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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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11~2025-12-11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책의 향기]가족의 눈으로 본 6·25전쟁

    “몇 달을 두고 전선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대로 세상도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었으니, 그때마다 부역했다 고발하고 반동했다 고발해서 생사람 목숨을 빼앗는 일을 마을사람들은 미친 듯이 되풀이했기 때문이다.”(박완서,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올해 70주년을 맞은 6·25전쟁은 그 어느 전쟁보다도 사회적인 전쟁이었다. 민간인 사망자가 최소 200만 명이었고 그중 20만 명 이상이 국가 폭력의 희생자로 추정된다. ‘비무장 민간인이 생존을 위해 벌인 사투를 고려하지 않고는 이 전쟁의 실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적에 동조하는 인물이나 잠재적 협력자로 간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양쪽이 벌인 광범위한 폭력과 보복은 전쟁이 끝나고 여러 세대가 지나도록 깊고 넓은 상처를 남겼다. 두 사회에서 연좌제는 오랜 시간 동안 강력한 사회 통제 수단으로 기능했고, 이를 폐지하겠다는 약속도 시차를 두고 거듭 나오면서 먼저의 약속은 허언이었음을 증명하곤 했다. 인류학자인 저자가 초점을 맞춘 부분은 일상의 공동체 대(對) 정치적 공동체, 즉 가족(친족)이나 마을의 공동사회 규범이 국가가 강요하는 윤리와 충돌한 지점이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저자는 시비타스(영토와 소유에 기초한 시민적 정치적 사회)와 소시에타스(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기초한 질서)라는 개념을 끌어온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로 한국어가 모국어인 저자가 영어로 쓴 책을 전문 번역가가 번역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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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라리넷 선율로 울려 퍼지는 바이올린 소나타

    모든 것은 두 개의 ‘봄’에서 시작됐다. 베토벤의 봄, 그리고 어느 해와도 달랐던 2020년의 봄. “독일에서 여러 연주와 다른 일정이 예정돼 있었는데, 3월에 서울에서 발이 묶였어요. 다른 때라면 하기 어려운 시도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2017년 ‘금호아트홀 라이징 스타’로 선정된 스물여덟 살의 클라리네티스트 김우연이 16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지난해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였던 피아니스트 박종해와 함께 소나타 세 곡을 연주한다. 그런데? 클라리넷 곡이 아니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1번,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모두 ‘바이올린 소나타’를 클라리넷과 피아노로 연주한다. 7월을 장식하는 금호아트홀 ‘클래식 바이브’ 시리즈의 두 번째 무대다. “예전부터 베토벤 ‘봄’ 소나타를 워낙 좋아했어요. 바이올린 곡이지만 클라리넷으로 불어보곤 했죠. 그래, 이번에 무대에 올려보자, 그리고 다른 바이올린 작품들도 넣어볼까….” 프랑크의 소나타는 본디 플루트, 첼로 등 다양한 악기로 연주돼 왔다. 슈만의 소나타는 클라리넷 편곡 악보가 있다. 이번에 베토벤과 프랑크의 소나타는 김우연 자신이 클라리넷을 위해 손을 본 악보를 사용한다. 크게 솜씨를 부리기보다는 클라리넷이 내지 못하는 바이올린의 높은 음역을 아래 옥타브로 바꾼 정도라고 그는 말했다. “바이올린 고유의 짜릿한 높은 소리는 낼 수 없어서 조금 아쉬워요. 그 대신 클라리넷이 가진 편안한 느낌을 전해드릴 수 있죠. 베토벤은 클라리넷으로 연주할 만한 작품이 드물어서, ‘클라리넷으로 듣는 베토벤 소나타’라는 점만으로도 흥미로우실 거예요. 슈만은 클라리넷 곡이 많은 만큼 저만의 특색 있는 표현에 가장 신경 쓰고 있죠.” 바이올린은 비브라토(사람 목소리 같은 떨림을 표현하는 것)를 많이 넣어 연주하지만 클라리넷은 원래 비브라토가 없는 만큼 긴 음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그는 말했다. “(피아니스트) 종해 형과는 10년 만에 함께하는 무대예요. 고유의 색깔이 명확한 피아니스트죠. 개성을 뚜렷이 보여주니 오히려 바로바로 조화를 이루기 더 편해요.” 금호아트홀 연세는 올 2월 공연을 마지막으로 비대면 온라인 중계 공연만 선보여 왔다. 앞서 2일 열린 클래식 바이브 시리즈 첫 무대인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 연주는 오랜 기다림 끝의 첫 대면 공연이었다. 9일에는 피아니스트 박종해의 리사이틀이 펼쳐진다. 4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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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교 아닌 감동 전하는 연주자 되고싶어”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한빛예술단’ 악장을 지낸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 씨(26·사진)가 미국 맨해튼 음대 대학원 장학생으로 9월에 입학한다. 서울 강북구 한빛맹학교에서 초중고교과정을 마친 김 씨는 한빛예술단 오케스트라에서 중3 때부터 고교과정 졸업 때까지 악장을 지냈다. 한빛예술단 오케스트라는 한빛맹학교가 이 학교 학생과 외부 중증 시각장애인을 오디션으로 선발해 운영하는 관현악단이다. 국내와 독일 러시아 브라질 등에서 연주를 펼치며 ‘기적의 오케스트라’로 불려왔다. “오래 꿈꿔온 일이 이뤄진 거죠. 맨해튼 음대로서도 대학원 기악 전공으로 시각장애인은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예상 못 한 일은 아니었지만 떨리고 기쁩니다.” 지난해 8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영재과정 예술사과정을 졸업한 김 씨는 태어날 때부터 망막 이상 때문에 눈으로 세상을 체험하지 못했다. 음악은 늘 가까운 친구였다. 어린 시절 피아노학원 교사가 “손이 작아 바이올린에 유리할 것 같다”고 권한 말이 그를 바이올리니스트로 만들었다. 국내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자연스럽게 목표도 커갔다. 한빛예술단에서의 무대 경험은 그의 음악적 성숙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 “한예종서 실내악을 할 때는 ‘시각장애인이 실내악을?’ 하는 염려의 시선도 있었어요. 비시각장애인은 상대방의 몸짓을 읽으며 연주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한빛예술단에서 수많은 합주를 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어요. 그 자신감이 실제 인정받았을 때 매우 기뻤어요.” 그는 한예종에서 김현미 교수를 사사했고 전 과정을 장학생으로 다녔다. 김 씨는 낭만주의 레퍼토리, 특히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사랑하고 즐겨 연주한다. 열정적이고 듬직한 면이 좋다고 했다. 올해 영상 심사로 치른 워싱턴 영 솔로이스츠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해 9월 케네디센터에서 리사이틀도 열게 돼 겹경사를 맞았다. 온갖 기교를 펼쳐내기로 유명한 사라사테 ‘카르멘 판타지’를 연주할 예정이다. 이 공연은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그는 “기교만으로 빛나는 연주자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며 선한 영향을 끼치는 연주가가 목표”라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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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양군, 청소년 ‘K팝 뮤지컬 교육’ 12월까지 배우고 ‘우리 읍내’ 출연

    충남 청양군(군수 김돈곤)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K팝 뮤지컬 교육을 실시한다. 참가 학생들은 7월부터 12월까지 연기와 노래 등 교육을 받은 뒤 12월 청양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우리 읍내’에 출연한다. 청양군은 이를 위해 2일 청양고와 정산고에서 오디션을 실시했다. 이 행사는 청양군과 청양교육지원청, 동아일보사가 주최하며 감성공연예술연구소(감독 김춘경 동덕여대 교수)가 주관한다. 김 감독은 “공연에 출연하는 학생들은 익숙한 K팝에 스토리를 입힌 뮤지컬을 연기하며 주인공들이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게 된다”고 소개했다. 행사를 기획한 전창수 청양군 문화예술팀장은 “청소년 참가자들이 연기와 노래를 배우는 과정을 통해 정신적으로도 크게 성숙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교육 과정은 청양군 관내에 배포하는 ‘오디오 드라마 우리 읍내’로도 제작되며 해외 한국어학당에서 외국인 대상 한글교육 교재로 활용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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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전쟁 예측, 늘 맞지는 않았다

    드론과 로봇을 동원한 공격, 중성자탄으로 적(敵) 통신 초토화, 레이저로 적군 태워버리기. 그런 내용을 상상했다면 다른 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저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19세기 이래 사람들은 다음 세대 전쟁의 양상을 어떻게 내다보았으며’ ‘그 상상들이 실제 전쟁과 어떻게 관련되었는가’이다. ‘다음 전쟁의 전망들에 대한 역사’라 할 만하다.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이전 유럽의 전쟁은 하루가 넘지 않는 전투 하나씩의 승패에 좌우되었다. 패배한 쪽은 바로 강화에 응했다. 전쟁이 ‘남자에게 인격 도야의 장’으로 치부되던 시대였다. 1898년 폴란드인 블로흐는 ‘미래의 전쟁에서 삽은 총만큼이나 없어선 안 될 물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망은 제1차 세계대전 서부전선의 참호전으로 현실이 되었다. 이 전쟁이 끝난 뒤 주목받은 대상은 비행기였다. 작가 조지 웰스는 1921년 쓴 ‘공중전’에서 ‘비행기로 전쟁의 성격은 바뀐다. 이제 전쟁은 전선이 아니라 구역의 일이 된다. 승자도 패자도 최악의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썼다. 같은 해 이탈리아인 두에트가 쓴 ‘제공권’도 ‘비행기는 전투를 적의 심장부로 곧장 끌고 가며, 공격받은 국가의 정부는 민간인들의 압력으로 항복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그 전망은 들어맞지 않았다. 1940년 독일군의 대승은 육상 진군이라는 고전적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후의 양상은 1935년 독일 장군 루덴도르프가 ‘승리는 정신으로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한 대로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총력전이었다. 웰스는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원자폭탄도 먼저 내다봤다. 그는 1914년 쓴 ‘세상의 해방’에서 원자폭탄이 대도시 200개를 파괴한 뒤 인류가 전쟁을 영원히 포기하는 세상을 상상했다. 그러나 이후 아랍,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에서 전쟁은 이어졌다. 인류의 파멸을 우려하게 했던 동서 대결은 소련의 자연 소멸로 끝났지만 다른 전쟁의 양상이 나타났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의 토착민들이 초강대국에 맞서 싸웠고 정복자는 괴로움에 시달렸다. 반군의 목표는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적이 인내심과 지역민의 신뢰를 잃게 하는 것이었다. 앞으로의 전쟁은? 저자는 일관되게 ‘전쟁의 미래 예측은 어려우며 성과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여러 전망이 이후의 전쟁에 영향을 미쳤지만 ‘맞혔기 때문’은 아니었다. 단지 미래의 전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경계의 해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전쟁과 평화, 군대와 민간, 정규군과 비정규군, 국가와 비국가 집단, 정의와 범죄 사이 경계의 해체다. 심지어 한 쪽의 승리나 종식도 정의하기 힘든 ‘미지근한’ 전쟁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예언을 피하는 저자가 드물게 자신 있는 투로 내놓은 한마디에 마음이 쓰인다. ‘아시아는 지역 정치의 복잡성과 결합할 때 미래 강대국 전쟁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원제 ‘The Future of War: a History’(2017).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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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흐는 수학문제-퍼즐 같아… 찾을때마다 짜릿”

    “바흐는 수학 문제나 숫자 퍼즐 같아요. 화성(和聲)을 이용한 구조적인 진행의 묘미를 끝없이 찾을 수 있죠. 찾을 때마다 짜릿하고요.”(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바흐 건반음악의 정수인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현악3중주로 듣는다. 8월 9일 낮 12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바흐의 아침’ 콘서트다. 비올리스트 이승원이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비올라로 연주하고, 김동현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첼리스트 강승민이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을 연주한 뒤 세 사람이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함께 선보인다. 골트베르크 변주곡은 각각의 변주가 가진 창의성과 논리적 연결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 피아노의 전신 격인 쳄발로(하프시코드)를 위해 작곡됐지만 작품의 건축적인 아름다움에 힘입어 피아노, 오르간, 현악합주, 기타, 심지어 터키 민속악기 ‘침발롬’까지 다양한 악기와 합주 형태로 연주되고 있다. 이번에 사용되는 현악3중주 연주는 옛 소련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리 시트코베츠키의 편곡 악보를 사용해 건반악기에서 잘 들리지 않던 화음 연결의 묘미까지 살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이 작품은 작센 공국 주재 러시아 대사였던 카이절링크 백작이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골트베르크라는 쳄발로 연주자가 연주할 수 있도록 바흐에게 ‘수면용 음악’으로 위촉했다는 일화로도 유명하지만, 팬들은 ‘각각의 변주가 주는 조형적 아름다움이 자다가도 깨게 만든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2013년 ‘디토 페스티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정,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가 역시 시트코베츠키의 편곡 악보로 이 곡을 연주한 바 있다. 이번 콘서트는 2018년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콩쿠르’ 우승자 김동현을 비롯한 젊은 현악연주가들이 롯데콘서트홀에서 하루에 세 개 무대를 꾸미는 ‘현악본색(絃樂本色)’ 페스티벌의 첫 공연이다. 이날 오후 3시 반에는 첼리스트 이정현과 피아니스트 앤드루 타이슨이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오후 7시 반 메인 ‘현악본색’ 콘서트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우일이 연주하는 이자이 무반주 소나타 5번으로 시작해 첼리스트 이호찬, 바이올리니스트 이재형, 비올리스트 이서현 삼남매가 연주하는 베토벤 세레나데 작품 8 등으로 편성을 넓혀 나간다. 이어 쇼스타코비치 ‘현악8중주를 위한 두 개의 소품’, 브루흐 현악8중주 등을 이 공연 참가 연주자 전원의 연주로 소개한다. 각 콘서트 3만∼5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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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튜브]베토벤 교향곡 5번엔 프랑스 혁명의 정신이 담겼다

    《클래식 명곡의 알려지지 않은 면모를 글과 유튜브 동영상으로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유(윤종)튜브’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대작곡가들이 작품 속에 숨겨둔 생각, 개인적인 면모와 당대 사회상까지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youtube.com/classicgam》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은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는 베토벤의 교향곡 중 대표적 작품입니다. 전 교향곡 역사를 통틀어서도 기념비와 같은 작품이죠. 이 곡 1악장은 세 음표가 연달아 나오는 강렬한 동기로 시작합니다. 우연이지만 모스 부호에서 이 동기처럼 세 번 짧게, 한 번 길게 누르면 알파벳 ‘V’를 뜻합니다. 로마 숫자로는 ‘5’이며, ‘승리’를 나타내는 ‘Victory’의 첫 글자이기도 하죠. 이 곡은 흔히 ‘운명 교향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토벤의 비서를 자처했던 안톤 신들러가 베토벤 사후에 “베토벤 선생은 내가 보는 앞에서 악보를 가리키며 ‘이렇게 운명은 문을 두드린다’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전했던 데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신들러는 베토벤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꾸며냈고, 베토벤이 다른 사람과 필담(筆談)을 하는 데 사용했던 대화록까지 위조한 일이 밝혀져 그의 말은 대체로 믿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대지휘자 토스카니니는 “베토벤 교향곡 5번은 운명도 그 무엇도 아니고, 악보에 쓰인 대로 ‘알레그로 콘 브리오’, 즉 ‘활력 있는 알레그로’일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세 음이 나란히 나오는 이 동기에 특별한 의미는 없을까요? ‘운명’ 아닌 다른 의미가 이 동기에 들어 있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국 지휘자이자 음악학자인 존 엘리엇 가드너가 그런 사람이죠. 그는 5번 교향곡 1악장이 당시 프랑스 혁명파들의 노래에서 왔다고 말합니다. 프랑스 혁명기 작곡가 루이지 케루비니의 ‘팡테옹 찬가’에 이 노래가 들어 있습니다. 빠른 세 음표 동기를 주고받는 점이 베토벤 교향곡 5번 1악장과 매우 비슷하게 들립니다. 베토벤 교향곡 5번과 같은 해에 나온 프랑스인의 교향곡도 주목할 만합니다. 베토벤보다 일곱 살 많았던 에티엔 메윌(1763∼1817)의 교향곡 1번 4악장입니다. 이 곡 역시 세 음표 동기가 여러 파트에 번갈아 주고받듯이 등장합니다. 메윌과 케루비니는 이른바 ‘구출 오페라’의 대표였습니다. 이들과 베토벤의 활동 시기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고 얼마 되지 않던 때였죠.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한 오페라 형태가 구출 오페라입니다. 주인공은 고귀한 사상을 가진 혁명파 인물입니다. 그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 있다가 헌신적인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탈출합니다. 베토벤이 쓴 단 하나의 오페라 ‘피델리오’도 이런 구출 오페라의 전형을 따르고 있습니다. 베토벤은 독일에서도 네덜란드나 프랑스와 가까운 라인강 유역의 본에서 태어났죠. 프랑스 계몽주의와 혁명 정신의 바람이 바로 전해지던 곳이었습니다.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은 베토벤의 마음을 거칠게 사로잡았습니다. 그는 늘 귀족의 후원을 받았지만 예술가라는 존재가 귀족보다 우월한 인류의 정신적 스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폴레옹이 황제에 오르기 전에는 왕정을 전복한 프랑스에 호의를 보였고, 뒤에 영웅교향곡으로 불리게 되는 교향곡 3번을 ‘보나파르트 교향곡’으로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고 했습니다. 이후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고 인접국을 침략하자 그에게 등을 돌렸지만,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에는 등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베토벤을 둘러싼 환경은 ‘운명’이었지만 그는 이런 운명의 팔을 비틀어 극복하고 말겠다는 초인적인 의지로 삶을 헤쳐 나갔습니다. 이런 그의 삶은 타고난 기질이나, 난청을 이기고 작곡가로 성공했던 개인적 인고의 과정뿐 아니라 그가 살았던 격동의 시대와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면 그의 교향곡 5번이 ‘운명’을 넘어 새롭게 들릴 것입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다음 달 3, 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정기공연에서 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의 지휘로 베토벤 교향곡 5번과 오페라 ‘피델리오’의 서곡으로 작곡된 그의 레오노레 서곡 3번 등을 연주합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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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한여름에 흐르는 사랑의 떨림과 실연의 아픔

    ‘고귀한 목소리’ 테너 김세일이 중기 낭만주의 리트(독일 가곡)의 정수인 슈만 가곡집 ‘시인의 사랑’ 앨범을 26일 발매했다. 현역 리트 반주계의 대표자 중 한 사람인 마르쿠스 하둘라(빈 국립음대 교수)가 피아노를 맡았다. 김세일은 바흐 수난곡의 에반겔리스트(복음사가) 역으로 친숙한 테너. 첫 곡 ‘아름다운 오월에’부터 앨범을 특징짓는 가장 강렬한 인상은 가사 단어 하나하나에대한 천착, 스위스 시계 장인을 연상시키는 정밀한 세공(細工)이다. 연인이 부르던 노래를 회상하는 ‘그 짤막한 노래가 들려오네’에서 가수는 ‘가슴이 끊어지는(Brust zerspringen)’의 강세를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st―z의 ‘끊어지듯’ 강한 자음을 하나하나 새긴다. 첫 음 ‘h¨or(들려오네)’는 반주보다 미세하게 늦게 나온다. 현실을 잊고 싶은 주인공의 주저함까지 생생하게 공감하게 만드는 정교한 계산의 결과다. 김세일의 목소리는 ‘시인의 사랑’의 전설적인 해석자 중 한 사람이었던 독일 테너 페터 슈라이어를 연상시키지만 비강 안쪽으로 납작하게 접히는 공명이 더 적어 한층 듣기 편하다. ‘나는 원망하지 않으리’ ‘오래되고 몹쓸 노래들’처럼 반주부의 강타가 함께하는 노래들도 좋지만, 특히 ‘그 짤막한 노래가 들려오네’ ‘매 밤마다 꿈속에서 그대를 봤네’ 같은 나지막한 노래들이 전해주는 품격은 이 곡의 역대 베스트 리코딩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 하둘라의 반주는 앞으로 나서지 않으면서도 성악부 선율과 나란히 진행되는 피아노의 ‘다른 노래’들을 생생하게 전한다. ‘나의 영혼을 흠뻑 담그고 싶네’에서 물결처럼 흐르는 오른손과 함께 가만가만 두드리는 왼손의 베이스 음형은 단순한 화음의 근음(根音)선을 넘어 또 하나의 놓칠 수 없는 멜로디처럼 다가온다. 테너 프리츠 분더리히를 반주한 피아니스트 후베르트 기젠의 1965년 녹음에 필적할 성과다. 이 가곡집 거의 끝에 이르러 나오는 ‘매 밤마다 꿈속에서 그대를 봤네’는 마치 연인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듯한 다정한 멜로디다. 그러나 가사는 떠나간 애인을 꿈에서 만났다가 잠을 깬 뒤의 아쉬움을 노래한다. 김세일이 정교하게 표현한 그 가사와 선율의 낙차(落差)가 마치 듣는 사람이 실제 실연당한 듯 만드는 바람에 휴일 여름 아침의 거실을 한동안 상실감에 빠져 빙빙 돌았다. 이 가곡집의 원시(原詩)인 하이네 시의 아이러니와 풍자를 꿰뚫은 음악 칼럼니스트 나성인의 해설도 주의 깊게 읽어볼 만하다. 앨범에는 ‘시인의 사랑’ 외 ‘리더크라이스’ 작품 24 전곡, ‘헌정’ ‘두 사람의 척탄병’ ‘그대는 꽃같이’ 등 슈만의 대표 가곡들과 슈만이 애초 ‘시인의 사랑’에 넣었다가 뒤에 뺀 네 곡이 함께 실렸다. 김세일은 10월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음반 발매기념 ‘시인의 사랑’ 리사이틀을 연다. 5월 음반 발매와 맞춰 리사이틀을 가질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음반 발매와 공연이 모두 늦춰졌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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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수천 년 전에도 걱정했다, 로봇이 인간을 넘어설까봐

    1958년 미 해군은 새로 개발한 함대공(艦對空) 미사일 체계에 ‘탈로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반세기가 지나 2013년 미국 특수작전사령부가 개발하기 시작한 미래형 전투복의 이름도 탈로스였다. 왜 이름이 같을까. 탈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크레타섬을 지키기 위해 제작된 청동 거인이다. 이방인의 배가 접근하면 바위를 던져 침몰시킨다. 프로그래밍된 명령에 따라 활동을 수행하는 로봇의 개념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 탈로스는 적의 제안에 흔들려 파멸한다. 인간처럼 ‘생각’을 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50대 이상은 우주소년 아톰과 로봇 태권V의 활약에 열광하며 유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인공지능(AI)으로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그리스인과 현대인이 같은 꿈을 추구해온 셈이다. 이 책은 그리스와 인도 등의 고대 신화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인공생명과 오토마타(스스로 움직이는 기계)를 들여다본다. 고대인도 현대인처럼 기술을 사용해 인간의 대리자를 만드는 상상을 했다. 오늘날 논의되는 것과 같은 문제들에도 주목했다. 인조인간이 우월한 능력으로 악행을 펼치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이들이 인간처럼 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인간임’을 규정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그리스 신화의 마법사 메데이아는 아르고 원정대의 영웅 이아손의 아버지인 아이손의 젊음을 찾아주기 위해 황금 용기에서 달인 비밀 혼합액을 주입한다. 그의 권력을 뺏고자 하는 펠리아스를 속이기 위해 메데이아는 늙은 양을 젊은 양으로 재생시켜 보여준다. 1996년 탄생한 복제 양 ‘돌리’를 떠올리게 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연약한 인간들의 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기술과 언어, 불을 준다. 육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증강인간’이 인간의 시초부터 잠재됐던 것이다. 나아가 프로메테우스는 아예 인간을 제작한 존재로 묘사되기도 했다. 오늘날 인간은 서사시 ‘일리아드’의 헤파이스토스가 펠롭스의 어깨에 인공 뼈를 달아주었던 것처럼 인공 장기를 달고 거리를 활보한다.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는 인간형 인공 조수들이 있다. 이들의 창조자는 이들이 목소리, 활력, 위트까지 가질 것을 요구한다. AI를 장착하게 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도구가 필요성을 예측하고 스스로 일한다면 하인이나 노예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썼다. AI와 로봇이 대신 일하는 인간 노동 상실의 세상을 내다본 셈이다. 그런 세상은 인간에게 이상 사회일까. 상아로 만든 피그말리온의 인형은 오늘날 이른바 ‘섹스봇’을 둘러싼 윤리적 고민까지 알려준다. 우리는 신화의 ‘판도라’도 인간을 닮게 ‘제작된’ 존재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로메테우스에게 불을 도둑맞은 제우스는 인간에게 선물을 가장한 저주로 판도라를 내려주었다. 그가 ‘판도라의 상자’로 잘못 알려진 피토스 항아리를 열었을 때 어떤 일이 생겼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온갖 재앙이 튀어나온 것이다. 서둘러 항아리를 닫았지만 그 안엔 ‘희망’이 갇혔다. 언젠가 도래할 로봇과 AI의 시대가 인간에게 재앙이 될 것인가 희망이 될 것인가. 그 질문은 수천 년을 내려온 것이었다. 그 답을 얻을 열쇠는 우리와 이후의 인류가 쥐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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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로 연기된 무대… 그 답답함을 열정으로 풀고 싶다”

    엿새 전,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연주가는 무대에서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라는 문장이 올라왔다. 강한 결기가 느껴졌다. “답답했죠.” 전화를 받은 그가 말했다. 그는 다음 달 1일 오후 7시 반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올해 탄생 250주년인 베토벤의 바이올린 작품들로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케르트(서울대 교수)와 듀오 콘서트를 갖는다. 4월 25일 예정됐다가 코로나19로 연기된 무대다. 그가 이끄는 현악 앙상블 ‘조이 오브 스트링스’의 이달 11일 콘서트는 취소됐다. 이 답답함을 그는 ‘열정’으로 해소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콘서트에선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0곡 중 1, 5, 7번과 로망스 2번을 연주한다. 시대별로 베토벤의 성장을 대표하는 곡이라고 그는 말했다. 성장은 베토벤의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성주는 11년 전인 2009년 피아니스트 올리버 케른과 함께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베토벤 소나타 10곡 전곡을 네 시간 동안 ‘불꽃 소화’했다. “베토벤 연주는 그때그때 다르고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서도 훨씬 달라지죠. 템포나 호흡 등에 따라 늘 다르게 생각하게 돼요.” 그는 1977년 처음 손에 든 헨레출판사 악보를 쓴다. 40년 이상 연주하고 가르치면서 적어온 메모가 빽빽하게 담겨 있다. “예전의 풋풋한 느낌도, 그동안의 발전도 고스란히 담겨 있죠. 내겐 보물이에요.” 연주곡 소나타 7번은 자신도 좋아하지만 라이케르트가 너무나 하고 싶어 했다고 그는 말했다. 이성주는 2012, 2018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스라엘인인 라이케르트는 1996년 ‘동아국제음악콩쿠르’ 이름으로 열린 이 콩쿠르 첫 대회에서 우승했고 내년 피아노 부문으로 열리는 이 콩쿠르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서로 모든 걸 이해해요. 아주 사소한 세부까지. 완벽한 호흡이죠. 둘 다 정열이 넘치잖아요! 기질이 똑같아요.” 라이케르트는 서로 아이디어가 넘치고, 이야기를 많이 하고, 계속 바꿔 가며 실험하니 연습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웃었다. 그는 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7번을 ‘강추’했을까. “바이올리니스트에게도 어려운 곡이지만 피아니스트에게는 진짜 ‘난곡’이죠. 그러면서 어둡고 뜨거운 작품이에요.” 그는 자신에게도 올해 첫 무대라며 “기다렸다. 벌써 몹시 흥분된다”고 했다. 3만∼7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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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노는 친한 친구, 오르간은 신기한 친구”

    “피아노가 친한 친구라면 오르간은 지금도 ‘신기한’ 친구죠.” 피아니스트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연주가 조재혁(49)이 피아노와 오르간을 아우르는 양수겸장(兩手兼將) 무대를 연다.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다음 달 13일 오후 8시에 여는 ‘조재혁 피아노 & 오르간 리사이틀’이다. 1부에서는 베토벤의 피아노 작품을, 2부에서는 바흐와 리스트, 한국 작곡가들의 오르간 곡을 연주한다. 이번 무대는 그의 오르간 음반 ‘바흐 리스트 위도르’가 국내에 발매된 것을 맞아 기획했다. 음반은 1849년 제작된 프랑스 파리 마들렌 성당의 오르간을 연주해 녹음했다. 대작곡가 생상스 포레 등이 전속 연주자를 맡기도 했던, 유서 깊은 악기다. “문화재와 같은 오르간이라 외국인에게는 연주를 잘 허용하지 않아요. 프랑스 음반사 ‘에비당스’가 녹음을 제안하면서 이 악기의 사용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흥분했죠. 오래된 성당의 공간이 훌륭한 음향을 빚어내는 곳입니다.” 음반에 실은 김택수 ‘파도’와 리스트 ‘B-A-C-H 주제에 의한 환상곡과 푸가’는 이번 리사이틀에서도 연주한다. 음반의 바흐 ‘토카타와 푸가 D단조’는 리사이틀에서 바흐 ‘파사칼리아와 푸가 C단조’로 대신한다. 그는 “우울한 사람이 많은 시기여서 더 위로를 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곡을 택했다”고 말했다. 창작곡 ‘파도’는 분산화음이 바다의 움직임을 나타내며 고조되는 가운데 대금 연주를 연상시키는 민요 선율이 또렷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 프로그램 마지막은 피아니스트 박종훈(51)이 작곡한 ‘샹송 샹젤리제에 의한 오르간 패러프레이즈’로 화려하게 닫는다. 공연 전반부 피아노 무대에서는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의 ‘안단테 파보리’와 피아노소나타 4번을 연주한다. 조재혁은 피아노를 공부하던 초등학생 때 음악 교과서에 실린 세종문화회관의 파이프오르간 사진만 보고 그 장려함에 매료됐다. 고교생 때 미국 유학을 떠나 맨해튼음대 예비학교에서 부전공으로 오르간을 택했다. “처음엔 피아노의 ‘때리는’ 특성을 잊고 같은 음량으로 소리가 유지되는 오르간에 적응하느라 애먹었죠. 지금은 악기에 따라 자동으로 모드가 바뀝니다.” 리사이틀 무대인 롯데콘서트홀에는 오스트리아 ‘리거’사의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그는 “스톱(音栓·각각의 음색을 정하는 스위치)마다 성격이 뚜렷하고 모으면 시원한 소리가 나는, 스케일이 큰 악기”라며 “더운 여름을 시원한 오르간 음향으로 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연주자가 그렇듯이 그도 올 상반기는 무대 없이 보냈다. 그 대신 풍성한 음반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한스 그라프가 지휘하는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 3번 음반이 에비당스 레이블로 하반기에 나온다. 쇼팽 피아노곡 녹음도 발매를 준비하고 있고, 8월에는 그라프가 지휘하는 로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협주곡 21, 24번을 녹음할 계획이다. 2만∼7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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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흐-이자이 무반주 소나타 들으며 일상의 노곤함 잊으세요”

    “음악은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이죠. 세계와 음악계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지금, 이 아름다운 유산의 가치를 돌아보기 좋은 장소가 ‘역사를 담은 건축물’이라고 생각됐습니다.”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 바이올린계 신진 세력의 맨 앞줄에 선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5)이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곡 전곡 연주를 펼친다. 다음 달 1일 오후 7시 반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11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홀. 각각 역사와 영성(靈性)이라는 독특한 의미와 분위기가 깃들어 있는 공간이어서 더욱 주목되는 이벤트다.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가 바이올린 음악의 ‘구약성서’라면, 이 작품들에서 영향 받은 외젠 이자이(1858∼1931)의 무반주 소나타는 ‘신약성서’로 불려왔다.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스튜디오에서 만난 임지영은 두 작곡가의 무반주 소나타가 ‘구조적으로 오차 없이 지은 건축물’ 같다고 말했다. “보통은 대가(大家)나 노장 연주가들이 인생의 마무리 단계에 펼쳐놓는 레퍼토리죠. 저는 다르게 생각했어요. ‘아예 지금 이 큰 레퍼토리를 시작하자. 인생의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해 보자.’ 그렇게요.”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연초 국내 연주를 마친 뒤 독일에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는데 2월 유럽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발이 묶였다. 이 큰 레퍼토리에 투자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연습 초기엔 후회도 들었다. “그야말로 ‘음표가 많은’ 작품들이에요. 활 속도, 비브라토, 음악적 스타일 연구 등 공부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죠.” 평소 한 페이지씩 연습해 나가던 스타일을 버리고 일정표부터 짰다. 파고들면서 매일 뭔가 ‘발견’하는 환희가 찾아왔다. “특히 이자이의 곡은 낭만주의 비르투오소(기술적 연주 거장) 스타일을 담고 있기 때문에 화려하게, 선율 위주로만 연주하기 쉽죠.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화음의 안쪽 성부가 움직이는 수학적 패턴 같은 비밀들이 느껴져요. ‘이런 걸 알아냈다. 이걸 들려줘야 해.’ 매일 느껴요. 노다지를 발견한 느낌이죠.” 1일에는 바흐 소나타 1번, 파르티타 1, 3번, 이자이 소나타 1, 4, 6번, 11일에는 바흐 소나타 2, 3번, 파르티타 2번, 이자이 소나타 2, 3, 5번을 들려준다. 그는 두 작곡가의 무반주 작품이 구조적으로 비슷해서 비교하며 번갈아 연주할 때 매우 흥미롭고 유익할 걸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까지는 매일 연습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이제는 연습 밀도가 엄청나게 높아져 영상을 올릴 시간을 내기 힘들어졌다. “실제 완성된 연주와 달리 연습이란 아름다운 작업이 아니죠. 피곤과 실수가 낱낱이 드러나요. 하지만 새벽에 제가 올린 1분짜리 영상을 보고 ‘하루의 노곤함을 잊었다’는 반응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이게 음악이 주는 힘이구나, 음악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경로는 여러 가지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는 8월 롯데콘서트홀이 주최하는 ‘클래식 레볼루션’에 참여해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 3중 협주곡을 협연한다. 11월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졸라와 비발디의 ‘사계’를 함께 연주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사용 가능한 전 좌석의 25∼50%만 오픈한다. 5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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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수 낱낱이 드러나지만…” 임지영이 매일 연습 영상 올리는 이유

    “음악은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이죠. 세계와 음악계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지금, 이 아름다운 유산의 가치를 돌아보기 좋은 장소가 ‘역사를 담은 건축물’이라고 생각됐습니다.”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 바이올린계 신진 세력의 맨 앞줄에 선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5)이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곡 전곡 연주를 펼친다. 다음달 1일 오후 7시 반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11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홀. 각각 역사와 영성(靈性)이라는 독특한 의미와 분위기가 깃들어있는 공간이어서 더욱 주목되는 이벤트다.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가 바이올린 음악의 ‘구약성서’라면, 이 작품들에서 영향 받은 외젠 이자이(1858~1931)의 무반주 소나타는 ‘신약성서’로 불려왔다.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스튜디오에서 만난 임지영은 두 작곡가의 무반주 소나타가 ‘구조적으로 오차 없이 지은 건축물’ 같다고 말했다. “보통은 대가(大家)나 노장 연주가들이 인생의 마무리 단계에 펼쳐놓는 레퍼토리죠. 저는 다르게 생각했어요. ‘아예 지금 이 큰 레퍼토리를 시작하자. 인생의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해보자.’ 그렇게요.”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연초 국내 연주를 마친 뒤 독일에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는데 2월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발이 묶였다. 이 큰 레퍼토리에 투자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연습 초기엔 후회도 들었다. “그야말로 ‘음표가 많은’ 작품들이에요. 활 속도, 비브라토, 음악적 스타일 연구 등 공부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죠.” 평소 한 페이지씩 연습해 나가던 스타일을 버리고 일정표부터 짰다. 파고들면서 매일 뭔가 ‘발견’하는 환희가 찾아왔다. “특히 이자이의 곡은 낭만주의 비르투오소(기술적 연주 거장) 스타일을 담고 있기 때문에 화려하게, 선율 위주로만 연주하기 쉽죠.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화음의 안쪽 성부가 움직이는 수학적 패턴 같은 비밀들이 느껴져요. ‘이런 걸 알아냈다. 이걸 들려줘야 해.’ 매일 느껴요. 노다지를 발견한 느낌이죠.” 1일에는 바흐 소나타 1번, 파르티타 1, 3번, 이자이 소나타 1, 4, 6번, 11일에는 바흐 소나타 2, 3번, 파르티타 2번, 이자이 소나타 2, 3, 5번을 들려준다. 그는 두 작곡가의 무반주 작품이 구조적으로 비슷해서 비교하며 번갈아 연주할 때 매우 흥미롭고 유익할 걸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까지는 매일 연습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이제는 연습 밀도가 엄청나게 높아져 영상을 올릴 시간을 내기 힘들어졌다. “실제 완성된 연주와 달리 연습이란 아름다운 작업이 아니죠. 피곤과 실수가 낱낱이 드러나요. 하지만 새벽에 제가 올린 1분짜리 영상을 보고 ‘하루의 노곤함을 잊었다’는 반응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이게 음악이 주는 힘이구나, 음악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경로는 여러 가지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는 8월 롯데콘서트홀이 주최하는 ‘클래식 레볼루션’에 참여해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 3중 협주곡을 협연한다. 11월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졸라와 비발디의 ‘사계’를 함께 연주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사용 가능한 전 좌석의 25~50%만 오픈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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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스타의 폭발적 가창…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

    정상급 뮤지컬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과 대(大)편성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로 유명 뮤지컬 넘버를 감상한다. 27일 오후 5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보이스 오브 투 뮤지션’. 뮤지컬 배우 정선아 한지상과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최영선)가 출연한다. 무대는 정선아 한지상 두 사람이 출연해온 뮤지컬 하이라이트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에비타’ 중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여’, ‘나폴레옹’ 중 ‘달콤한 승리의 여신’ 등 유명 넘버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등 유명 뮤지컬 하이라이트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펼쳐진다. 소프라노 김순영이 찬조 출연해 ‘오즈의 마법사’ 중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등을 들려준다. 정선아는 2002년 ‘렌트’로 데뷔한 뒤 가창력 춤 노래를 모두 갖춘 ‘뮤지컬 천재’로 불려왔다. ‘위키드’의 글린다, ‘아이다’의 암네리스 등을 폭발적인 노래와 뚜렷한 연기력으로 소화해 한국 대표 뮤지컬 디바로 꼽힌다. 한지상 역시 연기와 노래, 춤의 밸런스가 탁월하기로 손꼽히는 뮤지컬계 대표 스타. ‘넥스트 투 노멀’ 게이브 역으로 팬들로부터 ‘지게’(지상+게이브)라는 애칭을 얻었고 ‘프랑켄슈타인’ ‘데스노트’ ‘벤허’ 등 어느 작품에서나 맡은 역에 최고의 컬러를 부여해 왔다. 연극 무대 및 TV 드라마에도 출연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별 출연하는 김순영은 오페라와 뮤지컬이라는 두 무대에서 전방위로 재능을 펼쳐왔다. 국립오페라단의 ‘마술피리’ ‘여자는 다 그래’ ‘1945’ 같은 대표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편 2015년 뮤지컬 ‘팬텀’의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으로 2015년 뮤지컬 최고 여우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휘자 최영선은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음악대학원에서 지휘를 전공한 뒤 과천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와 국립오페라단 부지휘자를 지냈다. 이 공연은 동아일보사와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공동 주최하고 KT&G가 협찬한다. 5만∼14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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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드뷔시 음악으로 본 벨에포크 시대 파리

    “그의 삶과 음악을 관통한 파리라는 렌즈를 통해서 드뷔시를 고찰한다. 그는 벨에포크 시대의 사회적·예술적 관심사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존재였다.” 책 서두의 이 설명은 뒤집어 얘기해도 맞다. 인상주의 음악의 대명사로 꼽힌 작곡가 드뷔시라는 렌즈를 통해 온갖 실험과 주장으로 부글부글 끓던 벨에포크(Belle ´Epoque·프랑스-프로이센 전쟁 이후 제1차 세계대전까지의 문화적 융성기) 시대의 파리를 조명한다. 드뷔시의 음악은 에드거 앨런 포의 어두운 단편들, 광대와 인어의 묘사처럼 당대 파리지앵 사이에 유행한 기쁨과 쾌락의 요소들을 담아냈다. 화려하고 매력적인 파리뿐 아니라 인종차별, 식민 지배, 타자(他者) 적대적 민족주의 같은 부정적 풍경도 배경에 깔린다. 피카소, 베를렌, 로트레크 같은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이 사이사이를 수놓는다. 이 시기에 드뷔시는 현실과 꿈, 빛과 리듬이 생동하는 소리의 풍경을 내놓았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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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마음 안맞는 동료와 제대로 협력하는 법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말도 안 되는 주장과 상황은 늘 넘쳐난다. 일터에서든, 집이든, 정치에서든 마찬가지다. 대응 방식은 네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협력, 강제, 적응, 퇴장이다. 우리는 늘 ‘협력하라’고 배워왔다. 그것만이 최선일까? 확실한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 후 흑백 갈등을 성공적으로 중재해 유명해진 저자는 이 책에서 ‘스트레치 협력’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단일한 로드맵부터 도출하기 위해 애만 쓰다 싸울 것이 아니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일단 한 배에 올라타 혼란을 감수하면서 하나씩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나 또한 문제의 일부다’라고 깨닫는 데서 성공의 싹은 시작된다. 적은 협력을 위한 최고의 스승일 수 있음을 인정하라고, 스스로 문제임을 모르는 사람은 해결책도 내놓을 수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첫발을 뗀 21대 대한민국 국회에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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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로왕과 인도 출신 허황옥 러브스토리, 오페라로 만든다

    금관가야의 시조 김수로왕과 인도 아유타국 출신 허황옥의 사랑 이야기가 오페라로 되살아난다. 김해문화재단(대표이사 윤정국)은 “김해의 문화도시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오페라 ‘허황후’를 제작하고 내년 2월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초연 후엔 지역 축제 및 2023년 김해 전국체전 등에서 대표 공연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본은 오페라 ‘나비부인’ ‘이중섭’ 등을 연출했고 오페라 대본 작업에 참여해온 김숙영 작가가 쓴다. 작곡가는 이달 29일까지 공모로 선발한다. 선정된 작곡가는 상금 2500만 원을 받는다. 응모할 작곡가는 응모 신청 서류와 지정곡(아리아, 서곡) 총보 1부, 음원을 e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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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릴레이 연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을 꼬박 앉아서 들을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더하우스콘서트(대표 박창수)는 7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동안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여는 여름 축제 ‘줄라이 페스티벌’ 일정을 최근 공개했다. 축제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11시부터는 이경숙 이혜전 최희연 박종해 등 한국 피아노계 원로부터 중진, 신진 32명이 참여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릴레이 연주’가 펼쳐진다. 전체 연주에 13시간가량 소요돼 자정쯤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축제의 다른 일정도 화려하다. 매주 수요일 오후 8시에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피아니스트 두 사람이 연주하는 ‘포핸즈(four hands)’ 무대를 마련한다. 1일부터 29일까지 닷새 동안 교향곡 9곡 전곡을 편곡된 악보로 연주한다. 목요일 오후 8시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0곡 전곡(2, 9, 16일)과 첼로 소타나 5곡 전곡(23, 30일)을 연주한다. 월·화요일에는 공모 선정 아티스트의 무대 ‘뉴웨이브’, 화요일에는 국악과 재즈가 만나는 ‘화요풍류’, 금요일에는 실험적 성격의 무대 ‘줄라이 랩’, 토요일에는 현대 한국무용 ‘무트댄스’ 무대가 마련된다. 매회 공연은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50명씩 입장 가능하다. 성인 3만 원, 고등학생 이하 1만5000원. 피날레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곡 연주 10만 원. 그 대신 전 공연은 유튜브에서 무료로 실시간 중계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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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릴레이 연주 감상해볼까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을 꼬박 앉아서 들을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더하우스콘서트(대표 박창수)는 7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동안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여는 여름 축제 ‘줄라이 페스티벌’ 일정을 최근 공개했다. 축제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11시부터는 이경숙 이혜전 최희연 박종해 등 한국 피아노계 원로부터 중진, 신진 32명이 참여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릴레이 연주’가 펼쳐진다. 전체 연주에 13시간가량 소요돼 자정 쯤 끝날 것으로 예상되며, 청중은 각각의 소나타가 끝날 때마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축제의 다른 일정도 화려하다. 매주 수요일 저녁 8시에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피아니스트 두 사람이 연주하는 ‘포핸즈(four hands)’ 무대를 마련한다. 1일부터 29일까지 닷새 동안 교향곡 9곡 전곡을 편곡된 악보로 연주한다. 목요일 저녁 8시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0곡 전곡(2, 9, 16일)과 첼로 소타나 5곡 전곡(23, 30일)을 연주한다. 월·화요일에는 공모 선정 아티스트의 무대 ‘뉴웨이브’, 화요일에는 국악과 재즈가 만나는 ‘화요풍류’, 금요일에는 실험적 성격의 무대 ‘줄라이 랩’, 토요일에는 현대 한국무용 ‘무트댄스’ 무대가 마련된다. 매회 공연은 ‘생활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50명 씩 입장 가능하다. 성인 3만원, 고등학생 이하 1만5000원. 피날레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곡 연주 10만원. 대신 전 공연은 유튜브에서 무료로 실시간 중계된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한 후원금 펀딩도 진행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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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데… ‘거리 두기’여파, 대세는 모차르트?

    “베토벤 탄생 250주년, ‘뉴노멀(새로운 표준)’은 하이든과 모차르트?”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올해 남은 공연 프로그램을 대폭 변경하며 연주자 사이 거리 두기(최소 1.5m)가 가능한 소규모 편성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서울시향은 5일 저녁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온라인 콘서트 ‘오스모 벤스케의 그랑 파르티타’ 공연에 앞서 강은경 대표이사와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방침을 공개했다. 서울시향은 지난달 29일 연주자 거리 두기 준칙을 적용한 온라인 콘서트에서 모차르트 교향곡 39번을 메인곡으로 선정한 데 이어 이날 공연에서도 하이든 교향곡 94번 ‘놀람’을 메인곡으로 연주했다. 각각 50명 정도의 단원이 연주에 참여했다. 이 준칙을 적용할 경우 연주에 통상 60∼70명이 필요한 베토벤 중기 이후 작품이나 낭만주의 교향곡은 연주 기회를 갖기 힘들어진다. 올해 프로그램 변경에는 출연진 변경이 불가피한 점도 작용했다. 해외 지휘자와 협연자가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하려면 최소 14일간의 자가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한다. 벤스케 음악감독은 “새 프로그램의 지휘자는 음악감독과 수석객원지휘자, 부지휘자 중심으로 구성하고 협연자도 한국 아티스트와 국내 거주 외국인을 우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향은 이날 △관악 연주자 주변 투명 방음판 설치 △현악 연주자는 1인 1악보 사용 △객석 가장 앞쪽 3열 비워 두기 △거리 두기 좌석제 실시 등의 방침도 밝혔다. 한 자리씩 띄워 앉는 거리 두기 좌석제를 적용할 경우 롯데콘서트홀은 약 840석,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약 1230석이 판매 가능하다. 또 관객이 있는 공연을 준비하되 상황에 따라 온라인 공연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벤스케 음악감독은 무대 위 띄어 앉기가 독일 오케스트라 협회의 연구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서울시향의 경우 유럽보다 큰 편성의 작품을 연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오케스트라 협회 준칙을 적용 중인 베를린 필하모니의 무대 면적이 172m²,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가 181m²인 데 비해 서울 예술의전당은 270m², 롯데콘서트홀은 약 320m²로 한층 여유가 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도 3일 개최한 공연을 무관중 온라인 공연으로 바꾸면서 대편성 곡인 차이콥스키의 ‘만프레드 교향곡’ 대신 간소한 편성의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으로 바꿨다. 하지만 국내 오케스트라들이 ‘무대 위 거리 두기’를 따라 적용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 민간 교향악단 관계자는 “단원 고정 임금에 비해 악단이 단원에게 주는 연주료가 큰 경우 규모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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