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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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11~2025-12-11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앙코르 곡으로 아리랑 선택, 단원들 아름답다며 좋아해”

    “먼 곳에서 진행한 연주이지만 함께 공유하는 음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모두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믿습니다.” 7일 오후 8시 온라인으로 열리는 제31회 이건음악회에서 독일 뷔르템베르크 체임버오케스트라 하일브론(WKO)을 지휘하는 지휘자 케이스 스칼리오네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18 WKO 수석지휘자로 취임해 악단을 이끌어오고 있다. 콘서트는 이건음악회 유튜브 채널과 예술문화 전문 채널 ‘아르떼TV’를 통해 실시간 중계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석지휘자 취임 전 2016년 WKO 콘서트에서 모차르트의 교향곡 36번 ‘린츠’를 지휘해 찬사를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WKO는 어떤 특징을 가진 악단인지 듣고 싶습니다. “WKO의 장점은 작품과 사운드에 대한 진지함과 끊임없는 열정입니다. 이번 연주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과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협연하는데, 모차르트 곡들은 WKO와 비슷한 규모의 악단이 참신한 해석으로 연주할 수 있는 작품들이어서 특히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미 이번 콘서트 녹화가 끝났을 텐데, 이지윤과의 협연은 만족스러웠습니까. “저와 WKO 단원 모두가 협연을 굉장히 즐겼습니다. 이지윤은 시선을 사로잡는, 매우 강렬한 음악적 시각을 지닌 연주자입니다.” ―후반부에 연주하는 ‘정화된 밤’은 어떤 의도로 선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연주하기 어렵지만 우리 악단의 편성에 맞아떨어지는 작품입니다. 역경을 딛고 더 나은 것을 향해 가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 오늘날 더 의미 있게 느껴지는 곡이죠.” ―이 콘서트를 더 즐길 수 있는 힌트를 알려주신다면…. “앙코르 곡으로 ‘아리랑’을 연주했습니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이어서 단원 모두 좋아했습니다. 한국 관객들에 대한 애정을 이 곡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관객 여러분을 실제 연주회장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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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튜브]리허설 공간이 무대로… 작지만 큰 울림 ‘인춘아트홀’

    유튜브 링크: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 지하에 새 연주 공간 ‘인춘아트홀’이 문을 열었습니다. 인춘아트홀은 좌석 수 103석, 면적 350m²로 8월 28일 완성됐습니다. 본디 예술의전당 음악당의 리허설 공간으로 쓰이던 장소였습니다. 지난해 인춘장학재단이 10억 원을 기부해 연주홀로 변경하는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좌석은 혜성산업이 기부했는데, 자동 제균(除菌) 기능이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같은 상황에서 방역 수칙을 지킬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인춘아트홀만을 위한 새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도 마련됐습니다. 지난달 29일 이곳을 찾았습니다. 바리톤 김기훈 씨와 소프라노 홍주영 씨가 그 이틀 뒤 열린 예술의전당 예술기부 콘서트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크지 않은 공간이어서인지 잔잔한 노래도 압도적인 크기의 목소리가 귀로 쏟아져 들어왔고, 세부까지 또렷이 들려왔습니다. 2016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인 김기훈 씨는 신귀복 작곡의 가곡 ‘얼굴’을 부른 뒤 “소리가 너무 울리거나 지나치게 벽체에 흡음(吸音)되지 않아 노래하기 좋은 소리였다”고 평했습니다. 피아노 반주를 맡은 김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김성진 씨도 “연주자의 소리가 또렷이 전달돼 반주하기 매우 편했다”고 얘기했습니다. 인춘아트홀의 문을 열고 나오면 넓은 지하 공간에 로비가 있어 연주자와 관객이 만남의 시간을 갖기에도 적당해 보였습니다. 예술의전당 음악당은 1988년 개관 당시 콘서트홀과 리사이틀홀 등 두 개의 연주 공간이 있었습니다. 2505석 규모의 콘서트홀은 대규모 교향악이나 합창곡, 354석의 리사이틀홀은 작은 규모의 실내악과 독주회를 열기 적당한 크기입니다. 2011년 10월에는 중간 규모 실내악 콘서트에 가장 적당한 600석의 IBK챔버홀이 문을 열었습니다. 따라서 인춘아트홀은 이 건물에 9년 만에 생긴, 네 번째이자 가장 작은 연주홀이 됩니다. 예술의전당은 한국의 대표 클래식 공연장인 만큼 연주 기회를 얻기가 어려웠습니다. 독주회나 독창회가 자주 열리는 리사이틀홀의 경우 지난해 평균 5.5 대 1의 대관 경쟁률을 기록했죠. 예술의전당은 앞으로 인춘아트홀이 이런 높은 경쟁률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그동안 연주 기회를 얻기 힘들었던 신인 등에게 기회를 줄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연 시간도 저녁 시간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시간대를 실험해 본다는 계획입니다. 이달 10일부터 13일까지는 인춘아트홀 개관 기념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10일에는 한국페스티발앙상블 콘서트가 열리고 11일 플루티스트 이예린과 앙상블 플렉스, 12일 김가온 트리오, 13일 피아니스트 안종도 씨의 콘서트가 이어집니다. 당초 9월에 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두 달 늦춰졌습니다. 작지만 새로운 공연장 인춘아트홀의 모습은 유튜브 채널 ‘유윤종튜브’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인춘아트홀 외에 예술의전당 음악당 맞은편에 있는 서예관에도 최근 130석 규모의 공간인 미래아트홀이 시범적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인춘아트홀보다는 약간 크고 공연뿐 아니라 영상물 상영과 교육 프로그램, 세미나 등에 두루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입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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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산 변주곡’으로 트리오 킴이 뭉쳤다

    “언젠가는 완벽하게 (연주)하고 싶은 작곡가, 그러나 완벽에 다다를 수는 없고 늘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작곡가가 바흐고 그런 곡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죠.”(김다미) 세 ‘김(金)씨 교수님’이 금산(金山·골드베르크)의 이름으로 뭉쳤다. 비올리스트 김상진 연세대 교수, 첼리스트 김민지 서울대 교수, 올해 새롭게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로 이뤄진 현악3중주단 ‘트리오 킴’이다. 세 사람은 5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리는 ‘앙상블 로드: 트리오 킴’ 연주회에서 바흐의 한 시간짜리 대곡인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한다. 바흐가 제자인 건반악기 연주자 골드베르크(독일어로 금·Gold+산·Berg)를 위해 쓴 독주곡이다. “특별한 인연요? 예원학교(중등과정) 동문이라는 정도….(웃음) 그동안 다른 음악가들과 함께 여러 형태의 앙상블로 호흡을 맞춰왔는데, 우리 셋은 특히 잘 맞는 부분들이 있다고 느껴왔어요. 연습하면서 서로 설명을 많이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할까. 최근 몇몇 콘서트에서 세 사람이 한 무대씩 맡곤 했었는데 ‘트리오 킴’ 이름으로 하는 연주는 처음이죠.”(김상진) 이번 연주는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리 시트코베츠키의 3중주용 편곡판 악보를 사용한다. “전설적인 바흐 연주가 고(故) 글렌 굴드에게 헌정된 편곡판이죠. 장식음 등의 해석을 굴드가 피아노로 연주한 걸 따라 적용했어요. 원곡이 건반악기 곡이지만 주로 세 성부(聲部)가 진행되도록 작곡돼서, 3중주 연주가 매우 적절하게 어울리죠”라고 김상진은 설명했다. 그는 “4년 전 내한한 시트코베츠키에게 이 곡을 연주하고 싶다고 했더니, ‘우연히 한 편곡인데 악보 저작권 수입이 많이 들어온다’며 웃더라”고 덧붙였다. “바흐가 특정 악기의 테크닉을 고려해 이 곡을 쓰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단지 혼자 건반으로 연주한다면 자유자재로 펼쳐나갈 수 있는 부분이 많을 텐데, 세 사람이 호흡을 맞춰야 하는 건 한층 복잡하고 섬세한 과정이죠.”(김상진) 이번 콘서트 전반부에는 모차르트의 만년 작품인 디베르티멘토 K. 563이 연주된다. 김상진은 “한창 무르익은 모차르트의 파격적인 모습들이 담긴, 복잡하면서 아름다운 대곡”이라고 소개했다. 기악 전공 교수로서 세 사람의 2020년은 쉽지 않았다. “악기 교습은 일대일로 소리를 직접 듣고 느끼며 소통하는 게 핵심이죠.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 수업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이 많았어요. 예전보다 한층 꼼꼼히 교습에 임하려 노력하죠. 좋은 점이라면 학생들이 ‘증거가 남는다’고 생각해서인지 준비를 더 잘한다는 점일까요, 후후.”(김민지) 4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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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과학적인 척하지 마세요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1970년대에 여러 매체에 쓴 글을 묶었다.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는 점은 장점이다. 집약된 주제가 없다는 점은 단점이다. 번역 문장으로도 전달되는 세이건의 유려한 문장은 장점이다. 이 책 이후 반세기 가까운 과학적 발견들을 담지 못한 점은 단점이다. 우리말 부제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는 2부 ‘역설가들’을 겨냥한다. 저자가 말하는 역설가(paradoxer)는 ‘입증되지 않은 교묘한 설명과 쉬운 용어로 그럴듯하게 과학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뜻한다. 유체이탈, 예지몽(夢), UFO, 인류의 외계인 조상, 버뮤다 삼각지대 등 사실보다 ‘현대 전설’에 가까운 얘기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저자는 최대한 합리적으로 반박한다. ‘반(反)유사과학’에 관한 한 세이건의 후예라 할 만한 리처드 도킨스보다 문장은 덜 공격적이다. 예를 들어, 유체 이탈을 증명하려면 다른 사람이 높은 선반에 올려둔 책의 제목을 유체 이탈 중 읽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실험을 통과한 ‘유체 이탈자’는 없었다. 외계인에게 납치된 듯이 감쪽같이 사라진 배나 비행기는 많지만 기차는 없다. 이유가 뭘까? 기차는 바닷속 깊이 가라앉는 일이 없다. 세이건 고유의 영역인 ‘별과 우주’는 3부에서 5부 사이에 집중된다. 태양계 행성에 대한 탐사를 다룬 부분은 시간이 흐른 만큼 정보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 저자는 매리너 우주선이 화성 궤도를 돌며 찍은 사진들의 해상도에 감탄한다. 무인탐사선이 화성 표면에서 채집한 정보는 책에 들어 있지 않다. 책에 나오지 않지만 첫 화성 탐사차량 소저너는 세이건이 죽은 다음 해인 1997년 화성에 착륙했고, 모선(母船) 패스파인더와 함께 ‘칼 세이건 추모기지’로 불렸다. 책 제목은 직관적이지 않다. 대뇌의 ‘브로카 영역’으로 익숙한 브로카는 19세기의 신경학자로 수많은 사람의 뇌를 수집했다. 브로카 자신의 뇌도 파리 인류학박물관의 포르말린 액 속에 담겨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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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클래식 미래 밝힐 16명의 샛별들

    “본선곡인 필라스의 소나타는 처음 접한 곡이어서 반주자와의 호흡을 유지하고 다양한 음색을 표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와 매우 기쁩니다.” 제60회 동아음악콩쿠르에서 트롬본 부문 1위를 차지한 서주현 군(16·선화예고 2학년)은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27,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음악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 콩쿠르 본선 경연에서 서 군은 트롬본 부문 최연소로 참가해 영예를 안았다. 트롬본 본선 심사에 참여한 장준화 심사위원은 “기성 연주자를 연상시키는 완성도 높은 연주를 펼쳐 앞날이 기대되는 재목”이라고 서 군을 평했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한 올해 동아음악콩쿠르는 포스코 협찬, 서울교대와 동아꿈나무재단 후원으로 열렸다. 올해 콩쿠르에서는 각 부문 1위 입상자 4명을 비롯해 16명이 입상의 영예를 안았다. 부문별 격년제로 개최하는 이 행사는 10월 6일부터 동아일보 충정로사옥과 고려대 인촌기념관 대강당에서 1, 2차 예선을 거친 21명이 본선에 올랐다. 첼로 1위인 김지연 씨(22·미국 커티스음대 2학년)에게는 세계적인 첼리스트 고 버나드 그린하우스와 그 제자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그린하우스재단의 그린하우스재단상이 수여됐다. 바이올린 부문 1위 김시준 군(18·한예종 1학년)은 원로 바이올리니스트 우금 양해엽이 수여하는 우금상을 받았다. 베이스트롬본 연주자가 트롬본 부문 1위를 수상할 경우 수여하는 빅트롬본상과 호른 부문 1위에게 수여하는 이석준호른상은 올해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다음 달 2일부터 동아음악콩쿠르 홈페이지(www.donga.com/concours/music)에서 심사위원별 채점표와 심사평을 확인할 수 있다. 본선 연주 동영상은 11월 말부터 유료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다음은 입상자 명단. ▽바이올린 △1위 김시준 △2위 조현서(17·한예종 2학년) △3위 이현지(22·서울대 졸업) ▽비올라 △2위 이은빈(17·한예종 2학년) △3위 장윤지(18·서울대 1년) ▽첼로 △1위 김지연 △2위 박선우(23·한예종 전문사 1학년) △3위 김재현(21·한예종 3학년) ▽콘트라베이스 △2위 채주리(20·서울대 2학년) ▽호른 △2위 최하영(21·한예종 1학년) △3위 김용환(19·서울대 2학년) ▽트롬본 △1위 서주현 △2위 김민성(23·서울대 졸업) ▽트럼펫 △1위 강해인(19·한양대 2학년) △2위 김동민(26·서울대 4학년) △3위 진예찬(20·한예종 2학년)후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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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의 열정을 코스요리처럼 보여드리겠습니다”

    “친구들도 물어보더라고요. 그 많은 걸 어떻게 치느냐고. 스물여섯 살이니까, 제 나이에 맞는 열정과 색깔을 최대한 보여드리려는 거죠. 긴 코스 요리처럼.” 2017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2018년 지나 바카우어 국제콩쿠르 우승의 주인공 신창용이 온다. 2년 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승전보를 알려온 이후 국내에서 처음 갖는 단독 무대다. 11월 21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자신의 말처럼 두텁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짰다. 콘서트의 문은 엄숙하고 명상적인 베토벤 소나타 30번을 첫 곡으로 연다. 이후 쇼팽 발라드 3번, 라벨 ‘밤의 가스파르’, 슈만 환상소곡집 작품 12, 그라나도스 ‘고예스카스’ 모음곡 중 1번 ‘사랑의 속삭임’으로 이어진다. “베토벤 소나타 30번은 후기 3대 소나타 중 첫 곡이지만 낭만주의 작품에 가까운 서정적인 느낌을 짙게 전해주죠. 한 콘서트의 시작을 장식하기 좋은 느낌이 있고 긴 소나타도 아니어서 첫 곡으로 넣었어요.” 마지막 곡인 그라나도스의 작품은 자주 연주되지는 않는다. 연주하기 어려운 점도 이유다. “‘고예스카스’는 고야의 그림들에서 영감을 받은 모음곡이죠. 그 첫 곡인 ‘사랑의 속삭임’은 얼핏 들어 굉장히 달콤한 곡인데 그 안쪽 성부에는 굉장한 기교를 요구하는 부분들을 ‘초코 시럽 뿌리듯’ 깔아 두었어요. 마지막 곡으로 효과가 좋기를 기대합니다.” 그 자신 ‘한창 나이’라고 얘기했지만 2017년 ‘가장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을 결선에서 연주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을 차지했을 때는 이대욱 심사위원장으로부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원숙한 음악을 들려준다”는 평을 들었다. 그는 미국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 레이블로 앨범 두 장을 발매했다. 첫 번째는 미국 힐턴헤드 국제콩쿠르, 두 번째는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우승에 따른 혜택이었다. “첫 앨범을 녹음할 때 알게 된 스타인웨이 관계자들이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에서 저를 보고 ‘또 우리와 음반 내는 거 아냐?’ 하시더군요. 진짜 그렇게 됐죠.”(웃음)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의 소나타를 담은 첫 앨범은 미국 클래식 전문 방송 WQXR가 꼽은 ‘2018년 최고의 음반’에 선정됐다. 이번 콘서트에 즈음해서는 소속사인 ‘스톰프’ 레이블로 새 앨범을 낸다. 바흐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드뷔시 ‘달빛’과 이번 콘서트에서 연주하는 라벨, 그라나도스의 곡을 넣는다. 그에게도 올해는 아쉬움이 많다 여름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뉴욕 카네기 잔켈홀 데뷔 리사이틀 등이 모두 1년씩 미뤄졌다. “그래도 아예 사라진 일정들은 아니죠. 쉼 없이 달려왔으니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5월에는 미국 줄리아드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지면 독일에서 학업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그는 밝혔다. 전석 4만5000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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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통계는 객관적? 숫자의 함정에 빠지셨군요

    백악관 서쪽 별관 벽에 걸려 있는 지도를 보자. 2016년 미국 대선 결과를 지역별 정당 지지도로 나타낸 지도다. 미국 대부분 카운티(county)가 공화당을 나타내는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다. 그러나 일반 유권자 투표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48.2%를 득표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46.1%를 근소하게 앞섰다. 각 카운티의 인구수를 반영한 ‘거품 차트’를 보면 두 후보의 득표수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원제는 ‘차트는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가(How Charts Lie)’다. 파워포인트와 프레젠테이션의 시대에 도표는 유효한 무기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배양하기에 적절한 토양이기도 하다. ‘차트는 주장을 펴거나 논쟁할 때 강력한 설득 도구가 되지만, 차트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도표로 우리의 인식을 속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막대그래프에서 양(量)을 나타내는 세로 기준점을 바꾸면 사소한 차이가 크게 과장된다. 그 반대도 왜곡을 가져온다. 21세기 지구 평균 온도의 변화를 0도에서 시작하는 그래프로 만들면 거의 변화가 없는 수평선처럼 보인다. 그러나 0.1도의 평균온도 변화도 지구 생태계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다. 시간적 변화를 나타내는 가로축을 잘라버리는 것도 올바른 판단을 막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취임한 뒤 고등학교 졸업률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그래프를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 고등학교 졸업률은 수십 년째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전임자들의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생략한 것이다. 2015년 한 백인 남성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흑인 교회에서 권총을 난사해 9명을 살해했다. 범인은 인종차별 조직의 웹사이트에서 ‘강력범죄 가해자 인종별 피해자 분포’라는 도표를 보고 분노해 범행을 저질렀다. 도표를 보면 강력범죄 백인 가해자의 4%만이 흑인을 겨냥했지만, 흑인 가해자의 39%가 백인을 대상으로 강력범죄를 저질렀다. 숫자는 맞다. 그러나 여기엔 미국 사회의 인종집단별 인구수가 간과되어 있었다. 도표를 피해자 중심으로 바꿔보자. 백인 피해자의 56%가 백인 범죄자에게서, 흑인 피해자의 62%가 흑인 범죄자에게서 피해를 입었다. 큰 차이가 없다. 뉴스 수용자들의 무지도 왜곡을 불러온다. 동아시아의 태풍 진로 예측처럼, 미국 남부의 허리케인 진로 예측도 북상하면서 넓어지는 원뿔 모양으로 소개된다. 예측 가능한 경로의 범위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미국인은 이를 ‘허리케인이 북상할수록 강력해진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1999년부터 10년간, 미국 수영장에서 익사하는 사람의 수와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가 출연한 영화 제작 편수는 대략 같은 크기로 ‘동조’했다. 가짜 상관관계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선택된 ‘우스개 사례’이지만, 의도적인 데이터 조작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데이터를 고문하면 뭐든 자백한다.”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의 말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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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 위의 밀당’ 피아졸라 다섯곡 90분에 담아

    베토벤 바이올린소나타 전곡 연주를 지난해 마무리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주원(나리아 김)이 앨범을 내놓았다. 연주시간 90분이 넘는 두 장의 CD로 소니클래시컬에서 발매한 음반 제목은 ‘피아졸라의 추억’(사진). 재즈의 대명사로 통하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작품 다섯 곡을 꼭꼭 눌러 담았다. ‘윗옷 단추 하나 푼 듯한’ 피아졸라 특유의 당김음과 자유로움, 다채로운 박자의 매력이 트랙 곳곳에 묻어난다. “피아졸라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작곡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다양한 면을 조명해 보려 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는 최근 음반도 많이 나왔고 자주 연주되지만 ‘6개의 탱고 에튀드’ 같은 경우는 드물게 연주되면서 다양한 매력을 담은 곡이죠.” ‘르 그랑 탱고’ ‘탱고의 역사’ 등 제목에 탱고가 들어간 곡만 세 곡이다. 피아졸라가 품었던 탱고에 대한 자부심을 알 수 있다. 김주원은 특히 ‘6개의 탱고 에튀드’에서 6개 작품 각각의 특징과 주제를 자기만의 개성으로 녹여내는 데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서 ‘망각(Oblivion)’은 피아노 반주와 첼로가 함께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는 피아노 3중주로 연주하고, ‘탱고의 역사’는 드미트리 발레라스가 편곡한 기타 반주 악보를 사용했다. 피아니스트 박로한, 첼리스트 김준환, 기타리스트 김진택이 함께했다. “연습을 하는 시간이었는지, 함께 놀러 다닌 시간이었는지 모를 정도로 호흡이 잘 맞고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김주원은 웃었다. 그는 열두 살 때 서울시향 협연자 오디션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고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미국 예일대 최고연주자 과정,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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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음악회’ 30년만에 첫 온라인 콘서트, 독일 실내관현악단이 ‘코로나 치유’ 기원

    31회를 맞는 이건음악회가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열린다. 종합건축자재기업 이건은 올해 이건음악회가 독일 실내관현악단 뷔르템베르크 체임버 오케스트라 하일브론(WKO)의 온라인 연주회로 다음 달 7일 개최된다고 밝혔다. 콘서트는 오후 8시 이건음악회 유튜브 채널과 문화예술 전문채널 ‘아르떼TV’를 통해 실시간 중계된다. 1부에는 2018년,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독일 슈타츠카펠레 베를린의 종신 악장으로 취임해 화제가 된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터키행진곡풍 3악장’으로 알려진 모차르트의 바이올린협주곡 5번을 협연한다. 2부에서는 WKO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쇤베르크의 표제적 실내악곡 ‘정화된 밤’이 연주된다. 2018년부터 이 악단의 수석지휘자로 활동 중인 미국 출신 케이스 스칼리오네가 지휘봉을 든다. WKO는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는 독일 남서부의 대표 실내관현악단이다. 도이체 그라모폰, 텔덱, 헨슬러 등 다양한 레이블로 500곡이 넘는 레퍼토리를 녹음 발매했고,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루돌프 부흐빈더, 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 등 최고의 아티스트와 협연하며 빛나는 역사를 쌓아 왔다. 특유의 활기 넘치는 스타일이 높은 평가를 받아왔으며, 이번 콘서트 레퍼토리가 보여주듯 고전에서 20세기 작품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펼쳐 왔다. 이건음악회는 1990년 이건산업 인천공장에서 처음 열렸다. 그해 체코의 아카데미아 목관 5중주단 초청 공연을 시작으로 피아니스트 시몬 디너스틴, 세계 정상의 만돌리스트 아비 아비탈 등 세계적 음악가를 매년 초청해 수준 높은 공연을 펼쳤다. 2018년에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밀로시 카라다글리치의 공연을 맞아 ‘아리랑’ 편곡 공모전을 여는 등 다양한 시도로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30회에는 세계 대표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자진해서 ‘이건앙상블’ 이름을 달고 내한해 화제가 됐다. 3년 앞서 ‘베를린 필하모닉 카메라타’로 내한해 열렬한 환영을 받은 데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은 이름이었다. WKO 측은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록 떨어진 곳에서 연주하게 됐지만 진심을 담아 전할 선율의 감동을 통해 위로와 치유가 전해지기 바란다”고 전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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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튜브]슈베르트 ‘송어’가 반체제 음악?

    유튜브 링크: 슈베르트의 피아노5중주곡 ‘송어’ 4악장은 매우 친근한 선율이죠. 그런데 이 곡이 슈베르트의 반체제 정신을 담은 ‘저항 음악’이라면 어떨까요? 송어는 노래로도 유명합니다. 슈베르트가 1817년 쓴 가곡을 2년 뒤에 5중주곡으로 편곡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이 노래를 작사한 작사가 이름이 ‘슈바르트’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슈바르트 작사 슈베르트 작곡. 운율이 맞죠. 그 슈바르트는 누구인지 찾아봤습니다. 크리스티안 슈바르트(1739∼1791)는 독일 서남부 출신의 시인이자 음악가였고 당대 독일의 이름난 반골, 말하자면 반체제 인사였습니다. 그는 당시 여러 나라로 분열돼 각기 봉건 제후의 압제 아래 놓여 있던 독일의 실상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고, 여러 차례 감옥에 갇혔습니다. 그가 감옥에서 쓴 시 중의 하나가 송어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가곡 송어를 들으면서 계속해서 들던 의문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송어는 단지 명랑한 노래일까요? 노래 후반부에는 뜻밖의 가사가 등장합니다. ‘도둑(낚시꾼)에게 시간은 너무 느리게 흘렀고,/그는 개울을 휘저어 흐리게 했다./그리고 눈치채지 못할 사이에/낚싯줄이 팽팽히 당겨졌고/송어는 잡혀 허우적거렸다./나는 화가 끓어오르는 채/속임수에 넘어간 송어를 바라보았다.’ 평화로운 낚시의 정경과는 다릅니다. 추측입니다만, 감옥에서 이 시를 쓴 슈바르트는, 시냇물을 휘저어 송어를 잡는 낚시꾼의 모습에서, 권력자가 음모를 써서 정적을 잡아넣는 일을 풍자하고 비판한 것은 아닐까요. 슈베르트가 가곡 송어를 피아노5중주로 새롭게 쓴 과정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1819년 7월 13일, 슈베르트는 오스트리아 북부의 도시 슈타이어에 갑니다. 그곳에는 지역 유지이자 광산주인 파움가르트너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젊은 작곡가를 두 달 동안이나 각별히 대접합니다. 조건은 하나였습니다. “송어는 저와 친구들이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우리가 연주할 수 있도록 송어의 선율을 넣은 실내악곡을 써 주실 수 있을까요?” 이 곡에 열광한 시골 유지들의 속사정은 무엇이었을까요. 당시의 억압적인 체제에 대한 불만이 숨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실제 당시 유럽은 부글부글 끓어올랐습니다. 가곡 송어가 쓰이기 2년 전인 1815년 유럽 국가들 사이에 나폴레옹 전쟁을 결산하는 빈 의정서가 체결됩니다. 그 내용은 봉건적이고 억압적인 구체제(앙시앵 레짐)의 복원이었습니다. 저항의 내용이 담겼다고 해도 결국 가사를 쓴 슈바르트의 내면을 반영한 것이지 슈베르트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슈베르트의 명(名)해석가이자 역사학자인 이언 보스트리지의 책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에는 시를 즐겨 썼던 슈베르트가 죽기 전 쓴 마지막 시가 실려 있습니다. 제목은 ‘민중에게 보내는 탄식’입니다. 읽어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슈베르트와 사뭇 다른 모습이 드러납니다. ‘우리 시대의 젊은이여, 너는 스러졌구나!/무수한 민중의 힘이여, 허무하게 소진되었구나/ 누구 하나 민중으로부터 차별되지 않지만,/그 모두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역시 한 사람도 없구나….’ 20일 성남 티엘아이아트센터에서는 제2회 티엘아이 체임버 뮤직페스티벌 세 번째 순서로 ‘이경숙과 커티스 프렌즈’가 멘델스존 피아노3중주 1번과 슈베르트의 피아노5중주 송어를 연주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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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대한 작곡가’에게서 이 시대의 희망을 찾다

    2020 서울국제음악제가 23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위대한 작곡가들’을 주제로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 연주가 출연이 대거 취소됐고, 콘서트도 지난해 10개에서 4개로 줄었다. 그러나 대역병(大疫病) 시기에 관현악과 실내악, 성악을 망라한 클래식 축제가 치러지는 데 큰 의미를 둘 만하다.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신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류재준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작곡가)은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과 서거 280주년인 바흐, 내 스승으로 올 3월 29일 타계한 폴란드의 작곡 거장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를 기리며 ‘위대한 작곡가들’을 주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개막 콘서트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펜데레츠키와 베토벤’이다. 펜데레츠키가 친구였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위해 쓴 ‘샤콘’을 시작으로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서울대 교수)이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고, 베토벤 교향곡 4번을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29일에는 베토벤의 현악5중주 등을 연주하는 실내악 무대 ‘베토벤, 불후의 작곡가’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30일은 롯데콘서트홀에서 ‘버림받은 자의 구원’ 콘서트가 열린다. 작곡가 멘디 멘 지치에게 위촉한 신작 ‘버림받은 이들’을 시작으로 윤호근 지휘 서울국제음악제(SIMF) 오케스트라가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 하이라이트와 교향곡 6번 ‘전원’을 연주한다. SIMF 오케스트라는 정하나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을 비롯한 한국 대표 교향악단 수석들과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김민지 김다미 송지원 윤동환 등 활발히 활동하는 솔리스트가 참여한 ‘올스타’ 오케스트라. 피델리오 하이라이트에는 베이스 사무엘 윤, 소프라노 이명주, 테너 신동원이 출연한다. 사무엘 윤은 “베토벤이 오페라를 피델리오 한 곡만 작곡한 것은 완벽주의 때문이었을 것이다. 성악가에게도 완벽을 요구해 부담이 큰 작품”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폐막 콘서트 ‘음악과 함께’는 앙상블오푸스의 실내악 무대 ‘음악과 함께’. 김택수의 창작곡 ‘소나타 아마빌레’ 등에 이어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으로 끝을 맺는다. 백주영은 관현악 협연자와 실내악 멤버, SIMF 오케스트라 단원 등으로 네 콘서트 모두에 출연한다. 그는 특히 29일 연주하는 베토벤 현악5중주가 “듣는 이에게는 걸작이지만 연주자에겐 까다로워 연주 기회도 적은 작품”이라며 최선을 다해 감동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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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온 북유럽 여장부, ‘희망’을 지휘한다

    1990년대 북유럽 교향악계의 ‘용감한 쌍둥이 자매’로 주목을 받은 지휘자 아누 탈리가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첫 내한연주를 갖는다. 14일 오후 7시 반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탈리는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해 에스토니아 음악원에서 지휘를 시작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마리스 얀손스와 발레리 게르기예프 등을 키워낸 일리야 무신에게 배웠고 그 뒤 핀란드 헬싱키 음악원에서 지휘계 ‘핀란드 사단’의 사부 요르마 파눌라를 사사했다. 25세 때인 1997년 쌍둥이 자매인 카드리 탈리를 매니저로 ‘에스토니아-핀란드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며 세계 음악계에 입성했다. 언어와 문화가 비슷한 두 나라의 친선을 바탕으로 세계 연주가들이 모이도록 한다는 목표였다. 이 악단은 오늘날 15개국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노르딕 교향악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까지 6년 동안 미국 사라소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지냈고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악단들을 객원 지휘했다. 2003년 데뷔 음반 ‘백조의 비행(Swan Flight)’으로 음반상 에코 클래식 젊은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독일 프랑스 합작 채널인 아르테 TV와 NHK, 핀란드 공영방송 등이 그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번 무대는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의 발랄함을 20세기에 구현한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1번 ‘고전’으로 시작해 모차르트의 마지막 피아노협주곡인 27번을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협연한다. 박종해는 2008년 더블린 국제콩쿠르에서 준우승과 함께 모차르트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모차르트 해석 능력을 증명해 왔다. 후반부 프로그램은 당초 브람스 교향곡 3번에서 무대 위 거리 두기를 감안해 한층 작은 편성의 베토벤 교향곡 5번으로 바꾸었다. 2주 자가 격리를 감수하고 지난달 입국한 아누 탈리는 “많은 이들이 힘들어하고 무대에 대한 열망도 커지는 지금, 음악가들에게 어려운 도전이자 큰 즐거움이기도 한 베토벤 교향곡 5번과 함께 어둠 속에서 희망을 품어 보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공립 예술단체 중 하나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올해 대부분의 오프라인 공연을 취소하거나 온라인 공연으로 대체해 왔다. 예정대로 열릴 경우 이번 공연은 2월 6일 실내악 시리즈 ‘베토벤 1’ 이후 8개월 만의 오프라인 공연이 된다. 연주 영상은 11월 24일 네이버TV와 VLIVE를 통해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3만 원. 17일에는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 ‘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 일환으로 콘서트가 열린다. 출연자와 프로그램은 같다. 1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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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원두 팔던 청년이 일군 ‘커피제국’

    스타벅스. 오프라인 기업이면서 구글이나 유튜브, 페이스북 못잖게 현대인의 일상을 뒤바꾼 회사. 저자 하워드 슐츠는 오늘날 스타벅스의 모습을 결정한 총설계사다. 원두를 로스팅해 팔던 스타벅스에 입사해 1년 뒤 이탈리아 출장에서 ‘사교적이고 따뜻한 공간’ ‘정서적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서 커피전문점의 가치를 발견했고, 스타벅스의 원두를 사용하는 커피점 ‘일 지오날레’를 개업해 성공을 거뒀다. 이어 스타벅스를 인수해 커피전문점 체인으로 탈바꿈시켰다. ‘온워드’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이 책에서 슐츠는 어린 날의 기억으로 얘기를 시작한다. 불법 도박장이었던 그의 집은 도박꾼들의 고함이 그치지 않았고, 직업이 불안정한 아버지는 늘 주눅 들어 있었으며 노동에 대한 아무런 자부심도 없었다. 어머니는 우울증에 시달렸다. 비뚤어지기 쉬운 환경이었지만 어린 하워드는 농구나 미식축구를 하며 공동체의식을 배워나간다. 이런 어린 날의 경험이 스타벅스를 성장시킨 자산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일 지오날레’ 초기부터 그는 ‘직원들에게 일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돈뿐 아니라 심리적 보상을 제공하고, 개인의 성장을 돕는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스타벅스 인수 초창기부터 파트타임 직원에게까지 건강보험을 제공했다. 책 대부분의 내용은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 마련, 마약 탈출 프로그램 지원 같은 스타벅스의 사회공헌에 초점을 맞춘다. 2015년 시작한 ‘모든 인종이 함께’ 캠페인은 보수 백인 일부의 보이콧을 불렀다. 반면 2018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하지 않은 흑인 두 명이 수갑을 찬 채 체포되면서 ‘보이콧 스타벅스 해시태그’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저자는 ‘스타벅스의 핵심 가치가 종업원들에게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를 고치기 위해 노력한 점을 강조한다. 스타벅스 설립자가 회사를 그에게 매각하겠다고 제안했을 때 재계 거물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때 재계 인사에게 인수 포기를 설득하고, 슐츠에게 자금을 모아준 변호사가 빌 게이츠였다. 당시엔 그도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이 변호사의 이름을 물려받은 아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가 됐다. 이런 소소한 일화들도 책장을 넘기는 흥미를 돋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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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튜브]슈만 협주곡에 어른거리는 유령의 그림자

    유튜브 링크: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백건우와 슈만’ 콘서트 프로그램 마지막 곡은 슈만의 ‘유령 변주곡’입니다. 이 곡의 주제는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 2악장 선율과 비슷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왜 이런 제목이 붙었을까요. 여기엔 으스스한 두 겹의 유령 얘기가 숨어 있습니다. 슈만은 마흔세 살이던 1853년, 친한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을 위해 바이올린 협주곡을 씁니다. 슈만은 젊은 시절부터 환각을 보는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는데 이즈음부터 상태가 악화됩니다. 해가 지나 1854년이 되자 ‘천사가 내 귀에 음악 선율을 불러준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는 훨씬 전에 세상을 떠난 슈베르트나, 역시 죽고 없는 친구 멘델스존의 유령이 음악을 불러준다고도 했습니다. 슈만은 천사나 슈베르트, 멘델스존이 자기한테 불러주었다는 선율을 옮겨 적고 그 선율을 주제로 변주곡을 씁니다. 오늘날 유령 변주곡으로 불리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유령이 불러준 선율이라고 말한 이 선율은 이미 그 전해에 자기가 바이올린 협주곡에 넣었던 선율이었습니다. 그것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슈만은 상태가 심각했던 것입니다. 몹시 추운 1854년 2월 27일, 슈만은 집을 나가 근처에 있는 라인강에 뛰어들었습니다. 다행히 그곳을 지나던 어부들이 슈만을 건져 올렸습니다. 슈만은 본에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요아힘은 이 곡이 슈만의 정신이 이상해진 뒤의 작품이므로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슈만의 부인 클라라에게도 이 곡을 발표하지 말자고 권했습니다. 클라라는 충고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80년 가까이 흘렀습니다. 1933년, 바이올리니스트 옐리 다라니와 그 언니가 런던에서 열린 교령회(交靈會·seance)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오늘날 ‘분신사바’ 놀이처럼 사람들이 모여 명상하는 분위기에서 손을 움직이다 보면 유령이 불러주는 글자를 짚게 된다는 신비주의적 모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자매가 짚은 글자가 이상한 메시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바이올린 협주곡을 찾아내라.’ 작곡가가 누구인지 물으니까 ‘로베르트 슈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며칠 뒤 다시 교령회가 열렸고, 유령은 자기가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이라며 슈만의 협주곡 악보는 베를린의 도서관에 있다고 알렸다고 합니다. 메시지를 받았다는 바이올리니스트 자매는 요아힘의 조카손녀였습니다. 교령회를 주최한 사람이 베를린의 도서관에서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 악보를 찾아냈습니다. 이렇게 이 곡은 작곡된 지 80년 지나 세상에 나왔습니다. 실제로 유령이 이 곡의 존재를 알려주었을까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크리스토프 에센바흐는 ‘기획된 발견’일 거라고 말합니다. 다라니 자매는 이런 곡이 베를린의 도서관에서 잠자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떠들썩한 이벤트로 관심을 집중시키려 했다는 설명입니다. 진실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문제겠습니다. 한편 슈만의 건강이 악화될 즈음 슈만 집을 찾아가 그 가족과 교분을 맺었던 브람스도 슈만의 유령 주제를 따서 네 손을 위한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 23을 썼습니다. 이 곡은 슈만 부부의 셋째 딸인 율리에게 헌정됐습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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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풍성하게… 실내악 봇물 터진 가을

    10월의 공연장이 실내악의 단아한 화음으로 가득 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에서 순연된 무대부터 젊은 축제까지, 유례없이 다양한 실내악 페스티벌이 클래식 팬의 눈길을 붙든다. 무대 위 거리 두기가 용이한 실내악의 장점도 살렸다. 매년 4, 5월을 빛내던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15년째인 올해 ‘가을의 스프링 축제’가 됐다. 봄은 아니지만 샘(spring)처럼 신선하고 용수철처럼 통통 튀는 화음 잔치를 예고한다. 10일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열리는 개막공연은 플루티스트 조성현 등이 출연하는 하이든 플루트4중주 5번으로 시작해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케르트 등이 화음을 맞추는 브람스 피아노5중주로 이어진다. 11일 영산아트홀 ‘해피 버스데이 루트비히’, 12, 14일 서울 안국동 윤보선 고택 콘서트, 13일 비발디 바흐 등의 작품을 연주하는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15일 서울 한남동 일신홀 ‘잊힌 봄(forgotten spring)’을 거쳐 16일 영산아트홀 폐막공연 ‘2017’까지 7개 무대를 마련했다. 객석 규모 단 244석이지만 국내외 최고 아티스트들이 거쳐간 성남의 강소(强小) 공연장 티엘아이 아트센터는 13일부터 22일까지 네 개 무대의 ‘제2회 티엘아이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을 준비했다. 첫날인 13일에는 피아니스트 송영민,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 첼리스트 홍진호가 탱고의 대명사인 피아졸라의 작품들을 들려준다. 15일 타악기 연주자 심선민이 중심이 된 무대, 20일 ‘피아니스트 이경숙과 커티스 프렌즈’, 22일 관악기들의 피날레 무대 ‘팡파레’로 이어진다. 3만 원. 첼리스트 박유신이 예술감독을 맡아 지난해 출범한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은 올해 국내 젊은 아티스트들의 축제로 20, 23일 무대를 연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김영욱, 비올리스트 김상진 이한나, 첼리스트 김민지, 플루티스트 조성현, 피아니스트 김태형 안종도가 출연한다. 올해 주제는 낭만주의 음악의 도래를 알리는 ‘1800년대로부터(from 1800s)’다.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동시대 음악 저널리즘의 상징인 ‘라이프치히 음악신보’를 주제로 베버, 브람스, 슈만의 작품들을 연주한다. ‘영감(inspiration)’을 제목으로 택한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는 드보르자크, 수크, 도흐나니 등 동유럽 작곡가들의 작품이 오른다. 노부스 콰르텟은 16, 17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이틀간의 ‘멘델스존 전곡 시리즈’를 연다. 중기 낭만주의 거장으로 친구 슈만과 함께 실내악 발전에 큰 이정표를 세운 멘델스존의 현악4중주를 전부 선보이는 진지한 실내악 무대다. 16일 현악4중주 1, 2, 4번, 17일 3, 5, 6번을 연주한다. 4만∼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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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로 반년 미뤘지만… 축제같은 콘서트로”

    “축제 같은 콘서트를 꾸미고 싶습니다.” 기타리스트 박규희의 귀국은 험난했다. 올 3월 말, 그가 사는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 편이 끊어졌다. 멕시코로 갔더니 거기서도 인천행 편이 사라졌다. 메인 악기가 있는 도쿄행 비행기를 타고는 일본 입국 금지 조치 때문에 악기만 전달받아 서울에 왔다. 다음 날 문자를 받았다. 4월로 예정된 콘서트를 어쩔 수 없이 취소한다는 것. 지난달에도 한 차례 취소돼 꼬박 반년 미뤄진 ‘박규희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가 드디어 열린다. 다음 달 17일 오후 5시 서울 롯데콘서트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오랜 과거에 저는 기타를 치고 있었어요.” 세 살 때 엄마를 따라간 기타학원에서 기타를 쳐보겠다고 한 게 시작이었다. 22세 때인 2007년부터 아홉 차례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008년에는 벨기에 프랭탕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및 여성 최초로 1위에 올랐다. 2010년 콘서트 무대에 공식 데뷔했고, 2년 뒤 스페인 알람브라 콩쿠르에서는 연주를 깜빡 중단하는 실수를 했지만 그의 예술성을 높이 산 심사위원들이 우승을 안겨줬다. 이번 콘서트는 2부로 꾸몄다. 1부는 10년 동안 청중의 호응이 높은 곡들을 솔로로 연주한다. 스페인 국민음악가 알베니스의 곡으로 시작해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 편곡판 등을 거쳐 두들기듯 강렬한 아르헨티나 작곡가 히나스테라의 소나타로 마친다. “히나스테라가 손톱에 무리가 갈 정도로 센 곡이어서, 손톱 손질 등을 생각해 1부 마지막 곡으로 넣었죠.” 2부에서는 플루티스트 조성현과 동료 기타리스트들이 함께한다. 피아졸라 ‘탱고의 역사’, 비제 ‘카르멘 모음곡’을 연주한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티스트들로부터 10주년 축하를 받는 콘셉트’라고 그는 설명했다. 일본 여성 기타리스트 무라지 가오리를 동경하면서 자랐지만, 지금은 기타 팬 층이 두꺼운 일본에 팬이 더 많다. 여덟 장 낸 음반 대부분이 일본 음반전문지 ‘레코드예술’의 특선 음반으로 뽑혔다. 보통 남자 연주자들보다 손가락 한 마디 반은 작은 손으로 해낸 일이다. 10월에는 새 앨범을 낸다. 스페인인의 혼을 작품에 새긴 알베니스와 그라나도스 등의 작품을 넣었다. “제 이름을 알리는 것보다 클래식기타의 매력을 알리는 일에 마음이 더 조급하다”며 웃음 지었다. 더할 나위 없이 섬세하면서도 피아노처럼 온갖 화음을 다 표현하는 악기이기 때문이다. 많은 콩쿠르를 정복하고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연주자가 됐지만 그는 아직 ‘재학 중’이다. 스페인 알리칸테 음악원 석사 과정에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학사 일정도 중단됐다. 2022년 졸업 후에는 독일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계획이다. “연주를 하고 나면 뭔가 빈 느낌이 들죠. 저는 배움에서 충전을 얻어요. 평생 해도 공부할 게 남을 일이기도 하고요.” 5만∼10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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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키부츠’ 유쾌하게, ‘검객’ 짜릿하게… 코로나 우울증 날린다

    《추석은 왔지만 추석 같지 않다. 종택(宗宅)의 종손은 방문 자제를 당부하고 노모는 휴대전화 영상통화로 “난 괜찮다”며 귀향을 만류한다. 차례상은 ‘음복(飮福) 도시락’으로 대체되고 깊은 산속, 바다 건너로 사람들은 ‘추캉스(추석+바캉스)’를 떠난다. 그래도 쇼는 계속돼야 한다. 중추절 연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며 온·오프라인으로 눈과 마음을 채울 공연 전시 영화를 추려봤다.》○ 킹키부츠(뮤지컬) 파산 위기의 신발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드래그 퀸(여장 남자) 롤라를 만나 드래그 퀸이 신는 ‘킹키부츠’ 만들기에 도전한 실화를 유쾌하게 그렸다.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곡한 노래는 귀에 쏙쏙 꽂힌다. 2014년 국내 초연 때 익살스러운 연기로 객석을 들었다 놓은 강홍석, 뛰어난 가창력으로 열연한 최재림이 롤라로 무대에 선다. 박은태가 새 롤라로 합류했다. 찰리 역은 이석훈 김성규. 30일∼10월 4일 공연 전 좌석 30% 할인. 11월 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6만∼14만 원. ○ 베르테르(뮤지컬) 올해 창작 20주년을 맞이한 작품으로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무대에 옮겼다. 고전적인 연출과 서정적인 음악에 순수하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섬세한 감정을 노련하게 표현하는 엄기준, 부드러운 목소리의 카이, 애절한 연기를 선보이는 유연석과 깊이를 더해가는 규현, 주목받는 배우 나현우까지 5명이 베르테르를 연기한다. 롯데는 김예원 이지혜. 11월 1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 6만∼14만 원. ○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영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어쩌면 지구인의 외피를 뒤집어쓴 외계 생물의 비유일 수도 있다. 할리우드에서 좀비나 ‘맨인블랙’ 시리즈, ‘잇’으로 형상화되던 타자(他者)에 대한 두려움이 표현된 한국 영화는 ‘지구를 지켜라’(2003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외계 생물과 대놓고 맞서는 흔치 않은 한국형 코믹 스릴러다. 지구 멸망을 목표로 나타난 외계의 ‘언브레이커블’에 여고 동창들이 한판 붙는다. 29일 개봉.○ 검객(영화)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코로나19에 명절 스트레스까지 쌓인다면 연휴는 괴로울 뿐이다. 이 악몽을 떨쳐내기에 칼싸움만큼 시원한 것도 없다. 조선 최고 검객이지만 광해군 폐위 이후 세상을 등진 태율(장혁)이 딸을 납치한 청나라 황족 구루타이(조 타슬림)를 쫓는다. 딸을 구하는 이야기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도 거듭된, 기시감 강한 소재. 하지만 장혁의 고난도 검투(劍鬪) 액션은 머리를 텅 비우게 할 만큼 쾌감이 있다. 23일 개봉.○ 오페라 콘체르탄테 투란도트(클래식) 오페라 팬이 아니더라도 음악을 곁들인 드라마를 좋아하거나, 방송에서 들려오는 ‘성악적 발성’에 귀가 붙들린다면 이 공연을 추천한다. 10월 2일 오후 4시 서울 롯데콘서트홀. ‘콘체르탄테’란 무대장치 없이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하는 오페라를 말한다. 오페라 전성기의 마지막 거장 푸치니가 최후로 남긴 걸작 ‘투란도트’의 주요 장면을 오케스트라 반주로 감상할 수 있다. 테너 아리아 ‘잠들지 말라’는 유명하다. 테너 이현종, 소프라노 조현애 정꽃님, 김봉미가 지휘하는 베하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이 출연한다. 3만∼12만 원.○ 임동식 개인전 ‘일어나 올라가’(전시) 제5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 임동식 작가가 국내에 들여온 ‘자연미술’의 역사를 볼 수 있다. 1970년대 중반 ‘한국미술청년작가회’의 안면도 꽃지해변 작업으로 자연미술의 가능성을 본 임 작가는 1980년대 홍명섭 등과 ‘야투(野投)―야외현장미술연구회’를 결성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건립할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와 연계한 전시로 당시의 생생한 기록을 엿볼 수 있다. 11월 2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무료.○ 내 나니 여자라(전시)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 전시.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매개로 여성에 대한 동시대적 정서를 고찰한다. 윤석남 임민욱 이미래 이은새 등 동시대 여성 작가 13인(팀)의 회화 설치 미디어 등 작품 48점을 선보인다.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여성의 존재와 정체성을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11월 29일까지. 경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1000∼4000원.김재희 jetti@donga.com·유윤종 문화전문기자·김민 기자}

    •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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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로-지휘 마스터클래스 거쳐 오케스트라 협연까지

    ‘클래식 음악의 수도’ 오스트리아 빈에서 피아노나 바이올린, 첼로 연주자가 마스터클래스를 가진 뒤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협주곡 아카데미’가 열린다. 올해 설립된 빈 협주곡 아카데미(Vienna Concerto Academy·VCA)는 “악기 마스터클래스, 지휘자와 함께하는 마스터클래스, 오케스트라 마스터클래스를 거쳐 오케스트라와 협연까지 갖는 협주곡 아카데미를 내년 2월에 개최한다”고 최근 밝혔다. 각 부문 솔로 마스터클래스는 피아노 릴랴 질베르스테인(사진), 바이올린 이고르 페트루<스키(첼암제 음악제 예술감독), 첼로 양원신(Wen-Sinn Yang·뮌헨 국립음대 교수) 등 유명 솔리스트들이 맡는다. 에르네스트 회츨, 크리스티안 슐츠, 아모리 디 클로즐 등 중부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해온 지휘자들이 지휘자 마스터클래스와 협연 지휘를 담당하며 슬로바키아 방송교향악단이 협연한다. 프로그램은 솔로 마스터클래스 2회와 지휘자 마스터클래스 1회, 오케스트라와 맞춰보는 마스터클래스 1회에 이어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진행된다. 마스터클래스와 협연은 빈 국립음대 및 1시간 거리인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의 슬로바크 라디오홀에서 열린다. 각 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참가자는 프라하 스메타나홀에서 북체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콘서트 기회를 갖게 된다고 VCA는 밝혔다. 볼프강 클로스 VCA 대외담당 감독(전 빈 국립음대 부학장)은 “협주곡 연주는 개인 연습과 개인 레슨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 영역으로 오케스트라와의 실제 협연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 음악도들의 적극적인 참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청서는 11월부터 VCA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VCA는 중부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여러 솔로 교수 및 지휘자, 베를린 교향악단(BSO)이나 뉘른베르크 교향악단 등의 오케스트라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내년 9월 제2회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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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히틀러와 나치스에게 양심을 묻다

    정의가 무엇인지에 그토록 높은 관심이 쏠렸으니, 각 개인에게 정의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양심’에 관심이 가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저자는 고백한다. ‘양심의 명확히 다듬어진 정의를 내리고 양심의 기원 및 본성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 책은 실패작이다’라고. 책의 원제인 ‘Conscience: a Biography’(2015년)는 ‘양심전(傳)’에 가깝다. 유사 이래 인류가 양심을 어떻게 이해해왔으며 그 내용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구약성경에는 양심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책임감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있었고 ‘신장(腎臟)이 찔린다’는 표현으로 회한을 의미했지만 양심 개념과 일치하지는 않았다. 고대 그리스에서 선(善)을 뜻하는 ‘아가토스’는 지배계급이 하층민과 차별화하기 위한 덕성이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뜻의 ‘아이도스’도 이익을 위해 무시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겼다. 로마 제국은 영어 양심(conscience)의 어원인 라틴어 ‘conscientia’를 낳았다. ‘완전히(자기를) 아는 것’이라는 뜻처럼 행위의 결과보다 마음을 가진 주체의 균형과 자율성이 중요했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양심은 사도 바울에서 출발했다. 그는 스토아철학의 영향을 받았지만 양심에 해당하는 ‘시네이데시스’에서 이성과 관련된 부분을 끊고, 신앙의 기초로 기존의 율법 대신 양심을 끌어들였다. 종교개혁가 루터는 양심을 ‘내 성서 해석의 보증’으로 내세웠다. 개신교도라면 양심을 길잡이 삼아 자기 자신의 양심으로 진리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르네상스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양심의 가면을 찢어버렸다. 양심은 공공선을 위해 무시할 수 있는 것이 되었고, 이렇게 촉발된 양심의 가치 논란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계몽주의 시대는 양심에서 신(神)을 떼어놓았고 헤겔은 신 대신 국가를 양심의 근거로 내세웠다. 칸트는 양심의 근거를 이성에서 찾았지만 그가 행동의 원칙으로 내세운 ‘보편법칙’은 양심과 의무를 연관시켜 프로이센의 관료제에 잘 들어맞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충분히 공정하지 못했다고 느낄 때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돌프 히틀러의 말이었다. 유대인 대량 말살이라는 반인류적 범죄가 독일인들에 의해 일어난 책임에서 헤겔과 칸트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 양심에 대한 연구는 신경과학자들의 논의로 대치되는 듯이 보인다. 스키너를 비롯한 심리학자들은 양심을 ‘사회적, 복합적 억압’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규범과 억제는 양심의 지극히 작은 부분밖에 포괄하지 못한다. 따라서 양심의 실체에 대한 추적은 끝나지 않았으며, 그 중요성 또한 줄어들지 않는다. 신과 국가가 사라진 자리를 이제 환경 같은 새로운 개념이 대치하고 있다. 히브리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히틀러와 나치스에게 양심이 있었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3제국을 훨씬 넘어선 광대한 지적 탐험이 결과물로 남았다. 자신이 속한 사회의 민족이나 종교에 대해 필요 이상의 가치 부여를 하지 않는 점도 매력이다. 책의 전모를 파악하느라 끙끙거린 뒤에는 말미에 전체 내용을 친절하게 요약한 ‘맺는 말’이 기다린다. 이 부분부터 읽는 것도 좋은 전략일 듯하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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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음악제 차기예술감독 진은숙

    작곡가 진은숙(59·사진)이 통영국제음악제(TIMF) 차기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2022년부터 5년. 진 감독은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독일 함부르크 음대에서 죄르지 리게티를 사사했다. 2004년 바이올린협주곡으로 세계 작곡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히는 그로마이어상을 받았다. 베를린 도이체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주 작곡가,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 작곡가,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등을 지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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