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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의 한 호텔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모습이 포착된 동영상과 사진이 화제다. 4일 ‘진 에크바’라는 사용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1, 2분짜리 동영상들과 사진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폴란드의 최고급 호텔인 바르샤바 메리엇호텔 헬스클럽에서 검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얼굴을 찡그리며 아령, 숄더프레스를 이용해 상체 단련 운동에 열중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쉽게 접하기 힘든 미국 대통령의 운동하는 모습이 담긴 이 동영상은 10시간여 만에 7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보일 정도로 삽시간에 퍼졌다. 미국 비밀경호국(SS)은 이를 두고 대통령 경호에 허점이 드러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당시 호텔 투숙객은 모두 금속 탐지기를 통과했으며 이들에게 호텔 내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촬영하지 말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동영상은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던 다른 투숙객이 찍어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에서 한인이 가장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재미동포 2명이 주요 공직 예비선거에서 승리해 11월 본선에 올랐다. 캘리포니아 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렌지카운티 제2선거구 행정집행관 선거에서 한인 미셸 박 스틸(박은주·59) 전 캘리포니아 주 조세형평위원이 1위에 올랐다. 스틸 후보는 46.6%의 득표율로 2위 앨런 만수르 후보(23.5%)를 크게 앞질러 본선에서도 당선이 유력하다. 인구가 300여만 명인 오렌지카운티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부유한 광역자치단체이며 어바인, 풀러턴, 부에나파크, 가든그로브 시에 한인이 많이 살고 있다. 오렌지카운티에서는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 최석호 현 어바인 시장, 밀러 오 부에나파크 시장, 스티브 황보 라팔마 시장 등 한인 지방단체장이 많지만 광역단체장은 스틸 후보가 처음이다.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에 도전한 영 김(김영옥·51) 후보도 제65선거구에서 과반이 넘는 54.7%의 지지를 얻어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재선을 노리는 샤론 커크실바 후보의 득표율 45.3%를 앞지른 김 후보 역시 본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의 보좌관을 23년 동안 지낸 김 후보는 지역 기반이 탄탄하고 공화당 거물급 인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오바마 독트린’ 발표 이후 첫 해외 순방에서 북서대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 선물을 안겼다. 그는 3일 첫 방문국인 폴란드에서 “동유럽에 주둔하는 미군의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 10억 달러 규모의 군비를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늘린 군비는 군사훈련과 공군, 지상군의 인력 교체, 장비 증강 등에 쓰인다. 또 나토 비회원국인 우크라이나, 몰도바, 조지아(옛 그루지야) 등과의 군사 활동을 늘리는 방안도 모색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특히 그는 ‘한 회원국 공격은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명시한 나토 헌장 5장을 거론하며 “미국은 나토 회원국을 보호할 비상계획을 매년 보완해왔고 이는 실제 행동이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폴란드의 첫 민주선거 25주년 기념식 참석차 폴란드를 방문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자와 만나 “미국은 며칠, 몇 주가 아니라 수년간 우크라이나 국민 편에 서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지지를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포로셴코 당선자는 우크라이나 정국 안정과 경제 부양 방안 등도 논의했다. 미국의 군비 증액 약속으로 유럽의 안보 불안감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바마 독트린에서 미국의 핵심 이익이 침해받지 않는다면 다자주의 틀 안에서 우방 간 협력 메커니즘을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도 역할 분담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나토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국방장관 회의를 열어 “회원국에 물자와 장비를 사전 배치하고 군사력을 강화해 나토군의 대응 속도를 높이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군비 증액 약속이 의회 동의가 필요한 만큼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 ‘미군포로 석방’ 정치쟁점화 ▼탈영병 논란 중간선거 이슈로… 의회 청문회-軍 의혹조사 착수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에서 보 버그달 미군 병장의 탈영과 석방을 둘러싼 논란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다. 미 의회는 이 문제에 대해 청문회까지 열기로 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몰아붙이는 양상이다. 버그달 병장 이슈가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행정부에 정치적 부담이 된 것이다. 의회에서는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의원들까지 가세해 “2009년 버그달 병장의 기지 이탈 배경, 포로 맞교환 추진 동기, 의회 통보 절차 위배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은 “백악관은 의회에 통보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버그달 병장의 건강상태가 악화됐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보훈병원 비리 의혹에 이어 버그달 병장 논란을 표적으로 삼아 오바마 행정부의 법적 절차 무시에 대한 정치공세를 강화할 예정이다. 미군 당국도 버그달 병장의 탈영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에 나섰다.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버그달 병장의 탈영 의혹이 사실이라면 외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조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던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탈영이 사실로 확인되면 버그달 병장의 기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BBC 방송은 전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3일 “구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절차를 다소 생략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석방된 탈레반 포로 5명이 다시 테러활동에 가담해 미국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탈레반이 비밀리에 전달한 2개의 비디오를 본 뒤 오바마 대통령이 포로 맞교환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보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앞장섰던 마이클 혼다 하원의원(사진)이 3일 캘리포니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승리했다. 8선에 도전하는 혼다 의원은 캘리포니아 제17선거구 예비선거에서 48%의 득표율로 27%에 그친 인도계 변호사 로 칸나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혼다 의원은 구글 야후 등 실리콘밸리 첨단기업의 후원과 지역구 최대 신문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지지 선언을 등에 업은 칸나 변호사의 강력한 도전을 받았으나 노동계와 여성계, 시민운동계의 폭넓은 고정표를 확보해 승리했다. 미주 한인사회도 각종 후원회를 통해 혼다 의원 당선 운동을 벌여왔다. 워싱턴포스트는 3일 “칸나 변호사는 혼다 의원의 2100만 달러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3700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모금했다”며 “이들의 대결이 워낙 치열해 민주당 의원들이 섣불리 누구 편도 들지 못할 정도”라고 전했다. 혼다 의원이 이번 예비선거에서 칸나 변호사를 누르고 승리했지만 11월 중간선거 본선에서 다시 한번 맞붙어야 한다. 캘리포니아는 독특한 선거 규칙에 따라 예비선거에서 민주 공화 후보 2명씩 맞붙어 상위 2명이 본선에 진출하는데 혼다 의원과 칸나 변호사가 1, 2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1년 전인 지난해 6월 6일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감시 프로그램 ‘프리즘’을 통해 미 국민 수백만 명의 통화 기록 등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해 왔다는 뉴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NSA 내부 기밀문서를 폭로한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사진)은 단번에 세계적 뉴스메이커가 됐다. 특히 NSA가 미 국민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여러 동맹 및 파트너 국가 정상들의 휴대전화까지 도·감청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파문이 커졌다. 독일 브라질 등이 해명을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면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던 미국 외교력은 회복하기 힘든 치명타를 입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으로 구성된 범세계적 도·감청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다섯 개의 눈)’의 실체도 스노든의 폭로로 드러났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도 바뀐 것이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올 1월 통화 기록을 NSA가 아니라 통신회사가 보관하도록 하고 NSA가 테러 용의자의 전화 기록을 수집하려면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보통신업계는 통신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정보의 제한 규정이 애매해 NSA가 데이터를 무차별적으로 모을 수 있는 허점들이 여전하다며 법안을 비판하고 있다. 이 개혁안은 지난달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통과까지는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맹국 정상의 도청 중단도 지시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됐는지 검증된 바는 없다. NSA 도·감청에 적극 가담한 영국은 의회에서 감독위원회를 신설해 정보기관의 업무를 감독하도록 하기는 했지만 제자리를 잡을지는 불투명하다. 독일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앞으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정보를 수집하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는 데 그쳤다. 미국은 최근 중국 장교를 산업스파이 혐의로 기소하고 이에 중국이 NSA가 2009년부터 중국의 인터넷 시스템에 침입했다는 보고서를 내놓는 등 미중 간 사이버 전쟁도 계속되고 있다. 정보 수집 실태를 폭로한 스노든은 홍콩을 거쳐 러시아로 임시 망명해 도망자 신세가 됐다. 그는 최근 NBC 방송과의 모스크바 현지 인터뷰에서 자신은 단순한 정보 분석가가 아니라 미 정부의 해외 스파이로도 훈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명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은 “스노든의 스토리는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라며 그의 삶과 정보 수집 실태를 폭로하게 된 내막 등을 담은 영화를 제작할 것이라고 2일 밝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에 붙잡혀 있던 유일한 미군 포로인 보 버그달 병장은 지난달 31일 미군 헬기에 오르자마자 종이에 “SF(미군 특수부대)?”라고 썼다. 미군들이 웃으며 “그렇다. 오랫동안 당신을 찾고 있었다”고 답하자 그때까지 5년간의 감금 생활을 끝낸 그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의 석방이 확인되자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서는 탈레반 최고위급 간부 5명이 카타르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직도 아프간에서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탈레반 간에 이례적인 포로 맞교환이 성사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버그달 병장은 현재 미군 특수부대의 보호 아래 있다”며 “전장에 어떤 병사도 남겨두고 나오지 않겠다는 미국의 변치 않는 의무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버그달 병장은 아프간 미군 기지를 스스로 탈영했다는 논란이 있었음에도 미군 당국이 끝까지 책임지고 귀환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31일 전했다. 버그달 병장은 2009년 아프간 전장에 투입된 뒤 곧바로 기지를 벗어났다가 실종됐다. 탈레반은 그의 동영상을 수차례 공개하며 미국과의 협상 의도를 내비쳤다. 그는 미국이 2001년 아프간을 침공한 뒤 현재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미군 포로였다. 미국은 2010년 후반부터 카타르의 중재 아래 협상에 나섰다. 미국은 당초 탈레반 죄수 5명을 순차적으로 풀어줄 예정이었으나 아프간전 종전이 임박해지면서 탈레반 요구를 수용해 한꺼번에 석방했다. 이번에 석방된 탈레반 수감자는 정보차관을 지낸 압둘 하크 와시크, 육군 최고사령관 출신 무함마드 파즐, 아프간 북부지역 두 곳에서 주지사를 지낸 물라 누룰라 누리, 내무장관 등으로 재직한 카이룰라 카이르콰 등 최고위급 간부들이다. 포로 맞교환이 성사되면서 그동안 답보 상태였던 아프간 평화협상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죄수 문제가 지금까지 협상 개시의 걸림돌이었기 때문에 이번 맞교환이 협상 재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탈레반은 지난해 카타르에 정치사무소를 설립하고 간간이 비밀접촉을 했지만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반대 등으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 카타르 정부가 중재자로 나선 만큼 정치사무소를 중심으로 평화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 공화당은 전격적인 포로 맞교환이 법률을 어긴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관타나모 죄수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때는 30일 전에 의회에 알리도록 한 법률을 어겼다는 것이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포로 맞교환 직전에 의회에 통보했다. 또 테러집단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깨졌기 때문에 전 세계의 미군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일본이 북한과의 교섭 과정이나 합의 내용에서 북핵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채 대북 제재 해제를 약속한 것에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불쾌해하고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30일 북한과 일본의 국장급 회담 합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공식적으로 한국은 “한미일 모두 국제적 공조가 지속돼야 한다는 공동 인식의 맥락에서 북-일 협의를 지켜보겠다”고 했고, 미국은 “일본의 투명한 납치 문제 해결 노력을 지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북핵 공조에 미칠 부정적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해 사전에 한국, 미국과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일 국장급 회담에서 합의가 도출됐지만 북-일 양측 지도자의 재가를 받고 발표 직전에서야 한미에 합의문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중국도 북한으로부터 사전 연락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일 양측이 대화를 통해 서로의 관심과 우려를 해결하며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지역의 평화 안정에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지만 속내는 꽤 복잡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일본이 과거사, 영토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일본과 전격 합의한 것은 중국으로서는 당혹스러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29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과 일본의 납북 피해자 재조사 합의는) 북한 핵문제와 조화를 이루도록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미 하원이 29일 대북제재강화법안을 의결하는 등 독자적인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한미일 북핵 공조를 이완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이번 조치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활용될 현금 흐름을 차단하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3월 말 드레스덴 대북 3대 제안이 북한의 극렬한 반발로 표류하는 상황에서 북-일 합의가 새로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하고 있다. 북-일 합의로 인해 북한을 남북대화로 유인할 동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일 합의는 평양선언 이행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평양선언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일 국교 정상화 의지를 담은 선언이다. 납치자 문제가 잘 해결될 경우 평양선언이 언급한 대로 ‘북한이 일제강점기 피해에 대한 대일 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일본의 대규모 경제지원을 받는’ 형태로 국교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워싱턴=정미경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국이 주한미군에 고고도(高高度)미사일방어(THAAD)체계의 배치를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에 대해 국방부의 반응은 애매모호했다. 한 관계자는 29일 “한미 군 당국 간 협의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다”면서도 “주한미군에 THAAD가 배치되면 대북 미사일 방어태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THAAD의 군사적 효용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정치적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제임스 윈펠드 미국 합참차장은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 연설에서 “미국 본토를 잠재적 위협에서 보호하기 위해 세계 어느 곳에라도 미국 미사일방어(MD)를 긴급하게 추가 배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괌에 배치한 MD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곳에도 추가 배치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윈펠드 차장은 추가 배치 검토 장소를 한국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미 국방부가 MD 시스템의 핵심인 THAAD의 한국 배치를 검토 중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직후 나온 발언이다. THAAD는 북한의 스커드(단거리)와 노동(준중거리) 미사일을 지상 40∼150km 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다. 주한미군이 현재 보유한 패트리엇(PAC-3) 미사일은 요격 고도가 최대 30km에 불과하다. PAC-3보다 요격 고도가 높은 THAAD는 주한미군 기지를 겨냥한 북한 미사일 공격을 더 빨리 포착해 제거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 4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THAAD 1개 포대를 괌에 긴급 배치한 바 있다. THAAD 1개 포대는 6기의 미사일 발사대와 48발의 미사일로 구성된다. 군 일각에선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가 구축될 2020년대 초까지 북한 핵 미사일 도발에 대한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도 THAAD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THAAD의 한국 배치는 MD 체계의 편입 수순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THAAD는 SM-3 미사일,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과 함께 미국 MD 체계의 핵심 요격무기이다. 지난해 10월 한국군의 THAAD의 도입 검토설이 제기되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검토한 바도 없고 고려한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은 29일 “한중관계 훼손”을 거론하며 미국의 한국 ‘THAAD’ 배치를 강한 톤으로 반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국이 지역의 가장 큰 경제체(중국)의 반대를 무시하고 MD 네트워크에 유혹돼 넘어간다면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키게 될 것”이라는 논평 기사를 실었다. 통신은 “서울이 미국의 요구에 화답해 마차에 올라타기로 결정하면 한국과 지역 전체에 불행한 소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북핵 위협에 맞서 한국의 MD 능력 강화와 한미일 MD 협력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면서 한국의 딜레마는 더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보훈병원이 예약 환자가 밀려 있는 데도 대기시간이 짧은 것처럼 조작한 ‘비밀 대기자 명단’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훈부 자체 조사 결과 드러났다. 보훈부 감사관은 28일 발표한 애리조나 주 피닉스 보훈병원 비리 실태 중간 보고서에서 “병원 측에서 예약 환자들이 보훈부의 목표 대기시간보다 더 많이 기다려야 하는 ‘비공식 대기자 명단’을 비밀리에 관리해오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비공식 대기자 명단 조작은 피닉스 병원뿐만 아니라 미 전역의 보훈병원에서 작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기시간을 조작한 비밀 대기자 명단은 최근 보훈병원 운영 비리 의혹의 핵심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보고서는 “퇴역군인이 보훈병원에서 초진을 받으려면 평균 115일을 기다려야 한다”며 “이는 보훈부가 목표로 제시한 30일 이내 진료보다 4배 가까이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피닉스 보훈병원에 예약을 한 퇴역군인 226명을 조사한 결과 84%가 진료를 받기 위해 2주 이상 대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당초 병원 측이 2주 이상 대기자가 50% 미만이라고 주장한 것보다 훨씬 많다. 보훈병원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에릭 신세키 보훈장관에 대한 사임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보고서가 공개되자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공화당 중진 의원들은 신세키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민주당에서도 이날 6명의 상하원 의원이 사퇴 요구에 가세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안전을 강조하는 미국도 요양병원(Nursing Home) 화재로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아픔을 겪었다. 미 연방정부와 소방당국은 이 사고의 철저한 원인 조사와 대비책을 마련하면서 10여 년간 유사 사고를 막는 미 소방사(史)의 분기점이 되었다. 뉴욕 시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코네티컷 주 하트퍼드 그린우드 요양원에서 2003년 2월 26일 불이 나 16명이 숨지고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거동이 불편한 치매환자 등 146명이 거주하는 이곳의 화재는 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원인은 한 환자가 라이터를 켰다가 침대 시트에 붙은 불이 급속도로 번진 탓이었다. 이례적으로 미 연방정부 감사국(GAO)은 그해 이 사건에 대한 ‘요양원 화재 안전시스템’ 특별보고서를 냈다. 요양병원에 대해 ‘자동 스프링클러’ 설치를 미뤄줬던 소방법의 개정을 권고했다. 또 국립화재방재협회(NFPA)와 함께 요양시설, 대규모 회의장, 종교시설, 기숙사 등 많은 인원이 모여 있는 곳에 대한 강력한 화재 안전기준을 미 정부에 요구했다. 그 결과 요양병원에는 연기만 나도 물이 뿜어져 나오는 자동 스프링클러가 의무적으로 설치됐다.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특히 불이 났을 때 대피능력이 떨어지는 환자를 수용하는 요양시설에는 83개의 화재 방지 체크리스트를 점검하도록 의무화했다. 노인시설 쇼핑몰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펼쳐지는 상시 훈련도 재앙을 막는 데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 22일 워싱턴 인근의 99가구 거주 노인전용 아파트에 대형 화재가 났으나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이 수습됐다. 이곳 아파트의 직원들은 ‘레이스(RACE)’라는 약자로 통하는 대응수칙을 매뉴얼대로 실천했다. 레이스는 R(Rescue·구조) A(Alert, Alarm·경보) C(Confine, Contain·억제) E(Extinguish, Evacuate·진압 및 대피)로 단계별 대응수칙을 적어놓은 것이다. 특히 각 지역 소방당국은 노인시설 등 의료 지원을 받아야 하는 곳의 직원들에게 별도의 훈련 실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witness@donga.com워싱턴=정미경 특파원}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타바버라에서 20대 대학생이 여성들로부터 무시받는다는 이유로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7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했으며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23일 샌타바버라 경찰에 따르면 엘리엇 로저(22·사진)는 유튜브에 자신의 범행을 예고하는 글과 메시지를 올린 뒤 자신의 아파트에서 남성 3명을 흉기로 찌른 뒤 이날 오후 9시 27분경부터 10분 동안 검은색 BMW를 몰고 다니며 총을 난사했다.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여학생 기숙사 앞에서 2명에게 총을 쏴 살해했으며 제과점에 대고 총을 난사해 1명이 숨졌다. 이후 길거리를 과속으로 달리며 총을 쏴 13명의 행인이 총상을 입거나 차에 부딪혀 부상했다. 이에 앞서 사건 전날 범인이 유튜브에 올린 ‘엘리엇 로저의 응징’이라는 제목의 비디오에는 운전석에 앉아서 7분에 걸쳐 말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로저는 “내일은 응징의 날”이라며 “여자들은 나를 거부했다. 나는 스물두 살인데 아직도 숫총각이고 여자와 키스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발의 여대생들을 죽이고 길거리의 모든 사람을 죽이겠다”는 말도 했다. 그는 자신의 출생과 성장 과정, 범행 사유 등을 적은 140쪽짜리 글도 남겼다. 경찰은 범인의 차 안에서 총탄 400발을 발견했으며 범인이 권총 3정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범인을 3차례 조사한 적이 있다고 공표했다. 특히 경찰은 지난달 30일 범인이 유튜브에 올린 자살과 살인 등에 대한 비디오를 보고 가족들이 신고해 그를 면담했으나 “예의 바르고 친절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아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범인이 경찰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기 구매 신상조사를 통과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범인이 미국 사회의 허점을 그대로 역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범인은 샌타바버라 인근 아일라비스타에 살면서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인 샌타바버라 시립대에 다니고 있었다. 범인이 유튜브에 올린 수십 개의 동영상과 글에 따르면 그는 영국에서 태어나 5세 때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아버지는 인기 영화 ‘헝거게임’의 조감독이자 예술 사진작가인 피터 로저이며 어머니는 말레이시아에 거주했던 중국계 출신이다. 그의 조부는 영국의 사진 전문 통신사 ‘매그넘 포토’를 설립했다. 범인은 유튜브 비디오에서 “나는 패션, 파티, 고급 레스토랑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여자들은 나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범인 가족은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하며 로저가 어릴 적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았으며 심리치료를 받아 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는 심각한 정신 장애를 겪고 있었다”며 “이번 사건은 미리 계획된 대형 살인 범죄”라고 말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언론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여성 후배들을 보면 마음이 뿌듯합니다. 53년에 걸친 내 방송 생활의 유산은 바로 이들입니다.” 미국 유명 여성 앵커 바버라 월터스 씨(85)는 16일(현지 시간) 토크쇼 ‘더 뷰’의 고별 방송을 진행하며 이렇게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이제 보톡스를 맞을 시간이 생겼지만 TV에 더이상 안 나올 텐데 그걸 맞아 뭐 하겠느냐”는 농담도 잊지 않았다. 월터스 씨는 이날 베테랑 진행자답게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깔끔하게 고별 무대를 마무리했다. 미국 방송계에서 그는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녔다. 1974년 여성 최초로 NBC ‘투데이쇼’ 진행자가 됐으며 1976년에는 연봉 100만 달러라는 당시 미국 방송 역사상 최고 보수를 받으며 ABC 저녁 뉴스의 공동 메인 앵커 자리에 올랐다. 그는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지만 방송 경력이 언제나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방송 입문 초기에는 투데이쇼 작가로 활동하며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여성 코너’를 10여 년간 진행했다. 미인도 아닌 외모에 영어 ‘R’ 발음을 잘 못해 “비디오 오디오에서 모두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는 오랜 무명 시절과 약점을 극복하며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탁월한 인터뷰 진행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인터뷰를 성사시키는 데 필요한 광범위한 인맥과 상대방으로부터 진솔한 답변을 이끌어내는 능력에서 그를 따라올 만한 사람이 없다. 그는 명사 인터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지금도 미 방송 앵커의 능력은 얼마나 유명인 인터뷰를 잘 따내느냐에 좌우된다. 월터스 씨는 리처드 닉슨 이후 미국 모든 대통령과 그 부인을 인터뷰했다. 그가 성사시킨 인터뷰는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공동 인터뷰), 무하마드 리자 팔레비 이란 국왕(이상 1977년), 장쩌민 중국 공산당 총서기(1990년), 모니카 르윈스키(1999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2001년), 오프라 윈프리(2010년)와의 인터뷰가 7대 인터뷰로 꼽힌다. 그는 총을 찬 카스트로 의장과 일주일 동안 함께 지프 트럭을 타고 쿠바 전역을 돌며 인터뷰를 했다. 그 때문에 염문설이 나기도 했다.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별것 아니다”라고 무시하는 장 총서기에게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이 별것 아니면 당신에게는 무엇이 별것이냐”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져 장 서기의 안색이 변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그는 인터뷰 비결에 대해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정해진 질문에 얽매이지 말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조언한다. 브로드웨이와 라스베이거스 쇼 제작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 유명인에 대한 신비감이 없었고 정신지체자였던 언니와 살며 말하기보다 듣는 법을 배웠다고 2008년 자서전 ‘내 인생의 오디션’에서 밝혔다. 월터스 씨는 고별 방송에서 “굿바이보다 ‘아 비앵토’(‘또 봅시다’를 뜻하는 프랑스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더 뷰’의 제작자 활동은 계속하지만 방송 진행은 은퇴한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인은 그가 다시 마이크를 잡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세계 최강국 대통령 앞에서도 결코 기죽지 않는다.’ 12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78)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유명한 무히카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의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노타이 차림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미국은 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채택해야 한다. 독일의 효율성을 배워야 한다”며 훈수를 뒀다. 무히카 대통령은 대통령궁이 아니라 시골에서 부인과 살며 월급의 90%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월 130만 원 정도만 쓰며 생활한다. 국민과 길거리에서 얘기를 나누고 자신이 만든 팸플릿을 나눠주기도 한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우루과이가 영어를 배워야 하듯이 미국은 스페인어를 배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미국 학자들을 우루과이로 보내 달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당장 1만 명의 학자를 보내주기로 했다. 미국은 독일의 효율성을 배워야 한다”고 가르치기도 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 애연가였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전 세계적으로 담배와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우루과이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 6명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무히카 대통령은 이런 외교 이슈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미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만난 국가 정상 중 가장 대통령스럽지 않은 대통령”이라며 “정상회담 관례에서 벗어난 신선한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USA투데이는 “무히카 대통령의 좌충우돌식 발언이 매우 낯설기는 하지만 사실 모두 맞는 얘기”라고 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무히카 대통령이 말하는 동안 계속 미소를 지으며 지켜봤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삼성은 시스템으로 움직여 온 회사다. 특별히 달라지거나 우려할 만한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비서실 역할을 해온 그룹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최고 경영진들은 12일 평소보다 긴장도가 높은 상태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었다. 삼성은 ‘비상경영’ 같은 특별 상황을 선언하지도 않았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실적이 떨어지고, 올해 상반기 경기 전망이 부정적으로 나오자 곧바로 ‘위기경영’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준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전무)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별도의 경영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평소 해오던 대로 경영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도 모두 평소처럼 서울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근무했고 매주 월요일 열리는 팀별 주간회의도 그대로 진행됐다. 삼성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수요사장단 회의’도 이전과 같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오전에 이 회장이 입원해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들른 뒤 다시 회사로 나가 임원들과 점심 식사를 했고 업무도 평소처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총수의 건강 악화 속에서도 삼성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건 체계적인 경영 구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회장이 큰 비전을 제시하며 메시지를 던지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이 부회장이 만들어 왔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호’란 거대한 배의 방향은 이 회장이 판단하지만 배가 움직이는 데 필요한 크고 작은 작업들은 이 부회장이 직접 담당해 왔다는 것이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해외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주요 시장과 제품 전략,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 같은 삼성의 주요 이슈들을 모두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도 이 회장의 ‘공백’이 삼성의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확률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 시간) “이 회장이 삼성 경영에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의 병세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의 와병과 사망 때만큼 삼성 경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NYT는 “애플이 잡스라는 1인의 비전에 의지한 회사인 것과는 달리 삼성은 회사의 각 부문을 담당하는 수많은 경영진이 포진한 거대하고 복잡한 조직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월가의 통신담당 애널리스트인 채턴 샤르마 씨는 “이 회장은 삼성 왕국을 건설했지만 애플의 잡스처럼 삼성이라는 글로벌 브랜드와 동일시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워싱턴=정미경 특파원}

미국의 대표적 북한 인권운동가로 연방 하원의원에 출사표를 낸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사진)가 10일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했다. 숄티 대표는 이날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웨스트 스프링필드 고교에서 치러진 공화당 경선에서 경쟁자인 제럴드 게디스와 마이크 리첼먼 후보를 누르고 68%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숄티 대표는 올 11월 미국 중간선거 본선에서 4선에 도전하는 현역 의원인 민주당의 제리 코널리 후보와 맞서게 됐다. 숄티 대표의 선거구는 페어팩스, 프린스조지 카운티 등 한인 유권자가 20% 이상 차지하는 지역이다. 그는 한인 유권자를 대상으로 의회에서 북한 인권 활동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보수 기독교적 성향이 강해 ‘바이블 벨트’로 불리는 미국 남부지역 가운데 처음으로 아칸소 주가 10일 동성 결혼을 허가했다. 이날 아칸소 주 서북부 캐럴 카운티에서는 15건의 동성 혼인신고를 허가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는 전날 아칸소 주 풀러스키 카운티 순회법원의 크리스 피아자 판사가 “1997년 제정된 아칸소 주의 동성 결혼 금지법은 평등권을 축소해 미국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뒤 곧바로 이뤄진 조치다. 판결 다음 날인 10일 오전 2시에 캐럴 카운티 법원에 도착한 레즈비언 커플 제니퍼 램보와 크리스틴 시턴이 동성 결혼 허가를 받았으며 이어 14쌍이 정식 부부로 공인됐다. 아칸소 주 검찰은 피아자 판사의 판결에 불복해 주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17개 주와 특별행정구역인 워싱턴DC가 법적으로 동성 결혼을 인정하고 나머지 33개 주는 이를 금지하고 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발생했지만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의 주가는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오너 리스크’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은 것이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97% 상승한 138만8000원에 마감됐다.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있는 삼성생명(4.04%) 삼성물산(2.71%) 등도 주가가 올랐다.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2.69%)와 차녀 이서현 사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제일기획(3.93%)도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이 없는 계열사의 주가는 1∼2% 하락했다. 이날 기관은 1110억 원, 외국인은 9억 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오늘 기관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였다”면서 “이 회장의 건강이 나빠짐에 따라 계열사 재편 및 지분정리 작업 속도가 빨라지고 이 과정에서 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본 기관이 많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삼성이 이 회장 개인에게 크게 의존하기보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회사라는 점도 감안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주가가 최고경영자(CEO)의 경영능력이나 이미지에 좌우되는 ‘CEO 주가’ 효과가 삼성 계열사들에는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과거에 이 회장의 건강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삼성 계열사 주가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이 회장이 입원했던 2008년 1월 초와 2009년 3월에 삼성전자 주가는 소폭 오른 바 있다. 이는 스티브 잡스라는 개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던 미국 애플과 대비된다. 애플은 2011년 10월 잡스가 사망할 때까지 건강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5∼6%씩 급락한 바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는 실적에 따라 좌우되는데 삼성은 CEO의 경영 공백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이 크게 악화될 경우 지금까지와 달리 주가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수정 crystal@donga.com·정지영 기자}

10일 오전 7시 미국 뉴욕에서는 9·11테러 희생자 중에서 아직 신원 확인이 안 된 1115명의 유해 7930점을 뉴욕 검시소에서 9·11 추모박물관으로 옮기는 이관식이 열렸다. 유해가 담긴 3개의 관을 실은 뉴욕 경찰, 소방서, 항만청 소속 트럭 3대가 지나가는 길에는 소방수, 경찰, 일반 시민들이 도열해 거수경례를 했다. 9·11테러 발생 13년이 지난 뒤에도 희생자 신원 확인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뉴욕 맨해튼 검시소는 이날 9·11 추모박물관에 유해가 안치된 뒤에도 신원 확인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원 확인을 담당하는 연구팀에는 올해 23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미 정부는 2001년부터 매년 수십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랑하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희생자 가족의 염원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마크 디자이어 뉴욕 검시소 수석 검시관은 “유해를 가족에게 돌려주기 위한 우리의 헌신은 2001년에 그랬듯이 오늘날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해의 대부분은 작은 뼛조각들로 진공 비닐 속에 밀봉돼 있다. 그동안 검시관들은 뼛조각에서 채취한 DNA를 유족에게서 넘겨받은 고인의 칫솔 빗 옷 등에서 추출한 DNA와 대조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불 햇빛 세균 등으로 유해가 변질돼 DNA 흔적을 아예 찾기 어려운 사례가 많아 신원 확인이 쉽지 않았다. 첨단 기법이 계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신원 확인 작업은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뉴욕타임스는 10일 전했다. 일부 유가족은 유해를 관광객이 방문하는 박물관에 안치한다는 점과 이전 계획을 사전에 유가족과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이에 대해 박물관 측은 유해 보관실은 전시실과 떨어진 지하 21m 지점에 있으며 유해에는 유족과 검시관만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이달 15일 추모 박물관 헌정식에 참석한다. 이후 6일간의 헌정 기간에는 희생자 가족과 구조대원들에게 박물관을 먼저 방문할 기회를 준다. 일반인이 참석하는 박물관 개관식은 21일 열린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간사인 로레타 산체스 의원(민주·캘리포니아·사진)은 7일(현지 시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의 아시아재균형 정책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체스 의원은 이날 2015년도 국방수권법안을 심의하는 군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20만 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으며 대부분 한국인이었다”고 역사적 사실을 거론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미국의 아시아재균형 전략과 불가분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 방문 때 ‘일본군 위안부는 지독하고 끔찍한 인권침해’라고 발언한 것도 아시아재균형 전략과 한미일 협력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측 인사들이 ‘위안부가 필요했다’ ‘위안부는 강제 연행되지 않았다’ 등의 발언을 하거나 피해자들을 ‘창녀’라고 부르는 것은 3국 간 협력을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방해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은 미 의회 중진급 하원의원이 한미일 공조 균열의 1차적 책임을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오바마 행정부에 한일 과거사 갈등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산체스 의원은 9선 의원으로 미 의회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코커스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산체스 의원의 발언은 미 의회방송인 C-SPAN으로 생중계됐다. 그는 끝으로 “과거사 갈등은 궁극적으로 한미일 삼각관계와 군사협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미국이 아태 지역을 향한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려면 위안부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산체스 의원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은) 누구의 편을 들려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원칙을 세우려는 것”이라며 발언을 마쳤다. 워싱턴 소식통은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는 발언을 의회 공식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 의회와 정치권의 인식 확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정부는 8일(현지 시간)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일어날 한반도 불안정을 우려하고 있으며 한국 등과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의 도발적이고 위기를 조장하는 조치들이 몰고 올 한반도 불안정에 대한 한국의 우려에 공감한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은 한국 측과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분명히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북한은 추가적인 도발 행위를 삼가야 한다”며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프 부대변인은 최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오바마 대통령을 ‘잡종(crossbreed)’, ‘광대’, ‘사악한 검은 원숭이’ 등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비하한 데 대해 “역겹다. 주민들이 굶어죽고 있으며 외부 세계와 차단된 나라의 지도자가 그런 말을 사용해 미국을 비난한 것은 불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