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지난주엔 부모님과 말다툼하다가 문득 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달 19일 한 마약 사범이 이렇게 털어놨다. 벽난로에서 노란 불빛이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방 안에 원형으로 둘러앉은 8명 중 1명이었다. 다른 마약 사범은 “나도 주변 사람에게 힘든 티를 내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이 들 때 약을 찾게 된다”며 공감했다. 상담을 맡은 곽민정 고려대 두뇌동기연구소 연구교수가 “두 분이 매주 상담에 참여하며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창밖 밤하늘을 무수한 별이 밝히고 있었다.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보호관찰소의 보호관찰을 받는 마약 사범을 대상으로 한 상담 세션의 한 모습이다. 하지만 벽난로도, 밤하늘도 실제가 아니었다. 상담이 이뤄진 곳은 메타버스 애플리케이션(앱) 안의 공간이었다. 마약 사범은 모두 3차원(3D) 아바타로 접속한 채 약물을 끊는 과정에서 찾아온 욕구를 참아낸 경험을 차례로 털어놓았다. 상담에 참여한 30대 김모 씨는 “상담을 통해 단약 과정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전체 마약류 사범 가운데 20, 30대의 비율이 60%를 넘어서면서 약물 중독을 치료하고 재활을 돕는 방식도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정부는 재범률이 30% 안팎에 달하는 마약류 사범의 특성을 고려해 단순 처벌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중독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치료적 사법’을 확대하고 있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비대면 상담 역시 익명성과 접근성을 높여 약물 중독자의 원활한 회복을 돕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 ● 메타버스에서 ‘불멍’… 진화하는 마약 중독 상담상담에 사용되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해 보니 울창한 숲 사이로 시냇물이 흐르는 풍경이 펼쳐졌다. 숲길 곳곳엔 상담실이 있었다. 한 곳을 선택해 들어가자 벽난로가 타는 소리가 들리는 상담 공간이 펼쳐졌다. 야외에서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불멍’(불을 멍하니 바라보며 잡념을 비우는 것)을 하며 상담하는 듯한 환경도 설정할 수 있다. 내담자는 일주일에 한 번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으로 여기에 접속해 약을 끊는 과정에서 느낀 감정과 복용 충동을 이겨내는 방법을 비대면으로 공유한다. 이 상담에선 상담사의 조언보다 내담자 간의 중독 극복 경험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는 의정부보호관찰소가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고려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마약류 사범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재활 상담 프로그램 중 하나다. 보호관찰 처분은 선고유예나 집행유예 등을 받은 범죄인을 교도소 등에 가두는 대신 사회에서 관찰을 받으며 일상을 보내게 하는 제도다. 보호관찰 대상자는 정해진 기간에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 아래 각종 수강 명령과 상담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메타버스 재활 상담도 이러한 치료·재활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 익명 상담으로 ‘끼리끼리 재범’도 차단특히 온라인 비대면 상담은 20, 30대 마약류 사범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최근 추세를 감안한 치료 방법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4년 전체 마약류 사범 중 20, 30대는 60.8%였다. 2015년 35.1%에 비해 약 1.7배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겐 익명성이 보장되는 비대면 공간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메타버스 상담에 참여하는 한 20대 초반 보호관찰 대상자는 “얼굴이 노출되지 않는 게 메타버스 상담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목소리로만 소통하니까 대면으로 만날 때보다 편안하게 마음속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고 했다. 온라인 비대면 상담의 익명성은 마약류 사범끼리 사적으로 만나는 걸 차단해 재범 경로를 막는 대안이 되기도 한다. 기존 대면 집단교육은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대상자끼리 연락을 주고받으며 다시 범죄로 빠져드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실제로 올 4월 경기 남양주시에선 9년 전 보호관찰소 마약류 관련 교육 과정에서 알게 된 두 남성이 합심해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가 법원에서 각각 징역형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메타버스 상담을 기획한 의정부보호관찰소 보호관찰관 김태한 계장은 “익명성을 통해 재범 위험을 낮추면서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공간의 특성을 활용해 지속적인 상담 역시 가능하다”고 밝혔다.● “재활 치료로 연계해야”정부는 2023년 시범 운영을 시작한 마약류 단순 투약 사범 대상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을 2024년 4월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는 등 마약류 사범에 대해 적극적인 치료적 사법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이 모델은 마약류 투약 사범 중 치료·재활이 필요한 조건부 기소유예자에게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제도다. 최근까지 약 2년 5개월 동안 332명을 대상으로 해당 제도를 실시한 결과, 재범자는 4명에 그쳤다. 재범률로는 1.2%에 해당한다. 통상 30% 안팎에 달하는 전체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보다 효과가 컸다고 해석된다. 다만 보호관찰 종료 이후 지역사회 중독재활치료센터로의 연계가 원활하지 않다는 한계는 여전하다. 정부는 재활 연계를 위해 마약퇴치운동본부 산하 ‘함께한걸음센터’ 17곳,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63곳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전체 마약류 투약 사범 중 함께한걸음센터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한 비율은 24%에 머물렀다. 2023년(10.8%) 대비로는 늘었지만 여전히 낮은 비중이다. 여기엔 마약 중독자에 대한 낙인을 우려해 오프라인 공간 방문을 꺼린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비대면 상담을 보호관찰 기간 이후 지역사회 재활센터까지 연계해 치료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현준 한국중독회복연대 대표는 “죗값을 치른 뒤 낙인을 우려해 지역사회 재활 연계를 꺼리는 마약류 사범이 많다”며 “함께한걸음센터 등 지역사회 치료·재활센터에도 온라인 비대면 상담을 도입하는 등 당사자 입장을 고려한 재활 프로그램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의정부=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증거로 지목돼 법원이 보전을 명령했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용지 보관 상자를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미 폐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겉에 ‘인쇄 매수 1900매’ 등이 표기된 이 상자는 지역 선관위가 확정 유권자 수의 절반에 못 미치는 투표용지만 준비했다는 의혹을 밝힐 자료였다. 10일 송파구 선관위 관계자는 “해당 상자는 9일 폐기 전문 업체가 다른 물건과 함께 실어 갔다”며 “이미 기표한 투표용지가 담긴 투표함과 달리 단순 보관 상자는 법적 보관 의무가 없다”고 했다. 중앙선관위는 “송파구 선관위로선 (법원의 보전 명령을) 사전에 인지할 수 없었다”고 했다. 송파구 선관위가 밝힌 폐기 시점은 9일 낮 12시경으로, 서울동부지법이 보전 명령을 통보한 같은 날 오후 5시 반경보다는 이른 시간이다. 앞서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은 ‘선거인 명부에 따르면 잠실7동 제2투표소의 전체 선거인 수는 3856명인데, 송파구 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 비율의 하한선인 50%(1928명)에 못 미치는 1900매만 준비했는지 밝힐 자료’라는 취지로 증거 보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10일 오후 3시경 잠실7동 제2투표소를 찾아 현장 검증을 진행한 서울동부지법 김지연 부장판사 등은 약 26분 만에 해당 상자를 찾지 못한 채 검증을 종료해야 했다. 김 위원은 “현장이 모두 치워져 있는 상태여서 (상자가) 없었다”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등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6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 선언을 진행했다. 연세대에선 시국 선언 이후 자유 발언에서 한 학생이 “선관위가 부정선거 음모와 계엄 옹호 세력에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하자 다른 학생이 “계엄 얘기는 왜 하냐”며 따지면서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을 수사하는 경찰은 송파·동작·강남·서초·광진구 선관위 직원들과 출석 일자를 조율하고 있다. 경찰은 선거 당일 투표소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일부 투표소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증거로 지목돼 법원이 보전을 명령했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용지 보관 상자를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미 폐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겉에 ‘인쇄 매수 1900매’ 등이 표기된 이 상자는 지역 선관위가 확정 유권자 수의 절반에 못 미치는 투표용지만 준비했다는 의혹을 밝힐 자료였다.10일 송파구 선관위 관계자는 “해당 상자는 9일 폐기 전문 업체가 다른 물건과 함께 실어 갔다”라며 “이미 기표한 투표용지가 담긴 투표함과 달리 단순 보관 상자는 법적 보관 의무가 없다”고 했다. 중앙선관위는 “송파구 선관위로선 (법원의 보전 명령을) 사전에 인지할 수 없었다”고 했다.송파구 선관위가 밝힌 폐기 시점은 9일 낮 12시경으로, 서울동부지법이 보전 명령을 통보한 같은 날 오후 5시 반경보다는 이른 시간이다. 앞서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은 “선거인 명부에 따르면 잠실7동 제2투표소의 전체 선거인 수는 3856명인데, 송파구 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 비율의 하한선인 50%(1928명)에 못 미치는 1900매만 준비했는지 밝힐 자료”라며 증거 보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이에 따라 10일 오후 3시경 잠실7동 제2투표소를 찾아 현장 검증을 진행 서울동부지법 김지연 부장판사 등은 약 26분 만에 해당 상자를 찾지 못한 채 검증을 종료해야 했다. 김 위원은 “현장이 모두 치워져 있는 상태여서 (상자가) 없었다”라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한편 서울대 등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6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 선언을 진행했다. 연세대에선 시국 선언 이후 자유 발언에서 한 학생이 “선관위가 부정선거 음모와 계엄 옹호 세력에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하자 다른 학생이 “계엄 얘기는 왜 하냐”며 따지면서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을 수사하는 경찰은 송파·동작·강남·서초·광진구 선관위 직원들과 출석 일자를 조율하고 있다. 경찰은 선거 당일 투표소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일부 투표소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유권자의 60%에서 50%로 낮추면서 공식 회의록도 남기지 않은 채 내부 결재만으로 규정을 확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12월 10일 ‘제9회 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을 하달하면서 투표용지 인쇄 매수의 하한 기준을 종전(60%)보다 축소한 50%로 규정했다. 이는 같은 달 24일 ‘공직선거 절차사무편람’ 개정을 통해 확정됐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종합관리지침은 각 부서 의견을 취합한 후 내부 결재를 거쳐 시도위원회 등에 하달했다”고 밝혔다. 또 편람 개정의 경우 “각급 선관위의 의견 수렴을 거쳤다”면서도 “별도 회의는 개최하지 않아 회의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초래한 결정을 공식 회의도 없이 내렸다는 설명이다. 지역 선관위도 투표용지 인쇄 매수를 결정할 때 세밀하게 검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람에는 “(인쇄 매수는) 예상 사전투표율 등 지역 실정을 감안해 투표구별로 조정할 수 있다”고 명기됐다. 서울 송파구의 경우 2014년과 2018년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전체 선거인의 본투표율은 50%를 넘었지만, 편람상 하한선인 50%를 일괄 적용해 투표가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다. 법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송파구 내 투표소를 촬영한 폐쇄회로(CC)TV와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발견된 투표용지 보관 상자 등 4건의 증거 보전을 명령했다.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할 검경 합동수사본부장은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맡는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전국 주요 대학 학생회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 선언에 나섰다. 9일 서울대 등 16개 대학 총학생회는 10일 오후 6시 각 대학 캠퍼스에서 지방선거 투표용지 사태 관련 시국 선언 및 피켓 시위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국 선언엔 고려대와 연세대, 건국대, 경희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숭실대, 한국외국어대, 홍익대, 전남대 등의 학생이 참여한다. 총학생회가 없는 학교는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시국 선언을 진행한다. 이들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실효성 있는 구제 대책 마련, 선거관리위원회 개혁, 개혁 감사 기구 설치 등을 당국에 요구할 예정이다. 서울교대와 영남대, 을지대 등의 총학생회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관위를 비판하는 성명이나 입장문을 잇달아 발표했다.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 닷새째 이어진 집회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이날 핸드볼경기장 일대에는 오후 4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2000여 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일부 참가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 투표 수개표’ 구호를 외쳤다. 정파적 시위와 거리를 두자는 의미로 “‘재선거’ 구호만 외치자”는 참가자는 지난 주말과 비교해 줄었다. 일부 시위 참가자는 핸드볼경기장 매표소에 ‘화교 특혜 철폐하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붙이며 외국인 선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낮 12시경엔 일부 집회 참가자가 사무실 물품을 가지러 온 대한체육회 직원에게 검문검색을 받으라고 요구하면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전국 주요 대학 학생회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 선언에 나섰다.9일 서울대 등 16개 대학 총학생회는 10일 오후 6시 각 대학 캠퍼스에서 지방선거 투표용지 사태 관련 시국 선언 및 피켓 시위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국 선언엔 고려대와 연세대, 건국대, 경희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숭실대, 한국외국어대, 홍익대, 전남대 등의 학생이 참여한다. 총학생회가 없는 학교는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시국 선언을 진행한다.이들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실효성 구제 마련, 선거관리위원회 개혁, 개혁 감사 기구 설치 등을 당국에 요구할 예정이다. 서울교대와 영남대, 을지대 등의 총학생회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관위를 비판하는 성명이나 입장문을 잇달아 발표했다.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 닷새째 이어진 집회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이날 핸드볼경기장 일대에는 오후 4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2000여 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일부 참가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 투표 수개표’ 구호를 외쳤다. 정파적 시위와 거리를 두자는 의미로 “‘재선거’ 구호만 외치자”는 참가자는 지난 주말과 비교해 줄었다. 일부 시위 참가자는 핸드볼경기장 매표소에 ‘화교 특혜 철폐하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붙이며 외국인 선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낮 12시경엔 일부 집회 참가자가 사무실 물품을 가지러 온 대한체육회 직원에게 검문·검색을 받으라고 요구하면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유권자의 60%에서 50%로 낮추면서 공식 회의록도 남기지 않은 채 내부 결재만으로 규정을 확정한 것으로 드러났다.9일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12월 10일 ‘제9회 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을 하달하면서 투표용지 인쇄 매수의 하한 기준을 종전(60%)보다 축소한 50%로 규정했다. 이는 같은 달 24일 ‘공직선거 절차사무편람’ 개정을 통해 확정됐다.중앙선관위는 “종합관리지침은 각 부서 의견을 취합한 후 내부 결재를 거쳐 시도위원회 등에 하달했다”고 송 의원에게 설명했다. 또 편람 개정의 경우 “각급 선관위의 의견 수렴을 거쳤다”고 밝혔지만 “별도 회의는 개최하지 않아 회의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초래한 결정을 공식 회의도 없이 내렸다는 설명이다.지역 선관위도 투표용지 인쇄 매수를 결정할 때 세밀하게 검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람에는 “(인쇄 매수는) 예상 사전투표율 등 지역 실정을 감안해 투표구별로 조정할 수 있다”고 명기됐다. 서울 송파구의 경우 2014년과 2018년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전체 선거인의 본투표율은 50%를 넘었지만, 편람상 하한선을 일괄 적용해 투표가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다.중앙선관위와 송파구 선관위는 실제 인쇄를 하한선인 50%에 맞추게 된 책임을 상대방에 돌리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예상 선거인 수 대비 인쇄 매수를 결정하는 건 각 지역 선관위”라는 입장인 반면,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빚은 송파구선관위는 “중앙선관위 지침과 과거 투표율을 고려해 인쇄했다”고 주장했다.중앙선관위는 편람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시군구 선관위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는 입장이다. 또 편람에 “(인쇄 매수는) 선거구별 또는 투표구별로 조정해서 산정해 사무처장이나 사무국 전결로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을 들어, 실제 인쇄량을 50%로 확정한 것은 송파구 등 지역 선관위의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송파구선관위는 편람에 앞서 하달된 ‘제9회 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을 따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앙과 지역 선관위 모두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4년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송파구 잠실4동의 전체 선거인 수 대비 본투표율은 각각 55.23%와 51.45%였고, 잠실7동은 59.56%와 51.40%로 두 차례 연속 50%를 웃돌았다. 두 동은 모두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핵심 지역이다. 과거 전례를 감안하면 하한선인 50%를 일괄 적용하지 말고 투표구별로 조정했어야 했다는 것이다.송 의원은 “투표율이 50%를 넘었던 지역에 최소 기준만을 적용한 것은 직무유기이자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한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을 촉구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집회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 나흘째 이어졌다. 주말 동안 별다른 충돌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8일에는 ‘부정선거’ 주장 여부 등을 두고 참가자들 간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핸드볼경기장 일대에는 오후 4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2300명의 시민이 모여 “기본권 침해” 등을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전날 오후 7시 기준 3만7000명보다는 줄어든 규모다. 이곳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빚은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의 개표소가 마련된 곳으로, 5일부터 규탄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공원에는 정파적인 메시지를 배제하자는 취지로 “‘재선거’ ‘참정권 침해’ ‘애국가’만 외쳐 주세요”, “(성조기가 아닌) 태극기만 흔들어 주세요” 등 안내문이 여러 개 붙었지만, 이날 안내문 중 일부는 ‘부정선거’, ‘성조기 가능’ 등 문구가 덧칠됐다. ‘부정선거가 내란이다’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 등 벽보도 다수 붙어 있었다. 현장 곳곳에서는 집회 구호를 두고 언쟁이 잇따랐다. 이날 오전 11시경 경기장 입구에서 한 20대 남성이 “재선거만 외쳐야 한다”라고 하자 60대 여성이 “부정선거라고 외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며 맞서기도 했다. 이날 오전 핸드볼 여성 유소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용품을 챙기려 경기장으로 향하자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선수 맞느냐”며 막아서기도 했다. 이들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공인구 등을 들고 나오자 “투표용지가 숨겨져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소지품을 검사하기도 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6·3 지방선거 다음 날인 4일 오전 11시경 서울 중구 약수역 사거리에서는 중구 도시디자인과 직원들이 선거 현수막을 떼어내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현수막을 고정한 노끈을 잘라내고 각목으로 둘둘 말아 모으자 1t 트럭 적재함이 금세 가득 찼다. 이들이 제거해야 할 관내 현수막은 620여 개로 각목까지 포함하면 2t에 육박하는 무게다. 이날 작업 현장에 투입된 한 직원은 “지방선거는 출마자가 많아 현수막을 떼어내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린다”고 말했다. 지방선거가 끝나자 전국 폐기물 처리장에는 쓸모를 잃은 선거 현수막이 몰려들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 현수막은 선거가 끝난 뒤 정당과 후보자 등 설치한 주체가 철거해야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며칠씩 방치되다가 지방자치단체가 대신 철거해 폐기하는 게 보통이다. 선거 현수막은 일회성 쓰레기이자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받아 왔다. 폴리염화비닐(PVC)이나 폴리프로필렌(PP) 같은 합성수지로 만든 탓에 잘 썩지 않고, 소각하면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에 따르면 1t을 소각할 때마다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는 PVC의 경우 1.4t이며, PP에선 3.1t이 나온다.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소각되는 현수막이 보통 400t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매번 최소 600t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셈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폐현수막을 자원으로 다시 쓰려는 노력 덕분에 재활용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21대 대통령선거 당시 발생한 폐현수막 1062t 중 610t(57.4%)이 재활용됐다. 2024년 22대 총선(29.2%)이나 2022년 8회 지방선거(24.8%)에 비해 개선된 수치다. 일부 지자체는 선거 전부터 현수막을 재활용할 채비를 해뒀다. 서울 송파구는 수거될 300여 개의 폐현수막 중 80%를 재활용할 계획이다. 5일 송파구 직원 5명은 지하철 5호선 개롱역 교차로 일대에서 수거한 현수막을 오금동의 한 재활용 창고로 실어 날랐다. 창고 직원 이경숙 씨(66)는 “그냥 버려질 수도 있는 폐현수막을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품으로 되살리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현수막 1장은 가방 5개나 앞치마 2개로 변신해 관내 유치원과 복지관 등으로 전달된다. 합성수지 대신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현수막의 사용을 유도하자는 제언도 나온다. 프랑스는 후보가 발송하는 선거 홍보물 등에 재활용 섬유를 50% 이상 함유한 종이 등을 사용했을 때만 비용을 보전해 주고 있다. 소순창 건국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선거 공보물에 대한 ‘탄소 중립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일정 비율 이상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할 시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오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 마감 35시간 만에 투표함이 반출됐고, 비로소 이번 지방선거 개표도 마무리됐다. 그러나 선관위가 투표용지 관리 미흡은 물론이고 사태 파악 등도 제대로 못 했다는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당초 선관위는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가 3일에는 14곳이라고 발표했다가 4일 인천 지역 2곳도 추가했다. 하지만 이날 선관위는 “실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곳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투표용지 부족 14곳→16곳→50곳 선관위에 따르면 투표일인 3일 투표용지를 추가로 송부한 투표소는 전체 1만4228곳 중 67곳이었다. 이 중 실제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곳이다. 윤재수 중앙선관위 선거정책실장은 “투표용지 부족으로 잠시라도 투표가 중지되었다가 재개한 투표소는 총 22개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선관위는 각 투표소에서 용지가 부족할 때 준비해 놓은 예비용 투표용지를 어떻게 배분할지 지침조차 마련해 놓지 않고 있었다. 윤 실장은 “송파구 전체로는 투표용지가 부족하지 않았지만 송파구 관내에 있는 146개 투표소마다 선거일 투표자 수에 편차가 있어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모자랐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투표용지 부족 상황이 발생했을 때 투표용지를 이송하는 구체적 절차를 마련하지 못해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서 사과드린다”고 했다. 실제로 투표 당일 송파구에서는 투표소에 배치된 공무원들이 오후 2시경부터 투표용지가 부족하다고 계속해서 보고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가 공개한 송파구 공무원 단체대화방에는 당일 오후 “(용지가 없어) 곧 투표 중단해야 한다” “현장에서 너무 고충이 심각하다”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 위원장은 이날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대법관 출신인 노 위원장은 3월 대법관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후임 인선 지연으로 선관위원장직은 계속 수행하고 있다. 이날 선관위 2인자인 허철훈 사무총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투표함 35시간 만에 개표소 이동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7시 30분경부터 잠실7동 제2투표소가 마련된 우성아파트 경로당에 18개 기동대 1000여 명의 경력을 투입해 투표함 반출을 위한 통행로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투표소 건물 뒷문에서 스크럼을 짠 수십 명의 시위대가 물러나지 않자 경찰은 오전 8시 15분경부터 시위대를 한 명씩 분리해 손과 발을 잡고 끌어내는 등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전 8시 54분경 경찰은 시위대를 전원 이동 조치하고,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투표함 2개 반출을 완료했다. 3일 오후 10시 해당 투표소의 투표가 종료된 지 약 35시간 만이다. 경찰은 곧바로 투표함을 차량에 실어 개표장이 마련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이동했고, 선관위는 이날 비로소 지방선거 개표를 마무리했다. 이날 개표소에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주진우 의원, 김은혜 의원 등이 찾아 이번 사태에 항의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선관위 개혁은 스스로의 손에 맡길 수준을 넘어섰다. 국회 차원의 ‘선관위 개혁 특위’ 구성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는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조사를 바로 준비해 추진하겠다. 야당과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기회에 선관위가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정조사 이후 선관위 개혁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김민석 국무총리가 6·3 지방선거 본투표에서 발생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필요하다면 국회의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통해서라도 확실한 규명과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5일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수사를 포함한 모든 수단과 조치를 통해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할 것을 지시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도 이날 “국정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선관위에 대한 국정조사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선관위는 이날 당초 발표했던 14곳보다 훨씬 많은 전국 50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투표가 일시 중단됐던 곳도 22곳에 달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사퇴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엄정한 후속 조치를 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8시 54분경 경찰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 1000여 명의 경찰을 투입해 투표함 2개를 반출했다. 투표가 종료된 지 약 35시간 만이다. 서울시 선관위는 오후 3시경 개표를 마무리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오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 마감 35시간 만에 투표함이 반출됐고, 비로소 이번 지방선거 개표도 마무리 됐다.그러나 선관위가 투표용지 관리 미흡은 물론이고 사태 파악 등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정황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당초 선관위는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가 3일에는 14곳이라고 발표했다가 4일 인천 지역 2곳도 추가했다. 하지만 이날 선관위는 “실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개소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투표용지 부족 14곳→16곳→50곳선관위에 따르면 투표일인 3일 투표용지를 추가로 송부한 투표소는 전체 1만 4228개 중 67개소였다. 이 중 실제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곳이다. 윤재수 중앙선관위 선거정책실장은 “투표용지 부족으로 잠시라도 투표가 중지되었다가 재개한 투표소는 총 22개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선관위는 각 투표소에서 용지가 부족할 때 준비해 놓은 예비용 투표용지를 어떻게 배분할지 지침조차 마련해 놓지 않고 있었다. 윤 실장은 “송파구 전체로는 투표용지가 부족하지 않았지만 송파구 관내에 있는 146개 투표소마다 선거일 투표자수에 편차가 있어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모자랐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투표용지 부족 상황이 발생했을 때 투표용지를 이송하는 구체적 절차를 마련하지 못하여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서 사과드린다”고 했다. 실제로 투표 당일 송파구에서는 투표소에 배치된 공무원들이 오후 2시 경부터 투표용지가 부족하다고 계속해서 보고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가 공개한 송파구 공무원 단체대화방에는 당일 오후 “(용지가 없어) 곧 투표 중단해야 한다”, “현장에서 너무 고충이 심각하다”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 위원장은 이날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대법관 출신인 노 위원장은 3월 대법관 자리에 물러났지만 후임 인선 지연으로 선관위원장직은 계속 수행중이다. 이날 선관위 2인자인 허철훈 사무총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투표함 35시간만에 개표소 이동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7시 30분경부터 잠실7동 제2투표소가 마련된 우성아파트 경로당에 18개 기동대 1000여 명의 경력을 투입해 투표함 반출을 위한 통행로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투표소 건물 뒷문에서 스크럼을 짠 수십명의 시위대가 물러나지 않자 경찰은 오전 8시 15분경부터 시위대를 한 명씩 분리해 손과 발을 잡고 끌어내는 등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오전 8시 54분경 경찰은 시위대를 전원 이동 조치하고,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투표함 2개 반출을 완료했다. 3일 오후 10시 해당 투표소의 투표가 종료된 지 약 35시간 만이다. 경찰은 곧바로 투표함을 차량에 실어 개표장이 마련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이동했고, 선관위는 이날 비로소 지방선거 개표를 마무리했다. 이날 개표소에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주진우 의원, 김은혜 의원 등이 찾아 이번 사태에 항의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선관위 개혁은 스스로의 손에 맡길 수준을 넘어섰다. 국회 차원의 ‘선관위 개혁 특위’ 구성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국민의힘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는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조사를 바로 준비해 추진하겠다. 야당과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기회에 선관위가 국민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정조사 이후 선관위 개혁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6·3 지방선거가 열린 3일 전국 투표소 곳곳에는 오전 6시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투표소에는 문을 열기 전부터 유권자 15명이 대기했다. 이곳을 찾은 대학생 김준희 씨(19)는 “생애 첫 투표가 설레 ‘과잠’(학과 점퍼)을 입고 나왔다”며 “투표 전 거의 모든 후보자의 공약을 읽었다”고 했다.광주 동구에서는 1915년에 태어나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 민주화운동을 모두 겪은 김정자 할머니(111)가 딸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건국 이래 한 번도 투표를 거르지 않았다는 그는 “나라가 잘되기를 항상 기도한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에서 만난 중국 옌볜 출신 귀화자 박금철(61), 황금화(62) 씨 부부는 지난해 대통령선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투표 참여라며 “애국심과 책임감을 갖고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투표 인증도 이어졌다. 대학생 송수민 씨(22)는 손등에 찍은 기표 도장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셋로그’에 올렸고, 간호사 김모 씨(30)는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로 투표 인증 종이를 인쇄해 와 기표 도장을 찍었다. 이날 투표 방해와 소란 등 선거 관련 112 신고는 오후 6시까지 399건 접수됐다. 세종시 다정동에서는 오전 7시경 한 40대 남성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고 선거관리원에게 보여주려다 제지당했다. 그는 “대통령도 이러지 않았느냐”며 30여 분간 소란을 피우다가 투표한 뒤 퇴장했다. 오전 11시 40분경엔 경남 김해시의 한 투표소에서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나도 투표용지를 보이겠다”며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투표 관련 착오도 잇따랐다. 오후 1시경 부산 사상구 엄궁동의 한 투표소에서는 50대 남성이 “선거인 명부에 이미 서명이 돼 있어 투표를 못 하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름이 같은 다른 유권자가 잘못 서명한 사실을 확인했다. 울산 남구 옥동에서는 선거사무원이 한 유권자에게 동일한 투표용지 2장을 잘못 배부했다가 한 장을 반납받았다. 제주 서귀포시 대륜동에서는 60대 남성이 누군가 기표소 안에 남기고 간 투표용지를 발견하고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세종=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6·3 지방선거가 열린 3일 전국 투표소 곳곳에는 오전 6시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투표소에는 문을 열기 전부터 유권자 15명이 대기했다. 이곳을 찾은 대학생 김준희 씨(19)는 “생애 첫 투표가 설레어 ‘과잠’(학과 점퍼)을 입고 나왔다”며 “투표 전 거의 모든 후보자의 공약을 읽었다”고 했다.광주 동구에서는 1915년에 태어나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 민주화 운동을 모두 겪은 김정자 할머니(111)가 딸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건국 이래 한 번도 투표를 거르지 않았다는 그는 “나라가 잘되기를 항상 기도한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에서 만난 중국 옌볜 출신 귀화자 박금철(61) 황금화(62) 씨 부부는 지난해 대통령선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투표 참여라며 “애국심과 책임감을 갖고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다양한 투표 인증도 이어졌다. 대학생 송수민 씨(22)는 손등에 찍은 기표 도장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셋로그’에 올렸고, 간호사 김모 씨(30)는 평소에 좋아하는 캐릭터로 투표 인증 종이를 인쇄해 와 기표 도장을 찍었다.이날 투표 방해와 소란 등 선거 관련 112신고는 오후 6시까지 399건 접수됐다. 세종시 다정동에서는 오전 7시경 한 40대 남성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고 선거관리원에게 보여주려다 제지당했다. 그는 “대통령도 이러지 않았느냐”며 30여 분간 소란을 피우다 투표한 뒤 퇴장했다. 오전 11시 40분경엔 경남 김해시의 한 투표소에서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나도 투표용지를 보이겠다”며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투표 관련 착오도 잇따랐다. 오후 1시경 부산 사상구 엄궁동의 한 투표소에서는 50대 남성이 “선거인 명부에 이미 서명이 돼 있어 투표를 못 하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름이 같은 다른 유권자가 잘못 서명한 사실을 확인했다. 울산 남구 옥동에서는 선거사무원이 한 유권자에게 동일한 투표용지 2장을 잘못 배부했다가 한 장을 반납받았다. 제주 서귀포시 대륜동에서는 60대 남성이 누군가 기표소 안에 남기고 간 투표용지를 발견하고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세종=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의 붕괴 당일 철거 시공사가 앞서 발생한 2.9cm의 단차에도 불구하고 이를 ‘열차 운행 중단이 필요한 위험 작업’이 아니라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사고 직전까지 승객을 태운 열차 59대가 고가차도 아래 선로를 그대로 통과했지만 별도의 안전조치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31일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철도운행안전협의서’에 따르면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시공사인 흥화는 사상자 6명이 발생한 사고 당일인 지난달 26일 오전 8시 18분 안전진단을 시행하기에 앞서 코레일과 작업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당일 오전 2시 30분에 철거 작업 중인 서소문 고가도로 상판이 2.9cm가량 내려앉아 이에 대한 안전진단 작업을 승인받으려는 협의였다. 흥화는 이때 작성한 철도운행안전협의서에 안전진단 작업을 ‘위험지역 외 작업’으로 분류해 표기했다. 작업 사유에도 상판이 내려앉아 붕괴 위험이 있다는 내용 없이 ‘슬래브 전도방지 설치’라고만 기재했다. 또 작업 전 확인 사항 가운데 열차 선로 차단 필요 여부를 묻는 ‘사용중지 대상 확인’ 항목에도 해당 사항 없음을 뜻하는 ‘―’ 표시를 적어 냈다. 결국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열차는 정상 운행됐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2시부터 사고가 발생한 오후 2시 33분까지 총 166대의 열차가 사고 구간 아래 선로를 통과했고, 이 중 승객이 탑승했던 열차는 59대였다. 상판과 교각 철거 작업이 당초 시공계획서와 다른 순서로 진행된 정황도 확인됐다. 국토안전관리원이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에 제출한 ‘서소문고가 철거 시공계획서’와 설계도면에 따르면 철거 작업은 고가차도 양쪽 끝에서 시작해 사고 지점 방향으로 순차 진행하도록 돼 있었다. 사고가 난 상판(S9) 구간은 다른 상판과 교각이 모두 철거된 뒤 마지막 단계에서 작업하겠다고 계획한 것. 그러나 사고 전 충정로 방향 상판 1개(S8)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사고가 난 S9 구간 절단 작업이 진행됐다. 서울시는 “현장 여건상 흙 반출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철거 순서가 바뀌어 S8·S9 구간이 함께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실제 작업이 시공계획서와 일치했는지, 단차 발생 이후 위험 징후 대응 절차가 적절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S9 구간 내부의 세부 해체 순서나, 위험 징후 발생 시 작업 점검 및 보강 절차도 계획서에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며 “이 같은 대응 기준 부재가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철거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져 3명이 숨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와 관련해 서울시가 작성한 작업 지침서에는 ‘붕괴를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지지대 등의 보강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그러나 사고 전 이런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서울시가 지난해 3월 작성한 ‘서소문고가 개축(성능 개선) 실시설계 용역 공사시방서’의 안전대책 항목에는 ‘철거 구조물의 변형 침하 또는 붕괴를 막고 인접 시설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필요시에는 철거 구조물에 버팀대 또는 지주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시방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성돼 공사 현장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작업 지침서로 시공사는 이에 따라 공사한다. 이 지침을 따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교량 받침에 거더(구조물을 지탱하는 설치물)가 양쪽에 잘 받쳐져 있기 때문에 별도의 가설 벤트(지지대) 등은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공사시방서에 따라 보강시설 설치 필요성 확인차 점검을 하던 중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고 당일인 26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로부터 안전관리계획서와 발주계약서 등 철거 공사 관련 서류를 임의 제출받았다. 또 27일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사고 현장에 대한 정밀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확보한 서류상의 절차가 실제 공사 현장에서 준수됐는지 확인할 방침이다.2.9cm 침하에도 받침대 보강 안해… 서울시측 “무너질줄 몰랐을것”[서소문 고가 철거중 붕괴] 전문가 “침하 당시 이미 균형 무너져”… 현장 안전진단때 보호장구도 안 갖춰붕괴 5분전 KTX-1분전 무궁화호 통과市, 안전 C등급 교량 25곳 긴급 점검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 원인과 관련해 27일 전문가들은 상판(슬래브) 절단 등의 작업으로 거더(받침보)의 균형이 무너져 갑작스럽게 붕괴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2.9cm의 침하가 발견된 시점에 지지대 같은 안전조치를 하거나 안전진단 시 추락 방지용 장구를 갖췄다면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사고 원인 파악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단차 발견했을 때 임시 지지대 설치했어야” 산업안전보건법 38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나 구축물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 작업이 이뤄질 경우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서울시가 시공사 입찰 당시 작성한 ‘서소문고가 개축(성능개선) 실시설계 용역 공사시방서’ 자료에도 시공 관련 안전대책으로 ‘필요시에는 철거 구조물에 버팀대 또는 지주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고가차도 해체 계획을 설계하면서는 가설 지지대를 설치하는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고가 구조상 거더가 잘 받쳐져 있어 임시 지지대가 필요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이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27일 “철거 계획을 최초로 수립할 당시 설명으로 보면 거더의 안전 부분은 이상이 없었다고 파악했고 거더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고는 현장에서 파악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추측한다”고 했다.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경의선 철로가 지나가는 구간이라 지지대를 설치할 자리도 마땅치 않다”고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고 직전에도 고가차도 아래 철로를 지나는 열차가 운행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사고가 일어나기 약 5분 전 42명이 탑승한 행신발 KTX, 약 1분 전에는 서울역으로 돌아가는 빈 무궁화호가 지나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철거 계획상 안전했다고 하더라도 슬래브나 거더가 설치된 현재 시점의 상태에 따라 추가적인 안전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9cm의 침하가 발견된 상황을 이미 구조적 균형이 무너진 상태로 인지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조춘환 서울디지털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서소문 고가가 노후화된 점을 고려해 처음 해체 계획서에 지지대 설치를 반영하지 못했으면 단차가 발생한 직후라도 임시 지지대를 설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전날 사고 당시 안전진단에서는 사상자들이 별도의 추락 방지 장치 없이 거더 하단에 설치된 비계에 올라가 침하 상태를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임 본부장은 “고가차도가 공중 비계로 가려져 있어 아래서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진단 C등급에 해당하는 서울 시내 교량 25곳에 대해 긴급 점검에 나섰다. A∼D급으로 나뉜 안전진단 등급 중에서 현재 서울 시내에 D등급 교량은 철거 중인 서소문 고가차도 외에는 없어 C등급 교량 조사에 나선 것. 또 서울시는 교량 이외에도 현재 서울시가 발주해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 대해서도 일제히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사고로 서울역에서 신촌역 간 전차선이 단선돼 빚어진 전국 열차 운행 차질은 최소 29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부검 끝나고 빈소 차려져 이번 사고로 사망한 시공업체 현장소장과 감리단장, 토목구조기술사에 대한 부검은 이날로 마무리되고 빈소가 차려졌다. 전남 나주에 가족을 둔 채 고가차도 철거 공사를 위해 홀로 서울로 상경했다가 참변을 당한 현장소장 이모 씨(58)의 빈소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빈소가 마련된 이날은 이 씨의 생일이기도 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 장례식장에는 60대 감리단장 안모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안 씨의 차남(33)은 “경제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 최근에 자주 연락을 드렸는데, 그것 때문에 아버지가 괜히 무리하게 일하다가 다친 것 같다”고 탄식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는 당시 외부 전문가로서 안전진단에 참여한 구조기술사 이모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철거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져 3명이 숨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와 관련해 서울시가 작성한 작업 지침서에는 ‘붕괴를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지지대 등의 보강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그러나 사고 전 이런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서울시가 지난해 3월 작성한 ‘서소문고가 개축(성능 개선) 실시설계 용역 공사시방서’의 안전대책 항목에는 ‘철거 구조물의 변형 침하 또는 붕괴를 막고 인접 시설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필요시에는 철거 구조물에 버팀대 또는 지주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시방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성돼 공사 현장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작업 지침서로 시공사는 이에 따라 공사한다. 이 지침을 따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교량 받침에 거더(구조물을 지탱하는 설치물)가 양쪽에 잘 받쳐져 있기 때문에 별도의 가설 벤트(지지대) 등은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공사시방서에 따라 보강시설 설치 필요성 확인 차 점검을 하던 중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고 당일인 26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로부터 안전관리계획서와 발주계약서 등 철거 공사 관련 서류를 임의 제출받았다. 계획서에는 철거 작업 관련 안전수칙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27일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사고 현장에 대한 정밀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확보한 서류상의 절차가 실제 공사 현장에서 준수됐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도 서울시 직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구르릉’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를 목격하자마자 119에 신고한 남기혁 씨(58)는 사고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는지 고가 아래를 지나가던 트럭이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는 약 4초 남짓한 찰나에 벌어졌는데, 고가 상판이 무너지면서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날렸다. 주변 전선이 일부 끊어져 불꽃이 일기도 했다. 사고는 이날 새벽에 발견된 상판 침하 현상을 살펴보기 위해 안전진단을 실시하던 중 발생했다. 현장을 점검하던 60대 시공업체 현장소장과 50대 토목구조기술사가 현장에서 숨졌고, 60대 감리단장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부상자 3명은 서울시와 서대문구 소속 공무원이다.● 공사 중단 12시간 만에 사고붕괴 사고는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구간 중 경의선이 지나는 과선(철도와 도로 교차) 구간에서 발생했다. 이 구간은 열차 운행으로 오전 1시 30분부터 4시까지만 작업이 이뤄지는데, 이날 새벽 상판(슬래브)을 잘라내는 과정에서 슬래브가 2.9cm가량 주저앉은 것이 발견됐다. 철거 시공사인 흥화 측은 이를 서울시에 통보했고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공사를 중단하고 서울시와 흥화, 감리를 맡은 수성엔지니어링과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점검단을 꾸려 합동 안전진단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안전진단에는 사상자 5명을 포함해 9명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상판과 ‘거더’ 사이로 들어가 침하 정도를 파악하고 있었다. 거더는 다리 상판 아래 설치돼 건설 구조물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한다. 최진우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은 사고 현장 브리핑에서 “오후 2시 안전진단을 실시했는데 갑자기 거더가 중간에 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점검에 참여했던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소속 부상자 2명은 각각 머리와 허리 등을 다쳤고, 고가 아래로 트럭을 타고 지나가다 사고를 당한 30대 서대문구 소속 공무원은 척추와 갈비뼈 등에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서울시는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행정2부시장)이 본부장을 맡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설치된 지 60년 된 고가 철거 중 붕괴서소문 고가차도는 서울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과 시청역을 잇는 길이 493m, 폭 15m의 왕복 4차로 도로다. 이 고가차도는 2019년 다리에서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해 시행한 정밀안전진단에서 A∼E 등급 중 ‘D등급’을 받았다. 이후에도 손상이 잇따르자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설치 59년 만에 철거를 결정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서대문역과 서울역 사이의 도심 한복판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점심시간에 사고가 일어났다면 더 큰 피해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사고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에는 평상시처럼 트럭과 오토바이가 고가 밑을 지나가는 순간 굉음과 함께 상판이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서울역에서 행신역을 향하는 KTX가 오가는 구간이지만 서울시는 이상이 발견된 오전 2시 반 이후 약 12시간 동안 고가차도 하부 통제를 하지 않았다. 점검 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김의수 국립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단차가 생겼다는 건 사고 조짐이 보인 것이라 바로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대응 자체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사고 직후부터 경찰청 로터리에서 충정로 방향으로의 차량은 전면 통제됐고, 서울시는 철거 작업을 중단했다.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사고 원인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구르릉’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를 목격하자마자 119에 신고한 남기혁 씨(58)는 사고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는지 고가 아래를 지나가던 트럭이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는 약 4초 남짓한 찰나에 벌어졌는데, 고가 상판이 무너지면서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날렸다. 주변 전선이 일부 끊어져 불꽃이 일기도 했다.사고는 이날 새벽에 발견된 상판 침하 현상을 살펴보기 위해 안전진단을 실시하던 중 발생했다. 현장을 점검하던 60대 시공업체 현장소장과 50대 토목구조기술사가 현장에서 숨졌고, 60대 감리단장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부상자 3명은 서울시와 서대문구 소속 공무원이다.● 공사 중단 12시간 만에 사고붕괴 사고는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구간 중 경의선이 지나는 과선(철도와 도로 교차) 구간에서 발생했다. 이 구간은 열차 운행으로 오전 1시 30분부터 4시까지만 작업이 이뤄지는데, 이날 새벽 상판(슬래브)을 잘라내는 과정에서 슬래브가 2.9cm가량 주저앉은 것이 발견됐다. 철거 시공사인 흥화 측은 이를 서울시에 통보했고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공사를 중단하고 서울시와 흥화, 감리를 맡은 수성엔지니어링과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점검단을 꾸려 합동 안전진단을 하기로 결정했다.이날 안전진단에는 사상자 5명을 포함해 9명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상판과 ‘거더’ 사이로 들어가 침하 정도를 파악하고 있었다. 거더는 다리 상판 아래 설치돼 건설 구조물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한다. 최진우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은 사고 현장 브리핑에서 “오후 2시 안전진단을 실시했는데 갑자기 거더가 중간에 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점검에 참여했던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소속 부상자 2명은 각각 머리와 허리 등을 다쳤고, 고가 아래로 트럭을 타고 지나가다 사고를 당한 30대 서대문구 소속 공무원은 척추와 갈비뼈 등에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서울시는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행정2부시장)이 본부장을 맡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설치된 지 60년 된 고가 철거 중 붕괴서소문 고가차도는 서울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과 시청역을 잇는 길이 493m, 폭 15m의 왕복 4차로 도로다. 이 고가차도는 2019년 다리에서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해 시행한 정밀안전진단에서 A~E 등급 중 ‘D등급’을 받았다. 이후에도 손상이 잇따르자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설치 59년 만에 철거를 결정했다.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서대문역과 서울역 사이의 도심 한복판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점심시간에 사고가 일어났다면 더 큰 피해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사고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에는 평상시처럼 트럭과 오토바이가 고가 밑을 지나가는 순간 굉음과 함께 상판이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서울역에서 행신역을 향하는 KTX가 오가는 구간이지만 서울시는 이상이 발견된 오전 2시 반 이후 약 12시간 동안 고가차도 하부 통제를 하지 않았다. 점검 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김의수 국립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단차가 생겼다는 건 사고 조짐이 보인 것이라 바로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대응 자체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사고 직후부터 경찰청 로터리에서 충정로 방향으로의 차량은 전면 통제됐고, 서울시는 철거 작업을 중단했다.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사고 원인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CJ그룹 여성 임직원의 개인정보와 사진 등이 텔레그램 채널에서 유출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채널에는 피해자 이름과 소속 부서뿐 아니라 사적인 일상 사진까지 함께 게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CJ그룹 임직원의 개인정보 유출 경위와 추가 피해 상황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CJ그룹은 자사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 직원 1명이 정보 유출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그를 19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CJ그룹은 유출된 자료에 조직 내부 업무 시스템인 인트라넷 정보가 포함된 것을 고려해 외부 해킹보다는 내부자의 유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로그 기록 패턴 등을 자체 분석한 결과 1명을 특정했다. CJ그룹의 내부 조사 결과 유출된 개인정보는 피해자의 이름과 직급, 소속 부서, 휴대전화 번호 등과 함께 이를 토대로 확인할 수 있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일상 사진 등 사적 정보를 결합한 형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약 330명으로 대다수는 20, 30대 여성이었다. 해당 텔레그램 채널은 2023년 5월 개설돼 2800명가량이 참여했다. 대화 없이 오직 CJ그룹 전현직 여성 임직원의 개인정보만 일방적으로 게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경찰 요청을 받은 텔레그램은 21일 오후 10시경 약관 위반으로 이 채널을 폐쇄했다. CJ그룹을 퇴직한 한 피해자는 “회사로부터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안내받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모두 내리고 SNS 계정도 폐쇄했다”며 “자녀 사진 등도 함께 유출됐을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했다. CJ그룹 관계자는 “다크웹을 포함한 모든 온라인 채널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현재까지 확인된 2차 피해는 없다”며 “피해자에게 법률 지원과 심리 상담, 휴대전화 번호 및 유심 변경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유출자로 특정된 인물이 해당 텔레그램 채널을 직접 운영했는지 등을 조사하는 한편 딥페이크 범죄 등 추가 범죄 의혹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할 예정이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