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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클래식으로 한 해를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올해도 다양한 신년음악회들이 준비되어 있다. 첫 신년음악회 주인공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이다.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화려한 프랑스 음악을 선보인다. 프랑스 출신 지휘자 파스칼 로페와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가 무대에 오른다. 베를리오즈 ‘로마의 사육제’ 서곡, 쇼송 ‘시’, 라벨 ‘치간’을 비롯해 생상스 ‘죽음의 무도’, 뒤카 ‘마법사의 제자’ 등을 들려준다. 예술의전당은 국내 대표 음악인을 내세웠다. KBS교향악단과 지휘자 성시연을 필두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등이 출연하는 신년음악회를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다. 김봄소리는 사라사테 ‘치고이너바이젠’, 선우예권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세종문화회관은 오페라 아리아를 새해에 들려준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와 콘스탄틴 트링크스의 지휘로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테너 강요셉, 소프라노 여지원이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를 선사한다. 푸치니 ‘라보엠’,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등 감미로운 아리아 선율이 무대에 가득 채울 예정이다. 국내 대표 현악 앙상블 조이오브스트링스는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신년음악회 ‘두드림’을 개최한다. 현악과 타악이 어우러진 앙상블 곡을 주로 선곡했고, 퍼커셔니스트 심선민과 프로 아코디언 연주자 알렉산드르 셰이킨 등이 출연한다. 대원문화재단은 피아니스트 백건우 협연, 바실리 시나이스키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교향곡 5번을 들을 수 있는 신년음악회를 연다. 세계 최고의 소년합창단인 빈 소년합창단은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다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왈츠의 본고장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온 ‘비엔나 왈츠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도 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영화관에서 신년음악회를 즐길 수도 있다. 리카르도 무티 지휘의 빈필하모닉 공연이 1일, 사이먼 래틀 지휘의 베를린필하모닉 공연이 3일 전국 메가박스 18개 상영관에서 생중계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처음 클래식 교향곡을 듣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도대체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 것일까’이다. 이 책은 교향곡을 듣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를 자처하고 있다. 바흐부터 쇼스타코비치까지 작곡가 18명의 교향곡 82곡을 소개한다. 여기에는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과 교향곡 9번 ‘합창’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곡들도 있고, 닐센과 쇼스타코비치처럼 익숙하지 않은 작곡가들의 곡도 있다. 저자는 서울예고와 서울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뒤 10여 년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서 연주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각종 음악전문지와 일간지 등에 칼럼과 리뷰를 기고하고 있다. 그만큼 교향곡에 대해서 많이 들었고, 직접 많은 곡을 연주해봤다. 입문자에 대한 배려도 놓치지 않았다. 베토벤의 곡들을 설명할 때 베토벤이 직접 쓴 편지와 당시 비평가, 음악인들의 증언을 인용하면서 곡이 당시 어떤 반응을 얻었고, 곡이 작곡될 때 어떤 상황이었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또 모든 해설에 참고 음반을 지정해 주제 선율, 주요 화음, 독특한 소리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트랙 정보를 표기했다. 되도록 유명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음반을 선택했다. 책을 읽으면서 음반을 들어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책을 읽다 보면 작곡가들의 음악 세계는 물론이고 서양 음악사를 시대별로 알 수 있다. 여기에 온갖 수사가 만연한 추상적 묘사를 자제하는 대신에 곡을 이해할 수 있는 감상 포인트와 실마리를 제공해 책을 읽는 사람이 자신만의 감상 포인트를 만들도록 도와준다. 말 그대로 교향곡을 듣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에 충실하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칼바람이 부는 27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구 베트남 음식점 ‘에머이’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 베트남 음식점 10여 곳도 마찬가지다. 점심시간 매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쌀국수와 석쇠에 구운 돼지고기를 소스에 찍어 먹는 분짜를 먹고 있는 모습은 흔하다. 최근 베트남 음식의 인기가 뜨겁다. 에머이를 비롯해 분짜라붐 등 베트남 전문 프랜차이즈는 물론이고 또이또이베트남 등 현지 베트남 음식을 재현한 음식점들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맛도 인정을 받아 에머이 종각점은 미쉐린가이드 비브 구르망 2018에도 선정됐다. 대형마트에서 베트남 쌀국수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2015년 전년 대비 5.3% 늘었던 베트남 쌀국수 상품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 30.3% 올랐고, 올해 11월까지 20% 정도 늘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 음식의 인기는 약 20년 전부터 있었다. 1998년 서울 강남구에 베트남 음식점 ‘포호아’가 문을 열면서 베트남 음식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렸다. 이후 쌀국수를 내세운 베트남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박홍인 바앤다이닝 편집장은 “쌀국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국물요리여서 기호에 잘 맞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미국에서 들어온 프랜차이즈로 미국인 입맛에 맞춘 베트남 음식이었다”고 말했다. 지금 베트남 음식 열풍이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철저하게 베트남 현지식에 맞췄다는 점이다. 1998년 당시 포호아에서 주방장으로 일했던 또이또이베트남 신성호 셰프는 “20년 전 쌀국수는 미국 서부 지방 스타일이었지만 지금은 베트남 현지 맛에 가깝다. 직접 육수를 내고, 생면을 쓰는 등 현지 요리법과 재료들을 최대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분짜, 하노이식 비빔국수 분보남보,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반미, 튀긴 롤만두인 넴 등 메뉴도 다양해졌다. 이 같은 열풍은 외국 음식 가운데 가장 한국인 입맛에 가깝기 때문이다. 베트남 음식 전문가이자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 저자 진유정 작가는 “많은 동남아 음식 중에서도 베트남 음식이 가장 한국인 입맛에 맞다. 태국 음식처럼 달지 않으면서 생채소를 많이 쓴다. 국, 조림 등 요리법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베트남 관광이 늘면서 현지식에 가까운 베트남 음식을 찾게 된 것도 원인이다. 최근 3년간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은 매년 40% 정도 늘었고, 올해는 170만 명을 넘어서 동남아 관광지 1위를 차지했다. 이윤화 음식평론가는 “베트남 음식이 들어온 지 20년 정도 됐고, 베트남에서 직접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이 늘면서 미식의 레벨이 높아졌다. 여기에 최근 베트남 음식점들의 수준도 높아져 수요와 공급이 잘 맞아떨어진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내년은 국내 대표 공연장인 서울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이 각각 30주년과 40주년을 맞는다. 1978년, 1988년 개관한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다채로운 공연을 마련했다. 예술의전당은 2월 13일 유명 클래식 연주자들이 참가하는 개관 30주년 기념 음악회를 연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신아라 김다미, 첼리스트 박노을 이정란, 베이시스트 성민제 등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동양인 최초로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소프라노 홍혜란 등 유명 성악가들이 출연하는 콘서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도 5월 30일 무대에 오른다. 9월 12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듀오 콘서트가 열린다. 한국 신구 클래식을 대표하는 두 사람의 조합으로 벌써부터 화제다. 11월 6∼25일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이 무대에 오른다. 러시아 유명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와 한국 배우들이 연극을 꾸민다. 2002년 한국을 찾았던 네덜란드댄스시어터1이 16년 만인 10월 19∼21일 한국 무대에서 최신 안무작들을 선보인다. 신작 연극인 김민정 작가의 ‘별이 빛나는 밤에’(4월 17일∼5월 13일), 극작가 이강백의 ‘어둠상자’(11월 6일∼12월 2일), 세계 정상의 아동극단 덴마크 메리디아노의 ‘빅토리아의 100번째 생일’(8월 14∼26일), 일본 인형극단인 무수비좌의 대표작 ‘피노키오’(8월 23일∼9월 2일)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세계적인 클래식 스타들의 무대가 마련돼 있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세계적인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와 함께 ‘디바&디보 콘서트’로 5월 31일 대극장 무대에 선다.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협연하는 뮌헨 필하모닉 무대는 11월 22일 개최된다. 2015년 영국 올리비에상 최우수 코미디상을 받은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즈 롱’은 11월 6일부터 한국 초연된다. 서울시무용단의 창작 무용극 ‘카르멘’(5월 9, 10일)과 유니버설발레단과 함께하는 발레 시리즈(11월 1∼4일)가 무용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뮤지컬들도 오른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주크박스 뮤지컬 ‘브라보 마이 러브’(5월 4∼27일), 2015년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창작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6월 9일∼8월 26일), 세계적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명곡을 연주하는 ‘뮤직 오브 앤드루 로이드 웨버-더 콘서트’(5월 3∼6일)가 공연될 예정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스타 피아니스트들이 내년 잇달아 한국 무대에 선다. 조성진이 가장 먼저 포문을 연다. 그는 1월 7일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10, 11일), 전북 전주(13일), 대전(14일) 등 전국 4개 도시 독주회를 펼친다. 독주회뿐 아니라 다양한 협연 무대에도 나선다.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협연(11월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듀오 무대(9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등에도 선다.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폴란드 출신 크리스티안 지메르만도 15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1975년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협연 1순위로 꼽히고 있는 그는 공연장에 피아노를 가지고 다닐 정도의 완벽주의로 유명하다. 10월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과 함께 번스타인 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를 연주한다. 2006, 2009, 2014년 국내에서 열린 세 차례 독주회를 모두 매진시킨 러시아 출신 예브게니 키신은 10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네 번째 독주회를 연다. 2006년 독주회 때 커튼콜만 30번, 앙코르 10곡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하머클라비어’,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등을 연주한다. 11월 29, 30일에는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 함께 리스트 협주곡 2번을 들려준다. 미국 출신의 머리 퍼라이아도 3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6번 E장조, 슈베르트 즉흥곡,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 등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여성 피아니스트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도 3월 31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러시아의 다닐 트리포노프는 11월 15일 예술의전당에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김선욱 선우예권 임동혁 문지영도 내년 여러 무대에서 다양한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보통 2, 3년 전 공연 섭외와 일정을 짜는 클래식 공연 특성상 2016년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받아 내년 큰 규모의 공연이 줄고 스타 독주자들의 공연이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건축을 통해 음악을 보고, 음악을 통해 건축을 듣는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2017 퇴근길 토크 콘서트: 음악과 건축의 동행 II’를 연다. 이번 공연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클래식 공연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획한 무대다. 특히 클래식 음악에 ‘건축’이라는 특별한 이야기를 더해 음악과 건축의 만남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낸다. 이를 위해 피아니스트 조은아와 건축가 황두진이 음악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설한다. 공연 장소인 천도교 중앙대교당(서울 유형문화재 제36호)은 일제강점기 명동성당, 조선총독부와 함께 3대 건축물로 불렸던 곳이다. 음향이 좋아 음악회를 비롯해 다채로운 문화 행사 장소로 사용됐다. 화가 클림트와 작곡가 말러가 의기투합해 기획한 빈 분리파(산업화에 밀려난 수공예의 가치를 재평가하며 건축 회화 조각 등을 통합한 종합예술의 실현)의 ‘베토벤 프리즈’ 전시의 철학을 담아 말러와 베토벤을 큰 축으로 둔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다. 말러 피아노 사중주를 현악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연주하고 베토벤 현악 사중주 15번 3악장을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 벽화를 투사하며 연주할 계획이다. 공연장 자체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빈 분리파의 건축적 요소가 가미된 건물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음악과 건축의 만남에 무용까지 더해질 예정이다. 현대무용단 안은미컴퍼니가 출연해 라벨 ‘볼레로’를 선보인다. 지휘에는 올해 토스카니니 국제 지휘자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수상한 지휘자 차웅이 지휘봉을 잡는다. 1만 원. 1588-1210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탄절 메시지에서 한반도 대치 해소와 상호 간 신뢰 증진을 촉구했다. 교황은 25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 발코니에서 전한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상에)’ 성탄 메시지에서 “한반도의 대치 상태가 극복되고 전 세계를 위해 상호 신뢰가 확산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에서도 천주교 성당과 개신교 교회에서 성탄 축하 미사와 예배가 일제히 열렸다.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소외되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과 북녘 동포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은총이 내리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는 서울 용산구 가톨릭사랑평화의집에서 쪽방 거주민과 함께 성탄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 전국의 개신교회에서도 성탄 예배가 진행됐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개신교계 에큐메니컬(교회 일치와 연합) 단체들이 주관하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 예배’가 열렸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성탄 메시지에서 “높아지기보다는 낮아지기를, 가지기보다는 비우기를, 섬김받기보다는 섬기기를 택하는 그리스도의 삶을 실천하자”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불의로 고통당하는 사람들과 한반도 및 팔레스타인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 마음의 촛불을 밝히자”고 당부했다.김동욱 creating@donga.com·한기재 기자}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8·사진)의 독주회가 열렸다. 연주를 마친 뒤 그가 마이크를 잡았다. “제가 우승하기 이전에 예매한 분 있나요?” 손을 든 관객이 있었지만 많지는 않았다. 6월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그는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당시 우승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공연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추가 공연 요청이 들어와 15일 IBK챔버홀(600여 석)보다 3배 이상 큰 콘서트홀(2500여 석)에서 연주했다. 이 공연도 관객이 꽉 찼다. 최근 그는 방송 출연을 하며 대중적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 클래식 연주자로는 드물게 인터넷 검색어에 자주 이름을 올렸다. 그를 두고 클래식 관계자들은 “늦게 빛을 본 연주자”라고 입을 모은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많은 콩쿠르에 나섰던 그는 이제 내후년까지 연주 일정이 꽉 찬 바쁜 연주자가 됐다. “유명해지기 전부터 응원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그는 7곡의 앙코르를 들려줬다. 어쩐지 이날 그의 연주는 유독 따뜻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왁자지껄하게 한 해를 보내기 싫다면 이 두 공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규모는 작지만 큰 울림을 줄 만한 공연이다. 바리톤 박흥우와 원로 피아니스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가 28일 오후 7시 반 서울 서초구 모차르트홀에서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나그네’를 무대에 올린다. 2004년부터 연말마다 같은 장소에서 여는 공연으로 올해가 14번째다. 두 사람의 인연은 신 교수가 독일문화원에서 독일 리트(가곡)를 부르는 박 씨의 공연을 보고 감정 표현과 가사 전달력에 감탄해 공연을 제안하며 맺어졌다. 이후 매년 5월엔 슈만의 ‘시인의 사랑’, 연말엔 겨울나그네를 공연하고 있다. 공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신 교수가 직접 번역한 24곡의 가사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3만 원. 02-3472-8222 피아니스트 정한빈과 베이스 길병민이 27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멘델스존,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등을 피아노와 목소리로 들려준다. 두 사람 모두 20대 젊은 음악인으로 정한빈은 2011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2위, 2012년 프랑스 아니마토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을 했고, 길병민은 올해 동아음악콩쿠르, 모나코 몬테카를로 국제성악콩쿠르에서 1위를 기록했다. 5만 원. 02-596-3587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공연계는 예년에 비해 드라마틱한 한 해를 보냈다. 뮤지컬 클래식 연극 무용 분야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사건들과 인물들을 선정했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선정한 ‘2017 동아일보 공연 어워즈’ 결과를 발표한다. 200만 관객 돌파상- 뮤지컬 캣츠 뮤지컬 ‘캣츠’가 16일 한국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누적 관객 200만 시대를 열었다.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가 100만 관객 시대의 포문을 연 지 10년 만이다. 뮤지컬 업계에서 200만 관객은 누적 매출액 2000억 원에 육박하는 대형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하는 기준이다. 조기 목표 달성상―피아니스트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23)은 말이 필요 없는 국내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스타다. 연주자로서 그의 목표는 미국 카네기홀 연주와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협연이었다. 올해 2월 카네기홀 데뷔를 이룬 데 이어 11월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하며 20대 초반에 모든 꿈을 이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상―한한령 불똥 올해 초 공연계에서도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번졌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중국 투어 공연이 아무런 이유 없이 취소됐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3월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의 4월 중국 상하이 발레단과의 공연이 비자 발급이 안 돼 불발됐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논버벌 퍼포먼스 ‘난타’ 충정로 전용관은 문을 닫았다.다시 보고 싶다상―발레리나 황혜민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39)이 11월 ‘오네긴’ 무대를 끝으로 토슈즈를 벗었다. 황혜민은 “최고의 정점에서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고별 무대 다음 날 바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밝은 갈색으로 염색했다. 정점에서 내려온 그가 다시 보고 싶어질 것 같다.명예회복상―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인 지난 정부에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의 명예가 복권된 한 해였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1호였던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예술감독의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이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최종 지원작에 선정됐다.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던 극단 ‘하땅세’ ‘놀땅’ ‘백수광부’ 등도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지원 단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참신상―이머시브 공연 올해 공연계의 대세는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는 ‘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이었다. 김태형 연출의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는 관객들이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전역을 돌아다니며 극이 진행됐고,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꾿빠이 이상’도 무대와 객석의 동선이 뒤섞인 이머시브 공연 형태로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대학로 전체를 무대로 확장한 ‘로드씨어터 대학로2’ 역시 관객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나이는 숫자상―발레리나들 유난히 30대 후반, 40대 무용수들의 활약이 돋보인 한 해였다. 스페인 국립무용단의 수석무용수 김세연(38), 발레리나 임혜경(46), 이향조(38), 김주원(40),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39)이 여러 무대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발레 등 무용이 ‘젊음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이들을 보면 무용도 ‘시간의 예술’임을 확인할 수 있다.기억소환상―각종 추모공연 올해는 유독 유명 아티스트들을 기리는 공연이 많았다. 서울예술단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시인 윤동주(1917∼1945)를 기리는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를 공연했고, 가수 김광석을 기린 뮤지컬 ‘서른 즈음에’ ‘그 여름, 동물원’ ‘바람이 불어오는 곳’도 한꺼번에 무대에 올랐다. 시인 백석(1912∼1996)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 ‘백석우화―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코리아 원더풀상―소프라노들 올해 유난히 세계적인 소프라노들이 연이어 한국을 찾았다. 러시아 출신 안나 네트렙코(46)가 10월 내한공연으로 포문을 열자, 안젤라 게오르기우(52·루마니아)와 디아나 담라우(46·독일), 리즈 린드스트롬(52·미국)이 차례로 한국 무대에 올랐다. 이제 한국은 세계적 성악가들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코스가 된 듯하다. 최다 활약상―창작 뮤지컬 올해 뮤지컬 시장에선 ‘창작 뮤지컬’이 큰 활약을 벌였다. 뮤지컬 ‘서편제’ ‘광화문 연가’ ‘모래시계’ ‘햄릿 얼라이브’ ‘벤허’ ‘아리랑’ 등 대극장용은 물론이고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빈센트 반 고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 다양한 중소형 창작 뮤지컬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김동욱 creating@donga.com·김정은 기자}

세계적인 패션잡지 ‘보그’는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로 ‘레지나 표’를 꼽았다. 표지영(34)이 2014년 설립한 이 브랜드는 현대 여성들이 어떤 옷을 입고 싶어하는지 잘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니먼마커스, 하비니콜스 등 세계 120여 개 백화점, 편집숍 등에 입점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1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9월 영국 런던패션위크에서 처음으로 쇼(캣워크)를 선보인 그는 모델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집한 일반인을 무대에 세웠다. 그의 시도는 영국에서 큰 화제가 됐다. “지난해 제가 임신했을 때 보통 여성들과 그들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어요. 보통 여성들이 매일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고, 그들이 직접 쇼에 서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죠. 다행히 호응이 커서 일본인 관광객과 40대 여성 등 다양한 여성들이 모델의 꿈을 이뤘죠.” 의상실을 운영했던 어머니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패션디자이너를 꿈꿨던 그는 홍익대에서 섬유미술과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국내 패션 대기업에 입사해 일을 하다 2007년 영국으로 건너가 센트럴세인트마틴스에 입학했다. “당시 많은 국내 패션 기업들이 해외 컬렉션 디자인을 따라 했어요. 그들이 도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우리가 무작정 따라 하나 의아했죠. 잡지를 보니 세인트마틴스 출신 디자이너들이 많더라고요. 궁금하고 동경도 있어서 모아둔 돈을 털어 유학을 떠났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잠잘 시간을 아껴 가며 학교를 다녔다. 외국인 유학생으로 정말 잘하지 않으면 현지 취업이 힘들기 때문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취직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록산다 일린칙, 크리스토퍼 레이번 등에 취직했고, 제 졸업 작품을 보고 H&M과 협업도 했어요, 2012년 한 네프컨스 패션 어워드 수상으로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며 돈을 벌었는데 제 개인 브랜드를 열 시기라고 판단했죠.” 그의 패션 철학은 명쾌하다. 남성에게 잘 보이려고 입기보다는 여성 자신이 즐기면서 만족할 수 있는 옷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다. “제가 추구하는 옷은 여성이 입었을 때 즐거울 수 있는 옷이죠. 앞으로 제가 스타 디자이너가 되기보다는 제 옷들이 스타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패션업계에서 인지도를 굳히고 있는 그는 출판업계에서도 유명 인사다. 남편인 아일랜드 출신 셰프 조던 버크와 함께 2015년 ‘우리의 한국 부엌(Our Korean Kitchen)’이란 요리책을 냈다. 지난해 베스트 요리책으로 이름을 올렸고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도 출간됐다.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남편이 한국 음식을 먹고 완전 한국 음식 마니아가 됐어요. 저희가 좋아하는 요리들을 요리법과 함께 소개하면서 상대방에게 술을 따라 주는 등 한국 식탁 문화에 대해서도 알려줬어요. 옷은 물론이고 음식으로도 국위 선양하고 있어요. 호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피아니스트 조재혁(46)은 지난해 처음으로 스튜디오 음반 녹음을 진행했다. 첫 솔로 앨범에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열정, 발트슈타인을 담았다. 1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그동안 앨범을 낼 생각을 못 했다”고 말했다. 실황 앨범은 몇 차례 냈지만 연주 생활에 바빠 스튜디오 앨범 녹음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뒤늦은 앨범 발매에 대한 소감도 남달랐다. “상상했던 것보다 100배는 더 어려웠어요. 밀폐된 공간에 관객도 없고, 피아노 한 대만 놓여 있는데 적응이 쉽지 않았어요. 특히 마이크에 소리를 녹음한다는 것이 공연 연주와는 완전히 달랐어요.” 올해 그는 또 스튜디오 녹음에 도전했다. 스코틀랜드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녹음했다. 그동안 녹음을 못 한 한이라도 푸는 듯했다. 그는 “앨범은 영원히 남는다”며 “녹음 작업을 하면서 나 자신이 발가벗고 거울 앞에 서는 것 같아 공부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녹음 작업을 하면서 그는 틈틈이 다른 장르와의 협업에도 나섰다. 지난해 12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김영철과 함께 무대에 섰다. 11월 안나 카레니나, 8월 댄스 인투 더 뮤직 등 국립발레단과 협업을 이어 나갔다. “발레를 좋아하는 아내 덕분에 무용수들과 친해졌어요. 발레와의 협업은 실내악과 똑같아요. 무용수들의 춤을 보면서 어떻게 연주하면 효과가 극대화하는지 고민하죠.” 그는 본인이 직접 연주하면서 음악을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 설명하는 ‘라이브 렉처 콘서트’를 개척했다. 사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 워낙 말을 잘해 그의 본업을 잊어버릴 정도다. 5년 넘게 라디오 프로그램 고정 게스트로 활동했고, 올해 서울 예술의전당 마티네콘서트에서 연주와 해설을 정기적으로 맡았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임선혜 남편’이 연관 검색어로 올라왔어요. 저 결혼도 안 했는데….” 고음악계의 세계적인 소프라노인 임선혜(41)는 케이블 방송사의 음악경연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클래식, 재즈, 국악 등 각 장르를 대표하는 음악인들이 무대를 꾸미는 프로그램에 클래식 대표로 나선 것.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는 “방송이 나가면서 사람들이 포털사이트에 제 이름을 많이 검색해줬다. 생소한 오페라를 알릴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최근 클래식 음악가들의 TV 나들이가 잦아지고 있다. 그동안 클래식 음악가들은 대중과 거리를 두는 편이었지만 요즘에는 클래식 프로그램은 물론 예능이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고 있다. 올해 한국인 최초로 미국 밴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최근 타국에서 살게 된 이방인들의 일상을 담은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성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바리톤 김주택(31)과 베이스 손혜수(41)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각각 참가자와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리코디스트 염은초(25)와 현악사중주 노부스콰르텟의 비올리스트 이승원(27)도 예능에 출연해 클래식은 물론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일단 이들의 TV 출연 효과는 컸다. 김주택의 매니지먼트사 측은 “김주택과 손혜수의 공연 때 클래식을 잘 모르는 관객이 많이 왔다”며 “프로그램이 정통 오페라 아리아인데도 오페라 초심자들이 많이 찾아 놀랐다”고 했다. 예민한 음악인들이 TV에 출연하면서 생기는 어려움도 있다. 선우예권은 “3대 이상의 카메라와 작가, 연출자 등 10명도 넘는 사람이 공연장, 호텔 등 모든 곳에서 나를 계속 따라다닌다. 내가 그나마 다른 음악가들보다 덜 예민해서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그래도 연주전에는 신경이 쓰여 쉽진 않다”고 말했다. 이들이 앞으로도 TV에 계속 모습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선에서 방송 출연을 하고 있다. 연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방송에 출연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뛰어난 실력과 ‘훈남’ 외모로 데이트 프로그램 등에서 섭외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대중과 가까워지려는 음악인들의 노력은 앞으로 계속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연주에 지장을 주거나 지나친 오락화로 오히려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어렸을 적 부모님 옷장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외출하기 전 부모님이 옷장 문을 열고 멋있게 변신하는 모습은 마치 TV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변신 장면처럼 보였다. 부모님이 없을 때면 몰래 옷장을 열어보곤 했다. 몇 벌밖에 없는 옷장을 열고 눈으로 옷들을 훑고, 옷걸이에 걸린 옷들을 손으로 하나하나 만져봤다. 부모님의 체취는 물론이고 온기도 그대로 남아있는 듯했다. “어른이 되면 꼭 부모님 옷을 입어 봐야지”라고 다짐했다. 그 뒤 부모님이 옷에 무언가를 묻혀 오거나 단추가 뜯어지면 내 옷이 상한 것처럼 우울해지곤 했다. 어릴 때 소망과 달리 키가 부모님보다 더 커서도 부모님의 옷을 입어본 적은 없다. 그냥 낡고 촌스러워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20∼30년 전 유행했던 옷들이 복고바람을 타고 거리에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불현듯 어렸을 때 옷장에서 보았던 아버지의 ‘갈색 체크무늬 코트’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깊게 나프탈렌 냄새가 배고, 소매와 옷깃도 낡아 버렸을 테지만 매서운 한겨울 부모님의 따뜻함이 입고 싶어졌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제가 과연 어른으로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패션디자이너 이승준(34)이 12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제13회 수상 디자이너로 표지영(34)과 함께 선정됐다. SFDF는 세계 무대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신진 패션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창작 활동을 위해 10만 달러(약 1억1000만 원)를 지원한다. 이날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10년 전만 해도 패션디자이너로서 성공하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12세 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판정을 받아 지금도 약을 복용하고 있다. 5분 이상 책을 읽지 못하고 몇 줄의 이메일을 쓰더라도 제대로 끝내지 못한다. “각종 치료를 받고 약을 끊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학교 다닐 때도 남들 다 하는 일을 제대로 끝맺지 못해 많이 힘들었죠. 20대 중반에는 미래 걱정에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영국으로 간 그는 패션 명문학교인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공부했다. 2016년 독일 베를린에서 자신의 브랜드 플라이스(PLYS)를 시작했다. “베를린은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많은 도시예요. 평소 운동복을 입는 사람이 많죠. 시장 조사를 해보니 스포티한 니트 브랜드가 없었어요. 눈에 쉽게 띄는 색상에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니트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죠.” 바지, 티셔츠, 셔츠, 재킷, 코트 등 다양한 품목을 만드는 다른 패션디자이너들과 달리 그는 니트 하나에 집중했다. 틈새시장 진입도 그 이유지만 ADHD도 영향을 끼쳤다. “많은 패션디자이너가 늦은 밤까지 오랫동안 일해요. 저는 집중력이 떨어져 제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 하나에만 집중하자였죠. 첫 시즌 때도 딱 6가지 디자인만 만들었어요.” 니트 스포츠웨어, 그것도 질 좋은 원사에 탄탄한 직조와 눈에 띄는 디자인은 단숨에 패션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첫해에 영국 셀프리지, 하비니콜스를 비롯해 홍콩 레인크로퍼드 등 세계 유명 백화점이 그의 옷을 사갔다. “패션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꿈꿔본 백화점들이에요. 몇백만 원 정도만 판매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몇천만 원 단위로 주문해서 저도 놀랐어요.” 앞으로 아동복 분야에 진출하고 싶다는 그는 엉뚱하게도 약학 분야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100세 시대에는 직업을 3번 이상 바꿔야 한대요. 독일이 약학으로 유명한데 요즘 자연 치유와 관련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자연 처방 위주의 약방을 한번 열어보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괜히 마음이 급해지는 연말, 공연장에서 차분하게 한 해를 정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연말에는 단연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다. 롯데콘서트홀은 30일 오후 5시, 31일 오후 5시와 오후 9시 30분 제야음악회를 연다. 최수열의 지휘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을 비롯해 오르가니스트 신동일,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소프라노 강혜정,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김세일, 바리톤 정록기가 출연한다. 생상스 교향곡 3번, 엘가 위풍당당행진곡 1번, 베토벤 합창 등 친숙한 곡들이 무대에 오른다. 3만∼7만 원. 1544-7744 예술의전당도 합창을 선택했다. 31일 오후 9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합창을 비롯해 베르디와 바그너 오페라 아리아를 지휘자 임헌정,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소프라노 홍주영,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김석철, 바리톤 김종표가 들려준다. 3만∼10만 원. 02-580-1300 오페라 아리아의 선율에 젖어보는 것도 좋다. 성남아트센터는 31일 오후 10시 경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성기선 지휘로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소프라노 김순영, 테너 김동원, 바리톤 왕광열 등이 출연해 푸치니, 구노의 오페라 아리아들과 생상스, 차이콥스키 음악을 무대에 올린다. 공연 뒤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행사도 열린다. 1만5000∼2만 원. 031-783-8000 인천시립교향악단은 음악평론가 장일범을 앞세워 해설이 있는 제야음악회를 준비했다. 31일 오후 10시 인천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인천시립교향악단, 소프라노 이명주, 바리톤 공병우,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오페라 아리아와 차이콥스키 음악을 들려준다. 7000∼1만 원. 032-438-7772 대구오페라하우스는 31일 오후 5시 송년 오페레타로 슈트라우스 ‘박쥐’를 무대에 올린다. 화려한 왈츠와 폴카를 볼 수 있고 대사를 우리말로 각색해 재미와 이해를 더했다. 바리톤 이혁, 소프라노 김정아 주선영, 테너 오영민 등이 출연한다. 1만∼10만 원. 053-666-6024 2017년 마지막 밤을 국악 장단에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 국립극장은 가수 양희은, 뮤지컬배우 카이, 소리꾼 김준수와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나서는 제야음악회를 31일 오후 10시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앞서 오후 8시 달오름극장에서는 명창 안숙선이 ‘흥부가’를 부른다. 공연 뒤 야외 문화광장에서 새해맞이 카운트다운과 불꽃놀이가 이어진다. 3만∼10만 원. 02-2280-4114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발레 무용수들이 공연을 하면서 한 해를 마감한다는 ‘호두까기 인형’이 올해도 돌아왔다. 호두까기 인형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저마다 다른 색깔을 지녀 골라 보는 재미도 있다. 국립발레단의 무대(16∼25일·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는 웅장함과 스토리가 강점이다.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을 33년간 이끈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버전. 주인공 클라라의 이름을 러시아식인 ‘마리’로 바꿨다. 마리의 큰아버지가 화자로 설정됐고 호두까기 인형은 어린 무용수가 직접 연기한다. 무대와 디베르티스망(줄거리와 상관없이 볼거리로 제공되는 여흥 춤)은 화려하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각국 인형들의 춤을 넣어 단조로움을 피했다. 5000∼9만 원. 02-587-6181 1986년 국내 초연 이후 30년간 이어지고 있는 유니버설의 호두까기 인형(21∼31일·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은 연극 같으면서 아기자기하다.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스타일인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을 기반으로 한다. ‘눈송이의 왈츠’ ‘꽃의 왈츠’ 등 정통 클래식 발레와 함께 줄거리를 설명하는 발레 마임이 주요 구성 요소다. 발레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도 좋다. 드로셀마이어 역의 무용수는 실제 마술을 선보인다. 나탈리야 쿠시와 성사미(이상 클라라 역)가 주역으로 데뷔한다. 1만∼10만 원. 070-7124-1737 장선희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인 서울’(22∼24일·서울 국립극장 달오름)은 어린이 관객의 눈높이에 맞췄다. 무대가 19세기 유럽이 아닌 21세기 서울이다. 공연 시간도 120분에서 90분으로 압축했다. 2만∼5만 원. 02-3408-3280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뮤발레단이 공동 제작한 호두까기 인형(9일·대구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은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출연한다. 1만∼1만5000원. 053-606-6135 마포문화재단과 와이즈발레단이 함께 올리는 호두까기인형(8, 9일·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은 탭댄스를 추는 장난감 병정 등 현대적 요소를 더했다. 2만∼6만 원. 02-3274-8600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한국오페라단(단장 박기현) ‘라 트라비아타’가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오페라대상조직위원회 주최로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경상오페라단·폭스캄머오페라단(단장 최강지)의 ‘돈 파스콸레’가 소극장부문 최우수상, 지음오페라단(단장 최정심)의 ‘정몽주’가 창작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가장 관심을 모은 남녀 주역상은 테너 강신모와 소프라노 김지현이 수상했다. 신인상은 소프라노 우수연과 테너 김정규, 특별공로상은 최남인 대전오페라단 단장이 받았다. 예술상 오케스트라부문에는 헤럴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음악감독 김봉미)가 선정됐다. 이번 수상자들은 내년 2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수상자 갈라콘서트’ 무대에도 오른다. 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누구 하나 잘한다고 해서 좋은 음악을 들려주지는 못한다. 모두 함께 가야 한다. 하나하나의 음높이에 여럿이 마음을 모아야만 제대로 된 음악을 완성할 수 있다. 가톨릭핸드벨연합회가 10일 오후 5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제15회 정기연주회 겸 자선연주회를 연다. 이번 공연에는 바오로 벨 콰이어, 글로리아 벨 콰이어, 파이스 벨 콰이어, 맑음터 벨 콰이어 등 4개 핸드벨 장애인연주단체 30여 명도 함께한다. 15년 넘게 연주회 지휘봉을 잡고 있는 조은미 지휘자(57·사진)를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대학에서 오르간을 전공한 그는 일본에서 핸드벨을 접한 뒤 호기심에 동호회에 가입해 벨을 들었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오르간을 가르쳤지만 핸드벨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 우연히 핸드벨 장애인단체를 알게 돼 함께 연주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핸드벨은 각기 다른 음을 내는 종 여러 개를 돌아가며 흔들거나 돌리며 멜로디를 만들어낸다. 연주에 사용하는 핸드벨은 최소 3옥타브로 구성되며 핸드벨 37개, 연주자 12명 정도가 필요하다. 보통 11명 내외로 핸드벨 콰이어를 구성한다. 그는 “핸드벨은 겸손해야만 할 수 있는 악기다. 10명이 아무리 잘하고 있어도 새로운 팀원이 들어온다면 다시 초보 팀이 된다.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톨릭핸드벨연합회는 1998년부터 장애인 시설에 핸드벨을 지원하고, 이들을 위한 지도자를 양성하고 있다. 기금 마련과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목적으로 매년 자선음악회를 열고 있다. 그는 “핸드벨 연주는 장애인들의 소근육 발달과 정서 함양, 주의 집중에 좋다. 평소에 큰 소리를 지르던 장애인들도 핸드벨을 쥐여주면 연주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많은 악기 중 왜 핸드벨일까. 쉽게 연주할 수 있고 비장애인과 화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장애인들이 처음 핸드벨을 배울 때는 비장애인들이 많이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악보를 달달 외워 그들의 민감한 귀로 틀린 부분을 잡아내기도 한다”며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 함께 가야 음악이 완성된다”고 밝혔다. 가톨릭핸드벨연합회는 이번 연주회의 수익금으로 장애인 시설에 핸드벨을 보급할 계획이다. 허희정(바이올린), 박상미(트럼펫), 최주용(오르간), 김소정(팀파니)이 찬조 출연한다. 영화 ‘겨울왕국’, ‘타이타닉’, ‘오페라의 유령’ 삽입곡을 비롯해 ‘내 주는 강한 성’ 등을 연주한다. 3만∼7만 원. 02-583-6295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맘때 꼭 먹어야 하는 별미가 있다. 굴이다. 여름철 따뜻한 바다에서 산란한 후 가을부터 몸집이 오르기 시작하는 굴은 날이 추워지는 겨울에는 껍데기 속 가득 살이 찬다.겨울 추위가 몰아쳐 수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맛은 더 무르익는 데다 여름보다 글리코겐 함량도 훨씬 높아진다. 게다가 멜라닌 색소를 분해해 피부를 맑게 하는 성분 덕분에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지만 굴을 따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뽀얗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영양은 풍부하면서도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은 덕에 우리네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굴은 서해와 남해가 주산지로 환경에 따라 그 맛이 서로 다르다는 데에 매력이 있다.해산물 중에서도 완전식품으로 손꼽히는 굴. 여름에는 삼계탕과 민어로 보양을 하고, 겨울에는 굴로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면 다가올 동장군도 두렵지가 않을 것이다.<끝>》 [핫 플레이스 5]바다의 향긋한 내음으로 가득 찬 굴, 뽀얀 한 점의 예술을 맛보러 떠나 보자.○ 재패니즈다이닝 안심 마니아층이 탄탄한 재패니즈다이닝 안심. 일본 오사카 쓰지조리사전문학교 출신 안진석 오너셰프가 주방을 이끌고 있다. 이자카야보다 요리에 주력해 손맛 좋은 요리들을 선보인다. 재료의 대부분은 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서 선도 좋은 것들로만 선별해 들여온다. 겨울을 맞아 굴을 넣은 일본식 된장국물 요리인 ‘가키미소나베’, 굴과 계란덮밥 ‘다마고가키돈’을 시작했다. 가키미소나베는 굴로 유명한 일본 히로시마현의 대표적 향토 요리인 도테나베를 안 셰프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것이다. 냄비 안쪽에 시로미소(백된장)와 아카미소(적된장)를 섞어 바른 뒤 육수와 두부, 버섯, 채소, 굴을 넣고 끓인다. 든든하게 먹고 싶다면 다마고가키돈을 추천한다. 갓 지은 밥을 깔고 특제 소스를 부은 뒤 반숙한 계란과 빵가루를 입혀 튀긴 굴을 올린 덮밥으로 계란의 부드러움과 튀김의 바삭함, 굴의 풍부한 향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서울 강남구 언주로98길 9 2층. 070-8808-0618. 가키미소나베 3만5000원, 다마고가키돈 1만5000원○ 비어셰프 다이닝 펍으로 미국 뉴욕 요리학교인 CIA 출신 셰프들이 색다른 요리들을 맥주와 함께 선보인다. 맥주 리스트는 손봉균 셰프가 선별했다. 손 셰프는 미국 맥주 전문가 자격증 제도인 ‘시서러니(Cicerone)’ 국내 1호 취득자로 맥주 소믈리에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 수제맥주들을 직접 맛본 뒤 요리와 어울리는 것들만 선별해 들여온다. 겨울을 맞아 새롭게 선보이는 황태굴탕은 황태를 오랜 시간 우려내 얻은 뽀얀 육수에 통영 굴을 듬뿍 넣어 끓인 메뉴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으로 해장도 되면서 동시에 술안주도 된다.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34-1. 02-725-6510. 황태굴탕 1만4500원, 바이젠 7500원○ 터가든 사계절 굴 요리 전문점. 대표 메뉴는 굴밥으로, 작지만 옹골찬 천북 굴을 푸짐하게 넣어 갓 지은 돌솥밥이 나온다. 콩나물과 무생채, 부추무침을 넣고 달래 간장양념장을 올려 쓱쓱 비벼 먹으면 향긋한 굴 내음이 입안에서 어우러져 금세 밥 한 그릇을 비우게 된다. 찬으로 나오는 어리굴젓을 구운 김에 싸 먹어도 좋다. 애주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굴물회도 눈여겨보자. 물속에 굴이 들어갔다니 비리지 않을까 싶겠지만 신선한 굴만 사용해 비린내가 없다. 함께 들어간 달콤한 배와 당근, 부추가 굴과 어우러져 내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충남 보령시 천북면 홍보로 666. 041-641-4232. 굴밥 1만3000원, 굴물회(대) 3만 원○ 안동장 굴짬뽕의 원조로 알려진 곳. 1948년 문을 열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집으로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흰 짬뽕 스타일로 나오며 굴, 오징어, 조개, 죽순, 배추 등을 넉넉히 넣고 끓여낸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흰 짬뽕이 심심하다면 매운 굴짬뽕으로 요청할 수도 있다. 손맛이 살아있는 고소한 자장면, 송이짬뽕, 라조육밥 등 주인만의 노하우에 기본기가 탄탄한 중국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날이 추워지며 굴짬뽕을 맛보러 방문하는 직장인들과 추억의 맛을 다시 느끼고자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많아지는 곳이다.서울 중구 을지로 124. 02-2266-3814. 굴짬뽕 9000원, 짬뽕밥 8000원○ 향토집 굴수협 지정 굴 요리 전문점으로 메뉴판 한가득 쓰인 이름들은 생선구이와 비빔밥을 제외하고는 모두 굴이다. 인기 좋은 향토 코스는 굴밥부터 굴전, 생굴회(여름에는 굴숙회로 대체), 굴구이, 굴무침과 굴찜까지 굴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많은 요리를 경험할 수 있다. 술과 함께라면 부추, 양파를 넣어 보들보들하게 부쳐낸 굴전이나 쫄깃하게 구운 굴구이를, 아이와 함께라면 굴튀김을 추천한다.경남 통영시 무전5길 37-41. 055-645-4808. 향토 코스 2만3000원, 굴보쌈 3만 원 ▼굴전과 아황주… 생굴과 스타우트… 황태굴탕과 바이젠…▼굴과 궁합맞는 술 따로 있다연말을 맞아 술자리가 늘었다. 주류 전문가들에게 굴과 어울리는 페어링(Pairing·요리마다 어울리는 술을 찾는 것)을 추천받아 보았다. 미국 공인 인증 맥주 전문가인 손봉균 씨는 생굴과 스타우트(Stout)를 추천했다. 스타우트는 아일랜드 맥주로 굴이 많이 나는 아일랜드 지방에서는 스타우트와 굴을 함께 먹곤 했다. 습관이 전통이 됐고, 전통은 페어링이 됐다. 쌉싸래하고 묵직한 스타우트의 맛이 굴의 비릿한 맛을 잡아준다. 또 끝 맛이 부드러워 굴의 식감과도 잘 어울린다. 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뽀얗게 우러난 황태굴탕은 밀 맥주인 바이젠(Weizen)과 맞춤 페어링을 할 수 있다. 맥주의 향긋함과 굴, 황태에서 나오는 향이 길게 입안에 남는다. 굴을 튀겼다면 필스너(Pilsener)나 페일 에일(Pale Ale) 맥주를 추천한다. 한국 요리와 우리 술을 선보이는 ‘박경자식당’의 유호현 셰프는 생굴과 미인약주를 페어링했다. 미인약주는 파주 인삼과 찹쌀로 빚은 약주로 탁주에서 맑은 술만 걸러 산도도 있지만 누룩의 향미까지 지녀 굴의 향긋한 향과 잘 어울린다. 비린 요소도 깔끔하게 잡아준다. 굴전을 먹는다면 아황주(鴉黃酒)를 곁들여도 괜찮다. 굴의 향은 가벼운 술보다는 굴을 맞받아칠 수 있을 만큼 보디감이 진한 주류가 어울린다. 아황주는 적당한 산도와 과실의 달콤한 맛을 고루 갖췄다. 와인은 어떨까? 강지영 음식평론가는 스파클링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추천했다. 스파클링 와인은 완전히 드라이한 것도 괜찮지만 중간 단맛 정도 되는 와인과 궁합이 좋다. 화이트 와인을 고려하고 있다면 중성적인 느낌의 뮈스카(Muscat) 품종 와인을 곁들이면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정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음식사계 기사는 동아닷컴()과 동아일보 문화부 페이스북(), 다이어리알()에 동시 게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