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양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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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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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루페 한국 귀화 ‘마지막 시험대’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7·케냐·사진)가 대한민국 귀화를 위한 마지막 시험대에 선다. 에루페는 11일 신라의 ‘천년고도’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동아일보 2015 경주국제마라톤(경상북도 경주시 대한육상경기연맹 동아일보 공동 주최)에서 대회 통산 3번째 우승이자 국내 대회 5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6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6분11초로 우승한 뒤 한국 귀화를 선언한 에루페에게 이번 무대는 귀화 반대파의 신임을 얻고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줘야 하는 무대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던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에루페의 귀화를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도자들은 “국내 마라톤을 망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도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입상할 수 있는 실력이 보장돼야 법무부에 특별 귀화를 추천할 수 있다”는 자세다. 체육회 법제상벌위원회에서 에루페의 귀화를 결정하면 법무부 국적심사위원회가 귀화를 최종 심의하게 된다. 사실 에루페의 실력은 이미 검증 받았다. 2011년 경주에서 생애 첫 국제대회 정상에 선 뒤 2012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5분37초를 기록해 국내에서 첫 2시간5분대 기록이자 국내 개최 최고 기록을 세웠고, 2012년 경주대회 2연패까지 차지했다. 경쟁력은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에루페는 2012년 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불시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불명예’가 있다. 말라리아 예방 접종 주사를 맞은 상태에서였고 2년 자격정지 기간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에루페로선 ‘도핑 양성반응 선수까지 귀화시켜야 하느냐’란 주장도 이번 대회에서 불식시켜야 한다. 에루페를 지도하고 있는 오창석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53)는 “최근 케냐에 다녀왔는데 에루페의 각오가 대단하다. 컨디션도 좋다”고 말했다. ‘귀화로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선 1년간 해당 국가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IAAF 규정에 맞추기 위해 6월 충남 청양군체육회에 입단한 에루페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유니폼에 청양군을 새기고 달린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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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화 선언’ 에루페, 2015경주국제마라톤서 우승 도전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7·케냐)가 대한민국 귀화를 위한 마지막 시험대에 선다. 에루페는 11일 신라의 ‘천년고도’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동아일보 2015경주국제마라톤(경상북도 경주시 대한육상경기연맹 동아일보 공동주최)에서 대회 통산 3번째 우승이자 국내대회 5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6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6분11초로 우승한 뒤 한국 귀화를 선언한 에루페에게 이번 무대는 귀화 반대파의 신임을 얻고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줘야 하는 무대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던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에루페의 귀화를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도자들은 “국내 마라톤을 망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도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입상할 수 있는 실력이 보장돼야 법무부에 특별 귀화를 추천할 수 있다”는 자세다. 체육회 법제상벌위원회에서 에루페의 귀화를 결정하면 법무부 국적심사위원회가 귀화를 최종 심의하게 된다. 사실 에루페의 실력은 이미 검증 받았다. 2011년 경주에서 생애 첫 국제대회 정상에 선 뒤 2012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5분37초를 기록해 국내에서 첫 2시간5분대 기록이자 국내 개최 최고 기록을 세웠고, 2012년 경주대회 2연패까지 차지했다. 경쟁력은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에루페는 2012년 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불시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불명예’가 있다. 말라리아 예방 접종 주사를 맞은 상태에서였고 2년 자격정지 기간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에루페로선 ‘도핑 양성반응 선수까지 귀화시켜야 하느냐’란 주장도 이번 대회에서 불식시켜야 한다. 에루페를 지도하고 있는 오창석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53)는 “최근 케냐에 다녀왔는데 에루페의 각오가 대단하다. 컨디션도 좋다”고 말했다. ‘귀화로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선 1년간 해당 국가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규정에 맞추기 위해 6월 충남 청양군체육회에 입단한 에루페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유니폼에 청양군을 새기고 달린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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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카 철각들에 도전하실 분!

    가을철 유일하게 서울 도심을 달리는 마라톤 축제 서울달리기대회(Seoul Race)가 ‘명품’ 도약을 위해 올해부터 새롭게 변신한다. 10월 18일 오전 8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되돌아오는 2015 서울달리기대회 10km 부문이 세계적인 엘리트 선수와 마스터스가 어우러지는 오픈국제대회로 열린다. 서울달리기사무국은 최근 단거리 마라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10km 부문에 큰 변화를 줬다.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의 건각들과 국내 엘리트 및 마스터스들이 함께 레이스를 펼치는 오픈국제대회로 격상시킨 것. 일반 국제대회와 달리 오픈레이스는 엘리트 선수와 마스터스들이 함께 출발한다. 국내 마스터스 강자들이 아프리카의 엘리트 선수들에게 도전장을 던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1위(3000달러)에서 5위까지 입상하면 상금도 받을 수 있다. 사무국은 기록 단축을 위해 청계천변을 왕복하던 10km 코스를 서울광장 세종대로에서 출발해 동대문까지 직선코스 3km를 달린 뒤 을지로와 청계천을 거쳐 서울광장으로 되돌아오게 바꿨다. 이에 따라 참가자들은 서울 도심을 달리며 역사의 유물인 동대문과 함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밀리오레, 두타타워 등의 명물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하프코스는 10km와 동대문에서 갈라져 청계천 중랑천 한강변을 지나 뚝섬한강시민공원으로 골인한다. 서울달리기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www.seoul-race.co.kr)와 동아마라톤 모바일에서 10월 2일까지 하면 된다. 기념품으로 고급 미즈노 기능성 티셔츠를 준다. 02-361-1425∼7 한편 미리 신청한 참가자 중 10km를 50분 이내에 완주한 기록이 있는 마스터스는 선착순 500명에 한해 오픈국제마라톤으로 변경 신청할 수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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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달린다?…‘서울달리기대회’의 변신

    가을철 유일하게 서울 도심을 달리는 마라톤 축제 서울달리기대회(Seoul Race)가 ‘명품’ 도약을 위해 올해부터 새롭게 변신한다. 10월 18일 오전 8시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되돌아오는 2015서울달리기대회 10km 부분이 세계적인 엘리트선수와 마스터스가 어우러지는 오픈국제대회로 열린다. 2003년 하이서울마라톤이란 이름의 마스터스 축제로 시작돼 2012년부터 서울달리기대회로 이름을 바꾼 뒤 서울의 명물 청계천과 한강변을 달리는 10km와 하프코스 대회로 열려왔다. 서울달리기사무국은 최근 단거리 마라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10km 부문에 큰 변화를 줬다.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의 건각들과 국내 엘리트 및 마스터스들이 함께 레이스를 펼치는 오픈국제대회로 격상시킨 것. 일반 국제대회와 달리 오픈레이스는 엘리트 선수와 마스터스들이 함께 출발한다. 국내 마스터스 강자들이 아프리카의 엘리트 선수들에게 도전장을 던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1위(3000달러)에서 5위까지 입상하면 상금도 받을 수 있다. 사무국은 기록 단축을 위해 청계천변을 왕복하던 10km 코스를 서울광장 세종대로에서 출발해 동대문까지 직선코스 3km를 달린 뒤 을지로와 청계천을 거쳐 서울광장으로 되돌아오게 바꿨다. 이에 따라 참가자들은 서울 도심을 달리며 역사의 유물인 동대문과 함께 동대문디자인프라자, 밀리오레, 두타타워 등의 명물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하프코스는 10km와 동대문에서 갈라져 청계천 중랑천 한강변을 지나 뚝섬한강시민공원으로 골인한다. 서울달리기 참가신청은 홈페이지(www.seoul-race.co.kr)와 동아마라톤 모바일에서 10월 2일까지 하면 된다. 기념품으로 고급 미즈노 기능성 티셔츠를 준다. 문의 02-361-1425~7.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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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시 볼트

    이변은 없었다. ‘번개’ 우사인 볼트(29·자메이카)가 다시 한 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간이 됐다. 볼트는 23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79를 기록해 9초80의 저스틴 게이틀린(33·미국)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볼트는 출발 반응시간 0.159초로 게이틀린(0.165초)보다 먼저 출발해 폭발적인 스퍼트로 1위로 나선 뒤 맨 먼저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9초58의 경이로운 세계기록을 세운 볼트였지만 최근 주춤해 ‘반란’이 예상됐었다. 볼트는 2013년 러시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9초77을 찍은 뒤 이번 대회 전까지 9초7대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올 시즌은 9초87이 최고였다. 지난해 최고기록도 9초98이었다. 반면 미국의 간판 게이틀린은 올 5월 9초74를 기록하는 등 최근 2년 새 9초7대를 5번이나 찍으며 상승세를 보였다. 게이틀린의 상승세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 그리고 2009년 베를린, 2013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 100m를 제패한 ‘거물’ 볼트의 아성도 무너질 듯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볼트의 승리. 볼트와 게이틀린의 메달 색깔은 스타트에서 갈렸다. 볼트는 전체 6번째로 출발을 했지만 특유의 레이스를 펼쳐 중반부터 치고 올라와 선두로 올라섰다. 한때 금지약물 양성 반응으로 자격정지까지 당했다가 재기한 게이틀린은 2005년 헬싱키 대회 이후 10년 만에 100m 우승에 도전했지만 볼트보다도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칼 루이스, 마이클 존슨(이상 미국) 등과 함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통산 최다 금메달 공동 1위(8개)였던 볼트는 이날 우승으로 통산 최다 금메달 기록을 경신했다. 한편 중국의 쑤빙톈(26)은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선수권 남자 100m 결선에 올랐지만 10초06으로 맨 꼴찌인 9위에 머물렀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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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카 북동부 작은 나라 선수 기르메이, 마라톤 깜짝 우승

    아프리카 북동부 작은 나라 에리트레아의 게브레슬라시에 기르메이(20)가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마라톤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기르메이는 2시간 12분 28초를 기록해 츠게이 예마네(30·에티오피아)를 40초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르메이는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세계기록(2시간 2분 57초) 보유자 데니스 키메토(31) 등 ‘마라톤 왕국’ 케냐의 간판들을 제치고 에리트레아에 사상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선물했다. 그는 세계육상선수권 로드레이스(마라톤·경보)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도 됐다. 에리트레아는 1993년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한 인구 600만 명의 작은 나라. 국가 면적도 약 12만㎡로 세계 101위다. 국제사회에서 인지도가 없었지만 기르메이의 우승으로 지구촌에 그 존재를 알렸다. 2013년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국제무대에 등장한 기르메이는 1만m와 하프마라톤을 거쳐 지난해 마라톤 풀코스에 처음 도전한 신예. 2014년 10월 미국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 9분 8초를 기록했고, 올해 4월 함부르크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7분 47초로 2위를 차지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기르메이는 “부모님께서는 내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길 바라셨지만 나는 육상이 좋았다. 우리나라에 대회 첫 금메달을 선물하는 영광스런 자리에도 섰다. 이젠 부모님도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아실 것”이라며 감격해 했다. 한편 한국 마라톤 기대주 노시완(23·코오롱)은 2시간 32분 35초로 39위에 그쳤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1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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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념-지역 갈등보다 빈부격차가 더 심각한 위험요소”

    ‘위대한 여정 새로운 도약.’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내건 슬로건이다. 근대화와 산업화 등 그간의 성과를 평가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만만찮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아일보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오피니언 리더 11명은 무엇보다 이념과 지역, 계층 등으로 인한 사회 갈등의 극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을 계기로 불거진 한국 사회의 다양한 갈등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앗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갈등 넘어 미래 갈등에 대비해야 상당수 응답자는 현재 한국 사회의 갈등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11명 가운데 3명은 ‘국가적 위기’ 수준이라고 우려했고 6명은 ‘위기까지는 아니나 국가 발전과 사회 통합에 상당히 악영향을 주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념과 지역, 계층, 세대 갈등을 포함한 다양한 반목이 우리 사회의 큰 ‘적(敵)’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발생하는 수준의 갈등이라고 분석한 이는 2명에 그쳤다. 박덕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연구실장은 “‘모 아니면 도’ 식의 극한적 대립 심리가 팽배한 상황”이라며 “국가 위기라고 볼 단계는 아니지만 ‘갈등’이 우리 사회를 어두운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눈에 띄는 것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갈등의 양상이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앞으로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 해소해야 할 갈등으로 11명 가운데 9명이 ‘빈부격차 심화에 따른 계층 갈등’을 꼽았다. 2명은 ‘고령화 때문에 빚어질 세대 갈등’ 해결을 1순위로 선택했다. 반면 고질적인 이념 갈등과 지역 갈등 해소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인사는 1명도 없었다. 우리 사회가 근대화와 산업화 시기 대표적 갈등으로 꼽히던 이념 갈등과 지역 갈등 대신 새로운 ‘미래 갈등’의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산업화 이후 이른바 ‘가진 자’들이 만들어 내는 문제가 심해졌고 이 때문에 갈등이 일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라며 “서울대 역시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화합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려고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계층 갈등은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때문에 나타날 세대 갈등이 겹쳐지면서 위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훈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사장은 “급속한 고령화 때문에 현역 세대의 사회보장비용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세대 갈등이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오피니언 리더들은 갈등 해소를 위해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복지제도 강화’(4명)가 가장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4명은 전반적인 ‘국민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진강 대법원 양형위원장은 “갈등 당사자들은 그 책임을 외부에 돌리는 경우가 많지만 근본적으로는 개개인의 의식이 바뀌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결국 남을 인정하는 데서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전 한국’ 위협할 기후변화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올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며 국민들의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최근 국민안전처 조사 결과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국민은 20% 내외에 그쳤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30년 뒤 우리를 위협할 재난 재해 역시 새로운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장 많은 6명은 ‘기후변화에 따른 대형 풍수해나 가뭄 같은 사태’를 가장 위협적인 재난 재해로 예측했다.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장은 “현대의 자연재해는 지구온난화 같은 생태계 파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안이 사회 전방위적으로 모색돼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이미 경험한 사태 속에서 안전 사회의 열쇠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교통사고 등 일상생활 속 안전사고’(2명), ‘메르스 같은 새로운 전염병’(2명)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들이다.▼ “한국 스토리텔링 강해 영화-드라마 미래 밝다” ▼“운동선수 아닌 학생선수 육성을”문화 분야에서는 영화감독 문인 역사학자 건축가 종교인을 비롯한 관련 인사 12명에게 광복 100년이 되는 2045년 한국의 대표적 문화콘텐츠와 미디어의 모습에 대해 물었다. 먼저 ‘2045년 한국을 대표할 문화 콘텐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6명)이 ‘영화와 드라마’를 꼽았다.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는 “한국은 (영화, 드라마의) 스토리텔링 구조가 다른 나라보다 강하다”라고 말했다. 문정희 한국시인협회장은 제작진의 상상력에 높은 점수를 줬고, 안규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는 현재 문화산업 내 영화·드라마의 비중이 큰 점을 이유로 꼽았다. 영화와 드라마 다음으로는 ‘케이팝’(4명)이 대표적 콘텐츠로 꼽혔다. 지원 스님은 “스리랑카에 가봤는데, 사람들이 한국의 불국사와 다보탑은 몰라도 케이팝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현 한양대 건축과 교수는 “한국인들은 ‘판’을 뒤집으면서 잘 노는 자질이 있는데 케이팝이 거기에 딱 들어맞는 콘텐츠”라고 말했다. ‘한글’을 꼽은 최광식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한류가 ‘4.0’으로 진화하려면 정보화와 디지털화를 이뤄야 하는데, 한글은 한국의 인터넷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처럼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문화 아이템이 등장할 것”이라고 봤다. 다음으로 ‘2045년 신문과 방송 등 미래 미디어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는 ‘모바일이 중심 매체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 응답자가 4명으로 가장 많았다. 소설가 복거일 씨는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 사람이 갖고 다닐 수 있는 정보처리기구가 활발히 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과 방송의 구별이 사라지고 콘텐츠 생산 기업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2명이었다. 안규철 교수는 “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해 배포하는 역할은 사회가 유지되는 한 필요할 것이지만 플랫폼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분야에선 국내 양대 스포츠인 야구와 축구의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과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의 의견을 들었다. 김 위원장은 30년 뒤 한국 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운동선수가 아닌 학생선수 육성’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그는 “선수들이 은퇴한 뒤에 사회에 다시 적응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을 겪는다. 선수들이 비단 스포츠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 건강 증진’에 무게를 뒀다. 이 위원장은 “스포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궁극적인 가치는 건강한 몸과 마음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조종엽 jjj@donga.com·양종구 기자}

    • 201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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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 차며 스트레스 훌훌… 승부욕은 국가대표급”

    9일 세종시 조치원체육공원 축구장에서 열린 국민생활체육회(국체회) 스포츠클럽 세종시축구리그 청년부 연기원 FC와 첫마을 FC의 경기. 경기 시작 전 심판이 선수들 얼굴과 주민등록증을 일일이 확인했다. 순수 아마추어 축구리그지만 선수 출신 부정 선수를 넣어 승리하려는 팀이 많아서다. 그만큼 승리에 대한 열정이 높다. 전후반 25분씩 치러지는 경기에서 종료 직전 첫마을 선수와 벤치는 일제히 심판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상대 아크서클 부근에서 상대의 핸드볼 반칙이 있었는데 발이 페널티지역 안에 있어 페널티킥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첫마을이 1-2로 지고 있어 페널티킥을 얻으면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주심은 페널티지역 밖에서 파울을 했다고 보고 프리킥을 선언했다. 첫마을 선수들은 곧바로 수긍하고 돌아섰다. 방위보 첫마을 회장(54)은 “심판도 사람이다. 월드컵에서도 오심이 나오지 않나. 이의 제기는 하지만 판정에 따르는 게 도리다”라고 말했다. 결국 연기원이 2-1로 이기고 경기는 끝났다. 연기원은 오후에 열린 금강 FC와의 2차전에서 4-1로 이겼고, 첫마을도 상록 FC를 4-1로 꺾었다. 국체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진국형 클럽리그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전국 시군구 축구리그는 ‘조기축구회’ 회원들에게는 ‘꿈의 리그’다. 시군구 축구리그는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이 순수 아마추어 팀을 수준별로 단계적으로 나눠 리그를 운영하듯 체계적인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었다. 축구선수로 월드컵에 나가는 게 목표이듯 조기축구회 선수들에게는 시군구리그에서 뛰는 게 큰 영광이다. 세종시축구연합회에 가입된 팀이 19개지만 자체 리그에서 8위까지 든 팀만 참가해 리그를 벌인다. 전국적으로 40개 리그가 있고 각 리그 1위 팀은 연말에 클럽 최강전에 출전해 전국 우승컵을 놓고 맞붙는다. 정헌길 세종시 축구연합회 사무처장(45)은 “아마추어라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된다. 실력도 수준급이고 특히 승부욕은 국가대표 뺨칠 정도로 강하다”고 말했다. 시군구리그에 참가한 팀들은 대부분 주말에 공을 찬다. 첫마을은 세종시가 생긴 뒤 조성된 신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주축이다. 회원이 140명이나 된다. 첫마을 감독인 김종수 씨(48·국토교통부 공무원)는 “4년 전 경기 과천시에서 세종시로 내려오면서 가입해 축구를 하고 있다. 주말에 모여서 공차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체경기다 보니 지역 선후배끼리 자주 어울리면서 정을 나누기도 해 좋다”고 말했다. 방 회장은 “신도시다 보니 공 찰 곳이 적은 게 흠이다. 중앙공무원 시설을 개방하지 않아 시민들이 이용할 시설이 적다. 시 차원에서 축구장을 좀 더 마련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시에는 일반 시민이 쓸 수 있는 축구장이 단 3개라고 한다. 연기원의 송진석 씨(40·회사원)도 감독 겸 선수다. 이날도 후반 초반까지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휘하다 수비가 흔들리자 그라운드로 들어가 중앙수비수를 보면서 상대의 결정적인 공격을 여러 차례 차단했다. 송 씨는 “축구는 폭발적인 파워를 분출할 수 있어 좋다. 주말에 몇 경기를 하고 나면 한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간다. 열심히 해 꼭 세종시 대표로 전국 최강전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조치원=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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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대표 뺨치는 승부욕, 수준급 실력…세종시 아마추어 축구리그 ‘열정 활활’

    9일 세종시 조치원체육공원 축구장에서 열린 국민생활체육회(국체회) 스포츠클럽 축구리그 청년부 연기원 FC와 첫마을 FC의 경기. 경기 시작 전 심판이 선수들 얼굴과 주민등록증을 일일이 확인했다. 순수 아마추어 축구리그지만 선수출신 부정 선수를 넣어 승리하려는 팀이 많아서다. 그만큼 승리에 대한 열정이 높다. 전후반 25분씩 치러지는 경기에서 종료 직전 첫마을 선수와 벤치는 일제히 심판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상대 아크서클 부근에서 상대의 핸드볼 반칙이 있었는데 발이 페널티지역 안에 있어 페널티킥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첫마을이 1-2로 지고 있어 페널티킥을 얻으면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주심은 페널티지역 밖에서 파울을 했다고 보고 프리킥을 선언했다. 첫마을 선수들은 곧바로 수긍하고 돌아섰다. 방위보 첫마을 회장(54)은 “심판도 사람이다. 월드컵에서도 오심이 나오지 않나. 이의제기는 하지만 판정에 따르는 게 도리다”고 말했다. 결국 연기원이 2-1로 이기고 경기는 끝났다. 연기원은 오후에 열린 금강 FC와의 2차전에서 4-1로 이겼고 첫마을도 상록 FC를 4-1로 꺾었다. 국체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진국형 클럽리그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전국 시군구 축구리그는 ‘조기축구회’ 회원들에게는 ‘꿈의 리그’다. 시군구 축구리그는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이 순수 아마추어 팀을 수준별로 단계적으로 나눠 리그를 운영하듯 체계적인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었다. 축구선수로 월드컵에 나가는 게 목표이듯 조기축구회 선수들에게 시군구리그에서 뛰는 게 큰 영광이다. 세종시축구연합회에 가입된 팀이 19개지만 자체 리그에서 8위까지 든 팀만 참가해 리그를 벌인다. 전국적으로 40개 리그가 있고 각 리그 1위 팀은 연말에 클럽 최강전에 출전해 전국 우승컵을 놓고 맞붙는다. 정헌길 세종시 축구연합회 사무처장(45)은 “아마추어라고해서 무시하면 안 된다. 실력도 수준급이고 특히 승부욕은 국가대표 뺨 칠 정도로 강하다”고 말했다. 시군구리그에 참가한 팀들은 대부분 주말에 공을 찬다. 첫마을은 세종시가 생긴 뒤 조성된 신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주축이다. 회원수가 140명이나 된다. 첫마을 감독인 김종수 씨(48·국토교통부 공무원)는 “4년 전 경기 과천시에서 세종시로 내려오면서 가입해 축구를 하고 있다. 주말에 모여서 공차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체경기다보니 지역 선후배끼리 자주 어울리면서 정을 나누기도 해 좋다”고 말했다. 방 회장은 “신도시다 보니 공 찰 곳이 적은 게 흠이다. 중앙공무원 시설을 개방하지 않아 시민들이 이용할 시설이 적다. 시차원에서 축구장 좀 더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시에는 일반 시민이 쓸 수 있는 축구장이 단 3개라고 한다. 연기원의 송진석 씨(40·회사원)도 감독 겸 선수다. 이날도 후반 초반까지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휘하다 수비가 흔들리자 그라운드로 들어가 중앙수비수를 보면서 상대의 결정적인 공격을 여러 차례 차단했다. 송 씨는 “축구는 폭발적인 파워를 분출할 수 있어 좋다. 주말에 몇 경기를 하고 나면 한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간다. 열심히 해 꼭 세종시 대표로 전국 최강전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조치원=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1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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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일에 만난 사람]“독서부대 10만 양병… 나라가 바뀝니다”

    10만 명이 매월 같은 날 책 한 권을 정해 일제히 구매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대형 서점이 아닌 동네 서점에서 산다면. 요즘 월간 3000권에서 4000권 팔리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다고 하니 출판사나 저자, 동네 서점 모두 큰 혜택을 입는 ‘일석삼조’가 되지 않을까. ‘책 읽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독서문화 확산과 출판산업 발전을 위해 ‘책 읽는 우수가족 10만 세대 선정(이하 10만 세대)’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인물이 있다. 2005년부터 (사)국민독서문화진흥회(이하 독서진흥회)를 이끌고 있는 김을호 회장(50)은 “독서의 달인 9월 11일부터 10만 세대 책 사주기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말했다. 10만 세대는 김 회장이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젝트다. 먼저 책 읽는 가정 확대를 시도한다. 가정 내에 책 500권 이상을 보유하거나 가정 내 보유 도서와 도서관 및 관내 문고 대출권수를 합쳐 500권이 넘는 가정을 독서진흥회가 ‘책 읽는 우수 가정’으로 선정해 다양한 혜택을 준다. 독서진흥회는 우수 가정에 인증 스티커와 위촉장을 수여하고 신간도서 북콘서트 우선 참석권 등을 제공한다. 큰 혜택은 아니지만 책 읽는 가족에게는 더없이 큰 영광이다. 이 가정들이 책을 읽기 위해선 도서를 구입해야 한다. 김 회장이 최근 침체된 출판계를 위해 한 가정당 매월 책 1권 사주기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는 이유다. 김 회장은 “나와 뜻을 같이하는 학부모들에게 이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는데 다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작은 미미하겠지만 장기적으로 10만 세대까지 확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책 사주기 프로젝트는 전문가들과 협의해 구입할 책을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잘나가는 대형 출판사 책은 일단 배제한다. 중소 및 독립, 1인 출판사가 대상이다. 좋은 책을 만들고 있는데 주목받지 못하는 출판사와 작가를 키우기 위해 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사라지는 동네 서점 활성화를 위한 목적도 있다. “지금 출판사, 저자, 동네 서점 등 출판계가 아주 어렵다.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 시대다. 심지어 책을 읽는 사람보다 책을 쓰고 만드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출판계의 위기는 국민을 위해서도 잘 극복해야 한다. 독서를 통해 얻는 많은 영양분은 살다 보면 어느 순간 힘이 되어 자기에게 돌아온다.” 김 회장은 “조선시대 때 율곡 이이가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다. 외세의 침입에 대비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임진왜란이 일어나 큰 곤욕을 치렀다. ‘10만 세대’는 대한민국 독서문화 창조를 위한 ‘10만 양병설’로 보면 된다. 10만 세대가 모두 독서를 한다면 대한민국도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현 가능성은 어떨까. 현재 김 회장과 뜻을 같이하는 학부모가 3000명이 넘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임인 네이버 밴드 ‘김을호의 독서예찬’ 회원이 900여 명이고 다음 카페 ‘김을호의 독서예찬’ 회원도 2000여 명이다. 김 회장이 3주간 무료로 제공하는 ‘학부모 독서 교육 전문가과정’을 수료한 사람만 3000명이 넘는다. 9월 처음 시작할 때 최소 한 번에 3000∼4000권의 책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특정 책을 일약 ‘베스트셀러’로 만들 수 있는 영향력이다. 최근 요리계의 대세 백종원 씨가 지난해 낸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가 10만 권 넘게 팔렸다고 한다. 출판사나 저자가 10만 권을 넘게 팔면 큰돈을 벌게 된다. 김 회장의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돼 10만 세대를 달성한다면 출판계의 엄청난 ‘권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나 학부모들이나 생각하는 것은 단 하나다. 독서문화 확대와 침체된 출판계에 활력을 주는 것이다. 모든 과정은 외부 전문가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주위에서 걱정하는 영향력 남용 등에 대해선 늘 조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전국구 ‘독서 강연’ 강사로 유명하다. 서울은 물론이고 제주와 울산, 경남 함양 등 오라는 곳이면 언제든 달려간다. 연간 300∼500회의 강연을 한다. 김 회장은 “많게는 연간 3만여 학부모들 앞에 선다”고 말했다. 유료 무료 강연을 따지지 않는다. 독서문화를 확장할 수 있다면 어떤 연단이든 다 선다. 자녀에 대한 공부법과 독서법이 주내용이다 보니 학부모들의 관심이 많다. 서울에서 잘나가던 사설 입시학원 강사 출신이라 학부모들을 웃고 울리는 ‘명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가 독서 강연에서 강조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독서에도 열정과 끈기,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뭔가 결핍돼 있거나 어렵게 살며 책을 읽어야겠다는 간절함 같은 게 있어야 열정이 나온다. 열정이 없다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책도 대충 읽으면 소용이 없다. 끈기가 필요하다. 난 책 한 권을 30번 이상 읽는다. 한 번 읽고 ‘그 책 읽었다’라고 하면 안 된다. 집요하게 꼭꼭 씹어 30번은 읽어야 그 책을 완전히 소화했다고 할 수 있다. 책도 목표를 가지고 읽어야 한다. 이이 선생이 후학 교육을 위해 마련한 정신수양서 ‘격몽요결’에서도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생을 바르고 지혜롭게 살기 위해 독서가 필요한 것이다.” 김 회장은 1990년대 사설 입시학원에서 잘나가던 강사 출신이다. 서울 노량진 정진학원 강북캠퍼스(월곡동)를 맡아 운영하던 시기였다. 당초 영어 강사였지만 사회탐구 과목이 시원치 않아 영어에서 번 돈을 사회탐구에 쓰는 상황이었다. 경제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사회탐구 11개 과목을 공부해 혼자 다 가르쳤다. 그런데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강의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빅히트를 쳤다. 이때부터 ‘사탐 명강사’로 명성이 났고 한 강의에 수백 명이 몰릴 정도였다. 독서진흥회를 만난 것은 2005년 초. 평소 독서를 즐기고 학생들에게도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는데 지인을 통해 이 단체의 운영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그해 5월 이사로 합류했고 9월 회장이 됐다. 독서진흥회는 1991년 서정주 시인과 정진숙 을유문화사 회장, 이응백 서울대 교수 등이 주축이 돼 ‘책 읽는 나라 만들기 운동본부’를 만들어 이듬해 창립한 단체다. 초기엔 국고 지원을 받았지만 어느 순간 끊겼고 회장과 임원들이 갹출하거나 후원을 받아 운영하다 보니 살림이 어려웠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맡았다. 고생 많이 했다. 지금까지 까먹은 돈도 많다. 학원 할 때 번 돈도 다 썼다. 하지만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래서 놓을 수 없었다. 지금도 근근이 버티고 있다.” 사실 김 회장이 독서진흥회를 만난 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당시 잘되는 입시학원을 바탕으로 사업까지 했는데 한순간 잘못돼 2008년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집도 날리고 월세로 사는 신세가 됐다. 그때 책이 마음을 다잡아줬다.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었고 뭐든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게 책이었다”고 말한다. 지금도 독서문화 확대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유다. “현대사회가 지식기반사회에 접어들면서 지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또 치열한 경쟁사회의 결과로 삶의 의미 성찰 등 인문학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 모든 과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독서다. 책은 하나의 보물상자다.” 독서진흥회를 맡은 뒤 다양한 일을 추진했다. 군부대 독서 지원, 대통령상 전국고전읽기 백일장대회, 청소년 독서감상문 발표대회, 책권하는사회운동본부 창립, 안중근 의사 사형 언도일 독서캠페인…. 올 4월부터 ‘위문도서 한 가족 자매결연 사업’을 시작했다. 한 가족이 장병 1명에게 책 2권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이다. 과거 ‘위문편지’와 비슷하다. 학부모는 조만간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마음으로 책에 위로의 글을 적고 학생들은 군인 아저씨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3월부터는 육군3사관학교에 독서 강연을 다니고 있다. “대한민국 남자는 거의 다 군대에 가야 한다. 학생과 부모 모두 언젠가는 군 입대를 고민해야 한다. 논산 육군훈련소에 연간 10만 명이 입소한다고 한다. 군대가 힘든 곳이 아니라 즐겁게 지내는 곳이 되기 위해 독서가 중요하다. 올해부터 훈련병들에게도 독서 강의를 하기로 했다.” 이런 김 회장의 헌신적인 독서문화 확대에 힘을 보태는 곳도 많다. 미래엔(대표 김영진)은 연간 1만2000권의 책을 지원한다. 한국마사회 강북지사(지사장 김영립)는 지역 공원에 리틀라이브러리를 만드는 사업을 지원한다. 리틀라이브러리는 지역 공원 등에 조그만 도서관을 만드는 것으로 최근 시작했다. 김 회장은 “공원을 찾아서도 책을 읽게 하기 위한 사업이다. 한 공원에 50개의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라는 말을 자주 인용한다. 자신의 이야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명나라 서예가 동기창이 서화에서 향기가 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권했다는 말이다. 책 만 권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만 리를 여행하며 실천해야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하지만 실천도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책 읽고 든 생각 1개, 이유 3개, 결론 1개 쓰면 훌륭한 독후감”▼김을호 회장의 ‘서평 공식’ ‘따따하닐쌈일(W.W.H.1.3.1).’ 김을호 (사)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이 책 감상문을 잘 쓰지 못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만든 서평의 형식이다. 인터넷 주소 첫 부분 www를 ‘따따따’라고 한 데서 기억하기 쉽게 하기 위해 W(Why)와 W(What)를 따따로 했고 H(How)는 발음하는 대로 하를 썼다. 1.3.1은 강조하기 위해 닐쌈일로 했다. 따따하는 책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가 왜 책을 썼는지(Why)와 어떤 내용(What)을 담고 있는지를 쓴다. 그리고 책을 읽고 독자가 어떻게(How) 실천할 수 있을지를 쓴다. 길지 않아도 된다. 간략하게 쓰면 된다. 닐쌈일은 책을 읽고 느낀 독자의 생각을 정리한다. 먼저 책을 읽고 든 생각을 하나 쓰고 그 이유를 3가지 적는다. 마지막으로 자기 생각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린다. 김 회장은 “따따하닐쌈일에 대한 반응이 좋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서평을 쓰지 못하던 학부모들이 따따하닐쌈일은 쉽게 정리한다. 일단 이런 식으로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정리를 잘해야 읽은 책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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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동호인팀, 리그의 재구성

    16일 오후 7시 30분 경기 김포시 감암로 김포레코파크 옥상 풋살 경기장. 회사나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유니폼을 입은 6개 클럽 선수 60여 명이 몰려들었다. 자이언트와 스타 경기를 시작으로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축구장의 약 3분의 1 크기의 좁은 공간에서 5명씩 겨루는 경기였지만 선수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볼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골이 터지면 국가대표 선수 못지않은 세리머니를 펼치며 열광했다. 국민생활체육회(국체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진국형 클럽리그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올해 새롭게 출범시킨 스포츠클럽 시군구리그가 국민에게 새로운 활력소를 주고 있다. 국체회는 지난해까지 11개 종목 3만2000개 클럽이 참가하던 클럽리그를 6개 종목(축구, 야구, 농구, 풋살, 게이트볼, 테니스) 1440개 클럽이 참여하는 대회로 만들었다. 권역별로 열리다 보니 이동거리상의 문제가 많았고 리그라기보다는 지역 토너먼트 대회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자율에 맡기다 보니 리그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 지역을 시군구로 한정하고 주관단체인 전국종목별연합회가 일정 이상의 실력이 있는 팀을 가려 펼치는 명실상부한 리그를 만든 이유다. 국체회는 장기적으로 종목을 확대하고 종목별 하부리그까지 만들 예정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이 순수 아마추어 팀을 수준별로 단계적으로 나눠 리그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한 출발인 셈이다. 잉글랜드 등 축구 선진국이 프로축구를 1부와 2부, 3부, 4부, 5부 외에 11부, 12부 등 지역 아마추어리그까지 운영하듯 국내에도 가장 아래의 풀뿌리 생활체육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선진국에서는 지역리그에서 스포츠를 즐기다 계속 상위 리그로 옮겨 프로 선수가 돼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번 지역별 리그 참가팀은 두 단계를 거쳐 확정했다. 시군구종목별연합회가 팀을 뽑아 리그 운영계획 등을 첨부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전국종목별연합회가 심사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김포 풋살리그의 경우 김포시풋살연합회가 수십 개 팀 중 6개 팀을 선발해 리그 운영방식을 정했고 전국연합회가 최종 선택해 열리게 된 것이다. 풋살리그는 전국 40개 지역에서 200개 팀이 출전해 지역 리그를 벌인다. 심재호 경기도풋살연합회 회장(63)은 “여러 팀 중 일부만 선택해 리그를 치르다 보니 참여하는 선수들의 자부심도 크다. 좁은 공간이지만 축구의 기술을 다 보여줄 수 있어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밝혔다. 김포 자이언트팀의 박태호 씨(25)는 “풋살이 축구보다 좁은 공간에서 열리기 때문에 마음이 훨씬 편하다. 또 패스와 페인트 등을 위주로 하다 보니 기술 습득에 좋다. 어릴 때부터 풋살을 하면 축구 선수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이언트의 여자 선수인 노보라 씨(23)는 “남자 선수들과 겨루기는 쉽지 않지만 가끔 어머니 등 여자 선수들과 어울려 경기하다 보면 재밌다. 좁은 공간에서 빠르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체회는 지역별 리그를 10월까지 마친 뒤 종목별 상위 팀이 출전하는 전국 최강전도 마련했다. 양우영 국체회 스포츠클럽리그 담당 과장은 “참가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클럽 최강전을 만들었다. 11월부터 12월까지 종목별 클럽 최강전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공동기획: 국민생활체육회-동아일보김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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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일에 만난 사람]“언젠가는”… 북녘땅에 못다 피운 축구花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12일 오전 서울 성동구 금호동 금북초등학교 운동장. 배에 복막 투석기를 단 사람이 나타나더니 복대로 투석기를 감고 바로 뛰어나가 공을 찼다. 2시간여를 찼을까. 아직 성에 안 찬다는 듯 “한 경기 더 합시다”라고 외쳤다. 다른 ‘금일축구회’ 회원들이 “우린 더 못 찬다”며 그라운드를 떠나자 포기한 듯 축구화를 벗었다. 국내 유일의 ‘맞춤식 수제 축구화 장인’ 김봉학 신창스포츠 사장(54)은 신장이식 대기자이면서도 매주 축구를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축구 마니아’다. 공을 차지 않으면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 의사가 ‘축구 하면 안 된다’고 말려도 매주 토, 일요일은 축구화를 신고 운동장으로 향한다. 하루에 4번 2000cc씩의 약을 복막 투석기에 투여해야 하는 중증 환자이면서도 축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2008년 초 어느 날이었다. 북한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북한 여자축구팀이 세계 대회에 출전해야 하는데 축구화가 없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유명 메이커는 안 신는다고 하니 몇 켤레 만들어주면 안 되겠느냐’는 부탁이었다. 평소 스포츠를 통한 남북 화합에 관심이 있던 터라 흔쾌히 “알겠다”고 했고, 선수들의 발 치수를 받아 선수별로 두 켤레씩 40켤레를 만들어 보냈다. 한 3개월이 지났을까. 다시 북한 관련 사업가에게 연락이 왔다. “북한에서 당신을 보고 싶어 한다”는 메시지였다. 알아보니 그해 뉴질랜드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북한이 우승을 했다. 3개월 전 자신이 만들어준 축구화를 신고 우승한 것이다. 이에 북한에서 감사의 뜻으로 초청하겠다는 연락이었다.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에서 “평양에 축구화 공장을 세울 테니 도와 달라”고 했다. 그래서 축구화 만드는 기술의 전수 작업을 시작했다. 북한은 평양에 공장 터를 마련했다. 그런데 2010년 ‘5·24조치’가 터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피격을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도발이라고 규정짓고 북한에 책임을 묻기 위해 남북 관계 단절을 선언한 것이다. 축구화 제작기술 전수 작업은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하고 물 건너갔다. 김 사장이 북한에 수제 축구화 기술을 전수하려는 이유는 북한을 도와준다는 뜻도 있지만, 사실 수제 축구화의 출발이 북한의 평양이기 때문에 ‘전통’을 되돌려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2011년 초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로부터 연락이 왔다. 북한에서 수제 축구화 전수 프로그램을 다시 해보자고 했다.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과 안종복 인천 단장 등이 북한을 돕고 싶은데 방법을 찾지 못하다 축구화 기술 전수 프로그램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이번엔 북한으로 바로 갈 수 없었다. 남북 관계가 여전히 냉각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단둥에 공장을 마련해 북한에서 온 남녀 25명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서울 동대문 신창스포츠에 있던 기계 등을 모두 단둥으로 옮겼다. 기술을 제대로 전수하고 북한 노동자들이 만든 축구화를 국내로 들여와서 팔 요량이었다. 그런데 그해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김정은 체제로 바뀌면서 축구화 기술 전수 프로그램이 다시 중단됐다. 김 사장은 “어쩔 수 없이 떠났지만 축구화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거의 다 전수하고 왔다”고 말했다. 김 사장에게 수제 축구화는 ‘생명줄’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6남매 중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5학년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대구의 철공소에서 일했다. 빙과(아이스케키) 공장에서도 일했다. 그러다 ‘축구화를 만들어 팔면 돈을 많이 번다’는 얘기를 듣고 축구화 기술을 배우기 위해 13세 때 조그만 축구화 공장에 취직했다. 당시 축구화 밑창의 스커드까지 가죽으로 만들던 시대였다. 2년간 돈도 받지 못하고 기술을 배웠다. 그렇게 축구화의 ‘기본’에 입문한 김 사장은 15세 되던 해에 신발 기술자의 견습공이 됐다. 욕먹고 맞아가며 어깨 너머로 배운 기술로 18세에 ‘축구화 기술자’가 됐다. “집안에 누구 한 사람이라도 잘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밤을 새워가며 악착같이 일에 매달렸다. 하루 50켤레까지 만들며 당시 돈으로 주급 10만 원을 받던 호시절이었다. 돈을 크게 벌진 못했지만 먹고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가 들어왔고, 프로스펙스 등 국내 스포츠 브랜드도 축구화를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이 된 것이다. 축구화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다. 함께 축구화를 만들던 동료들도 하나둘씩 떠났다. 김 사장도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축구화 만드는 걸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버텼다. 남의 공장 한편에서 다시 축구화를 만들었다. 외상으로 가죽을 떼어와 일일이 가위질하고 꿰매 만든 신발을 어깨에 지고, 조기축구회와 동네 시장에 팔러 다녔다. ‘싸구려 축구화를 누가 사느냐’는 냉대를 엄청나게 받았다. 서울 올림픽이 열린 해인 1988년 서울 동대문에 공장을 오픈했다. 처음엔 축구화를 만들어 팔기보다는 수선에 집중했다. 브랜드 축구화가 비싸다 보니 고쳐서 신는 사람이 많았다. 수선을 하면서도 축구화 만들기를 계속했고 1997년부터 다시 축구화 완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신창스포츠란 간판을 내걸고 본격적으로 ‘맞춤 축구화’를 만들고 있다. “사실 우리 국민이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에 익숙해 수제 축구화를 팔기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만든 축구화를 한번 신어본 사람은 꼭 다시 찾는다.” 김 사장이 만든 축구화는 모양 등 디자인에서는 유명 브랜드에 뒤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편안하고 튼튼하다는 점에선 최고를 자부한다. “최상의 소재를 사용하고 튼튼하게 만들기 때문에 오래 신어도 틀어지거나 떨어지는 일이 없다”고 자신한다. 수제 축구화의 장점은 발 모양대로 만든다는 것. 발이 크거나 볼이 넓어도 상관없다. 양발의 차가 2∼3cm 나도 문제없다. 처음엔 조기축구회를 쫓아다니며 팔았지만 지금은 ‘입소문’을 듣고 축구화를 맞추러 오는 사람이 많다. 김 사장은 “수십 년간 축구화를 팔면서 한 번도 하자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도 품질에는 자신 있다. 하지만 다들 메이커를 좋아하지 이런 걸 신으려 하지 않아 아쉽다. 그래도 ‘내 발에 꼭 맞다’ ‘신어 보니 괜찮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뿌듯하다. 그만 접으라는 말을 수백 번 들으면서도 이걸 놓지 못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편안하고 오래 신는 축구화만을 만드는 게 아니다. 연구와 연구를 거듭해 공을 더 잘 찰 수 있는 축구화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엔 강한 패스를 받을 때도 공이 발에서 멀리 튀지 않는 축구화를 개발했다. 또 프리킥을 정확하게 찰 수 있는 축구화도 만들었다. 축구화 기부도 하고 있다. 성동구 장애인축구팀에 축구화를 만들어주고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장결희에게도 축구화를 만들어줬다. 김 사장은 “결희가 바르셀로나에 진출할 때 만들어줬다. 편하고 좋다고 했는데 소속팀 스폰서 브랜드를 신어야 해 더이상 만들어주진 못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인공 투석을 하면서도 축구에 빠져 사는 이유는 병에 걸린 아들 때문이다. 1993년 돌도 되지 않은 아들이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지금까지 병원에 누워 있다. 속이 답답해 산을 찾아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어느 날 학교 운동장을 찾아 갑갑한 가슴을 달래고 있었는데 조기 축구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때부터 공을 찼다. “축구화를 만들면서도 축구를 할 생각은 못 했다. 공을 차니 울적한 마음이 달래졌다. 지금도 축구화 만드는 시간과 축구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김 사장의 꿈은 소박하다. 병상에 누워 있는 아들이 일어나는 것이고 북한 평양에 제1호 축구화 공장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난 정치는 모른다. 북한 사람들을 만나 보니 정말 순수하더라. 솔직히 먹고살기 위해 뭐든 다 하는 분위기다. 정치적으로는 서로 욕하더라도 밑으로는 속칭 물밑 교섭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 북한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북한은 자국 축구화를 신고 월드컵에 출전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북한에 축구화 공장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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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수단 아이들 총 버리고 공 차게 했으면…”

    “남수단 국민들에게 유일한 희망이 스포츠입니다.” 내전 중인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축구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임흥세 감독(59·사진)은 “스포츠 외교 차원에서 한국이 남수단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22일 강원 춘천에서 개막하는 춘천국제태권도대회 출전 남수단 선수단 단장으로 입국한 임 감독은 “남수단은 인구의 80%가 18세 미만이다. 에이즈와 내전으로 부모들이 대부분 죽었다. 이런 어린이들에게 꿈을 전할 수 있는 게 스포츠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서울 성수중 감독으로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실장을, 광희중 감독으로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을 각각 지도했다. 2007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9년째 축구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임 감독은 지난해 1월부터는 남수단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양국을 오가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011년 수단에서 독립했지만 내전에 휩싸여 고통받는 남수단에서는 ‘스포츠를 통한 희망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임 감독은 남수단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입시키기 위해 지난해 초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을 찾아 도움을 받기도 했다. IOC에 가입하기 위해선 5개 이상의 종목이 국제연맹에 등록돼야 하는데 당시 남수단은 축구와 태권도만 국제연맹에 가입된 상태였다. 이에리사 의원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도움으로 남수단은 탁구와 농구, 배구, 복싱 등에 가입해 지난해 IOC 회원국이 됐다. 남수단 정부의 신임을 얻은 임 감독이 남수단 올림픽위원회 창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동분서주한 결과였다. 남수단은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처음으로 국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한다. 임 감독은 “우리나라가 6·25전쟁의 상흔을 딛고 일어설 때 마라톤과 축구, 복싱, 레슬링 등이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전해 줬듯 남수단에도 스포츠를 통한 희망 찾기가 필요하다. 스포츠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스포츠 인재를 파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가 자원 외교를 강조하고 있는데 스포츠 외교로 아프리카 국가를 친구로 만들면 효과적이다. 아프리카는 가난한 나라가 많지만 천연자원은 아주 풍부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일본과 중국은 아프리카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한국은 국가대표까지 하고 일을 찾지 못한 스포츠인이 많다. 정부 차원에서 이들을 스포츠 외교관으로 파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남수단 반군 군인이 대부분 7∼17세의 소년병인 점을 감안해 그들에게 꿈을 전해 주기 위해 축구공 1만3000개 보내기 운동도 하고 있다. 총을 버리고 공을 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을 포함한 여러 단체의 지원을 받아 2억 원 상당의 스포츠 용품을 남수단에 공급했다. 남아공에 52개의 어린이 축구단을 만들어 2만여 명의 어린이에게 축구의 즐거움을 선사했듯 남수단에서도 톤즈에 30개의 축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양=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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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손으로 공 던지고 받고 야구와는 다른 묘한 매력”

    햇볕이 내리쬐는 맨땅에서 공을 주고받았다. 달리면 먼지가 피어올랐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던진 공이 골대로 빨려 들어가면 멋진 세리머니를 펼쳤고 공이 하늘로 솟아 골대를 크게 벗어나면 멋쩍게 웃었다. 2일 인천 남동구 구월초교 운동장에서 열린 국민생활체육회(국체회) 행복나눔스포츠 핸드볼교실. 1992년 바르셀로나(스페인) 올림픽 때 한국 여자 핸드볼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황선희 교사(45)의 지도를 받으며 구월초교 4, 5, 6학년 학생 30여 명은 1시간이 넘게 기본동작을 익히고 게임을 했다. ‘왜 핸드볼을 운동장에서 하지’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지만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핸드볼대회는 맨땅 운동장에서 열렸다. 장면호 국체회 전국핸드볼연합회 사무처장(59)은 “1980, 90년대 초중고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운동장에 있는 핸드볼 경기장을 많이 봤을 것이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실내체육관으로 옮겨갔지만 핸드볼은 ‘운동장 경기’였다”고 말했다. 지금도 유럽에서는 운동장 핸드볼을 즐긴다. 황 교사는 “지난달 크로아티아로 핸드볼 캠프 탐방을 다녀왔는데 대부분 체육관이 아닌 운동장에서 핸드볼을 즐기고 있었다. 맨땅이 아닌 인조잔디나 우레탄 등이 깔린 운동장이었지만 체육관에 국한된 스포츠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2010년 시작한 핸드볼교실은 학생들의 공부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핸드볼의 효과를 홍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처음 3개교에서 시작해 올해는 7개교에서 170명이 배우고 있다. 체육관이 아닌 운동장에서 하는 이유도 ‘홍보’ 때문이다. 황 교사는 “핸드볼을 체육관에서만 하다 보니 학생과 교사들이 볼 기회가 없다. 그래서 일부러 운동장에서 하도록 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농구는 길거리에서 3 대 3 경기를 한다. 시멘트 위에도 농구대가 있다. 핸드볼도 그래야 관심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핸드볼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도 가볍고 부드럽게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인천 부평 남초교에서 9년간 핸드볼을 지도했던 황 교사는 올해 구월초교에 부임해 5월 전국소년체전에서 구월초교를 여자부 우승으로 이끌었다. 구월초교에는 체육관이 없어 인근 만성중 체육관을 빌려 썼지만 대회가 없을 땐 운동장에서 훈련시켰다. 지금 하고 있는 핸드볼교실은 정원이 30명이었지만 실제로는 5∼10명의 학생이 더 참여하고 있다. 황 교사는 “핸드볼은 빠른 판단에 따라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스포츠여서 학생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구월초교 5학년 최나은 양은 “패스를 주고받은 뒤 공을 골대에 넣는 게 너무 재밌다. 핸드볼을 하고 나면 공부 스트레스가 사라진다”며 웃었다. 5학년 황민성 군은 “맨손으로 공을 주고받아 글러브를 끼고 하는 야구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달리며 패스를 받아 골을 넣을 때 너무 짜릿하다”고 말했다. 5월 시작할 때만 해도 1시간의 훈련을 힘들어하던 학생들이 이젠 1시간 넘게 훈련해도 끄떡없을 정도로 체력도 좋아졌다.공동기획: 국민생활체육회-동아일보인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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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월초교, ‘행복나눔 핸드볼 교실’서 짜릿한 핸드볼 경기를!

    햇볕이 내리 쬐는 맨땅에서 공을 주고받았다. 달리면 먼지가 올라왔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던진 공이 골대로 빨려 들어가면 멋진 세리머니를 펼쳤고 공이 하늘로 솟아 골대를 크게 벗어나면 멋쩍게 웃었다. 2일 인천 남동구 구월초교 운동장에서 열린 국민생활체육회(국체회) 행복나눔스포츠 핸드볼교실. 1992년 바르셀로나(스페인) 올림픽 때 한국 여자 핸드볼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황선희 교사(45)의 지도를 받으며 구월초교 4,5,6학년 학생 30여 명은 1시간이 넘게 기본 동작을 익히고 게임을 했다. “왜 핸드볼을 운동장에서 하지”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지만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핸드볼 대회는 맨땅 운동장에서 열렸다. 장면호 국체회 전국핸드볼연합회 사무처장(59)은 “1980~1990년 대 초중고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운동장에 있는 핸드볼 경기장을 많이 봤을 것이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실내체육관으로 옮겨갔지만 핸드볼은 ‘운동장 경기’였다”고 말했다. 지금도 유럽에서는 운동장 핸드볼을 즐긴다. 황 교사는 “지난 달 크로아티아로 핸드볼 캠프 탐방을 다녀왔는데 대부분 체육관이 아닌 운동장에서 핸드볼을 즐기고 있었다. 맨땅이 아닌 인조잔디나 우레탄 등이 깔린 운동장이었지만 체육관에 국한된 스포츠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2010년 시작한 핸드볼교실은 학생들의 공부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핸드볼의 효과를 홍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처음 3개 학교에서 시작해 올해는 7개 학교에서 170명이 배우고 있다. 체육관이 아닌 운동장에서 하는 이유도 ‘홍보’ 때문이다. 황 교사는 “핸드볼을 체육관에서만 하다보니 학생들이나 교사들이나 볼 기회가 없다. 그래서 일부러 운동장에서 하도록 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농구는 길거리에서 3대3 경기를 한다. 시멘트 위에도 농구대가 있다. 핸드볼도 그래야 관심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핸드볼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도 가볍고 부드럽게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인천 부평 남초교에서 9년간 핸드볼을 지도했던 황 교사는 올해 구월초교에 부임해 5월 전국소년체전에서 구월초교를 여자부 우승으로 이끌었다. 구월초교에는 체육관이 없어 인근 만성중 체육관을 빌려 썼지만 대회가 없을 땐 운동장에서 훈련시켰다. 지금 하고 있는 핸드볼교실은 정원이 30명이었지만 실제로는 5~10명의 학생이 더 참여하고 있다. 황 교사는 “핸드볼은 빠른 판단에 따라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스포츠여서 학생들이 너무 좋아 한다”고 말했다. 구월초교 5학년 최나은 양은 “공으로 패스를 주고받은 뒤 골대에 넣는 게 너무 재밌다. 핸드볼을 하고 나면 공부 스트레스가 사라진다”며 웃었다. 5학년 황민성 군은 “맨손으로 공을 주고받아 글러브를 끼고 하는 야구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달리며 패스를 받아 골을 넣을 때 너무 짜릿하다”고 말했다. 5월 시작할 때만해도 1시간의 훈련을 힘들어하던 학생들이 이젠 1시간 넘게 훈련해도 힘들어하지 않을 정도로 체력도 좋아졌다.인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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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마라톤과 아디다스가 만나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국내 최고 ‘명품’ 마라톤 축제인 동아마라톤을 후원한다. 동아마라톤사무국은 10월 4일 열리는 2015공주마라톤을 시작으로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3개 대회(서울국제, 경주국제)를 아디다스가 후원한다고 30일 밝혔다. 아디다스는 동아마라톤 후원을 통해 국내 마라톤 문화를 선도하고 국내 마라톤 중흥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아디다스는 10월 공주마라톤과 경주국제마라톤(11일) 참가자들에게 최첨단 소재의 기념 티셔츠를 제공한다. 아디다스만의 고유기술 클라이마 라이트(CLIMA-LITE) 원단으로 만들어 땀을 빨리 흡수하고 빨리 마르게 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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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우올림픽 마라톤 못 뛰어도 귀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한국 귀화를 추진하고 있는 케냐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6)는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말로 인사했다. 30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마라톤 사무국을 방문했을 때도 허리를 굽혀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김치 라면 불고기 같은 음식도 잘 먹어 ‘반은 한국 사람’으로 불린다. 한국 이름이 오주한(吳走韓)인 그는 최근 충남 청양군청에 입단했다. ‘코리안 드림’을 이뤄준 오창석 백석대 교수(53)의 성을 땄다.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뜻이다. 국내 규정에 따르면 국내 실업팀 소속으로 활동하고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인정하면 특별 귀화를 신청할 수 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원 소속 국가에서 국가대표를 한 적이 없고, 1년간 귀화를 원하는 국가의 실업팀에서 꾸준히 급여를 받았을 때 귀화를 인정해준다. 에루페는 10월 11일 열리는 동아일보 2015경주국제마라톤에 출사표를 냈다. 2011년 경주국제, 2012년 서울국제와 경주국제, 그리고 올 서울국제까지 국내 4개 대회를 연거푸 우승한 에루페는 경주에서 좋은 기록을 세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2012년 서울국제에서 2시간 5분 37초로 국내 개최 최고 기록을 세운 에루페는 평균 기온 섭씨 40도인 케냐 투르카나에서 태어나 더위에 강하다. 리우데자네이루는 8월 평균 기온이 20도를 넘는다. 한국 육상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챔피언 고 손기정 선생,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육상연맹은 에루페를 귀화시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에루페는 “올림픽 출전보다도 귀화가 먼저다. 난 한국에서 꿈을 이뤘다. 리우데자네이루에 가지 못해도 한국에 귀화하겠다. 그리고 매년 동아마라톤에 출전하겠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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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루페, 한국이름은 오주한…“올림픽 못나가도 귀화하겠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한국 귀화를 추진하고 있는 케냐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6)는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말로 인사했다. 30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마라톤 사무국을 방문했을 때도 허리를 굽혀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김치 라면 불고기 같은 음식도 잘 먹어 ‘반은 한국사람’으로 불린다. 한국 이름이 오주한(吳走韓)인 그는 최근 충남 청양군청에 입단했다. ‘코리안 드림’을 이뤄준 오창석 백석대 교수(53)의 성을 땄다.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뜻이다. 국내 규정에 따르면 국내 실업팀 소속으로 활동하고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인정하면 특별 귀화를 신청할 수 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원 소속 국가에서 국가대표를 한 적이 없고, 1년간 귀화를 원하는 국가의 실업팀에서 꾸준히 급여를 받았을 때 귀화를 인정해준다. 에루페는 10월 11일 열리는 동아일보 2015경주국제마라톤에 출사표를 냈다. 2011년 경주국제, 2012년 서울국제와 경주국제, 그리고 올 서울국제까지 국내 4개 대회를 연거푸 우승한 에루페는 경주에서 좋은 기록을 세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2012년 서울국제에서 2시간 5분 37초로 국내 개최 최고기록을 세운 에루페는 평균 기온 섭씨 40도인 케냐 투르카나에서 태어나 더위에 강하다. 리우데자네이루는 8월 평균기온이 20도를 넘는다. 한국육상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챔피언 고 손기정 선생.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육상연맹은 에루페를 귀화시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에루페는 “올림픽 출전보다도 귀화가 먼저다. 난 한국에서 꿈을 이뤘다. 리우데자네이루에 가지 못해도 한국에 귀화하겠다. 그리고 매년 동아마라톤에 출전하겠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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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디다스, 동아마라톤 3개 대회 후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국내 최고 ‘명품’ 마라톤 축제인 동아마라톤을 후원한다. 동아마라톤사무국은 10월 4일 열리는 2015공주마라톤을 시작으로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3개 대회(서울국제, 경주국제)를 아디다스가 후원한다고 30일 밝혔다. 아디다스는 동아마라톤 후원을 통해 국내 마라톤 문화를 선도하고 국내 마라톤 중흥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아디다스는 10월 공주마라톤과 경주국제마라톤(11일) 참가자들에게 최첨단 소재의 기념 티셔츠를 제공한다. 아디다스만의 고유기술 클라이마라이트 원단으로 만들어 땀을 빨리 흡수하고 빨리 마르게 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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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 “손목” “허리” 고사리손 검객들의 함성

    25일 인천 계양구 부현초교 꿈애(愛)홀 체육관. 장난기 가득한 초등학교 1∼6학년생들이 도복을 입은 채 무릎을 꿇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훈련 시작 전 지도교사의 구령에 맞춰 학생들은 ‘국기에 대한 경례, 선생님께 경례, 상호 간의 경례’를 차례로 했다. 곧이어 “앞으로” “뒤로” “좌로” “우로”의 구령에 재빠르게 움직이던 학생들은 “머리” “손목” “허리”라는 큰 함성과 함께 죽도로 기본 동작을 반복했다. 죽도를 휘두르는 학생들의 얼굴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국민생활체육회(국체회) 행복나눔스포츠(행복나눔) 검도교실이 어린 학생들을 예의 바르게 바꾸고 있다. 행복나눔은 국체회가 소외 계층의 스포츠 참여를 위해 2009년 시작한 프로젝트다. 검도는 국체회 전국검도연합회 주관으로 2013년 시작해 올해는 전국 36곳에서 966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은 인천 지역 6개교 학생 42명이 참여했다. 다문화중심학교인 부현초교는 인근 5개 학교와 함께 다양한 다문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국체회 행복나눔의 도움을 받아 5월부터 7월까지 매주 1∼2회 검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국체회는 각 검도교실에 3명의 지도자를 파견한다. 대한검도회 국가대표 출신 주강사와 책임강사, 보조강사다. 부현초교에는 2006년 대만세계선수권 단체전 우승의 주역인 국가대표 출신 김진범 사범(40)과 검도 7단 임종길 사범(44), 그리고 오종현 사범(26)이 아이들을 수준별로 나눠 지도하고 있다. 이날까지 12회의 교실을 마쳤다. 검도의 예의부터 발동작, 머리치기, 손목치기, 허리치기에 이어 손목허리머리치기를 익혔다. 훈련과 집중력을 시험하기 위해 목검으로 종이 베기도 했다. 김다미 부현초교 검도교실 담당 교사(30)는 “이렇게 짧은 시간에 아이들이 변할 줄 몰랐다. 부산하던 아이들이 차분해졌고 집중력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처음 검도를 시작할 때 바닥에 누워 어리광을 부리던 학생들이 있었는데 이젠 없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부현초교 1학년 이마음 양은 “가장 좋아하는 놀이가 구름사다리 타기였는데 지금은 검도예요”라며 “검도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5학년 이준호 군은 “죽도를 사용해 재밌어요. 열심히 하다 보니 다이어트도 됐어요”라고 말했다. 이 군은 검도를 시작한 뒤 살이 3kg 정도 빠졌다. 임 사범은 “소극적이고 주의가 산만한 아이들에게 검도를 통해 예의범절과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이 예의를 지키며 활달하게 칼을 휘두르고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도성기 국체회 전국검도연합회 사무처장(58)은 “검도는 접하기 쉽지 않은 스포츠다. 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주는 효과는 크다”고 강조했다. 예의범절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왼손과 왼발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오른손 오른발에 익숙한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양손 양발을 균형 있게 쓰도록 해 뇌의 균형 발달을 돕는다. 인내심과 집중력도 키워 학업 성취도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검도를 시작해 공인 3단인 김 교사는 “검도의 교육적 효과가 좋아 주말반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 사무처장은 “행복나눔이 15회의 교실로 끝나지만 국체회 차원에서 계속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인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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