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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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사이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http://nambuk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zsh75@donga.com

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남북한 관계67%
칼럼23%
사회일반7%
경제일반3%
  • ‘김정은 선전맨’이 넘어왔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태영호 공사(55·사진)가 가족과 함께 탈출해 한국에 입국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17일 “태 공사가 현재 부인, 자녀들과 함께 한국에 도착해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며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현학봉 대사에 이은 서열 2위에 해당하며,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에서는 최고위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장승길 전 주이집트 북한 대사는 1997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태 공사는 지난달 중순 아내와 아들 2명과 함께 10년 동안 근무한 영국 런던을 떠나 잠적했다. 태 공사의 직책은 대사 다음이지만 북한이 미국과 영국에는 핵심 외교관을 파견하기 때문에 웬만한 국가의 대사보다 더 신임을 받는 자리로 평가된다. 영국을 거점으로 북한 체제를 선전하던 최고위급 외교관이 탈북을 선택한 것이어서 북한 체제에도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을 향해 “통일은 동등하게 대우받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배경에 태 공사의 망명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태 공사는 북한 외무성 유럽연합(EU) 담당 과장 등을 지냈고 200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한과 EU의 인권 대화에 북한 대표단 단장으로 참가했다. 또 지난해 5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형인 김정철이 영국의 유명 가수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보기 위해 런던을 방문했을 때 직접 수행하는 등 북한 최고 권력층의 신임도 돈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그가 “김정은의 통치가 외부에서 오해를 받고 잘못 보도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며 북한을 변호하는 임무에서 마음이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국가안전보위부, 조직지도부 등 핵심 기관 주요 간부에 이어 외교관까지 탈출하면서 북한 내부 권력층의 이탈 움직임이 가속화될지 주목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 201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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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단탈출 北 종업원 13명, 조사 마치고 사회로

    올해 4월 7일 중국에서 탈출해 한국으로 입국한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이 최근 조사를 마치고 4개월 만에 일반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6일 “4월 입국한 북한식당 여성 종업원 12명과 남성 지배인 1명이 사회 각지로 진출했다”며 “하지만 시기와 지역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이 종업원들에게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점을 감안해 대다수 탈북자가 거치는 탈북 정착지원 시설인 하나원 대신 안가(안전가옥)에 머무르게 하며 한국 사회를 체험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분을 노출할 수 없는 고위급 탈북자들에게 해당되는 정착 과정이다. 이들의 거주지도 한곳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전국 각 도시에 분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임대주택이 밀집된 지역에서 다른 탈북자들과 같이 생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 당국이 여전히 이들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당국의 신변 보호는 다른 탈북자들보다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탈북자들도 국내에 들어온 지 4개월 만에 사회에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여종업원들도 특별히 오래 안가에 머무른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여종업원들이 강제로 구속돼 있다고 주장해 온 북한 당국의 주장과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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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의 정부비난 들러리 선 南인사들

    광복절을 맞아 북한이 제안한 ‘통일대회합 연석회의’ 성사를 위한 ‘남북·해외 실무회의’가 11, 12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남측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지만 결국은 북한에 이용당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회의는 참가자 공동 명의로 연석회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했지만 남측에서 공개한 보도문과 북한이 발표한 보도문에는 차이가 있었다. 회의에 참가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배포한 보도문에는 “올해 광복절에 연석회의를 가지지 못하였지만”이란 구절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15일 노동신문에 공개한 보도문엔 같은 대목이 “연석회의가 내외 반통일 세력의 방해 책동으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다르게 표시돼 있다. 북한이 지칭한 내외 반통일세력은 연석회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한국 정부를 가리키는 셈이다. 결국 남쪽 대표단의 회의 참가는 북한이 주민을 상대로 “한국 정부가 반통일 세력이라는 데 남쪽 인사들도 동감했다”는 식으로 선전하는 데 들러리를 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모임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조성우 상임대표와 북측준비위원회 김완수 부위원장, 연석회의 해외 측 준비위원회 손형근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15일 “승인 없이 북측 인사와 접촉한 회의 참가자들을 법에 따라 응당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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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실세조직 보위부, 보위성으로 격 낮아져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명칭이 국가안전보위성으로 변경됐다고 정통한 대북 소식통이 14일 밝혔다. 북한이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에서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국무위원회를 신설한 뒤 우리의 경찰청 격인 인민보안부를 인민보안성으로, 국방부 격인 인민무력부를 인민무력성으로 변경한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핵심 수호조직인 보위부가 부(部)에서 성(省)으로 변경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최고인민회의에서 보안부와 무력부가 성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보위부도 함께 성으로 명칭을 바꾸었다”고 전했다. 보안성과 무력성은 1990년대 후반에 부에서 성으로 명칭이 변경됐다가 2000년대 들어 다시 부로 바뀌었고, 올해 다시 성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하지만 보위부는 1973년 창설 이래 한 번도 ‘성’으로 불린 적이 없었다. 일제강점기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 북한에서는 부가 성보다 높은 조직으로 인식되는 점을 감안할 때 보위부는 꾸준히 신임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북한 최고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사진)도 내각의 다른 수장들과 마찬가지의 지위로 불리게 됐다. 이번 명칭 개편 과정에서 보위성이나 보안성, 무력성 모두 내각 산하에는 들어가지 않고 국무위원회 직속으로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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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北주민-간부, 통일땐 행복추구 기회”

    박근혜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경축사 대북 메시지는 대화나 교류라는 표현 대신 북한 당국에 대해 핵 개발과 도발 위협을 즉각 중단하라는 요구로 채워졌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북한 당국에 “우리 국민을 위협하고 대한민국을 위협하기 위한 어떤 시도도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과는 달리 북한 간부와 주민들에게는 통일 이후 동등한 대우를 하고 행복 추구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분리 접근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이는 김정은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 핵심 지도부와 일반 간부, 주민을 따로 겨냥하는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예고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이 북한 간부와 주민을 향해 별도의 메시지를 던진 전례는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인권 문제까지 부각한 것은 다음 달 초 북한인권법이 시행되고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는 것을 계기로 북한 주민을 직접 겨냥한 다양한 정책이 나올 것을 시사한 대목이기도 하다. 대화와 교류 대신 북한의 변화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이산가족 상봉 및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2013년), 평창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북한 참여 희망(2014년), 이산가족 생존자 전원 명단 교환(2015년) 등 다양한 대북 제안을 내놓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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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南 사드’ 싫다고… ‘핵개발 北’에 되레 原油공급 등 늘려

    중국이 식량 무상 지원과 함께 대북 원유 공급 등 대북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식량 지원이나 원유 공급 자체가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은 아니지만 6월 방중한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에 핵 개발 고수 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중국이 대북 식량 지원으로 화답한 것은 북핵 폐기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의심케 만들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의 대북 식량 무상 지원의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인 50만 t에 이른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 직후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나서서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한의 핵 개발을 가장 강력하게 압박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대북 지원을 늘려 강력한 지원 메시지를 보내는 중국이 과연 국제질서에 대한 책임을 걸머진 주요 2개국(G2)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대규모 식량 지원과 더불어 북-중 간 교역도 본격적으로 되살아나 유엔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증거와 증언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가 시작된 뒤 한동안 이에 동참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던 중국이 최근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남중국해 분쟁을 놓고 미국과 일본을 압박하는 동시에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반발 움직임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해관(세관)총서가 8일 공개한 국가별 월 무역액 통계에 따르면 6월 북-중 무역총액은 5억377만 달러(약 5564억 원)로 작년 같은 달 4억6042만 달러(약 5085억 원)보다 9.4% 증가했다. 안보리 제재 결의 채택 이후 4, 5월에 줄어들던 교역 규모가 회복된 것은 중국이 대북 수출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7월 이후 교역 규모는 더욱 크게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으로 가는 원유 송유관 시작 지점인 단둥(丹東) 외곽 원유 저장 시설을 드나드는 화물열차의 운항이 대북 제재 초기 하루 1편에서 6월 하순부터는 2, 3회로 늘었다고 전했다. 북-중 소식통은 이런 추세라면 올해 원유 지원 규모가 예년 평균인 50만 t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문은 또 유엔 제재 품목인 중국의 북한 철광석 수입이 올해 6월 전년 대비 2.7배로 증가했고 톈진(天津) 항에서는 대북 제재 이후 중단됐던 석탄 하역 작업이 이달 들어 재개됐다고 보도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중 국경에선 중국이 북한에 시멘트를 10만 t 이상 지원한다는 소문도 퍼져 있다고 전했다. 그는 “김정은의 지시로 건설되는 여명거리 공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면서 이를 부정부패의 기회로 보고 크게 한탕 해 먹으려는 북한 간부와 중국 상인 간의 거래가 북-중 국경에서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단둥 소식통을 인용해 “낮에는 중국이 대북 제재를 시행하는 것처럼 조용하다가 오후 8시만 되면 특수용접봉, 상수도관, 창유리, 타일, 시멘트 등 건설자재를 실은 북한행 차량이 긴 행렬을 이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얼마 전까지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차량의 통관은 1주일에 이틀만 가능했지만, 요즘은 매일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단둥에서는 지난달부터 신의주를 당일 둘러보는 여행이 시작돼 하루 관광객이 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중국이 자국 사업자 보호를 이유로 북-중 무역 통관을 다시 느슨하게 하고 있으며 밀무역도 대폭 묵인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중국 쪽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식량 지원 결정(6월 1일)은 한국 정부가 사드 체계 배치를 발표(7월 8일)하기 전에 내린 것이어서 사드 결정과 직접 연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최근 대북 지원 움직임이 보인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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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北에 식량 퍼주기… 제재 역행

    중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지원에 나섰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14일 “중국이 올해 중으로 북한에 식량 50만 t을 무상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중국 관계자들에게서 확인했다”며 “8월 초 대북 지원 옥수수를 실은 20t급 트럭들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북-중 국경 지역에서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지금까지 북한에 최소한으로만 식량을 지원했는데 올해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이와 함께 최근 대북 원유 공급과 무역 규모도 늘리고 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이날 북-중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 및 남중국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중국 압박이 이어지자 대북 제재를 완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3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에는 항공유(로켓 연료 포함) 대북 공급 금지가 포함됐으나 중국은 제재 직후 한동안 송유관이 막히지 않을 정도의 원유를 공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대규모 대북 지원 재개는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 기류에 역행하는 것으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이에 앞장선다는 것은 책임 의식을 망각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대북 식량 지원은 6월 1일 대규모 사절단을 거느리고 방중한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을 때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시 주석을 만난 이 부위원장은 식량 100만 t 지원을 요청했고, 중국은 50만 t을 제공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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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공포통치… 올들어 주민 60여명 공개처형

    북한이 올해 들어 공개 처형을 대폭 늘리는 등 공포통치에 집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날이 갈수록 김정은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도가 떨어지고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탈출과 같은 조직화된 민심 이반 조짐이 나타나자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소식통은 12일 “지난달 말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이 다 아는 고위 간부를 공개 처형하고 다수의 고위직을 좌천시키면서 공포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김정은의 눈에 찍히면 죽는다는 분위기 때문에 국가안전보위부나 인민보안성 등 공안기구들이 실적 경쟁을 하는 바람에 애매한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측과 통화했다는 것만으로도 간첩으로 몰리고, 과거엔 교화형(징역형)에 처했던 죄도 국가반역죄를 적용해 처형한다는 것. 다른 대북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처형한 사람만 60명이 넘으며 이는 김정은 집권 이후 연평균 처형자(30여 명)의 2배에 이르는 수치”라고 전했다. 국가정보원도 “올해 처형자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올 2월 초 북한 공안기구들은 탈북민 재북 가족과 송금브로커 수십 명을 체포해 간첩 혐의로 처형했고, 4월에는 양강도 혜산에서 주민들의 탈북을 돕던 브로커 10여 명을 처형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한국 영화 및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마약을 유통하고 사용하던 사람들도 10명 넘게 공개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김정은이 올 3월 공안기구에 “주민들에게 자유시간을 주면 돈벌이 생각과 사회 불평만 늘고 종파 음모도 커지기 때문에 통제를 강화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5월 노동당 7차 대회를 앞두고 ‘70일 전투’를 진행한 뒤 연이어 12월 말까지 ‘200일 전투’를 다시 벌이는 것도 이런 주민들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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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적어도 金 5개’ 요구했는데…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엄윤철이 은메달에 그치면서 이번 올림픽 성적을 김정은 치적 홍보에 활용하려던 북한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역대 올림픽에 체육상급의 인물을 파견하던 관례를 깨고 이번 올림픽엔 권력 서열 3위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파견했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북한 소식통은 7일 “선수 격려와 대대적 홍보를 위해 이번에 최룡해뿐만 아니라 노동당 고위 간부들도 브라질에 대거 출동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조직지도부 과장이 최룡해와 함께 갔고 선수단 임원인 안홍철도 노동당 근로단체부 부부장”이라고 말했다. 이종무 체육상, 신용철 체육성 당위원장 등도 현재 브라질에 있다. 하지만 이날까지 북한 대표팀은 은메달 하나밖에 따지 못했다. 최룡해는 전날에도 유도 여자 48kg급 김솔미를 찾아가 응원했지만 32강에서 탈락했다. 대표팀이 부진하면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으로 북한 스포츠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최룡해도 귀국 후 분노한 김정은의 처분을 기다리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어 그의 속도 함께 타들어 가는 셈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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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부 포함 北여성 6명 탈북… 태국 머물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군부를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현직 군인들의 탈북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구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 단체의 관계자는 7일 “최근 평양 인근에서 탈북한 군인 한 명을 제3국으로 무사히 보냈다”며 “올해에만 7개월 사이 탈북한 현직 군인 3명을 도왔는데 과거에 비해 숫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출산이 임박한 30대 임신부를 포함한 20, 30대 북한 여성 6명도 최근 극적으로 탈출해 태국의 난민보호 시설에 머물며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다고 국내 한 방송사가 이날 보도했다. 일행 중 20대 여성은 두 살배기 어린이를 안고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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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북한 보위부는 탈북 기자가 왜 두려운가

    올해 입국한 대학 후배를 만났다. 통일전선부(통전부)에도 있었다는 그는 북에서 내 이름을 알았다고 했다. 통전부야 매일 한국 언론을 볼 것이니 남쪽 기자 이름을 아는 건 놀랍진 않았다. 궁금한 건 따로 있었다. “통전부에선 주성하가 어떻게 평가되나요. 북한을 배신한 악질반동?” “절대 아닙니다. 거기 사람들도 체제의 문제점을 아니까 사실에 기반한 비판은 수긍할 수 있죠. 통전부는 거의 다 김일성대 출신들인데, 속내는 오히려 동문이 남쪽에 나가 성공했다고 보는 것 같아요.” 물론 후배가 나에게 듣기 좋은 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으나 한 가지는 확신한다. 매일 한국 신문을 본다면 김정은에게 진심으로 충성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통전부는 탈북자 10여 명의 북한 행적을 폭로한다며 ‘인간 쓰레기’와 같은 험한 용어로 온갖 인신공격을 퍼붓는 글과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등에 공개했다. 하지만 남쪽에 오자마자 기자가 돼 14년간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기사를 수없이 써온 나는 공격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당신은 봐주는 거 아니냐”는 말도 들을 때가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때를 묻힐 사이 없이 오다 보니 욕할 건더기가 없겠죠”라고 대답하면서도 실은 나도 궁금했다. 그런데 지난달 16일 노동신문에 내 이름이 10번이나 오르내렸다. 북한이 5월 27일 체포한 탈북자 고현철 씨의 기자회견을 통해서였다. 고 씨는 “주성하 놈은 ‘동아일보’ 기자의 탈을 쓰고 미국과 괴뢰정보원의 막후조종을 받으며 우리(북) 주민들에 대한 유인납치 만행을 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폭로’ 중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주성하 놈은 미국과 남조선의 유인납치 단체들 사이에 자금을 중계해주고 연계를 맺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수잰 숄티의 ‘디펜스포럼’은 남조선의 ‘북 인권’ 단체들을 배후조종하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반공화국 모략단체인데 주성하는 바로 이 단체와 연결돼 있다.” “5월 어느 날 주성하 놈이 나에게 ‘우리는 직업적으로 모든 일을 박근혜 정부의 안정을 보장하는 방향에서 고찰하고 진행하여야 한다’고 했다.” 직접 당하고 보니 황당해서 할 말을 잃었다. 단 한 번도 미국의 자금을 중계한 적도, 수잰 숄티를 만나거나 통화한 적도 없다. 고 씨를 만나 본 적은 있지만 5월엔 만난 일이 없다. 북한 내부 소식을 알 수 있는 선이 있다고 해서 올 3월 28일 회사 근처 낙지 요리전문점에서 그를 처음 만나 저녁을 먹었다. 그 뒤엔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 그가 고문에 못 이겨 내 이름을 댔을 수는 있지만, 그걸 갖고 현직 언론인을 엮는 수법은 너무 치졸해 헛웃음만 나왔다. 기자회견장에서 고 씨는 나를 언급할 때마다 유난히 책상 위에 있는 종이를 자주 내려다보았다. 써준 각본을 미처 외우지 못한 것 같았다. 보위부가 고 씨의 휴대전화에서 발견한 여러 ‘반동’들의 얼굴이라며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공개한 사진 중에는 내 얼굴도 있었다. 다른 사진들은 다 배경이 있어서 휴대전화로 촬영했다고 우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사진은 바로 이 칼럼에 실었던 프로필 사진이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 끼워 넣을 정도로 나를 함께 엮고 싶었나 보다. 나는 이번 북한에서의 기자회견이 통전부가 아닌 국가안전보위부의 작품이란 점에 주목한다.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한국으로 망명한 뒤 북한이 이를 보복하기 위해 눈이 뒤집힌 시점임을 감안하더라도 보위부는 정말 저질스러웠다. 고 씨 기자회견을 북한 매체들이 분노한 인민의 반향이라며 잇달아 내보내는 것을 보니, 경고의 의미로 전 주민에게 기자회견을 보게 한 것 같다. 그 덕분에 내 이름은 모략꾼의 이미지이긴 하지만, 북한 사람들이 다 알게 된 것 같다. 기자회견에서 다른 탈북자들은 ‘죄를 짓고 도주한 쓰레기’니 뭐니 했지만 나에 대해선 탈북자란 사실을 일절 밝히지 않았다. 이를 통해 나는 동아일보에 탈북 기자가 있다는 사실은 북한이 주민들에게 숨겨야 할 비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탈북자도 남쪽에서 대표적인 언론사의 기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성공 신화처럼 받아들일까 봐 두려운 것이다. 북한은 기자회견 며칠 뒤엔 대남방송에 혈육까지 등장시켜 내게 보내는 편지란 것을 읽게 했다. 허나 북한은 내가 왜 남쪽에 와서 언론인이란 직업을 선택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북한 인민이 자유롭고 풍요롭게 사는 날까지 그들 편에 서 있겠다는 맹세는 내가 북한을 탈출한 동기이자 절대로 버릴 수 없는 신념이다. 날 흔들려는 북한의 비열한 이번 공격은 어떠한 살해 협박과 중상모략 속에서도 내가 이 자리에서 끝까지 버티고 서 있는 것 자체가 북한 독재 정권과 치열하게 싸우는 일이라는 믿음을 보다 굳세게 만들어 주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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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난수방송 前 노래는 받아적으라는 신호”…대남공작부서 출신 탈북자의 분석

    “북한의 이번 난수방송 재개는 대남 심리전 목적보다는 남쪽 공작원에게 실제 지령을 보내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대남 공작기관의 실세였던 탈북자 최성남(가명) 씨는 최근 재개된 북한 난수방송에 대해 29일 이렇게 평가했다. 평양방송은 정규방송을 마친 이날 0시 45분(한국 시간 오전 1시 15분)부터 12분간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수학 복습과제를 알려드리겠습니다. 459페이지 35번, 913페이지 55번, 135페이지 86번…”과 같은 다섯 자리 숫자를 읽었다. 이날 방송 내용은 앞서 15일 난수방송과 시간과 내용 및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같았다. 방송 직전 경음악 ‘기쁨의 노래 안고 함께 가리라’를 내보낸 것까지도 똑같았다. 최 씨는 “평양방송은 과거 노동당 대남공작 부서인 225국이 대남 공작원에게 지령을 내리는 창구였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은 225국이 최근 문화교류국으로 명칭이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씨는 “225국에서 준비한 녹음을 평양방송사가 방영하는데 이번은 27호 대호(미리 부여받은 숫자) 공작원에게 보내는 지령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 번호만 계속 사용하면 위험해서 공작원은 ‘27번, 85번, 300번’ 하는 식으로 대호를 여러 개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459페이지 35번이라고 불러주면 45935란 숫자를 난수표에 대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2011년 적발된 왕재산 간첩단 사건 때는 첨단 디지털 스테가노그래피(은닉) 기법으로 대남 지령문을 하달했지만 다시 난수방송으로 전환한 것에 대해 “난수방송은 보안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테가노그래피는 e메일이 감시당하거나 해킹되면 지령이 고스란히 노출되지만 난수방송은 누구에게 가는지, 난수표나 해독에 사용되는 책자가 뭔지를 모르니 알아내기 매우 힘들다는 것. 그는 또 “특히 남쪽에 갓 침투한 공작원은 스테가노그래피를 사용하려면 PC방에 가야 하는데 그러면 말투나 거동이 의심받기 쉽고 폐쇄회로(CC)TV에 노출되기 쉽다”며 “난수방송 청취는 용산전자상가에 가서 단파 라디오만 하나 사면 될 만큼 간단하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북한이 대남 공작원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주제가를 난수방송에 앞서 방송한 데 대해 “노래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난수방송을 했던 1990년대엔 ‘적기가’란 노래가 먼저 나왔는데, 이는 받아 적을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예행 신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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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종업원 집단 귀순 책임자 6명 관련간부-가족 앞에서 공개 처형”

    북한이 중국 식당 파견 종업원 13명의 4월 집단 귀순 사건의 책임을 물어 관련자 6명을 공개 처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29일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로 5월 5일 평양 강건종합군관학교에서 안전교사(국가안전보위부 요원) 등 관련 책임자 6명을 공개 처형했다는 얘기를 정통한 대북 소식통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처형은 보위부, 정찰총국, 외무성, 인민보안성 간부 80여 명과 해외 파견 근무자들의 가족 등 1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5월 3일 탈북 종업원들의 가족 및 동료들을 동원해 기자회견을 열고 종업원들이 한국 정부에 의해 유인, 납치당했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종업원이 납치됐다고 기자회견에서 대대적으로 비난해 놓곤 이틀 뒤 내부적으로 관계자 6명을 처형해 종업원들이 사실상 귀순했음을 시인한 셈이다. 또 최 대표는 북한이 귀순한 종업원들의 가족을 묘향산 교육시설에 집단 구금한 뒤 강습교육(사상교육)을 벌였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탈출한 여종업원들과 함께 생활하다 북으로 돌아간 동료 여종업원 7명의 소식은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의 강압적인 외화 상납 요구가 잇단 탈북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최근 탈북해 제3국 망명을 요청한 북한군 장성급 인사와 관련해 그가 인민무력부 소속 소장(한국군 준장에 해당)으로 가족 2명과 함께 외화 4000만 달러(약 446억4000만 원)의 거액을 들고 탈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북한군 장성급 인사가 10일 제3국에 망명을 신청했고 현재는 중국을 벗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장성급 인사는 동남아와 중국 남부지역의 북한 식당 및 건설현장 등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김정은 위원장의 금고인 39호실로 보내는 임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중국 랴오닝(遼寧) 성 둥강(東港)의 한 수산물 가공 공장에서 일하던 북한 여성 근로자 8명이 지난달 집단 탈출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9일 보도했다. 북한은 동료 직원과 감시 요원 등 약 100명을 본국으로 긴급 소환한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도쿄 서영아 특파원}

    • 201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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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남한의 美 무력자산 과녁 될수도”

    ‘11(한국) 대 5(북한).’ 라오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남북한 외교 수장이 가진 양자회담 횟수에서 한국은 북한에 약 ‘2 대 1’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과의 대결 외교에 집중하면서도 정작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외교의 구조적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에선 뚜렷한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미디어의 대북 관심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 외무상은 ARF 회의 직후 인터뷰를 자청한 자리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거론하며 “미국의 핵전략 자산 또 하나가 조선(한)반도 남부에 들어오게 된다”며 “핵보유국 미국의 무력이 있거나 이런 경우에 아무래도 그런 대상은 과녁이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사드가 배치되면 이를 타격하겠다는 무력 도발 위협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또 비핵화 노력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에, 남북대화는 한국의 거절 때문에 무산됐다고 말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사태 악화의 책임을 모두 한미에 돌렸다. 그가 24일 라오스에 도착한 뒤 북핵 등 현안에 대해 공개적인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런 자리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태도에 따라 5차 핵실험까지 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등 구태를 벗지 못한 셈이다. 그는 한반도 주변의 정세 악화 원인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꼽은 뒤 “최근 인권 문제를 걸고 우리 최고 존엄(김정은)까지 모독함으로써 최대의 적대 행위를 감행하기에 이르렀다”며 “이는 선전포고와 같다”고 주장했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이번 회의 기간에 적나라한 표현으로 한국에 공격을 퍼부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4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 “최근 한국 행위는 쌍방(양국)의 호상(상호) 신뢰 기초에 해를 끼쳤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왕 부장은 25일 이용호 외무상과 가진 북-중 회담 때는 웃으며 문 앞에까지 나가 악수로 맞이한 뒤 “중국과 북한은 전통적 우호 관계이며 소통 강화, 협력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류 속에서 한국이 뾰족한 해법을 만들지 못하면 중국의 대남 압박 외교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중국은 한반도에서 사드 배치로 한미의 힘이 북-중을 압도하자 북한에 힘을 실어 균형을 맞추는 관리외교를 작동시킨 것”이라며 “동북아에서도 북핵보다 세력 균형을 중시하는 중국에 있어 (한국 등) 주변국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도 이런 기류에 가세한 형국이다. 러시아는 8일 중국과 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유엔에 제출하고 이를 유엔 총회,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회람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26일 확인됐다. 한국이 대북 압박에 몰두하면서 경직된 외교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외교 교섭의 초점을 대북 압박에 맞추다 보니 상대국의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결과물이 뜻대로 나오지 않는 장면이 반복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참가하는 유일한 지역안보 회의인 ARF에서 북한 외무상 면전에서 ‘도발에 대한 응징’ 메시지를 발신하려고 총력 외교전을 폈다. 하지만 개최국인 라오스는 의장성명 초안에 ‘사드 배치에 우려를 표한다’는 대목까지 넣어 당혹하게 만들었다. 한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ARF 회의에서 한반도 문제가 핵심 이슈였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북한의 이러한(핵·미사일 실험) 행동들에 실질적인 결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한다는 것이 우리의 단호한 태도”라고 말했다.비엔티안=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주성하 기자}

    • 201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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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한국 온 탈북자 3만명… 함께 살 준비 됐나요

    “주민배제 탈북시설! 밀실야합 결사반대!” 새 아파트 입주가 한창인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곳곳에는 이런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통일부의 ‘남북통합문화센터’ 건립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마곡지구 입주자대표연합회 명의로 뿌려진 호소문에는 “우리의 보금자리가 처참히 짓밟히고 있다”며 “북한이탈주민 편익시설 건립 결사반대 탄원을 추진하니 마곡 입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동참을 호소한다”고 적혀 있었다. 1990년대 중반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대기근이 벌어져 대량 탈북 사태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남쪽에는 3만 명의 탈북자가 입국해 지역마다 정착해 살고 있다. 하지만 탈북민을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여전히 싸늘하다. 정부는 ‘통일 대박’을 이야기하지만 우리 사회는 북한 체제가 싫어서 탈북한 3만 명을 보듬어 안기도 버거운 듯하다. 탈북민 정착 시설은 혐오시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달 영국 국민이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난민 유입 반대였다. 오늘날 한반도의 난민은 탈북민이다. 우리는 지금 탈북민과 한 동네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함께 살 준비가 돼 있는 것일까. 해답을 찾기 위해 동아일보와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은 5, 6월 두 달간 대표적인 탈북민 밀집 지역인 서울 강서구 가양동, 노원구 중계동, 양천구 신정동, 인천 남동구 논현동 남북 출신 주민 404명을 대상으로 남북 주민 통합 실태를 조사했다. 지역별로 남북 출신 주민 50명씩(논현동은 52명씩) 설문 조사했다. 탈북민 밀집 지역에서 남북 출신 주민을 상대로 통합 현실을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조사 결과 남북 출신 주민 간 대화 경험이 있는 주민 가운데 북한 출신 주민(탈북민)의 69.1%, 남한 출신 주민의 62.7%가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남측 주민이 탈북민을 ‘나와 같은 국민’으로 보는 데 훨씬 인색했다. 그동안 정부의 탈북민 정착 정책 초점이 경제적 지원에 맞춰졌지만 이제는 주민 통합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해야 할 때임을 보여준다.▼ “빨갱이가 그렇지” “색안경 쓰고 쳐다봐”… 동네안 ‘38선’ ▼이달 중순 어느 날 오후 4시경 탈북민 1400여 명이 거주하는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아파트단지 어린이집 앞. 아이들을 데리러 온 30대 전후의 학부모들이 속속 모여 들었다.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익숙한 광경이다. 탈북민 집단 거주지인 만큼 이색적인 북한 억양도 들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학부모 가운데 북한 말씨를 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어린이집에 남한, 북한 출신 부모를 둔 애들이 모두 다니긴 하지만 등·하원할 때 어머니들은 끼리끼리 나뉘어요. 탈북 엄마들은 경계심이 있는지, 아니면 자존심이 강해서 그런지 몰라도 쉽게 친해지기 어려워요. 내가 북한 출신 엄마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면 피해버리거나 그냥 가버려요. 애들은 또래라 같이 노는데….” 이 동네에 이사 온 지 1년 4개월이 됐다는 신새롬 씨(30)는 탈북민 엄마들의 인상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엄마들도 고개를 끄덕였다.“탈북민 동네엔 가지 마” 어린이집 풍경만 놓고 보면 이 동네에선 남한 주민과 탈북민이 여전히 다른 공간에 사는 것 같다. 과연 탈북민이 다른 사람을 경계하거나 자존심이 강해서일까. 이 동네에 이사 온 지 1년 반이 됐다는 한 30대 엄마의 얘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저는 새터민에 대해 생각이 그렇게 좋지가 않아요. 저 앞의 일반 아파트 엄마들이 여기는 발도 붙이지 말라고 애들에게 말해요. 그래서 나도 여기 온 지 이제 1년 반 됐는데 다른 아파트 애기 엄마들과 친구하기가 힘들었어요. 유독 여기가 인식이 그래서…. 애들도 놀이터에서 놀 때 발음이 어눌하면 아예 배제하고 놀아요. 엄마들도 그런 애들에게 ‘새터민이야, 아니야’ 하고 확인해요.” 신 씨도 거들었다. “애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편이 갈려 있어요. 노인정에서도 새터민 어르신들이 남한 어르신들과 어울리기 어려우니까 아예 따로 노인정을 만들기도 했어요.” 서로 어울리지 못하니 남한 주민과 탈북민 사이엔 감정의 골만 더욱 깊어졌다. “아침에 어린이 놀이터를 지나가는데 누가 아파트에서 쓰레기봉투를 던져 냄새가 너무 심했어요. 꼭 탈북민이 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유독 다른 아파트에 비해 몰상식한 사람이 많으니 의심이 가는 거죠.” 익명을 요구한 30대 주부의 말이다. 그렇다면 탈북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논현동 아파트에서 6년째 살고 있는 한국 입국 16년 차인 장성근 씨(35)는 쓰레기 문제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탈북민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곳 임대아파트엔 장애인, 치매 노인도 많이 사는데 그런 분들이 쓰레기 던지는 것도 제가 여러 번 봤어요. 남한 사람들도 쓰레기 불법 투기를 하는데 항상 탈북민만 손가락질을 받아요.” 슈퍼에서 일하는 50대 탈북 여성 최진옥(가명) 씨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 사람들은 우릴 세금 안 내고 자기들 세금이나 축내는 사람처럼 봐요. 우리도 세금 내면서 사는데 말이죠. 똑같은 상황이라도 우릴 대하는 게 달라요. 열심히 일하면 ‘쫓겨나지 않으려고 악을 쓴다’고 말하고, 무거운 걸 나르다 ‘아이고, 힘들어’ 하면 ‘이럴 거면 북한에 있지 여기 왜 왔느냐’고 말해요. 그럴 때면 정말 상처를 받습니다.” 최 씨는 한국에 온 지 10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한국 사람을 깊이 사귀기가 무섭다고 했다. 그와 함께 일하는 40대 탈북 여성 김영란(가명) 씨도 “본토(남한) 사람들이 못사는 것은 ‘그럴 수 있지’ 하면서도 탈북민이 못살면 꼭 게으른 사람 보듯이 한다”며 거들었다. 이런 감정의 골은 비단 논현동만의 일은 아니었다. 이번 공동조사에서 탈북민 밀집 지역에 사는 데 대한 만족도가 낮은 이유로 남한 출신 주민이 가장 많이 꼽은 점 역시 남북 주민 간 생활 방식 차이로 인한 갈등(42.5%)이었다. 탈북민은 탈북민 밀집 지역에 산다는 주변의 부정적 인식(41.5%)을 가장 많이 꼽았다. “북한 여성들은 지금까지 꾸며보지 못했으니 여기 와선 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써요. 그러다 보니 밤에 동네 가까운 곳에 나갈 때에도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는 경우가 많죠. 같은 탈북민은 그냥 편하게 왔구나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기 사람들은 북한 여자들은 밤에도 치장하고 나간다고 이상한 소문을 퍼뜨려요.” 한 탈북민의 하소연이다.남한 주민이 먼저 마음을 열어야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북 주민들이 어울리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비율은 북한 출신 주민(24%)이 남한 출신 주민(6.8%)보다 훨씬 높았다. 탈북민은 4명 가운데 1명꼴로 남한 주민에게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무시당한다고 느끼니 탈북민은 먼저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남한 출신 주민은 굳이 탈북민과 교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다가가지 않는 것이다. 탈북민은 편견과 차별을 넘어 증오의 시선까지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한국 입국 13년 차인 마순희 씨(60대)는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의 일을 잊지 못한다. “집에서 TV 뉴스로 사건을 보고 단골 미용실에 갔는데, 안에 있던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다가 입을 다 닫더군요. 내가 앉아서 머리 하는데 할머니들, 젊은 여성들이 들어와서 ‘연평도 봤냐. 빨갱이들은 변하지 않는다. 탈북자들이 그렇게 많이 오는데 그 속을 어떻게 알겠어’라고 하는 겁니다. 그 일이 있은 뒤에 다시 그 미용실을 가려니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미용실을 바꿨어요.” 함북 청진에서 온 30대 탈북 여성 역시 당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회사에 나갔더니 나이 든 아줌마들이 ‘너희 북한 빨갱이들은 다 죽여야 돼’ 하고 면전에서 말했던 기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남한 주민들이 탈북민을 ‘나와 같은 국민’으로 보는 데 훨씬 인색하고 불신한다는 점은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남한 주민들은 북한 출신 주민을 친구로 두는 데는 82.4%가 찬성했지만 배우자로 삼는 것에는 반대가 57.6%나 됐고, 찬성은 절반 수준인 42.4%로 줄었다. 자신의 자녀가 북한 출신 주민을 친구로 두는 것에는 81.9%가 찬성했지만 배우자로 삼는 것에는 찬성이 절반 수준인 44%로 줄고 반대가 56%로 크게 증가했다. 북한 출신 주민은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90.5%가 남한 출신 주민을 친구로 두는 데에 찬성했고, 배우자로 삼는 것에도 74%가 찬성했다. 자신의 자녀가 남한 출신 주민을 친구로 삼는 데에 98%가 찬성했고 배우자로 삼는 것에도 90.2%가 찬성했다. 동아일보와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의 공동 조사 결과는 남북 출신 주민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교류하는 탈북민 밀집 지역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 주목된다. 그리고 남북 출신 주민 간 진정한 통합은 아직 갈 길이 멀고, 탈북민보다는 남한 주민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공동기획을 담당한 남북하나재단 한윤석 차장은 “조사 결과 탈북민들이 보여주는 통합 노력에 비해 한국 사회의 포용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탈북민에 대한 포용력은 통일 이후 북한 주민과의 통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우리 사회가 탈북민에 대해 마음을 더 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엄마 공동 육아… 땀 흘리며 공동작업… 허물어진 ‘38선’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 이번 취재 과정에선 갈등만 목격된 것이 아니다. 한국 주민과 탈북민이 함께 어울려 화합을 만들어내는 현장도 곳곳에 있었다. 서로 의식적으로 다가가고 노력하면 두 집단 사이의 간극은 결코 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서울 양천구 신월6동의 한 주택가 20평대 빌라엔 일주일에 몇 차례씩 남한과 북한 출신 엄마들이 함께 모인다. 이 집의 이름은 ‘친정집’이다. 이곳에선 남북한 엄마들이 서로 마음을 합쳐 만들어가는 공동육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오후가 되면 서너 살 아이에서부터 초등학생들까지 엄마를 따라 이곳에 모여 형, 동생, 언니, 누나, 친구가 된다.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글쓰기 모임, 발표 모임 등을 진행한다. 이곳에서 만난 회령 출신의 40대 탈북 여성은 “제가 사투리를 써도 이곳 엄마들은 잘 들어주니 마음이 편하다”며 “한국에 와서 홀로 너무 힘들었는데 이곳에선 친정집처럼 푸념도 할 수 있어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공동육아 프로그램을 계획한 윤은정 사무처장은 “이 사회에서 남한 사람과 탈북자들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지 않고 어울려 살면 어떨까 싶어 지난해 5월 모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공동체 운영비용은 남북하나재단의 후원을 받는다. 물론 처음부터 쉽게 어울렸던 것은 아니다. “탈북한 지 얼마 안 된 한 아이가 북한 사투리가 심하니 애들이 자꾸 그 아이를 따돌리는 거예요. 애들이어도 참 밉더라고요. 왜 따돌리냐고 물었더니 ‘쟤는 전쟁을 하는 나쁜 나라에서 왔잖아요’라고 답하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들을 모아 놓고 엄마 아빠의 고향을 다 말하게 했어요. 중국도 있고, 강원도도 있고 다 달랐어요. 아이들에게 부모들은 다 다른 고향을 갖고 있다고 차근차근 설명했더니 이후 애들이 달라졌어요.” 모임에 참가한 주부 김하나 씨(37)는 “내가 여기 다닌다고 하니 주변에서 ‘북한 사람들은 어때’라고 물어요. 애들은 간식 주는 어른이 남한 사람인지 탈북민인지 가리지 않는데 어른들이 참 부끄러워요”라고 말했다. ‘친정집’과 유사한 프로그램은 곳곳에 있다. 인천 남동구와 서울 노원구 중계동엔 남북 출신들이 어울리는 체육모임이 주말마다 열린다. 논현역 인근 탁구장에 매주 일요일 오후 3시에 모이는 ‘하나코리아핑퐁클럽’도 그중 하나다. 4년째 탁구 모임에 참가하는 김진수 씨(50)는 “처음엔 탈북민을 대하기가 어색했지만 지금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이웃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논현동엔 남북 주부들이 함께 모여 의상 디자인과 옷 수선을 함께 해내는 작업 공간도 있고, 남북 노인들이 함께 어울리는 ‘하나경로대학’도 운영되고 있다.먼저 노력하는 탈북민들 남북 주민들의 통합은 서로 한 공간에 어울려 지낸다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탈북민 중에는 먼저 열심히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면 남쪽 주민들도 자연히 우리에게 마음을 열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많다. 서울 강서구 화곡4동에 문을 연 카페 ‘더치숲’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이 카페는 지난해 4월 탈북민 4명이 함께 문을 열었다. 카페에서 만난 김인실 씨(58)는 “서비스직이라 어떻게 하면 손님의 요구를 잘 들어줄 수 있을까 고민도 하고 매일 인사하는 법을 익히게 되니 남한식으로 사람을 대하는 법을 알게 됐고, 그러다 보니 손님도 늘고 단골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탈북자들이 나랏돈을 받고 산다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이니 어느새 그런 사람들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해 탈북민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사례도 많다. 서울 양천구과 구로구 등지에서 지역 봉사에 열심인 탈북민 봉사단체 ‘소망두레봉사단’도 그중 하나다. 2010년 2월 탈북 여성 6명이 모여 활동을 시작한 모임은 지금은 참가자가 20명이 넘는다. 하는 일도 노인 목욕 봉사, 홀몸노인 가구 도배,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 읽어 주기, 신규 전입 탈북자의 집 청소해주기 등 다양하다. 지난해 12월엔 지역 노인 200여 명을 초청해 동지 팥죽을 대접하는 봉사도 했다. 이 단체는 2011년 남북하나재단 우수자원봉사단 우수상, 2014년 10월 서울시 봉사상 단체 부문 우수상 등을 받았다. 탈북민이 동네에서 주민에게 먼저 인사하고 이웃처럼 다가가는 모습만 보여도 인식은 많이 달라진다. 양천구 신정동 학마을아파트에서 16년째 살고 있는 60대 주부는 “나를 보면 탈북민 이웃들이 먼저 인사하고 지나가고 이야기도 걸어주고 하니 아주 친해졌다. 초등학생인 손녀딸도 새터민 또래 아이들하고 어울려 논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가 한 학교에 다니는 30, 40대 학부모들은 출신을 가리지 않고 서로 친해져서 모임도 하고 있다”며 “지내 보니 새터민도 우리와 똑같더라”라고 평가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주성하 기자변수연 인턴기자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 201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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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인터뷰 “탈북민 안착, 지자체 역할 중요”

    “통일은 어느 순간에 이룰 수 있지만 통합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영토와 제도를 합치는 통일과 민심을 합치는 통합이 함께 이뤄져야 진정한 의미의 통일이 된다고 봅니다.”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59·사진)은 남북한 주민 간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동아일보와 남북하나재단의 공동 조사 결과에 대해 “독일도 통일된 지 30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동서독 주민끼리 갈등과 반목이 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그는 “상대적으로 탈북민은 남한에 통합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젠 남쪽 주민들도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탈북민은 북한의 수직적 복종 체제에서 살아와서 의식이 다르다”고 했다. 손 이사장은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하느냐의 문제가 통일 이후 남북 주민이 얼마나 잘 어울려 지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민주적 정권이 들어서면 역으로 많은 남측 주민이 북으로 가서 재건 사업을 하며 정착해야 하는 만큼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 이사장은 탈북민의 정착을 과학화하기 위해 남북하나재단에서 현재 북한이탈주민정착지수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탈북민 실태 조사를 정기적으로 해서 자립역량, 경제역량, 심리역량, 신체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남북 주민 화합 수준을 가늠해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손 이사장은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통합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언론시민단체라는 세 영역이 다 함께 노력해야 하지만, 이 중 지자체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제도를 만들고 지원할 수 있지만 탈북민이 해당 지역에 안착하는 데는 지자체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얘기다. 손 이사장은 우리 사회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제가 지켜본 탈북민들은 대개 정직, 근면, 소박한 성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 탈북민의 사례가 과대 포장돼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지만 이번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 만족한다는 탈북민은 응답자의 63.1%였고 불만족은 3.4%에 그쳤습니다.” 그는 최근엔 봉사활동을 하는 탈북민도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봉사를 통해 남한에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남한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면서 동질성도 형성되고, 정착의 용기도 갖게 된다고 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손 이사장은 1999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연구비서가 됐으며 2010년 그가 사망할 때까지 옆을 지킨, 국내에서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다. 지난해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에 임명됐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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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책선 100km… 통일의 그날까지 걷고 싶어요”

    45년간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금지됐던 경기 파주시 임진강변 철책 순찰로. 21일 노란 조끼를 입은 청년들이 태극기를 배낭에 꽂고 씩씩하게 걷고 있었다. ‘제3회 대학생 비무장지대(DMZ) 통일 발걸음’ 행사에 참가한 탈북 대학생 31명을 비롯해 외국 유학생 등 80명의 청년들이다. 이들은 7박 8일간 파주 연천 철원 지역 중부전선 최북단을 따라 걷는 100km 행진 여정을 시작했다. 첫날부터 32도가 넘는 찜통더위와 싸우며 9km 넘게 걸었다. 전직 해병대 교육단장 출신인 차동길 예비역 장군은 대열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맨 앞에서 학생들을 이끌었다. 2014년 시작돼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사단법인 물망초(이사장 박선영 전 국회의원)와 6·25공원건립국민운동본부(이사장 한상대 전 검찰총장), 역사의 조난자(대표 윤동욱 변호사)가 공동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했다. 탈북 대학생 정진혁 군(25·고려대 정외과 3)은 “혼자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길이지만 친구들과 서로 격려하며 걸으니 힘든 줄을 몰랐다”라며 “이번에 만난 친구들과 통일이 되는 날까지 함께 걸어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북한군 군의장교 출신인 박도현 씨(33·동국대 불교학과 2)는 “같은 고향에서 온 어린 친구들과 함께 북한이 바라보이는 이 길을 걷는다는 것 자체만 해도 너무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조현준 씨(23·숭실대 사회복지학과 2)와 김원일 씨(23·동국대 경찰행정학과 2)는 “북에서 내려온 관계로 친구들 사귀기가 어려웠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많은 친구를 깊이 사귈 수 있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했다”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서로 다른 체제와 환경에서 자란 대학생들이 분단 현실을 직접 체험하면서 통일을 준비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행군 과정에 거치는 전적비마다 낡은 태극기를 교체하고 2000개의 태극기를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나눠 주는 행사를 연다. 유격훈련 등 병영 체험도 할 예정이다. 저녁마다 6·25전쟁 때 압록강 물을 떠 온, 전쟁의 산증인인 93세 이대용 장군과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 김태영 전 국방장관 등과 대화의 시간도 갖는다. 이들은 정전협정 기념일인 27일 강원 철원군 고석정에서 대장정을 마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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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보르센 대표 “北에 드론 날려 한국드라마 담은 USB 살포”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도 언젠가는 컵을 가득 채우고 밖으로 넘칩니다. 북한에 외부 정보를 주입하는 노력이 계속 이어진다면 폐쇄된 북한 체제도 변화되는 분기점을 맞을 겁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인 ‘인권재단(HRF)’ 토르 알보르센 대표(40)는 20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외부 정보를 담은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가 북한에 자유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알보르센 대표는 2년 전부터 올해 5월까지 드론을 이용해 최고 존엄 모독이라며 북한이 강하게 반발한 할리우드 영화 ‘인터뷰’와 한국 드라마, 위키피디아 등을 담은 USB메모리 1000여 개를 북한 땅에 뿌렸다. 첨단 과학기술의 산물인 드론은 목표한 지점에 정확히 USB메모리를 살포하고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흔적도 남지 않는다. 알보르센 대표가 한국을 방문한 건 탈북단체들과 드론의 활용도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금까지 제3국에서 드론을 날렸다”며 “한국은 군사분계선(MDL)의 통제가 엄격하기 때문에 드론을 날릴 수 없었다”고 했다. 알보르센 대표가 말하는 제3국은 중국이었다. 그는 어떻게 중국에서 드론을 날릴 수 있었을까. 그는 “함께 활동하는 탈북단체가 대신해 주고 있다”며 “드론의 정확한 기술적 제원과 날리는 위치, 낙하지점 등은 보안상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한 탈북단체 대표는 “현재 중국에서 무게 2kg 정도의 물체를 매달고 20km 정도 날아갔다 돌아오는 드론이 600만 원 정도에 거래된다”고 전했다. 알보르센 대표는 드론과 USB메모리 구입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알보르센 대표는 베네수엘라 출신이다. 그는 “북한 체제 수호의 첨병인 국가안전보위부가 베네수엘라 남성이 북한을 비판하는 자료를 뿌릴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00년 우연한 기회에 요덕수용소 출신인 강철환 씨가 쓴 ‘평양의 어항’이란 책을 읽게 됐다. 그때 ‘북한을 변화시키는 일’을 필생의 과제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북한 인권이 열악하다는 이야기는 13세 때 아버지에게서 처음 들었습니다. ‘피델 카스트로가 통치하는 쿠바보다 더 열악하다’고 말이죠. 직접 탈북자들을 만나 들어본 북한 인권의 열악함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알보르센 대표는 개인적인 아픔도 갖고 있다. 13세 때 어머니가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베네수엘라엔 어느 인권단체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영국과 미국에서 역사학을 전공하며 공산주의 이념을 공부했고 2005년 직접 인권단체를 만들었다. 현재 HRF는 뉴욕 본부와 3개의 지역 지부를 두고 2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알보르센 대표는 “지구상에서 가장 억압적인 삶을 사는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 개인적으로 제일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단체 예산의 10%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단체 예산이 350만 달러(약 40억 원) 정도였으니 드론 프로젝트 등에만 4억 원 정도를 사용한 셈이다. 그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드론 프로젝트를 이어갈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국민들도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는 데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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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남한지도 펼쳐놓고 공항-항구 선제核타격 위협

    북한이 최근 황해북도 황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3기의 탄도미사일은 미 증원전력의 핵심 통로인 한국 내 주요 항구와 공항에 대한 선제 타격 훈련이었다고 20일 밝혔다. 군은 이날 노동신문에 게재된 관련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황주 비행장 인근 평양∼개성 고속도로에서 이동식 발사차량(TEL)을 활용해 미사일을 쏴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증원전력 들어오는 항구와 비행장 핵 타격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은 이번 발사훈련은 “미제의 핵 전쟁 장비들이 투입되는 남조선 작전지대 안의 항구, 비행장들을 선제 타격하는 것을 모의하여(목표로) 사거리를 제한하고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의 발사 훈련을 지도했다고 전했다. 스커드-C와 노동은 북한에서 ‘화성 6호’(사거리 500km) ‘화성 7호’(사거리 1300km)로 불린다. 재래식 탄두와 핵 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다. 북한은 19일 스커드-C와 노동 미사일을 85도 이상의 고각(高角)이나 연료를 줄여 쏴 올려 부산항과 울산항을 비롯해 김해공항과 대구공항 등 남한의 주요 항만과 미 공군기지가 배치된 공항을 핵으로 선제 타격하는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두 미사일이 날아간 비행거리(500∼600km)를 남쪽에 적용하면 제주도를 포함한 한국 전역이 포함된다. 이날 노동신문에 게재된 김정은의 훈련지도 사진 속에 나오는 ‘전략군타격계획’이라는 대형 지도에도 동해상 미사일 탄착 지점에서 부산과 울산 지역까지 타격 범위를 나타내는 곡선과 주요 타격 지점이 표시돼 있다.○ 김정은 3월에 이어 대남 핵공격 훈련지도 앞서 김정은은 올 3월에도 황해북도 삭간몰에서 스커드-C 미사일로 한국의 주요 항구를 핵 공격하는 훈련을 지도했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동해상으로 발사된 미사일은 해외 침략무력’이 투입되는 적의 항구를 ‘핵 타격’하는 내용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군 당국은 김정은의 핵 개발 최종 목표가 개전 초기 미 증원전력의 저지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내 주요 항구와 비행장이 핵 공격으로 폐허가 되고 방사능 오염이 되면 주일미군은 물론 미 본토의 증원전력의 한반도 투입이 불가능하다. 그 틈을 노려 장사정포와 특수전 부대 등 막대한 재래식 전력을 활용해 최단 시일 안에 서울 함락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미 증원전력의 차단을 위한 핵우선사용 교리(Nuclear first-use doctrine)’를 실제 핵군사전략으로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핵탄두 소형화에 근접한 북한의 핵 선제 타격 위협을 더는 엄포나 협박으로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3월에 이어 이번 미사일 발사 때도 핵기폭장치를 1km 고도 안팎에서 작동시키는 절차를 점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이 ‘핵탄두폭발조종장치(기폭장치)’의 동작 특성을 다시 한번 검열했다’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통상 핵탄두는 지상 약 1km 안팎의 상공에서 폭발해야 최대 위력을 발휘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도 1km 이하 고도에서 터졌다.○ 사드 남남갈등 노린 고강도 무력시위 예상 북한은 내년에 경북 성주지역에 배치되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무력화와 ‘사드 남남갈등’을 노리고 무력 시위의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군은 이날 이순진 합참의장 주관으로 긴급 작전지휘관회의를 열어 핵실험과 군사분계선(MDL)의 기습 포격 등 북한의 다양한 도발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점검했다. 또 북한의 동시다발적인 핵공격 위협이 현실화될수록 기존 방어대책의 보강론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사드 1개 포대와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 몇 개 포대로는 1000여 기의 북한 미사일을 저지하기 힘들다”며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대폭 보강 등 추가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주성하 기자}

    • 201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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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죽음의 땅’에 건설되는 어린이 야영소

    북한이 함경남도 문천시에 건설 중인 문천소년단 야영소가 착공 2년 만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 머지않아 요란한 준공식이 열리고 김정은 시찰 소식이 노동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실릴 것이다. 문천야영소는 원산 송도원국제소년단 야영소에서 북쪽으로 불과 4km 남짓한 곳에 있다. 그 두 야영소 가운데에 김정은의 생가이자 지금도 매우 애용하는 602초대소(별장)가 있다. 다시 말하면 김정은 별장은 양쪽에 소년단 야영소를 끼고 있는 셈이다. 송도원야영소가 1959년부터 있었는데도 별장 다른 쪽에 굳이 소년단 야영소를 또 건설하는 이유도 궁금하다. 김정은이 아이를 유별나게 사랑해서일까, 아니면 어른을 주변에 두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해서일까. 문천에 소년단 야영소가 건설된다는 소식은 나를 몹시 놀라게 했다. 야영소와 문천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기 때문이다. 문천은 북한에서 가장 심각하게 오염된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바로 옆 원산에서 온 한 탈북자는 “문천은 땅 색깔이 다르다. 그곳에선 염소와 같은 풀 먹는 동물은 살지 못한다”라고 증언했다. 문천에선 카드뮴과 같은 중금속 만성 중독으로 나타나는 이타이이타이병 환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그곳에 자리 잡고 있는 문평제련소 때문이다. 문천은 제련소의 도시다. 이 작은 도시의 주민 중 7300명이 제련소 종업원이고 공장 터만 220만 m²에 이른다. 북한 사람 누구나 문천이라는 지명을 들으면 제련소를 제일 먼저 떠올린다. 북한의 3대 제련소인 문평제련소는 일제강점기인 1938년 스미토모 원산제련소라는 이름으로 건설됐다. 광복 후 이름을 바꾸어 지금에 이르렀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문평제련소의 생산 능력은 납 3만5000t, 조연 5만9000t, 아연 11만 t, 황산 9만 t이며 금, 은, 안티몬, 주석, 카드뮴이 부산물로 나온다. 이 가운데 카드뮴이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이다. 이 병은 일본 미쓰이 그룹이 20세기 초반 운영하던 납, 아연 제련소 주변 사람들이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면서 알려졌다. ‘이타이’는 일본어로 ‘아프다’는 뜻이다. 1961년부터 7년간 조사를 진행한 일본 정부는 제련소 폐수에 섞여 있는 카드뮴에 중독된 것이 이 병의 원인임을 밝혀냈다. 약 10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이 그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물론 광복 후에도 생산 성과만 강조했지 환경오염에 대해선 거의 신경을 쓰지 않은 결과물이다. 더구나 39호실에서 관장해 생산하는 금과 아연 등은 김씨 일가의 핵심 돈줄이어서 문평제련소는 오직 생산제일주의로만 내몰렸다. 문천에 사는 노동자나 주민은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어 타지로 이사할 수도 없다. 또 다른 유명 제련소인 남포제련소는 2000년 환경오염 때문에 해체했지만, 문평제련소는 여전히 운영 중이다. 공장 역사가 80년 가까이 되면서 그 주변에는 아연 등을 뽑아낸 찌꺼기(슬래그)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런데 1990년대 말 북한에 각종 외화벌이 기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이 슬래그 더미가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재가공하면 옛날 정제 기술 부족으로 미처 뽑아내지 못했던 금과 아연이 다시 쏠쏠하게 수거됐기 때문이다. 외화벌이 기관들은 뇌물까지 들여 가며 슬래그 더미를 나눠 가졌다. 수십 년 세월 굳어 가던 슬래그 더미는 다시 무질서하게 파헤쳐졌다. 구글 어스로 문천을 확대해 보면 벌겋게 파헤쳐진 땅과 물웅덩이가 곳곳에 보인다. 이 물은 아무런 정제 과정 없이 바다와 인근 강으로 마구 흘러 들어가고 있다. 바로 그 강 입구가 지금 북한이 건설한다는 야영소에서 불과 3km 거리에 있다. 이런 곳에 소년단 야영소를 세운다니 놀라울 뿐이다. 게다가 이 강이 흘러 들어가는 원산만은 육지 깊숙이 오목하게 들어간 지형 때문에 바닷물이 잘 순환되지 않는다. 5∼8월이면 원산의 앞바다에 적조 현상이 나타나 어패류와 해조류가 멸종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물론 이것이 모두 제련소 탓만은 아니다. 원산항 바로 옆의,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화학공장도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그렇지만 하부 구조를 몰라 선뜻 해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레이더의 전자파 문제로 난리가 난 남쪽을 보면서, 나는 이런 엄격한 기준으로 문천을 평가하면 어떤 수식어가 필요할지 궁금하다. 죽음의 땅? 북한은 죽음의 땅이라면 김정은 별장이 있겠느냐고 반박할지 모른다. 물론 김정은이야 먹는 것은 특별히 공수해 올 것이니 바다에 들어가는 것만 신경을 쓰면 될 것이다. 그래도 김정은의 별장은 부럽지 않다. 나는 중금속 범벅이 된 그 바닷물엔 도무지 뛰어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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