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가족의 눈으로 본 6·25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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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가족/권헌익 지음·정소영 옮김/324쪽·2만 원·창비

“몇 달을 두고 전선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대로 세상도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었으니, 그때마다 부역했다 고발하고 반동했다 고발해서 생사람 목숨을 빼앗는 일을 마을사람들은 미친 듯이 되풀이했기 때문이다.”(박완서,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올해 70주년을 맞은 6·25전쟁은 그 어느 전쟁보다도 사회적인 전쟁이었다. 민간인 사망자가 최소 200만 명이었고 그중 20만 명 이상이 국가 폭력의 희생자로 추정된다. ‘비무장 민간인이 생존을 위해 벌인 사투를 고려하지 않고는 이 전쟁의 실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적에 동조하는 인물이나 잠재적 협력자로 간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양쪽이 벌인 광범위한 폭력과 보복은 전쟁이 끝나고 여러 세대가 지나도록 깊고 넓은 상처를 남겼다. 두 사회에서 연좌제는 오랜 시간 동안 강력한 사회 통제 수단으로 기능했고, 이를 폐지하겠다는 약속도 시차를 두고 거듭 나오면서 먼저의 약속은 허언이었음을 증명하곤 했다.

인류학자인 저자가 초점을 맞춘 부분은 일상의 공동체 대(對) 정치적 공동체, 즉 가족(친족)이나 마을의 공동사회 규범이 국가가 강요하는 윤리와 충돌한 지점이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저자는 시비타스(영토와 소유에 기초한 시민적 정치적 사회)와 소시에타스(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기초한 질서)라는 개념을 끌어온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로 한국어가 모국어인 저자가 영어로 쓴 책을 전문 번역가가 번역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전쟁과 가족#권헌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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