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반도체 배터리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정부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백악관은 8일(현지 시간) 미국의 공급망 회복 등에 관한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한 뒤 주요 부처 장관을 일제히 불러 모아 이 문제를 놓고 회의를 열었다. 최근의 반도체 부족 사태를 미국이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백악관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는 반도체와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제약 등 4개 핵심 분야에서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들이 담겼다. 또 글로벌 공급망에서 세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민간 부문 및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이 많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핵심 동맹국 중 하나인 한국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커질 수 있다. 보고서에는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상이 참석하는 글로벌 포럼을 열자는 제안도 들어 있다. 보고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공급망 회복력에 관한 ‘글로벌 포럼’을 열어야 한다”면서 핵심 동맹국들의 정부 인사와 민간의 이해당사자를 이 회의에 초청할 것을 권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월에 반도체 공급망을 주제로 삼성전자 등 각국의 반도체 제조 및 수요 기업들을 불러 화상회의를 직접 연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 문제를 챙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피터 해럴 백악관 국제경제·경쟁력 담당 선임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포럼과 관련해 ‘국가 정상급 레벨’의 모임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럼이 성사되면 반도체 생산국인 한국도 당연히 초청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250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한국’이 74차례나 등장하고 ‘삼성’ 35차례를 포함해 LG 등 한국 기업 이름도 50번이 넘게 나온다. 한국 기업이 반도체 공급망을 어떻게 구축했는지, 또 미국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등을 언급한 것으로, 미국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할 파트너로서 한국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보고서엔 삼성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정별 점유율을 비롯해 한국에 대한 언급이 잦다”며 “미국 정부가 해외 기업들과 민관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을 감안할 때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은 핵심 동맹국이 많이 모여 있는 유럽과는 이미 반도체 공조에 들어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달 15일 열리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의 합의문 초안을 인용해 “미국과 EU가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8일 보고서 발표 후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을 비롯해 내무부 농무부 교통부 에너지부 국토안보부 장관과 무역대표부 식품의약국(FDA)의 수장들을 한꺼번에 백악관으로 불러 미국의 공급망 확보 계획을 주제로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을 포함해 국방부와 재무부 부장관도 참여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별도로 낸 성명에서 “우리는 정부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민간 부문이 이 위기에 대응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민간 기업뿐 아니라 동맹국들의 참여도 요청했다. 백악관은 보고서에서 “미국 혼자서는 공급망의 취약성에 대처할 수 없다”며 “국내 생산 능력을 늘리는 투자를 하는 와중에도 우리가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는 필수 품목의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동맹국들과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하는 반(反)중국 협의체인 쿼드(Quad)와 주요 7개국(G7)을 협력 대상으로 거론했다. 최대 경쟁자인 중국을 겨냥해서는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하는 ‘무역 기동타격대’를 설치하고 핵심 자원의 중국 의존도는 계속 줄여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서동일 기자}

반도체, 배터리 등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정부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백악관은 8일(현지 시간) 미국의 공급망 회복력 구축 등에 관한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한 뒤, 주요 부처 장관을 일제히 불러 모아 이 문제를 놓고 회의를 열었다. 최근의 반도체 부족 사태를 미국이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백악관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는 반도체와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제약 등 4개 핵심 분야에서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들이 담겼다. 또 글로벌 공급망에서 세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민간 부문 및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들이 많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핵심 동맹국 중 하나인 한국의 역할에 대해 거는 기대가 커질 수 있다. 보고서에는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 정상이 참석하는 글로벌 포럼을 열자는 제안도 들어있다. 보고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공급망 회복력에 관한 ‘글로벌 포럼’을 열어야 한다”면서 핵심 동맹국들의 정부 인사와 민간의 이해 당사자를 이 회의에 초청할 것을 권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월에 반도체 공급망을 주제로 삼성전자 등 각국의 반도체 제조 및 수요기업들을 불러 화상회의를 직접 연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 문제를 챙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피터 해럴 백악관 국제경제·경쟁력 담당 선임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포럼과 관련해 ‘국가 정상급 레벨’의 모임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럼이 성사되면 반도체 생산국인 한국도 당연히 초청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250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한국’이 74차례나 등장하고 ‘삼성’, ‘SK’ 등 한국 기업 이름도 여러 차례 나온다. 한국 기업이 반도체 공급망을 어떻게 구축했는지, 또 미국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등을 언급한 것으로, 미국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한국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핵심 동맹국이 많이 모여 있는 유럽과는 이미 반도체 공조에 들어갔다. 블룸버그는 이달 15일 열리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의 합의문 초안을 인용해 “미국과 EU가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제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8일 보고서 발표 후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을 비롯해, 내무부 농무부 교통부 에너지부 국토안보부 장관과 무역대표부 식품의약국(FDA)의 수장들을 한꺼번에 백악관으로 불러 미국의 공급망 확보 계획을 주제로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을 포함해 국방부와 재무부 부장관도 참여했다. 사실상 전 부처가 힘을 모아 반도체 등 핵심 산업 부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들은 공급망 강화를 위해 정부 내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산업계 노동계 환경단체 등 이해 당사자들과 협력하자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민간 기업들도 공급망 강화에 동참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날 별도로 낸 성명에서 “우리는 정부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민간 부문이 이 위기에 대응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미라 파질리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부국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공급망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취약성에 대처하려면 민간 영역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백악관은 민간 기업 뿐 아니라 해외 동맹국들의 참여도 요청했다. 백악관은 보고서에서 “미국 혼자서는 공급망의 취약성에 대처할 수 없다”며 “국내 생산능력을 늘리는 투자를 하는 와중에도 우리가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는 필수 품목의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동맹국들과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하는 반(反)중국 협의체인 쿼드(Quad)와 주요7개국(G7)을 협력 대상으로 거론했다. 최대 경쟁자인 중국을 겨냥해서는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하는 ‘무역 기동타격대’를 설치하고, 핵심 자원의 중국 의존도는 계속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 분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새로 발표했다. 또 ‘무역 기동타격대(trade strike force)’를 행정부 내에 설치해 중국 등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맞서 싸우기로 했다. 미 백악관은 8일(현지 시간) “단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공급망의 교란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설립하기로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주요 산업이 위기를 겪자 공급망을 100일간 평가하고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상무부가 주도하고 교통부 농무부 등이 참여하는 ‘공급망 교란 TF’는 반도체, 건설, 운송 등 산업 현장 분야의 수요공급 불일치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다. 바이든 행정부는 산업계, 동맹국들과 함께 반도체 부족에 대응해 나가자는 계획도 내놨다. 특히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때 170억 달러 이상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한국 기업들을 언급하면서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무역대표부를 중심으로 ‘무역 기동타격대’를 만들어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맞서 여러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기동타격대는 이 과정에서 기존 동맹국들과 맺었던 무역협정을 활용하기로 해 향후 한국 등에 참여를 요청할 여지를 남겼다. 250쪽 보고서엔 한국 대만 등이 반도체 공급망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담겼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8년 만에 알츠하이머병 신약을 승인했다. 노인성 치매의 약 70%는 알츠하이머병에서 비롯되는 만큼 치매 환자들에게 희소식이다. 다만 이 약의 효과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있는 데다 약값이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해 알츠하이머병 퇴치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FDA는 7일(현지 시간)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애드유헬름(Aduhelm)’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2003년 이후 18년 만에 나온 이 신약을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4주에 한 번씩 주사로 맞아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치료제는 치매 증상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이 약은 병을 치료하는 용도로 개발된 첫 신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하지만 신약도 병세를 완전히 되돌리지는 못한다. 약값은 1년에 5만6000달러(약 6240만 원)가량 될 것이라고 바이오젠 측이 이날 밝혔다. FDA는 이날 이 약의 사용을 승인하면서 효능을 더 확인하기 위해 제약사가 추가 임상시험을 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달았다. 이런 단서 조항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FDA의 이번 승인이 앞으로 신약에 대한 기준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지난달 미국 최대 송유관 회사가 러시아 해커 집단에 ‘몸값’으로 지불했던 비트코인의 상당 부분이 되돌아왔다. 미국연방수사국(FBI)이 해커의 계좌를 합법적으로 해킹해서 뜯긴 비트코인을 회수해 온 것이다. 미국에서도 사실상 처음 있는 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7일 송유관 회사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러시아 해커 집단 ‘다크사이드’에 내준 75비트코인 중 63.7비트코인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회수액의 가치는 콜로니얼이 당초 지불했던 440만 달러(약 49억 원)의 절반 수준인 230만 달러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데 따른 것이다. 리사 모나코 법무부 부장관은 이날 성명과 회견에서 “오늘 법무부는 콜로니얼이 다크사이드에 지불한 돈의 절반 이상을 다시 찾아왔다”며 “미국은 범죄 집단들이 이런 사이버 공격을 할 때 큰 대가를 받게 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런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랜섬웨어의 전체 생태계를 계속 겨냥하겠다”며 “FBI의 수사망을 벗어나 불법 자금을 은닉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7일 콜로니얼은 해커들의 랜섬웨어 공격으로 송유관 가동을 중지했다. 이 때문에 미 남부와 동부 지역 석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주유소마다 긴 줄이 늘어서고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당시 콜로니얼 측이 송유관 가동을 위해 해커 집단에 몸값을 지급하자 “범죄 집단과 타협한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콜로니얼 최고경영자(CEO)인 조지프 블런트는 “나라를 위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콜로니얼은 이 돈을 나중에 되찾기 위해 처음부터 미 당국과 함께 주도면밀하게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콜로니얼은 해커들에게 몸값을 지불하기 전에 FBI와 검찰 등에 연락해 지불한 비트코인을 향후 추적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지침을 받았다. 이를 통해 FBI는 다크사이드가 몸값을 받기 위해 사용하는 가상화폐 계좌(전자지갑)를 특정했고, 법원의 영장을 받아 그 계좌에 있는 돈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가상화폐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해킹에서는 다크사이드에서 랜섬웨어를 제공받아 해킹을 실행하는 연계조직이 몸값의 85%를 갖고 가기로 했는데 이번에 회수된 63.7비트코인이 연계조직의 몫이었다”고 보도했다. 모나코 부장관은 이날 “이 사건을 빠르게 FBI에 신고해준 콜로니얼 측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기술을 동원해 기업을 인질로 잡는 것은 분명 21세기의 도전 과제지만 ‘돈을 쫓으라’는 옛날 격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사이버 공격을 받은 기업이 돈을 되찾아 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드문 일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에선 기업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종종 발생하면서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말에도 러시아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 집단이 세계 최대 육류가공업체 JBS SA의 미국 자회사를 공격해 일부 공장이 문을 닫고 육류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잇단 사이버 공격들을 언급하며 “이것이 현실이고 앞으로 공격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6일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면 정상회담에서 해킹 문제를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룰 방침이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지난달 미국 최대 송유관 회사가 러시아 해커 집단에게 ‘몸값’으로 지불했던 비트코인의 상당 부분이 다시 되돌아왔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해커의 계좌를 합법적으로 해킹해서 뜯긴 비트코인을 다시 회수해온 것이다. 미국에서도 사실상 처음 있는 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7일 송유관 회사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러시아 출신 해킹 집단 ‘다크사이드’에 내준 75비트코인 중 63.7비트코인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회수액의 가치는 콜로니얼이 당초 지불했던 440만 달러(약 49억 원)의 절반 수준인 230만 달러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데 따른 것이다. 리사 모나코 법무부 부장관은 이날 성명과 회견에서 “오늘 법무부는 콜로니얼이 다크사이드에게 지불한 돈의 절반 이상을 다시 찾아왔다”며 “미국은 범죄 집단들이 이런 사이버 공격을 할 때 큰 대가를 받게 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런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랜섬웨어의 전체 생태계를 계속 겨냥하겠다”며 “FBI의 수사망을 벗어나 불법 자금을 은닉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7일 콜로니얼은 해커들의 랜섬웨어 공격으로 송유관 가동을 중지했다. 이 때문에 미 남부와 동부 지역 석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주유소마다 긴 줄이 늘어서고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당시 콜로니얼 측이 송유관 가동을 위해 해커 집단에게 몸값을 지급하자 “범죄 집단과 타협한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콜로니얼 최고경영자(CEO)인 조지프 블런트는 “나라를 위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콜로니얼은 이 돈을 나중에 되찾기 위해 처음부터 미 당국과 함께 주도면밀하게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콜로니얼은 해커들에게 몸값을 지불하기 전에 FBI와 검찰 등에 연락해 지불한 비트코인을 향후 추적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지침을 받았다. 이를 통해 FBI는 다크사이드가 몸값을 받기 위해 사용하는 가상화폐 계좌(전자지갑)를 특정했고, 법원의 영장을 받아 그 계좌에 있는 돈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가상화폐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해킹에서는 다크사이드에서 랜섬웨어를 제공받아 해킹을 실행하는 연계조직이 몸값의 85%를 갖고 가기로 했는데 이번에 회수된 63.7비트코인이 연계조직의 몫이었다”고 보도했다. 모나코 부장관은 이날 “이 사건을 빠르게 FBI에 신고해준 콜로니얼 측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기술을 동원해 기업을 인질로 잡는 것은 분명 21세기의 도전 과제지만 ‘돈을 쫓으라’는 옛날 격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사이버 공격을 받은 기업이 다시 돈을 되찾아 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드문 일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에선 기업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종종 발생하면서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말에도 러시아 출신으로 추정되는 해커 조직이 세계 최대 육류가공업체 JBS SA의 미국 자회사를 공격해 일부 공장이 문을 닫고 육류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잇단 사이버 공격들을 언급하며 “이것이 현실이고 앞으로 공격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16일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면 정상회담에서 해킹 문제를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룰 방침이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보건당국이 18년 만에 알츠하이머병 신약을 승인했다. 노인들에게서 발병하는 치매의 약 70%는 알츠하이머병에서 비롯되는 만큼 치매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다만 이 약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효능에 대한 논란이 남아 있는 데다 연간 약값이 수천 만 원에 달해 알츠하이머병 퇴치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7일(현지 시간) 미 제약사 바이오젠이 일본의 에자이(Eisai) 사와 함께 개발한 신약 ‘애드유헬름(Aduhelm)’을 승인했다. 2003년 이후 18년 만에 나온 이 신약을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4주에 한 번씩 주사로 맞아야 한다. 단일클론 항체 치료제인 이 약은 환자의 머리 속에서 ‘베타-아밀로이드’라고 불리는 단백질 덩어리를 공격해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지금까지 나온 치료제는 단지 치매 증상들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이 약은 병을 본격 치료하는 용도로 개발된 첫 신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물론 이 약도 기존의 다른 약처럼 기억과 사고 등 사람들의 인지적 쇠퇴를 조금씩 늦춰주는 역할을 할 뿐 병세를 완전히 되돌리지는 못한다. 약값은 1년에 5만6000달러(약 6240만 원)가량 될 것이라고 바이오젠 측은 이날 밝혔다. 약값도 비싼 편이지만 이와 별도로 진단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환자들의 부담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약의 효능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당초 바이오젠 측은 이 약 개발을 위해 두 건의 임상실험을 동시에 진행했지만 약의 효과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이자 2019년 임상을 조기에 중단한 바 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회사 측은 용량을 높여서 투여한 결과 약효가 나타났다고 다시 발표했다. 이런 개발 과정을 바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선 약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졌고 결국 지난해 11월 외부 전문가 자문위는 FDA에 이 약의 승인을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FDA는 이날 이 약의 사용을 승인하는 대신, 효능을 더 확인하기 위해 바이오젠으로 하여금 추가 임상 실험을 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달았다. 만약 이 임상에서도 약효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 FDA는 신약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전 세계에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사람은 약 30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숫자는 2050년에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6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57·사진)이 1월 취임 후 처음으로 해외 순방에 나섰다. 목적지는 중남미 과테말라와 멕시코로 두 나라에 대한 외교, 경제, 보건 지원을 통해 미국 남부 국경지대로 몰려드는 불법 이민자를 줄이려는 목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는 과테말라에서만 수십만 회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억 달러 지원 등 선물 보따리를 풀기로 했다. 다만 이 정도로는 이민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부정적 의견이 많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을 완화할 것이란 기대에 불법 이민 행렬이 급증하면서 현재 남부 국경은 아수라장인 상황이다. 어린아이들까지 목숨을 걸고 월경을 감행하자 야당 공화당은 “온정적 이민 정책으로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있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궁지에 몰린 바이든 대통령은 3월 인도계와 자메이카계 혼혈인 해리스 부통령에게 이민 문제를 맡겼다. 그가 일종의 소방수로 투입된 후에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중남미의 반응도 차갑다. 이날 그가 도착한 수도 과테말라시티 공항 앞에서는 시민들이 “카멀라, 당신 일이나 잘해라”, “집으로 돌아가라”고 쓴 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선거개혁 법안 추진도 그에게 맡겼다. 부재자 투표와 사전투표를 확대하고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조정하는 ‘게리맨더링’을 방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상원 100석 중 50석씩 나눠 가지고 있다. 6일 민주당 내 보수성향인 조 맨친 상원의원이 이 법안에 반대한다고 밝혀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최초의 여성 부통령인 그는 2024년 대선의 유력한 민주당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이민과 선거제 개혁이라는 난제를 맡아 고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대통령이 되기 위한 ‘고위험-고보상’ 이력서를 쌓고 있다”고 분석했다. 난제를 해결하면 탄탄대로를 걷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손실이 상당할 것이란 의미다. 최근 그는 한국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메모리얼데이’ 연휴를 앞두고 트위터에 ‘긴 주말을 즐기라’고 썼다가 순국 영웅을 추모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비판을 받았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4조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 정책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금리가 다소 오르더라도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다양한 경로로 긴축 시그널을 시사해온 미 정부가 재차 금리 인상을 옹호하는 신호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옐런 장관은 6일(현지 시간)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를 마친 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금리를 약간 인상하는 환경이 된다면 사회적 관점에서, 또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점에서 볼 때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인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2018년 연준 의장을 지냈다. 옐런 장관은 “우리는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 너무 낮은 금리와 10년 동안 싸워왔다”며 “우리는 정상적인 금리 환경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것이 지금 상황들을 조금이라도 완화해줄 수 있다면 나쁜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는 4.2% 올라 1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그동안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팀 인사들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며 재정지출 계획을 옹호했고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리를 둬 왔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 계획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옐런 장관은 앞서 지난달 한 시사지와의 인터뷰에서도 “경제가 과열되지 않게 하려면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이번에도 금리 인상을 용인하는 발언을 하면서 미 정부가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옐런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1년에 평균 4000억 달러의 재정 지출을 할 예정”이라며 “지나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정도의 규모로 보기 힘들다.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물가 ‘분출’은 내년이면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금리 인상 신호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7일 ‘미국 금리 상승의 경제적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국내 단기 국채 금리도 그만큼 상승하면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의 이자 부담이 연간 220만∼250만 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금 규모도 16억∼18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시장에 금리 인상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준 만큼 하반기(7∼12월)에 한 번 정도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박희창·김자현 기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4조 달러에 달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정책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금리가 다소 오르더라도 이는 미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까지 다양한 경로로 부양기조를 접고 긴축 정책에 돌입할 가능성을 시사해 온 미국 정부가 본격적인 금리 인상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옐런 장관은 6일(현지 시간)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를 마친 뒤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우리가 금리를 약간 인상하는 환경이 된다면 사회적 관점에서, 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관점에서 볼 때 ‘플러스’(이득)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인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2018년 최초의 여성 연준 의장을 역임했다. 옐런 장관은 “우리는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 너무 낮은 금리와 10년 동안 싸워왔다”며 “정상적인 금리 환경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옐런 장관은 또 “이것(정상적 금리 환경으로 복귀)이 지금 상황들을 조금이라도 완화해줄 수 있다면 나쁜 것이 아니다.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까지 올라 1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자 경제학계에서는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 계획이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간 옐런 장관을 비롯한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팀 인사들은 이번 물가 상승이 일시적일 것이라며 정부의 재정지출 계획을 옹호했고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에도 거리를 둬 왔다. 하지만 이날 옐런 장관의 발언은 물가 상승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인정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미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상당기간 동안 제로금리 또는 그에 준하는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해왔다. 다만 옐런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1년에 평균 4000억 달러의 재정 지출을 할 예정”이며 “지나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정도의 규모로 보기 힘들다.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물가 ‘분출’은 내년이면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앞으로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법인세를 적게 걷는 나라에 본사를 두는 식으로 세금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주요국들이 다국적 기업에 세금을 매길 때 본사 소재지뿐 아니라 매출이 발생하는 곳에서도 과세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아직 과세 대상 기업의 구체적인 범위는 나오지 않았지만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한국의 성장기업들도 일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각국의 법인세율 하한선을 15%로 정하자는 데도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4, 5일 영국 런던에서 회담을 갖고 이런 내용에 합의했다. 의장국 영국의 리시 수낵 재무장관은 “수년간 논의 끝에 G7 재무장관들이 글로벌 조세 시스템 개혁을 위한 역사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합의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테크기업들에 대한 일부 과세 권한이 유럽 국가에도 주어진다. 재무장관들은 ‘가장 크고 수익성이 높은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이익률 10% 초과분 중 최소 20%를 해당 매출이 발생한 나라에서 과세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공동선언문에는 대상 기업의 이름이나 구체적인 기준이 명확하게 담기진 않았지만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의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또 이익률이 10%를 넘는 한국 기업들도 일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유력하게 논의돼 왔던 ‘글로벌 연매출 1조 원’ 기준은 이번 합의안에 명시되지 않았다. 과세 대상이 IT 기업 이외로 확대되고 연매출 기준이 1조 원 선으로 정해지면 영업이익률이 10%를 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넥슨 등 게임회사도 과세 대상에 들게 된다. G7은 각국의 법인세율을 15% 아래로 낮추지 못하게 하자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각국의 세수 기반을 늘리고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끝내자는 취지다. 이런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은 팬데믹으로 상당한 재정 타격을 입은 미국과 유럽이 각자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주고받기를 한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유럽에서 많은 수익을 내고도 세금을 내지 않는 점에 오래전부터 문제를 제기해 왔다. 미국은 이에 미온적으로 반응해 왔고,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자국의 기업에 과세하려는 데 맞서 유럽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놔 갈등이 고조됐었다. 미국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한 직후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올해 초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디지털세 과세 대상에 아마존 애플 등 자국 기업들을 포함시키자는 유럽의 주장에 사실상 동의했다. 그 대신 미국은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냈다. 바이든 행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출 계획과 이를 위한 법인세 인상 방침을 뒷받침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법인세 하한선이 정해지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해외로 이전하는 미국 기업들의 실질적인 혜택이 줄어들게 되고 그만큼 법인세 인상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합의는 수십 년간 굳어져 왔던 글로벌 조세 체계를 바꿨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지만 여기에 반대하는 나라를 설득해야 하는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아일랜드 등 법인세율 15% 미만 국가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5%, 최저는 17% 수준으로 G7이 합의한 15%보다 높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세종=송충현 / 곽도영 기자}

토요일인 5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뉴욕 퀸스 잭슨하이츠라는 마을의 한 공원. 한 쪽에서는 라이브 밴드가 팝 음악을 연주했고, 거리의 푸드 트럭들 앞에는 공짜 음식과 아이스크림을 받아가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몰린 이 행사는 뉴욕시 당국이 주최한 ‘유소년 백신 주간’(Youth Vax Week)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백신 접종 파티’. 12~15세의 자녀가 부모를 동반하면, 예약 없이 현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는 행사다. 이날 아버지와 함께 이곳을 방문해 화이자 백신 주사를 맞은 나플 뉴힌 군(13)은 “백신을 맞고 여러 곳을 더 안전하게 다니고 싶어서 왔다”며 “아직 주변에 백신을 맞은 친구가 한두 명 밖에 없는데, 다른 친구들에게 접종을 권하겠다”고 말했다. 12, 14, 17세 남매를 모두 데리고 이곳에 온 중년 여성 엘리자베스는 “아이들을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해주기 위해 백신을 접종시켰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은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각자 학교에서 이번 행사에 대한 공지문을 사전에 받았다. 이곳에는 사람들의 백신 접종을 유도하기 위해 눈길을 끄는 이벤트가 곳곳에 마련돼 있었다. 최근 뉴욕시의 명물이 된 모바일 백신 버스는 물론, 무료 푸드 트럭과 밴드의 라이브 공연 등이 이들을 맞이했다. 행사장 한켠에는 백신을 맞은 가족들을 위한 즉석 사진촬영 코너가 있었고, 그 옆에선 자유의 여신상이 백신을 맞고 팔뚝을 자랑하는 그림이 새겨진 가방을 선물로 나눠줬다. 이곳 담당자는 기자에게 “지금까지 사람들이 받아 간 가방은 수백 개에 이른다”고 했다. 백신을 맞는 절차도 간단했다. 자원봉사를 나온 텐좀 씨는 “필요한 것은 신분증 하나 뿐”이라면서 “오늘만 현재까지 100명 이상이 현장에서 접수하고 백신을 맞았다”고 했다. 뉴욕시 ‘백신 지휘본부’에서 일한다는 알렉산드라 씨는 “10대들을 위해 백신에 대해 알려주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뉴욕시 전역에서 이런 커뮤니티 행사를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미국이 10대 청소년들의 백신 접종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지난달 화이자 백신의 12~15세 접종을 긴급 승인한 미국 보건당국은 올 여름 이들에 대한 접종율을 끌어올려 올 9월 학기부터 ‘100% 등교 수업’ 등 학교의 전면 정상화를 이룬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모더나 역시 12세 이상 임상에서 100%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이달 중 당국에 긴급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15세 이하에 대한 접종이 이처럼 막 시작한 단계인데도 당국이 벌써부터 급하게 시동을 거는 것은 성인에 대한 접종에서 더 이상 속도가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독립기념일(7월 4일)까지 성인의 70%에 최소한 1회 백신을 맞히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현재 접종률은 63% 가량으로 지금의 추세라면 달성이 쉽지 않다. 사실상 어른들 중에서는 백신을 맞고 싶은 사람은 이미 다 맞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성인들의 접종 지체 현상이 어린이나 청소년을 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클리블랜드의 어린이 감염병 전문가인 에이미 에드워즈는 CNN방송에 “사실 모든 어른이 다 접종한다면 아이들은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면서 “그런데 현실에선 성인들 상당수가 백신을 안 맞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취약해질 수 있고 그래서 이들에 대한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진정한 집단면역을 이루기 위해 아이들의 역할이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기존에는 코로나19에 강한 것으로 인식돼 온 미성년자들이 실제로는 바이러스에 상당히 취약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를 보면 올 1분기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한 12~17세 환자 중 3분의 1가량이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고 5%는 인공호흡기가 필요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로셸 월런스키 CDC 국장은 4일 성명에서 “병원에 입원한 유소년 환자의 숫자에 깊이 우려한다”며 “부모와 친지들이 10대들의 예방 접종을 독려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일부 부모들은 반대로 10대 자녀의 접종을 가로막고 있다.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의 폴 오핏 박사는 CBS방송에 “백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부모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큰 장애물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백신 접종자 전용구역으로 갈분은 접종 증명서와 신분증을 보여주세요.” 2일(현지 시간) 저녁 미국 뉴욕에 있는 양키스타디움.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 홈구장인 이곳에서는 경기 시작을 앞두고 구장 직원들이 관중 입장을 안내하고 있었다. 양키스타디움은 약 2주 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만 앉을 수 있는 전용구역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일반석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켜야 해 입장 인원이 크게 제한돼 있지만, 관중이 붙어 앉을 수 있는 전용구역은 판매되는 티켓이 많아 백신만 맞으면 원하는 좌석을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다. 또 백신을 맞은 사람들끼리만 모여 앉기 때문에 감염 위험으로부터도 더 안전하다. 모더나 백신을 2회 맞고 2주 이상 지난 기자도 이날 전용구역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섰다. 스마트폰에서 내려받은 디지털 접종 증명서를 제시하자 직원이 이를 신분증과 대조했다. 그리고 발열 체크까지 한 뒤 경기장에 들어섰다. 기자가 도착한 전용구역은 코로나 사태 이전처럼 수백 명의 관중이 나란히 붙어 앉아 경기를 보고 있었다. 반면 전용구역 바로 옆의 일반석은 일부 좌석을 빼면 사람들이 앉을 수 없도록 테이프가 둘러져 있어 사실상 비어 있다시피 했다. 전용구역에서 기자의 옆자리에 앉은 백인 남성 마이클 보일런 씨는 “모두가 다 백신을 맞았고 게다가 야외 공간”이라며 “서로 가까이 붙더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야구를 볼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용구역에 있던 다른 여성 관중도 “마스크를 벗고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어 오랜만에 응원하는 맛이 나는 것 같다”고 했다. 기자가 있던 전용구역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양키스 구단 공지에 따르면 전용구역 관중은 매점이나 화장실 등에 갈 때를 빼고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최근 뉴욕에서는 야구장, 공연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다중복합시설 운영자 측이 백신 접종자를 우대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는 경기장 입장 시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美 “접종자부터 일상 회복”… 국민 절반 이상 ‘우대 정책’ 옹호 뉴욕, 디지털 접종 증명서 발급… 경기장-공연장서 제시땐 통과엄격한 입장제한에도 관객 꽉차… 비접종자 ‘차별-불이익’ 우려에도‘맞으면 혜택’ 접종 유도 목적도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46.1%)가 백신 접종을 완료한 뉴욕주는 백신 여권 도입에서 다른 주보다 앞서가고 있다. 주 당국은 이미 올 3월부터 디지털 백신 접종 증명서인 ‘엑셀시오 패스(Excelsior Pass)’를 시민에게 발급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개인정보와 백신 접종일자 등을 입력하면 패스가 나온다. 벌써 110만 명 이상이 이 앱을 내려받았다. 양키스타디움에서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할 때도 스마트폰을 들어 이 패스를 보여주기만 하면 됐다. 백신을 맞은 접종소에서 발급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고가 찍힌 종이 증명서를 평소 휴대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뉴욕에서 백신 접종 증명이 중요한 이유는 백신을 맞은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는 곳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맨해튼 미드타운의 명소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올여름 열릴 예정인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야외 공연이 대표적이다. 공연 주최 측은 백신 접종 완료자나 입장 시점 기준 72시간 내에 음성 확인서를 받은 사람만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공지했다. 다만 16세 이하 어린이 관객은 백신을 맞은 성인 보호자와 함께라면 입장이 가능하다.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한 뒤 손님을 골라 받는 사례는 뉴욕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맨해튼 어퍼이스트에 있는 전시공간 ‘파크 애비뉴 아머리’에서도 댄스공연 입장 관객에게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존 멀레이니의 공연 역시 백신 접종을 마치고 14일이 지나야 입장이 허락된다. 이 같은 입장 제한에도 각 행사장은 그동안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이 쌓였던 관객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얼마 전 ‘코미디 셀러’라는 맨해튼의 코미디쇼 공연장은 백신 접종자나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한테만 티켓을 팔았는데도 수요가 많아 특별공연을 추가로 계획했다. 브라이언트 파크의 오케스트라 공연 역시 이달 예정된 나흘간의 공연 티켓이 다 팔렸다. 이달 중 맨해튼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리는 트라이베카 영화제도 백신 접종자들로만 관객이 꽉 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미국은 이 같은 ‘접종자 우대’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인 편이다.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57%의 미국인들은 스포츠 경기장에 입장할 때 백신 접종 증명서 제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국내선 비행기(63%)는 물론이고 미용실이나 식당(이상 49%)의 경우에도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이 백신 접종자들만 입장을 허용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 증명을 너무 엄격히 요구하다 보면 비접종자에 대한 차별과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접종자와 비접종자는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은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전에 백신을 맞은 사람들만이라도 먼저 일상의 정상화를 누려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의 접종을 이끌어내려는 목적도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지난달 백신 접종자에 대한 실내 마스크 착용 규제 완화를 발표하면서 “변화의 핵심은 ‘백신을 맞으면 그에 따른 혜택이 있다’고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이런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 증명에 대한 거부감, 허술한 보안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애리조나 플로리다 텍사스 등 일부 주에서는 최근 오히려 백신 여권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백신 미접종자를 차별하면 이들에게 접종을 강요하는 것이 되고, 결국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백신 여권이나 증명서를 통해 접종자를 100% 가려내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CDC의 종이 증명서나 디지털 패스 모두 위조나 명의 도용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일 양키스타디움의 백신 접종자 전용 구역에서 만난 한 관중도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정말로 다 백신을 맞았는지 어떻게 알겠나”라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백신 접종자 전용구역으로 갈 분은 접종 증명서와 신분증을 보여주세요.” 2일(현지 시간) 저녁 미국 뉴욕에 있는 양키스 스타디움.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 홈구장인 이곳에서는 경기 시작을 앞두고 구장 직원들이 관중 입장을 안내하고 있었다. 양키스 스타디움은 약 2주 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만 앉을 수 있는 전용구역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일반석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해 입장 인원이 크게 제한돼 있지만, 관중이 붙어 앉을 수 있는 전용구역은 판매되는 티켓이 많아 백신만 맞으면 원하는 좌석을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다. 또 백신을 맞은 사람들끼리만 모여 앉기 때문에 감염 위험으로부터도 더 안전하다. 모더나 백신을 2회 맞고 2주 이상 지난 기자도 이날 전용구역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섰다. 스마트폰에서 내려받은 디지털 접종 증명서를 제시하자 직원이 이를 신분증과 대조했다. 그리고 발열 체크까지 한 뒤에 경기장에 들어섰다. 기자가 도착한 전용구역은 코로나 사태 이전처럼 수백 명의 관중이 나란히 붙어 앉아 경기를 보고 있었다. 반면 전용구역 바로 옆의 일반석은 일부 좌석을 빼면 사람들이 앉을 수 없도록 테이프가 둘러져 있어 사실상 비어있다시피 했다. 전용구역에서 기자의 옆자리에 앉은 백인 남성 마이클 보일런 씨는 “모두가 다 백신을 맞았고 게다가 야외 공간”이라며 “서로 가까이 붙더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야구를 볼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용구역에 있던 다른 여성 관중도 “마스크를 벗고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어 오랜만에 응원하는 맛이 나는 것 같다”고 했다. 기자가 있던 전용구역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양키스 구단 공지에 따르면 전용구역 관중은 매점이나 화장실 등에 갈 때를 빼고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최근 뉴욕에서는 야구장, 공연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다중복합시설 운영자 측이 백신 접종자를 우대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는 경기장 입장시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6% 올라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2%를 웃돌자 정부는 “하반기(7∼12월)엔 물가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고 나섰다. 하지만 급격한 경기 회복세로 고(高)물가가 이어지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일시적 상승”이라면서도 기대인플레 우려 통계청은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7.46으로 작년 같은 달 대비 2.6% 올랐다고 2일 밝혔다. 2012년 4월(2.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작황 부진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는 데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급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해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장바구니 물가’인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2.1% 올라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파(130.5%), 마늘(53.0%) 등 채소 값이 뛰며 농산물 가격이 16.6% 올랐다. 석유류 가격이 23.3% 급등해 공업제품 물가는 3.1% 올랐다. 재료비 인상으로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도 2.5% 상승했다. 가정에서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3.3% 올라 상승률이 2017년 8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었다. 정부는 “작년 저물가의 기저효과와 공급난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향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높게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불안 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이달 달걀 수입물량을 5000만 개 이상으로 늘리고, 정부가 보유한 비철금속 할인 물량을 2만9000t 방출한다. ○ 글로벌 인플레 공포에 ‘통화 긴축’ 빨라지나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며 소비 심리가 빠르게 회복돼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편성되면 소비 심리가 더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세계적인 물가 상승세도 정부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2008년 9월 이후 약 13년 만에 최대로 올랐다. 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언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논의를 시작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소비자물가와 집값이 최근 3년 내 최고치로 올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국제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시장에서 2.1% 올라 약 2년 만의 최고치인 배럴당 67.72달러에 거래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연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봤다. 금리가 오르면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커져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뉴욕=유재동 / 파리=김윤종 특파원}
지난달 미국 최대 송유관에 이어 최근 세계 최대 정육업체의 미국 자회사가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미국 백악관이 러시아 범죄 조직의 소행 가능성을 두고 조사에 나섰다. 이달 중 예정된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이버 공격이 다시 발생하자 양국 간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미국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글로벌 정육회사인 JBS SA의 미국 자회사가 지난달 30일 사이버 공격을 받았으며 러시아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이는 범죄 조직으로부터 금품 요구가 있었음을 미 행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기반을 둔 JBS SA는 세계 최대 정육업체 중 한 곳으로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전 세계 20여 개국에 육류가공시설을 두고 있다. JBS는 성명을 통해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이번 사건으로 고객이나 공급자, 종업원의 데이터가 훼손된 것 같지는 않지만 문제 해결에 시간이 걸리며 고객과의 거래가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JBS는 미국에서 쇠고기와 돼지고기 도축량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만약 이 회사가 하루라도 문을 닫게 되면 2만 마리분의 쇠고기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 JBS는 이번 공격으로 일부 작업장 가동을 실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사 측은 1일 저녁 성명을 내고 “사이버 공격 해결에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2일부터 대부분의 공장이 가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복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전 세계 육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장피에르 부대변인은 “백악관은 러시아 정부와 직접적으로 이 문제에 관해 대화하고 있으며 ‘책임 있는 국가는 랜섬웨어 범죄자를 숨겨 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 연방수사국(FBI)이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며 사이버안보·기간시설안보국(CISA)도 기술적인 업무 지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7일에는 미국 최대 송유관 회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다크사이드’로 알려진 러시아 해커 집단의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다. 이들은 서버를 마비시키고 100GB(기가바이트) 분량의 데이터를 빼간 것으로 전해졌다. 랜섬웨어는 컴퓨터를 일시적으로 쓸 수 없게 만든 뒤 이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는 해킹 수법이다. 이 공격으로 미 동부지역의 휘발유 공급이 며칠간 중단되며 주유소마다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는 등 심한 혼란을 겪었다. 당시 러시아 정부는 배후설을 부인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갈등이 고조된 바 있다. 올 4월 미국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과 대규모 연방기관 해킹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했고 러시아도 이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에 있던 미국 외교관들을 맞추방했다. 이번 육류가공업체 해킹 사건도 양국 간 긴장을 다시 고조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면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잇단 해킹 의혹을 비롯해 러시아의 인권 문제를 집중 거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장피에르 부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이번 회담은 미국의 이익을 수호할 결정적인 부분이고 양국이 함께 협력할 부분이 많다”며 회담이 그대로 진행될 것임을 확인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소비자물가가 4월에 이어 5월에도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인 2%를 웃돌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7~12월)엔 개선될 것”이라며 우려를 잠재우고 있지만 급격한 경기 회복세로 고(高)물가 현상이 이어지면 기준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추진하면 시중에 돈이 더 풀려 물가 급등을 촉진할 수 있단 전망도 제기된다.● 정부 “하반기 물가압력 완화”라면서도 기대 인플레 우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6% 올라 9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5월 소비자물가 오름폭이 확대된 것은 기저효과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은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내외 기관의 연간 물가 전망치가 2%를 밑돈다는 점을 근거로 하반기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정부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물가 관리 대책도 내놨다. 계란의 수입물량을 이번 달 5000만 개 이상으로 늘리고, 이달 말 종료되는 긴급할당관세 조치는 연말까지 연장한다. 가공식품용 쌀은 2만t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한다.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조달청이 보유한 비철금속 할인 물량을 이달 2만9000t 방출한다. 정부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선을 그으면서도 향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높게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은 역시 “경제 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수요,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2차 추경안 논의까지 나와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되면 물가를 부채질 할 수 있단 우려도 있다.● 글로벌 인플레 공포에 ‘통화 긴축’ 빨라지나 정부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딛고 경제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세계 주요국에서 물가가 치솟고 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2008년 9월 이후 약 13년 만에 최대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언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논의를 시작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에서도 소비자물가와 집값이 최근 3년 내 최고치다. 문제는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시장에서 2.1% 올라 배럴당 67.72달러에 거래됐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관측에 약 2년 반 만의 최고치로 오른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물가 상승과 미국의 금리인상 등 국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연내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봤다.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면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커져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세종=주애진기자 jaj@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세계 최대 육류회사의 미국 자회사가 최근 사이버 공격을 받은 것에 대해 미국 백악관이 러시아 범죄 조직의 소행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얼마 전 미국 송유관 회사에 대한 랜섬웨어 공격도 러시아 해커들이 연관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 비슷한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는 배경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달 중 예정된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의 미묘한 신경전도 예상되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미국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은 1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글로벌 정육회사인 JBS SA의 미국 자회사가 지난달 30일 사이버 공격을 받았으며 러시아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이는 범죄 조직으로부터 금품 요구가 있었음을 미 행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육류가공업체 중 하나인 JBS는 지난달 31일 사이버 공격을 받은 사실을 발표했다. 회사 측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고객이나 공급자, 종업원의 데이터가 훼손된 것 같지는 않지만 “문제 해결에 시간이 걸리며 고객과의 거래가 지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15개국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JBS는 미국에서 쇠고기와 돼지고기 도축량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만약 이 회사가 하루라도 문을 닫게 되면 2만 마리 분의 쇠고기가 단 번에 사라지는 꼴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장-피에르 부대변인은 “백악관은 러시아 정부와 직접적으로 이 문제에 관해 대화하고 있으며 ‘책임 있는 국가는 랜섬웨어 범죄자를 숨겨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방수사국(FBI)이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며 사이버안보·기간시설안보국(CISA)도 기술적인 업무 지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초에도 미국 최대 송유관 회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러시아 출신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의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미 동부지역의 휘발유 공급이 며칠 간 중단되며 주유소마다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는 등 심한 혼란을 겪었다. 당시 러시아 정부는 배후설을 부인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갈등이 고조된 바 있다. 올 4월에도 미국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과 대규모 연방기관 해킹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했고 러시아도 이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에 있던 미국 외교관들을 맞추방했다. 정육회사에 대한 이번 해킹 사건도 양국 간 긴장을 또다시 고조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필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달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라 이에 대한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잇단 해킹 의혹을 비롯해 러시아의 약점인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다만 장-피에르 부대변인은 이번 사건의 정상회담에 대한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이번 회담은 미국의 이익을 수호할 결정적인 부분이고 양국이 함께 협력할 부분이 많이 있다”며 회담이 그대로 진행될 것임을 확인했다. JBS는 이번 해킹 공격으로 일부 작업장 가동을 실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만약 복구가 계속 지연되면 전 세계 육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JBS 측은 1일 저녁 성명을 내고 “사이버 공격 해결에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2일부터 대부분의 공장이 가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인들이여, 이것은 폭동(riot)이 아니었습니다. 대학살(massacre)이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 ‘털사 인종 대학살’ 100주기를 맞아 오클라호마주 털사시(市)를 방문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사건 현장에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건 생존자와 유족, 시민들을 향한 연설에서 “너무 오랫동안 이곳에서 벌어진 역사는 침묵으로 얘기돼 왔다”며 “어두움이 많은 것을 숨길 수는 있지만, 아무것도 지워버리지는 못 한다”고 말했다. 털사 인종 대학살은 1921년 오클라호마주 털사시의 그린우드 지역에서 최대 300명의 흑인이 백인들에 무참히 살해당한 비극적인 사건이다. 그해 5월 30일 이곳에서 구두닦이 일을 하던 19세 흑인 남성 딕 롤런드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중심을 잃고 안내원 역할을 하던 17세 백인 소녀 새라 페이지와 몸이 부딪히면서 사태는 촉발됐다. 롤런드는 이후 폭행 혐의로 기소됐고 이 문제를 놓고 백인과 흑인들이 집단으로 충돌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백인들은 흑인들이 살고 있는 그린우드 지역으로 몰려가 이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방화, 약탈을 했다. 당시 그린우드 지역은 부유하거나 여유 있는 흑인들이 모여 살아 ‘블랙 월스트리트’라고도 불렸는데, 여기에 평소 시기심을 가졌던 백인들이 이 사건을 구실로 폭동을 저질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 사건의 가해자나 책임자에 대해 아무런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배상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백인이 주류인 언론에서도 이 사건을 무장한 흑인과 백인의 충돌 정도로 묘사했고, 그 후 학교 교육이나 역사책 등에서도 언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잊혀진 사건’이 됐다. ‘폭동’으로 불리던 이 사건이 ‘대학살’로 공식 명칭이 바뀐 것도 오클라호마주 조사위원회의 활동 이후로 비교적 최근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점을 꼬집으면서 “역사가 침묵한다고 해서, 그것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뜻하지는 않는다”며 “어떤 부당함은 너무 악랄하고 끔찍하며 비통하다. 이는 아무리 노력한들 땅에 묻을 수 없다. 오직 진실만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건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역사의 재평가는 요원한 상태다. ‘털사 학살 100주기 위원회’는 최근 이 사건의 생존자 3명에게 각각 10만 달러를 지급하고 200만 달러의 배상기금을 두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생존자 측은 배상 규모에 이견을 보였다. 이로 인해 100주기 기념행사로 추진됐던 추모 콘서트가 취소되는 등 파열음이 일었다. 얼마 전에는 케빈 스티트 오클라호마 주지사가 ‘학생들이 자신의 인종과 성별로 인해 불편함과 죄의식 등을 느낄 수 있는 수업’을 제한하는 법안에 서명한 게 논란이 됐다. 이 같은 조치가 털사 대학살 사건의 실체에 대해 학생들이 제대로 배울 수 없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플린(사진)이 “미얀마식의 쿠데타가 미국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여 정치권에 파문이 일었다. 지난달 31일 CNN방송에 따르면 플린은 전날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한 청중으로부터 “미얀마에서 벌어진 일들이 왜 여기서는 일어나지 않는 것인지 알고 싶다”는 질문을 받았다. 인터넷에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자신을 해병이라고 소개한 노인이 이같이 질문하자 주변의 청중은 이에 동감한다는 뜻의 환호성을 질렀다. 플린은 이 질문에 바로 “아무 이유가 없다. (그런 일은) 여기서도 일어나야 한다. 그게 옳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의 극우 음모론 집단인 큐어논(QAnon) 추종자가 대거 참석했다고 CNN은 전했다. 플린은 “트럼프가 이겼다. 국민투표에서도 이겼고,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이겼다”면서 선거에 불복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플린은 대선 패배 직후에도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계엄령을 발동해야 한다고 제안한 전력이 있다. 3성 장성 출신인 그는 지난해 12월 한 방송에 나와 “대통령이 원한다면 경합주에서 군사력을 행사해 선거를 다시 치르게 할 수 있다”고 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린과 관련한 보도를 ‘가짜 뉴스’라며 일축했지만 그즈음 백악관에서 ‘계엄령 아이디어’가 거론됐던 것은 사실이라고 당시 언론들이 보도했다. 큐어논의 일부 지지자들은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막을 것이라고 기대해 왔고, 지금까지도 미국 군대가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다시 복귀시킬 수 있다는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플린의 발언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성향으로 최근 하원 서열 3위인 의원총회 의장직에서 축출된 리즈 체니 의원은 트위터에 “어떤 미국인도 미국의 폭력적인 전복을 옹호하거나 지지해선 안 된다”고 썼다. 애덤 킨징어 공화당 하원의원도 “우리가 헌법을 수호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