 이들 앞에서 “(필리핀에 남겨진 일본계 2세) 모든 분의 일본 국적 취득이 실현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을 잊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여러분들에게 일본 총리로서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계2세의 일본 국적 취득이나 일시 귀국을 지원할 생각을 전했다. 면담자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일일이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태평양 전쟁 패전 후 현지에서 종전을 맞은 일본인은 일본으로 강제 송환됐지만, 일본인과 결혼한 현지 여성과 그 자녀는 그대로 남겨진 경우가 많았다. 종전 직후에 반일 감정이 강해서 일본계 2세에 대한 일본 국적의 취득이나 신원 조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필리핀 현지 지원단체에 따르면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 필리핀에 살며 일본 국적을 아직 회복하지 않은 일본계 2세는 약 400명 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취임 100일을 넘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속한 관세 협상 타결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가운데 미일 관세 협상의 2라운드가 1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미일이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히며 조기 타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 상황. 하지만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근거를 모르겠다”거나 “미국민에게 관세 효과를 선전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이 일본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타결의 첫 ‘시범케이스’를 만들려고 점차 조급증을 보이는 것과 달리 한국, 일본 등에서는 협상에 있어 신중론이 힘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일본의 관세 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赤沢亮正) 경제재생상은 지난달 30일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어떻게 ‘윈윈’ 관계를 구축해 합의할 수 있을 것인가를 항상 생각하며 한 걸음, 두 걸음이라도 전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등과의 회담 시간에 대해서 “상세한 내용은 미정”이라고 했다. 다만 교도통신은 회담이 1일 열린다고 전했다. 일본은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 24%와 철강·알루미늄 25%, 자동차 25% 등 품목별 관세 조치에 대한 예외조치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대신 미국에 제시할 협상 카드로 쌀을 비롯한 미국산 농산물 수입 증대, 안전기준 심사를 대폭 간소화해 들여오는 수입 자동차 물량 확대, 쇄빙선을 포함한 선박 건조 기술 협력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일은 앞서 지난달 16일 워싱턴에서 첫 번째 관세 협상을 가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장관급 회담 전에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을 깜짝 만난 뒤 “큰 진전”이라고 했다.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29일 일본이 7월 20일로 예상되는 참의원(상원) 선거 전에 관세 문제를 합의하려 한다고 밝기도 했다. 하지만 NHK는 2차 협상에 대해 “미국 측이 요구하고 있는 자동차나 농산물의 수입 확대 등에 대해 상대의 태도나 교섭 자세를 봐 가면서 일본 측의 생각을 설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일본 협상단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이 조기 타결 분위기를 띄우는 것과 달리 미국의 양보 수위를 살펴가며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발표한 자동차·부품 관세 부담 경감 조치에 대해서도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영향을 제대로 정밀조사하고 분석한 뒤 대응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이런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베트남, 필리핀에서의 ‘안보 순방’을 마친 뒤 30일 귀국했다. 앞서 미일 1차 관세 협상 때 자신의 최측근인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으로부터 전화 보고를 받으며 상황을 관리한 것처럼 이번에도 협상을 원격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를 ‘국난(國難)’으로 규정하고 총리가 직접 지휘하는 종합대책본부를 꾸린 상태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사진) 일본 총리가 27∼30일 베트남과 필리핀을 찾는 안보 협력 강화 순방길에 나섰다. 중장기적 중국 견제 목적이 큰 이번 방문에서 이시바 총리는 베트남에 무상으로 무기를 제공하고, 필리핀과는 정보 공유 등 군사 협력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30일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한반도,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쟁 구역으로 묶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논의했다. 일본이 중국 견제를 빌미로 인도태평양에서의 패권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28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팜민찐 베트남 총리와 만나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과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팜민찐 총리도 “일본은 중요한 파트너”라며 “역내 평화 및 안정에 기여해 달라”고 화답했다. 이시바 총리는 27일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도 만났다. 이시바 총리와 팜민찐 총리는 양국의 외교 및 국방차관의 ‘2+2’ 대화 체계를 만들기로 했고, 연내 첫 회의를 일본에서 갖기로 했다. 이시바 총리는 방위 장비를 무상 제공하는 ‘정부 안전보장 능력 강화 지원(OSA)’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팜민찐 총리 역시 “필요하다면 지원을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일본은 베트남의 해양 안보 능력 강화에도 협력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베트남이 남중국해 ‘파라셀 제도’ 일대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노린 조치로 풀이된다. 이시바 총리는 29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도 만난다. 두 정상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을 협의하고, ‘상호 군수지원 협정(ACSA)’도 논의할 전망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해외 주둔 미군의 재편을 저울질하는 상황에 편승해 일본이 인도태평양 내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남중국해 등에 대한 미국의 관여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에서 일본이 해당 지역 국가들과 안보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적게 사서 남기지 않고 요리해 먹는 게 일본의 식문화다. 슈퍼에선 대파 한 줄기, 마늘 한 통, 배추 4분의 1쪽 등을 쪼개 판다. 한 끼 해 먹으면 남는 게 없다. 일본에 오면서 한국보다 용량이 작은 냉장고를 샀다. 그래도 공간이 크게 부족하지 않다.적게 사고 바로 소비하는 일본 쌀도 그렇다. 한국은 20kg, 10kg짜리를 판다. 일본에선 4, 5kg 쌀이 가장 많이 팔린다. 그런 일본인들이 최근 한국에 왔다가 평소에 잘 접하지도 않는 큰 쌀 포대를 사들고 온다. 일본 쌀의 가격이 급등해 한국 쌀보다 3배 비싸진 탓이다. 한국 쌀을 살수록 이득이니 수화물 한도까지 꽉꽉 채워 사 오는 사람도 많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에 한국 쌀을 가져오기 위해 수출식물검역증명서를 받은 쌀 물량은 1250kg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16kg)보다 77배나 늘었다. 증명서 발급 건수도 6건에서 119건으로 뛰었다. 올해 1분기(1∼3월) 증명서 발급 건수는 193건(1855kg)으로, 이미 지난해 한 해 규모(174건·1310kg)를 훌쩍 넘겼다. 이러다 보니 일본 관광객에게 한국 쌀이 구매 필수 아이템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일본 언론도 서울의 대형 마트에서 쌀을 구입해 귀국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뉴스로 전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나의 한국 쌀 구입기’ 같은 체험 글이 넘쳐난다. “쌀이 무거워 들고 다니는 게 힘들었다. 마치 근육 운동을 하는 기분이었다”는 생생한 후기가 공감을 얻는다. 사실 쌀을 가져오려면 검역 절차를 거쳐야 하고, 공항에도 평소보다 일찍 가야 한다. 이런 불편한 점이 있지만 한국 쌀을 사오면 가격 이점이 매우 크다. 일본 관세 당국은 개인당 1년에 100kg까지 쌀에 대한 면세를 인정해 주고 있다. 그런데 일본인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0kg 정도다. 면세 한도까지 사온다면 2인 가족이 ‘면세 쌀’을 먹으며 연간 쌀값을 70%가량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이달 8일에는 한국 쌀이 관련 통계 작성 후 35년 만에 일본에 처음 수입되기도 했다. NHK를 비롯한 일본 주요 언론도 이런 변화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다만, 정식 수입되면 kg당 341엔(약 3400원)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달 수입된 10kg 상품은 9000엔(약 9만 원)에 팔렸다. 관세가 더해져 가격이 올랐지만 관심은 뜨거웠다. 판매 열흘 만에 첫 수입된 2t이 품절됐다. 내달 추가로 10t이 일본에 수입된다. 일본의 쌀값 폭등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쌀에 대한 일본 소비자의 관심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한국 쌀, 공항에서 소포장으로 판다면 한국에 온 일본인들에게 쌀을 더 적극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 보면 어떨까. 소포장에 익숙한 일본인 특성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어른 주먹만 한 300g 쌀 포장도 낯설지 않다. 한국 쌀도 이렇게 무게를 다양하게 소포장해서 판다면 여행 가방에 남는 공간 만큼 딱 맞춰 살 수 있고, ‘근육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게다가 공항에서 쌀을 팔면 수고를 더 줄일 수 있다. 더불어 쌀의 공항 검역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한국 쌀 수출을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에게 전달했더니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다만 아이디어를 실무자 등과 공유했지만 아직 실현되지는 못했다고 했다. 한국 쌀이 일본 열도를 밟은 것은 수십 년 만에 처음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살릴 수 있는 여러 후속 조치가 시급하다.황인찬 도쿄 특파원 hic@donga.com}
“숲은 다른 어떤 농사와도 다릅니다. 씨앗을 사지도, 비료를 주지도, 농약을 치지도 않지만 언제나 최고의 선물을 주지요.” 지난달 22일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시에서 남동쪽으로 80km 떨어진 브로몽의 파인 마운틴 숲을 찾았다. 퀘벡 지역은 세계 메이플 시럽의 72%, 캐나다 메이플 시럽의 90%를 생산하는 전 세계 메이플 시럽의 핵심 생산지다. 이곳에서 만난 메이플 시럽 생산자 데이비드 홀 씨(65)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울창한 단풍나무들을 쓰다듬으며 “숲에서 태어나고 숲에서 자란 우리에게 숲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액 흘러넘치는 봄의 단풍나무 숲홀 씨의 단풍나무 숲은 얼핏 보기엔 잎사귀 없는 나무들로 가득한 겨울 산의 모습이었다. 군데군데 여전히 녹지 않은 눈들이 덮여 있었다. 하지만 수액 채취를 위해 단풍나무마다 1, 2개씩 꽂아놓은 관을 가만히 살펴보니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수액이 흘러나와 튜브를 통해 산 아래쪽 수액 탱크로 내려가고 있었다. 홀 씨는 “지금처럼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수액 흐름이 왕성한 3월이 단풍나무 수액을 채취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며 “많게는 하루에 한 그루당 3갤런(11.4L)을 채취하는데, 이런 나무가 이 숲에 2만3000그루”라고 설명했다.메이플 생산자들은 봄이 오기 전 미리 나무에 드릴로 구멍 1, 2개를 뚫고 수액 채취 관을 연결한다. 20여 일 뒤 채취를 끝내고 관을 제거하면 1년 뒤 나무는 스스로 재생을 통해 그 구멍을 메운다. 나무에서 막 흘러나온 단풍나무 수액은 달콤한 생수 같은 맛이 난다. 이를 수액 탱크에 싣고 단풍나무 숲 근처 일종의 처리 시설인 ‘슈거섁(Sugar Shack·설탕 오두막)’으로 가져간다. 수액을 끓이자 마침내 갈색빛이 나는 메이플 시럽이 됐다. 홀 씨는 “1L의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데 평균 40L의 수액이 필요하다”며 “메이플 시럽의 브릭스와 농도는 생산 설비 내 컴퓨터 센서를 통해 균질하게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대 이어 청년 농가 만드는 ‘액체 황금’ 홀 씨의 집안은 1860년부터 6대째 메이플 시럽을 생산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의 아버지 이전에도 우리는 늘 이 숲에 있었다”며 “어린 시절 아버지를 도와 일하던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그때는 채취한 수액을 마차에 실어 산 아래로 가지고 내려왔다는 것뿐”이라며 웃었다. 홀 씨는 “오직 자연과 호흡하며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게 일터로서의 숲의 매력”이라며 “맥길대 졸업 후 스스로 이 숲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홀 씨의 아들 앤드루 씨(31)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처럼 맥길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한 뒤 숲으로 돌아와 메이플 시럽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 실제 퀘벡 지역에는 귀농한 청년층 등 젊은 메이플 시럽 생산자가 꾸준히 유입되며 그 수가 늘고 있다. 캐나다 정부 통계와 퀘벡 메이플 시럽 생산자협회(QMSP)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생산 농가 수는 20% 가까이 늘어 현재 1만3500가구에 달한다. 이렇게 창출된 정규직 일자리도 1만2600개에 이른다. QMSP는 “메이플 시럽 산업은 퀘벡주 국내총생산(GDP)에 11억 캐나다달러(약 1조1300억 원) 이상을 기여한다”며 “벌목에 비해 GDP는 9배, 고용은 16배 더 높다”고 분석했다. 홀 씨 역시 “메이플 시럽 생산을 통해 매년 40만 캐나다달러(약 4억1170만 원)의 수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숲푸드로 지역경제 활성화 세계 3대 산림국 중 하나인 캐나다는 숲에서 얻는 임산물이 이처럼 국가 경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캐나다의 임산물은 목재와 펄프부터 시작해 블루베리, 크랜베리 등 숲 열매와 단풍나무 수액 등 비(非)목재 임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산림 전문가들은 “버섯, 산나물, 감, 대추, 밤 등 먹는 임산물, 일명 ‘숲푸드’는 자연산 무공해 식품인 데다 탄소 배출, 토양 오염 등도 줄여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지역의 숲푸드를 잘 살리면 지역 경제도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숲을 지키고 지역을 살리려 노력하는 일부 청년들은 캐나다 숲의 오랜 주인이었던 원주민 부족들과 함께 직접 숲으로 나가 버섯과 허브, 약초 등을 채취하고 이를 판매하는 지역 기반 사업체를 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야생 바구니(The Wild Basket)’라는 이니셔티브를 통해 지역과 땅을 연결하고 주민들과 인근 식당에 신선한 임산물을 공급해 주목받았다. 다만 최근 캐나다 숲 농가들은 기후변화 위기와 맞서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극한기후 속 산불 재해 위험성 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홀 씨는 “모든 숲을 지금처럼 유지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메이플 시럽 산업의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해 필요한 숲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새로운 단풍나무를 심어 메이플 시럽을 생산하려면 최소 50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최근 퀘벡 지역의 메이플 시럽 생산 농가들은 ‘숲이 없으면 시럽도 없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메이플 시럽 패키지에 캠페인 문구가 새겨진 10만 개의 스티커를 붙여 국내외 메이플 시럽 소비자들에게도 숲의 중요성을 알리자는 취지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캐나다 퀘벡주(州) 일대의 메이플 시럽 생산 농가들은 시럽 생산에서 더 나아가 메이플 시럽을 지역의 요리 및 문화 유산과 결합시킨 체험형 사업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바로 퀘벡 지역의 독특한 전통 문화인 ‘슈거섁(설탕 오두막)’을 통해서다. 1850년대부터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설탕 오두막은 메이플 시럽 생산이 절정에 달하는 이른 봄, 온 가족이 눈 덮인 숲에서 종일 일하다가 저녁에 모여 함께 술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휴식을 취하던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도 퀘벡주의 단풍나무 숲 일대에는 100여 개의 설탕 오두막이 존재하는데, 대부분 단풍나무 수액 채취가 이뤄지는 3월에 집중적으로 운영된다. 이 시기에 설탕 오두막을 방문하면 갓 끓여낸 메이플 시럽을 눈 위에 붓고 나무 막대에 돌돌 말아 막대 사탕처럼 굳혀 먹는 ‘메이플 태피’를 경험할 수 있다. 메이플 시럽을 이용한 팬케이크나 크레이프 등 다양한 퀘벡 전통 요리도 제공된다. 설탕 오두막 옆 단풍나무 숲에서 방문객들은 직접 단풍나무 수액 채취 과정을 관찰하고 생산자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일부 설탕 오두막은 무쇠 솥에 단풍나무 수액을 붓고 장작을 피워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전통 방식을 시연하는가 하면, 단풍나무 숲 산책이나 마차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다 보니 이 시기 슈거섁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퀘벡주는 2020년 메이플 시럽 생산 100주년을 기념한 데 이어 2021년 단풍나무 수액 채취 시즌을 문화유산법에 따라 퀘벡의 공식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또 메이플 시럽의 역사와 생산을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다뤄 지역의 숲 자원이 산업을 넘어 교육과 공유 유산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지역의 기술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메이플 시럽 생산 자격증도 딸 수 있다. 퀘벡주는 지난해 단풍나무를 퀘벡 문화와 정체성의 상징으로 공식화하기 위해 10월 셋째 주 일요일을 ‘국립 단풍나무의 날’로 선포하는 법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날은 단풍나무와 단풍 시럽 생산, 단풍나무 제품과 관련된 모든 것을 기념한다. 퀘벡의 문화, 사회, 요리, 역사에서 단풍나무 숲이 가지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최근 미국과 관세 협상에 나선 일본이 이르면 다음 주 미일 장관급 회의에서 비(非)관세 장벽 개선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미국산을 비롯해 쌀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쌀을 더 수입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최근 일본 수출길이 열렸고 현지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한국 쌀도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트럼프 “700% 관세” 터무니없다던 日, 태세 전환 22일 마이니치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미국의 요구를 반영할 대책을 검토하라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지시에 따라 일본 정부는 조만간 비관세 장벽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2차 미일 장관급 회의의 협상카드로 쌀 수입 확대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이시바 총리와의 통화에서 “일본이 700%의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일본은 당시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대응했지만 미국 쌀 수입 확대안을 본격 검토하게 된 것.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이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자동차 추가 관세 25% 예외 조치에 대해 미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로 짚은 쌀을 매개로 이번 사태를 타개하고 싶어한다”고 진단했다. 일본 또한 쌀 수입 확대가 어느 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1년 새 두 배가 된 쌀 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 또 수입 쌀 확대를 통해 농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이시바 총리도 2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여러 조치를 통해 지켜왔지만 일본 농업은 쇠퇴하고 있다”며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7월 20일 치러질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농가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이 미국과 신중하게 협상 시기 등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日수출 물꼬 튼 한국 쌀에도 기회 일본은 1993년 타결된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을 통해 쌀 시장을 일부 개방했다. 1995년부터 쌀 수입에 대해 일정 물량을 무관세로 들여오는 ‘최소시장접근(MMA·Minimum Market Access)’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매년 77만8000t의 쌀을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고, 이 물량을 초과하는 수입분에 대해선 kg당 341엔(약 3400원)의 관세가 부과된다. 해당 사안에 밝은 일본 내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대미 협상안으로 두 가지 안을 검토 중이다. MMA에 따라 무관세로 들여오는 수입쌀 77만8000t 전체 분량을 늘리는 방안과, 기존에 무관세로 들어오는 분량은 유지하면서 최대 10만 t으로 한정한 주식용 쌀의 분량을 늘리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 이 소식통은 “주식용 쌀의 수입 규모를 늘리게 된다면 미국 쌀만 골라 수입할 수 없고, 모든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에 입찰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진다”며 “한국 쌀의 대일 수출량을 늘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8일 일본에 처음 정식으로 수입된 한국산 쌀 2t은 판매 열흘 만에 거의 소진됐다. 2차 선적분 10t은 다음 달 초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일본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10kg 상품의 비중을 80%로 늘렸고, 나머지는 4kg 상품으로 채울 예정이다. 농협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일본 쌀 시장 변화에 맞춰 수출량을 조절하고, 판매처를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14일 일본 오사카 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의 한 순환버스 정류장. 카메라와 센서를 가득 단 특이한 외형의 버스가 들어왔다. 이 버스는 ‘오사카 메트로’가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버스. 사람이 별도로 조작하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스스로 운전할 수 있다. 완전자율주행 ‘레벨4’로 제작된 버스다. 편도 400엔(약 4000원)을 내고 버스에 탔다. 좌석은 13개였고 승객은 기자 혼자였다. 천천히 출발한 버스는 직선도로에서 최고 20km, 커브길에서 10km로 달렸다. 거북이 걸음 같은 느린 속도였지만 주변 차들을 피해 알아서 움직였다.》13일 개막한 오사카 엑스포는 158개국이 참가해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장이다. 또한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 디자인’을 주제로 열리는 만큼 첨단 기술을 실증하는 거대한 시연의 무대이기도 했다.● 각종 첨단 기술의 시연장 10분쯤 달렸을까. 왼편에서 경보음이 울리더니 버스가 멈춰 섰다. 긴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운전석에서 대기하던 운전사가 곧 수동운전을 시작했다. 버스에 동승한 오사카 메트로의 관계자는 “일부 센서가 장애물을 인식 못 하는 것이 확인돼 급히 수동 운전으로 전환했다”면서 “가끔 이런 일이 발생한다. 아직은 실험 단계”라고 설명했다.자율주행 버스가 마냥 먼 미래의 일은 아니다.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에서는 운전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전국 10곳을 선정해 자율주행 ‘레벨4’ 시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실제 탑승해 보니 실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아 보였다. 상상을 구현해 낸 듯한 기술도 많았다. 일본의 목욕기기 제조업체 사이언스가 출품한 ‘미래 인간 세탁기’가 그렇다. 이 회사는 55년 전인 1970년 오사카 엑스포 때도 ‘인간 세탁기’를 선보였는데, 당시엔 얼굴을 기기 밖으로 내놓은 채 목 아래만 씻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1인용 캡슐형 기기 속에 들어가 앉아 세정에서 건조까지 이뤄지는 것으로 발전됐다. 이 세탁기를 시연하는 모습은 하루 5번 진행된다. 시간에 맞춰 가니 관람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시연자가 캡슐에 들어간 지 약 15분 뒤 문이 열렸다. 기대감과 달리 시연자는 머리카락은 물론이고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나왔다. 옆에 서 있던 행사 관계자가 수건과 두툼한 목욕 가운을 건넸다. 행사 관계자는 “세척은 잘되지만 아직 건조까지는 완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 ‘인공 심장’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길이 약 3cm로 엄지 손톱만 한 빨간색 조각이 스스로 벌떡벌떡 뛰는 것이 신기했다. 아직은 피를 뿜어내지 못하는 개발 초기 단계지만 언젠가 누군가의 심장을 대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작은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가사와키중공업은 사람이 탑승해 몸으로 조종할 수 있는 2인승 사족보행 말 로봇 ‘콜레오(Corleo)’의 초기 모델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일본에서 보는 콜로세움이번 엑스포는 개막을 앞두고 각종 우려가 쏟아졌다. 쓰레기 매립지인 유메시마 지역에 세워진 엑스포장에선 허용치를 넘는 메탄가스가 검출됐고, 지진 등 재해로 행사장 고립 가능성도 제기됐다. 여러 전시실의 건설이 지연됐고, 결국 5개국 전시관은 미완성 상태로 개막을 맞았다. 우려가 컸던 탓일까. 오사카 엑스포 현장은 광대한 목조 건축물인 ‘그랜드 링’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 자연스레 감탄이 나왔다. 최대 높이 20m, 둘레 2km의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이 건축물은 이번 엑스포의 상장물이다. 특히 가장 높은 지역에 오르면 한편으로는 드넓은 오사카 앞바다가, 반대편으로는 축구장 217개 크기의 광활한 엑스포 행사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번 엑스포에는 158개국이 참여했는데 국가별로 설치된 전시관은 하나하나가 그 나라의 특징을 압축하는 대표 건축물이었다. 이탈리아 전시관은 콜로세움을 모티브로 지어졌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여러 독립된 건축물과 야자수 등을 미로처럼 설치해 사막의 오아시스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한국과 미국 등은 건물 외벽에 대형 파사드를 설치해 건물 자체를 국가를 홍보하는 대형 광고판으로 활용했다. 특히 각국의 전시관은 밤이 되면 각종 조명과 음악을 더해 화려함을 더했다. 고베에서 아내와 함께 온 70대 일본인 남성은 “1970년 오사카 박람회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볼거리가 많다”며 “특히 음악 등을 주제로 한 오스트리아 전시관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엑스포를 관람하기 위해 휴가를 내고 영국에서 왔다는 네일 씨(52)는 “기대했던 것보다 엑스포 행사장이 크고 전시가 다양해 놀랍다”면서 “엑스포 관람 일정을 늘려서라도 다 보고 싶다”고 말했다. 당초 ‘기괴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엑스포의 공식 캐릭터 ‘먀쿠먀쿠’의 인기도 높았다. 기프트숍 앞에는 입장을 위해 긴 대기줄이 생겼으며, 일부 제품은 조기에 완판되기도 했다.● 관람객 저조, 7월 참의원 선거 변수? 이번 오사카 엑스포는 1970년 오사카, 2005년 아이치에 이어 세 번째로 일본에서 열린 엑스포다. 특히 55년 만의 재유치에 성공한 오사카는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 이로 인한 경제효과도 기대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는 평가가 많다. 당초 2018년 박람회장 건설비로 1250억 엔(약 1조2500억 원)을 예상했으나 자재와 인건비가 올라가며 거의 두 배 가까운 2350억 엔(약 2조3500억 원)으로 늘었다. 그렇다면 관람 흥행이 예상보다 잘돼야 하는데, 초기 성적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 엑스포를 주최한 일본국제박람회협회는 13일 개막 이후 17일까지 일주일 동안 총 50만2000명의 관람객이 찾았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개막 후 9일 동안 50만 명을 돌파한 2005년 아이치 때보다는 빠른 기록. 하지만 당초 이번 엑스포의 관람객 목표인 2820만 명을 달성하려면 산술적으로 하루 평균 15만 명이, 일주일간 105만 명이 와야 한다. 그러나 개장 첫 주 관람객 수는 목표치의 절반 수준이었다. 아사히신문이 2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사카 엑스포에 ‘가고 싶다’는 응답은 32%였다. 이러다 보니 주최 측이 관람객 목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은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엑스포의 관람객 목표는 도쿄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시, 주변 호텔 등을 포함하는 도쿄 디즈니 리조트의 연간 방문객 수 약 2630만 명(2023년 기준)보다 많다. 그런데 이런 숫자를 오사카 엑스포는 1년이 아닌 반년(총 184일) 만에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이번 엑스포의 건설비는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제계가 3분의 1씩 부담한다. 적자 엑스포가 된다면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오사카를 기반으로 한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가 이번 엑스포의 개최를 적극 이끌고 나섰다. 이런 까닭에 엑스포의 향후 흥행 여부가 7월 참의원 선거의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사카에서황인찬 도쿄 특파원 hic@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사진) 일본 총리가 21일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또 봉납했다. NHK,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시작된 춘계 예대제(例大祭·제사)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마사카키(眞榊·신사 제단에 바치는 비쭈기나무 화분)’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지난해 10월 야스쿠니신사 추계 예대제 때에 이어 반년 만에 다시 공물을 보낸 것. 다만 지난번처럼 이번 예대제 기간 중에도 이시바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 예정은 없다고 NHK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시바 총리는 개인 입장에서 ‘마사카키’를 봉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차원의 견해를 말씀드릴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봉납만 한 것에 대해 “중국과 한국의 반발을 고려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본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2013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마지막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는 재임 중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고 공물만 봉납했고, 이시바 총리도 같은 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초당파 의원 연맹인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22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 예정이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을 추모하고 있다.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들도 합사돼 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