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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의 검찰총장 인사는 대체적으로 ‘내 식구’는 기용하고 ‘남’이면 배제하는 방식이었다. 정권이 지연, 학연으로 얽힌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그 검찰총장은 정권을 바라보며 검찰을 무리하게 지휘하다 스스로 몰락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정치 검찰’ 논란이 일었고, 검찰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 1988년 노태우 정부 시절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됐지만 이후 임명된 16명의 총장 가운데 2년의 임기를 모두 채운 총장은 김기춘, 정구영, 김도언, 박순용, 송광수, 정상명 총장 등 6명에 불과하다. “검찰총장이 되기보다 임기를 마치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영삼(YS) 정부 시절 김기수, 김도언 총장은 모두 김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부산·경남 출신이었다. 특히 김기수 총장은 김 대통령의 경남고 후배였다. 그는 1997년 8월 한보 비리 수사 중 YS의 차남 현철 씨 구속 수사와 관련해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총장직을 내놨다. 김대중(DJ)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자 YS가 임명한 김태정 총장을 유임시켰다. 김 총장이 대선 직전 YS를 설득해 DJ 비자금 수사를 유보한 데 대한 ‘보은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DJ는 집권 2년차인 1999년엔 대구·경북(TK) 출신의 박순용 총장을 임명했지만 많은 검사들은 “실제 총장은 신승남 대검 차장”이라며 냉소했다. 신 차장은 정권의 지지 기반인 전남 출신이었다. 그러나 신 차장은 총장이 된 후 누나와 동생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낙마했고, 자신도 내사 정보 유출 혐의 등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노무현 정부 때엔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검찰총장 자리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03년 3월 “검찰 수뇌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고, 김각영 총장은 취임 4개월 만에 물러났다. 김종빈 총장은 천정배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속에 검찰을 떠났다. 2005년 10월 ‘6·25는 통일전쟁’ 발언 사건으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천 장관이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하며 불구속 수사할 것을 요구하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검찰 코드 인사는 ‘최악 중 최악’이란 평가를 받는다. 2009년 7월 지명된 천성관 총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업자로부터 각종 후원을 받은 ‘스폰서’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면서 스스로 사퇴했다. 청와대가 검찰 조직을 일신하겠다며 전임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3기수 아래인 천 후보자를 발탁하는 바람에 고검장 지검장 11명이 줄줄이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나면서 검찰 조직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수뇌부 내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지난해 말 물러난 한상대 총장은 대표적인 코드 인사의 결과로 꼽힌다. 고려대 출신인 한 총장은 현 정부에서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총장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수뇌부 내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 총장 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한 전직 총장은 “정권이 검찰을 입맛대로 길들이려 하면 정권도 죽고 검찰도 죽는다”라고 지적했다. 길진균·조수진 기자 leon@donga.com}
새누리당이 30일 오후 새 정부 출범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통상’ 기능의 향방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를 신설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처’로 격상하는 등 현행 15부 2처 18청의 체계를 17부 3처 17청으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가운데 ‘통상 교섭 및 조정’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현 지식경제부)로 이관하기로 한 것을 놓고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이 당내 의견 수렴을 위해 개최한 의원총회에서도 ‘통상’의 거취가 가장 큰 쟁점이었다. 외교통상부 출신인 김종훈 의원과 심윤조 의원 등은 현 외교부의 통상기능 유지를 주장한 반면 지경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의원 등은 통상기능의 산업통상자원부 이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 과정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와 의총을 열고 ‘정부 조직개편 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TF)’에서 개편안을 꼼꼼히 따지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민주당은 청와대 경호처의 경호실 승격, 산업통상자원부로의 통상 기능 이전, 미래창조과학부의 비대화 등에 반대하고 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전격 사퇴 직후 정치권의 시선은 곧바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사진)에게 쏠렸다. 특히 이 후보자의 거취는 물론이고 그 방향키를 쥐고 있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는 29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 후보자 문제에 대해 “국회가 판단할 일”이라며 가급적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김 후보자가 낙마하자 그 파장이 이 후보자에게 미칠까 우려하는 분위기로 반전됐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이 끝난 만큼 본회의 표결 실시 여부 등은 여전히 여야 정치권에 달린 것 아니냐”면서도 “아무래도 이 후보자에게 불리한 기류가 조성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나서서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할 의사는 없지만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은 분명하다는 의미다. 박근혜 당선인이 김 후보자 낙마로 어그러진 초반 인사 시스템을 쇄신하기 위해 이 대통령과의 첫 합작 인선인 ‘이동흡 카드’를 버리자고 청와대에 제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박 당선인 처지에선 김 후보자가 사퇴한 마당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심정으로 이 후보자를 정리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이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거센 검증 공세를 ‘사상 최악의 인사청문회’라고 규정하며 ‘이동흡 카드’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더이상 버틸 정치적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인준 투표 실시가 난망한 이 후보자의 관련 문제를 연일 거론하며 야당과 맞서는 모습을 보였던 것은 김 후보자의 순조로운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측면이 많았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자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이 후보자도 털고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의 한 최고위원은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자진사퇴하는 상황에서 이 후보자가 버틸 명분이 없을 것 같다”며 “당선인을 생각한다면 조속히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이미 이 후보자는 자생력이 없어진 상황이 아니냐”며 “이제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승헌·길진균 기자 ddr@donga.com}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이 29일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발표하자 새누리당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탄식 속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오후 7시 사퇴 발표 이후 2시간이 넘도록 논평도 내지 못하고 사퇴 배경을 알아보려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상일 대변인은 오후 9시가 넘어서야 “김 후보자가 깊은 고뇌 끝에 내린 결단으로 보고 새누리당은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한 줄짜리 서면 논평을 냈다. 인사 검증이 미흡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많았다. 검사 출신인 박민식 의원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추천 과정에서 철저한 준비나 광범위한 여론 수렴 등이 미흡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의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당선인의 인사 방식이 바뀌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결론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 핵심 당직자는 “당선인도 이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입장 발표문을 통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김 전 후보자가 엄격해진 국민의 검증 잣대를 통과할 수 있을까 우려가 컸다”며 “다음 총리 후보자는 정책 역량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도덕적 하자가 없는 분이 지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을 향해서도 “‘나 홀로 집에서 수첩에 의존해 하는 인사’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검증 인사’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정성호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전 후보자가 국민의 우려를 조기에 불식하고, 남은 명예라도 지키기 위한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 일은 김 전 후보자에게 제기된 도덕적 문제가 원인인 만큼 인수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자진 사퇴는 사필귀정”이라며 “다음 인선에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하고 투명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진균·김기용 기자 leon@donga.com}
성폭력 범죄가 최근 3년 사이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27일 공개한 경찰청의 ‘최근 3년간 전국 경찰서별·지역별 성범죄 신고 현황’에 따르면 성범죄는 전국적으로 2010년 2만346건, 2011년 2만1907건, 2012년 2만2919건이 발생했다. 2년 만에 성범죄 신고가 12.6% 증가한 것이다. 경찰서별로는 서울 강남경찰서에 신고 및 접수된 성범죄가 398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관악경찰서(386건)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334건) 순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이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도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에 대한 특별사면 강행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청와대가 ‘정치권의 왕따’가 된 셈이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현직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 사면권을 남용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대통령의 사면권이 남용되거나 사법정의에 어긋나면 안 된다”며 “청와대는 국민의 여론을 잘 헤아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직인수위의 특사 반대 방침과 호흡을 맞춘 논평이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도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는 이번 특사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매우 부정적이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7일 이 대통령의 특사 단행에 대해 ‘법질서 파괴’ ‘국민 무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책임’도 강조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설 특별사면은 여론의 큰 저항을 받고 있다”며 “국민을 실망시키는 특사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특사는 박 당선인의 새 정부 출범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박 당선인은 원칙 없는 특별사면이 이뤄지지 않도록 책임지고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 대통령이) 퇴임 직전, 그것도 부정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측근들을 구하기 위해 특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법치를 파괴하는 것이며 국민들의 의사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과 박 당선인조차 임기 말 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이번 특사를 강행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국민을 기막히게 하는 것”이란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길진균·이남희 기자 leon@donga.com}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사진)에 대한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25일엔 새누리당 지도부 내에서도 처음으로 자진 사퇴 요구가 나왔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광주전남 지방중소기업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의)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은 매우 부적절하다. 그 외에도 여러 반칙이 있었다”며 “이 후보자는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계좌에 넣어 쌈짓돈처럼 사용했고 이자가 높은 단기 고수익 금리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까지 했다. 국민의 세금을 갖고 이자놀이를 한 것”이라며 “이런 분이 어떻게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라’고 국민을 설득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에서도 이 후보자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를 적극 두둔한 이한구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자 “헛소문으로 피해 입은 사람을 자진 사퇴시키자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이었던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라디오에서 “청문회 과정을 지켜본 국민은 이 후보자가 헛소문의 피해자인지 냉철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이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를 겨냥해 “여당의 일부 책임자만이 옹호하는 이 후보자는 하루 빨리 사퇴하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문병호 비대위원은 이 원내대표를 향해 “수구꼴통의 본색을 보여주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화성에서 온 사람인가”라고 원색 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자가 (경북고) 3년 후배라는 것을 언론 보도 보고서야 알았다. 개인적으로는 모른다”고 해명했다. 한편 민주당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비대위에서 “도덕성, 직에 대한 수행 능력 등을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 인사청문회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미국은 공직자 임명 때 200여 개 문항에 걸쳐 사전검증을 벌인다”고 말했다.이남희·길진균 기자 irun@donga.com}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새누리당은 “통합의 적임자”라며 환영의 뜻을 보인 반면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철저한 검증”을 다짐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24일 “김 후보자가 법조계의 신망을 받는 것은 그가 과거 판사, 대법관, 헌법재판소장으로서 헌법의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며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분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공동선대위원장, 인수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깊은 신뢰관계를 형성한 분”이라며 “대통령과 호흡을 잘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는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한 훌륭한 법조인이자 장애를 극복하고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해 온 사회통합적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김 후보자가 박 당선인이 공약한 책임총리로서 능력과 자질을 보여줬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내용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일명 ‘택시법’)의 운명은 다시 국회로 넘겨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의 요구(거부권)에 대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국회를 무시한 결정”이라며 재의결 의사를 밝혔지만 미묘한 온도 차도 감지된다. 새누리당은 각계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즉각적인 재의결 수순을 밝히기보다는 정부의 택시업계 설득 과정을 지켜보며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재의 요구는) 국회의 의사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면서도 “정부가 대체 입법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으니 내용을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대해 택시업계나 민주당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를 들어 보고 최종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국회가 여야 합의(찬성 222명)로 통과시킨 법안을 정부가 거부한 것은 내심 불편하지만 택시법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월 임시국회 개회가 불투명해진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24일 임시 국회 개회에 잠정 합의했었으나 쌍용차 사태 국정조사 문제 등으로 사흘 전인 21일까지 소집요구가 이뤄지지 않아 일단 무산된 상태다. 새누리당도 공식적으로는 재의결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과도한 재정 부담에 따른 비판 여론이 부담스럽지만 여야 의원들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무효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기본 스탠스는 민주당이 기어코 재의해야겠다고 요구하면 그것을 수용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재의결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이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원 222명이 법안에 찬성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라며 “재의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안에서도 정부와 새누리당의 태도와 반응을 지켜보자는 기류가 없지 않다. 박근혜 당선인 측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다룰 문제”라며 이번 논란에서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정권 인수인계 상황에서 굳이 입법부와 행정부가 첨예하게 붙어 있는 사안에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재의 요구안에 서명함으로써 요구안은 조만간 국회로 넘어올 예정이다. 헌법 53조 4항은 “재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부치고,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국회는 재적 의원 3분의 2를 웃도는 222명의 찬성으로 택시법을 처리했기 때문에 여야가 실제 재의결에 나설 경우 요건을 갖추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의결이 이뤄지면 헌법 53조 6항에 따라 대통령은 확정된 법률을 지체 없이 공포해야 한다. 정부에 이송된 지 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공포하게 돼 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해 22일 전국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62.0%에 달했다. ‘전혀 문제가 없다’와 ‘별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은 각각 2.0%와 16.4%에 그쳤다. 이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에 대해서도 ‘부결시켜야 한다’(57.4%)는 답변이 ‘통과시켜야 한다’(24.0%)는 답변을 크게 앞질렀다. 이 후보자가 21, 22일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으나 일반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택시법)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선 ‘잘한 결정’이라는 답변(62.5%)이 ‘잘못된 결정’이라는 답변(23.4%)보다 2.7배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정부·청와대 조직개편안에 대해서는 ‘아주 바람직하다’(19.0%)와 ‘대체로 바람직하다’(48.7%) 등 긍정적 반응이 67.7%에 달했다. 반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17.7%)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4.8%) 등 부정적 의견은 22.5%로 낮았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는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역보다 능력과 경륜 중심으로 골라야 한다’는 응답이 88.8%로 압도적이었다. ‘지역화합 차원에서 비영남 출신을 뽑아야 한다’(8.2%)는 응답보다 10배 이상 많았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여야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제외한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사실상 ‘의원 연금’으로 인식돼 온 헌정회 연로 회원에 대한 지원금도 원칙적으로 폐지키로 했다. 지난해 말 활동을 종료한 국회쇄신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과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 등 국회쇄신방안을 담은 10개 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변호사 대학교수 등 원칙적으로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도록 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도 할 수 없도록 했다. 겸직 금지 대상 의원은 3개월 내 휴직 또는 사직해야 한다. ‘의원 연금’ 문제로 논란이 발생한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기존에 지원금을 받던 전직 의원에 대해서는 지급 대상 조건을 강화키로 했다. 도시근로자의 평균소득 이상 전직 의원이나 의원직을 수행한 기간이 1년 미만인 전직 의원들에 대해서는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감사원의 ‘총체적 부실’ 판정을 받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말을 아끼고 있다. 윤창중 대변인은 18일 “인수위가 그런 문제에 대해서 따로 입장을 내는 것은 인수위 관련 법률에 충실하지 않는 것”이라며 “인수위는 (현 정부의) 하자를 발견하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감사원과 국토해양부 간에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한쪽 편을 들기 어려운 데다 현 정부와의 충돌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인수위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당선인 측에서는 이 문제가 박근혜 정부에 짐이 돼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가 종합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대내표가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부가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황우여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무총리가 중심이 돼 정부와 감사원의 의견을 충분히 정리해 국민 앞에 최종적으로 밝히라고 정부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정현 당선인비서실 정무팀장은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객관적인 전문가, 관계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조사해 국민의 불신과 불안, 의혹을 해소해드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일단 국토부와 감사원을 각각 담당하는 경제2분과와 정무분과를 중심으로 내부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사업 평가위원회가 구성될 가능성도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TV토론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홍수도 지나보고 결과를 보고 보완할 점이나 잘못된 점이 있다면 위원회를 구성해서라도 잘 검토해서 바로잡으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될 때마다 ‘손톱 밑 가시’ 같은 고민 중 하나가 부처의 약칭 문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15일 개편안도 마찬가지다. 안전행정부의 경우 ‘안행부’로 줄이면 ‘안 행복하다’ ‘(아무것도) 안해’ 같은 부정적 느낌으로 읽힌다. 기존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꾼 이유가 국민의 안전 때문이라는 취지를 감안하면 더욱 아쉽다. ‘안전부’로 부르자니 공안당국의 대명사격이던 ‘안전기획부’를 연상시킨다. ‘미래’ ‘창조’ ‘과학’이란 좋은 의미의 단어들만 모아놓은 미래창조과학부는 그냥 줄이면 ‘미창과부’가 된다. 다르게 줄이면 ‘미과부’ ‘미창부’ ‘창과부’ 등이 가능하지만 모두 어감이 좋지 않다. 그래서 정부 관계자들은 “‘미래부’로 불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고민이다. ‘산자부’로 줄이면 옛 산업자원부의 줄임말이 된다. 이번에 추가된 통상 업무가 부각되지 않는다. ‘산통부’나 ‘통자부’도 썩 내키지 않는다. 부처명을 영문으로 옮기면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뜻이 모호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직역할 경우 ‘Ministry of Creative Science for Future’로 풀어써야 한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비율을 5년 안에 30%까지 확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여야 의원들은 13일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부문에서의 여성 임원 비율 확대 추진을 위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대표발의로 민주통합당 추미애 의원 등 62명이 참여했다. 개정안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여성 임원 비율 확대를 위해 필요한 지침을 제정하면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은 연차별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이행해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공공부문의 경우 특정 성별이 3년 이내에 100분의 85 이상, 5년 이내에 100분의 70 이상이 되지 않도록 연차별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여성가족부도 15일로 예정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 공공기관 여성 관리자 비율을 높이는 등 여성 인재 양성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정책 공약의 핵심이 ‘여성 인재 10만 양성 프로젝트’인 만큼 여성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박 당선인의 공약에는 여성 관리자 비율이 높은 기업에 정부 조달 계약 시 혜택을 주고, 공공기관에 여성 관리자 목표제를 도입해 평가지표에 반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지영·길진균 기자 kimjy@donga.com}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사진)은 1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대선 공약 실현 방안과 관련해 “(0∼5세) 무상보육과 군 복무기간 18개월 단축 같은 부분은 좀 검토를 해야 되는 공약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심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 잇따라 출연해 “공약을 할 때 예산은 심각하게 따지지 않고 내세운 점이 있었다”며 “예산확보 문제, (예컨대) 다른 부분에서 부족해지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정밀하게 따져보고 로드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심 최고위원은 무상보육에 대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는 게 기본 원칙으로 정부도 당초 소득 하위 70%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안을 짰는데 국회에서 모두 다 주는 것으로 뒤집어져 버린 것이 잘못됐다”며 “또 아이를 맡길 때 종일반과 반일반이 달라야 하는데 지원금을 똑같이 만들어서 갑자기 예산이 늘어나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예산 부족사태가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18대 대통령 선거에 사용한 446억 원, 479억 원의 비용 보전을 각각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청했다. 17대 대선 때의 보전 신청 액수인 372억2700만 원(한나라당), 392억3000만 원(대통합민주신당)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역대 최고액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9일 “각 당이 제출한 청구 내용을 정밀 심사한 뒤 현지 실사를 거쳐 다음 달 말 보전금액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상설화를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7일 “국회와 정부는 힘을 합쳐서 예결위 상설화를 통해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이 전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인수위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지난해 국회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국민의 걱정과 우려가 컸다. 우리 사회에 잘못된 관행 제도를 하나하나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심의 과정에 대해 국회가 개선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예산백서 발간이나 예결위 개편문제까지 포함해 개선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은 물론이고 투명성을 지키기 위해 예결특위 상설화를 통한 과감한 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1월 임시국회에서 바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김기용 기자 leon@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을 이달 말 스위스에서 열리는 ‘2013년 다보스포럼’에 특사로 파견하기로 했다.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금년 더욱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고 새 정부의 경제 비전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사 파견은 지난해 12월 20일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서한을 통해 박 당선인을 초청한 데 따른 것이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안보위기와 경제위기는 박근혜 당선인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를 맡은 김장수 전 의원과 경제1·2분과 간사를 각각 맡은 류성걸, 이현재 의원에게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박 당선인이 교수들에게 간사를 맡긴 다른 6개 분과와 달리 외교·안보와 경제 등 3개 분과 간사에는 공약 개발에 직접 참여했던 관료 출신 전현직 의원을 임명했다. 새 정부에서 이들 분야의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만큼 자신의 공약을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조화롭게 연결하기 위해 실무와 정무를 겸비한 전문가형 정치인을 포진시켰다는 관측이 나온다.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김장수 간사는 야전 지휘관과 작전·전략 분야의 핵심보직을 거쳐 참여정부 때 국방부 장관을 지낸 국방 정책 전문가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할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며 고개를 숙이지 않아 ‘꼿꼿 장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김 간사는 대선 캠프에서 국방안보추진단장으로 ‘사병 군 복무 18개월 단축’ 등 박 당선인의 국방·안보 분야 공약을 책임졌던 만큼 인수위 이후에는 신설될 국가안보실장을 맡아 안보위기 관리의 총책임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류성걸, 이현재 간사도 지난해 대선 당시 각각 정부개혁추진단과 경제민주화추진단 위원으로 활동하며 박 당선인의 공약 개발에 참여했다. 류 간사는 경제1분과를 맡아 거시 정책과 금융·재정을, 이 간사는 경제2분과에서 실물 및 산업 정책을 다루게 된다. 류 간사는 예산과 재정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 초선 의원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선 기획재정부의 이른바 ‘예산 정통라인’으로 불리는 예산총괄심의관-예산실장-재정부 2차관을 모두 역임한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재정부 근무 시절 밤을 새워가며 숫자를 통째로 외우고 사무관이 가져온 보고서의 오타를 직접 고칠 정도로 성실성과 꼼꼼함을 갖췄다는 평이다. 다만 경제관료 시절 거시경제 정책이나 국제금융, 세제(稅制) 등 예산을 제외한 다른 분야를 다뤄 본 경험은 부족하다. 이 간사는 중소기업 분야에 정통한 초선 의원이다. 6급 특채로 공직에 입문한 뒤 중소기업청장까지 승진해 지식경제부 내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회자된다. 박 당선인의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공약 실현 방안을 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출범 때도 인수위 경제2분과 수석전문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길진균·이상훈 기자 leon@donga.com}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013년도 예산안 증액심사를 하면서 한 차례도 공식 회의를 열지 않아 속기록 자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 감시를 받아야 할 국회의 ‘밀실 회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3일 국회 사무처가 작성한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 증액·감액 심사일자’에 따르면 4조3700억 원 증액을 결정한 증액심사는 단 한 차례도 공식 회의가 없어서 속기록이 작성되지 않았다. 감액심사는 지난해 11월 23일부터 12월 4일까지 6차례 계수소위가 열려 속기록이 남아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이는 예결특위가 감액심사를 마친 뒤 증액심사에 돌입하면서 계수조정소위를 ‘개점휴업’시키고 ‘밀실 심사’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학용, 민주통합당 최재성 의원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21일 다른 계수조정소위 위원으로부터 증액심사권을 위임받았다. 이후 국회가 아닌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과 여의도 렉싱턴호텔을 오가며 막판 ‘밀실 계수조정’ 작업을 벌였다.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우선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속기록은 빼먹었지만 ‘외유성’ 출장은 챙겼다. 예결특위 9명은 2개 조로 나눠 ‘예산심사 시스템 연구’ 명목으로 해외로 나갔다. 새누리당 장윤석(위원장), 김학용(간사), 민주당 최재성(간사), 계수소위 위원인 김재경 권성동 김성태(이상 새누리당), 홍영표 안규백 민홍철 의원(이상 민주당) 등이 그들이다. 장 위원장과 김재경 권성동 안규백 민홍철 의원은 10박 11일 일정으로 1일 오전 출국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 멕시코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 중남미 3개국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김학용 최재성 김성태 홍영표 의원은 2일 오후 아프리카로 출발했다. 케냐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둘러보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경유해 귀국하는 일정이다. 해외시찰 경비는 전액 국회 예결특위 예산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팀당 7000여만 원씩 1억5000만 원이 의원 9명의 항공료와 체류비 등 여행 경비로 쓰인다.이 밖에 보건복지위, 교육과학기술위, 정무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농림수산식품위, 외교통상통일위 소속 의원들도 예산안 처리가 끝나자마자 우르르 ‘시찰’ 또는 ‘연구’ 명목으로 해외로 떠났거나 곧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민주당 소속인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은 예산안 처리(1일 새벽) 사흘 전 ‘의료관광산업 시찰’ 명목으로 인도와 싱가포르로 떠났다. 한편 예결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공식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기로 했다. 장윤석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원 교류를 확대하자는 취지인데 외유성으로만 몰아붙이니 난감하다”면서도 “일정을 최대한 단축해 귀국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 아시아태평양 지역 4개국 시찰을 준비해온 다른 예결특위 위원들도 출장 일정을 잠정적으로 보류했다.고성호·길진균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