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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크게 홍보했던 ‘통일항아리’가 지금 어디 가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직 대통령이 월급 전액을 내며 1호 기부자로 나섰던 것치곤 너무 허무하게 잊혀졌다. 반면 박근혜 정부 통일정책의 상징인 ‘통일 대박’ 구호는 최순실과 더불어 꽤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지금도 주요 포털 사이트에 ‘통일 대박’과 ‘개성공단’이라는 단어를 치면 연관 검색어로 최순실이 함께 뜬다. 최 씨가 대북정책을 좌우한 확실한 증거는 없다. 청와대는 통일대박이 최 씨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주장한다. 사실 그게 더 끔찍하다. 지금 보면 정말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이다. 개인적으론 과거 통일대박론을 계속 비판했던 것이 허무하다. 어쩌면 알아듣지 못할 말을 혼자만 했던 것 아닐까 해서. 통일은 고민하지 않으면 하나 더하기 하나처럼 매우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파면 팔수록 답을 찾기 어려운 방정식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것이 통일이다. 통일 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은 이런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 고심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통일을 가볍게 생각했다 쳐도 오로지 개인 탓으로만 돌려 비웃고 싶지는 않다. 우리 사회의 통일 논의 모습을 보면 박 대통령만 탓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남쪽에 와서 통일 문제를 다룬 수많은 저서와 논문을 봤지만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 고심한 인상적인 글은 보지 못했다. 학계의 접근법이 단순해지면 다음 정권의 대북정책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장밋빛 일색의 단순한 구호를 외치는 쉬운 접근법에만 매달릴 수 있다. 통일 정책이 더 이상 실패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을 통일 문제를 다루는 학계가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현재 대다수의 통일 논리들은 “끊어진 핏줄을 다시 잇는 민족의 최대 숙원이며, 초기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번영할 것”이라는 식으로 비슷비슷하다. 결혼에 빗대면 “남녀 사이에 결혼은 운명이니 일단 한집에 사는 게 중요하고, 그 다음에 지지고 볶고 애도 낳고 키우다 보면 나중에는 해피엔딩에 이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모진 부모를 만나 자란 뒤 가치관과 성격이 판이한 배우자와 멋모르고 결혼하면 해피엔딩은 고사하고 끊임없이 대판 싸우다 헤어질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지금 당장 북한이 붕괴되면 어쩌면 내전까지 각오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결혼 이야기에 덧붙인다면 나는 통일 이후 북한 남성들이 결혼을 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을 갖고 있다. 이동의 자유를 얻은 북한 여성들의 처지에서 생각하면 간단하다. 이웃 중국은 북한에 비해선 훨씬 선진국이다. 그 선진국에 성비 불균형으로 짝을 찾을 수 없는 총각만 3000만 명이 산다. 북한 여성이 중국 남성과 결혼하면 생활수준이 곧바로 중국처럼 올라간다. 거기에 중국은 남자가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아이까지 봐주는 신세계다. 10년 뒤쯤이면 쉽게 통역해 주는 기기도 나와 언어의 장벽이 없어질 가능성도 높다. 중국 남성도 중국 여성보다 훨씬 순종적이고 가정적인 북한 여성을 매력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날이 오면 가난한 데다 가부장적인 북한 남성의 운명은 어찌 될까. 북한 당국이 감옥에 보내도 기를 쓰고 탈북하는 판에 자유 체제가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다간 30년쯤이 지나면 북한에는 한족 남성과 북한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로 가득할 수도 있다. 10년 군복무로 ‘전투력’만 잔뜩 높아진 북한 남성들은 장가갈 길이 막히면 어떤 방식으로 분노를 폭발시킬까. 이런 상상을 하는 사람을 남쪽에선 본 적이 없다. 그런데 통일은 이러한, 해답은 찾기 힘들되 풀지 못하면 통일 자체를 후회하게 만드는 문제로 가득하다. 통일은 이런 점까지 다 따지며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거두절미하고 통일의 효과부터 말해왔다. 통일하면 모든 것이 다 순풍에 돛단배처럼 잘될 것처럼…. 앞으론 통일에 고소한 참기름만 잔뜩 바르는 정치인은 믿지 말자. 쓰디쓴 현실도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쏙 빼는 사람은 머리가 비었거나 정직하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자. 통일은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과정을 건너뛴 결과들은 대개 좋지 못했다. 결혼할 때도 성격과 가치관이 전혀 다른 배우자를 얻어서 잘 살려면 계속 만나면서 무슨 일이든 함께하며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다가 내가 상대를 감당할 확신이 들면 결혼하는 것이고, 아직은 아니다 싶으면 미루고, 정 안 되겠다 싶으면 결혼하지 않으면 된다. 그나저나 다음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나서려 한다면 최순실의 존재가 드러난 것이 그나마 유용한 설명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북한에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이 이 한마디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왜 그랬는지 다 알면서….”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30일(현지 시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21호는 북한의 5차 핵실험(9월 9일) 후 82일 만에 나왔다. 4차 핵실험(1월 6일) 때는 결의 2270호 채택까지 56일이 걸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이번 결의는 결의 2270호와 함께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 제재를 부과한 점에서 이정표적 조치”라는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으로 결의 채택을 지연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윤 장관은 “제재가 외교부, 상무부 등 전 (중국) 부처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협의 과정이 오래 걸렸다”며 사드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을 상대로 △자금줄을 차단하고 △외교관계를 압박하며 △대량살상무기(WMD) 기술 개발을 저지하고 △선박 제재를 비롯해 검색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담고 있다. 특히 결의 2270호에서 ‘민생 목적은 예외’라는 규정 때문에 허점이 됐던 북한의 석탄 수출 제재가 대폭 강화됐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올해 10월 북한 석탄의 중국 수출액은 1억200만 달러(약 1197억 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7% 증가해 제재 무용론이 제기돼 왔다. 안보리는 2017년부터 북한이 2015년 수출 실적의 38%를 넘는 석탄을 수출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2015년 북한은 석탄 1960만 t을 중국에 수출해 10억50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벌어들였다. 내년부터 북한은 석탄 750만 t(수출량 기준) 또는 4억 달러(수출액 기준) 중 어느 쪽이든 먼저 제한선에 도달하면 더 이상 수출할 수 없다. 정부 당국자는 “38%라는 수치는 미중 사이의 정치적 타협의 결과”라고 말했다. 2270호(철, 철광석, 금, 티타늄광, 바나듐광)에 이어 이번에는 은, 동, 아연, 니켈도 광물 금수품에 추가됐다. 만수대창작사가 주로 만드는 대형 조형물(statue·동상, 기념탑 등)을 수출하는 길도 막혔다. 또 헬리콥터, 선박을 수입할 수도 없게 된다. 북한의 해외노동자 파견이 WMD 개발을 위한 외화벌이 수단이 될 수 있는 만큼 회원국들의 주의도 촉구됐다. 북한의 국제 금융망 접근도 차단된다. 북한 금융기관의 해외 사무소나 금융계좌는 신규로 개설할 수 없으며 기존 사무소·계좌는 90일 이내에 폐쇄해야 한다. 수출보증보험처럼 북한과의 무역 거래에 대한 금융지원도 금지된다. 북한의 외교 활동 또한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안보리는 유엔 회원국에 북한 공관(대사관, 영사관) 규모를 감축하고 북한 외교관 1명이 개설 가능한 은행 계좌를 1개로 제한하라고 촉구했다. 또 공관이 소유한 부동산을 임대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재래식 무기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은 안보리가 직접 지정해 북한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킨다. 북한 주민이 휴대하는 개인용 수하물에 대한 검색 의무도 생겼다. 북한 선박의 제3국 편의치적(便宜置籍·선박을 자국이 아닌 제3국에 등록)은 금지되며 500달러 이상 양탄자와 태피스트리, 100달러 이상 도자기 식기류는 사치품으로 지정돼 거래할 수 없다. 북한 주민 11명, 단체 10곳은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조숭호 shcho@donga.com·주성하 기자}
정부가 28일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앞으로 조전(弔電)을 발송했다. 쿠바대사관을 방문해 직접 조의도 표명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이날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에게 조전을 발송했다"며 "주멕시코 한국 대사(쿠바 관할)가 주멕시코 쿠바대사관을 방문해 조의도 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쿠바가 미수교 상태인 만큼 수도 하바나에서 열리는 장례식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외교적 성의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전통적으로 북한과 우호관계인 쿠바를 상대로 국교를 체결하기 위해 애를 써왔다. 조전 발송에 앞서 외교부는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전 의장 서거와 관련해 정부는 쿠바 국민들에게 조의의 뜻을 전한다"는 별도의 메시지도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카스트로 전 의장을 '독재자'라고 혹평하고 제재 해제를 원상 복귀시킬 수 있음을 경고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쿠바에 표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한 셈이다. 북한은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문 대표단을 28일 쿠바에 파견했다. 또 28~30일을 카스트로 사망 애도 기간으로 선포하고 주요 기관 등에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최 부위원장과 함께 김용수 당 중앙위원회 부장, 서홍찬 인민무력성 제1부상, 류명선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신홍철 외무성 부상 등이 당 및 국가 조문 대표단으로 이날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외국 정상 서거에 노동당 2인자인 최 부위원장을 파견하고 사흘간 애도기간을 선포하는 것은 북한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국제사회의 제재·압박 속에서 얼마 남지 않은 외교적 보루인 쿠바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북한과 쿠바는 전 세계에서 얼마 남지 않은 사회주의 '형제 국가'로 정치·군사적 교류를 계속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상호 입장을 지지해왔다. 카스트로 전 의장의 사망이 북한과 쿠바의 사회주의 '혈맹'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현재 양국은 겉으로는 정치적 우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쿠바가 경제개혁을 추진하며 실용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한 이후로 실질적 협력은 많지 않았다. 따라서 경제적 측면에서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카스트로 전 의장이 사망하고, 그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현 국가평의회 의장도 2018년 물러난 뒤엔 양국관계의 정치적 관계도 예전과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 부위원장은 카스트로 조문을 계기로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의 수반들과 외교적 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달 4일 장례식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응우옌 티 낌 응언 베트남 국회의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25일 사망한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조문하기 위해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문 대표단을 28일 파견했다. 또 28~30일을 카스트로 사망 애도 기간으로 선포하고 주요 기관 등에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최 부위원장과 함께 김용수 당 중앙위원회 부장, 서홍찬 인민무력성 제1부상, 류명선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신홍철 외무성 부상 등이 당 및 국가 조문 대표단으로 28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외국 정상 서거에 노동당 2인자인 최 부위원장을 파견하고 사흘간 애도기간을 선포하는 것은 북한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국제사회의 제재·압박 속에서 얼마 남지 않은 외교적 보루인 쿠바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북한과 쿠바는 전 세계에서 얼마 남지 않은 사회주의 '형제 국가'로 정치·군사적 교류를 계속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상호 입장을 지지해왔다. 카스트로 전 의장의 사망이 북한과 쿠바의 사회주의 '혈맹'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현재 양국은 겉으로는 정치적 우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쿠바가 경제개혁을 추진하며 실용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한 이후로 실질적 협력은 많지 않았다. 따라서 경제적 측면에서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카스트로 전 의장이 사망하고, 그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현 국가평의회 의장도 2018년 물러난 뒤엔 양국관계의 정치적 관계도 예전과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 부위원장은 카스트로 조문을 계기로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의 수반들과 외교적 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달 4일 장례식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응우옌 티 낌 응언 베트남 국회의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외교부는 28일 "정부는 쿠바 국민에게 조의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지만, 공식 조의 표현이나 조문단 파견 등을 놓고는 여전히 고심 중이다. 트럼프 당선인 측이 카스트로 전 의장에 대해 '독재자'라고 혹평함에 따라 향후 한미관계를 고려해야 할 우리 정부로서는 조의 표현과 수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밖에 없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조의를 표시하면서도 쿠바 정부는 언급하지 않은 채 쿠바 '국민'으로 한정했고, 애도라는 표현보다 "조의를 전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정부 인사를 파견하더라도 공식적으로 조문단이나 조문 사절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7년 전 입국한 탈북 여성이 1만9000여 명이 참가한 ‘2016 생활발명코리아’ 대회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주인공인 김정아 씨(40)는 특허청(청장 최동규)이 주최하고 한국여성발명협회(회장 조은경)가 주관한 이 대회에 ‘속 시원한 세면기’를 출품해 23일 대통령표창과 1000만 원의 장려금을 수상했다. 김 씨의 발명품은 화장실 세면기 밸브를 개조해 머리카락이 뭉쳐서 막히던 현상을 없앤 것이다. 그는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세면대 막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100개가 넘고 머리카락을 분해한다는 독성 세제도 수십 종류나 출품돼 있는데, 이번에 수상한 밸브를 설치하면 머리카락이 걸릴 염려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생활발명코리아대회는 심사위원과 누리꾼의 점수를 합산해 1등을 선정하는데 김 씨의 발명품은 실용성과 환경 문제 등을 모두 해결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씨는 북한군 여군 장교 출신으로 황해북도 은파군에 주둔한 8·15훈련소 여성기계화장갑보병대대에서 부중대장(중위)을 지냈다. 2009년 한국에 온 뒤엔 통일맘연합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중국 등지에서 아이와 생이별한 탈북여성들을 돕고 있다. 그는 “저 자신이 태어난 지 3일 만에 남의 집에 입양돼 자랐기 때문에 누구보다 혈육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돈을 벌면 더 많은 탈북여성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스위스 주재 북한대표부 서세평 대사가 북미관계 정상화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와 평화협정 체결을 거론했다. 서 대사는 1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가 주한미군을 포함한 남한 내의 모든 군사 장비를 철수하고 평화협정을 맺으러 나오는 등 적대시정책을 진정 포기한다면 1990년대 했던 것처럼 (북미)관계를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 대해 북한이 북미관계 관련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것이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해 온 트럼프 당선인을 의식한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은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기간 언급한 적이 있는 미군철수를 앞으로 한미동맹의 '약한 고리'로 판단해 지속적으로 공세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모든 게 풀린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한미 갈등을 유발시키려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 대사는 또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지도자가 만날 수도 있냐는 질문에 "만남은 최고지도자(김정은)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현재 제네바에서는 북한 외교라인의 핵심 당국자들과, 오바마 1기 행정부 대북제재 정책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만나 트랙2(민간채널)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17, 18일 양일간 열리는 회담에는 북한 측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와 최선희 외무성 미국 국장, 미국 측은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 미국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운영자인 조엘 위트 연구원 등이 참가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요샌 북한이 북부 홍수 피해지역 살림집 건설을 완공했다는 소식 같은 건 언론의 가십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북한은 50일 동안 총력을 쏟아부어 1만1900채의 살림집을 완성했다고 주장하나 내부공사까지 끝낸 것 같진 않다. 살림집 겉모양은 훌륭해 보인다. 예전엔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북한의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이었지만 이젠 북한이 중국 같고, 중국이 북한 같은 착시현상까지 벌어질 만하다. 현지 주민은 “열쇠만 들고 들어가 살 수 있도록 하라”는 김정은 지시가 내려왔다며 살림살이 전부를 당국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글쎄. 그렇게까지 해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낡은 집 대신 새 집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듯하다. 북한은 이번 수해를 두고 ‘전화위복’이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낡은 부락들이 현대적으로 바뀌게 됐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전화위복이란 말은 김정은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북한은 두만강에 바짝 붙어있던 마을들을 수차례 이전하려고 시도했다. 강 옆 부락들이 탈북의 온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제로 실행하지 못했던 것은 그 많은 마을을 강제로 철거해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을 이번 홍수가 해결해준 셈이다. 그토록 눈엣가시 같던 강 옆 마을들이 사라졌다. 북한은 멀리 산 밑으로 마을들을 이전했다. 핑계도 좋다.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란다. 이 때문에 새로 지어진 마을들을 보면서 “집들이 멋있다”고 감탄하기에 앞서 “이젠 탈북이 정말 어려워지겠구나”라는 절망스러운 생각부터 들었다. 집단 부락화된 마을엔 담장이 없다. 옆집 모르게 밀수하는 것도 불가능해졌고, 한국 드라마를 보기도 힘들어졌으며, 수상한 외부인은 즉시 고발될 것이다. 국경경비대와 주민들의 결탁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어느 집에 어느 군인이 드나드는지 전체 마을이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탈북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부담도 더 커졌다. 국경 사람들은 김정은의 은혜를 받았다. 만약 탈북했다 체포되면 현대적 주택을 선물로 내려준 지도자의 은혜를 팽개치고 도망친 배신자라는 무서운 낙인이 찍히게 된다. 지금은 멋진 집이 생겼다고 좋아할 국경 사람들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숨 막히는 게 뭔지 체감할 것이다. 게다가 국경경비는 나치의 집단 수용소가 울고 갈 정도의 구조로 완성되고 있다. 탈북한 국경경비대원은 “두만강 경비대 한 명이 맡고 있는 구간은 8m”라고 말했다. 입대할 때 아예 “조국이 맡겨준 8m를 목숨으로 사수하겠다”는 선서까지 한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과거 마을들이 있었던 두만강 옆을 따라 넓은 경비도로를 만들고, 양옆에 철조망까지 세우면 완전한 국경 봉쇄가 가능해진다. 높은 곳에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하면 두만강엔 개미 한 마리 접근하기 어려워진다. 심지어 북한은 두만강을 따라 대못이 튀어나온 대못판을 깔아놓는 것도 모자라 지난해부턴 목함지뢰까지 묻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지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목함을 여러 기업들에 할당해 걷어 들였고 군수공장에서 폭약을 설치해 주요 탈북 통로에 묻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을 시도하는 사람은 죽어도 좋다는 뜻이다. 철조망과 지뢰, 대못판을 피해 두만강을 넘는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중국은 홍수로 파괴된 철조망을 과거보다 더 튼튼하게 복구하고 있고, 두만강 바로 옆에 군부대도 증강해 주둔시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량 탈북의 시대는 불행하게도 이젠 끝난 듯하다. 11일 저녁을 기점으로 한국 입국 탈북자는 3만 명을 넘었지만, 어쩌면 이 안에 포함된 사람들은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보수정권 9년 동안 아무리 북한을 압박하고 한국으로 넘어오라 외쳐도 정작 현실은 원하던 것과는 정반대가 됐다. 핵과 미사일 개발 속도는 더 빨라지고 이젠 탈북까지 막히게 됐다. 게다가 제 코가 석자인지라 북한에 대한 남쪽 사람들의 관심도 사라지고 있다. 국경이 막힐 것임을 재빨리 눈치 채고 지난달 말 탈북한 노동당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오는 사람들은 진짜로 죽음을 각오하고 와요. 무서워서 못 넘어옵니다. 잡히면 영영 나오지 못하는 수용소에 갑니다. 그래도 백성들은 다 철조망을 붙들고 서서 언제면 남쪽으로 갈까, 모두 그렇습니다.” 요즘 우리를 매일 어이없게 만드는 소식들도 한국을 동경하는 북한 주민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북한 당국은 최근 남쪽의 상황을 거의 실황 중계하듯 신이 나서 보도하고 있는데, 12일 밤의 100만 촛불시위 소식도 반나절 만에 전했다. 하지만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대로 물러난다면 저런 민주주의 체제로 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북한 사람들의 소망은 오히려 몇 곱절 커질 것 같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탈주민 3만 명 시대가 시작됐다. 통일부는 탈북민 7명이 11일 오후 제3국을 통해 입국하면서 탈북민 수가 3만5명이 됐다고 13일 밝혔다. 1962년 6월 첫 귀순자 이후 2006년 2월 1만 명, 2010년 11월 2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6년 만이다. 올해 10월까지 입국한 탈북민은 115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8% 늘었다. 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공포 정치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확산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 및 국내 입국 등 해외에서 근무하는 엘리트층의 이탈이 늘어나는 특징도 나타냈다. 정부는 탈북민 3만 명 시대를 맞아 ‘사회통합형’ 탈북민 정착 지원 개선 대책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탈북 유형이 ‘생계형’에서 ‘이주형’으로 변화된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일방적인 지원에서 탈피해 자립과 자활을 강조하는 방식으로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여기엔 탈북민의 사회적 참여를 확대하고 고용 기회를 늘리며, 탈북 청소년의 남한 학교 적응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기존 정책 체계와 역량을 점검해 ‘사회통합형 정책’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한 뒤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시험하려고 하겠지만 대북정책이 만들어지는 6개월 안에 도발한다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통일준비위원회(민간부위원장 정종욱) 주최로 열린 ‘미국 신행정부 출범과 한반도 평화통일 공개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트럼프 진영은 향후 6개월간 4000명이 넘는 고위 관료를 임명해야 하고 경선 과정에 거의 언급하지 않았던 국정운영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경선 때의 말과 실제 정책의 괴리가 얼마나 될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켄 고스 미 해군연구소 소장은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은 실패했다”며 “미국은 북한에 대해 일정한 양보를 하고 핵개발 프로그램을 동결시키는 관여정책을 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강조했다. 한미 관계에 대해 스티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경선 과정에 했던 부정적 발언이 많이 부각됐다”며 “그러나 그는 동맹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많이 강조했기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등 극단적 행동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직은 트럼프의 정책 방향을 평가하기 이르다는 미국 측 참가자들과 달리 한국 측 참석자들은 한미동맹의 약화를 우려했다. 정종욱 부위원장은 “미국의 신행정부가 한미 관계에 큰 변화를 강요해서는 안 되며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 한국을 배제한 어떠한 합의가 있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한국에 노골적으로 동맹의 역할을 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며 이 과정에 한미동맹에 금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에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주펑(朱鋒) 중국 난징(南京)대 교수는 “미 대선 당일 여론 조사에서 일본과 한국에선 5%만이 트럼프가 당선된다고 했지만 중국에선 40% 이상이 트럼프를 찍었는데 그만큼 중국인들의 기대가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소장은 “러시아인의 80%가 힐러리 클린턴을 반대했다”며 “앞으로 러시아가 북핵 문제 해결에 협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탈북 직전 점쟁이를 찾아갔다. 김일성대에서 6년 동안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며 자기 운명을 개척할 힘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주체사상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건만 목숨 걸 순간이 되니 그따윈 소용없었다. 내가 내 운명의 주인인 건 알겠는데, 주체사상은 내일 내가 죽을지 살지를 알려주지는 않으니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때 지인이 “용한 점쟁이가 있다”며 나를 점쟁이에게 데려갔다. 40대 중반 여성 점쟁이의 말 중에 “먼 길 떠날 팔자야. 물 건너가면 크게 되겠어. 다 잘될 거야”라는 말이 확 들어왔다. 속으론 “내가 강 넘으려는 걸 어떻게 알았지” 하고 기겁했다. 점 본 값은 쌀 2kg가량을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이후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그 과정에서 국가안전보위부에 잡혀가 고문을 받을 때조차 “용한 점쟁이가 물 건너가 크게 될 팔자라고 했으니 여기서 죽을 팔자는 아닐 거야”라고 믿으며 의지를 가다듬었다. 쌀 2kg 값에 잘될 것이란 굳은 믿음을 가졌으니 결과적으로 손해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앞날이 불안하고 확신이 없으면 초월적 존재나 운세학 등에 기대고 싶어지나 보다. 두만강을 건널 때는 교회를 구경도 못한 나조차 “하나님 잡히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까지 했으니 말이다. 지금은 죽기를 각오할 일이 없어서인지 미신과는 담을 쌓았다. 한 해의 운세를 점쳐보는 토정비결도 북한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남쪽에 처음 왔을 때 지하철 책 할인 코너에서 ‘토정비결’을 발견했다. 그때 북한에선 토정비결은 가보(家寶)였다. 필사본이라도 있으면 운세를 봐달라는 사람이 몰려들어 큰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런 귀한 책이 단돈 만 원도 안 했다. 냉큼 샀는데 몇 년 지나고 보니 그 책이 어디 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요즘 토정비결은 북에서도 살 수 있다고 한다. 중국돈 300위안(약 5만 원·북한 돈 37만 원)인데, 이 돈이면 쌀 60kg 이상, 옥수수는 100kg 이상 살 수 있다. 요즘은 토정비결 대신 두께는 3분의 1 정도, 너비도 3cm 작은 운세 관련 책이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2013년경부턴 컴퓨터 있는 집 대다수가 한국에서 들어간 사주팔자 프로그램을 깔아 놓고 매일 운세를 보는데, 요즘 5.0 버전이 가장 최신이라며 널리 퍼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많아진 북한에선 요즘 그야말로 미신의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사람들은 당과 수령을 마음속에서 파버리고 그 대신 미신이든 귀신이든 아무튼 보이지 않는 존재를 채워 넣었다. 요즘엔 정월 대보름이면 북한 도시 주변에 있는 산과 강은 대부분 불바다가 된다. 촛불을 켜고 빙 둘러서서 소원을 빌고, 강물에 촛불과 돈을 넣은 종이배를 둥둥 띄운다. 몇 년 사이 생겨난 풍경인데 아무리 단속해도 소용이 없다. 간부들도 차를 타고 다리를 지나는 척하면서 돈을 강에 던져버린다고 한다. 점집이 십 리에 하나씩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하도 북에 점쟁이가 넘치다 보니 북한을 뛰쳐나와 한국에서 무당을 하고 있는 탈북여성도 몇 명 있다. 북한은 종교와 미신이 혁명사상을 좀먹는 사회악의 온상이라며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지만 점집은 나날이 늘어난다. 하긴 간부들부터 미신에 매달리니 통제가 될 리 만무하다. 심지어 요샌 보위부 수사관들도 몰래 점집에 가서 범인을 잡아달라고 부탁한다고 할 정도니. 이름이 좀 알려진 점쟁이들이 몰래 평양에 불려 다닌다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한 탈북인은 “둘째 누나가 애기신을 업었다고 하면서 점을 봐주는데 형제가 다 한국에 왔는데 점쟁이 누나만 벌이가 좋아 한국에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당 간부에게 굿과 부적을 해주고 500달러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탈북민은 친한 점쟁이가 “중앙당 간부 집을 돌며 점을 봤는데 하나같이 팔자가 새까맣다. 그래도 돈 받았으니 좋은 말만 해주고 왔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정은이 걸핏하면 숙청하니 중앙당 간부들이야말로 미래가 제일 불안할 집단일 것이다. 장령(장성) 전용 병원인 어은병원의 동의의학과(한의과)에선 ‘상문(喪門)’을 본다는 명목으로 팔자와 관상까지 공공연하게 봐준다고 한다. 팔자가 새까맣다는 중앙당 간부들이 지금도 살아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들이 두려워해야 할 액살(厄煞)은 안 보이는 귀신이 아니라 김정은이다. 북한 권력자들도 미신을 잘 믿었다. 중요 대회가 소집되는 날짜를 보면 대개 손이 없는 날이다. 김정일의 경우는 숫자 3에 집착했는데 그가 대의원 선거 때 출마한 선거구는 333호나 666호처럼 3과 연관되는 번호였다. 김정은도 재작년 111호 선거구에 출마했는데 세 숫자를 합치면 3이 된다. 하지만 아무리 3에 집착해도 소용없나 보다. 김정일은 12월에 69세로 죽었다. 최고의 점쟁이가 찍어 주었을 숫자 3은 행운의 숫자가 아닌 액운의 숫자였던 것 같다. 김정일이 환생한다면 “내가 다 해봤는데, 사교, 미신, 점쟁이 따윈 절대 믿지 말라”고 목청껏 외칠지 모를 일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으로 고조되는 한반도 안보 위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한 정책 세미나가 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북한의 핵·미사일과 한반도 안보 및 통일'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실과 GK전략연구원이 공동주최했다. 정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혼란의 시기일수록 우리 안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자유통일에 대한 우리의 의지와 열정도 강하게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한 연방제 통일의 위헌성에 대해 발제한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은 잠정헌법이 아닌 '완성헌법'의 성격을 갖는다"며 "남북합의서 등 하위규범에 의해 관습헌법의 지위를 갖는 '대한민국은 단일국가'라는 규범을 무시하고 연방제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적 행위요 반국가적 정책이 된다"고 법적·현실적 검토 의견을 밝혔다. 남파공작원 출신인 곽인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한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면 남한에 주둔한 미국 군대가 더 이상 한반도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의 대남혁명은 본질에 있어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을 주목표로 한 민족해방혁명으로 주한미군은 북한의 대남전략의 첫 번째 타격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태우 건양대 초빙교수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김정은 정권에 핵은 통치자의 권위를 고양하고 정권기반을 확고하게 해주는 대내적 선전 효과와 미국과의 협상력을 획득하려는 효과, 미군의 한반도 개입을 차단하는 효과, 경제적으로 우세한 한국을 압박해 남북관계를 주도해주는 핵그림자 효과를 가진 보검격"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북한의 핵을 억제하기 위해 한미 동맹을 강화해 억제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자체 핵 보유까지 각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배정호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우리 민족은 위기 상황일수록 저력을 보여왔다"며 "제4차 산업혁명기에 한국이 정치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유통일에 대한 꿈과 비전, 의지와 열정을 가지고 오늘의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하여야 한다"고 역설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탈북민의 남한 정착을 지원하는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이 2010년 설립 이래 최초로 탈북민 2명을 이사로 임명했다. 1일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하나재단 신규 이사로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전문위원(57과 현인애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59),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출신인 박찬봉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60) 등 3명이 임명됐다. 현 수석전문위원은 김일성대 외국어문학부 영어문학과를 졸업한 뒤 잠비아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3등 서기관으로 근무하던 1996년 1월 탈북했다. 탈북 당시 그의 부친은 한국의 도지사격인 함경남도 도당책임비서를 지냈다. 현 수석전문위원의 삼촌인 현철해는 조카가 탈북했지만 이후에도 승진을 거듭해 현재 북한군 원수 직함을 갖고 있다. 현인애 객원연구위원은 김일성대 철학부를 졸업한 뒤 함경북도 청진의학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다가 2004년에 탈북했다. 남북하나재단 이사는 재단 이사장이 추천하고 통일부 장관이 임명한다. 11명의 재단 이사 중 이사장과 사무총장이 상근 임원이고, 9명은 비상근 임원이다. 이번에 새로 이사로 임명된 3명은 비상근 임원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그동안 탈북자 단체들이 탈북민 정착 업무에 참여시켜 달라고 해온 요구사항을 들어준 것"이라고 밝혔다. 곧 출범할 북한인권재단에도 탈북자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이 이사로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관련해 24일 처음으로 반응을 나타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에 “2007년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먼저 물어본 뒤 기권했다”는 내용이 담긴 사실이 동아일보 14일자에 보도된 지 열흘 만에 나온 것이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명백히 말하건대 당시 남측은 우리 측에 그 무슨 ‘인권결의안’과 관련한 의견을 문의한 적도, 기권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온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우리와 억지로 연결시켜 종북세력으로 몰아대는 비열한 정치테러행위”라며 이같이 전했다. 북한의 주장은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을 부인하는 방식이지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의 설명도 같이 부인한 셈이다. 문 전 대표 측은 회고록 파문과 관련해 “사전 협의를 한 적은 없지만 기권하기로 입장을 정한 뒤 북측에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조평통의 반응은 이 같은 기권 입장조차 알려온 적도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처럼 회고록 파문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전면 부인한 것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당에 불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동시에 야당 측에도 북한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모습을 내비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조평통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2002년 방북과 관련해 “평양에 찾아와 눈물까지 흘리며 민족의 번영과 통일에 이바지하겠다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거듭 다짐하였던 박근혜의 행동은 그보다 더한 종북이고 국기문란”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측근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을 통해 “누가 북에 물어봤나? 우리끼리 일이다. 북한은 우리 정치에 어떤 형식으로든 개입하지 말라”고 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북한은 문재인 구하기에 급급한 듯하다”고 지적한 뒤 “문 전 대표 측도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접촉한 것은 인정하는 상황이 아니냐. 북한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한 뒤 “북측은 이런 구태의연한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관련해 24일 처음으로 반응을 나타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에서 "2007년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먼저 물어본 뒤 기권했다"는 내용이 담긴 사실이 동아일보를 통해 14일 보도된 지 열흘 만에 나온 것이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명백히 말하건대 당시 남측은 우리 측에 그 무슨 '인권결의안'과 관련한 의견을 문의한 적도, 기권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온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우리와 억지로 연결시켜 종북세력으로 몰아대는 비열한 정치테러행위"라며 이같이 전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회고록 논란이 "저들(새누리당)의 재집권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박근혜 역도의 특대형 부정부패행위에 쏠린 여론의 화살을 딴 데로 돌려 날로 심화되는 통치위기를 수습해 보려는 또 하나의 비열한 모략소동"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주장은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을 부인하는 방식이지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측의 설명도 같이 부인하는 방식이었다. 문 전 대표측은 회고록 파문과 관련해 "사전 협의를 한 적은 없지만 기권하기로 입장을 정한 뒤 북측에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조평통의 반응은 이 같은 기권 입장조차 알려온 적도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처럼 회고록 파문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전면 부인한 것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당에 불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야당 측에도 북한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모습을 내비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조평통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2002년 방북과 관련해 "평양에 찾아와 눈물까지 흘리며 민족의 번영과 통일에 이바지하겠다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거듭 다짐하였던 박근혜의 행동은 그보다 더한 종북이고 국기문란"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어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의 분위기가 고조되던 시기에 각 분야의 대화와 접촉, 협력에 나섰던 남조선 각계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종북몰이의 대상이 된다면 박근혜는 물론 국방부 장관 한민구도, 외교부 장관 윤병세도 응당 문제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평통 대변인은 2012년부터 불거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내용 공개 논란도 거론하며 "박근혜 역도를 당선시키기 위해 북남 수뇌상봉 담화록까지 거리낌 없이 날조하여 공개하면서 종북 소동을 일으켰던 광경을 방불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측근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을 통해 "누가 북에 물어봤나? 우리끼리 일이다. 북한은 우리 정치에 어떤 형식으로든 개입하지 말라. 새누리당이 쓸 데 없는 짓을 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한 뒤 "북측은 이런 구태의연한 형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국제사회는 북한의 끈질긴 핵개발 야욕을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전력화가 계속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불균형이 지속되면 북한의 핵전력을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방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 등 다른 방법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제재와 압박만으론 북핵 폐기가 어렵다면 국제사회는 어떤 조건에서 북한과의 대화라는 요소를 활용해야 할까.○ “전쟁 중에도 협상하는 미국, 북한과 대화에는 나설 듯”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는 ‘선(先)비핵화-후(後)평화협정 논의’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9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미 대화 재개 요건을 북한의 비핵화라고 재확인했다. 다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사실상 끝났다는 점에서 북핵 해결의 주도권은 내년 1월 취임할 새 대통령에게 넘어가게 된다.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북한의 대북 정책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을 방문해 클린턴 후보의 최측근들을 만난 정종욱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은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국무장관으로 발탁할 가능성이 높은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차관은 북한 붕괴를 거론하는 아주 강경한 인사”라고 말했다. 미국 외교가에서도 북핵 정책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 합참의장을 지낸 마이클 멀린은 지난달 16일 워싱턴 미국외교협회(CFR)가 주최한 ‘북한에 대한 선택-동북아 안정을 위한 중국의 역할’ 보고서 토론회에서 “(북한이) 실질적으로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게 아닌 방식이라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북한과의 대화를 아예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북 선제 타격 같은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가, 아니면 기존의 선비핵화 입장에서 후퇴해 대화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과 교수는 23일 “북한은 핵문제를 미국과 풀어야 할 문제로 보고 있고, 미국 역시 전쟁 중에도 협상은 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내년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대북 압박과는 별개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이라며 “시기는 내년 초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 교수는 21,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북한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이 비공개 회담을 한 것도 미국이 다음 정권의 대북 정책을 짜기 전에 북한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단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어려운 것보다는 지킬 수 있는 합의부터 만들어 신뢰를 쌓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9·19공동선언으로 돌아가자” 지금까지 미국의 선비핵화 요구를 무시해온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이 제시한 북-미 대화 조건은 2005년 9월 채택된 “6자회담 틀 속에서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북핵 폐기를 이뤄 간다”는 9·19공동선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 그리고 대화와 협상을 위한 문제 해결’이라는 한반도 3원칙을 되풀이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정이 위협받고, 비핵화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대화와 협상만 강조하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올해 1월 4차 핵실험 이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병행 추진’을 부쩍 강조하고 있고, 북한은 이를 “중국도 찬성하는 평화협정을 미국이 반대하니 우리는 핵개발로 생존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태도만 이어가는 셈이다. 이처럼 북한에 대한 신뢰가 바닥난 상태에서 미국과 한국이 ‘행동 대 행동’이란 실패한 전철을 그대로 반복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미국의 강경 압박정책이 한계에 부닥치고, 내년 한국 대선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하는 정부가 들어설 경우 다른 방식의 접근법이 언제든지 치고 나올 수 있다. 정운찬 전 총리는 “북한을 압박만 하는 현행 전략으로는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대북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면서 단계적으론 북핵 동결을 목표로 접촉하고, 장기적으로는 핵무기 폐지와 군비 축소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포기를 전제로 하지 않은 협상은 의미가 없지만 굳이 협상을 한다면 단계적으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중단 같은 실행 가능한 옵션을 올려놓고 풀어 나가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로선 북한과의 대화 주장이 언제 본격적으로 나올지, 그렇다면 어떤 조건에서 대화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긴 쉽지 않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한국 정부가 북핵 문제에서 뒷북을 치지 않고 주도하기 위해선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압박과 대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밀한 북핵 해법을 담은 로드맵까지 만들어 주변국을 설득할 대비가 지금 바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워싱턴=이승헌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노무현 정권 때 탈북자 정착지원 기본금이 기존의 55% 수준으로 대폭 삭감됐다. 최근 노 정부 핵심 실세들이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전 북한의 의견을 물었다는 의혹으로 시끄럽지만, 설마 정착금 삭감까지 상의하진 않았을 거라 믿는다. 다만 그 시기를 두고 말이 많았다. 2004년 7월 베트남에서 탈북자 468명을 한꺼번에 데려왔다가 북한의 거센 항의를 받은 지 반년도 안돼 정착금 삭감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정착금으로 가족을 또 데려오는 게 골치 아파 만든 법”이란 이야기도 들었다. 설마. 어쨌든 새 제도는 “단점을 보완한 개선 정책”이라는 정부의 홍보와는 달리 탈북자를 참으로 많이 울렸다. 이때부터 탈북자는 평균 10평대 초반 임대주택과 700만 원을 기본금으로 받게 됐다. 이 중 일시금은 300만 원. 나머지 400만 원은 3개월에 100만 원씩 나눠 주었다. 국내 입국을 도왔던 탈북 브로커에게 300만 원을 주고 나면 탈북자는 사회에 나온 첫날부터 라면 사먹을 돈도 없다는 뜻이다. 정부의 대책은 “브로커 비용을 주지 말라”는 것이었다. 비현실적 일을 강요한 것이다. 브로커도 옥살이까지 각오하고 탈북자를 데려온다. 불법으로 버스를 대여하고, 여기저기 숨겨놓은 비밀 숙소를 거쳐 일주일 동안 중국 대륙을 횡단해 동남아까지 오면 비용도 꽤 든다. 이 코스로 패키지 여행을 해도 이보다 낮은 가격이 나오기도 힘들 것이다. 중요한 것은 브로커 비용을 주지 않으면 탈북자들이 더는 올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눈물의 첫 달을 버티고 나면 동사무소에서 기초생활수급비 40만 원을 6개월간 받을 수 있다. 분할 지급되는 정착금까지 합치면 한 달에 70만 원 남짓이다. 먹고살 수는 있지만 장만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의복, 휴대전화, 가전제품, 가구 등을 모두 새로 사야 한다. 여기에 아파트 임차료와 관리비, 통신비도 나간다. 결국 당장 일을 해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허나 한국 사회를 전혀 모르는 탈북자가 허둥지둥 얻는 일자리는 대개 외국인노동자조차 기피하는 최악의 근무환경이다. 배려란 것이 들어설 틈도 없고, 말투조차 매우 거친 곳이 대부분이다. 탈북자들은 일이 힘들어서라기보다는 멸시와 수모에 못 견딘다. 몇 달 못 버티고 나와 다시 직업을 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 점점 사람이 무서워지고 다시 취직할 의지는 사라져간다. 인터넷엔 “너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집과 정착금을 받고도 불평만 하니 탈북자를 받지 말자”는 댓글이 가득하다. 노무현 정권이 만든 정착 제도의 골격은 보수 정권으로 바뀌어도 그대로다. 정부마다 생색내는 버전만 조금씩 달라지고 분할 지급분 100만 원을 일시금으로 돌렸다는 차이에 불과하다. 탈북자의 생활도 변함이 없다. 4개월째 매끼 라면만 먹고 산다는 군관 출신 탈북자도 만나봤다. 너무 야윈 그에게 “뭘 먹고 사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충격적인 대답을 한 것이다. 제도와 사고방식 등 모든 것이 북한과 정반대인 곳에 온 탈북자에겐 초기 1년이 정착에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지원도 이때에 집중돼야 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짜놓은 정착 제도는 학원, 자격증 취득, 취업 등의 코스를 순서대로 통과할 경우 1년 뒤부터 임무를 완수한 데 대한 보상인 양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공무원들에겐 탈북자 정착 실태는 숫자일 따름이다. 오자마자 극한의 생존 환경에 빠뜨려 마구잡이로 취직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도 정착 제도가 개선돼 취업률이 높아졌다고 홍보한다. 탈북자의 절망과 눈물을 재는 지표는 애당초 없다. 선진국처럼 먼저 온 탈북자들이 직접 정착 제도를 설계했다면 전혀 달랐을 것이다. 배고플 때의 빵 한 개가 배 채운 후의 빵 세 개보다 더 가치가 있음은 배고파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법이다. 사선을 헤쳐 온 탈북자에겐 반드시 한숨 돌릴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여유가 생기고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 연착륙할 수 있다. 이런 황금의 여유를 최소 반년만 가진다면 탈북자의 정착 의지와 행복감은 확 높아질 것이다. 예산이 더 드는 일도 아니다. 빛 좋은 개살구처럼 멀리 달아놓은 인센티브를 10억 원 정도만 앞으로 돌리면 된다. 탈북자를 위한다며 전국에서 벌이는 사업도 재검토해야 한다. 매년 1000명가량 들어오는 탈북자도 감당하지 못해, 오자마자 부풀었던 희망을 눈물과 함께 홀로 라면 국물에 말아 마시게 해서 되겠는가. 이러고도 북한 주민에게 자유와 풍요가 기다리니 탈북하라고 말할 수 있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며 통일의 시험장”이라며 정착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탈북민이 왜 시험장인진 모르겠지만, 통일의 주체로는 보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의 새로운 주문에 개선이란 이름의 수술용 칼을 쥔 공무원들이 시험장 수술대에 누워 있는 탈북자의 어딜 또 아프게 쑤실지 참말로 걱정스럽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지난달 4일 북한인권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가 이사진 구성 문제로 출범조차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북한인권재단 이사 10명 중 새누리당(5명)과 국민의당(1명)은 추천 명단을 국회 의사국에 제출했지만 더불어민주당(4명)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인권에 대한 연구, 정책 개발, 북한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NGO) 지원 등의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이다.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역시 위원 10명 중 새누리당(5명)만 자문위원 명단을 제출했을 뿐 더민주당(3명)과 국민의당(2명)은 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북한인권법 첫 발의 후 본회의 통과까지 약 11년 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야권이 비협조적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가 두 차례나 이사를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국회사무처를 통해 더민주당에 보냈지만 아직 추천 명단조차 주지 않고 있다”며 “더민주당은 재단을 설립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더민주당은 재단 출범 지연이 새누리당의 과욕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당초 10명의 이사 중 선출되는 이사장은 여당, 상임이사는 야당이 각각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당이 두 자리를 다 차지하려 하면서 이사진 구성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여야가 각각 맡기로 합의했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북한인권법 시행령 제12조(재단 임원의 구성)에 따르면 국회가 추천하는 이사 10명을 여야 동수로 하고, 이사장은 이사 중 호선으로 정한다고 돼 있을 뿐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여야가 나눠 추천한다는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북한인권법 시행 직후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키기 위해 서울 마포구에 사무실을 마련했지만 여야 갈등이 계속되면서 현판식조차 못하고 있다. 직원 선발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관련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사회가 구성돼야 정관을 통과시킬 수 있고, 정관이 있어야 직원도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계획 수립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편성된 사업비 83억5400만 원이 제대로 집행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빨리 직원도 뽑고 훈련도 시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주성하·홍수영 기자}

《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이용필 국장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NBC방송을 통해 6∼8차 추가 핵실험과 핵 선제타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핵위협이 일상화하는 시대를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선제공격은 자신들이 먼저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북한이 핵탄두를 미국에 보낼 장거리 이동 수단까지 확보한다면 이런 핵공갈과 도발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 핵공갈 일상화 북한 외무성 관리의 핵위협은 북한이 핵탄두를 개량하고 이를 미국까지 보낼 장거리탄도미사일 기술을 완성한 이후엔 더욱 노골적으로 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용필은 평양에서 만난 NBC방송 기자에게 “선제 핵타격은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려고 하면 우리가 먼저 할 것이다. 우리에겐 기술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6차, 7차 핵실험 또는 8차 핵실험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핵무기를 이용한 선제타격을 거론하는 곳은 오직 북한밖에 없다. 그런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배치한 뒤 가장 수위를 높여 협박에 나설 대상이 바로 한국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공갈 수위만 높은 것이 아니라 협박이 일상화하면 대남 도발 강도도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17일 “파키스탄과 인도 등 신생 핵보유국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잉 판단으로 핵무기 개발 직후 전례 없던 공세적 군사도발을 했던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핵 실전배치 직후 핵전쟁 직전이라는, 등골에 땀이 비 오듯이 흐르는 상황을 조성하여 가능한 한 짧은 시간에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공세적 도발을 자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무기가 없을 때도 북한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일으켰다. 따라서 핵무기를 가진 이후엔 상상을 뛰어넘는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는 “북한은 대남, 대미, 대내 전략에 핵무기를 활용한다는 3대 목표를 세우고, 핵을 가지고 있는 한 한미 연합군이 강력하게 반격하지 못한다는 소위 ‘핵의 그림자효과’를 최대한 누리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의 직접적인 평화협상 시도 북한은 핵전력을 바탕으로 위장 평화공세를 강화해 체제 생존을 보장받으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노리는 평화협상은 미국과의 직접 거래를 뜻한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내세워 핵군축을 주제로 미국과 직거래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이 주장하는 북-미 평화협정은 한미동맹의 연결고리를 끊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한국을 위협하며 대북 지원 같은 금전적 요구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나아가 한국 정부의 정책방향 변경이나 정부가 임명하는 인사의 교체까지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잠시 상황을 안정시킨다는 차원에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자는 의견이 나온다면 국론이 분열되고 북한의 자만심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내부 위기 돌파용으로 활용 북한은 내부의 정치 및 사회적 불안이나 경제위기로 불안정한 상황이 조성되는 것을 돌파하기 위한 용도로 핵무기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 등 엘리트층의 이탈로 빚어진 내부 동요 등을 단속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강도 군사도발을 자행한 뒤 핵협박을 통해 상대를 주저앉힘으로써 자신을 강한 지도자로 주민들에게 인식시켜 정권에 대한 도전을 차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핵단추를 쥐고 있는 김정은의 비이성적 판단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 가장 위험한 요인이기도 하다. 20세기 주요 전쟁 10개를 분석한 ‘전쟁의 탄생’의 저자 존 스퇴싱어 박사는 “전쟁 발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지도자의 성격적 결함과 자존심, 오판”이라고 분석했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탄두와 발사체를 분리하는 등 핵무기 사용의 신중성을 높이는 장치를 마련했지만 북한은 김정은의 결심 여하에 따라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숙청설이 나오던 궁석웅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72·사진)이 16일 평양에서 열린 한 외교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중앙통신은 17일 “공화국 주재 외교단체 체육경기가 평양에서 열렸고 궁석웅 전 외무성 부상을 비롯한 명예 손님들, 관계 부문 일꾼들이 관람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궁석웅이 외무성 부상에서 물러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궁 전 부상이 “정년퇴직에 해당하는 ‘연로보장’으로 은퇴했다”고 전했다. 국내 한 언론은 최근 그가 해외 외교관들의 잇따른 탈북 때문에 가족과 함께 지방 협동농장으로 숙청됐다고 보도했다. 북한 대남 매체인 ‘조선의 오늘’이 공개한 외교단체 체육경기 사진에 나온 궁 전 부상은 양복을 입고 뒷짐을 쥔 채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북한의 이날 보도는 궁 전 부상 숙청설을 부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앙통신이 전 직책과 명예 손님이라는 전례 없는 호칭까지 붙여 가며 소개한 인물은 궁 전 부상이 유일했다. 북한은 앞서 14일 조선기자동맹 대변인 담화에서 한국 보수 언론을 지목하며 “너절하고 황당하기 짝이 없는 모략 자료를 그대로 유포시키고, 갖은 낭설과 날조를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우리 사회에는 북한 정권의 반발을 염려해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는 일을 외면하고 탈북 주민의 수용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주민들을 방치하는 것은 포악하고 호전적인 북한 체제가 더욱 공고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군의 날 기념사 등에서 북한 군인과 주민들을 향해 “남한으로 오라”고 한 것을 놓고 야권에서 ‘선전포고’ 비판이 나온 데 대한 반박 성격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아시아 유럽 등 92개국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들과 가진 ‘통일대화’에서 “북한 정권은 가혹한 공포통치로 주민들의 삶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 엘리트와 주민들의 탈북 증가와 관련해 “정의롭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길에는 북한 지역의 간부와 군인, 주민들도 예외일 수 없다”며 “북한 주민들이 대한민국에 와서 꿈을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모든 길을 열어놓고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평통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16년 2차 통일정책 추진에 관한 정책건의’ 보고서에서 “한국 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미국의 첨단 전략 자산 상주 등을 모색하는 것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대북제재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평통은 분기에 한 번씩 정책건의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내며, 이 보고서는 6월경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장택동 will71@donga.com·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