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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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5~2025-12-25
미술38%
연극20%
문학/출판13%
칼럼7%
인사일반7%
언론3%
문화 일반3%
사고3%
사회일반3%
사건·범죄3%
  • 뉴욕 명품 매장 쇼윈도에 등장한 쿠사마 야요이, 알고보니…

    새빨간 점박이 호박을 쓴 93세 일본인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가 미국 뉴욕 루이비통 매장 쇼윈도에 등장했다. 붓을 든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유리창에 물방울(폴카도트)무늬를 그리는 듯 움직인다. 그러다 앞에 선 사람을 보고 빙긋 미소 짓기도 하지만 그녀는 진짜 쿠사마가 아닌 로봇이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쿠사마와 협업을 통해 핸드백, 의류, 액세서리 등 그녀의 작품을 차용한 제품 450개가 포함된 새 컬렉션을 6일 공개했다. 이 컬렉션을 알리기 위해 전 세계 루이비통 매장에는 독특한 모습의 ‘쿠사마 조형물’이 나타나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는 건물 옥상에 붙어 벽면에 물방울무늬를 그리는 거대한 쿠사마 인형이 나타났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 매장에는 1,2층을 관통하는 쿠사마 조각이 빨간 머리에 선글라스를 끼고 서 있다. 보통 예술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장벽이 느껴지는 영역으로 간주된다. 물론 파블로 피카소나 빈센트 반 고흐 같은 역사적 작가의 작품은 시간이 지나며 대중의 사랑을 받지만, 쿠사마처럼 살아있는 예술가가 작품뿐 아니라 예술가 본인의 캐릭터도 친숙하게 이용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여기엔 그녀의 작품이 갖는 소셜 미디어 친화적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방에 거울을 설치한 그녀의 대표작 ‘인피니티 미러 룸’은 인스타그램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해 세계 주요 미술관을 순회하며 전시되고 티켓은 공개와 동시에 거의 매진된다. 그 결과 ‘#쿠사마야요이’ 해시태그를 단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100만 건(영어 기준)이 넘는더, 이는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는 다른 생존 작가(제프 쿤스(44만), 데이비드 호크니(32만), 게르하르트 리히터(18만)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인스타그램 노출도가 곧 작품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대중성은 있다는 방증이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요즘 미술관의 관객들은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직접 경험하고 만나 일체화되기를 원한다”며 “특별한 공간에 들어가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하게 만드는 ‘인피니티 미러 룸’을 비롯한 쿠사마의 작품이 대중의 욕구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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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떠나 살지만 민속신앙-조각보 등 천착 “서울서 첫 전시회…당당한 모습 보여주고파”

    알록달록한 무늬가 눈에 띄는 신비로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 여성이 우두커니 서 있다. 부엌칼과 배추김치가 그려진 외투를 두르고 뿔소라를 투구처럼 뒤집어쓴 여성은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한국계 캐나다인 작가 제이디 차(차유미·40)의 자화상 ‘귀향’이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그가 서울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차 씨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 있고 당당한 모습을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차 씨는 다음 달 25일까지 서울 용산구 타데우스 로팍에서 열리는 그룹전 ‘지금 우리의 신화’에 참여 중이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 화랑 타데우스 로팍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첫 단체전이다. 차 씨는 전시에서 ‘귀향’을 비롯한 회화 3점과 텍스타일(천) 조각 3점 등 총 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는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마고할미’ 퍼포먼스로 글로벌 미술계의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해 하우저앤드워스 뉴욕 갤러리 그룹전에 참가했고, 현재 런던 공공미술관 화이트채플에선 한옥을 모티프로 한 설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전시장에서 6일 만난 차 씨는 그림 속 강렬한 모습과 달리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창작의 영감이 된 ‘마고할미’ 얘기가 나오자 신이 난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신화 속 마고할미는 오줌과 대변으로 강과 산을 만든다”며 “사회에서 종종 무시당하는 할머니를 마고할미 신화는 강력한 존재로 그려내 흥미로웠다”고 했다. 마고할미는 한국 민속 신앙 속 창조신으로, 일부 지역에선 마고산성, 마고할미 폭포 등 전설과 관련된 장소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민속 신앙 관련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차 씨는 이렇게 주류에서 밀려났지만 가치 있는 것들을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재해석한다. 런던과 서울 전시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조각보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주류 미술사에 익숙한 사람은 몬드리안을 떠올리지만, 내가 영감을 받은 건 한국의 이름 모를 여인들”이라고 했다. 사각형 색면으로 된 형태의 근원이 서구 추상화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엄마가 딸에게, 그 딸이 또 딸에게 말과 손으로 전해준 예술로서 조각보의 가치를 끌어온다. 이런 작품 스타일은 결국 그의 예술적 생존 방식이기도 하다. 차 씨는 “내 작품을 서양인은 동양적이라고, 한국인은 서양적이라고 느껴 흥미롭다”고 말한다. 그는 너무 다른 두 문화 사이에서 기존의 틀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을 거부해 왔다. 그리고 조각보, 마고할미 등 틀에서 밀려난 것들을 모아 자신의 무기로 만들었다.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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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추김치, 부엌칼, 마고 할미와 조각보…제이디 차가 예술로 살아남는 법

    알록달록한 무늬 속 신비로운 풍경 앞 한 여자가 서 있다. 부엌칼과 배추 김치가 그려진 외투와 소라를 갑옷과 투구처럼 쓴 여자는 관객을 정면으로 쳐다본다. 한국계로 캐나다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제이디 차(40·한국명 차유미)의 자화상의 모습이다. ‘귀향’이라는 제목의 작품에서 그녀는 “작가로서 한국에 돌아온 만큼 자신있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차 씨는 서울 용산구 타데우스 로팍에서 열리는 그룹전 ‘지금 우리의 신화’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그는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마고 할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글로벌 미술계에서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하우저앤워스 뉴욕 갤러리 그룹전에 참가했으며, 현재 영국 런던의 공공미술관인 화이트채플에서도 한옥을 모티프로 한 설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차 씨는 그림 속 강렬한 모습과 달리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작품에 영감이 된 마고 할미 신화와 바리 공주 설화가 언급되자 이내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는 “신화 속 마고 할미는 오줌과 대변으로 강과 산을 만들었다”며 “우리 사회에서 종종 무시 당하는 존재인 할머니를 파워풀한 존재로 그려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마고 할미는 한국 민속 신앙에서 창조신으로, 지역에는 여전히 마고 관련 전설이나 장소가 남아 있다. 다만 민속 신앙이 소홀한 대접을 받으면서 관련 연구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차 씨는 이렇게 주류에서 밀려났지만, 가치있는 것들을 모아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재해석해 작품으로 제시한다. 런던과 서울 전시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조각보’ 또한 이런 맥락이다. 그는 “주류 미술사에 익숙한 사람은 이모양을 보고 몬드리안을 떠올리지만, 내가 영감을 받은 것은 한국의 이름모를 여인들“이라고 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엄마가 딸에게, 그 딸이 또 딸에게 말과 손으로 전해준 예술로서 ‘조각보‘의 가치를 끌어온 것이다. 이러한 작품 스타일은 결국 그녀의 생존 방식이기도 했다. 차 씨는 자화상 왼편에 있는 갈매기를 가리키며, “캐나다에서 갈매기는 귀찮고 성가신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높은 하늘을 유영하는 갈매기는 리처드 버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 속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갈매기는 캐나다와 한국 어느 곳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했던 자신을 상징하는 듯 했다. 차 씨는 “내 작품을 서양인은 동양적이라고, 한국인은 서양적이라고 느껴 흥미롭다”고 했다. 너무 다른 두 문화 가운데서 차 씨는 기존의 틀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조각보, 갈매기, 마고할미 등 틀에서 밀려난 것들을 모아 자신의 무기로 만들었다. 그녀의 예술적 생존법은 독특한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하고 갑옷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었음을 작품은 보여준다. 전시는 2월 25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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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균관 “설 차례상, 과일 자유롭게 올리세요”

    “차례는 약식 제사입니다. 간소하게 지내세요.”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와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은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절 인사법과 차례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영갑 의례정립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올리지 않아도 된다”며 “힘들게 전을 부치느라 고생하는 일은 안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성균관은 이날 떡국과 나물, 구이, 김치, 과일로 구성된 ‘설 차례 간소화 진설도’를 공개했다. 과일이 4∼6종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단출한 밥상과도 같다. 과일 종류도 정해진 것이 없기에 편하게 고르면 된다. 성균관은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나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 밤 배 감)’가 예법을 다룬 문헌에는 없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가족과 상의해 좋아하는 것은 상에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지방(紙榜) 대신 사진을 놓고 차례를 지내도 된다. 차례와 성묘 중 어느 것을 먼저 할지는 가족이 의논해서 정하라고 성균관은 덧붙였다. 세배를 할 때는 공수(拱手)를 한 후에 절을 하면 된다. 공수는 전통 예절에서 손을 배꼽 높이에 가지런히 모으는 자세다. 남자는 왼손이,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간다. 덕담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먼저 한다. 이후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건강 기원 등의 인사를 올리는 것이 예법에 맞는다고 성균관 측은 설명했다. 성균관은 제례에 대해 따로 연구한 뒤 올 9월경 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궁극적으로 가정불화나 남녀 갈등, 노소 갈등이 없는 행복한 전통문화를 계승하고자 한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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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캔버스 대신 청바지 회화… 그림으로 보는 여행명소…

    문명에 대한 고찰을 담은 현대미술, 국내 주요 여행지의 모습을 담은 회화와 사진, 유머러스하게 일상을 풀어낸 일러스트까지…. 장르별로 다양한 예술을 경험해볼 만한 눈에 띄는 전시들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3 전시관에서는 태국 출신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개인전 ‘이미지, 상징, 기도’가 열리고 있다. 아룬나논차이는 태국의 역사나 동양의 샤머니즘 등 토속 문화를 현대적 기술로 재해석해 주목받는 작가다. 지난해 영국 미술 전문지 ‘아트리뷰’가 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을 선정한 ‘파워 100’ 중 88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화려한 시각 효과가 돋보이는 영상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드론의 시선으로 신을 표현하거나 귀신을 부르는 의식에서 레이저 조명을 활용한 작품 등이 대표적이다. 2021년에는 광주비엔날레에서 자신의 할아버지의 죽음, 태국 민주화운동과 제주4·3사건 등을 고찰한 ‘죽음을 위한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선 청바지를 활용한 아룬나논차이의 회화작품들이 소개된다. 2012년부터 시작된 연작 ‘역사 회화’의 일부인 이 작품들에서 청바지는 서구 중심의 세계화와 노동의 역사를 의미한다. 작가는 청바지를 표백한 다음 이것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린 뒤 불에 태운다. 그리고 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다음, 불에 타고 남은 그림과 재를 결합해 다시 작품으로 만들었다. 작품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작업 과정 덕분이다. 그의 작품에서 불은 문명이 태어나고 소멸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전시장 바닥 또한 불에 탄 듯 갈라져 굳은 재로 만들어져 눈길을 끈다. 29일까지. 서울 중구 피크닉에서는 ‘국내 여행’전이 열린다. 강요배, 박대성, 유근택 등 국내 화단의 유명 작가들의 회화 작품은 물론이고 제주 오름을 평생 찍은 사진가 김영갑, 전국의 산과 산악인을 기록한 김근원의 사진 작품을 통해 국내 여행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영화감독 김종관, 무대미술가 여신동도 참여했다. 박대성의 작품 ‘불 밝힘 굴’로 시작한 전시는 유근택 작가가 서울과 대전을 오가던 길을 한지에 수묵채색으로 기록한 대작 ‘풍경의 속도-서울에서 유성까지’로 이어진다. 산을 오르며 기록한 김영일의 영상 ‘평창의 산’, 김근원의 사진 ‘산과 사람들’도 감상할 수 있다. 김근원의 사진에서는 일제 강점기 훼손된 한국의 산과 자연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1950년대 후반 시작된 근대 등산 문화의 변천을 파악할 수 있다. 전시는 2월 19일까지. 1만5000∼1만8000원. 현대인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일러스트 작가 장 쥘리앵의 ‘그러면, 거기’전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작가의 첫 회고전인 전시는 회화, 설치, 영상, 미디어아트 등 10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작가의 스케치북 100권도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스케치북에는 작가가 일상에서 포착한 일상적인 순간을 즉흥적으로 기록한 드로잉이 담겼다. 쥘리앵은 자신의 성격에 대해 “비판적”이라 자평하면서도 “불쾌한 것들을 유쾌하게 바꿔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에는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온갖 전자 기기의 전선에 얽매인 사람, 사다리 형태의 월요일(Monday) 글자를 힘겹게 기어오르는 남자 등 언어유희를 가미한 재치가 돋보인다. 색감이 화려하고 포토존이 될 만한 대형 벽화가 많아 어린이도 즐길 만한 전시다. 24일까지. 1만3000∼2만 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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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바지 위 선명한 불과 재… 아룬나논차이展 등 볼만한 미술 전시들

    문명에 대한 고찰을 담은 현대미술, 여행으로 가볼 만한 국내 각 지역을 담은 회화와 사진, 유머러스하게 일상을 풀어낸 일러스트….. 이번 주 장르별로 다양한 예술을 경험해볼 만한 전시들이 열린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3 전시관에서는 태국 출신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개인전 ‘이미지, 상징, 기도’가 열리고 있다. 아룬나논차이는 태국의 역사나 동양의 샤머니즘 등 토속 문화를 현대적 기술로 재해석해 주목받는 작가다. 드론의 시선으로 신을 비유하거나 귀신을 부르는 의식에서 레이저 조명을 활용하는 등 화려한 시각 효과가 돋보이는 영상 작품이 유명하다. 단편 영화 작품으로 2018년 로테르담, 싱가포르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2021년에는 광주비엔날레에서 자신의 할아버지의 죽음, 태국 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 등을 고찰한 ‘죽음을 위한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엔 청바지를 활용한 아룬나논차이의 회화가 전시된다. 작가는 서양 미술에서 흔히 쓰이는 캔버스 대신 청바지를 많이 사용했다. 작가에게 청바지는 서구 중심의 세계화와 노동의 역사를 의미하는데, 그 데님 천을 하얗게 표백해 바탕으로 쓴다. 그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불에 태우는 등 여러 기법을 활용한다. 특히 불은 문명이 태어나고 소멸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전시장 바닥 또한 불에 탄 듯 갈라져 굳은 재로 만들어져 눈길을 끈다. 29일까지. 서울 중구 피크닉에서는 ‘국내 여행’전이 열린다. 강요배, 박대성, 유근택 등 국내 화단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제주 오름을 평생 찍은 사진가 김영갑, 전국의 산과 산악인을 기록한 김근원의 사진 작품을 통해 국내 여행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영화감독 김종관, 무대미술가 여신동도 참여했다. 박대성의 작품 ‘불 밝힘 굴’로 시작한 전시는 유근택 작가가 서울과 대전을 오가던 길을 한지에 수묵채색으로 기록한 대작 ‘풍경의 속도 - 서울에서 유성까지’로 이어진다. 산을 오르며 기록한 김영일의 영상 ‘평창의 산’, 김근원의 사진 ‘산과 사람들’도 감상할 수 있다. 김근원의 사진에서는 일제 강점기 훼손된 한국의 산과 자연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1950년대 후반 시작된 근대등산 문화의 변천을 파악할 수 있다. 전시는 2월 19일까지. 1만5000원~1만8000원. 현대인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일러스트 작가 장 줄리앙의 ‘그러면, 거기’전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작가의 첫 회고전인 전시는 회화, 설치, 영상, 미디어아트 등 10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작가의 스케치북 100권도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스케치북에는 작가가 일상에서 포착한 일상적인 순간을 즉흥적으로 기록한 드로잉이 담겼다. 줄리앙은 자신이 “비판적인 성격”이라면서도 “불쾌한 것들을 유쾌하게 바꿔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작품에는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온갖 전자 기기의 전선에 얽매인 사람, 사다리처럼 형상화된 월요일(Monday) 글씨를 힘겹게 기어오르는 기어오르는 남자 등 언어유희를 가미한 재치가 돋보인다. 색감이 화려하고 포토존이 될만한 대형 벽화가 많아 어린이도 즐길 만한 전시다. 24일까지. 1만3000원~2만 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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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달에 매료된 소년, 인류 최초의 ‘블랙홀 사진사’ 되다

    1971년 어느 여름날 독일의 시골 마을. 가족 모두가 정원에 모여 있지만 한 소년은 어두운 방에서 텔레비전을 열심히 보고 있다. 화면에는 아폴로 15호의 달착륙선 팰컨이 달에서 찍은 흑백 사진들이 나오고 있었다. 인류의 대담한 시도에 매료된 이 소년은 자라서 세계 최초의 블랙홀 사진을 찍은 천문학자가 된다. 이 책의 공동 저자 하이노 팔케 네덜란드 랏바우트대 교수 이야기다. 그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과학 기자인 외르크 뢰머와 함께 책을 썼다. 책의 첫 장면은 인간이 처음으로 관측한 블랙홀 사진이 공개된 벨기에 브뤼셀의 기자회견장이다. 2019년 4월 10일, 당시 사건지평선망원경(EHT)협력단의 유럽연합(EU) 대표이자 EHT 과학위원회 의장이었던 팔케 교수가 블랙홀 사진을 소개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지켜본다는 사실에 긴장하다 ‘광년’을 ‘킬로미터’로 잘못 말하기도 하지만, 현장의 열기 속에서 이내 설명을 이어간다. 공개 후 몇 시간 만에 40억 명이 블랙홀 사진을 조회할 정도로 중요한 순간이었다. 블랙홀은 연료를 소모해 완전히 타버린 별들의 무덤이다. 질량이 극도로 커 심하게 휜 이 공간은 빛을 포함해 우주의 모든 것을 먹어 치운다. 이 때문에 관측이 어려웠지만 전 세계에 흩어진 전파 망원경을 연결하는 ‘사건 지평선 망원경’ 프로젝트를 통해 가능해졌다. 책은 블랙홀과 우주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으로 시작해 블랙홀 관측의 여정을 소개한다. 팔케 교수가 “사진 한 장에 인생의 연구가 담겼다”고 할 정도로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론적 설계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망원경들이 팀플레이를 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었다. 사람의 실수는 물론 날씨까지 변수가 됐다. 영화처럼 좌절과 기쁨이 오간 순간을 소개한 저자는 책 막바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신을 이야기한다. “헤아릴 수 없는 광대한 공간을 떠도는 먼지 알갱이 위의 알갱이에 불과한 것이 인간”이라면서. 호기심 가득했던 소년의 꿈은 우주의 먼 블랙홀까지 닿았지만 결국 그는 자신과 옆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 희망, 사랑으로 돌아왔다고 고백한다. 또한 모두가 오만한 정복자에서 겸손한 탐구자로 돌아가자고 당부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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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모자부터 대처 핸드백까지… 유명인 소장품 한자리

    2013년 3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자리를 내려놓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했을 때 “바티칸 역사상 처음으로 흰 주케토 두 개가 공존한다”는 말이 나왔다. 주케토는 가톨릭에서 교황, 추기경, 주교가 쓰는 모자로, 흰 주케토는 교황만 쓸 수 있다. 교황 두 명이 함께 살아있는 드문 일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서울 도심에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썼던 흰 주케토를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3월 25일까지 열리는 ‘셀럽이 사랑한 Bag & Shoes’전이다. 이랜드뮤지엄이 30년간 수집한 유명인의 소장품 50만 점 중에서 200점을 전시에서 선보인다. 전시장에서는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1925∼2013)가 입은 슈트와 핸드백도 볼 수 있다. 특히 핸드백은 대처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통한다. 대처가 총리로 재임할 당시 테이블 위에 핸드백이 올려져 있다는 것만으로 그녀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 대처가 공격적 언사로 정치적 상대를 압박하는 것을 당시 영국 사회에서 ‘핸드배깅(Handbagging)’이라고 표현했고, 이 단어는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됐다. 대처에게 핸드백은 정치적 무기나 마찬가지였던 것처럼 유명인들이 사용했던 물건에는 그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1958∼2009)의 재킷과 의자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화려한 일상을 즐긴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잭슨이 ‘문워크’를 처음 선보인 1996∼1997년 월드투어에서 입은 재킷은 화려한 조명이 반사되도록 반짝이는 장신구가 가득 달려 있다. 그가 ‘디스 이즈 잇’ 월드투어 숙소에서 사용하기 위해 주문 제작한 의자에는 크리스털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이 외에도 그룹 퀸, 밥 딜런, 비욘세, 레이디 가가 등 유명 팝스타의 물건과 영화 ‘메리 포핀스’(1975년), ‘닥터 두리틀’(1998년), ‘포레스트 검프’(1994년)에서 사용한 소품도 전시됐다. 전시된 물건 중 가장 비싼 건 전설적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 불스 마지막 시즌(1997∼1998년)에 입었던 유니폼 상의와 운동화 ‘에어 조던 13’이다. 조던이 마지막 시카고 불스 시즌에 입었던 다른 유니폼은 지난해 소더비 경매에서 141억 원에 낙찰됐다. 1만∼1만5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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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기증’ 피카소 도예 112점, 9월 청주관서 모두 공개

    국립현대미술관은 9월 청주관에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한 파블로 피카소의 도예 작품 112점을 모두 공개하는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피카소 도예’를 개최한다. ‘검은 얼굴’(사진), ‘이젤 앞의 자클린’, ‘큰 새와 검은 얼굴’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올해 말에는 ’이건희 컬렉션’ 전체 작품 1400여 점의 도판과 정보를 정리한 도록을 발간하고 미술관 홈페이지에도 공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한국 실험미술 1960∼1970’전을 5월부터 내년 5월까지 서울과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최한다. 강국진, 김영진, 성능경, 이강소, 이건용, 이승택 등 한국 작가 26명의 작품과 자료 등 100여 점을 소개한다. 미국 샌디에이고미술관에서는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 한국 채색화전 ’생의 찬미’를 연다. 국내에서는 장욱진, 김구림 개인전과 동산 박주환의 기증품을 소개하는 ’동산 박주환 컬렉션전’을 선보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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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같은 토끼, 부활의 토끼, 비싼 토끼[영감 한 스푼]

    ‘흰 토끼를 따라가시오(Follow the white rabbit).’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를 진실의 세계로 이끈 이 대사를 기억하시나요?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도 앨리스는 시계를 든 토끼를 따라 토끼굴로 들어가면서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라를 마주하게 됩니다. 서양에서는 이렇게 토끼가 영리한 듯 멍청하고, 온순한 듯 사나운 알쏭달쏭한 캐릭터이자,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가이드를 상징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술 속에서는 어땠을까요?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토끼를 꼽으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다음 세 작품을 이야기할 것입니다.끈기가 만든 사실적인 토끼첫 번째 작품은 ‘북구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렸던 독일 작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수채화 ‘야생 토끼’(1502년)입니다. 언스트 핸스 곰브리치의 책 ‘서양 미술사’에서도 이 작품이 언급되는데요. 곰브리치는 “눈에 보이는 세상을 끈기와 인내로 충실하게 표현해 내고자 한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이야 카메라로 모든 순간을 쉽게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적으로 그려낸 그림의 감동이 500년 전보다는 덜합니다. 그럼에도 이 그림을 가까이서 보면 하나하나 살아있는 토끼의 털, 흰 배경에 극적으로 드리워진 그림자, 입을 금방이라도 오물거릴 것 같은 생동감이 돋보입니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바로 토끼의 눈이죠. 확대해서 보면 토끼의 작은 눈동자에 비친 흰 두 줄이 보이는데요. 미술사학자들은 이것이 뒤러의 작업실에 있었던 창문의 잔상이라고 추측합니다. 뒤러가 얼마나 현실을 충실하게 그림으로 옮기려고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죠. 첫 번째 토끼는 인간의 손으로 도달할 수 있는 사실성의 극치까지 이르려는 ‘장인 정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구체제 한계 보여준 토끼다음은 요제프 보이스가 1965년 선보인 퍼포먼스 작품 ‘죽은 토끼에게 그림을 설명하는 법’입니다. 보이스는 예술을 삶의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다양한 후대 예술가에게 영향을 주어 ‘20세기의 다빈치’로 불렸습니다. 이 퍼포먼스 작품에서 보이스는 자신의 머리를 꿀과 금박으로 덮은 다음 죽은 토끼를 끌어안고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그림을 설명했습니다. 토끼의 귀에 대고 알 수 없는 말을 속삭이는 그의 모습을 관객들은 갤러리 창문으로 구경했다고 합니다. 이 퍼포먼스는 도대체 무슨 의미였을까요? “나에게 토끼는 부활의 상징입니다. ‘부활’이란 건 그런데 인간의 상상에서만 가능한 일이죠. 또 꿀은 인간의 사고를 말합니다. 벌이 꿀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인간은 사고하고 개념을 만들어낼 수 있죠. 이러한 인간의 능력이 죽은 것을 살게 만들지만, 또 살아있는 것을 죽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저는 보이스의 이 말을 제2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 이어진 냉전의 맥락에서 이해합니다. 즉, 이데올로기가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 만들고 사회와 시스템을 발전시켰지만, 그것이 도그마가 되면서 토끼와 자연처럼 살아있는 것들을 죽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죠.어마하게 비싼 토끼여기서 토끼는 ‘오래된 체제의 한계’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시작’을 상징합니다. 한 치의 흠도 없이 매끄럽고, 반짝이며, 아주 비싼 것. 냉전 체제가 무너진 이후 자본주의는 세계의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지며 무한히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시대가 낳은 예술 속 토끼의 모습은 ‘사실적인 토끼’도, ‘현명한 토끼’도 아닌 ‘어마어마하게 비싼 토끼’입니다. 세 번째 토끼는 바로 제프 쿤스의 조각 작품 ‘토끼’(1986년)입니다. 이 작품은 2019년 소더비 경매에서 1000억 원 넘는 가격에 낙찰되며 잠시나마 ‘(경매로 팔린 작품 중)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의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로써 세 번째 토끼는 예술가의 붓 터치, 예술가의 사상 따위는 필요 없는, ‘비싸기로 유명한’ 것이 가장 주목받는 시대의 상징이 되었죠. 물론 이 시대의 모든 사람이 값비싼 것을 찬양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지만, 흥미로운 구석도 많습니다. 우선은 끈기와 집념으로 그림을 그린 뒤러와 달리 쿤스는 자신의 조각 작품을 전문 생산 공장에 맡기기로 유명합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쓰이는 오스카 트로피를 제작하는 업체에 의뢰한다고 하죠. 또 사회와 시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사유한 보이스와 달리 쿤스는 지금 돈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영민하게 간파해 냅니다. 그가 미술관 연간 회원권의 영업 직원으로 엄청난 실적을 낸 뒤 스스로 작품을 만들며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것, 알고 계시죠? 쿤스의 비싼 토끼를 보며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에 살고 있나?’ 약간은 절망적인 고민에 빠져들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 역시 지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면 소셜미디어 속 반짝이는 환상들에 매료된다는 것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예술 속 어떤 토끼가 가장 매력적인가요?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하시면 이메일로 먼저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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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르테논 엘긴 마블’ 그리스로 돌아오나

    19세기 영국이 그리스 아테네에서 가져간 ‘엘긴 마블’을 아테네로 반환하는 협의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2500년 전 만들어진 ‘엘긴 마블’은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외벽에 붙어 있던 조각으로 영국박물관의 대표 소장품이다. 조각상 운반을 주도한 영국 외교관 토머스 엘긴의 이름을 따 ‘엘긴 마블’이라고 부른다. 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과 그리스 정부는 문화재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반환을 논의 중이다. 영국박물관에 있는 ‘엘긴 마블’ 일부가 수년 동안 아테네에 전시되고, 이 기간 동안 아테네의 문화재가 영국박물관에 전시되는 식이다. 영국박물관은 이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런 반응은 영국 정부가 그간 ‘엘긴 마블’ 반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그리스 정부는 1983년부터 ‘엘긴 마블’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영국 정부는 “엘긴 경이 (당시 그리스를 점령했던)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허가를 받아서 반출한 것”이라며 거부해왔다. 다만 최근 서양 박물관을 중심으로 약탈 문화재를 반환하는 움직임이 일고, 지난해 12월 17일 교황청도 파르테논 신전 조각품 3점을 돌려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가장 유명한 약탈 문화재 중 하나인 ‘엘긴 마블’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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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개월 넘은 러-우크라 전쟁… “양국 각각 10만명 사상”

    지난해 2월 러시아의 대대적인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10개월 넘게 이어지며 끝날 기미 없이 소모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영토인 자포리자, 루한스크, 헤르손, 도네츠크 등 4곳을 합병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들 지역을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뺏고 빼앗기며 교전을 지속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양국이 각각 10만 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도네츠크 지역을 중심으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2일(현지 시간) 러시아 정부는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의 러시아군 임시 주둔지가 공격을 받아 63명이 사망했다며 이례적으로 피해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실제 사망자가 400명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이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6발을 러시아군 주둔지에 발사했으며 이 중 2발이 러시아군에 요격됐다. 하지만 미사일이 러시아군이 탄약을 보관하던 곳에 명중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NYT는 “러시아 정부가 밝힌 사망자 수만으로도 이번 전쟁에서 단일 교전으로 입은 최악의 피해 중 하나”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겐 곤혹스러운 일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하이마스 미사일의 사정권에 탄약과 군사들을 함께 배치하는 등 실수를 반복해 피해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러시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세르게이 미로노프 전 러시아 상원의장은 “군에 필요한 첩보와 보안을 제공하지 않은 고위 당국자에게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군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2일 “밤새 자폭 드론 40대가 키이우로 날아와 방공망이 전부 격추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대응 역량을 소진시키기 위해 이란제 드론 ‘샤헤드’로 공격하려 한다는 정보가 있다”며 “러시아의 목표를 반드시 좌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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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미사일 공격 받아 러군 63명 사망” 이례적 피해 공개

    지난해 2월 러시아의 대대적인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10개월 넘게 이어지며 끝날 기미 없이 소모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영토인 자포리자, 루한스크, 헤르손, 도네츠크 등 4곳을 합병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들 지역을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뺏고 빼앗기며 교전을 지속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양국이 각각 10만 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추정 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도네츠크 지역을 중심으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2일(현지 시간) 러시아 정부는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의 러시아군 임시 주둔지가 공격을 받아 63명이 사망했다며 이례적으로 피해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실제 사망자가 400명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이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6발을 러시아군 주둔지에 발사했으며 이 중 2발이 러시아군에 요격됐다. 하지만 미사일이 러시아군이 탄약을 보관하던 곳에 명중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NYT는 “러시아 정부가 밝힌 사망자 숫자만으로도 이번 전쟁에서 단일 교전으로 입은 최악의 피해 중 하나”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겐 곤혹스러운 일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하이마스 미사일의 사정권에 탄약과 군사들을 함께 배치하는 등 실수를 반복해 피해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러시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세르게이 미로노프 전 러시아 상원의장은 “군에 필요한 첩보와 보안을 제공하지 않은 고위 당국자에게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군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2일 “밤새 자폭 드론 40대가 키이우로 날아와 방공망이 전부 격추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대응 역량을 소진시키기 위해 이란제 드론 ‘샤헤드’로 공격하려 한다는 정보가 있다”며 “러시아의 목표를 반드시 좌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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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發 입국자 PCR 첫날… 106명중 13명 확진 판정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방역대책이 시행된 첫날인 2일 중국발 입국자 10명 중 1명 이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가 나온 중국발 입국자 106명 중 12.3%인 1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중국발 항공편 8편을 타고 국내에 들어온 승객은 총 718명이다. 이 중 208명이 관광 등의 목적으로 입국한 단기 체류자이거나 유증상자여서 공항에서 PCR 검사를 받았다. 방역당국은 이날 공항 내 검사 대상자가 300명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간 집계된 양성률이 12.3%인 만큼 입국자 전원에 대한 검사 결과가 나오면 이날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온 확진자 중 시설격리 대상자가 30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발 확진자 중 단기 체류자는 별도 격리시설에서 7일간 격리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한 격리시설은 총 100명밖에 수용하지 못해 사흘이면 격리시설이 ‘만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 현장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이날 인천공항에선 중국발 입국자가 아닌 승객을 PCR 검사 대상자로 착각해 잘못 안내하거나, 검사 대상자가 일반 시민과 섞이는 등 종일 혼선이 빚어졌다. 한편 미국에선 강한 면역 회피력을 가진 새 변이 XBB.1.5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XBB.1.5 감염이 전체 코로나19 신규 감염에서 40.5%를 차지해 곧 우세종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입국자 통제 제대로 안돼 대열 뒤섞여… 공항 PCR검사 혼선중국발 입국자 검사 의무화 첫날…본인 부담 검사비 결제 우왕좌왕“6시간 넘게 대기하라니” 불만도…“하루 입국 1100명 감당 가능한지” “중국에서 오는 친구를 마중 나왔는데 6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2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중국인 A 씨(29)는 중국발 입국자 전원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의무화된 사실을 몰랐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방역대책이 시행된 첫날 인천공항 곳곳에선 혼선이 빚어졌다. 동선 통제가 제대로 안 돼 검사 대상이 아닌 사람이 대열에 섞이기도 했고, 검사 대상자가 검사 전 지인들과 접촉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검사 대상자 섞이기도이날 오전 10시 45분경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서 출발한 승객 76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했다. 이 중 단기 체류이거나 유증상자인 외국인 58명은 PCR 검사 의무화에 따른 공항 검사 대상자였다. 단기 체류 외국인들은 착륙한 지 1시간 가까이 지난 오전 11시 40분경 입국 수속을 마치고 입국 게이트를 나섰다. 대기하던 검역관들은 이들의 동선을 통제하고 PCR 검사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터미널 외부에 별도로 설치된 검사센터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줄을 잘못 선 외국인들이 중국발 입국자 검사센터로 함께 섞여 이동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외부로 나갈 때도 별도로 구분된 동선을 이용하지 않아 일반 시민과 섞이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검사 비용 8만 원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일부 입국자들은 공항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에게서 현금을 받기도 했다. 일부는 검사센터로 이동하던 중 지인을 만나 짐을 건네주며 접촉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경 중국 다롄에서 도착한 B 씨(37)는 “현금이 없어 결제 방법을 찾느라 1시간을 허비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충칭시에서 입국한 C 씨는 “오후 3시에 도착했는데 오후 5시가 다 돼서야 검사를 받았다”며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5시간 이상 걸려 한밤중에나 공항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검사 대상자는 음성도 양성도 아닌 ‘미결정’ 판정을 받고 대기가 길어졌다. ○ ‘방역 관리 사각지대’ 우려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하루 평균 중국발 입국자는 1100명 내외로 예상된다. 질병청은 이 중 인천공항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단기 체류 외국인을 300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공항에서 PCR 검사를 받지 않은 내국인과 장기 체류 외국인은 입국 후 거주지 인근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를 받은 사람이 확진자일 수 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집에 머무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 원칙은 ‘권고’일 뿐이라 당사자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자칫 확진자가 지역사회에 섞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 관리 사각지대’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것이다. 한편 2일 0시 기준 입원 중인 코로나19 중환자는 637명으로 전날(636명)에 이어 이틀째 600명대로 집계됐다. 중환자가 늘면서 병상 가동률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1일 오후 5시 기준 42.2%로 지난해 8월 말 이후 약 4개월 만에 40%대를 기록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인천=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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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서 ‘면역 회피’ 오미크론 변이 급속 확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 변이 중 하나인 XBB.1.5가 미국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고 CNBC방송 등이 보도했다. 2일(현지 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XBB.1.5는 미국 내 신규 감염의 40.5%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24일 기준 21.7%에서 일주일 만에 2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미국 보건당국과 연구자들은 지난해 8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XBB 변이가 오미크론 부스터샷을 포함한 코로나19 백신을 회피하거나 돌파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수개월간 면밀히 관찰해왔다고 CNBC는 전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앤드루 페코스 박사는 “XBB.1.5는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이 많아서 면역 회피력이 더 높다”고 말했다. 다만 XBB.1.5 변이가 감염 환자의 입원율이나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싱가포르에서 XBB 변이가 확산된 적이 있었지만 중증률을 높이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에서는 XBB.1.5가 아직 확산되지 않은 상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XBB.1.5 변이 감염 사례가 지난해 12월 8일 처음 확인된 후 총 13건이 발견됐다. 이 중 국내 감염자는 6명, 해외 유입 감염자는 7명이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면역 회피력이 강한 변이로 지목한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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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밖 원폭 피해자 보상 이끈 곽귀훈 씨 별세

    일본 밖에 거주하는 원자폭탄 피해자에게도 피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일본 정부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이끌어 낸 곽귀훈 씨(사진)가 지난해 12월 31일 별세했다. 향년 98세. 2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시민단체 ‘한국 원폭 피해자를 돕는 시민모임’ 이치바 준코 회장은 곽 씨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고인은 1998년 오사카지법에 ‘일본 정부가 원폭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해외 거주라는 이유로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해 5년간 법정 투쟁 끝에 승소했다. 이 판결로 2003년부터 한국에 사는 피폭자 1000여 명이 일본 정부 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고인은 일제강점기 말인 1944년 9월 징병돼 히로시마로 갔다가 1945년 8월 6일 원폭 피해를 입었다. 원폭 투하 지점에서 2km 떨어진 곳에서 복무해 목숨은 건졌지만 상반신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일본이 항복한 뒤 귀국한 그는 1950년대 말 한 신문에 ‘히로시마 회상기’를 연재하며 강제동원과 원폭 피해 공론화에 힘썼다. 1967년 한국원폭피해자협회를 결성해 일본 정부에 피해 보상을 요구했으나 ‘1965년 한일협정으로 보상은 끝났다’며 거절당했다. 1998년 7월 자신의 피해수당 지급이 중단되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고인은 2005년, 2011년 자신의 소송 기록 및 원폭 피해자 운동 관련 기록을 국사편찬위원회에 기증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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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펑크문화 아이콘’ 웨스트우드 별세

    펑크 문화의 아이콘이자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인 비비언 웨스트우드(사진)가 29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81세. 웨스트우드는 30세에 영국 런던에 ‘렛 잇 록’이라는 패션 숍을 열며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찢어진 셔츠, 금속 체인, 주렁주렁 달린 옷핀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 등 반항기 가득한 그녀의 패션 스타일은 펑크 문화를 정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건 패션 브랜드로 국제적 명성을 이어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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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신임 외교부장에 ‘전랑 외교’ 친강 주미대사 임명

    중국 정부가 ‘늑대처럼 싸운다’는 전랑(戰狼)외교 원조 격인 친강(秦剛·56) 주미대사를 신임 외교부 수장으로 임명했다. 30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날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의 외교부장직을 면하고 친강 주미대사를 후임 외교부장으로 결정했다. 톈진 출신으로 1988년부터 외교부에서 근무한 친 신임 외교부장은 2005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8년간 외교부 대변인을 지내며 ‘중국의 입’ 역할을 했다. 당시 홍콩 민주화 시위나 티베트 인권 같은 외신기자들의 민감한 질문에 “망상에 근거에 보도하지 말라”고 ‘싸움꾼’처럼 쏘아붙여 중국 국민 사이에서 인지도도 높았다. 이미 올 10월 열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때부터 친 부장 임명이 유력시됐다. 당 대회에서 공산당 권력 핵심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뽑힌 왕이 전 외교부장은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한국 국가안보실장 격)을 맡게 되고 친 부장이 그 후임이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친 부장 임명으로 중국 외교부가 갈등 해결보다는 자국 이익과 주장을 더 선명하게 관철하는 공세 외교를 더 적극적으로 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중 관계에서도 갈등이 생길 때 더 강경하게 대응할 우려가 커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친 부장은 지난해 7월 주미대사로 부임한 뒤 미국 고위 관료들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미국 정부가 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을 할 수 없다면 제발 닥쳐 달라”고 말해 외교가를 놀라게 했다. 올 1월에는 미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대만이 독립의 길을 계속 간다면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 충돌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사로서는 이례적인 강경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친 부장을 각별히 총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중국 항저우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시 주석이 공개 석상에서 “그렇게 일하면 언제 쉬느냐”고 그에게 농담을 겸한 칭찬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년 뒤 친 부장은 당시 52세로 최연소 외교부 2인자인 부부장 자리에 올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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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펑크 아이콘’ 英 패션 거장 비비안 웨스트우드 별세

    펑크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인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29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81세. AP통신 등에 따르면 웨스트우드는 영국 런던 남부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 사망 원인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에서 1941년 태어난 웨스트우드는 30세에 남자친구이자 펑크 밴드 섹스피스톨즈의 매니저였던 말컴 맥라렌과 함께 런던에 ‘렛 잇 록’이라는 이름의 패션 숍을 열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찢어진 셔츠, 금속 체인, 주렁주렁 달린 옷핀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 등 반항기 가득한 그녀의 패션 스타일은 펑크 문화를 정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맥라렌과 이별한 뒤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패션 브랜드로 국제적 명성을 이어갔다. 1981년 ‘해적’ 컬렉션으로 시작한 그녀의 브랜드는 코르셋, 플랫폼 슈즈 등 영국의 역사 속 문화를 현대 패션에 결합해 주목을 받았다. 영국 왕실은 여성에게 주는 기사 작위인 ‘데임’ 칭호를 2006년 웨스트우드에게 수여했다. 자신을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라 “옷 입는 방식을 통해 부패한 모든 것에 저항하려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웨스트우드는 반전 운동이나 환경 운동에도 참여했다. 그는 “(환경) 파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파괴를 멈추고 인류를 도와야 한다”며 “옷을 잘 고르고 덜 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웨스트우드 대변인은 “내년 출범하는 비영리법인 ‘비비안 재단’을 통해 그녀의 행동주의적 삶과 디자인을 보호하고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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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m 협곡 추락 “현대차-아이폰이 살렸다”

    미국에서 운전 중 100m 아래 협곡으로 떨어진 커플이 구조된 사연이 전해졌다. 27일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현대차의 준중형차 ‘엘란트라N’(한국의 아반떼)을 타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일대를 여행하다 사고를 당한 클로이 필즈, 크리스천 젤라다 씨의 이야기를 전했다. 두 사람은 앤젤레스 국유림을 지나다 추월하려는 차를 위해 갓길로 비켜나던 중 미끄러져 300피트(약 91m)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이들이 타고 있던 자동차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지는 큰 사고를 당했지만 두 사람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 둘은 차에서 빠져나와 구조 요청을 하려고 휴대전화를 찾았지만 서비스가 되지 않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필즈 씨가 최근에 구매한 ‘아이폰14’ 덕분에 구조 당국에 긴급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아이폰14에 장착된 ‘충돌 감지 및 긴급 구조 요청 서비스’가 자동으로 사고를 감지하고 위성을 통한 긴급 신고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인근 수색 구조대와 연락이 닿은 이들은 문자를 주고받으며 위치를 전달했고, 구조대가 보낸 헬리콥터를 통해 무사히 협곡에서 빠져 나왔다. 필즈 씨는 트위터에 “현대 엘란트라N은 정말 훌륭하다”며 “300피트 아래로 떨어졌는데도 나는 살아남았다”고 전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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