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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관련해 24일 처음으로 반응을 나타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에 “2007년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먼저 물어본 뒤 기권했다”는 내용이 담긴 사실이 동아일보 14일자에 보도된 지 열흘 만에 나온 것이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명백히 말하건대 당시 남측은 우리 측에 그 무슨 ‘인권결의안’과 관련한 의견을 문의한 적도, 기권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온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우리와 억지로 연결시켜 종북세력으로 몰아대는 비열한 정치테러행위”라며 이같이 전했다. 북한의 주장은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을 부인하는 방식이지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의 설명도 같이 부인한 셈이다. 문 전 대표 측은 회고록 파문과 관련해 “사전 협의를 한 적은 없지만 기권하기로 입장을 정한 뒤 북측에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조평통의 반응은 이 같은 기권 입장조차 알려온 적도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처럼 회고록 파문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전면 부인한 것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당에 불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동시에 야당 측에도 북한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모습을 내비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조평통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2002년 방북과 관련해 “평양에 찾아와 눈물까지 흘리며 민족의 번영과 통일에 이바지하겠다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거듭 다짐하였던 박근혜의 행동은 그보다 더한 종북이고 국기문란”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측근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을 통해 “누가 북에 물어봤나? 우리끼리 일이다. 북한은 우리 정치에 어떤 형식으로든 개입하지 말라”고 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북한은 문재인 구하기에 급급한 듯하다”고 지적한 뒤 “문 전 대표 측도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접촉한 것은 인정하는 상황이 아니냐. 북한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한 뒤 “북측은 이런 구태의연한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관련해 24일 처음으로 반응을 나타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에서 "2007년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먼저 물어본 뒤 기권했다"는 내용이 담긴 사실이 동아일보를 통해 14일 보도된 지 열흘 만에 나온 것이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명백히 말하건대 당시 남측은 우리 측에 그 무슨 '인권결의안'과 관련한 의견을 문의한 적도, 기권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온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우리와 억지로 연결시켜 종북세력으로 몰아대는 비열한 정치테러행위"라며 이같이 전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회고록 논란이 "저들(새누리당)의 재집권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박근혜 역도의 특대형 부정부패행위에 쏠린 여론의 화살을 딴 데로 돌려 날로 심화되는 통치위기를 수습해 보려는 또 하나의 비열한 모략소동"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주장은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을 부인하는 방식이지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측의 설명도 같이 부인하는 방식이었다. 문 전 대표측은 회고록 파문과 관련해 "사전 협의를 한 적은 없지만 기권하기로 입장을 정한 뒤 북측에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조평통의 반응은 이 같은 기권 입장조차 알려온 적도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처럼 회고록 파문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전면 부인한 것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당에 불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야당 측에도 북한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모습을 내비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조평통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2002년 방북과 관련해 "평양에 찾아와 눈물까지 흘리며 민족의 번영과 통일에 이바지하겠다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거듭 다짐하였던 박근혜의 행동은 그보다 더한 종북이고 국기문란"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어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의 분위기가 고조되던 시기에 각 분야의 대화와 접촉, 협력에 나섰던 남조선 각계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종북몰이의 대상이 된다면 박근혜는 물론 국방부 장관 한민구도, 외교부 장관 윤병세도 응당 문제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평통 대변인은 2012년부터 불거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내용 공개 논란도 거론하며 "박근혜 역도를 당선시키기 위해 북남 수뇌상봉 담화록까지 거리낌 없이 날조하여 공개하면서 종북 소동을 일으켰던 광경을 방불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측근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을 통해 "누가 북에 물어봤나? 우리끼리 일이다. 북한은 우리 정치에 어떤 형식으로든 개입하지 말라. 새누리당이 쓸 데 없는 짓을 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한 뒤 "북측은 이런 구태의연한 형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국제사회는 북한의 끈질긴 핵개발 야욕을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전력화가 계속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불균형이 지속되면 북한의 핵전력을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방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 등 다른 방법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제재와 압박만으론 북핵 폐기가 어렵다면 국제사회는 어떤 조건에서 북한과의 대화라는 요소를 활용해야 할까.○ “전쟁 중에도 협상하는 미국, 북한과 대화에는 나설 듯”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는 ‘선(先)비핵화-후(後)평화협정 논의’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9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미 대화 재개 요건을 북한의 비핵화라고 재확인했다. 다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사실상 끝났다는 점에서 북핵 해결의 주도권은 내년 1월 취임할 새 대통령에게 넘어가게 된다.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북한의 대북 정책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을 방문해 클린턴 후보의 최측근들을 만난 정종욱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은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국무장관으로 발탁할 가능성이 높은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차관은 북한 붕괴를 거론하는 아주 강경한 인사”라고 말했다. 미국 외교가에서도 북핵 정책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 합참의장을 지낸 마이클 멀린은 지난달 16일 워싱턴 미국외교협회(CFR)가 주최한 ‘북한에 대한 선택-동북아 안정을 위한 중국의 역할’ 보고서 토론회에서 “(북한이) 실질적으로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게 아닌 방식이라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북한과의 대화를 아예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북 선제 타격 같은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가, 아니면 기존의 선비핵화 입장에서 후퇴해 대화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과 교수는 23일 “북한은 핵문제를 미국과 풀어야 할 문제로 보고 있고, 미국 역시 전쟁 중에도 협상은 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내년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대북 압박과는 별개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이라며 “시기는 내년 초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 교수는 21,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북한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이 비공개 회담을 한 것도 미국이 다음 정권의 대북 정책을 짜기 전에 북한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단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어려운 것보다는 지킬 수 있는 합의부터 만들어 신뢰를 쌓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9·19공동선언으로 돌아가자” 지금까지 미국의 선비핵화 요구를 무시해온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이 제시한 북-미 대화 조건은 2005년 9월 채택된 “6자회담 틀 속에서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북핵 폐기를 이뤄 간다”는 9·19공동선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 그리고 대화와 협상을 위한 문제 해결’이라는 한반도 3원칙을 되풀이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정이 위협받고, 비핵화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대화와 협상만 강조하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올해 1월 4차 핵실험 이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병행 추진’을 부쩍 강조하고 있고, 북한은 이를 “중국도 찬성하는 평화협정을 미국이 반대하니 우리는 핵개발로 생존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태도만 이어가는 셈이다. 이처럼 북한에 대한 신뢰가 바닥난 상태에서 미국과 한국이 ‘행동 대 행동’이란 실패한 전철을 그대로 반복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미국의 강경 압박정책이 한계에 부닥치고, 내년 한국 대선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하는 정부가 들어설 경우 다른 방식의 접근법이 언제든지 치고 나올 수 있다. 정운찬 전 총리는 “북한을 압박만 하는 현행 전략으로는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대북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면서 단계적으론 북핵 동결을 목표로 접촉하고, 장기적으로는 핵무기 폐지와 군비 축소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포기를 전제로 하지 않은 협상은 의미가 없지만 굳이 협상을 한다면 단계적으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중단 같은 실행 가능한 옵션을 올려놓고 풀어 나가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로선 북한과의 대화 주장이 언제 본격적으로 나올지, 그렇다면 어떤 조건에서 대화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긴 쉽지 않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한국 정부가 북핵 문제에서 뒷북을 치지 않고 주도하기 위해선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압박과 대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밀한 북핵 해법을 담은 로드맵까지 만들어 주변국을 설득할 대비가 지금 바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워싱턴=이승헌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노무현 정권 때 탈북자 정착지원 기본금이 기존의 55% 수준으로 대폭 삭감됐다. 최근 노 정부 핵심 실세들이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전 북한의 의견을 물었다는 의혹으로 시끄럽지만, 설마 정착금 삭감까지 상의하진 않았을 거라 믿는다. 다만 그 시기를 두고 말이 많았다. 2004년 7월 베트남에서 탈북자 468명을 한꺼번에 데려왔다가 북한의 거센 항의를 받은 지 반년도 안돼 정착금 삭감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정착금으로 가족을 또 데려오는 게 골치 아파 만든 법”이란 이야기도 들었다. 설마. 어쨌든 새 제도는 “단점을 보완한 개선 정책”이라는 정부의 홍보와는 달리 탈북자를 참으로 많이 울렸다. 이때부터 탈북자는 평균 10평대 초반 임대주택과 700만 원을 기본금으로 받게 됐다. 이 중 일시금은 300만 원. 나머지 400만 원은 3개월에 100만 원씩 나눠 주었다. 국내 입국을 도왔던 탈북 브로커에게 300만 원을 주고 나면 탈북자는 사회에 나온 첫날부터 라면 사먹을 돈도 없다는 뜻이다. 정부의 대책은 “브로커 비용을 주지 말라”는 것이었다. 비현실적 일을 강요한 것이다. 브로커도 옥살이까지 각오하고 탈북자를 데려온다. 불법으로 버스를 대여하고, 여기저기 숨겨놓은 비밀 숙소를 거쳐 일주일 동안 중국 대륙을 횡단해 동남아까지 오면 비용도 꽤 든다. 이 코스로 패키지 여행을 해도 이보다 낮은 가격이 나오기도 힘들 것이다. 중요한 것은 브로커 비용을 주지 않으면 탈북자들이 더는 올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눈물의 첫 달을 버티고 나면 동사무소에서 기초생활수급비 40만 원을 6개월간 받을 수 있다. 분할 지급되는 정착금까지 합치면 한 달에 70만 원 남짓이다. 먹고살 수는 있지만 장만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의복, 휴대전화, 가전제품, 가구 등을 모두 새로 사야 한다. 여기에 아파트 임차료와 관리비, 통신비도 나간다. 결국 당장 일을 해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허나 한국 사회를 전혀 모르는 탈북자가 허둥지둥 얻는 일자리는 대개 외국인노동자조차 기피하는 최악의 근무환경이다. 배려란 것이 들어설 틈도 없고, 말투조차 매우 거친 곳이 대부분이다. 탈북자들은 일이 힘들어서라기보다는 멸시와 수모에 못 견딘다. 몇 달 못 버티고 나와 다시 직업을 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 점점 사람이 무서워지고 다시 취직할 의지는 사라져간다. 인터넷엔 “너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집과 정착금을 받고도 불평만 하니 탈북자를 받지 말자”는 댓글이 가득하다. 노무현 정권이 만든 정착 제도의 골격은 보수 정권으로 바뀌어도 그대로다. 정부마다 생색내는 버전만 조금씩 달라지고 분할 지급분 100만 원을 일시금으로 돌렸다는 차이에 불과하다. 탈북자의 생활도 변함이 없다. 4개월째 매끼 라면만 먹고 산다는 군관 출신 탈북자도 만나봤다. 너무 야윈 그에게 “뭘 먹고 사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충격적인 대답을 한 것이다. 제도와 사고방식 등 모든 것이 북한과 정반대인 곳에 온 탈북자에겐 초기 1년이 정착에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지원도 이때에 집중돼야 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짜놓은 정착 제도는 학원, 자격증 취득, 취업 등의 코스를 순서대로 통과할 경우 1년 뒤부터 임무를 완수한 데 대한 보상인 양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공무원들에겐 탈북자 정착 실태는 숫자일 따름이다. 오자마자 극한의 생존 환경에 빠뜨려 마구잡이로 취직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도 정착 제도가 개선돼 취업률이 높아졌다고 홍보한다. 탈북자의 절망과 눈물을 재는 지표는 애당초 없다. 선진국처럼 먼저 온 탈북자들이 직접 정착 제도를 설계했다면 전혀 달랐을 것이다. 배고플 때의 빵 한 개가 배 채운 후의 빵 세 개보다 더 가치가 있음은 배고파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법이다. 사선을 헤쳐 온 탈북자에겐 반드시 한숨 돌릴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여유가 생기고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 연착륙할 수 있다. 이런 황금의 여유를 최소 반년만 가진다면 탈북자의 정착 의지와 행복감은 확 높아질 것이다. 예산이 더 드는 일도 아니다. 빛 좋은 개살구처럼 멀리 달아놓은 인센티브를 10억 원 정도만 앞으로 돌리면 된다. 탈북자를 위한다며 전국에서 벌이는 사업도 재검토해야 한다. 매년 1000명가량 들어오는 탈북자도 감당하지 못해, 오자마자 부풀었던 희망을 눈물과 함께 홀로 라면 국물에 말아 마시게 해서 되겠는가. 이러고도 북한 주민에게 자유와 풍요가 기다리니 탈북하라고 말할 수 있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며 통일의 시험장”이라며 정착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탈북민이 왜 시험장인진 모르겠지만, 통일의 주체로는 보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의 새로운 주문에 개선이란 이름의 수술용 칼을 쥔 공무원들이 시험장 수술대에 누워 있는 탈북자의 어딜 또 아프게 쑤실지 참말로 걱정스럽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지난달 4일 북한인권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가 이사진 구성 문제로 출범조차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북한인권재단 이사 10명 중 새누리당(5명)과 국민의당(1명)은 추천 명단을 국회 의사국에 제출했지만 더불어민주당(4명)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인권에 대한 연구, 정책 개발, 북한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NGO) 지원 등의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이다.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역시 위원 10명 중 새누리당(5명)만 자문위원 명단을 제출했을 뿐 더민주당(3명)과 국민의당(2명)은 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북한인권법 첫 발의 후 본회의 통과까지 약 11년 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야권이 비협조적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가 두 차례나 이사를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국회사무처를 통해 더민주당에 보냈지만 아직 추천 명단조차 주지 않고 있다”며 “더민주당은 재단을 설립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더민주당은 재단 출범 지연이 새누리당의 과욕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당초 10명의 이사 중 선출되는 이사장은 여당, 상임이사는 야당이 각각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당이 두 자리를 다 차지하려 하면서 이사진 구성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여야가 각각 맡기로 합의했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북한인권법 시행령 제12조(재단 임원의 구성)에 따르면 국회가 추천하는 이사 10명을 여야 동수로 하고, 이사장은 이사 중 호선으로 정한다고 돼 있을 뿐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여야가 나눠 추천한다는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북한인권법 시행 직후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키기 위해 서울 마포구에 사무실을 마련했지만 여야 갈등이 계속되면서 현판식조차 못하고 있다. 직원 선발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관련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사회가 구성돼야 정관을 통과시킬 수 있고, 정관이 있어야 직원도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계획 수립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편성된 사업비 83억5400만 원이 제대로 집행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빨리 직원도 뽑고 훈련도 시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주성하·홍수영 기자}

《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이용필 국장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NBC방송을 통해 6∼8차 추가 핵실험과 핵 선제타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핵위협이 일상화하는 시대를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선제공격은 자신들이 먼저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북한이 핵탄두를 미국에 보낼 장거리 이동 수단까지 확보한다면 이런 핵공갈과 도발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 핵공갈 일상화 북한 외무성 관리의 핵위협은 북한이 핵탄두를 개량하고 이를 미국까지 보낼 장거리탄도미사일 기술을 완성한 이후엔 더욱 노골적으로 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용필은 평양에서 만난 NBC방송 기자에게 “선제 핵타격은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려고 하면 우리가 먼저 할 것이다. 우리에겐 기술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6차, 7차 핵실험 또는 8차 핵실험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핵무기를 이용한 선제타격을 거론하는 곳은 오직 북한밖에 없다. 그런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배치한 뒤 가장 수위를 높여 협박에 나설 대상이 바로 한국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공갈 수위만 높은 것이 아니라 협박이 일상화하면 대남 도발 강도도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17일 “파키스탄과 인도 등 신생 핵보유국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잉 판단으로 핵무기 개발 직후 전례 없던 공세적 군사도발을 했던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핵 실전배치 직후 핵전쟁 직전이라는, 등골에 땀이 비 오듯이 흐르는 상황을 조성하여 가능한 한 짧은 시간에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공세적 도발을 자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무기가 없을 때도 북한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일으켰다. 따라서 핵무기를 가진 이후엔 상상을 뛰어넘는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는 “북한은 대남, 대미, 대내 전략에 핵무기를 활용한다는 3대 목표를 세우고, 핵을 가지고 있는 한 한미 연합군이 강력하게 반격하지 못한다는 소위 ‘핵의 그림자효과’를 최대한 누리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의 직접적인 평화협상 시도 북한은 핵전력을 바탕으로 위장 평화공세를 강화해 체제 생존을 보장받으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노리는 평화협상은 미국과의 직접 거래를 뜻한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내세워 핵군축을 주제로 미국과 직거래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이 주장하는 북-미 평화협정은 한미동맹의 연결고리를 끊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한국을 위협하며 대북 지원 같은 금전적 요구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나아가 한국 정부의 정책방향 변경이나 정부가 임명하는 인사의 교체까지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잠시 상황을 안정시킨다는 차원에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자는 의견이 나온다면 국론이 분열되고 북한의 자만심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내부 위기 돌파용으로 활용 북한은 내부의 정치 및 사회적 불안이나 경제위기로 불안정한 상황이 조성되는 것을 돌파하기 위한 용도로 핵무기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 등 엘리트층의 이탈로 빚어진 내부 동요 등을 단속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강도 군사도발을 자행한 뒤 핵협박을 통해 상대를 주저앉힘으로써 자신을 강한 지도자로 주민들에게 인식시켜 정권에 대한 도전을 차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핵단추를 쥐고 있는 김정은의 비이성적 판단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 가장 위험한 요인이기도 하다. 20세기 주요 전쟁 10개를 분석한 ‘전쟁의 탄생’의 저자 존 스퇴싱어 박사는 “전쟁 발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지도자의 성격적 결함과 자존심, 오판”이라고 분석했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탄두와 발사체를 분리하는 등 핵무기 사용의 신중성을 높이는 장치를 마련했지만 북한은 김정은의 결심 여하에 따라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숙청설이 나오던 궁석웅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72·사진)이 16일 평양에서 열린 한 외교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중앙통신은 17일 “공화국 주재 외교단체 체육경기가 평양에서 열렸고 궁석웅 전 외무성 부상을 비롯한 명예 손님들, 관계 부문 일꾼들이 관람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궁석웅이 외무성 부상에서 물러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궁 전 부상이 “정년퇴직에 해당하는 ‘연로보장’으로 은퇴했다”고 전했다. 국내 한 언론은 최근 그가 해외 외교관들의 잇따른 탈북 때문에 가족과 함께 지방 협동농장으로 숙청됐다고 보도했다. 북한 대남 매체인 ‘조선의 오늘’이 공개한 외교단체 체육경기 사진에 나온 궁 전 부상은 양복을 입고 뒷짐을 쥔 채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북한의 이날 보도는 궁 전 부상 숙청설을 부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앙통신이 전 직책과 명예 손님이라는 전례 없는 호칭까지 붙여 가며 소개한 인물은 궁 전 부상이 유일했다. 북한은 앞서 14일 조선기자동맹 대변인 담화에서 한국 보수 언론을 지목하며 “너절하고 황당하기 짝이 없는 모략 자료를 그대로 유포시키고, 갖은 낭설과 날조를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우리 사회에는 북한 정권의 반발을 염려해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는 일을 외면하고 탈북 주민의 수용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주민들을 방치하는 것은 포악하고 호전적인 북한 체제가 더욱 공고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군의 날 기념사 등에서 북한 군인과 주민들을 향해 “남한으로 오라”고 한 것을 놓고 야권에서 ‘선전포고’ 비판이 나온 데 대한 반박 성격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아시아 유럽 등 92개국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들과 가진 ‘통일대화’에서 “북한 정권은 가혹한 공포통치로 주민들의 삶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 엘리트와 주민들의 탈북 증가와 관련해 “정의롭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길에는 북한 지역의 간부와 군인, 주민들도 예외일 수 없다”며 “북한 주민들이 대한민국에 와서 꿈을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모든 길을 열어놓고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평통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16년 2차 통일정책 추진에 관한 정책건의’ 보고서에서 “한국 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미국의 첨단 전략 자산 상주 등을 모색하는 것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대북제재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평통은 분기에 한 번씩 정책건의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내며, 이 보고서는 6월경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장택동 will71@donga.com·주성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우리 사회에는 북한 정권의 반발을 염려해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는 일을 외면하고 탈북 주민 수용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주민들을 방치하는 것은 포악하고 호전적인 북한 체제가 더욱 공고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군의 날 기념사 등에서 북한 군인과 주민들을 향해 "남한으로 오라"고 한 것을 놓고 야권에서 '선전포고' 비판이 나온 데 대한 반박 성격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아시아 유럽 등 92개국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들과 가진 '통일대화'에서 "북한 정권은 가혹한 공포통치로 주민들의 삶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 엘리트와 주민들의 탈북 증가와 관련해 "정의롭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길에는 북한 지역의 간부와 군인, 주민들도 예외일 수 없다"며 "북한 주민들이 대한민국에 와서 꿈을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모든 길을 열어놓고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 대통령은 이날 전국상이군경체육대회에 보낸 영상메시지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민족을 공멸로 몰고 갈 수 있는 실체적 위협"이라며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조차 대안 없이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평통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16년 2차 통일정책 추진에 관한 정책건의' 보고서에서 "한국 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미국의 첨단 전략 자산 상주 등을 모색하는 것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대북제재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평통은 분기에 한번씩 정책건의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내며, 이 보고서는 6월경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엘리트 탈북을 막기 위해 중국에 파견한 국가안전보위부 검열단 통역요원이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12일 “중국 식당 종업원 13명 탈북 이후 중국 내 북한 근로자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탈북 방지 대책을 세우기 위해 파견됐던 검열단의 통역요원이 6월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에서 종적을 감췄다”고 전했다. 탈북한 통역요원은 베이징(北京) 주재 북한대사관 직원인 27세 여성으로 알려졌다.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 직원이 탈북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지만, 그가 보위부 검열단과 함께 일한 뒤 이탈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탈북한 통역요원은 황해도 출신으로 김일성대 중국어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알려졌다. 직책은 높지 않아도 맡고 있던 직책상 북-중 고위급 간에 오간 내밀한 비밀을 적지 않게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북한에서 대표단이 파견되면 대사관에서 통역 지원이 나가는데, 이 여성이 지원을 나갔던 팀이 탈북 방지를 위해 나온 보위부 검열단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검열단은 중국 단둥(丹東)과 창춘(長春), 선양 등에 파견된 북한 식당과 공장 근로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추가 탈북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급파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역요원이 사라지자 검열단은 급히 북한으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은 이 요원의 신병 확보 여부에 대해 확인해 주지 않았다. 또 8월 20일경엔 북한 양강도 혜산 세관의 통역요원도 탈북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요원은 평양외국어대 중국어과를 나온 20대 후반의 남성으로 현재 한국에 입국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8월 17일 태영호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 사실이 알려진 것이 이 남성의 탈북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에서 최고 엘리트 교육을 받은 두 통역 요원의 탈북은 최근 김정은의 공포통치와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제재로 흔들리는 북한 내부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중국 베이징(北京) 대사관에 출신 성분이 뛰어나고 당성과 충실성을 검증받은 인원만 발탁한다. 혜산 세관의 통역 요원도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장교로 알려졌다. 북한의 금수저는 물론이고 개인의 능력으로 좋은 자리에 오른 엘리트들까지 탈북 행렬에 참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량 탈북의 걸림돌은 가족 문제 한 정보 관계자는 12일 “최근 북한 엘리트들의 망명 의사가 전 세계에서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망명 희망자 중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사례가 아직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희망자 대부분은 “탈북하고 싶은데, 북한에 있는 가족과 함께 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의사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탈출하고 싶은 충동이 있지만 가족 때문에 대개 희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탈북자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탈북자 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을 거치지 않고 집을 배정받은 고위 탈북자가 지난해 1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갑자기 늘었다”고 말했다. 고위 외교관이나 상좌(한국군 중령과 대령 중간에 해당) 이상 간부는 보안 문제 때문에 하나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집을 배정받는데 올해에도 지금까지 작년과 비슷한 수의 고위급 인사가 비밀리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나 최근 입국한 베이징 북한대표부 소속 보건성 1국 출신 간부처럼 언론 공개 사례는 극히 일부라는 의미다.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에 따르면 북한에서 교원, 연구원, 의사 등 전문직 출신 탈북자는 한국 거주 기간이 5∼10년인 탈북자 가운데에선 2.5%였지만, 1∼3년인 탈북자 가운데에선 5%를 차지한다. 최근 엘리트층의 탈북이 2배로 늘어났다는 의미다. 한편 8월 태영호 전 공사의 한국 망명 책임으로 유럽 지역을 담당하는 궁석웅 외무성 부상(차관)이 지방 협동농장으로 혁명화 교육을 가고, 외무성 유럽 라인의 간부 4명이 지방으로 좌천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외에서 탈북 사건이 벌어지면 직속 상사들과 파견을 승인한 노동당 간부들이 좌천되는 것은 북한의 관례다. 외교관 출신 1호 탈북자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태영호 전 공사의 망명 때문에 적어도 20명의 윗선 간부들이 혁명화를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8월 말 북한에 돌아간 현학봉 전 주영 대사는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태 전 공사의 망명으로 가혹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청에 무방비로 노출된 대사관 북한 엘리트들의 탈북이 이어지고 있지만, 탈북 지원체계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과 영국, 태국 등 한국대사관의 대사실 등 일부 공간엔 기본적 도청방지시스템이 있지만, 실무진이 일하는 공간들은 도청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 의원은 “탈북자 관련 정보가 도청에 의해 유출되면 고위급 인사의 탈북 자체가 무산되거나 탈북자 신변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기획재정부가 도청방지 예산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주성하 zsh75@donga.com·유근형 기자}
러시아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북한 근로자 10여 명이 최근 집단으로 작업장을 탈출해 한국 입국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현지 소식통은 11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북한 근로자들이 북한 당국이 노동의 대가를 모두 뺏어 가는 데 반발해 한국행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현재 러시아 내의 안가에 머무르며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초 입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앞서 탈북해 최근 러시아의 안가에 머물고 있는 한 북한 근로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들어 각종 명목을 들어 당국의 수탈이 지나치게 강화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파견 근로자들 상당수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데, 이를 통해 한국의 사정을 잘 알고 있지만 북에 두고 온 가족 때문에 선뜻 탈북할 생각을 못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노동당 창건 71주년 기념일인 10일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이른바 ‘전략적 도발’을 하지 않았다. 한미 정보 당국은 10월 초순부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인력과 트럭의 활동이 대폭 증가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동시에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북한은 올해 9월 9일 정권 수립 기념일에 5차 핵실험을 한 것을 제외하곤 주로 명절을 앞둔 시점에 도발했다. 북한은 정권 수립 기념일을 9일 앞둔 1998년 8월 31일 대포동 1호 발사를 진행해 미국과 국제사회를 겨냥한 도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위성 발사로 포장된 6차례의 ICBM 발사 모두 북한의 주요 명절을 앞두고 진행됐다. 핵실험도 예외는 아니었다. 북한이 명절을 앞두고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는 이유는 내부 경축 분위기를 최대한 띄워 선전에 활용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명절 당일은 쉬는 날이기 때문에 주요 도발 사실을 전하는 중대 방송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사정이 있어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에 도발하지 않았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한미 양국의 감시 능력을 테스트하거나, 예상외의 날짜로 충격을 극대화하려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 해군이 한반도 전 해역에서 연합훈련에 나선 상황 등을 고려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음 달 미국 대선 이후 차기 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도발 카드를 남겨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2월엔 김정일 최고사령관 추대 기념일(24일), 김정은 최고사령관 추대 기념일(29일)이 있다. 김정일 사망 5주년인 올해 12월 17일을 전후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북한은 10일 김정은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 여부도 전하지 않았고, 군중 시위나 열병식도 개최하지 않는 등 예년보다 더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황해남도와 개성시에선 1월부터 대형 스피커를 이용해 시작한 대남 방송을 이날도 계속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탈북 엘리트들이 미국에서 북한 망명정부 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탈북자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북한 민주화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보고 적극 찬성하는 의견과 대한민국 헌법에 어긋나는 행동은 탈북자 사회를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는 반대 의견으로 나눠지는 양상이다. 대표적 탈북자 단체 30개가 모여 결성한 ‘북한인권법 실천을 위한 단체연합’의 김성민 상임대표는 7일 “북한 망명정부는 수립 자체만으로도 김정은에게 엄청난 공포를 주는 효과가 있다”며 “북한을 해방시키려는 전 세계의 역량을 모으기 위해 망명정부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북 엘리트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한 커뮤니케이션 단체방에서도 망명정부가 커다란 화젯거리가 됐다. 반대 의견은 소수였고 지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자 단체장은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망명정부를 공공연하게 주장할 순 없지만, 심정적으론 대다수가 설립됐으면 하길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망명정부가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한 탈북 엘리트는 “망명정부가 설립돼도 구심점이 될 상징적 인물도 없고 실질적 활동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행동 때문에 한국 국민이 탈북자들을 믿지 못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실리를 따져볼 때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망명정부를 김정은 체제를 흔들 심리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탈북인은 “북한 엘리트들에겐 탈북자들이 만든 망명정부와 손잡고 내부적으로 큰일을 도모하겠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 주도의 망명정부 설립 움직임에 대해 정부는 강하게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망명정부 설립은 북한 땅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한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행위로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망명정부를 거론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를 부인하는 일탈 행위”라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해외 거주 탈북 엘리트들과 한국의 주요 탈북자 단체장들이 연대해 내년 상반기 미국에서 '북한 망명정부'를 수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 고위층들의 탈북이 잇따르는 등 김정은 정권에 대한 내부 엘리트들의 반감이 커지는 가운데 북한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망명정부 수립 계획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탈북자 단체장 A 씨는 6일 "내년 초 미국 워싱턴에서 가칭 '북조선자유민주망명정부' 수립을 선포할 계획"이라며 "이미 탈북 단체장 10여 명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끝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올해 말 창립 선언을 하려고 했지만 망명정부 설립자금 문제 등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해 내년 초로 미뤘다"고 했다. 이들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최고위급 탈북자로 꼽히는 B 씨를 망명정부 대표로 내세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B씨는 이러한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핵심 고위간부였던 B 씨는 지난해 탈북한 뒤 올해 워싱턴으로 건너가 체류하고 있다. 망명정부는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경제적으로는 중국식 개혁·개방 정책을 도입한다는 강령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다소 이질적인 중국식 개혁·개방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중국의 지지를 얻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이들은 헌법 3조를 고려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망명정부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북한 망명정부를 인정해준다면 이는 곧 북한을 외국으로 간주한다는 뜻이 돼 북한을 한반도에 포함하는 헌법 정신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망명정부는 한반도 통일을 추진하는 주체로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않는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법 전문가인 한명섭 대한변호사협회 통일문제연구위원회 부위원장은 "북한이 유엔에 가입돼 있는 이상 미국 등 다른 국가들도 망명정부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대신 망명정부 활동을 묵인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도 제기돼 그 결과가 주목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탈북자들이 주축이 된 망명정부 수립 방안은 한국에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사진)를 중심으로 2000년대 초반 활발하게 논의됐으며 2005년경 거의 성사 단계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망명정부의 수반으로 추대하려던 황 전 비서가 막판에 반대로 돌아섰다. 황 전 비서와 함께 탈북한 김덕홍 전 노동당 자료실 부실장 등 복수의 인사에 따르면 황 전 비서는 2001년 7월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미국으로 재망명한 뒤 북한 망명정부를 수립하고 자신이 수반이 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 이후 대북 햇볕정책을 내세운 김대중 정부는 황 전 비서의 망명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김 전 부실장은 “당시 신건 국가정보원장이 미국에 가면 암살당할 수 있다고 협박했고, 나중에 황 전 비서에게 주체사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연구소를 만들어주고 큰 자금도 주겠다고 회유했다”고 밝혔다. 황 전 비서는 그 후 망명정부 설립을 논의하기 위해 찾아온 주요 인사들에게 “한국을 북한 민주화의 기지로 만들어야지, 망명정부는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탈북자 단체장들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망명정부엔 황 전 비서 같은 거물급 인사는 없다. 김 전 부실장도 이번 논의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망명정부 수립을 추진 중인 탈북 인사들은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하고 미국에 망명정부를 대표해 실무를 처리하는 인물을 둔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명 인물 중심의 망명정부 대신 집단지도체제라는 상징성 자체를 부각시키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동의를 얻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한미 양국 관계도 고려해야 할 한국 정부가 국내 탈북자들의 돌발적인 단체행동을 그대로 방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는 법적으로 한국 국민이기 때문에 망명정부의 직책으로 활동하기엔 제약 조건도 많다. 한국 국적으로 미국에서 북한 망명정부를 운영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또 북한과 지리적으로 먼 미국에 본거지를 두면 북한 내부 반체제 인사들과의 교감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탈북자 단체장은 “탈북자 단체들이 연합을 할 수만 있다면 굳이 망명정부가 아니라도 북한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망명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탈북자들 속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던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해외와 한국 탈북자 단체들이 손을 잡고 구체적인 설립 시기를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인 사례는 없었다. ○ 북한 독재 실상 알리고 반(反)김정은 세력 규합 망명정부 설립을 추진하는 탈북 인사들은 북한 정권을 뒤엎고 북한에 민주적 체제를 만들기 위해선 전 세계에 북한 독재정권의 실상을 알리며, 북한 내부의 반김정은 세력을 규합하는 중심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탈북 인사들은 미국 워싱턴에 망명정부를 설립한 뒤 대북 라디오 등을 통해 북한 내부에 이러한 사실을 적극 알린다면 반체제 활동을 확산시키고 김정은 체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탈북자 단체장들이 6일 서울 종로구에 모여 개최한 회의에서도 이런 이유 때문에 망명정부를 하루빨리 만들자는 주장이 다시 나왔다고 한다. 이들은 망명정부를 탈북 엘리트들의 집단지도체제 형식으로 운영하면서 미국에 거주하는 고위 간부 출신 B 씨를 현지 사무소 대표로 내세우는 안을 추진 중이다.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탈북자 정 모 씨도 망명정부 수립을 목표로 현재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나머지 탈북 인사들은 전부 한국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B 씨와 함께 망명정부 수립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탈북자 단체장들을 연결하는 고리는 1990년대 초반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단체장인 C 씨가 맡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전직 교수 D 씨도 탈북자 주도 망명정부 수립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아들은 수십억 달러의 자산 가치가 있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어 D 씨가 적극 개입할 경우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전직 육군대장을 지냈던 E 씨 등이 망명정부 수립에 적극 찬성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법적 인정보다는 실질적 활동 구심점 추진 망명정부 수립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일단 법적 정통성을 인정받는 것부터 쉽지 않다. 미국 정부가 법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한명섭 대한변협 통일문제연구위원회 부위원장은 "미국이 북한 망명정부를 인정하면 북한과 관련된 일을 망명정부와 논의하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북한과 협상해야 할) 북핵 문제 등을 실질적으로 풀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적 지위보다는 실질적인 반북 활동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엄밀히 따졌을 때 국제법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광복을 위해 적극 활동했고, 대한민국 건국의 초석이 됐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의 법적 인정은 받지 못했지만 미얀마에 군사정권이 들어섰을 때 망명정부를 만들어 미얀마에 민주화가 도래할 때까지 활동했던 사례도 있다. 탈북 인사들은 망명정부가 설립되면 법적 인정은 어렵더라도 전국민주주의기금(NED) 등의 후원을 받는 등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망명정부의 리더십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황 전 비서 같은 거물급 인사가 망명정부의 수반이 되지 못한다면 3만 명 시대를 맞이한 탈북자 사회의 완전한 통합을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탈북자 단체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탈북자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에 망명정부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탈북자 단체장 K 씨는 "지난해 북한 자유주간행사 때도 망명정부 수립을 발표하려 했지만 탈북자 다수가 한국 국적이라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서 "대다수 탈북자 단체장도 망명정부 수립에 반대하진 않지만 과연 실효성 있게 활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광물자원을 가장 많이 수입한 중국 기업은 북한과의 불법 거래로 최근 당국의 조사를 받는 훙샹(鴻祥)그룹이 아닌 완샹(萬向)그룹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5일 중국 내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훙샹그룹이 북한으로부터 수입해 들인 광물은 완샹그룹의 수입량에 비하면 극히 적다”며 이같이 전했다. 소식통은 완샹그룹이 광물자원이 풍부한 북한 양강도의 구리, 중석, 몰리브덴 등 광물을 독점적으로 수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완샹그룹은 자회사인 ‘완샹자원유한공사’를 내세워 북한 채취공업성과 함께 지분 51 대 49의 비율로 ‘혜중광업합영회사’를 차린 뒤 ‘혜산청년광산’에서 생산된 구리정광과 아연정광, 김정숙군 ‘용하광산’에서 생산된 몰리브덴 정광을 100% 수입하고 있다. 양측은 발생한 수익도 투자 비율로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완샹그룹이 대북 투자금 5억6000만 위안(약 932억 원)을 날렸다는 보도가 2013년 중국 언론에 나왔지만 이후 양측의 합의로 현재 합작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샹그룹이 북한에 주는 대가가 현물인지 현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최대 자동차부품 기업인 완샹그룹은 미국 GM, 포드사의 납품업체인 동시에 미국 20여 개의 기업을 사들이거나 투자하는 등 대미 교역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이다. 완샹그룹의 루관추(魯冠球·71) 회장의 자산은 650억 위안(약 97억 달러)으로 2015년 미국 경제지 ‘포천’이 발표한 중국 부호 10위에 올랐다. 이런 글로벌 기업이 유엔 제재를 어기고 북한과 불법 거래를 했다는 RFA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는 2010년 당시 북한에 사업등록을 한 중국 기업은 모두 138개 업체이며 이 중 41%는 합계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광물자원 채굴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훙샹그룹이 현지 공안의 조사를 받은 직후 북한과 거래하던 중국 기업들이 몸을 사리면서 압록강철교를 통과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대형 화물차량이 거의 사라졌다고 RFA는 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이달 말이면 한국에 입국한 누적 탈북자가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 주민과 군인들에게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길 바란다”며 탈북을 권하는 연설을 했다. 이를 들으니 언젠가 북한의 지인이 내게 전화로 물었던 질문이 떠올랐다. “남조선 가면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요?” 그때 난 이렇게 대답했다. “북한보단 잘살지만, 자유롭게 살면 굶어 죽어요. 가족 벌어 먹이려면 열심히 일해야죠. 여기서처럼 악착같이 일한다면 북한에선 노력영웅이 될걸요.” 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 때도 “통일은 북한 간부와 주민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 반문할 탈북자들도 꽤 많을 것이다. “그럼 지금의 탈북자 차별 정책은 뭔가요. 내세울 것 없는 흙수저 탈북자는 남쪽 와서도 빈곤층 벗어나기 힘든데, 왜 금수저 간부는 돈도 많이 주고, 보호도 해주고, 국책기관에 취직시켜 늙을 때까지 많은 월급을 주나요?” 남쪽에선 탈북자를 두고 ‘통일의 역군, 소중한 자산, 먼저 온 미래’와 같은 듣기 좋은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 개소식은 탈북자가 실제 어떤 대접을 받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북한인권기록은 탈북자의 피눈물이며, 절규의 기록이다. 탈북자들은 지난 10년간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마침내 법이 통과돼 정부 부처까지 생겨났으니 사실상 탈북자에겐 감개무량한 잔칫날이 아닌가. 하지만 슬프게도 이날 개소식에 초대받은 탈북자는 한 명도 없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높은 공직자들만 현판 앞에서 활짝 웃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받는다’는 속담처럼 북한인권법 통과로 통일부엔 국장 자리가 2개나 생겼고, 과도 4개나 신설됐다. 앞으로 퇴직 공무원들의 소중한 일자리가 될 예산 134억 원짜리 북한인권재단도 생겼다. 하지만 탈북자는 주연도, 조연도 아니었다. 이날 행사장엔 초청받지 못한 탈북 단체장 3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12명 중에 북한 인권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탈북자를 포함시켜 달라는 내용이 담긴 요구서를 전달했다. 탈북자 정착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은 매년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쓰고 있지만 탈북자 출신 이사가 한 명도 없다. 북한과 탈북자를 다룬다는 기구와 예산, 자리는 계속 생겨나지만 탈북자 사이에선 “탈북자 팔아 남한 사람만 먹고살지 말라”는 말도 나온다. 일부 과격파의 목소리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남북관계 악화로 일이 줄어든 통일부는 탈북자 정착을 주요정책 1순위로 내세우고 전체 사업예산의 70%를 투입하고 있다. 그런 통일부 직원들은 진심으로 탈북자 정착에 관심이 있는 것일까. 남북하나재단에 기부금 명세를 요청해 살펴보니 통일부 직원 전체 528명 중 불과 3%인 17명만 매달 기부하고 있었다. 17명의 평균 기부액수는 4500원이었다. 장관도 차관도 명단에선 볼 수 없었다. 통일부 고위공무원 중엔 기조실장만 월 5000원씩 내고 있었다. 이런 통일부가 재단엔 탈북자 정착을 위한 소액기부를 장려하라고 독려하고 모금 실적을 평가에도 반영한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는 남북하나재단 상담원은 80명 중 절반 이상이 기부에 참가했다. 1000원 한 장 안 내는 사람들이 내릴 평가가 두렵다는 이유도 있다. 1인당 평균 기부 액수도 8400원으로 통일부의 약 2배인데, 상담원의 3분의 1은 탈북자다. 통일부는 탈북민의 봉사 활동도 적극 장려한다. 5∼8월 탈북자 단체들은 47회 이상의 봉사활동에 연인원 약 500명을 참여시켰다. 영세민 임대주택에서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사는 탈북자가 남쪽 사람들 눈에 예쁘게 보이려고 눈물나게도 봉사라는 이름의 대국민 인식 개선사업에 참여하는 셈이다. 정작 통일부의 사회공헌활동은 3년째 전무하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위해 봉사하는 것일까. 행복할 것이니 탈북하라는 선전보단 탈북자 3만 명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 몇 만 배 더 중요하다. 현실은 아직도 그런 행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목숨 걸고 남쪽에 온 탈북자의 5%가량이 차별과 암울한 미래에 절망해 한국 사회를 떠났다. 외국으로 가려는 탈북자는 훨씬 더 많다. 대통령이 약속한 “자유롭고, 차별과 불이익이 없고,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하는 세상”은 어디에 있을까. 꿈에서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이 4일 “조선(북)의 위성이 광활한 우주에로 또다시 진입할 역사의 순간을 그려보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조만간 추가 위성(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조선은 이날 “광활한 만리대공이 우리의 위성을 부른다”라는 개인 필명의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며 “당이 제시한 우주개발 계획에 따라 우리는 광활한 우주 정복에로의 활로를 더욱 힘차게 열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고문은 북한이 2012∼2016년으로 설정한 ‘국가 우주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또다시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각종 국가 명절을 계기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에 나선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 71주년(10일)을 계기로 미사일 발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달 20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신형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이라고 주장하는 엔진 분출시험을 실시하며 추가 로켓 발사를 예고한 바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