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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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2-25~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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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휘트니 20년 이끈 와인버그, “미술관은 오케스트라”[영감 한 스푼]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은 2003년부터 20년 동안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을 이끌어 온 애덤 와인버그 관장과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와인버그 관장은 에드워드 호퍼 전시 개막을 맞아 한국을 찾았습니다.휘트니미술관은 미국 미술, 특히 살아있는 작가들의 예술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기관입니다. 미술관이 흔히 역사에 기록된 작가를 다루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접근이죠. 이런 방식은 미술관의 설립자였던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 여사(1875~1942)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휘트니 여사는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가문 중 하나였던 밴더빌트가의 자제였습니다. 그녀의 집안사람들은 대대로 과거 유럽 거장들의 작품을 사들였지만, 스스로도 조각가였던 그녀는 자신의 주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후원했죠.이런 미술관에서 30년 전부터 큐레이터로 계속 있었고, 또 20년 동안 관장을 맡아 온 애덤 와인버그(69)를 만났습니다. 그로부터 미술관 운영과 미국 미술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호퍼가 주는 감각 - 시간, 기대, 고요함물론 호퍼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사로 이미 소개했지만,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전하겠습니다.김민(민): 호퍼의 작품에 미국인들에게는 어떤 매력을 갖고 있나요?와인버그(와): 호퍼의 작품들은 아주 정적이고 고요하게 보이는 것이 많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일상을 붙잡고 그곳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닐까, 일상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을 해요. 그의 작품엔 분명 미국의 변화하는 시대상이 있지만, 그가 그 변화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죠.민: 그때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 되기 직전이었잖아요. 그런데 왜 호퍼는 과거를 봤을까요?와: 그가 무엇을 중요하고 가치 있게 여겼는지의 문제라고 봅니다. 도시 생활에서 사람들은 항상 서두르고, 바쁘고, 대화할 시간도 부족하죠. 그런 것을 호퍼는 불편하다고 느꼈고 어떤 점에서는 폭력적이라고도 느꼈을 거예요.그는 변화의 페이스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뉴욕 시외 허드슨강 변 작은 마을에서 자란 과거를 회상했을 겁니다. 물론 그가 평생 도시에 살며 그곳을 떠나진 않았지만 동시에 간결한 일상을 그리워했던 것이죠. 그는 변화를 싫어했지만, 시간을 멈출 수 없다는 것도 알았던 것 같아요.민: 한국인들도 그의 작품을 공감할 것이라고 보시나요?와: 서울처럼 큰 도시에 살면 항상 모든 것이 변하잖아요. 도시인들은 큰 변화를 앞둔 상황에서 조금만 천천히 가고 싶은 마음을 공감할 겁니다. 케이프코드의 집을 그린 작품을 보면, 그건 부자의 집도 가난한 사람의 집도 아니에요. 호퍼는 아주 작고 단순한 것도 모든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일상의 평범한 사람에게도 시가 있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민: 그런 것을 보면 호퍼는 보수적인 사람이었을 것 같습니다.와: 맞아요. 정치적으로도 아주 보수적이었죠. 변화를 원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럼에도 동시대의 일상을 외면하지 않았어요. ‘철길의 석양’이라는 작품은 평범한 기차역을 상징적인 장소로, 또 ‘밤의 창문’은 지금은 사라진 뉴욕의 고가 전철을 즐겨 탔던 호퍼가 본 도시 풍경을 그린 작품이니까요.미술관은 오케스트라민: 휘트니에 오래 계셨어요.와: 30년을 있었습니다.민: 한국에도 많은 미술관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미술관에는 당연히 관객이 많이 와야 하지만, 또 너무 대중적인 입맛에만 맞추다 보면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균형을 어떻게 맞추셨나요?와: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시대에는 사람들이 온전히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요. 그런 것을 미술관이 먼저 이해하고, 동시대에 응답하는 작가들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죠. 물론 때때로 잘 알려진 작가도 보여줘야겠지만요. 사람들이 예술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해요.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죠.민: 휘트니 여사가 생전 모은 미국 미술 작품을 메트로폴리탄에 기증하려고 했는데 거절당하기도 했잖아요. 그래서 새 미술관을 지었고요.와: 작품 기증뿐 아니라 100만 달러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기증하겠다고 했었어요. 여기엔 호퍼 작품도 당연히 있었고요. 그럼에도 당시엔 이해받지 못했죠. 미술 기관들이 열려있는 태도를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민: 재임 동안 연간 방문객이 40만에서 120만 명으로 늘고, 멤버십과 기부금도 확장되었어요. 비결이 무엇인가요?와: 그동안 휘트니 건물을 확장한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비결은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저 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큐레이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충실히 보여줘 미국 미술의 다채로운 범위를 보여주려고 했죠.또 오랜 기간 동안 ‘비전’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해요. 미술관장들이 2~3년 동안만 머물고 떠나고는 하는데, 사람들은 오랫동안 무언가 유지되면 신뢰를 가져요. 훌륭한 기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영이나 예술 측면에서 모두 시간이 필요합니다.민: 기관에 관한 비전은 관장의 직감에서 주로 나오나요?와: 그렇기도 하지만, 또 미술관에는 많은 큐레이터가 있어요. 그들이 각자의 비전을 갖고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움직이죠. 오케스트라를 보면 드럼만 있는 게 아니라 브라스 등 다양한 악기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서로 다른 것을 연주하고 또 시간에 따라 변해야 하죠.민: 예술에 관한 정보는 어떻게 수집하나요?와: 많이 봐야죠. 보고 보고 보고 보는 것이 큐레이터와 디렉터의 일이에요. 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해요. 내가 좋아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것도 생각보다 가치 있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합니다. 미술관에 들어가는 작품의 조건민: 미국 미술의 정체성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요즘 미술사의 시각으로 본다면, 특징을 정의하기보다 어떤 과정이나 플랫폼으로 이해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와: 고정된 정의는 없어요. 다만 휘트니미술관은 미국 출신의 작가, 혹은 출신이 아니더라도 미국에서 수년간 활동한 작가의 작품을 다 미국 미술로 봅니다. 민 씨가 지금 미국으로 가서 2~3년간 작업을 하면 휘트니에서 전시를 할 자격이 있어요. 만약 미국 미술의 정의가 있다고 해도 그건 끊임없이 변화할 거예요. 아티초크라는 식물 아시죠? (양파와 비슷한 식물) 아티초크의 잎을 하나하나 떼어내고 나면 그 중심에 남은 무언가가 미국 미술이 아닐까요?민: 이렇게 여쭤볼게요. 미국에 작업하는 수많은 작가가 있습니다. 그중 선택된 사람들만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게 되죠. 그 기준은 무엇인가요?와: 그 사람의 작품이 신선한 비전을 갖고 있느냐, 새로운 표현 방식을 보여주고 있느냐가 중요하죠. 또 그것이 단순히 표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진정한 목소리를 담고 있느냐가 꼭 필요합니다.민 씨가 기자이고, 여성이고, 한국인이고, 또 한때는 학생이었고…. 이런 다양한 정체성들을 그 사람만의 구체적인 무언가로 담아내야죠. 그러한 자신의 본질에 접근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좋은 작품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친구들이 말할 때 그가 진심으로 하는지 안 그런지 다 알 수 있잖아요?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11월을 마지막으로 휘트니에서 떠나는 와인버그 관장은 남은 임기 동안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업실을 예술가 레지던시로 사용하는 프로젝트 등 여러 일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떠나는 기분에 대해 ‘기쁘면서 슬프다’(bittersweet)고 표현했고요.한국에 있는 동안은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등 여러 기관은 물론 광주비엔날레까지 돌아볼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5번 한국에 왔는데 앞으로 5번은 더 오고 싶다”고 말했답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뉴스레터 구독 신청 구독자 의견(지난주 김윤신 인터뷰에 대한 의견입니다)🔸 그렇게 훌쩍 떠나서 뭔가에 몰입하고 싶은데….🔸 일희일비하는 이 시대에 묵직함을 안겨주시네요^^🔸80년대 마음으로 아직까지 작품활동의 근간은 지지않는 열정이라 생각합니다🔸전쟁을 겪고 자란 유년 시절을 읽는데 왠지 다른 전쟁 이야기보다도 와닿았습니다. 그시절 힘들었던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게 아닌데도 말이죠. 뉴스레터 읽을 때 직접 소리내서 읽는 걸 좋아하는데 오늘은 울먹이며 읽었네요. 그러다 ‘’노래하는 나무‘를 봤는데 작품이 너무 귀엽고 발랄해서 기분이 좋아졌어요. 나무 조각은 생소해서 마음이 가지 않았는데 이 작품을 보니 전시에 가고 싶어졌습니다.(진녹)🔸삶과 예술이 함께 스며든 작품들과 평생 진정한 예술가로서 살아오신 선생님의 인생을 존경합니다. (꿈꾸는예술인)🔸 작가의 삶이 남미대룩의 거대하고 강인한 나무가 있는 곳으로 이끌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찾은 한국에서 이 곳의 나무를 만져보고 이야기할 때 한국과 한국인을 표현하시는것 같았습니다. 얌전하고 착하고 연하고… 섬세하며 친절한 나무와 함께하는 업을 하다보면 나무에 동화되어간다고 해요. (felix)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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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 이종욱-이태석 ‘섬김 정신’ 퍼뜨릴 불씨 되길”

    “이번 전시가 이종욱 박사와 이태석 신부가 남긴 사랑과 섬김의 정신을 퍼뜨리는 불씨가 되길 바랍니다.”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해 헌신한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1945∼2006)과 이태석 신부(1962∼2010)를 기리는 특별전 ‘바로 우리’의 개막식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가운데 구수환 이태석재단 이사장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상을 떠난 두 분이 전시로 만나는 오늘이 감격스럽다”고 덧붙였다. 5월 8일까지 열리는 ‘바로 우리’전은 사단법인 이태석재단과 동아일보가 주최한다. 이날 개막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안관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사무총장,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등 인사와 이 전 총장의 동생 이종오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 교수, 이태석 신부의 누나 이영숙 씨 등이 참석했다. 오 시장은 “혼탁한 시대에 이 전 총장과 이 신부님 같은 분들이 계셨다는 게 큰 위안을 준다”며 “전시회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두 분의 좋은 뜻이 공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우리 아이들이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는 공감능력, 연대 정신과 헌신의 미덕이 있어야 한다”며 “두 분을 주제로 교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감이 되는 분들”이라고 했다. 이종오 교수는 “제가 아는 이종욱은 평범한 사람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사람을 잘 사귀고 리더십이 있었으며, 어떤 상황이 와도 쉽게 낙심하지 않았다”며 “그의 못 다한 뜻을 기리고 있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과 의료계 후학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영숙 씨는 “(사진으로) 두 분의 얼굴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었다는 느낌이 든다”며 “두 분을 사랑하는 여러분들의 마음 덕분에 가족 잔치에 온 듯하다”고 했다. 이 전 총장은 세계 각지에서 의료 봉사를 하다 WHO에서 질병 퇴치와 빈민 구제에 힘써 ‘아시아의 슈바이처’라고 불렸다. 이 신부는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진 남수단에서 가톨릭 사제이자 의사, 교육자, 음악가, 건축가로 헌신했다. 이번 전시는 이 전 총장과 이 신부의 삶과 정신을 기리고, WHO 백신 기금과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 보건소 및 학교 설립, 페루의 레이코 여사(이 전 총장의 부인) 공방 지원 등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열린다. 이 전 총장, 이 신부의 사진 등 기록과 함께 이우환, 김창열, 윤형근, 천경자, 박서보, 에바 알머슨, 마리 로랭생 등 국내외 작가 75명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입장료 6000∼1만2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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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뉴욕… 길 위에서 만난 에드워드 호퍼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는 생전 말수가 적었고 교류도 적었다. 그저 도시를 배회하며 관찰한 뒤 그림으로 남겼다. 그런 작품들은 지난해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전시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휘트니미술관 전시와는 다른 호퍼의 작품 160여 점과 관련 기록 110여 점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일부터 서울 중구 서소문본관에서 해외소장품 걸작전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를 개최한다. 국내 최초의 호퍼 개인전으로 큰 관심을 끈 전시는 개막 전 이미 티켓 13만 장이 팔렸다. 호퍼의 어떤 작품이 한국을 찾았는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됐다.● 도시 안팎의 호퍼를 만나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휘트니미술관과 공동 기획했다. 기획 초기 단계에서 나온 전시의 주제는 ‘뉴욕 앤드 비욘드’로 뉴욕은 물론이고 이 지역을 벗어난 호퍼의 작품도 다양하게 조명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는 후문이다. 이승아 학예연구사는 “휘트니 전시가 뉴욕에 집중했다면 서울 전시는 프랑스 파리, 뉴욕 등을 배경으로 도시와 자연을 아우르는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호퍼의 초기 드로잉과 자화상을 담은 섹션인 ‘에드워드 호퍼’로 시작한 전시는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조세핀 호퍼’ ‘호퍼의 삶과 업’ 등 총 7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섹션에서 언급된 장소들은 호퍼가 머물며 그림을 그렸던 곳이다. 1906∼1910년 호퍼는 당시 예술의 중심지였던 파리를 세 차례 방문했다. 파리에서 보았던 여러 풍경을 기억하며 야심 차게 그린 ‘푸른 저녁’(1914년)도 파리 섹션에서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작가 생전에 단 한 번만 전시된 작품이다. 파리 센강의 다리와 운하, 루브르 박물관 등 도시 풍경을 차분하게 그린 작품도 있다. 관객이 가장 기대할 섹션인 ‘뉴욕’에서도 차가운 건물 풍경이 이어진다. ‘도시의 지붕들’(1932년)은 휘트니미술관의 최근 소장작이다. 킴 코너티 휘트니미술관 큐레이터는 “북적이는 도시에서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뉴잉글랜드’와 ‘케이프코드’ 섹션은 도시를 벗어난 호퍼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이곳의 해안과 어촌 마을, 섬을 방문하며 그렸던 스케치 소품, 호퍼 부부의 여름 별장이 있었던 미국 매사추세츠 케이프코드의 풍경이 펼쳐진다. 번잡한 뉴욕에서 벗어난 그는 ‘오전 7시’(1948년), ‘이층에 내리는 햇빛’(1960년) 등의 작품을 남겼다. ● 소품과 드로잉 비중 높아 ‘밤의 창문’(1928년), ‘황혼의 집’(1935년), ‘이층에 내리는 햇빛’, ‘햇빛 속의 여인’(1961년)은 호퍼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대표적 작품들이다. 다만 전체 작품 160여 점 중 유화는 57점, 드로잉·수채화는 89점, 판화는 14점이며 소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 대신 작품 옆에 이와 관련된 드로잉과 기록을 배치해 이해를 돕는다. 호퍼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1942년·시카고미술관 소장)은 이번 전시엔 출품되지 않았지만 습작 드로잉과 수첩에 남긴 기록이 전시됐다. 수첩에서 호퍼는 이 작품에 대해 ‘유리창 경계를 따라 가게 안의 밝은 천장이 어두운 바깥 거리에 대비됨’이라고 적어, 실내등이 밤을 비추는 효과를 중요하게 생각했음을 볼 수 있다. 이 연구사는 “휘트니미술관이 특별한 이유는 호퍼 관련 기록도 400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소장품, 기록을 가진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연구 측면에서 깊이가 더해졌다”고 했다. 그는 “호퍼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8월 20일까지. 사전 예약제. 1만2000∼1만7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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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막 전 티켓 13만 장 팔린 ‘에드워드 호퍼전’…어떤 작품 나왔을까?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는 생전 말수가 적었고 교류도 적었다. 그저 도시를 배회하며 관찰한 뒤 그림으로 남겼다. 그런 작품들은 지난해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전시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휘트니미술관 전시와는 다른 호퍼의 작품 160여 점과 관련 기록 110여 점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일부터 서소문본관에서 해외소장품 걸작전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를 개최한다. 국내 최초 호퍼 개인전으로, 연초부터 관심을 모은 전시는 개막 전 이미 티켓 13만 장(얼리버드 티켓 10만 장 포함)이 팔렸다. 호퍼의 어떤 작품이 한국을 찾았는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됐다.● 도시 안팎의 호퍼를 만나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휘트니미술관과 공동 기획했다. 기획 초기 단계에서 나온 전시의 주제는 ‘뉴욕 앤드 비욘드’로 뉴욕은 물론 이 지역을 벗어난 호퍼의 작품도 다양하게 조명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는 후문이다. 이승아 학예연구사는 “휘트니 전시가 뉴욕에 집중했다면, 서울 전시는 파리 뉴욕 등 도시와 자연을 아우르는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호퍼의 초기 드로잉과 자화상을 담은 섹션인 ‘에드워드 호퍼’로 시작한 전시는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조세핀 호퍼’, ‘호퍼의 삶과 업’ 등 총 7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이 장소들은 호퍼가 머물며 그림을 그렸던 곳이다. 1906~1910년 호퍼는 당시 예술의 중심지였던 파리를 세 차례 방문했다. 파리에서 보았던 여러 풍경을 기억하며 야심차게 그린 ‘푸른 저녁’도 파리 섹션에서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호퍼 생전 한 번만 전시된 작품이다. 파리 센 강의 다리와 운하, 루브르 등 도시 풍경을 차분하게 그린 작품도 있다. 관객이 가장 기대할 섹션인 ‘뉴욕’에서도 차가운 건물 풍경이 이어진다. ‘도시의 지붕들’(1932년)은 휘트니미술관의 최근 소장작이다. 킴 코너티 휘트니미술관 큐레이터는 “북적이는 도시 환경 속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라고 했다.‘뉴잉글랜드’와 ‘케이프코드’ 섹션은 도시를 벗어난 호퍼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이곳의 해안과 어촌 마을, 섬을 방문하며 그렸던 스케치 소품, 호퍼 부부의 여름 별장이 있었던 케이프코드의 풍경이 펼쳐진다. 번잡한 뉴욕에서 벗어난 그는 ‘오전 7시’(1948년), ‘이층에 내리는 햇빛’(1960년) 등의 작품을 남겼다. ● 소품과 드로잉 비중 높아‘밤의 창문’(1928년), ‘황혼의 집’(1935년), ‘이층에 내리는 햇빛’, ‘햇빛 속의 여인’(1961년)은 호퍼를 좋아하는 관객이 좋아할 대표적 스타일의 작품이다. 다만 전체 작품 160여 점 중 유화는 57점, 드로잉·수채화는 89점, 판화 14점이며 소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대신 작품의 옆에 이에 관련된 드로잉과 기록을 배치해 이해를 도왔다. 가장 유명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1942년·시카고미술관 소장)은 이번 전시엔 출품되지 않았지만, 습작 드로잉과 수첩에 남긴 기록이 전시됐다. 수첩에서 호퍼는 이 작품에 대해 ‘유리창 경계를 따라 가게 안의 밝은 천장이 어두운 바깥 거리에 대비됨’이라고 적어, 실내등이 밤을 비추는 효과를 중요하게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이승아 학예연구사는 “휘트니미술관이 특별한 이유는 호퍼 관련 기록도 400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세계 최대 규모 소장품, 기록을 가진 기관과 협업을 통해 연구적 측면에서 깊이가 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호퍼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8월 20일까지. 유료 사전 예약제.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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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들고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 이종욱-이태석을 기리며…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해 헌신한 고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1945∼2006)과 이태석 신부(1962∼2010)를 기리는 전시가 열린다. 사단법인 이태석재단과 동아일보는 22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이종욱 전 총장과 이태석 신부의 삶을 조명하는 특별전시 ‘바로 우리’전을 개최한다. 이 전 총장과 이 신부의 삶과 정신을 기리고 WHO 백신기금,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 보건소·학교 설립, 페루 레이코(이 전 총장의 부인) 공방 지원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서다. 전시는 의사로서 두 사람의 삶을 사진과 기록을 통해 조명한다. 이 전 총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세계 각지에서 의료 활동에 헌신하다가 2003년 WHO 제6대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 수장이 된 그는 WHO에서 질병 퇴치와 빈민 구제에 힘써 ‘아시아의 슈바이처’라고 불렸다. 인제대 의대를 나온 이 신부는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진 남수단에서 가톨릭 사제이자 의사, 교육자, 음악가, 건축가로 활동했다. 그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 마 톤즈’(2010년)를 통해 많은 이들이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선 이 전 총장의 유년기부터 국제 보건 무대에서의 활동을 사진과 그가 남긴 메시지를 통해 선보인다. 이 신부와 관련해선 남수단에 움막 진료소를 짓고 환자들을 돌봤던 자취들, 이 신부의 제자들이 의사 약사 기자 공무원이 돼 그의 뒤를 이어가는 모습을 소개한다. 전시 기간 내내 이 신부 제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부활’(2020년)과 2021년 채널A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백신 황제 이종욱, 나는 행동한다’도 상영된다. 미술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이우환, 김창열, 윤형근, 천경자, 박서보를 비롯해 오태학, 콰야, 김지희, 에바 알머슨, 마리 로랭생, 만화가 기안84 등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작가 이갑철, 민현우, 황문성의 사진 작품도 선보인다. 관람객에게 이 전 총장과 이 신부의 삶을 전하는 오디오 도슨트 녹음은 배우 신애라와 최수종이 맡았다. 신애라와 최수종은 “두 분의 삶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우광훈 영화감독과 박일호 북칼럼니스트, 에니어그램(성격유형검사) 전문가 류지연 교수의 강의도 준비돼 있다. 배우 겸 화가 윤송아와 권도경 작가의 드로잉 퍼포먼스, 소프라노 최경아, 바리톤 석상근, 테너 김기선이 준비한 미니 콘서트, 출품작 스페셜 경매도 열린다. 전시와 연계된 음원 및 음반(LP) 발매도 눈길을 끈다. 가수 이이언, 그룹 위아더나잇의 9z와 릴피쉬를 비롯해 크르르, 황푸하, 김사월이 기념 앨범 제작에 참여했다. 음원은 전시장에서 들을 수 있고, 공식 음원은 30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공개된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6일 진행되는 ‘문화가 흐르는 예술마당’에서는 가수 황푸하와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이 무대를 꾸민다. 입장료 6000∼1만2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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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亞슈바이처’ 이종욱-‘울지마 톤즈’ 이태석, 사진과 기록물로 다시 만난다

    사단법인 이태석재단과 동아일보는 22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고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태석 신부 특별전시 ‘바로 우리’전을 개최한다. 이종욱 전 사무총장(1945~2006)과 이태석 신부(1962~2010)의 삶과 정신을 기리고 WHO 백신기금,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 보건소·학교 설립, 페루 레이코(이 전 사무총장 부인) 공방 지원 등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서다. 이 전 총장은 한국인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으로, WHO에서 질병 퇴치와 빈민 구제에 헌신해 ‘아시아의 슈바이처’라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이 신부는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진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가톨릭 사제이자 의사, 교육자, 음악가, 건축가 등으로 활동하며 큰 존경을 받은 인물이다. 특히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2010년)를 통해 많은 이에게 깊은 감동을 준 바 있다.전시는 두 사람의 삶을 사진과 기록을 통해 조명한다. 이 전 총장은 2003년 제6대 WHO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뒤 그 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면서 신속 대응을 위한 컨트롤 타워인 ‘전략보건운영센터’(SHOC)를 만들었다. 그가 별세한 후 WHO는 이 기관의 이름을 ‘이종욱 전략보건운영센터’(JW LEE SHOC)로 바꿨다. 이번 전시에는 이 전 총장의 유년기부터 국제 보건 무대의 활약상, 주요 사진과 그가 남긴 메시지를 볼 수 있다. 또한 이 신부가 수단에서 움막 진료소를 짓고 환자들을 돌봤던 흔적들, 또 영화 ‘부활’을 통해 알려진 제자들이 의사 약사 기자 공무원으로 그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도 함께 전시된다. 미술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이우환, 김창열, 윤형근, 천경자, 박서보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오태학, 콰야, 김지희, 기안84, 에바 알머슨, 마리 로랭생 등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작가 이갑철 민현우 황문성의 사진 작품도 선보인다. 이 신부 제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부활’(2020년)과 이 전 총장의 삶을 소개한 다큐멘터리 ‘백신 황제 이종욱, 나는 행동한다’도 전시기간 내내 상영된다. 전시장에서 이 전 총장과 이 신부의 삶을 전하는 오디오 도슨트 녹음은 배우 신애라와 최수종이 맡았다. 두 사람은 “두 분의 삶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신부의 ‘섬김의 리더십’과 이 전 총장의 ‘글로벌 리더십’을 주제로 한 강의는 각급 학교 단체 관람시 요청할 경우 일정 협의를 통해 진행 가능하다. 우광훈 영화감독과 박일호 북칼럼니스트, 애니어그램 전문가 류지연 교수의 강의도 준비돼 있다. 이밖에도 배우 겸 화가 윤송아와 권도경 작가의 드로잉 퍼포먼스, 소프라노 최경아, 바리톤 석상근, 테너 김기선 등이 준비한 미니 콘서트, 출품작 스페셜 경매 등 프로그램이 열린다. 전시와 연계된 음원 및 음반(LP) 발매도 눈길을 끈다. 이이언, 위아더나잇(9z, 릴피쉬), 크르르, 황푸하&김사월 등 음악인들이 기념 앨범 제작에 참여했다. 음원은 전시장에서 들을 수 있고, 공식 음원은 30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공개된다.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되는 ‘문화가 흐르는 예술마당’에는 기념앨범에 참여한 가수 황푸하와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이 무대를 꾸민다. 전시는 5월 8일까지. 입장료 6000~1만2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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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도시의 고독을 사랑한 호퍼, 여전히 위안을 줘”

    “끊임없이 변하는 도시에서 잠시 멈추고 싶은 마음. 그것이 지금도 에드워드 호퍼가 사랑받는 이유일 겁니다.”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20일부터 국내 최초로 에드워드 호퍼(1882∼1967) 개인전이 열리는 가운데 이 전시를 공동 개최하는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의 애덤 와인버그 관장(69)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03년부터 20년 넘게 관장을 맡고 있으며, 휘트니미술관은 가장 많은 호퍼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17일 만난 그는 호퍼에 대해 “미국의 향수를 자극하는 작가”라고 말했다. 그는 “호퍼가 작품 활동을 했던 1920, 30년대는 뉴욕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등 고층 건물이 들어서던 시기지만 그의 그림엔 마천루가 없다”며 “일상이 급변하고 개개인이 단절되는 상황에 집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호퍼 작품으로 고요한 아침 텅 빈 상점을 그린 ‘오전 7시’를 꼽았다. “평범한 상점 옆 숲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호퍼의 작품에서는 곧 무슨 일이 일어날 듯한 상황을 자주 볼 수 있죠.” 이러한 분위기는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이런 인물들은 창밖에서 움직이는 도시를 보며 변화를 기다리는 듯 하다. 와인버그 관장은 “호퍼는 친구도 적었고 자식도 없었으며 아내와 한 아파트에서 50년을 살았다”며 “그는 시간이 멈추길 바랐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이해했던 것 같다”고 했다. 당시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 되기 직전이었는데, 호퍼는 왜 과거를 그리워했을까. 그는 “허드슨 강변 작은 마을에서 자란 그가 도시 생활의 속도를 불편하게 느낀 것”이라며 “그럼에도 도시를 완전히 거부하진 않았다”고 했다. “서울처럼 큰 도시에 살면 모든 것이 항상 변하죠. 매일 새 건물이 지어지고 오랜 건물은 철거됩니다. 그런데 평범한 상점도 충분히 시간을 갖고 보면 시적 면모가 있어요. 도시인들은 호퍼 작품에서 여유를 갖고 싶은 마음에 공감할 겁니다.” 그는 한국 관객들이 전시장에 오면 한 작품 한 작품씩 오래 들여다보길 권했다. 모니터나 책으로는 볼 수 없는 붓터치를 직접 보며 작가가 어떻게 생각하고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호퍼가 습작으로 그렸던 여러 드로잉을 통해 사실적인 표현을 연마한 흔적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 휘트니미술관에서 한국계 작가인 크리스틴 선 킴의 개인전이 열린다고 밝혔다. 그는 “휘트니미술관은 미국 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우리 미술관이 1982년 백남준 회고전을 최초로 열었듯 한국계 미술가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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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제이홉 입대… 멤버 두번째, 짧은 머리에 거수경례 사진도 공개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본명 정호석·29·사진)이 18일 입대했다. 제이홉은 이날 강원 원주시 소초면 육군 제36사단 신병교육대로 입소했다. BTS 멤버가 입대한 것은 지난해 12월 맏형 진 이후 두 번째다. 제이홉은 별도의 행사나 인사 없이 조용히 입소했다. 제이홉과 동행하기 위해 휴가를 받은 진을 포함한 BTS 멤버들이 함께 배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병교육대 조교로 근무하고 있는 진은 지난달 일병으로 진급했다. 제이홉은 5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육군 현역병으로 복무한다. 제이홉은 1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건강히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거수경례하는 사진을 올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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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중해에 빠진 건곤감리 4괘의 느낌은…

    서울 중구 금산갤러리에서 다음 달 9일까지 그리스 작가 안젤리키 안젤리디스의 개인전 ‘클라이밍(Climbing)’이 열린다. 이 전시는 주한 그리스대사관이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한국·그리스 문화 교류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작가의 최근 회화 작품 24점을 소개한다. 작가는 2016년부터 시각 예술을, 201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회화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아시아 문화와 역사를 공부해 같은 해 그리스 아테네 시청에서 한국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전시했다.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 등을 중심으로 개인전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동양의 음양사상을 ‘빛과 그림자’로 해석했다. ‘Air-Sky’, ‘Earth’, ‘Water’, ‘Fire’ 등의 작품은 태극기에 담긴 건곤감리 4괘의 의미를 그리스 바다와 풍경 등 상징적 요소를 더해 만들었다. 꽃이 핀 나무를 표현한 작품 ‘Dream’에 대해 작가는 “한국인은 벚꽃을 연상하지만, 그리스인에게는 아몬드 나무처럼 보이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림에서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관객이 자신만의 고향을 떠올리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 제목 ‘Climbing’은 자신이 지금까지 이룬 성취를 가능한 한 많은 나라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을 담았다. 작가는 “이번 전시가 나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에 꿈과 포부를 담아 전시명을 정했다”고 말했다. 13일 열린 전시 개막식에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나마, 필리핀 등 10여 개국의 주한 외국 대사들이 에카테리니 루파스 주한 그리스 대사의 초청으로 참석했다. 루파스 대사는 “6·25전쟁 당시 그리스 군인과 간호사가 참전하면서 그리스인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70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의 한국에 오게 된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안젤리디스 작가의 작품을 비롯한 미술을 매개로 한국과 그리스가 더 가깝게 연결돼 서로에게 좋은 영감을 주고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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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서 인기몰이 조각가 김선구, 8년만에 ‘응축된…’ 개인전

    역동적인 작품으로 중국에서 인기를 모았던 조각가 김선구(64)가 14일 경기 파주시 이랜드갤러리 헤이리에서 8년 만의 개인전 ‘응축된 순간들’을 개막했다. 김 작가는 중국 미술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2000년대 달리는 말 위에 기사가 타고 있는 형상 등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조각으로 중국 컬렉터의 인기를 끌었다. 2006년 중국 상하이아트페어에서 말조각 ‘질주’를 출품해 ‘올해의 조각’으로 선정됐고, 2007년에는 중국 닝보미술관, 상하이 쉬후이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하는 등 자신감 넘쳤던 중국의 당시 분위기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14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달리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탔던 것 같다”고 2000년대를 회고했다. 그의 작품의 주요 컬렉터는 중국에 외국 자본이 투자해 만들어진 합작회사의 대표들이었다. 김 작가는 “당시 중국 부자들은 명대(明代) 문화재를 수십억 원에 사고, 장다첸(1899∼1983)의 그림을 며칠을 쫓아다녀 십수억 원을 주고 샀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했다”며 “내 작품은 수억 원 정도이니 저렴한 편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열 살짜리 딸의 생일 선물을 산다며 내 작품을 사간 적도 있다”면서 웃었다. 중국에 자본이 넘쳐났던 시절 한국 갤러리들의 진출도 활발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과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이었다. 작가는 “시진핑이 집권하고 부정부패를 방지한다며 사회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면서 “사드 논란 뒤엔 중국에서 주문이 딱 끊겼다”고 말했다. 다시 교류가 시작될 무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또다시 길이 막혔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 20여 점은 그리스 신화의 인물을 형상화하거나, 종교적 의미를 담아 최근 제작한 것들이다. 중국에선 선보이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다. 작가는 “의뢰를 받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었던 작품을 이제야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30일까지. 무료.파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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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진출했던 조각가 김선구, 8년 만에 개인전 열어

    조각가 김선구(64)가 경기 파주시 이랜드갤러리 헤이리에서 8년 만에 개인전 ‘응축된 순간들’을 열었다. 김선구는 2000년대 중국 미술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을 때, 중국 컬렉터의 취향에 맞는 조각으로 인기를 끌었다. 2006년 중국 상하이아트페어에서 말조각 ‘질주’를 출품해 ‘올해의 조각’으로 선정됐고, 2007년에는 중국 닝보미술관, 상하이 쉬훼이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가 개막한 14일 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2000년대에 “달리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탔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의 작품은 달리는 말 위에 기사가 타고 있는 모습 등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특징이 두드러진다. 당시 시장을 개방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하는 등 자신감 넘쳤던 중국의 분위기와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주된 컬렉터는 중국에 외국 자본이 투자해 만들어진 ‘합작회사’의 대표들이었다. 작가는 “당시 중국 부자들은 명대(明代) 문화재를 수십억에 사고, 장대천 그림을 며칠을 쫓아다녀 십수억을 주고 샀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했다”며 “내 작품은 수 억 정도이니 저렴한 편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열 살짜리 딸의 생일 선물을 산다며 내 작품을 사간 적도 있다”고 웃었다. 이렇게 중국에 자본이 넘쳐났던 시절 한국 갤러리들의 진출도 활발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과 2016년 사드 배치 논란이었다. 작가는 “시진핑이 집권하고 부정부패를 방지한다며 사회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이후 사드 배치 논란으로 중국에서 주문이 딱 끊겼다”고 말했다. 이후 다시 교류가 시작될 무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또 다시 길이 막혔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 20여 점은 그리스 신화의 인물을 형상화하거나, 종교적 의미를 담은 것들로 최근 제작한 것들이다. 중국에서 선보이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한데, 작가는 이에 대해 “의뢰를 받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었던 작품을 이제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30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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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소걸음으로 간다…전기톱 든 88세 예술가[영감 한 스푼]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은 5월 7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에서 개인전 ‘더하고 나누며, 하나’를 열고 있는 조각가 김윤신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지면에는 이미 한 차례 다루었는데, 분량의 한계로 다루지 못한 뒷이야기까지 상세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기자간담회에서 김윤신 작가는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등 여러 나라를 누비며 평생 작업하며 살았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에 따로 인터뷰까지 하게 되었는데요. 자세한 이야기를 만나보시죠.“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날 배신하다니!”제가 가장 먼저 궁금했던 건 상명대 교수를 지내던 작가가 50세에 갑자기 아르헨티나로 떠나게 된 사연이었습니다. 한국을 떠난 과정이 궁금하다고 묻자 김윤신 작가는 “그 과정은 아무도 모르는데”라고 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 혼자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김윤신(윤): 그날이 12월 5일이었어요. 학기말 시험 볼 때죠. 이사장님께 방학 동안 나가서 전시를 하겠다고만 말하고 허락을 받고 떠나버렸죠. 그때 우리 조카가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었는데, 사실은 이혼을 하고 아이들을 빼앗길까봐 멀리 떠나버린 것이었어요. 지구 반대편으로 가겠다고 거길 무작정 간 거죠.그리고 조카가 “고모 여기 와봐. 나라가 아주 크고 작품 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고 해 전시를 한다며 제가 떠난 거예요. 학교도, 오빠도, 아무도 모르게. 갔더니 끝 없는 지평선이 펼쳐져 있고, 크고 귀한 나무가 많았죠. 작업을 해야겠다 싶었어요.김민(민): 그래서 전시를 하게 되셨군요.윤: 며칠 만에 한국 대사관을 찾아가 공보부에 전시를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이력서를 갖고 오라기에 다음날 써서 갔죠. 공보관님이 ‘대학 교수시군요’ 하더니 저를 미술관으로 데려갔고,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여달라고 해요. 그래서 제가 두 달만 달라고 했죠.민: 무작정 찾아가서 전시를 하게 되신 거네요.윤: 그때 내가 무슨 배짱이 있었는지 몰라요. 1년 동안 작품 30점을 했죠. 대작도 있고 하다 보니 부에노스아이레스 식물 공원에서 전시를 하게 됐고, 미디어의 관심을 받으면서 작가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민: 1년 동안 한국에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나요?윤: 학교에선 개학을 했으니 저를 찾았고, 나중엔 오빠도 결국 알게 됐어요. 그땐 인터넷도 없고 편지를 써도 몇 개월이나 걸리니 제가 사라진 줄도 다들 몰랐던 거죠. 그러다 제가 88년 초 전시를 하게 돼서 다시 한국에 갔을 때, 오빠가 난리가 났죠.“내가 군인이고 내 밑에 수천 명이 있지만 한 번도 배반을 당해본 적이 없는데, 딱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날 배반했다. 어떻게 말 한마디 없이 그럴 수가 있니.”민: 굉장히 서운해하셨네요. 그런데 떠나기 전에 말을 안 하신 건 말릴까봐 그랬던 거였죠?윤: 엄청나게 만류를 했겠죠. 대학 교수 되기가 얼마나 힘든데 너 같은 맹숭이가 교수가 됐는데 그걸 마다하느냐며 저를 한심하게 봤어요. 그렇지만 저는 결심했어요. 나는 남미에서 커야겠다. 여기서 조각가가 되어야겠다. 뭘 먹고 살까 굶어 죽진 않을까 고민보다는 내 일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죠.느려도 황소걸음으로 가자민: 스물여덟 살 때는 프랑스 유학을 가셨어요. ‘결혼은 안 하겠다는 얘기냐’는 오빠의 말에 그렇다고 답하고 정말 평생 세계를 다니며 작업을 하셨어요.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나요?윤: 나는 전쟁을 많이 겪었어요.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제가 원산 출신인데 남쪽으로 피난을 와야 했어요. 일제강점기인 당시 오빠(독립운동가 김국주)가 행방불명이 됐었고 해방이 된 후 서울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엄마와 함께 38선을 넘었죠.그때 제가 10, 11살이었는데 난민 수용소에서 두 달을 보내고 6.25 전쟁 때는 가족들이 부산으로 피난을 가고 저는 서울에 혼자 남아 있었어요. 제가 언니가 넷이 있었고, 제 바로 위가 오빠였는데 오빠가 집에 돌아올 수 있으니 저만 남겨둔 거였어요.민: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었군요.윤: 전쟁 때는 아무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고 그저 총을 맞을까봐 두려움밖에 없었어요. 길에는 죽은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고. 안 본 사람은 상상 못 해요. 군복 입은 시체를 보면 혹시나 오빠일까 하고 건드려 보기도 했어요. 며칠 지난 시신은 손이 뚝 떨어지기도 하고. 그런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또 오빠가 독립운동을 했기 때문에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오빠가 그렇게 나라를 위해 살았기에 나도 무언가를 해야겠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마음은 없었고 느릿느릿해도 황소걸음으로 가자. 그런 생각을 했죠. 민: ‘기원 쌓기’라는 작업이 인상 깊었어요. 어떤 마음으로 하셨을지 궁금합니다.윤: 오빠와 엄마를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에요. 일제 강점기 때 행방불명된 아들이 소식이 없어, 엄마가 매일 산 밑에 가서 흰 그릇에 물을 떠다가 왔어요. 그때 돌을 엄마가 주시면 하나씩 쌓고, 그 옆에 초에 불을 붙인 뒤 두 손을 모아 빌면서 무슨 이야기를 해요.하루도 빠짐없이 몇 년을 그렇게 하셨어요. 그때 전 어려서 엄마가 왜 그러시는 줄은 몰랐죠. 나중에서야 오빠를 걱정하며 그랬다는 걸 알았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가 되어서, ‘아 엄마가 아들이 살아있기를 염원하는 기도를 한 거였구나’ 깨닫고 난 뒤 나무 조각으로 표현하게 된 거죠.다시 찾은 고국, 한국 사람들은 귀여워민: 오랜만에 한국에 오신 거잖아요. 많은 것들이 새로울 것 같은데 어떠신지 궁금합니다.윤: 한국 나무는 한국 사람과 똑같아요. 부드럽고 연하고 고와요. 다루기가 좋아요. 남미에서 단단한 나무만 쓰다 보니 너무 무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딱딱한 나무로 하면 힘만 주면 작업이 더 간단한데, 한국 나무는 부드러워서 굵은 걸로 밀고 그다음 보드라운 걸로 밀고 손이 많이 가요.그러니 남미 나무처럼 우람하게 무게를 주는 게 아니라 섬세하게 모양을 내고 거기에 색을 칠해 그림까지 넣으니 아주 얌전하고 착하고 연하게 보이죠.한국은 가끔 왔다 갔다 했지만 요즘 특히 한국 여성들이 더 젊고 어리게 보여요. 귀여워. 왜 이렇게 귀엽나요. 남미 사람들은 눈이 큰데, 한국은 눈이 적절한 크기에 있을 게 다 있어서 귀여워요. 또 섬세하고 친절하죠.민: 멕시코에서도 하루 한 끼만 먹고 작업을 하셨다구요.윤: 따꼬(타코)라고, 강냉이를 갈아서 판에다 우리나라 지짐이 하듯이 뿌려요. 그럼 종잇장처럼 마르는데 그사이에 선인장 이파리 연한 것과 풋고추 조그마한 걸 넣어서 먹죠. 테칼리라는 마을이었는데, 먹을 게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저녁에 배고프면 맥주로 버티기도 하도. 한국 문화원에서 가끔씩 갈비를 해서 가져와 주시면 그때 고기를 먹는 거죠. 일주일 만에 올 때도 있고, 어떨 땐 이주일, 한 달도….민: 그때 오닉스 돌이 궁금해서 가셨던 거죠?윤: 그렇죠. 한국 대사관에서 이런 재료가 있다고 알려주어서 가게 됐어요. 브라질에서도 야전용 침대 하나 있는 호텔에서 아침에 팥 삶은 것과 딱딱한 빵을 먹고 지냈었죠.민: 꾸준히 작업만 생각하면서 지내셨네요.윤: 한국에 와보니 입체인 조각과 평면인 회화가 하나가 되는 작업을 했다는 게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 하나는 확고하게 무언가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요.또 젊은 세대가 정말 확실하게 정확하게 일을 하는 걸 보면서 변화된 것이 보여요. 젊은 사람들이 일을 빨리빨리 잘 돌아가게 하니 창의력이 많고 정확하다. 이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수 있겠다,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88세의 나이지만 지금도 전기톱을 들고 나무 조각을 한다는 김윤신 작가는 그저 자신의 예술 세계, 그리고 젊은 세대를 보며 느끼는 희망을 이야기했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님도 ‘작가님과 대화를 하면 에너지를 받는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오래된 건물과 잘 어울리는 김윤신 작가의 조각 작품을 남서울미술관에서 직접 만나보세요.※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뉴스레터 구독 신청 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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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시원한 여름’에 대가 치를 날 올지도

    올해 3월 전국 평균 기온은 9.4도로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기온이 높은 날이면 지하철에서는 어김없이 차가운 바람이 나왔다. 조금만 땀이 나도 에어컨 전원을 켜는 건 정상일까? 산업혁명 이후 최고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에어컨과 냉매의 역사를 추적한 책이다. 1851년 최초의 에어컨이 발명됐을 때 미국인은 이 기계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더우면 그늘이나 마루, 실내에서 땀을 식히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 도시가 발달하며 상황은 변했다. 증권거래소에서 시작된 에어컨 사용은 가정집으로 퍼졌고, 햇볕이 그대로 들어오는 유리 통창과 콘크리트 구조로 건물이 바뀌며 에어컨 사용은 더욱 확산됐다. 그러자 냉매는 오존층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다. 1987년 3월 오존층이 특히 얇았던 어느 날 미국 뉴욕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던 6명이 망막에 화상을 입고 부분적으로 실명했다. 1987년 국제사회는 몬트리올 협약으로 프레온가스 생산을 중단시켰지만, 프레온가스는 암암리에 계속 사용되고 있다. 저자가 ‘결코 냉매를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냉매가 지구를 망치는데도 그것을 이용하는 안일함을 역사, 철학 등 다양한 이야기와 섞어 풀어내면서 기술 개발로는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땀과 불쾌함은 여름의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1인분의 안락함’이 아닌 공동체의 안녕을 생각하는 사고의 전환을 요청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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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중미술’에 가려졌던 구상회화의 재발견

    현대 미술에서 추상과 구상의 구분은 더 이상 큰 의미를 갖지 않지만, 한국 미술사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분류로 여겨진다. 1980년대 이후 한국 미술사에서 추상은 미니멀리즘 회화 혹은 단색화로, 구상은 역사적 리얼리즘 혹은 민중미술로 생각돼 온 경향이 강했다. 구상 회화를 민중 미술로 구분했던 인식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형상을 표현한 회화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14일 개막하는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전은 구상 회화를 다루는 국내 작가 13명의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윤율리 일민미술관 학예팀장은 “최진욱 이수경 정수진 노충현 작가는 세상을 회화에 담아내는 방식을 탐구해 온 중견 작가지만 민중미술 중심의 리얼리즘 회화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마련한 전시는 구상 회화의 여러 양상을 보여준다. 1층 전시장의 문을 여는 것은 최진욱의 작품 ‘그림의 시작’(1990년)과 ‘자화상’(1992년)이다. 윤 팀장은 “최 작가는 작품 소재를 주변에서 찾기 위해 애쓴다”며 “가장 가까운 곳인 작업실을 담은 ‘그림의 시작’부터 거리를 그린 ‘하교길2’를 통해 작가가 사회로 나아가는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2층 전시실 가장 안쪽 방에는 이수경 작가의 회화 작품이 걸려 있다. 이 작가는 깨진 도자 파편을 이어 붙인 ‘번역된 도자기’로 유명하다. 처음에 자신의 대표작인 도자기가 아닌 회화 작품을 전시한다는 제안을 받아 작가는 망설였다고 한다. 그러나 2008년 작품부터 지난해 그린 것까지 6개 작품이 전시돼 이 작가의 색다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에서는 노상호 손현선 이재석 임노식 정수정 함성주 김민희 조효리 김혜원 등 젊은 작가의 작품도 함께 배치했다. 이들의 작품에서는 현실 속 풍경을 넘어 온라인이나 대중매체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온라인의 밈(meme)을 집착에 가까울 만큼 많은 양을 수집한 뒤 섞어 작품에 활용하거나(노상호), 게임과 애니메이션 분위기가 나는 이미지와 전통 회화 방식을 엮는 식(정수정)이다. 국제 미술사에서는 추상과 구상의 구분을 넘어 1980년대 형상성을 회복한 ‘신표현주의’가 등장했다. 현재 미술의 양상은 회화적 기법보다는 다양한 사회·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전개되고 있다. ‘히스테리아’전은 구상 회화에서 그리는 방식이나 소재에 집중한 것이 두드러진다. 윤 팀장은 “작품들을 보면 작가들이 그린 대상들 중 어느 하나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모두 균등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참여 작가들이 중견 작가임에도 공공미술관 전시가 많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그만큼 이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에 그동안 논의되지 못한 회화 담론을 살필 기회를 마련하려 했다는 것이다. 전시와 관련된 프로그램도 펼쳐진다. 5월에는 인문학 프로그램 ‘역자후기26’과 ‘아티스트 토크’가 열린다. 전시 기간 중 매주 수·일요일 오후 3시에는 현장 신청자를 대상으로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6월 25일까지. 5000∼7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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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분법을 벗어난 ‘구상 회화’…동시대 작가 작품들 한 자리에 모여

    현대 미술에서 추상과 구상을 구분하는 것은 더 이상 큰 의미를 갖지 않지만, 한국 미술사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분류로 여겨진다. 한국 미술사에서 추상은 미니멀리즘 회화 혹은 단색화로, 구상은 역사적 리얼리즘 혹은 민중미술로 오랫동안 생각되어 왔다. 이런 구분을 벗어나 구상 회화를 그리고 있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의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14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개막하는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는 구상 회화를 다루는 국내 작가 13명의 작업 100여 점을 선보인다. 윤율리 일민미술관 학예팀장은 “최진욱, 이수경, 정수진, 노충현 작가는 회화가 세계에 반응하는 방식을 탐구해 온 작가”라며 “그러나 민중미술 중심의 리얼리즘 회화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 전시는 구상 회화의 여러 양상을 보여준다. 1층 전시장의 문을 여는 것은 최진욱의 작품 ‘그림의 시작’(1990)과 ‘자화상’(1992)이다. 윤 학예팀장은 “작가가 구상 회화를 그릴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이 ‘무엇을 그리느냐’라고 들었다”라며 “최진욱 작가가 가장 가까운 작업실에서 출발해 ‘하교길2’ 등의 작품에서 거리와 사회로 나아가는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층 전시실 가장 안쪽 방에는 이수경 작가의 회화 작품이 걸려있다. 이수경 작가는 깨진 도자 파편을 이어 붙인 ‘번역된 도자기’ 작품으로 유명하다. 처음에 자신의 대표작인 도자기가 아닌 회화 작품을 전시한다는 제안을 받아 작가는 망설였다고 한다. 그러나 2008년 작품부터 지난해 그린 것까지 6개 작품이 전시돼 이 작가의 색다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최진욱 이수경 정수진 노충현 등 중견 작가들과 같은 결로 언급될 수 있는 작가로 노상호 손현석 이재석 임노식 정수정 함성주 김민희 조효리 김혜원의 작품을 함께 배치했다. 이들 작품에서는 현실 속 풍경을 넘어 온라인이나 대중 매체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온라인의 밈(meme)을 집착에 가까울 만큼 많은 양을 수집한 뒤 섞어 작품에 활용하거나(노상호),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시각 언어를 전통 회화의 방식과 엮는 식(정수정)이다. 국제 미술사에서는 이미 추상과 구상의 구분을 넘어 1980년대 ‘신표현주의’가 등장했고, 동시대 미술의 양상은 회화적 기법보다는 다양한 사회·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전개되는 중이다. 단, ‘히스테리아’전은 구상 회화의 그리는 방식이나 소재에 집중한 것이 두드러진다. 이에 대해 윤 학예팀장은 “그리는 사람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아니라 결심이 사라진 회화”라며 “그림의 대상들 중 어느 하나가 중요하다고 고르는 것이 아니라 균등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시를 준비하며 놀란 것은 참여 작가들이 중견임에도 미술관 전시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논의되지 못한 회화 담론을 살필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전시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연계 프로그램으로 펼쳐진다. 5월 중에는 인문학 프로그램 ‘역자후기26’과 ‘아티스트 토크’가 예정되어 있다. 수·일요일 오후 3시에는 현장 신청자를 대상으로 도슨트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시는 6월 25일까지. 5000~7000원.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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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방 홍익대 교수 개인전… 34년만에 작품활동 재개

    미술 평론가와 전시 기획자로 활동해 온 김원방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의 개인전 ‘잃어버린 미를 찾아서 II’가 14일부터 5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토탈미술관에서 열린다. 1989년 갤러리현대 첫 개인전 이후 김 교수가 34년 만에 작품 활동을 재개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김 교수의 첫 개인전 ‘잃어버린 미를 찾아서’의 속편 성격이다. 첫 개인전에 유리로 만든 초현실적 분위기의 조각 작품을 선보였고, 이번 전시도 인간의 무의식을 표현한 작품들로 구성했다. 특히 무의식을 모성적이고 여성적이라고 보고, 이를 시각적으로 은유해 작품으로 묘사했다. 회화와 조각 작품 30여 점은 모두 ‘태고’(primal)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김 교수는 “(무의식이) 인간 정신의 가장 오래된 기원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3000∼5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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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웅-김중현-이인성 유작 3인전’ 69년만의 소환

    “아버지(구본웅)의 대표작이 6·25전쟁으로 다 없어졌지만, 부산까지 피란 가며 몇 점을 싸들고 다닌 것이 있었습니다. 그때 유난히 돌돌 말아 놓은 그림이 있었는데 그게 김해경(이상)의 초상이었죠.” 화가 구본웅(1906∼1953)의 대표작 ‘친구의 초상’(1935년)에 얽힌 뒷이야기를 차남 구상모 씨가 전했다. 서울 강남구 예화랑에서 10일 열린 45주년 기념전 ‘밤하늘의 별이 되어’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구 씨는 “아버지가 남긴 대작이 꽤 있었지만 그림이 있던 수원 장안동 집이 폭격을 맞아 대부분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구본웅, 김중현(1901∼1953), 이인성(1912∼1950) 화백의 가족들이 모인 것은 1954년 천일화랑에서 열린 ‘유작 3인전’ 때문이다. 김방은 예화랑 대표는 디자이너였던 외할아버지 이완석이 화랑을 운영했던 기록을 추적했다. 1930년대 일본 도쿄 태평양미술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이완석은 천일제약에 디자이너로 취직했고, 이 회사가 세운 백화점 내에 1954년 천일화랑을 열었다. 6·25전쟁 직후 문을 연 화랑은 6개월밖에 운영되지 못했다. 다만 1954년 9월 전쟁 중 세상을 떠난 김중현, 구본웅, 이인성의 유작 40여 점을 전시한 것이 기록에 남았다. 김중현 화백의 딸 김명성 씨는 “열한 살 때 전시 개막식에 갔는데 사진을 보자마자 아버지의 유작전이라는 것이 번뜩 기억났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3인 유작전에 관한 사진과 문서 자료, 이완석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다. 1978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문을 연 예화랑과 인연을 맺은 작가 21명의 작품도 소개한다. 구본웅, 오지호, 남관 등 한국 근현대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다. 5월 4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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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전시회 긴장과 혹평… 인간 백남준의 ‘일생단면’ 생생하게 펼쳐

    짧고 헝클어진 곱슬머리를 한 작은 키의 동양인 남자가 갤러리 이곳저곳을 누비며 기계를 만진다. 1963년 독일 부퍼탈 파르나스갤러리에서 최초의 비디오아트 전시를 연 백남준(1932∼2006)이다. 독일 현지 언론은 “젊은 한국인 예술가가 충격을 주려 했지만 결과는 김빠져”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그는 훗날 한국 출신의 세계적 예술가가 됐다. 인간 백남준이 어떻게 예술가로 살아남았는지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다’가 한국계 미국인 감독 어맨다 김의 연출로 올해 미국에서 발표됐다. 백남준을 다룬 다큐 영화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영화를 소장한 울산시립미술관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아트하우스 모모 1관에서 시사회를 열었다. 울산시립미술관에서는 6∼8일 상영했다. 영화는 백남준의 깊은 예술적 맥락보다는 그의 삶을 조명하는 데 집중했다. 생전 백남준의 모습을 담은 영상, 그가 남긴 글, 또 그를 기억하는 미술인들의 인터뷰로 구성됐다. 백남준의 글은 영화 ‘미나리’의 배우 스티븐 연이 내레이션을 맡아 읽었다. 백남준과 협업했던 첼리스트 샬럿 무어먼, 머스 커닝햄, 부인 구보타 시게코와 장조카 켄 백 하쿠다의 인터뷰도 나온다. 흥미로운 건 역시 생전 백남준의 모습이다. 첫 전시회에서 긴장하는 표정, 언론의 혹평을 듣고 씁쓸한 기색은 보이지만 아랑곳 않는 등 불안한 가운데 예술적 신념으로 꾸준히 나아갔던 일생 단면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백남준은 1957년 실험 음악가 존 케이지의 공연을 보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고 자유로워질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 자유를 텔레비전에 적용해 그는 한 방향으로 영상을 전송하는 텔레비전의 룰을 부순다. 브라운관에 자석을 갖다 대 화면을 왜곡하고, 텔레비전을 개조해 관객이 영상을 조종할 수 있도록 바꾼다.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던 백남준이 비가 새는 집에 살아 폭우가 쏟아지던 날 아내 덕분에 작품과 기록을 살렸던 일화도 나온다. 백남준은 “이때 모든 것을 잃었다면 자살했을 것”이라고 했다. 1950년 한국을 떠난 뒤 34년 만인 1984년 귀국해 한복을 입고 누나와 피아노를 치고, 부모님의 묘소를 찾는 얼굴엔 복잡한 감정이 나타난다. 영화를 일반에게 공개하는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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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음과 눈 세상서 탄생한 이누이트 예술 “식민지배-강제이주 아픈 역사속 버팀목”

    캐나다 토론토에서 북쪽으로 2500km 떨어진 작은 섬 웨스트배핀에는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예술가 커뮤니티 ‘웨스트배핀 협동조합’이 있다. 이곳 구성원들은 흔히 ‘에스키모’라고 불리는 이누이트족이다.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곳에서 탄생한 웨스트배핀 협동조합의 예술 작품 90여 점이 아시아 최초로 한국을 찾았다. 광주 남구 이강하미술관에서 7일 개막한 ‘신화, 현실이 되다’전을 통해서다. 이 전시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주한 캐나다대사관과 협업한 파빌리온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개막 하루 전인 6일 전시장에서 큐레이터 윌리엄 허프먼과 클레어 푸사르를 만났다. 허프먼은 웨스트배핀 협동조합의 큐레이터이며, 푸사르는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이누이트 예술 전문 큐레이터다. 전시는 이누이트 예술 창시자라 불리는 케노주아크 아셰바크의 판화 ‘해초 먹는 토끼’와 조각 ‘곰’으로 시작한다. 이누이트 예술은 1940년대 판화나 조각 등 공예품으로 캐나다에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누이트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1959년 웨스트배핀 협동조합이 설립돼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허프먼은 “이누이트 예술 커뮤니티와 협동조합의 역사를 보여주기 위해 아셰바크의 작품을 가져왔다”며 “나머지 작품은 최근 1년 동안 제작된 것으로 이들은 3, 4세대 이누이트 예술가”라고 소개했다.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 언급상을 수상한 슈비나이 아슈나의 작품도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다. 동물들이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모습을 묘사한 ‘동물 시리즈―나의 아이팟과 함께’를 비롯해 여러 작품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누이트 예술이 식민 지배나 강제 이주 등 아픈 역사를 지닌 이누이트족에게 삶의 버팀목이 됐다고 평가한다. 아슈나 역시 NYT 인터뷰에서 “그림 그리기는 아스피린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90여 점의 작품에는 북극곰, 고래, 늑대 같은 동물이나 이누이트의 각종 신화를 비롯해 풍경과 일상 등 다양한 소재가 담겨 있다. 아이가 그린 듯 순수하면서도 시적이고 유쾌하다. 미술 학교가 없는 웨스트배핀에서는 협동조합이 곧 교육 기관이다. 이 때문에 예술가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비슷한 스타일이 변주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허프먼은 “자식이 예술가가 된다 해도 반대하지 않는 몇 안 되는 곳”이라며 웃었다. 이누이트 예술이 주목받으면서 그간 유럽과 미국 중심의 작가와 작품 위주였던 미술사 연구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푸사르는 “(과거엔) 이누이트 예술이 어떻게 미술사를 따라갈지 걱정했다면, 지금은 미술사가 이누이트 예술을 이해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9일까지. 무료.광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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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백남준 조명한 다큐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다’ 미리보니…

    짧고 헝클어진 곱슬머리를 한 동양인 남자가 작은 키로 갤러리 이곳저곳을 누비며 기계를 만진다. 1963년 독일 부퍼탈 파르나스갤러리에서 최초의 비디오아트 전시를 연 백남준(1932~2006)이다. 독일 현지 언론은 “젊은 한국인 예술가가 충격을 주려 했지만 결과는 김빠져”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그는 훗날 한국 출신의 세계적 예술가가 되었다. 인간 백남준이 어떻게 예술가로 살아남았는지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다’가 한국계 미국인 감독 아만다 킴의 연출로 제작됐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이 영화를 소장하며 지난달 29일 서울 이화여대 ECC 아트하우스 모모 1관에서 시사회를 열었다. 백남준을 다룬 다큐 영화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간 백남준의 단면들 영화는 백남준의 깊은 예술적 맥락 보다는 그의 삶을 조명하는 데 집중했다. 생전 백남준의 모습을 담은 영상, 그가 남긴 글, 또 그를 기억하는 미술인들의 인터뷰로 구성됐다. 백남준의 글은 영화 ‘미나리’의 배우 스티븐 연이 내레이션을 맡아 읽었다. 백남준과 협업했던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 머스 커닝햄, 부인 구보타 시게코와 장조카 하쿠다 켄의 인터뷰도 나온다. 가장 흥미로운 건 역시 생전 백남준의 모습들이다. 첫 전시회를 열었을 때 집중 속에 긴장하는 표정, 언론의 혹평을 듣고 약간 씁쓸한 기색은 보이지만 아랑곳 않는 모습, 깊은 사색 중 깨달음을 얻고 새벽에 동료에게 전화를 했던 일화 등 불안한 가운데 자신만의 예술적 신념을 갖고 꾸준히 나아갔던 그의 일생 단면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 존 케이지와 TV 부처 일본에서 독일로 이주한 백남준은 1957년 음악가 존 케이지와 데이비드 튜더의 공연을 보고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며 케이지에게서 “자유로워질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그 자유를 백남준은 텔레비전에 적용한다. 케이지가 음악의 규칙을 파괴했다면, 백남준은 일방적으로 영상을 전송하는 텔레비전의 룰을 부순다. 브라운관에 자석을 갖다대 화면을 왜곡하고, 텔레비전 상자를 열어 개조해 관객이 영상을 조종할 수 있도록 바꾼다. 백남준의 실험은 미국 뉴욕으로 이어졌다. 이곳에서 샬롯 무어만과 ‘살아있는 조각을 위한 TV 브라’(1969) 퍼포먼스, 또 거리에서 ‘로봇 K-456’이 걸어가도록 조작하는 모습 등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경제적 어려움에 평생 시달렸던 백남준이 미국 록펠러 재단의 후원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모습, 또 비가 새는 낡은 집에 살아 폭우가 쏟아지던 날 아내 덕분에 작품과 기록을 살릴 수 있었던 일화도 나온다. 백남준은 “만약 이 때 모든 것을 잃었다면 자살했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에 따르면 가난함에 시달리는 그를 구해준 것은 1974년 시작된 ‘TV 부처’ 연작이다. 시게코는 먹을 것이 없어 걱정하고 있는데 백남준이 갑자기 남은 돈을 털어 불상을 사와 당황했다고 말한다. 백남준은 불상을 텔레비전 앞에 세워, 브라운관에 비친 스스로를 바라보는 부처의 모습을 작품으로 만들었고, 이것을 각국 미술관에서 소장하게 된다. 1950년 한국을 떠난 뒤 34년 만인 1984년 귀국한 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한복을 입고 누나와 함께 피아노를 치고, 부모님의 묘소를 찾는 그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읽힌다. 영화 일반 공개 일정은 미정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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