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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억 명에 육박한 가운데 백신 공급이 지연돼 각국에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22일(현지 시간) “백신 생산을 위탁한 인도 업체 공장의 화재 등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백신 초기 공급 물량이 예상보다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달 유럽연합(EU)의 사용승인을 받은 후 다음 달부터 유럽 전역에 백신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생산 차질로 올해 1분기(1∼3월) 공급량이 당초 8000만 회분에서 3100만 회분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망했다. 앞서 16일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도 벨기에 생산공장 시설 확충 공사 등으로 백신 공급량을 30%가량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여파로 독일 베스트팔렌, 스페인 마드리드 등에서 이미 백신 접종이 일시 중단됐다. 화이자는 EU와 총 6억 회분의 계약을 체결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페이스북에 “공급량 감축은 심각한 계약 위반이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도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미국의 백신 부족도 심각하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22일 “공급받은 물량의 97%를 사용했다. 곧 소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50개 주 정부의 백신 할당량이 소진될 가능성을 조사하라”고 요청했다고 23일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화이자 백신 접종을 확대하기 위해 저용량 특수 주사기 사용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화이자 백신은 병당 5회분 접종이 정량인데 FDA가 승인한 주사기를 사용하면 1회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24일 “한국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분기(1∼3월)부터 공급받을 예정이며 현재까지 공급 계획에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신아형·이미지 기자}

6일 전대미문의 미국 의회 난입을 자행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중 최소 5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내란선동 혐의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고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상의를 탈의한 채 뿔 모자를 쓰고 얼굴에 페인트를 칠한 채 의회에 나타나 큰 주목을 받았던 극우단체 큐어넌 회원 제이컵 챈슬리는 당국 조사에서 “우리 애국자들은 6일 ‘워싱턴으로 오라’는 대통령의 요청을 따랐다”고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층에게 ‘미 의회가 지난해 11월 대선 결과를 최종 인증하는 6일을 기해 워싱턴에 집결하라’고 촉구하는 트윗을 수차례 게재했다. 챈슬리의 변호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까지 사면을 받기 위해 대통령 측에 로비를 벌였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시위에 참가한 텍사스 부동산업자 제너 라이언 역시 댈러스 지역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기에 와 달라고 우리에게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2일 “25일 상원에 탄핵안을 송부한 후 다음 달 9일부터 탄핵 심판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은 상원 심판 또한 속전속결로 처리할 뜻을 보였으나 공화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법적 준비를 할 시간을 줘야 한다”며 탄핵 일정을 미루지 않으면 바이든 내각의 장관 인준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보이자 동의했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23일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 기후변화,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탄핵이 급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새해 벽두부터 일본 대만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터키 폴란드 등 세계 곳곳에서 폭설과 이상저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사시사철 덥기로 유명한 아프리카 사하라사막과 사우디에도 흰 눈이 내렸다. 이에 따른 교통대란, 전력 공급 차질 등 사회 혼란도 심각하다. 지난해 지구 온도와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온난화가 이상기후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사막과 아열대서 폭설…본격화한 기후변화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14일 사우디 남서부 아시르에서 50년 만에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내려가고 눈이 내렸다. 평소에 눈을 거의 보지 못한 주민들이 밖으로 뛰쳐나와 눈을 구경했고 추위에 떠는 낙타에게 담요를 덮어줬다. 앞서 10일부터 북서부 타부크에서도 눈보라가 몰아쳐 낙타 안장 위에 흰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은 모습이 포착됐다. 13일 알제리 사막 마을 아인세프라에서도 기온이 영하 3도까지 떨어지고 눈보라가 휘날렸다. ‘사하라 관문’으로 불리는 아인세프라는 1월 평균 기온이 12도, 7월은 약 40도에 달하는 전형적인 사막기후 지대다. 아열대기후인 대만에서도 이달 7∼9일 한파로 126명이 사망했다. 1월 평균 기온이 13∼16도일 정도로 따뜻한 데다 난방시설이라는 개념조차 없어 6∼10도의 이상저온과 폭설이 몰아치자 주민들이 저체온증 등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특히 일부 산간지방에는 50cm가 넘는 눈이 내렸다. 이에 주민 보호를 위해 급파된 일부 경찰이 신발을 뚫고 스며드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양말에 생리대를 덧대 신는 광경까지 연출했다. 지중해성 온난기후인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다. 9일 수도 마드리드의 적설량이 50cm로 1971년 이후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항공, 철도, 도로 등 일대 교통이 완전 마비됐다. 상당수 시민이 대중교통 대신 스키를 타고 출근해야 했다. 앞서 7일 북서부 레온의 기상관측소에서는 기온이 역대 최저인 영하 35.8도로 측정됐다. NHK에 따르면 동해에 인접한 일본 호쿠리쿠 지방에서는 이달 7∼10일 폭설로 8명이 숨지고 277명이 다쳤다. 니가타현 조에쓰에서는 7∼10일 3일간 적설량이 무려 187cm에 이르렀고 최소 10개 관측 지점에서 사상 최대 적설량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도 7일 수도 베이징의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9.3도로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평균 기온이 32도인 말레이시아에서도 이달 초 주요 지역 기온이 21∼23도를 오가자 주민 불안이 커졌다. 18일 폴란드에서는 기온이 영하 28도까지 떨어졌다. 혹한 속 난방이 늘자 스모그가 급증해 수도 바르샤바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실내에 머무르라”고 권고했다. 터키 이스탄불 역시 폭설로 도로 운행이 중단됐고 동유럽 세르비아와 알바니아에서도 전력 공급 이상, 수도관 동파 등이 발생했다.○ 온난화 역설이 폭설 야기 기상전문가들은 이상한파와 폭설의 배경으로 온난화의 역설을 꼽는다. 온난화로 그간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하는 것을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당초 북극에만 머물렀던 찬 공기가 대만 스페인 같은 중위도 지방까지 내려왔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지구가 사상 최고로 뜨거웠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4일 보고서에서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이 14.9도라고 밝혔다. 1850년 관측을 시작한 후 가장 더운 해로 꼽혔던 2019년(14.9도)과 같은 수치다. BBC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 역시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에 도달했다. 지난해 5월 기준 이산화탄소는 417ppm을 기록했다. 이 수치가 400ppm을 초과한 시점은 지구 온도가 현재보다 2∼4도 높고 해수면이 지금보다 10∼25m 높았던 무려 400만 년 전 플라이오세 시대였다. 온난화로 북극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안에 갇혀 있던 메탄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다시 대기 중으로 배출돼 온난화를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지난해 지구를 냉각시키는 효과가 있는 ‘라니냐’(서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그 대신 동태평양 수온이 낮아지는 현상)가 발생했음에도 온난화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특히 북극에서 가장 눈에 띄게 온도가 올라갔다”고 우려했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지난해 12월 “우리가 사는 행성은 부서졌다. 인류가 자연과의 ‘자살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현 추세가 바뀌지 않으면 21세기에 3도 이상의 기온 상승 재앙을 맞을 수 있다”며 각국 정상에게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하라고 촉구했다. ○ 바이든 등장이 전환점 마련할까 세계 각국이 경제 악영향 등을 우려해 아직까지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환경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신임 미국 행정부의 출범이 국제 기후변화 대응에 전환점을 마련해줄지 관심이 쏠린다. “기후변화가 사기”라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줄곧 “기후변화는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20일 취임 첫날 전임자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신청하고 ‘키스톤XL’ 송유관 건설사업을 취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키스톤XL은 캐나다 서부 앨버타에서 미 몬태나, 네브래스카, 오클라호마 등을 거쳐 남부 텍사스까지 약 3500km의 송유관을 건설하는 90억 달러(약 9조9000억 원)의 초대형 사업이다. 캐나다 에너지기업 트랜스캐나다가 2005년 제안해 2008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허가했다. 총 4단계로 진행되며 현재 텍사스 일부 지역에도 송유관이 건설되는 등 3단계 작업이 끝났다. 사업 기간 내내 환경오염 우려 등으로 여러 소송에 휘말렸고 미 정치권 공방도 끊이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환경보호를 이유로 2015년 4단계 착공을 불허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직후 허가를 내줬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다시 취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청정에너지, 전기차, 각종 환경 인프라 등에 2조 달러(약 2200조 원)를 투자해 일자리 10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다른 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각국 기후변화 대응 성적을 지표화한 2020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58개국 중 50위를 기록한 한국 역시 직간접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그간 국제사회에서 탄소배출 관련 대책이 미흡한 나라로 꼽혔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미국이 녹색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 관세를 많이 부과하겠다고 하면 한국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는 “친환경 배터리 등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한국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각국 환경단체의 압박 또한 거세지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14일 프랑스 법원은 그린피스, 옥스팜 등 4개 비정부기구(NGO) 단체가 제기한 대정부 소송의 심리에 돌입했다. 이들 단체는 2018년 12월 프랑스의 안일한 환경 대책을 비판하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해 230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2019년 3월 상징적인 차원에서 1유로(약 13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이번에 심리가 시작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담은 법을 2019년 제정했다”며 적절히 대응했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탄소배출 환경단체가 2만5000건의 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100여 명의 피해 증언을 확보한 만큼 법정 공방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조유라 jyr0101@donga.com·신아형·이은택 기자}
“서로에게 무례하게 대하면 그 자리에서 해고하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 저녁 백악관 직원들과의 화상 대화에서 “미국의 핵심 가치는 겸손, 동료애, 다양성”이라면서 “나와 일하면서 다른 동료에게 무례하게 대하거나 업신여기면 곧바로 해고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곧바로(on the spot)’라는 말을 반복하며 “농담이 아니다. 변명의 기회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 이유로 “모든 사람은 출신, 배경과 무관하게 품위 있게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며 작고한 부친이 자신에게 늘 강조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당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인종 갈등과 양극화에 따른 미국 사회의 분열,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벌어진 참모진의 갈등 및 폭로전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4년간 품위와 위엄이 사라졌다”며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또 “여러분은 가장 품위 있는 정부에서 일할 것”이라며 “내가 여러분에게 기대하는 것은 정직함, 품위로 서로를 대하는 자세”라고 말했다. 백악관 직원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도 강조했다. 그는 “국민이 우리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그들이 나와 당신에게 월급을 준다. 국민이 여러분을 믿었듯 나 역시 여러분을 믿는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은 세계에서 가장 괜찮은 정부에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나라의 영혼을 회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두 번의 세계대전과 네 차례의 팬데믹(대유행). 1915년에 태어나 이 모든 고비를 넘기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물리친 영국 할머니가 106번째 생일을 맞이해 화제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4일(현지 시간) 영국 머지사이드주 한 요양병원에 거주하는 메리 니컬슨 할머니(106)가 지난해 12월 3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회복한 뒤 이달 12일 생일파티를 열었다고 전했다. 이로써 니컬슨 할머니는 제1·2차 세계대전과 1915년 스페인독감, 1957년 아시아독감과 1968년 홍콩독감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까지 모두 겪고도 살아남은 기록을 세웠다. 니컬슨 할머니는 장수 비결이 “전유(지방이 그대로 있는 우유)와 크림, 버터, 밤에 마시는 위스키 덕분”이라며 일반적으로 알려진 건강식단과는 거리가 먼 음식들을 소개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할머니는 이어 “매우 성대한 생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내고 나니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해졌다”고 밝혔다. 미혼에 자식이 없는 니컬슨 할머니는 코로나19 방역 지침까지 더해져 친척들 없이 요양병원 거주자들과 생일을 보냈다. 편지와 꽃다발에 둘러싸여 요양병원 식구들이 불러주는 생일축하 노래 선물을 받은 그는 “너무 행복하고 (이 시간을) 스스로 즐기고 있다. 바이러스를 물리치고 축하를 받으니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8년 전 비트코인 7500개가 들어 있는 컴퓨터 하드드라이브를 실수로 쓰레기통에 버린 영국 남성이 이를 되찾기 위해 쓰레기 매립지를 파낼 수 있게 해달라고 지방정부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15일 CNN 등에 따르면 이 남성은 하드드라이브를 되찾으면 약 2억8000만 달러(약 3090억 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의 25%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구호기금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당국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국 웨일스 뉴포트에 거주하는 정보기술(IT) 엔지니어 제임스 하웰 씨(35)는 2009년부터 암호화폐를 채굴했지만 당시 가치가 낮았던 터라 존재를 잊고 지내왔다. 그러다 2013년 6∼8월 무렵 집안을 청소하다가 모양이 같은 2개의 노트북 하드드라이버 중 7500개의 비트코인 개인키가 담겨 있는 것을 실수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는 비트코인 가치가 상승해 900만 달러(약 99억 원)를 수중에 넣을 수 있게 됐다는 걸 알고 뒤늦게 하드드라이버를 찾아 나섰다. 현재는 1BTC(비트코인의 화폐단위)당 400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어 하드드라이버를 되찾는다면 그는 3000여억 원 가치의 비트코인 주인이 된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환경오염’을 이유로 하웰 씨의 매립지 수색 신청을 불허했다. 당국은 “하드드라이브를 찾을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매립지를 파헤치고 쓰레기들을 다시 보관하고 관리하는 데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다”고 거절 이유를 밝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8년 전 비트코인 7500개가 들어 있는 컴퓨터 하드드라이브를 실수로 쓰레기통에 버린 영국 남성이 이를 되찾기 위해 쓰레기 매립지를 파낼 수 있게 해달라고 지방정부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15일 CNN 등에 따르면 이 남성은 하드드라이브를 되찾으면 약 2억8000만 달러(약 3090억 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의 25%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구호기금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당국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국 웨일스 뉴포트에 거주하는 정보기술(IT) 엔지니어 제임스 하웰 씨(35)는 2009년부터 암호화폐를 채굴했지만 당시 가치가 낮았던 터라 존재를 잊고 지내왔다. 그러다 2013년 6~8월 무렵 집안을 청소하다가 모양이 같은 2개의 노트북 하드드라이버 중 7500개의 비트코인 개인키가 담겨 있는 것을 실수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는 비트코인 가치가 상승해 900만 달러(약 99억 원)를 수중에 넣을 수 있게 됐다는 걸 알고 뒤늦게 하드드라이버를 찾아 나섰다. 현재는 1BTC(비트코인의 화폐단위) 당 4000만 원 대에 거래되고 있어 하드드라이버를 되찾는다면 그는 3000여억 원 가치의 비트코인 주인이 된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환경오염’을 이유로 하웰 씨의 매립지 수색 신청을 불허했다. 당국은 “하드드라이브를 찾을 수 있을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데 매립지를 파헤치고 쓰레기들을 다시 보관하고 관리하는 일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다”고 거절 이유를 밝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두 번의 세계전쟁과 네 차례의 팬데믹(대유행). 1915년에 태어나 이 모든 고비를 넘기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물리친 영국 할머니가 106번째 생일을 맞이해 화제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4일(현지 시간) 영국 머지사이드주 한 요양병원에 거주하는 메리 니컬슨(106) 할머니가 지난해 12월 3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회복한 뒤 이달 12일 생일파티를 열었다고 전했다. 이로써 니컬슨 할머니는 제1·2차 세계대전과 1915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아 독감과 1968년 홍콩 독감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까지 모두 겪고도 살아남은 기록을 세웠다. 니컬슨 할머니는 장수 비결에 “전유(지방이 그대로 있는 우유)와 크림, 버터, 밤에 마시는 위스키 덕분”이라며 일반적으로 알려진 건강식단과는 거리가 먼 음식들을 소개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할머니는 이어 “매우 성대한 생일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나니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해졌다”고 밝혔다. 미혼에 자식이 없는 니컬슨 할머니는 코로나19 방역 지침까지 더해져 친척들 없이 요양원 거주자들과 생일을 보냈다. 편지와 꽃다발에 둘러싸여 요양원 식구들이 불러주는 생일축하 노래 선물을 받은 그는 “너무 행복하고 (이 시간을) 스스로 즐기고 있다. 바이러스로 격리된 뒤 축하를 받으니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가 주도한 전대미문의 미 의회 난입 사태의 후폭풍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난입을 사실상 종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13일 ‘미 최초로 4년 임기 중 두 번이나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20일 출범할 조 바이든 신임 행정부와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후에도 탄핵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상원에서 탄핵이 최종 통과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형사 기소를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의회 난입을 주도한 미 극우주의자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고 있다. 이들은 누구이며 왜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소아성애자가 美지배” 주장하는 큐어논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은 수천 명으로 추정되는 이번 시위대에 큐어논, 프라우드보이스 등 미 주요 극우단체 회원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얼굴에 성조기 색깔을 칠하고 소뿔 모자를 쓴 후 의회 난입을 주도해 구속된 제이컵 챈슬리(33) 등이 소속된 큐어논에 대한 관심이 높다. 2017년 극우 온라인 게시판 ‘포챈(4chan)’에서 탄생한 큐어논은 불과 4년 만에 미국을 대표하는 극우단체가 됐다. 익명 극우주의자 ‘큐’란 인물이 정부 내부 인사를 자처하며 각종 음모론이 담긴 글을 올렸고 이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세를 불렸다. 큐어논은 ‘큐’와 익명을 뜻하는 ‘Anonymous(어노니머스)’의 합성어다. 이들은 미 민주당과 연결된 비밀집단 ‘딥스테이트(deep state)’가 미국을 사실상 통치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구하기 위해 이들과 맞서 싸운다는 음모론을 신봉한다. 또 딥스테이트에 소속된 인물이 악마 숭배자이자 소아성애자라고 주장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억만장자 빌 게이츠와 조지 소로스 등이 대표적 인물이며 조 바이든 당선인은 딥스테이트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펼친다. 큐어논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저소득 남성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진 상하원 선거 때도 큐어논의 위력이 입증됐다. 남부 조지아주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출마한 마저리 테일러 그린 후보는 “큐어논을 지지한다”고 거듭 언급했음에도 당선됐다. 블룸버그뉴스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 브라질 등에도 큐어논 지지자가 많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종종 트위터에 큐어논 관련 게시물을 공유하거나 언급하면서 음모론이 확산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라우드보이스·NSC-131 등도 유명2016년 만들어진 백인 우월주의단체 ‘프라우드보이스’ 회원도 조직적으로 의회 난입에 가담했다. 이민, 인종 통합 정책, 낙태 합법화 등이 백인을 멸종시키려는 목적으로 등장했다고 주장한다. 반(反)이민, 반페미니즘 등을 표방하며 종종 폭력 시위에 가담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미국을 뒤흔든 인종차별 항의 시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s)’ 당시 일종의 ‘맞불’ 시위를 벌였다. 또 흑인을 ‘블랙 아메리칸(Black American)’이 아니라 ‘아프리칸 아메리칸(African American)’으로 부르도록 하는 등 인종, 성, 민족, 종교 등을 규정할 수 있는 특정 표현을 쓰지 말자는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운동에도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이것이 개인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트위터를 통해 이들의 행보를 두둔했다. 2019년 신(新)나치주의를 표방하며 설립된 ‘NSC-131’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NSC는 ‘민족주의자 클럽(Nationalist Social Club)’의 약자다. 131은 ‘반공산주의 행동(Anti-Communist Action)에서 유래했다. 세 단어의 머리글자인 A, C, A가 영어 알파벳에서 첫 번째와 세 번째 단어라는 점에 착안해 해당 숫자를 부여했다. 의회 난입 당시 이 단체 소속의 한 남성은 나치가 유대인 대학살을 자행한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이름을 딴 ‘캠프 아우슈비츠’란 글이 쓰인 상의를 입고 등장했다. 이들 또한 “유대인이 백인을 말살시키려 한다”고 주장한다. NYT에 따르면 2019년 미국의 반유대인 범죄는 최근 40년 중 가장 많았다. 지난해 12월에도 뉴욕 스태튼아일랜드의 자치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가 공개 장소에서 나치 경례 구호인 ‘하일 히틀러’라고 외치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큰 비판을 받았다. 미국을 지키는 민병대를 자처하는 ‘스리퍼센터스(3%ers)’도 이번 집회에 등장했다. 2008년 설립된 후 2017년 중부 오클라호마주에서 은행 폭탄 테러를 벌여 주목을 받았다. 전직 경찰, 군인 등이 소속된 ‘오스키퍼스(Oath Keepers)’ 또한 “새로운 세계 질서가 미국인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단체의 공통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맹렬한 지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확고한 믿음이라고 NYT는 진단했다. 일부 사회학자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강경 기독교 복음주의가 트럼프식 극단주의와 결합하면서 미국의 극우세력이 난립할 토양이 마련됐다고 분석한다. NYT에 따르면 의회 난입 당시 시위대가 사용한 도구에는 종교적 색채가 뚜렷했다. ‘예수(Jesus) 2020’ ‘신의 갑옷’ 문구가 등장했고 십자가를 든 사람도 상당수였다. NYT는 “정치적 불만과 왜곡된 종교적 열정이 뒤섞인 일부 트럼프 지지자가 스스로를 ‘성전(聖戰)’ 참여자라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극우 미디어도 난립 이들 극우세력이 빠른 시간 내에 세를 불린 또 다른 배경에 극우 미디어가 있다. 전직 기자 크리스토퍼 러디가 1998년 창립한 뉴스맥스, 사업가 로버트 헤링이 2013년 만든 ‘OANN(One America News Network)’ 등이 대표적 극우 방송으로 꼽힌다. 하버드대 니먼언론재단은 5일 보고서에서 “온라인에서만 돌아다니던 ‘이상한’ 게시물들이 이제는 고품질로 제작돼 비용이 많이 드는 매체로 유통되면서 수용자들이 정보를 신뢰하도록 만든다”고 지적했다. 뉴스맥스와 OANN은 가짜뉴스를 여과 없이 내보낸다는 비판을 받는다. OANN은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는 허위 정보를 보도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 도중 경찰에 밀려 넘어져 중상을 입은 뉴욕주의 노인이 폭력적 테러그룹과 관계가 있다는 근거 없는 뉴스도 전했다. 특히 이들이 가짜뉴스를 보도한 시점은 각각 트럼프 대통령이 클린턴 후보와 뉴욕주 노인을 비판하는 트위터를 올린 직후였다. 누가 봐도 고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매체는 대표적 친트럼프 언론으로 알려졌던 폭스뉴스에서 떨어져 나온 시청자들을 흡수하며 최근 급속히 영향력을 확장했다. “폭스뉴스조차 트럼프에게 등을 돌렸다”는 이유에서다. 알려진 대로 폭스뉴스는 지난해 11월 대선 당시 미 언론 중 가장 먼저 보수 텃밭인 서부 애리조나주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모바일 앱 분석 업체인 앱토피아에 따르면 뉴스맥스의 하루 모바일 시청자 수는 지난해 10월 20일 15만여 명에서 대선 이후인 같은 해 11월 24일 225만 명으로 치솟았다. 뉴스맥스 또한 그레그 켈리, 롭 슈밋 등 폭스뉴스의 전 진행자들을 간판 앵커로 영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트위터에 두 매체의 보도를 언급하며 힘을 실어줬다. USA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9월∼2020년 8월 케이블 방송과 관련해 올린 트윗 1206개 중 95%에서 폭스뉴스를 언급했지만 이 비율은 대선 이후인 11월 15일∼12월 2일 53%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그 대신 OANN(37%)과 뉴스맥스(10%)에 대한 언급이 급증했다.○ ‘극우파의 퍼스트레이디’ 리베카 머서극우세력의 후원자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월가를 대표하는 유명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공동 창업자 로버트 머서(75)의 딸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고액 후원자로 유명한 리베카 머서(48)가 대표적이다. 리베카는 극우주의자가 즐겨 쓰는 소셜미디어 ‘팔러’를 설립하는 데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베카는 지난해 11월 팔러에 게시한 글에서 자신이 여러 공동 설립자와 함께 팔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명문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월가에서 일한 리베카는 2016년 대선 당시 유명해졌다. 당시 그는 부친과 함께 트럼프 대선캠프에 2500만 달러(약 270억 원)를 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며 행정부 인사에도 관여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리베카를 “공화당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라고 평했다. 뉴스맥스의 창립자 러디는 “극우파의 퍼스트레이디”라고 표현했다. 머서 가문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한 흔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에서 수집된 5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트럼프 캠프에 무단 제공했다가 논란이 된 데이터 분석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도 로버트 머서가 일부 소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로버트는 ‘퀀트 투자’(수학 및 통계 기법 활용 투자)로 유명한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경영하며 부를 축적했고, 2004년 ‘머서 재단’을 세워 우파 정치세력 지원에 본격 나서면서 딸 리베카를 재단의 얼굴로 내세웠다. 리베카는 2012년 대선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패하자 기존 정치 전문가를 믿을 수 없다고 보고 정치 전면에 나섰다고 알려져 있다. 큐어논 음모론을 신봉하는 흑인 여성 방송인 겸 작가 앤절라 스탠턴킹(44), 인터넷 평론가 등으로 활동하는 앤팀 지오넷(34) 등도 극우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꼽힌다. ○ 바이든 행정부 또한 극우주의자 대처 두고 부담 이처럼 자금력, 조직력, 미디어 등을 갖춘 극우단체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도 미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은 인종차별 문제와 정치·경제적 양극화 등으로 갈기갈기 찢긴 상태이고, 이 문제들에 대한 트럼프식 극단주의는 트럼프가 퇴임해도 여전히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특히 정권 교체기 극우 세력의 반발과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박 교수는 “새 정부가 안정기에 들어서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면 극우세력도 소수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미국 극우세력은 이념에 바탕을 뒀다기보다 감성적 증오를 동력으로 하고 있다”면서 “타오르는 증오를 하룻밤 사이에 없앨 수는 없기에 바이든 당선인에게도 장애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화당에도 극우세력은 ‘독이 든 술잔’과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을 잡으면 민주당을 견제하는 동력이 되겠지만 트럼프 탄핵 사태의 추이에 따라 극우세력의 반발이 커지면 나중에는 공화당 분당의 불씨가 될 소지마저 있다는 의미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면서도 그의 추종세력은 흡수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면서 “극우세력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바이든 행정부뿐 아니라 공화당의 미래도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조종엽 jjj@donga.com·신아형·김민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미 하원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지 90분 만에 백악관 트위터 계정에 연설 영상을 올렸다. 5분가량의 영상에서 트럼프는 “지난주 목격한 폭력을 명백히 규탄한다. 나의 진정한 지지자라면 폭력에 일조하지 않을 것이며 법집행을 경시하거나 미국인을 위협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영상을 올린 지 약 4시간 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을 공개하고 ‘폭력과 위법행위, 공공기물 파손은 없어야 한다. 모든 미국인은 긴장을 가라앉힐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탄핵안 가결 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민주당을 향해 강한 비난을 쏟아냈지만 ‘지지자 달래기’에 집중하며 달라진 자세를 취한 것이다. 이날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대통령이 나에게 이번 습격에 자신의 책임이 ‘조금은 있다’고 인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인 12일 “탄핵은 어처구니없는 미국 정치 역사상 가장 큰 마녀사냥”이라면서 탄핵 절차에 착수하려는 의회 움직임에 불만을 표출했다. 시위대의 국회 난입 전 연설에 대해서도 “내 발언은 완전히 적절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러시아의 40대 여성 환자에게서 18개의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12일(현지 시간) 일간 이즈베스티야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47세 여성 환자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18개의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이 여성은 지난해 4월 악성림프종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같은 달 30일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됐다. 같은 해 9월 9일 진단검사에서도 양성으로 나왔고 사흘 뒤인 12일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 여성의 몸속에 4개월 이상 잔류하면서 서로 다른 여러 변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콘스탄틴 크루톱스키 시베리아연방대 유전학 교수는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의 몸속에 바이러스가 오랜 기간 잔류하면서 여러 개의 변이 바이러스가 동시다발로 기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가 아직 1명에게서만 확인됐기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 18개의 전파력이나 치명률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이르다는 견해를 보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안에는 코로나19 집단면역 형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숨야 스와미나탄 수석연구원은 11일 “코로나19 백신이 취약계층은 보호하겠지만, 연내 일정 수준의 집단면역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백신 접종 대상이 수백만 명이 아닌 전 세계 수십억 인구이기 때문에 이들이 면역을 형성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신아형 abro@donga.com·김민 기자}
미국 정부가 지난해 9월 중국에 붙잡혀 강제 북송 위험에 처한 탈북민들에 대해 ‘돌려보내면 안 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9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중국에 의한 북한 망명 신청자들의 비자발적 송환 관련 보고들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모든 국가들이 국제적 의무에 따라 행동하고 망명자 박해가 예상되는 국가로 추방하면 안 된다는 ‘강제송환금지원칙(농르풀망 원칙·Principle of Non-Refoulement)’을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VOA는 “미 정부가 정권이 교체되는 과도기 국면에서도 북한 주민 인권의 존중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9월 한국으로 향하던 탈북민 5명이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의 황다오에서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나왔다. 구금된 5명 중에는 체포 당시 임신 6개월 차였던 임신부, 14세 소녀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인권이사회 측은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에 이들의 북송 중지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미 국무부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미 정치권의 비판을 두고 ‘내정 간섭’이라고 반박한 것을 두고 “우리는 인권과 기본 자유 보호를 옹호한다. 북한에 자유롭게 정보를 유입하려는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신아형기자 abr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의 의회 난입과 관련해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론은 물론이고 남은 임기에 관계없이 그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부추기면서 사실상 방조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행정부 내에서 대통령 해임을 논의하는 움직임이 포착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군(軍)통수권자 지위를 상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6일(현지 시간) CNN은 내각 관료 몇몇이 대통령의 직위를 박탈하기 위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시키는 방안을 사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 논의가 이미 의회에 전달됐고 일부 상원의원 또한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해임, 사망, 사임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부통령이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했다. 부통령을 포함한 내각 과반수가 ‘대통령이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결정하면 가능하다. 민주당과 재계에서는 탄핵 요구가 거세다. 테드 류 의원(캘리포니아)과 데이비드 시실리니 의원(로드아일랜드) 등 일부 하원의원들은 이미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수정헌법에 따라 대통령을 사퇴시키라”고 촉구했다. 화이자 등이 속한 미국제조업협회(NAM)의 제이 티먼스 회장은 성명에서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선동했다. 그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면 수정헌법에 따라 펜스 부통령이 권한을 대행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날 폭력 사태 직후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 대행은 성명을 통해 “나와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펜스 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대표,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와 주방위군 출동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급하지 않았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누가 방위군 출동을 결정했느냐”는 폭스뉴스의 질문에 “펜스 부통령 등과 협의했다”고만 했다. CNN은 대통령의 최측근인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폭동 대응에 대한 책임으로 사의를 밝혔다고 전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크리스 리들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도 사의 표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위대의 의회 난입 후 2시간 만에 “의회에 있는 모든 사람은 평화를 지켜야 한다. 폭력은 안 된다”는 트윗을 올렸다. 이후 영상 메시지로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지만 “선거를 도둑맞았다”며 대선 불복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신아형 기자}

이슬람권 국가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할랄 인증’ 여부를 두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무슬림들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섭취 및 소비가 가능한 제품을 ‘할랄(Halal)’, 금지된 제품을 ‘하람(Haram)’으로 구분하는데, 보통 백신에는 돼지고기에서 추출된 젤라틴이 들어가 별도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전체 인구의 87%)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되는지에 대한 이슬람 성직자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 그리고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등은 자사의 백신 자체에는 젤라틴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는 백신은 이미 인도네시아가 300만회 분 공급을 시작한 중국 국영 제약사 시노백의 백신이다. 이미 시노백은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정부가 소유한 백신 제작업체 바이오 퍼마에 ‘돼지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적은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이슬람 성직자들은 중국 측에 더 상세한 정보를 요구했다. NYT에 따르면 시노백의 추가 정보 제공은 이를 요청한 지 5개월 이상이 지난 이번 주에서야 이뤄졌다. 앞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백신 할랄 여부 검토 장기화가 접종률 저하로 이어질 상황을 우려해 “백신이 할랄인지 아닌지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긴급한 상황에 처해있다”며 백신을 맞을 것을 직접 촉구하고 나섰다. 무슬림 인구가 인도네시아보다 비교적 적은 말레이시아(61%)나 아랍에미리트(UAE)(76%)는 이미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할랄 인증 기구인 울라마위원회(MUI)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MUI는 돼지고기 성분이 들어간 홍역 백신 또한 금지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전체 인구의 95%가 백신을 맞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접종률은 72% 그쳤고 약 1000만 명의 어린이들이 백신을 맞지 못했다. 호주 그리피스대의 디키 버드먼 전염병학자는 NYT에 “백신에 있어서는 투명성이야말로 중국에 요구되는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며 세계에 자국 백신의 안전성을 인정받기 위해 모든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영화 ‘007 시리즈’에서 본드걸로 출연했던 타니아 로버츠(66·사진)가 ‘오보 소동’ 하루 만에 사망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동거인 랜스 오브라이언을 인용해 로버츠가 4일(현지 시간) 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요로감염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로버츠는 지난해 12월 24일 할리우드힐스 자택 인근을 산책하다가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3일 해외 언론들이 당시 생존해 있던 로버츠의 사망 소식을 보도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해당 논란은 오브라이언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로버츠는 인공호흡기에 생명을 의존할 정도로 상태가 나빴고, 의료진은 그에게 “임종을 준비하라”고 일렀다. 이에 오브라이언은 로버츠의 부고를 알렸지만 추후 병원에서 로버츠가 살아 있다고 정정한 것. 하지만 이날 밤 로버츠가 끝내 숨을 거두면서 오보는 사실이 됐다. 1955년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난 로버츠는 15세부터 모델로 활동했다. 1970년대 후반 미 ABC 방송의 ‘미녀 삼총사’에 형사 역할로 출연한 뒤 007 본드걸을 연기해 큰 인기를 얻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4일부터 각 지역 병원 등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공급되기 시작한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례적으로 18∼59세 청장년층 접종을 60세 이상 고령자보다 먼저 하기로 했다.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 순위엔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의료진이나 감염병에 취약한 고령자가 1순위다. 지난해 12월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제일 먼저 시작한 영국은 고령자, 영국에 이어 두 번째 접종 국가인 미국은 간호사가 가장 먼저 맞았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영국 등 다른 나라들은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 고령자가 먼저 접종을 받은 데 비해 인도네시아는 생산 연령 인구를 먼저 맞히기로 했다. 이례적인 접근”이라고 4일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0일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표한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보면 1순위는 보건의료 종사자, 2순위는 경찰을 비롯한 사회 필수인력이고, 3순위가 18∼59세 연령이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이런 결정은 생산 가능 인구이면서 소비력도 큰 연령대가 고령층보다 먼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도록 해 경제 회복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8∼59세 인구의 가계지출 비중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된 이들의 소비심리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카르타의 아이크만분자생물학연구소 아민 수반드리오 소장은 “가장 활동적이고 노출이 많은 인구 집단인 18∼59세에게 백신을 먼저 접종하면 다른 집단을 보호하는 요새를 형성할 수 있다”고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가 도입한 중국 국영 제약사 시노백 백신의 임상시험 데이터가 상세하게 공개되지 않은 점도 고령자 접종을 뒤로 돌린 이유 중 하나로 전해졌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유엔 평화유지군의 창설 및 운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브라이언 어커트 전 유엔 사무차장(사진)이 2일(현지 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전했다. 향년 102세. 1919년 영국 도싯에서 태어난 어커트 전 차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의 정보장교로 복무했다. 이후 1945년부터 1986년까지 40여 년간 유엔에서 일하며 평화유지군 창설을 주도했다. 지난해 8월 기준 약 120개국의 8만여 명이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커트 전 차장은 재직 중 5명의 유엔 사무총장을 보좌하는 등 사실상 유엔의 ‘2인자’ ‘살아있는 역사’로도 불렸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영국 법원이 ‘자살 위험’을 이유로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50)를 미국으로 인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런던 중앙형사법원은 4일(현지 시간) 오전 열린 재판에서 미국이 요청한 어산지의 범죄인 인도를 불허했다. 재판부는 어산지 측이 “그가 우울증과 아스퍼거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받아들여 “그의 정신건강 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그가 미국으로 보내지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때 이를 방지할 방법이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은 2019년 어산지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국방부 문서와 미 국무부 외교 기밀문서를 위키리크스에 유출한 것을 포함해 총 18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고 영국 측에 어산지의 송환을 요청했다. 2010년 스웨덴에서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국제 수배 명단에 오른 그는 같은 해 12월 영국에서 붙잡혔지만 보석 상태로 영국에 머물며 재판을 받았다. 2012년부터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2019년 영국 경찰은 그를 체포해 교도소에 수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서부 콜로라도에 이어 캘리포니아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이들은 모두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돼 미 지역 사회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훨씬 강한 만큼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선 백신 접종률을 더 높여야 하지만 현재 미국 백신 접종 속도가 원래 목표치에도 한참 미치지 못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보건 당국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30세 남성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앞서 29일 미국 내 첫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콜로라도에서도 두 번째 변이 바이러스 의심 환자가 발생해 확인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들 모두 여행 기록이 없어 이미 변이 바이러스가 미국 지역 사회에 확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버드대 전염병 전문가 빌 하네게는 NYT에 “(변이 바이러스가) 이미 지역 곳곳에 유입됐다고 생각할 근거가 충분하다. 그저 우리가 아직 제대로 찾아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섰고 동시에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까지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애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연말까지 2000만 명 백신 접종 계획을 세웠지만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30일(현지 시간) 집계 기준으로 약 260만 명만이 1회 접종을 마쳤다. 지금까지 보급된 백신 역시 1240만 회분에 그친다. 현재 속도대로라면 집단면역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 미국 인구 60~70%가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기준 역시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인구의 90% 항체 보유’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NBC방송은 “이대로 가면 코로나 팬데믹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기까지 약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또 정부가 지정한 ‘6월 말까지 전체 인구의 80%인 3억3000만여 명 접종 완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매일 300만 명 이상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 백악관 코로나19 백신개발 총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우이는 이날 “우리도 기대한 것보다 접종자가 적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은 동시에 폭설과 연휴 등의 영향으로 접종자가 적었고 의료기관이 접종 건수를 CDC에 보고하려면 최소 72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 접종 인원은 더 많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아형기자 abro@donga.com}

이탈리아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피에르 카르댕이 29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8세. 카르댕은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에서 눈을 감았는데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기성복의 제왕’으로 불리는 카르댕은 소수의 부유한 개인 고객을 위한 맞춤형 고급 패션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가 주류를 이루던 세계 패션계에 일반 대중을 위한 기성복 ‘프레타포르테(pr^et-‘a-porter)’를 도입해 패션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여사, 미국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타 헤이워스,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 등 세계적인 명사들이 그의 옷을 즐겨 입었다. 세계적인 록밴드 ‘비틀스’가 공연 때 입었던 칼라리스(collarless) 재킷도 카르댕이 디자인한 옷이다. 카르댕은 1922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인근 트레비소에서 태어났다. 가족은 파시스트 독재를 피해 그가 두 살 때 프랑스로 이주했다. 와인을 파는 부유한 상인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이 건축을 전공하길 원했지만 카르댕은 어려서부터 옷 만들기에 관심이 많았다. 14세부터 양복점 수습생으로 일했고 28세 때인 1950년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패션 하우스를 설립했다. 카르댕은 1959년 유명 디자이너 중 최초로 일반 대중을 위한 기성복 제품을 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급 맞춤복만 취급하던 파리의 한 백화점에 그가 기성복을 납품하자 발끈한 파리 의상협동조합은 카르댕을 쫓아냈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프레타포르테가 날 죽일 것으로 봤지만 사실은 나를 살렸다”고 회고했다. 남성복을 제작한 최초의 디자이너인 그는 2009년 AFP통신에 “내가 만들기 전에는 재단사를 제외하고 그 어떤 디자이너도 남성을 위한 옷을 만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르댕은 평범한 직물이 아닌 비닐, 금속, 섬유 등을 이용한 전위적인 옷을 만들어 ‘우주시대 디자이너’로도 불렸다. 화려한 색상과 대담한 무늬를 즐겨 사용했고 여성의 뒤태를 강조하기 위해 옷의 엉덩이 부분을 과도하게 부풀린 ‘버블 드레스’ 역시 유명하다. 르몽드에 따르면 카르댕은 인도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의장 등 세계 각국 지도자와도 돈독한 교분을 유지했다. 이런 유명 정치인들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사무실에 진열해 놓기도 했다. 카르댕은 2012년 7월 90세의 나이에도 작품 발표회를 갖는 등 노년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며 패션 산업을 주도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이 일을 시작할 때는 내가 가장 어렸고 지금은 가장 나이가 많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일하고 있다”며 자신은 영원한 현역이라고 강조했다. 카르댕은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 영화 ‘400번의 구타’ 등에서 주연을 맡았던 프랑스 유명 여배우 잔 모로(1928∼2017)는 카르댕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꼽힌다. 장뤼크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 프랑스 작가주의 실험영화에 자주 출연한 그는 카르댕과 평생 친분을 유지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