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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단위 클래식축제면서 국내 최고의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었던 ‘마포 M 클래식축제’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안전한 ‘디지털 콘택트’의 옷을 입었다. 지역 내 명소를 배경으로 클래식 뮤직 비디오를 제작해 날짜별로 공개하는 ‘마포 6경 클래식’, 구민 100명이 온라인으로 화음을 맞추는 메인 콘서트 ‘클래식, 희망을 노래하다’ 등을 선보인다. 9월 16∼26일. ‘마포 6경 클래식’은 서울함공원, 광흥당, 하늘공원, 경의선숲길, 월드컵공원, 마포아트센터 등 여섯 곳을 배경으로 만드는 ‘시네마틱(cinematic·영화적) 클래식 시리즈’다. 송제용 마포아트센터 대표이사는 “공연 실황 중계가 주를 이뤘던 ‘랜선 공연’의 차원을 높여 드론, 360도 가상현실(VR) 카메라, 초광각 줌카메라 등을 총동원해 품격 높은 영상미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첼리스트 양성원, 피아니스트 문지영, 젊은 클래식 아티스트 10명으로 구성된 ‘클럽M’ 등이 각각의 영상미에 걸맞은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사전 제작한 영상은 9월 18일부터 24일까지(21일 제외) 마포문화재단 유튜브와 네이버TV 채널, 페이스북을 통해 차례로 공개된다. 문지영이 슈만의 피아노곡을 연주하는 20일 하늘공원 편은 표준 영상과 360도 VR 버전 등 두 가지로 공개한다. 축제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7시 반에는 마포구민 100명이 비대면 합창의 화음을 쌓아올리는 ‘클래식, 희망을 노래하다’가 펼쳐진다.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최영선 지휘 밀레니엄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1, 2악장에 이어 소프라노 캐슬린 김과 바리톤 김주택, 테너 김현수가 성악곡의 아름다움을 들려준다. 이어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100인 비대면 감동 대합창’이 펼쳐진다. 성악 출연진 세 사람과 밀레니엄심포니 오케스트라, 구민합창단 100명이 ‘해바라기’의 노래로 알려진 ‘사랑으로’를 함께 연주한다. 연주자들은 마포아트센터에 설치한 670인치 발광다이오드(LED) 패널 무대를 통해 화면으로 만난다. 공연은 네이버 공연전시판에서 생중계된다. 오프라인 대면 공연인 ‘구석구석 콘서트’도 코로나19 시대의 일상에 맞춰 준비한다. 16∼18일 망원한강공원 축구장에서 첼리스트 임희영과 바리톤 사무엘 윤 등이 출연하는 ‘텐트 콘서트’, 마포구 내 아파트단지에서 23∼25일 열리는 ‘발코니 콘서트’, 망원한강공원 축구장에서 소프라노 김순영 등이 출연하는 폐막공연 ‘시네마 콘서트’ 등을 마련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이 소나타들은 연민이나 유감이라곤 없이 음악만이 남는, 영원히 계속될 생명의 상징과도 같습니다.”(손민수) “이런 음악을 연주하고 듣다 보면, 초월적인 존재 앞에서 나를 성찰하는 느낌을 받습니다.”(김선욱) 베토벤의 마지막 세 피아노 소나타인 소나타 30, 31, 32번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를 사흘 간격으로 장식한다. 피아니스트 손민수(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베토벤 서거 190주년을 맞아 2017년에 시작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의 긴 여정을 9월 16일 여덟 번째 피날레 무대로 마친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이에 앞서 9월 13일 같은 장소에서 세 소나타와 대면한다. 3월 6일로 예정됐던 김선욱의 공연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돼 ‘사흘 차’ 무대가 펼쳐지게 됐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32번은 베토벤 만년의 내면을 남김없이 드러내 ‘베토벤 영혼의 정수’로 꼽히는 작품. 베토벤은 길이와 구조 모두 방대한 29번 ‘하머클라비어’ 소나타에 자신의 피아노 기법을 쏟아부은 뒤 이후의 세 소나타에서 한층 내밀하고 사색적인 세계를 펼쳐냈다. 연주 시간이 20분 남짓으로 짧으며, 슬픔과 초월을 모두 담아낸 듯한 피날레 악장을 가지는 등 공통점이 많지만 세 곡이 각기 ‘다른 영혼’이라고 할 만큼 독창적인 세계를 펼쳐낸다. 손민수는 여덟 차례의 베토벤 소나타 여정 중 일곱 번째를 올해 2월에 열어 ‘코로나 대란’ 속에서도 차질 없이 골인 지점 앞에 접어들었다. 그는 “베토벤이 지금 우리 곁에 살아있다면 무슨 얘기를 할까, 교향곡 9번에서 강조한 ‘인간의 화합’ 외에 ‘자연의 소중함’을 강조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베토벤은 숲을 거닐면서 ‘다음 세대 사람들이 여기 찾아오면 베토벤이 여기서 작곡했다고 전해 달라’고 했죠.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고 다시 그 피해를 당하는 오늘, 베토벤의 정신이 인류에게 거는 말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는 9월 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을 담은 음반을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로 발매할 예정이다. 음반을 녹음한 통영국제음악당에서는 9월 11일 공연이 예정돼 있다. 그 외 광주 인천 대구에서도 같은 레퍼토리로 공연한다. 서울 공연 3만3000∼5만5000원, 기타 지역 3만 원. 02-338-3816 13일 서울에서 공연하는 김선욱은 베토벤의 고향인 독일 본의 ‘베토벤 하우스’ 멘토링 프로그램 첫 수혜자로 선정돼 이 박물관의 소장품을 독점 사용하는 혜택을 누린 바 있다. “베토벤의 자필 악보를 펼쳐보며 그의 영혼을 느꼈죠. 음악사에서 인류의 정신과 계몽의 정신을 녹여 스펙트럼을 무한대로 넓힌 작곡가가 바로 베토벤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선욱은 세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에 앞서 중기의 피아노곡인 ‘안단테 파보리’를 첫 곡으로 연주한다. ‘따뜻하게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곡’이어서 넣었다고 그는 밝혔다. 3만∼10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김원웅 광복회장은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애국가의) ‘동해물과 백두산이’ 부분 곡조가 불가리아 민요를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했다. 실제 안익태의 애국가가 불가리아 민요를 베꼈을까. 이 ‘설’은 56년이라는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1964년 안익태가 추진위원장을 맡은 서울국제음악제가 열렸다. 이때 내한한 불가리아계 미국 지휘자 피터 니콜로프가 기자회견을 열어 주최 측의 계약 위반을 비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국 애국가 몇 소절은 내 모국 불가리아 민요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니콜로프는 그가 말한 민요 ‘오 도브루자의 땅이여(О, Добруджански край!)’를 불러 보이기도 했다. 이 민요는 정말로 ‘애국가’와 닮았을까. 유튜브에 올라온 연주와 악보를 살펴보면 닮은 부분이 존재한다. 애국가는 음계상 ‘솔 도∼시라 도 솔’로 시작한다. ‘오 도브루자의 땅이여’는 ‘솔 도∼시라 <시> 솔’로 시작한다. 애국가의 ‘길이 보전하세’와 같은 ‘솔 도 레 미 도’의 진행도 등장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닮았다’고 하기는 분명히 무리다. 두 노래는 브루흐 ‘스코틀랜드 환상곡’ 3악장 주선율과도 닮았다. 심지어 북한의 ‘애국가’도 ‘솔 도 시라 솔’로 ‘애국가’와 닮은 음 진행으로 시작한다. 선율 구조 일부가 닮았다고 표절이라면,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도입부는 구노 ‘아베마리아’의 표절이다. 또 말러 ‘대지의 노래’ 첫 곡은 슈만 ‘교향적 연습곡’, 차이콥스키 ‘렌스키의 아리아’는 리스트 ‘오베르만의 골짜기’의 표절이 된다. 안익태와 같은 세계적 작곡가가 외국 민요를 빌려야 할 정도로 음악적 상상력이 빈약했을 리도 없다. 한 나라의 국가는 깊은 음악적 영감을 필요로 하지만, 애국가의 선율 구성만 보면 ‘표절’이 필요한 고난도 작업이 아니다. 이를 의식했음인지 애국가의 음악적 문제점을 줄기차게 지적해 온 국악 작곡가 김정희도 ‘안익태가 표절했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선율이 유사한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안익태의 ‘애국가’가 국가로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음악적으로는 못갖춘마디를 연상시키는 박자로 시작하지만 실제 못갖춘마디로 이어지지 않는 선율 구성상의 결함, ‘동해물’ ‘백두산’ 대신 ‘해물과’ ‘두산이’가 하나로 묶이는 강세(악센트) 문제가 있다. 또 안익태가 ‘대한민국 국가 작곡가’로 적합한 삶을 살았는지도 열린 눈으로 재검증할 수 있다. 하지만 반세기 이상 ‘설’에 그쳐온 ‘애국가 표절’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특정 의도에 끌어 맞추기 위한 무리한 주장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1957년, 중국 푸순 수용소에서 석방돼 일본으로 귀환한 일본군 포로들이 ‘중국귀환자연락회’를 조직했다. 회원 대부분이 나이 먹어 활동하기 힘들어진 2002년까지 모임은 이어졌다. 미국 대학에서 영문학과 인권, 폭력 문제에 대해 강의해온 저자가 이 ‘귀환포로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책에 담았다. 중국에 간 일본군은 악마가 되었다. 아이 안은 엄마를 쏘거나 우물에 던지고, ‘누가 더 많이 강간했나’를 경쟁하고, 잡힌 농민들에게 창자 봉합이나 사지 절단 수술을 실험했다. 처음에는 주저하다 둔감해졌고, ‘실적’과 출세를 의식하게 되었고, 명령에 따라 행동할 뿐이라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도쿄대에서 칸트를 전공하며 ‘내 머리 위엔 빛나는 별, 내 마음 속에는 빛나는 도덕률’을 가슴에 새기던 젊은이도 똑같았다. 이 증언들을 통해 저자는 ‘여러 대학살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정치 문화적 특징은 무엇인가,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조직적 심리적 과정은 무엇인가, 나아가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고자 했다고 말한다. 저자 자신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시종일관 자신의 작업이 ‘전쟁 트라우마를 인권 포르노로 만들어버릴까’라는 회의를 그치지 않는다. 중단할 수는 없었다. 책에 인용한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유대인에게 행한 대학살)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신성모독이고 피해자에게 잘못하는 것이라면, 침묵하는 것은 얼마나 더 큰 잘못이며 신성모독이겠는가’라는 말이 그의 자세를 대변한다. 일본은 지금도 정부 각료가 난징대학살을 ‘날조’라고 우기고, 총리는 한국 여성들이 전쟁 중 성노예로 동원된 사실을 부인한다. 생체실험의 주범들은 많은 수가 일본 의료계에서 출세의 길을 달렸다. 반면 양심적 증언을 이어간 귀환자 연락회 회원들은 ‘중국에서 세뇌되었다’며 경찰이 따라다녔다. ‘위안부 피해자 위로금을 민간기금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은 국가(일본)의 책임 인식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전형적 후원자-수혜자 관계로 만든다’는 지적도 새겨볼 필요가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어머니가 만드신 옷을 입은 덕에 더 좋은 연기와 노래가 나온 것 같습니다.” 13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제4회 동아뮤지컬콩쿠르 시상식에서 고등부 금상을 수상한 김서현 군(18·서울공연예술고 3학년)은 뮤지컬 ‘웃는 남자’ 중 ‘웃는 남자’를 불러 영예를 안았다. 그가 입은 ‘웃는 남자’ 그윈플렌의 붉은 겉옷은 어머니가 직접 만든 옷이었다. “어머니가 전문적으로 의상을 제작하시느냐”는 질문에 김 군은 “그렇지 않지만 옷을 잘 만드신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내가 꿈꿔 온 길을 잘 가고 있다는 걸 인정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대학·일반부 금상은 ‘미녀와 야수’ 중 ‘If I can‘t love her’를 노래한 양석현 씨(25·동국대 3학년)가 받았다. 중등부 금상은 ‘맨 오브 라만차’의 ‘Impossible dream’을 열창한 김응규 군(15·반포중 3학년)이 수상했다. 이날 열린 본선 경연에서는 중등부에 쌍둥이 자매 인채윤, 채희 양(이상 14·용인대덕중 2학년)이 나란히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아이다’ 중 ‘My Strongest Suit’를 부른 채윤 양은 은상을, ‘위키드’의 ‘마법사와 나’를 부른 채희 양은 장려상을 각각 받았다. 이날 본선 심사는 권오경 백제예술대 교수, 김건표 대경대 교수, 김무준 배우, 오세혁 연출가, 최용수 연출가가 맡았다. 권오경 심사위원은 “첫 회 동아뮤지컬콩쿠르부터 지켜보고 있는데 해마다 기량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일부 출연자는 주어진 답에 맞춘 듯 개성이 부족한 연기를 펼쳐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건표 심사위원은 “출중한 기량을 펼친 출연자가 많았다. 일부 고등부 출연자들의 가창과 연기는 전문 뮤지컬 배우에 못지않을 정도였다”며 “캐릭터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아쉬운 출연자도 있었다”고 밝혔다. 올해 동아뮤지컬콩쿠르는 참가자들이 마스크 착용 후 입장, 자가진단표 작성, 발열 검사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절차를 이행하는 가운데 시상식을 포함해 전 과정이 무관객으로 진행됐다. 본선 채점표와 참가자들에 대한 개별 심사평은 동아뮤지컬콩쿠르 홈페이지에 8월 중 게시될 예정이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대학·일반부 △금상 양석현 △은상 김소희(명지대 졸업) 송정훈(서울예대 1학년) △장려상 장희원(단국대 4학년) 김재한(동국대 2학년) 조성필(동국대 2학년) 오진택(단국대 2학년) 안동혁(동국대 2학년) 박영주(대원여고 졸업) 이은지(단국대 3학년) 김민성(중앙대 2학년) 김태율(추계예대 졸업) 정동하(청운대 1학년) 김채영(경민대 졸업) 한지희(서울예대 3학년) ▽고등부 △금상 김서현 △은상 장하윤(서울공연예고 3학년) △동상 이예은(서문여고 3학년) 정연우(계원예고 3학년) △장려상 이승현(안양예고 3학년) 김규리(정화여고 3학년) 김채은(안양예고 3학년) 고예진(서울실용음악고 3학년) 박세인(서울공연예고 3학년) 김예인(안양예고 3학년) 송지은(대전관저고 3학년) 김우성(경기예고 3학년) 김명진(대구서부고 3학년) 김재영(경북대부설고 3학년) ▽중등부 △금상 김응규 △은상 인채윤 △동상 권유리(인화여중 3학년) △장려상 인채희 장수연(동평여중 3학년) 전상준(신길중 3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정효국악문화재단(이사장 김정석)과 동아일보는 최근 국악 진흥 발전과 문화사업 교류협력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앞으로 두 기관이 주최하는 행사 및 경연대회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7일 개막하는 제36회 동아국악콩쿠르부터 서울 서초구 정효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정효국악문화재단은 2015년 전국 최초로 국악을 위한 문화재단으로 설립됐다. 재외동포 예술가들의 국내 초청 무대 ‘세계한민족공연예술축제’, 대학생 국악 무대인 ‘정효풍류악회’, 중견 이상 국악인 공연 무대인 ‘대한민국명인명무전’, 대학원생을 위한 기획 대관 진선진악(盡善盡樂) 등을 펼치고 있다. 주재근 정효국악문화재단 대표이사(사진)는 “이번 MOU 체결로 동아국악콩쿠르 및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공동 기획하고 추진해 국악 활성화와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립음악박물관 건립 추진 운동도 기획 중인 주 대표는 “정효국악문화재단의 각종 행사 및 내년에 시작하는 ‘대한민국생활국악축제’ 등에서 동아일보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클래식 동호인들과 종종 ‘오페라 맞히기 퀴즈’ 놀이를 합니다. 노래를 듣고 오페라 제목을 먼저 말하는 사람이 점수를 따죠.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 하고 빠른 박자를 노래하면 십중팔구 ‘피가로의 결혼’이라는 답이 먼저 튀어나옵니다. 정답은 ‘세비야의 이발사’죠.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는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프리퀄(이전 이야기를 다룬 속편) 격입니다. 세비야의 이발사가 30년 늦은 1816년에 나왔지만 피가로의 결혼보다 더 앞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세비야의 이발사에서는 예쁜 처녀 로시나가 린도로라는 젊은이와 사랑에 빠지지만 로시나의 후견인 바르톨로가 두 사람을 방해합니다. 린도로는 재주꾼 피가로의 지혜를 빌리죠. 두 젊은이는 결혼에 성공하는데, 린도로는 실은 알마비바 백작이라고 하는 귀족이었습니다.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세월이 흘러 피가로가 알마비바 백작 집의 하인이 돼 있고, 그 집 하녀 수잔나와 결혼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로시나와 사랑이 식은 백작은 수잔나에게 눈독을 들이죠. 피가로는 계략으로 백작을 궁지에 몰아넣고 결혼에 성공합니다. 이 오페라에선 케루비노라는 소년이 백작부인을 사모하는 역할로 나오죠. 그가 부르는 노래가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입니다. 줄거리가 이어지는 이유는, 원작이 시리즈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인 극작가 보마르셰는 주인공들이 이어지는 3부작 희곡을 썼습니다.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죄 있는 어머니’입니다. ‘죄 있는 어머니’는 처음 듣는 분이 많을 겁니다. 내용을 들으면 놀랄 수 있습니다. 백작이 출장을 간 날, 백작부인 로시나는 자기를 연모하는 케루비노와 하룻밤을 보내고 레옹이라는 아들을 낳습니다. 한편 백작도 남모르는 딸이 있죠. 일이 꼬이다 보니 이 젊은이들이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작곡가들은 이 죄 있는 어머니도 오페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작곡가 마스네, 미요 등이 오페라로 만들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최근 작품으로는 1983년에 나온 ‘베르사유의 유령’이 있습니다. 미국 작곡가 존 코릴리아노가 썼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이 오페라는 보마르셰의 죄 있는 어머니를 한 바퀴 더 틀었습니다. 배경은 베르사유 궁전. 프랑스혁명으로 처형된 루이 16세와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 등의 유령이 살죠. 왕이 따분하다고 하니까 극작가 보마르셰가 오페라를 만들어 올리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페라 속의 오페라’가 펼쳐지고 그 내용이 죄 있는 어머니입니다. 이 오페라의 1983년 초연은 로시나 역에 소프라노 러네이 플레밍, 마리 앙투아네트 역에 당대의 스타 소프라노인 테리사 스트라타스 등 호화 캐스트로 화제가 됐습니다. 이 작품은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지금도 공연되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채널 ‘유윤종튜브’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보마르셰의 ‘피가로 3부작’ 중 첫 번째 희곡을 오페라로 만든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일환으로 14∼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됩니다. 서울시오페라단도 세비야의 이발사를 18∼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M시어터에서 공연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오랜 무대 공백 끝에 공연되는 전막 오페라 무대들입니다. 베르사유의 유령도 언젠가 우리나라 무대에서 만나고 싶어집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클래식 동호인들과 종종 ‘오페라 맞추기 퀴즈’ 놀이를 합니다. 노래를 듣고 오페라 제목을 먼저 말하는 사람이 점수를 따죠.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하고 빠른 박자를 노래하면 십중팔구 ‘피가로의 결혼’이라는 답이 먼저 튀어나옵니다. 정답은 ‘세빌랴의 이발사’죠.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랴의 이발사’는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프리퀄(이전 이야기를 다룬 속편)격입니다. 세빌랴의 이발사가 30년 늦은 1816년에 나왔지만 피가로의 결혼보다 더 앞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세빌랴의 이발사에서는 예쁜 처녀 로지나가 린도로라는 젊은이와 사랑에 빠지지만 로지나의 후견인 바르톨로가 두 사람을 방해합니다. 린도로는 재주꾼 피가로의 지혜를 빌리죠. 두 젊은이는 결혼에 성공하는데, 린도로는 실은 알마비바 백작이라고 하는 귀족이었습니다.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세월이 흘러 피가로가 알마비바 백작 집의 하인이 돼있고, 그 집 하녀 수잔나와 결혼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로지나와 사랑이 식은 백작은 수잔나에게 눈독을 들이죠. 피가로는 계략으로 백작을 궁지에 몰아넣고 결혼에 성공합니다. 이 오페라에선 케루비노라는 소년이 백작부인을 사모하는 역할로 나오죠. 그가 부르는 노래가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입니다. 줄거리가 이어지는 이유는, 원작이 시리즈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인 극작가 보마르쉐는 주인공들이 이어지는 3부작 희곡을 썼습니다. ‘세빌랴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죄 있는 어머니’입니다. ‘죄 있는 어머니’는 처음 듣는 분이 많을 겁니다. 내용을 들으면 놀랄 수 있습니다. 백작이 출장을 간 날, 백작부인 로지나는 자기를 연모하는 케루비노와 하룻밤을 보내고 레옹이라는 아이를 낳습니다. 한편 백작도 남모르는 딸이 있죠. 일이 꼬이다 보니 이 젊은이들이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작곡가들은 이 죄 있는 어머니도 오페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작곡가 마스네, 미요 등이 오페라로 만들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최근 작품으로는 1983년에 나온 ‘베르사유의 유령’이 있습니다. 미국 작곡가 존 코릴리아노가 썼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이 오페라는 보마르쉐의 죄 있는 어머니를 한 바퀴 더 틀었습니다. 배경은 베르사유 궁전. 프랑스혁명으로 처형된 루이 16세와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 등의 유령이 살죠. 왕이 따분하다고 하니까 극작가 보마르쉐가 오페라를 만들어 올리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페라 속의 오페라’가 펼쳐지고 그 내용이 죄 있는 어머니입니다. 이 오페라의 1983년 초연은 로지나 역에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마리 앙투아네트 역에 당대의 스타 소프라노인 테레사 스트라타스 등 호화 캐스트로 화제가 됐습니다. 이 작품은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지금도 공연되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채널 ‘유윤종튜브’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보마르쉐의 ‘피가로 3부작’ 중 첫 번째 희곡을 오페라로 만든 로시니의 세빌랴의 이발사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일환으로 14~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됩니다. 서울시오페라단도 ‘세비야의 이발사’를 18~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M시어터에서 공연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오랜 무대 공백 끝에 공연되는 전막 오페라 무대들입니다. 베르사유의 유령도 언젠가 우리나라 무대에서 만나고 싶어집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제 음악적 발전에 가장 중요했던 시간이 한예종 영재원에서의 1년이었습니다.”(양인모)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 한국예술영재교육원(한예종 영재원) 첫 기수 출신 두 연주가가 호흡을 맞춘다. 2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신창용 & 양인모 듀오 콘서트’.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5)는 2015년 파가니니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피아니스트 신창용(26)은 2017년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이듬해 미국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대표적 피아노 레이블인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 소속 연주가로도 활동했다. 두 사람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금호 영재 콘서트’에도 출연하면서 한국 예술영재 정통 코스를 밟아 왔다. 한예종 영재원은 2009년 국가적 차원의 예술영재 육성을 위해 문을 열었다. 주말과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초등학교 5학년생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예술영재를 집중 지도한다.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손열음(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도 한예종 영재원 출신이다. “음악영재 첫 기수는 모두 열 명이 안 됐어요. 당시엔 저보다 한 살 많은 1994년생 형 누나들을 선발했고 저만 한 학년 어려서 처음엔 약간 주눅 든 채로 다녔죠.(웃음) 창용이 형은 성격이 활발해 모두와 두루 친한 편이었어요.” 양인모는 “한예종 영재원은 실기 집중 교육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눈을 뜨게 해준 곳이었다”고 말했다. “이영조 교수님의 강의를 비롯한 음악이론 시간을 통해 그때까지 어렴풋이 느끼기만 했던 음악의 ‘체계’를 깊이 알게 되었죠. 실내악 시간도 정말 유익했어요. 같은 음악도 연주자의 성격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지, 그 다양한 해석을 어떻게 하나로 버무려낼 수 있는지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무대에선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그리그 소나타 3번, 시벨리우스 ‘다섯 개의 소품’, 슈만 환상곡 C장조를 연주한다. 잘 알려진 베토벤과 슈만의 곡 외에 북유럽 프로그램 두 곡이 두드러진다. 양인모는 “시벨리우스가 바이올린을 사랑해 바이올린 소품을 70곡 이상 썼다. 춤곡 느낌이 많이 들고 이해하기 쉽다. 그리그의 소나타 중에서 많이 연주되는 곡이 3번인데, 민족적 색채가 두드러지면서 선율미가 뛰어나 처음 듣는 청중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만5000∼6만5000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베토벤의 활동 무대였던 빈에서 삶의 절반을 보냈고 늘 그를 만나 왔어요. 이제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을 한층 의미 있게 보내게 되었습니다.”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젊은 음악가 육성 프로젝트인 ‘넥스트 스테이지’ 올해 지휘자로 선정된 지휘자 박승유(33·사진)의 말. 2015년 28세로 런던 국제 지휘콩쿠르에서 우승한 그가 19일 오후 7시 반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코리안 심포니 넥스트 스테이지 무대에서 베토벤 ‘피델리오’ 서곡과 교향곡 4번을 지휘한다. 지난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16세의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하는 ‘올 베토벤’ 프로그램이다. 넥스트 스테이지 콘서트는 그해의 지휘자에게 프로그램 구성의 권한을 준다. 박승유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첼로를 공부했고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 전공으로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2018년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국제지휘콩쿠르에서 2등상과 청중상을 받았다. “처음엔 베토벤 이후의 작곡가들에게 더 관심이 많았죠. 공부를 할수록 베토벤에 대한 후배 작곡가들의 존경과 그들이 받은 영향을 느꼈고, 빈이라는 환경도 더해 베토벤에 빠져들어갔습니다.” 이번 콘서트의 메인곡인 교향곡 4번은 웅대한 3번 ‘영웅’과 5번 교향곡 사이에서 ‘두 거인 사이에 있는 그리스 여인’으로 불리는 작품이다. “3번과 5번 교향곡은 작품의 ‘메시지’가 강한 반면 4번은 더 음악 자체의 기법에 집중할 수 있죠. 자유롭고 유머러스한 곡이기도 해서 선택했습니다.” 첼리스트에서 지휘자로 경로를 바꾼 이유를 물었다. 그는 “유학을 떠나면서 좋은 연주자에서 음악가로, 음악가에서 예술가로, 나아가 좋은 인간이 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고 말했다. 첼로나 지휘는 그 경로에서 주어지는 ‘모습’일 뿐이라는 것. ‘인간의 완성’을 목표로 삼았던 베토벤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었다. 지난해 넥스트 스테이지에도 여성 지휘자 김유원이 선발됐다. 세계에 불고 있는 여성 지휘자 열풍에 대해 박승유는 “지휘자가 가진 다양한 배경과 자질에 비해 여성이거나 남성이라는 요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휘자로서의 롤 모델을 묻자 카를로스 클라이버, 클라우디오 아바도, 마리스 얀손스를 들었다. “음악 본연에 충실하면서 자신들의 개성도 충분히 발휘한 거장들이었죠. 그들의 무대에는 음악에 대한 헌신과 숭고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1만∼4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흔히 클래식 음악은 유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음악은 매주, 매일 인기곡 차트가 바뀌는데 클래식은 인기 있는 곡만 늘 인기 있다고 말이죠. 그 생각이 늘 맞는 것은 아닙니다. 비발디의 ‘사계’는 오늘날 전 세계 클래식 차트 1위를 휩쓸고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대중이 거의 모르는 작품이었죠. 1955년 이탈리아의 실내악단 ‘이 무지치’가 음반을 내놓고 세계 곳곳에서 연주하면서 최고의 인기곡이 되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도 자주 연주되지 않다가 인기곡으로 떠오른 작품입니다. 1908년 세상에 나왔고, 연주하는 데 대략 1시간이 걸리는 곡이죠. 말러나 브루크너의 교향곡보다 길지는 않지만, 초연 후 ‘지루하다’ ‘형식이 느슨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문제는 라흐마니노프의 신경이 너무 섬세했다는 것입니다. 스물네 살 때 교향곡 1번을 썼지만 악평을 받자 신경쇠약에 걸려 한참을 고생할 정도로 이른바 ‘유리 멘털’이었죠. 결국 교향곡 2번도 그가 포기했습니다. ‘지휘자가 자기 마음대로 줄여서 연주해도 좋다’고 선언했죠. 그 뒤에도 이 곡을 연주하는 사람은 드물었고, 가끔 아무렇게나 생략된 형태로 공연되거나 음반이 나오는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외면받던 이 곡의 재발견에 공헌한 사람이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독일계 미국인)입니다. 그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로 있던 1971년 이 악단을 이끌고 소련과 아시아 순회연주에 나섰습니다.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도쿄 오사카 나고야를 거쳐 서울 홍콩으로 이어지는 일정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동아일보 주최로 시민회관(현재 세종문화회관)에서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차이콥스키의 협주곡을 협연했습니다. 이때 메인 프로그램으로 연주된 곡이 바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이었습니다. 물론 마음에 든 곡이니까 선택했겠지만 프레빈은 이 순회연주에서 이 곡을 계속 지휘하면서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진정으로 이 곡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2년 뒤인 1973년에는 프레빈이 같은 런던 심포니와 이 곡을 음반으로 발매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뒤 여러 지휘자가 이 곡의 음반을 내놓았고, 줄여서 연주하는 일은 사라졌습니다. 이 곡을 편집 없이 음반으로 내놓은 것은 프레빈보다 5년 앞서 폴 클레츠키(폴란드 출신)라는 지휘자가 첫 번째였지만 이 곡의 인기에 불을 붙인 것은 프레빈의 음반이었습니다. 1976년에는 인기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클리블랜드 음악원을 나온 에릭 카먼이라는 가수가 이 곡의 느린 3악장 메인 선율을 편곡해 팝송 ‘Never Gonna Fall in Love Again’(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리)으로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카먼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 2악장도 ‘All By Myself’라는 노래로 각색해 더 큰 인기를 끌었죠.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도 삽입된 노래입니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으로 돌아가면, 이 곡은 어딘가 가을 분위기가 충만합니다. 초가을, 우리나라의 9월 햇살 같다고 할까요. 이병욱이 지휘하는 인천시립교향악단이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8월 6일 이 곡을 연주합니다. 미국의 20세기 작곡가 새뮤얼 바버의 바이올린협주곡을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협연하고, 영화 ‘플래툰’ 삽입곡으로 유명한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도 연주합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흔히 클래식 음악은 유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음악은 매주, 매일 인기곡 차트가 바뀌는데 클래식은 인기 있는 곡만 늘 인기 있다고 말이죠. 그 생각이 늘 맞는 것은 아닙니다. 비발디의 ‘사계’는 오늘날 전 세계 클래식 차트 1위를 휩쓸고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대중이 거의 모르는 작품이었죠. 1955년 이탈리아의 실내악단 ‘이 무지치’가 음반을 내놓고 세계 곳곳에서 연주하면서 최고의 인기곡이 되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도 자주 연주되지 않다가 인기곡으로 떠오른 작품입니다. 1908년 세상에 나왔고, 연주하는 데 대략 한 시간이 걸리는 곡이죠. 말러나 브루크너의 교향곡보다 길지는 않지만, 초연 후 ‘지루하다’ ‘형식이 느슨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문제는 라흐마니노프의 신경이 너무 섬세했다는 것입니다. 스물네 살 때 교향곡 1번을 썼지만 악평을 받자 신경쇠약에 걸려 한참을 고생할 정도로 이른바 ‘유리 멘탈’이었죠. 결국 교향곡 2번도 그가 포기했습니다. ‘지휘자가 자기 마음대로 줄여서 연주해도 좋다’고 선언했죠. 그 뒤에도 이 곡을 연주하는 사람은 드물었고, 가끔 아무렇게나 생략된 형태로 공연되거나 음반이 나오는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외면 받던 이 곡의 재발견에 공헌한 사람이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입니다. 그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로 있던 1971년 이 악단을 이끌고 옛 소련과 아시아 순회연주에 나섰습니다.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도쿄 오사카 나고야를 거쳐 서울 홍콩으로 이어지는 일정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동아일보 주최로 시민회관(현재 세종문화회관)에서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차이콥스키의 협주곡을 협연했습니다. 이때 메인 프로그램으로 연주된 곡이 바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이었습니다. 물론 마음에 든 곡이니까 선택했겠지만 프레빈은 이 순회연주에서 이 곡을 계속 지휘하면서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진정으로 이 곡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2년 뒤인 1973년에는 프레빈이 같은 런던 심포니와 이 곡을 음반으로 발매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뒤 여러 지휘자가 이 곡의 음반을 내놓았고, 줄여서 연주하는 일은 사라졌습니다. 이 곡을 편집 없이 음반으로 내놓은 것은 프레빈보다 5년 앞서 폴 클레츠키라는 지휘자가 첫 번째였지만 이 곡의 인기에 불을 붙인 것은 프레빈의 음반이었습니다. 1976년에는 인기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클리블랜드 음악원을 나온 에릭 카먼이라는 가수가 이 곡의 느린 3악장 메인 선율을 편곡해 팝송 ‘Never Gonna Fall In Love Again’(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리)으로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카먼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 2악장도 ‘All By Myself’라는 노래로 각색해 더 큰 인기를 끌었죠.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도 삽입된 노래입니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으로 돌아가면, 이 곡은 어딘가 가을 분위기가 충만합니다. 초가을, 우리나라의 9월 햇살 같다고 할까요. 이병욱이 지휘하는 인천시립교향악단이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8월 6일 이 곡을 연주합니다. 미국의 20세기 작곡가 사무엘 바버의 바이올린협주곡을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협연하고, 영화 ‘플래툰’ 삽입곡으로 유명한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도 연주합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평생 베를린 필의 일원으로 지내고 싶습니다. 최고의 관현악, 최고의 실내악, 솔로 활동으로 균형을 잡으며 활동하겠다는 제 꿈에 이보다 적합한 곳은 없으니까요.”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종신 단원에 임명된 비올리스트 박경민(사진)이 한국 팬들을 만난다. 28일 오후 7시 반 서울 여의도 신영체임버홀에서 피아니스트 손정범 협연으로 브루흐 ‘콜 니드라이’와 브람스 비올라 소나타 2번 등을 연주한다. 박경민은 열세 살 때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에서 수학했고 2010년 동아음악콩쿠르에서 일반부 비올라 1위를 차지했다. 2018년 28세의 나이로 베를린 필 수습단원이 됐고 지난해 11월 정단원들의 투표를 통해 종신 단원이 됐다. 베를린 필은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 등 세계 정상의 지휘자들이 수석 지휘자로 재임하면서 ‘세계 최고의 앙상블’로 군림해온 오케스트라다. 그는 수습 단원이 된 뒤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아 통상 2년인 수습 기간도 4개월이나 줄였다. “최고의 권위를 가진 악단이고, 제가 베를린에서 유학하면서 늘 베를린 필의 연주를 보고 영감과 격려를 얻었으니 다른 악단은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는 베를린 필의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솔리스트로서도 최고로 인정받고, 악단 내 실내악 활동도 활발해 다방면의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는 베를린 필 내의 많은 실내악 팀 중 지난해 만든 ‘필하모닉 4중주단’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수습단원으로 임용되고 3개월 뒤, 그때까지 ‘상대적으로’ 무명이던 러시아 출신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 베를린 필 수석지휘자로 공식 취임했다. “페트렌코는 열정이 넘치고 단원들을 한 번에 집중시키는 카리스마를 갖고 계셔요. 균형 잡힌 음악을 펼치시죠. 단원들의 큰 존경을 받고 있으니 오래 함께할 것 같아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거의 모든 오케스트라의 활동이 멈췄지만 베를린 필은 유료 온라인 콘서트를 제공하는 ‘디지털 콘서트 홀’을 통해 세계 음악 팬을 만나 왔다. 그도 계속 온라인 콘서트에 참여하다가 이달 초 일시 귀국했다. 그는 어린 시절 바이올린을 공부하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더 크고 소리가 낮은 비올라로 바꿨다. “바이올린의 높은 소리가 싫다고 어릴 때 ‘노래’를 불렀죠. 비올라를 처음 잡은 순간부터 마치 내 목소리 같고 편안했어요.” 전석 2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사상가인 토머스 홉스(1588∼1679)에 대해 배운 기억은 있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세 가지 키워드를 떠올려보자. ‘만인 대(對) 만인의 투쟁’ ‘사회계약론’ ‘리바이어던(leviathan)’. 홉스는 ‘자연 상태의 인간은 모든 사람에 대해 늑대’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민의 주권을 권력자에게 양도함으로써 국가가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생각을 집대성한 책이 ‘리바이어던’(1651년)이다. 성경에 나오는 괴물 이름이다. 합의로 생겨난, 괴물 같은 권력이 인간을 보호한다고 본 것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학술서는 아니다. 연구 자료도 변변치 않고, 창칼을 들고 논적과 승부를 겨룬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논문은 아닐지라도 겸사(謙辭)가 지나치다. ‘홉스 사전’을 저술하는 등 최고의 홉스 전문가로 인정받아온 저자는 이 사상가가 겪은 세세한 에피소드부터 일생 동안 펼친 논전, 그의 사상에 놓인 토대와 세부, 오해와 결함까지 낱낱이 드러낸다. ‘리바이어던’을 내놓은 뒤 1650, 60년대 홉스의 삶은 수많은 논쟁으로 점철된다. 저자의 해박함이 빛나는 부분이다. 유럽 사상계의 라이벌이었던 데카르트와의 논전은 박진감까지 느껴진다. 데카르트는 정신과 물질을 구분했고 홉스는 물질적 실체만 인정했다. 저자는 홉스를 일방적으로 응원하지 않는다. ‘둘 다 허영심이 강하고 자기도취에 빠져 있었다.’ 홉스는 데카르트의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를 비틀어 ‘나는 걷는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고 해도 된다’고 꼬집는다. 이에 대해 저자는 ‘험담이고 모욕이다. 설득력이 없다’고 단언한다. 때로는 젊은 홉스가 ‘만년의 홉스’의 라이벌이다. ‘리바이어던’에 앞서 쓴 ‘시민론’ 2판에는 저자가 ‘무지와 공포 논증’이라고 부르는 논증이 나온다. ‘사악한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들과 선량한 사람을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조심하고 자신을 방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논증이 이후 나온 리바이어던보다 설득력 있다며 ‘때로는 홉스가 나중에 쓴 저서보다 초기 저서가 낫다’고 못 박는다. 논증과 분석으로만 수놓아진 딱딱한 책으로만 읽을 필요는 없다. 셰익스피어를 낳은 17세기 영국의 문화적, 사회적 다양함이 곳곳에 녹아들어 색다른 재미를 준다. 홉스의 최대 후원자였던 캐번디시가의 여주인 베스는 엘리자베스 1세 대(對) 메리 여왕의 갈등에 얽혀들며 위기에 빠졌다가 빠져나온다. 홉스가 한 세대 위 사상가 베이컨의 비서로 일했던 사실도 흥미롭다. 각자의 생각이 뚜렷했기에 서로를 차용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신화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을 보면 유사점이 엿보인다. 격식 있는 문체를 유지하다가도 때로 숨겨둔 카드처럼 가만히 전하는 저자의 ‘개인 취향’은 이 커다란 책에 매력을 더한다. ‘산문은 시가 될 수 없다. 시적 희열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홉스의 말을 인용하며 저자는 ‘제인 오스틴과 엘리엇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그의 주인공을 질타한다. 우리 사회에 소개되어온 홉스 관련 저작물은 ‘리바이어던’과 그 해설서 정도였다. 이 책은 사회철학을 넘어 자연과학과 신학에 이르기까지 넓은 분야에서 성과를 남긴 이 종합적 지식인의 전모를 살피기에 부족함이 없다. 원서는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이 1999년 발간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김유빈. 플루티스트. 23세. 4년 전 19세 때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수석이 됐고 이듬해 종신수석이 됐다. 동년배 세계 플루트계의 선두그룹에 선 그가 광복절인 다음 달 15일 오후 5시 경기 성남시 티엘아이 아트센터에서 독주회 ‘프렌치 나이트’를 연다. 프로그램으로는 프랑스 플루트 음악 특유의 섬세한 감각이 살아있으면서 플루트 전공 학생들이 꼭 거쳐 가는 고베르, 샤미나드, 포레, 비도르의 곡들을 골랐다. “프랑스에서는 높은 수준의 연주자들이 리사이틀 무대에 올리는 작품들이죠. 우리나라에서는 학생 때 가벼운 마음으로 거쳐 가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어요. 진짜배기 프랑스 플루트 음악이 가진 음색부터 기술까지, 제가 보일 수 있는 한 보이고 싶었어요.” 1부에서는 감미로운 고베르의 ‘마드리갈’로 분위기를 잡고 샤미나드의 ‘소협주곡’으로 화려하게 끝낸다. 2부에서는 음악 팬들에게 익숙한 멜로디인 포레의 ‘파반’으로 시작해 그가 ‘세상의 모든 음악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곡’인 포레의 환상곡을 거쳐 기교적인 비도르의 모음곡으로 끝을 장식한다. 그는 교향악단 더블베이스 주자인 아버지로부터 음악사랑을 이어받았다. 어머니가 플루트를 배우던 음악학원에 따라갔다가 플루트에 빠졌다. 그 후 ‘신동’이라는 말은 줄곧 그를 따랐다. 열여섯 살 때 프랑스로 건너가 리옹 고등음악원 학사, 파리 고등음악원 석사과정을 졸업했고 2015년 체코 프라하의 봄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그에게도 올해는 순탄치 않았다. 그가 속한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3월 말 모든 일정을 취소하라는 베를린 주정부 지시를 받았다. “여러 국적의 단원들이 며칠 뒤엔 각자 나라로 돌아가더군요.” 무대가 다시 열려 ‘절반 이상이 부모님 세대인’ 단원들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0대 초반에 명문 악단의 플루트 파트를 대표하는 역할은 어떨까. “우리 악단은 분위기가 매우 자유롭지만 모두가 텃세나 차별은 의식적으로 피합니다. 수석이니까 리더십이 있어야 하니 어려운 자리는 맞죠. 주장이 분명해야 하면서 설득으로 풀어야 하고. 그런데 아무 문제도 없었어요. 제 성격과 맞는 것 같아요.”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이 이 악단의 악장(콘서트마스터)이다. “전에는 몰랐던 사이죠. 너무 착하시고 카리스마도 짱짱하고. 한국인이 악장을 맡는 악단의 한가운데서 플루트를 연주하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하고 베를린 국립음대 플루트 반주 강사를 지낸 피아니스트 성해린이 협연한다. 4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기다렸다, 오페라!” 올해 상반기(1∼6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던 오페라가 돌아온다. 올해 11회째를 맞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다음 달 7∼9일 누오바오페라단의 임준희 ‘천생연분’을 시작으로 네 작품을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다. 올해 오페라계에선 3월부터 예정됐던 전막 오페라 공연이 줄줄이 취소 또는 연기됐다. 이후 간간이 열리는 온라인 공연과 갈라(여러 오페라의 아리아 등 하이라이트를 무대장치 없이 공연하는 것)로 ‘버텨’왔다. 국립오페라단이 6월 무대에 올리려 했던 마스네 ‘마농’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최초로 열리는 전막 오페라’였지만 막판에 온라인 공연으로 변경돼 아쉬움이 컸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도 먼저 6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규모가 작은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지만, 이 공연들은 취소되고 8월 공연만 열리게 됐다. ‘천생연분’이 먼저 무대에 오른 뒤 다음 달 14∼16일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김선국제오페라단), 21∼23일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박쥐’(베세토오페라단)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9월 4, 5일에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이 전예은의 신작 오페라 ‘레드 슈즈’를 무대에 올린다. ‘천생연분’은 2006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된 뒤 일본 중국 홍콩 등에서도 공연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국내 창작 오페라. 오영진의 해학과 풍자 넘치는 희곡 ‘맹진사댁 경사’에 곡을 입혔다. 신작 오페라 ‘레드 슈즈’는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를 각색했다. 잔혹한 동화에 다채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담아 개성을 획일화된 틀에 가두는 오늘날 집단사회의 억압을 경고한다. 오페라극장 공연 1만∼15만 원, CJ토월극장 ‘레드 슈즈’ 2만∼7만 원. 이 축제 공연에 바로 이어 서울시오페라단도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를 8월 18∼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M시어터에서 공연한다. 4만∼8만 원. 이들 공연은 모두 객석 간 띄어 앉기를 유지하며 진행된다. 관객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입장 시 열화상 감지카메라 체크와 손 소독도 실시한다. 한편 다음 달 말 개막할 예정이던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연말 이후로 연기됐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하벤은 긍지, 길마는 카리스마를 뜻한다. 아프리카 북부 에리트레아에서 쓰는 티그리냐어(語) 이름이다. 하벤 길마는 이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다. 긍지와 카리스마를 지닌 그는 중복장애인이다. 헬렌 켈러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헬렌 켈러와 달리 그에겐 희미한 시력과 청력이 있고 청각이 완전한 사람과 비슷하게 말할 수 있다. 에리트레아계 에티오피아인 아버지와 에리트레아인 어머니 사이의 큰딸로 태어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랐다. 이 책은 그가 1인칭 소설처럼 들려주는 자신의 삶 이야기다. 그가 크고 작은 일상의 제한과 편견을 떨치며 헤쳐 온 삶은 놀랍다. 연고가 없는 북아프리카 말리에 봉사활동을 자원해서 학교를 짓는 일에 참여하고, 대학에서는 카페테리아에서 장애인 학생의 불편을 없애는 행동에 나선다. 알래스카의 빙산에 오르는 모험에도 참여한다. 하버드대 로스쿨 최초의 중복장애 학생을 거쳐 변호사가 된 그는 대형 디지털 도서관을 상대로 장애인 인권 소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승소를 이끌어낸다. 2016년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장애인법 기념행사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을 알리는 역할을 맡고, 평생 잊을 수 없을 기억을 남긴다…. 그가 성취의 트로피만으로 책을 수놓는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 집과 에리트레아의 외할머니댁 등에서 펼쳐지는 일상을 배경으로, 여러 사람과의 잔잔한 우정과 갈등, 로맨스까지 곁들이면서 각각의 일화가 장애인에 대한 진정한 배려에 관해 순간순간 숙고하게 만든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2주 전에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들여다본 데 이어 또 베토벤입니다. 그래야만 할까요? 그래야만 했습니다. 이달 22일부터 8월 8일까지 제17회 평창대관령음악제가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를 주제로 열립니다. ‘그래야만 한다’는 베토벤이 자신의 마지막 현악4중주 16번 F장조 악보에 적어 넣은 문구입니다. 이에 앞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18, 19일 이 곡의 오케스트라 버전을 음악감독 마시모 자네티의 지휘로 연주합니다. 이 곡 4악장 악보에는 실제 연주 악보 위에 간단한 음표 동기와 짧은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베토벤 본인의 글씨로 ‘어렵게 내린 결심’이라는 말과 함께 ‘그래야만 하나?(Muss es sein?)’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라는 말을 두 번 써 넣었습니다. 베토벤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지금까지 여러 해석이 나왔습니다. 베토벤의 비서 신들러는 “베토벤이 ‘가정부 주급을 올려줘야 하나’를 놓고 고민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번 말씀드렸듯이 신들러는 거짓말을 자주 했으니 진지하게 들을 필요는 없겠죠. 비슷한 톤의 코믹한 해석으로는, 베토벤 친구였던 뎀브셔라는 사람이 “악보 좀 주게” 했더니 베토벤이 “돈을 내야지” 해서 뎀브셔가 “그래야만 하나?” 하고 버텼더니, 베토벤이 “그래야만 한다. 지갑을 열어라”고 깔깔대면서 이 말을 적어 넣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 얘기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인용돼 널리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애기로는 베토벤이 세 개 악장을 쓴 상태에서 출판업자 슐레징어가 “빠른 마지막 악장을 써야지”라고 재촉하니까 베토벤이 “그래야만 하나?” 하다가 “그래야만 하겠다”라고 결심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한편으로 “베토벤은 그런 가벼운 생각이 아니라 창작 이념의 근본적이고 중대한 변화를 모색하며 그런 고민을 표현한 것 아닐까”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그런데 당시 베토벤은 중대한 작곡 철학이나 기법의 변화를 생각할 만큼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 현악4중주곡을 쓴 다음 해 세상을 떠났죠. 자네티 음악감독은 이 말에 대해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게 어떨까요?”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게는 ‘그것’이 음악이다. 음악이어야 한다! 삶이어야 한다! 우리는 예전에 누리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영혼에 너무나 중요한 일들을 다시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손열음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도 “2020년의 어려운 상황에서 이 문구의 무게감이 우리와 맞닿는다고 생각해 올해 음악제의 주제로 정했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를 덧붙이면, 베토벤이 이 ‘수수께끼’ 문구를 적고 76년 뒤에 영국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가 ‘수수께끼 변주곡’이라는 관현악곡을 썼습니다. 그는 “곡 전체를 관통하는 수수께끼의 주제가 있다”며 그것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가지 ‘설’을 제안합니다. ‘수수께끼 변주곡’의 주제 첫 부분 음표들을 아래위로 뒤집는 ‘전위(轉位·inversion)’ 기법을 사용하면 베토벤의 ‘그래야만 한다’의 동기와 같습니다. 엘가는 대작곡가의 수수께끼 같은 문구에 대해 자신의 ‘수수께끼’로 오마주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2주 전에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들여다본 데 이어 또 베토벤입니다. 그래야만 할까요? 그래야만 했습니다.이달 22일부터 8월 8일까지 제17회 평창대관령음악제가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를 주제로 열립니다. ‘그래야만 한다’는 베토벤이 자신의 마지막 현악4중주 16번 F장조 악보에 적어넣은 문구입니다. 이에 앞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18, 19일 이 곡의 오케스트라 버전을 음악감독 마시모 자네티의 지휘로 연주합니다. 이 곡 4악장 악보에는 실제 연주 악보 위에 간단한 음표 동기와 짧은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베토벤 본인의 글씨로 ‘어렵게 내린 결심’이라는 말과 함께 ‘그래야만 하나?(Muss es sein?)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이라는 말을 써 넣었습니다. 베토벤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지금까지 여러 해석이 나왔습니다. 베토벤의 비서 신들러는 “베토벤이 ‘가정부 주급을 올려줘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 번 말씀드렸듯이 신들러는 거짓말을 자주 했으니 진지하게 들을 필요는 없겠죠. 비슷한 톤의 코믹한 해석으로는, 베토벤 친구였던 뎀브셔라는 사람이 “악보 좀 주게”했더니 베토벤이 “돈을 내야지”해서 뎀브셔가 “그래야만 하나?”하고 버텼더니, 베토벤이 “그래야만 한다. 지갑을 열어라”라며 깔깔대면서 이 말을 적어 넣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 얘기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인용돼 널리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애기로는 베토벤이 세 개 악장을 쓴 상태에서 출판업자 슐레징어가 “빠른 마지막 악장을 써야지”라고 재촉하니까 베토벤이 “그래야만 하나?”하다가 “그래야만 하겠다”라고 결심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한편으로 “베토벤은 그런 가벼운 생각이 아니라 창작 이념의 근본적이고 중대한 변화를 모색하며 그런 고민을 표현한 것 아닐까”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그런데 당시 베토벤은 중대한 작곡 철학이나 기법의 변화를 생각할 만큼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 현악4중주곡을 쓴 다음해 세상을 떠났죠. 자네티 음악감독은 이 말에 대해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게 어떨까요?”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게는 ‘그것’이 음악이다. 음악이어야 한다! 삶이어야 한다! 우리는 예전에 누리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영혼에 너무나 중요한 일들을 다시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손열음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도 “2020년의 어려운 상황에서 이 문구의 무게감이 우리와 맞닿는다고 생각해 올해 음악제의 주제로 정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마디를 덧붙이면, 베토벤이 이 ‘수수께끼’ 문구를 적고 한 세기 뒤에 영국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가 ‘수수께끼 변주곡’이라는 관현악곡을 썼습니다. 그는 “곡 전체를 관통하는 수수께끼의 주제가 있다”며 그것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가지 ‘설’을 제안합니다. ‘수수께끼 변주곡’의 주제 첫 부분 음표들을 아래위로 뒤집는 ‘전위(轉位·inversion)’ 기법을 사용하면 베토벤의 ‘그래야만 한다’의 동기와 같습니다. 엘가는 100년 전 대작곡가의 수수께끼 같은 문구에 대해 자신의 ‘수수께끼’로 오마주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나 엔니오 모리코네는 죽었다. 가까이 있었던 모든 친구들과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죽음을 알린다. 이렇게 작별을 대신하는 이유는, 굳이 번거롭지 않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엔니오 모리코네의 유서) 6일 별세한 엔니오 모리코네를 비롯한 현대 영화음악의 거장들을 만나는 ‘시네 콘서트’가 차례로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24일 오전 11시 반에는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최고봉 존 윌리엄스의 작품을 금관 오중주의 연주로 듣고, 10월 23일 같은 시간에는 바로크 음악부터 푸치니로 이어진 이탈리아 음악의 감미로운 선율적 감성을 영화음악에 끌어들인 모리코네의 대표 작품들을 박종성의 하모니카 연주로 감상한다. 박종성은 한양대 음악대학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특이한 경력의 하모니카 연주자. ‘한 뼘짜리’ 악기로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고 소프라노 조수미의 전국 투어콘서트에도 동행하며 얼굴을 알려왔다. 하모니카는 1850년대 독일에서 탄생해 160년 넘는 역사를 지녔지만 전통 음악계에서는 소리가 작고 연주법이 제한돼 있다는 이유로 진지하게 취급되지 않아왔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 ‘병영의 고독을 달래주는 악기’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확성장치의 보급으로 큰 공연장에서도 연주할 수 있게 되면서 그 감성적인 음색은 아마추어 연주용을 넘어 ‘감상용 악기’로도 인기를 끌게 됐다. 10월 모리코네 콘서트에서 박종성은 영화 ‘미션’ 중 ‘가브리엘의 오보에’, 영화 ‘러브어페어’ 주제곡 등을 조영훈의 피아노와 함께 연주한다. 앞서 이달 24일 존 윌리엄스 콘서트에서는 금관 오중주단 ‘브라스 마켓’이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팡파르 ‘Summon the Heroes’를 시작으로 ‘인디애나 존스’ ‘쥬라기 공원’ 같은 히트영화의 테마음악을 연주한다. 3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