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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 빌라의 신, 건축왕….언뜻 보기엔 부동산 사업으로 거액을 번 사람을 지칭하는 것 같지만 이들은 모두 서민을 울린 전세 사기 용의자들이다. 자기 자본은 거의 투입하지 않고 ‘깡통전세’를 많게는 수천 채까지 사들이며 세입자들의 보증금으로 돌려막는 수법을 썼다.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에 육박하거나 넘어서는 경우를 ‘깡통전세’라고 부른다. 이 경우 경매로 주택을 처분하더라도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전세 사기에 걸려든 피해자 중에는 부동산 계약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과 신혼부부 등 사회 초년생이 많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현재로선 살던 집이 경매에서 낙찰돼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마저도 임대인의 체납 세금이 많은 경우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보증금 반환은 후순위로 밀려나게 된다.》 ○ 단기간에 전셋값 급등하자 사기 피해 늘어직장인 황모 씨(43)는 2021년 3월 인천 부평구의 한 신축 오피스텔에 입주했다. 집주인은 “오피스텔 매매가 어려워 전세를 놓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간다”고 했다. 전세가가 매매가와 같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이 가격에 이만한 집이 없다”는 부동산 공인중개사 말에 황 씨는 계약을 결심했다. 그런데 입주하기 이틀 전 부동산으로부터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황 씨는 “매매가 어렵다고 했는데 어떻게 집주인이 바뀌었는지 의아했지만 부동산에서 전세 계약 조건은 동일하다고 해 계약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황 씨의 새 임대인은 전세 사기로 300억 원이 넘는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빌라왕’ 김모 씨였다. 전세 사기 범죄는 전셋값이 단기간에 급등한 부동산 시장 상황을 악용해 벌어졌다. 특히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엔 돈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들이 빌라로 눈길을 돌리면서 수도권 빌라와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경우가 생겼다.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강모 씨(31)는 “2020년 9월 집을 구할 때 신혼부부라 경기도 신축 빌라 위주로 알아봤는데 빌라 전셋값이 1억 원대 후반∼2억 원대 초반 정도였다”며 “2억25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했다. 2018년만 해도 비슷한 지역에서 아파트를 살 수 있었던 금액인데 가격이 더 오를까 봐 급한 마음에 서둘러 계약했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2018년 1월 4억3905만 원에서 2021년 1월 4억8635만 원으로 3년 만에 5000만 원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빌라 평균 전세가는 1억7102만 원에서 1억8234만 원으로 약 1100만 원 올랐다. 2018년 1월까지만 해도 2억 원 안팎이면 서울 외곽 지역의 소형 아파트 전세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 전세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빌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교통편이 좋은 신축 빌라 수요가 늘자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기 시작했다. 신축 빌라를 지은 뒤 분양하지 않고 전세만 내주더라도 공사비를 내고도 목돈을 손에 쥘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세 사기범들은 이 같은 상황을 악용해 세입자들의 보증금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나쁜 돈벌이’를 설계했다.○ 슬그머니 집주인 바뀌고, 체납 내역도 깜깜이세입자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다. 현행법상 임대인이 변경되더라도 세입자에게 알릴 의무가 없다 보니 주기적으로 등기부등본을 살펴보지 않는 이상 집주인이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 등기부등본으로는 집주인의 세금 체납 내역도 알 수 없다. 체납 여부를 알기 위해선 임대인 동의를 받은 후 납세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2021년 10월 경기도의 한 빌라에 전세로 입주한 오모 씨(31)는 이사한 지 보름 만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임대인이 바뀌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오 씨는 “보증보험이 가입되지 않거나 안심 전세대출이 안 되는 집은 처음부터 검토하지 않았고, 계약할 때도 등기부등본을 검토해 전세금을 보전할 수 있는 특약을 넣었다”고 했다. 하지만 빌라왕 김모 씨가 지난해 10월 사망하면서 계약 해지를 통보할 대상이 사라졌다. 김 씨 가족이 상속을 포기하면서 반환보증이 이행되려면 상속 포기 및 법원의 상속관리인 지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절차만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자들은 빌라와 오피스텔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객관적 시세 비교가 어려워 피해를 막을 수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20대 전세 사기 피해자 임모 씨는 “세입자가 알 수 있는 정보는 등기부등본뿐이라 사기 조직이 ‘바지 사장’에게 비싸게 팔았더라도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2020년 11월 전셋집을 계약한 이모 씨(33)도 “부동산에서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2000만∼3000만 원 정도 더 높다고 얼버무렸지만 신축 빌라라 정확하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세입자가 계약 전 깡통전세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사기 조직과 공모한 공인중개사나 분양 대행업자에게 휘둘리기 쉬울 수밖에 없다.○ 교묘해진 사기 수법 막으려면 제도 개선해야수법도 교묘해졌다. 최근 전세 사기 일당은 매매와 전세를 동시에 진행하는 ‘동시진행’ 수법을 썼다.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한 다음 날부터 법적 대항력이 생긴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신고 당일 악성 임대인으로 집주인을 바꾸거나, 매매 후에도 등기를 미루다 세입자가 전입한 후 임대인을 바꾸기도 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 이모 씨는 “전입신고 후 집주인이 ‘빌라왕’으로 바뀌었는데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매매 날짜가 입주 전이었다”며 “전 집주인이 악성 임대인에게 집을 팔아 놓고 등기를 미뤘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국세기본법 및 국세징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올 4월부터는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도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임대인이 바뀐 사실을 세입자가 알기 어려운 구조는 여전하다. 전세 사기 소송을 다수 진행해 온 법무법인 제하의 박소예 변호사는 “최소한의 고지 의무를 부여하고 임대인이 변경될 경우 임차인이 계약 승계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전세 사기 피해를 전수 조사해 한시적으로 관련 세금을 면제해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해 예방을 위해선 세입자도 사전에 가급적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세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면 계약 체결 전 여러 공인중개사사무실을 방문해 가격을 직접 비교해야 한다”며 “특히 전세보증금이 매매 가격의 70%를 넘는 ‘깡통 전세’는 아닌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병역비리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병역 브로커 구모 씨(구속 기소)가 ‘계약서를 써야 병역 면제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깜깜이 계약을 유도하고 계약 후 ‘뇌전증 허위진단서 발급’ 방법을 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의뢰인이 ‘불법이라 못 하겠다’고 하면 “대형 로펌이 뒤에 있다”며 계약 이행을 압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말 늦은 나이에 입대를 앞둔 A 씨는 입영 연기 방법을 알아보려 구 씨를 찾아갔다. 구 씨는 A 씨에게 “입영 연기 대신 병역 면제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A 씨가 방법을 묻자 구 씨는 “계약을 하면 말해주겠다”며 수수료 2000만 원짜리 계약서를 내밀었다. A 씨가 망설이자 구 씨는 “당장 입대해도 중대장보다 나이가 많다. 지금 가면 무조건 최전방”이라고 겁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 씨는 계약서에 사인했고 구 씨는 “발작이 온 것처럼 쓰러져 연기를 하면서 어머니가 구급차를 부르라”는 등 뇌전증 허위진단서를 받을 수 있는 자세한 방법을 알려줬다. A 씨가 “불법 같다”며 망설이자 구 씨는 “이미 계약서를 쓰지 않았느냐”며 으름장을 놨다. 또 모 법무법인과의 업무협약서를 보여주며 “대형 법무법인이 함께 일을 봐 주고 있다”고 압박했다고 한다. 결국 구 씨 말대로 한 A 씨는 뇌전증 진단을 받고 병역 처분을 기다리던 중 검찰의 수사 통보를 받았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구 씨와 유사한 수법으로 병역 면탈을 도운 혐의를 받는 병역 브로커 김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검찰이 수사 중인 병역비리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병역브로커 김모 씨가 법원에 상담료 지급명령까지 신청하며 상담계약을 파기하려 했던 의뢰인들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 씨 등이 일단 계약서를 쓰면 ‘취소는 불가능하다’며 압박하는 방식으로 상당수 의뢰인들을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허위 뇌전증(간질) 진단서를 이용한 병역비리에는 프로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 등 최소 70명 이상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료 달라” 강제집행 신청하며 압박8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2021년경 군 입대를 앞둔 A 씨는 온라인에서 자신을 ‘국방 행정사’라고 소개한 김 씨의 광고를 보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입대 컨설팅’을 내세운 김 씨는 통화에서 “내가 군인 출신이라 어떻게 군 면제를 받는지 잘 안다. (A 씨가 사는) 광주까지 가서 상담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광주에서 A 씨를 만난 김 씨는 “뇌전증이라고 들어봤나. 뇌전증으로 2년 동안 치료받으면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꺼냈다. A 씨가 “뇌전증이 없는데 어떻게 진단을 받느냐”고 묻자 김 씨는 “뇌전증 환자의 70%는 원인 없는 발작 증상을 보인다. 발작이 있다고 거짓말하면 된다”며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줬다. 당시 김 씨는 상담 수수료라며 “뇌전증 진단을 받으면 20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A 씨가 망설이자 김 씨는 다른 계약서를 보여주며 “현역 의사도 1억 원에 같은 계약을 맺은 적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A 씨는 계약서에 서명했고, 뇌전증 검사 일정도 잡았다. 다만 불법일 수 있다는 생각에 실제로 검사는 받지 않았다. 얼마 후 김 씨는 A 씨에게 “검사를 받았느냐”고 물었고 A 씨는 “불법인 것 같아서 하지 않겠다”며 계약 파기를 요청했다. 그러자 김 씨는 “상담 수수료 2000만 원을 달라”며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법적 지식이 부족한 A 씨가 대응하지 않는 사이 지급명령은 확정됐다. 이후 김 씨는 법원에 강제집행을 시도했고, A 씨는 뒤늦게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원에 강제집행 불허를 요청했다. 결국 법원은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민법 103조를 근거로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 사건의 계약은 위법함에 따라 무효이므로 그에 근거한 지급명령과 강제집행 또한 허락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 “압박 때문에 가담했더라도 형사처벌”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 합동수사팀은 병역비리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의 병·의원 기록을 확보하며 사실관계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병원의 뇌전증 진단 및 치료 과정이 적절했는지 살피는 한편으로 복수의 현역 축구선수와 승마 볼링 등 다른 종목 선수, 래퍼와 법조계 인사 자녀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일부 의뢰인들은 김 씨의 압박에 못 이겨 계약을 이행했다고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OK금융그룹 프로배구단 소속인 조재성 선수도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압박해 병역비리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의뢰인들이 김 씨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병역비리에 가담했더라도 형사처벌을 피해 갈 순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는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뇌전증 환자에 대한 편견이 커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뇌전증학회는 5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병역비리 의혹이 뇌전증 환자에 대한 역차별을 조장할 수 있는 병역면제 기준 강화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밝혔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29일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로 사망한 5명은 모두 타고 있던 차량 안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제때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사망자는 승용차 2대에서 1명씩 발견됐고, 다른 승용차 1대에서 2명,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대에서 1명이 발견됐다. 소방 관계자는 “사망자가 나온 차량들은 대부분 불이 난 트럭의 진행 방향 반대편 차로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차량이 전소돼 희생자들의 탈출 시도 여부 등은 파악할 수 없는 상태다. 소방 관계자는 “순식간에 불길이 확산되면서 터널을 빠져나가지 못한 희생자들이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화재로 터널에 갇혀 소실된 차량은 45대였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이날 오후 6시 반경 검은 천에 싸인 채 들것에 실려 사고 현장 인근인 한림대성심병원으로 이송됐다. 희생자 신원 확인이 이뤄지면서 유족들은 오열하며 하나둘 병원으로 들어왔다. 사망한 전모 씨(67)의 동료는 “자동차 안에서 사망했는데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려서 유전자(DNA)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연기를 들이마시는 바람에 탈출을 못 했다고 들었다”며 애통해했다. 얼굴 등에 큰 화상을 입는 등 중상을 당한 3명 중 2명은 한림대성심병원으로, 1명은 안양샘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중상자 조모 씨(59)는 한림대병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연기와 열기가 덮치면서 차 안에 있으면 죽을 것 같아 뛰쳐나왔다. 앞이 안 보였는데 깜빡이 불빛이 보여 그쪽으로 무작정 뛰어나갔다. 같이 타고 있던 형님은 못 나왔는데 걱정”이라고 했다.과천=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과천=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과천=최원영 기자 o0@donga.com}

“달리는데 갑자기 차 엔진에 불이 붙었습니다. 처음에는 불이 붙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습니다.”29일 오후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나들목(IC) 인근 방음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처음 불이 난 5t 폐기물 수집 집게 트럭 기사 이모 씨(63)는 화재 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엔진에서 불이 나 차량이 자동으로 멈춰서자 하차 후 차량에 있는 소화기 2개로 진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불이 꺼지지 않아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트럭은 터널 시작 지점에서 약 280m를 달린 후 불이 나 정지했다.이 씨는 “아마 비닐이 날려서 엔진 쪽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며 “불이 나는 차량을 보고 주변 차량들이 급정거를 하면서 추돌 사고가 있었다”고 했다.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법인 회사의 트럭 운전수인 이 씨는 29일 오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