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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 마지막 수인 흑 ●는 5집이 넘는 큰 곳이다. 뒷맛까지 고려하면 더 크다. 백의 계속된 끝내기 실수에 형세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백 102로 실수. 역끝내기 1집 정도에 불과한 작은 곳이다. 흑이 좌하귀에서 공작을 펼치려면 먼저 참고 1도 흑 1로 끊어야 하는데 백 2로 받아 아무 이상이 없다. 그 틈에 흑은 상변 103을 차지했다. 역끝내기 석 집짜리니까 후수 6집 정도 되는 곳. 백 104 때 흑 105로 바로 틀어막은 것은 당연하다. 불리한 흑이 패를 겁내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팻감의 많고 적음을 따질 때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겼다고 본 알파고 제로는 복잡하게 패를 하지 않고 백 106으로 이어 둔다. 흑 211은 의미 없는 수. 만약 백이 참고 2도 1로 나왔다면 백 7까지 손해를 봤을 것이다. 하지만 백은 철저하게 부자 몸조심 모드. 흑 117까지 진행됐는데 백이 2집 반을 이기는 형세다. 더 이상 변화의 여지가 없다. 이후 수순은 총보.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76을 보고 프로기사들은 실소를 터뜨렸다. 안전운행도 이 정도면 병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참고 1도를 보자. 백 1, 3으로 흑 한 점을 선수로 잡고 5를 두면 백 우세가 확실하다. 우하 귀는 흑 6, 8이 맥이지만 백 11까지 흑의 수가 많이 부족해 수상전이 되지 않는다. 흑 81을 교환하고 83으로 막은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백 84로 한 점 잡으면 흑이 끊어둔 81이 악수가 되기 때문이다. 백 90으로는 먼저 참고 2도 백 1을 선수해야 했다. 실전처럼 진행된 뒤 참고 2도 백 1을 두면 경우에 따라 흑이 안 받을 수 있다. 백 92도 작은 곳. 끝내기에서 백이 너무 물러서는 바람에 형세는 점점 미세해지고 있다. 알파고는 끝내기에서 인간 프로기사라면 하지 않을 실수를 연속 저지르고 있다. 왜일까. 분명 실력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이기도록 프로그램 된 알파고한테 정수는 없다. 이기는 수만 있을 뿐이다. 조금 손해를 봐도 이길 수 있다면 서슴없이 두기 때문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의 안전 운행을 틈타 알파고 리는 반상 최대의 곳인 흑 ○를 차지해 추격의 실마리를 잡았다. 그러나 알파고 리는 바로 실수를 저지른다. 백 56에 흑 57로 들여다본 것이 쓸모없는 응수타진. 백이 참고 1도 1로 뒀다면 흑이 다시 손해를 봤을 것이다. 흑이 버티려면 16까지 끊어야 하는데 백 19로 따내면 흑이 하변에서 피해를 본 셈이다. 그러나 알파고 제로는 ‘뭘 그리 어렵게 두나’라고 하는 듯 곱게 백 58로 물러선다. 지나친 안전 운행이라는 느낌이지만 아직 형세는 백이 유리하다. 흑 63은 선수를 잡기 위한 끝내기 수순. 여기서 백이 참고 2도처럼 11까지 계속 선수로 끝내기를 하면 백이 여유 있게 이긴다. 하지만 여기서도 백은 흑이 해달라는 대로 순순히 64로 둬 68까지 후수를 잡는다. 흑 71은 별로 의미 없는 수인데 알파고는 이런 수를 미리 해두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팻감으로 아껴 두는 것을 알파고는 그냥 써버린다. 흑 75까지 백이 안전하게 끝내기하는 동안 흑은 소리 없이 추격을 하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전보 마지막 수(●)로 중앙을 정비했다. 참고 1도 흑 1로 두면 9까지 좌하 귀를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백 8이 선수인 데다 백 10으로 중앙을 삭감하면 실전과 비교해 흑에게 이득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 대신 백은 44로 좌하 흑을 확실하게 잡아 앓던 이를 뽑은 느낌이다. 여기까지 형세를 보면 백이 앞선 가운데 흑의 추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 흑 45, 백 46은 서로 두터운 곳이고, 집으로도 적지 않다. 흑 47이 우상 백의 안위를 물을 때 백 50은 프로기사들의 눈을 의심케 한 수. 백 대마를 안전하게 연결해 가겠다는 뜻이지만 이 대마는 사실상 살아있어 헛수나 마찬가지다. 백 50 대신 참고 2도 백 1로 두는 것이 정수다. 흑 2로 끊겨도 백 3, 5로 쉽게 살아간다. 자기 집을 메우는 것이지만 급하면 백 ‘가’로 둬도 산다. 그런 곳을 백이 공배를 두며 연결하고 있으니 알파고 제로가 얼마나 형세를 유리하게 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흑 51로 턱밑까지 쳐들어간 것이 상당히 크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상변 백 대마는 완생이다. 흑 25로 파호해 봐도 백 26으로 두면 더 이상 후속 수단이 없다. 흑이 계속 잡으러 가려면 참고 1도 흑 1로 둬야 하는데 백은 상변에서 2부터 10까지 한 눈을 더 확보할 수 있다. 백 10 이후 흑 ‘가’의 보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알파고 리는 더 이상의 공격은 무의미하다고 보고 흑 27로 손을 돌린다. 우변 흑이 잡힌 상태지만 그것을 미끼로 요모조모 이득을 보려고 하는 것이다. 흑 31에 백이 응수하지 않으면 큰 사고가 터진다. 참고 2도를 보자. 백이 손을 빼면 흑 1에 이어 3의 묘수가 있다. 이 수로 인해 흑의 수가 한 수 늘어난다. 흑 9까지 수상전에서 흑이 이기는 모양이다. 물론 부분 전투에서 강한 알파고가 이를 실수할 리는 없다. 흑은 선수를 잡고 33으로 좌상 귀 백을 손에 넣어 상당한 전과를 거두었다. 백도 34로 우변을 보강하는 것은 필수. 흑은 A로 좌하 귀를 살릴 마지막 기회를 잡았는데 A 대신 흑 37을 택했다. 과연 이게 옳은 선택일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가 급소이긴 하지만 백이 두터워 파괴력은 약하다. 백 10은 여차하면 패를 하겠다는 뜻. 흑 11로 때려내자 백은 12, 14로 상변부터 보강한다. 흑 15로 물러나서 받은 것은 정수다. 참고 1도 흑 1처럼 꽉 막는 것은 백 2가 선수여서 ‘가’로 끊는 수단이 사라진다. 실전처럼 둬야 백 16의 연결이 필요하다. 흑 17로 끊은 것은 중앙에서 집을 만들겠다는 의도. 공격을 계속 하려면 참고 2도 흑 1로 한 칸 뛰어 계속 추궁해야 하는데 백 2를 선수하고 4로 늘면 중앙 흑이 매우 엷다. 백을 잡기 전에 오히려 흑이 코너에 몰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그 사이 백은 20으로 받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완생의 형태를 갖췄다. 이제 더 이상 공격은 의미가 없는 상황. 그렇다면 끝내기 국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선수를 잡은 흑은 고민이다. 중앙에서 몇 집을 만들어야 할까. 또 좌상 귀와 좌하 귀는 어느 쪽이 클까. 우하 귀 모양은 어떻게 정리될까. 과연 알파고 리가 이 많은 해답을 단번에 찾아낼 수 있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끊자 반상의 긴장이 한층 높아졌다. 흑이 드디어 우상과 우하 백 대마를 사정권 안에 함께 놓고 공격하기 시작한 것. 지금까진 백이 흑의 주먹을 요리조리 잘 피해 왔지만 이젠 확실하게 근거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연 흑의 창과 백의 방패 중 어느 쪽이 강할까. 그런데 백이 100으로 우변 흑을 위협하며 눈 모양을 만들려고 할 때 갑자기 101로 둔 것이 이해되지 않는 수. 무조건 참고 1도 흑 1부터 7까지 우변 흑을 살리고 볼 일이다. 흑 9 이후 ‘가’와 ‘나’가 맞보기여서 백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흑 101은 백 귀와 수상전을 하자는 뜻이었지만 백 102, 104로 두자 흑의 응수가 끊어졌다. 그 이후 수상전 결과는 참고 2도에서 볼 수 있다. 흑의 수 부족이다. 흑 101은 알파고 리가 수읽기 착오를 일으킨 것일까. 흑은 105로 손을 돌린다. 여기서 백이 A로 받아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크게 유리해지자 108로 안전제일 주의를 내세운다. 흑은 109로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84의 끼움에 흑 85로 받은 것은 굴복처럼 보이지만 백 대마를 노리는 흑의 처지에선 어쩔 수 없다. 흑 85 대신 참고 1도 흑 1로 끊는 것은 백 6까지 흑 두 점이 잡혀 백 대마가 쉽게 수습되기 때문. 결국 이 바둑의 포인트는 흑이 백 대마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공격해서 이득을 얻느냐이다. 알파고 리는 그를 위해서 ‘잠깐의 굴욕은 참겠다’는 것이다. 우하 귀 백도 완생은 아니다. 알파고 제로는 백 88을 선수하고 백 90으로 밀어 우변 백 전체의 연결을 시도한다. 두 대마만 무사히 수습하면 백의 승리인 것이다. 따라서 흑 91로 백의 연결 시도를 막은 수는 당연하다. 백은 우선 94로 우상부터 보강한다. 우하 쪽보다 안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흑은 다시 95로 끼워 99까지 백을 끊어 버렸다. 이렇게 되자 백 말들이 전체적으로 3개로 쪼개졌다. 도중에 백 98을 참고 2도 1로 두면 사태가 더 악화된다. 흑 2로 끊어 백 7까지 패가 나는데 흑 ‘가’로 따내는 것이 선수여서 백이 결행할 수 없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A로 당장 끊지 않고 흑 65, 67로 귀의 백 한 점을 잡은 것은 실리를 확보하며 백을 밖으로 내몰자는 전략이다. 그렇다고 알파고 제로가 겁을 먹는 스타일은 아니다. A로 잇지 않고 백 70으로 능률적인 행마를 한다. 여기서 흑이 강력하게 두려면 참고 1도 흑 1, 3으로 끊을 수가 있다. 하지만 백 6이면 흑의 모양이 너무 좋지 않다. 알파고 리는 흑 71, 73으로 좋은 모양부터 갖추고 본다. 일단 스스로를 보강해 놓아야 끊을 기회가 생긴다. 설사 백이 연결해 간다고 해도 중앙 경영을 잘하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백 76 때도 마찬가지. 기분 같아선 참고 2도 흑 1로 단수하고 3으로 백 한 점을 때려내고 싶다. 백 4로 흑 두 점이 잡히면 백 대마가 쉽게 안정돼 공격하는 즐거움이 없어진다. 만약 이전에 백이 ‘가’로 연결한 상태라면 흑이 참고 2도를 고려해볼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흑은 77로 뻗어 한 점을 희생하며 좋은 자세를 취했다. 중앙에서 두터움을 확보한 백은 82로 뛰어들어 반격에 나섰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49는 독한 수. A가 보통이지만 상대의 근거를 뺏는다는 점에선 49가 훨씬 강력하다. 백은 먼저 우하 귀를 보강해야 할 것 같은데 52를 희생타 삼아 58까지 좌변에 집을 확보했다. 어딘지 흑으로선 싱거운 결과. 흑도 아마 참고 1도 1처럼 버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백 2로 움직이면 8까지 흑에게 대책이 없다. 흑은 좌변을 내주고 선수를 잡아 우상 백을 몰아가며 실리를 확보하려고 한다. 그 첫걸음은 흑 59. 이곳을 튼튼히 해놓아야 힘찬 공격이 가능하다. 흑 61의 껴붙임도 날카롭다. 귀에서 백이 집을 낼 여지를 사실상 없애버렸다. 여기서 백이 어떻게 중앙 행마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알파고 제로는 백 62의 큰 걸음으로 성큼 뛰어나갔다. 알파고 리는 흑 63으로 차단하자 했고, 백 64로 막아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여기서 흑이 총공세로 나가려면 참고 2도 흑 1처럼 직접 끊는 것이 있다. 그러나 백 12, 16이 교과서에 나오는 맥이어서 흑의 무리다. 그렇다면 타협의 길로 나설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의 이른 삼삼침입에 어느 쪽으로 막는 게 옳을까. 참고 1도 흑 1로 막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백 6에서 손을 빼고 흑 7로 양걸침하면 흑이 충분히 둘 수 있는 모양. 하지만 알파고 리는 좌변을 중시해 흑 29로 막아갔다. 그리고 흑 37까지 백이 하자는 대로 다 받아준다. 백 38은 뜻밖의 강타. 흑 세력이 강한 지역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침입하는 것이 두려운 법인데 알파고 제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미 타개의 방법이 잡혀 있기 때문일까. 알파고는 깊숙한 침입을 오히려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백 40으로 고개를 내밀자 흑은 더 이상의 공격이 어렵다고 보고 흑 41로 양걸침한다. 여기서 또 알 수 있는 것은 알파고가 화점에서 양걸침 당하는 것을 별로 아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 42의 붙임은 올바른 방향. 상변은 뒷문이 터져 있어 굳혀 줘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백 46 이후로는 참고 2도가 가장 흔한 정석. 그러나 흑은 여기서 더 독한 수를 들고 나왔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 바둑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면 흑 23을 보고 깜짝 놀랄 사람이 적지 않았으리라. 좌하 귀 흑을 보강하지 않으면 죽는 게 아닐까. 그런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듯 알파고 제로는 백 24로 바로 좌하 귀 생사를 추궁했다. 여기서 덜컥 흑 A로 받으면 백 B로 흑이 죽는다. 하지만 흑은 참고 1도 1이 있다. 백 2로 근거를 없애도 흑 7까지 넘는 수가 있다. 하지만 알파고 리는 초반부터 2선으로 기면 승률이 낮다고 본 것 같다. 실전 흑 25처럼 아예 손을 빼버렸다. 일반적으론 참고 2도 흑 1로 둔다. 백 2로 받으면 흑 7까지 노림수가 있다. 물론 백 2 대신 3의 곳으로 두면 약간 당하긴 해도 백의 생사에는 지장 없다. 흑 25는 한발 더 나간 강렬한 수로 보통 상수가 하수를 골려먹을 때 사용한다. 백 26은 너무 참은 것 같지만 정수. 다른 곳을 두면 흑이 백 귀를 차지하는 변화가 나온다. 여기서 백 28의 삼삼 침입은 알파고 리의 단골 수법. 알파고 제로와 리는 닮은 점이 많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의 어깨 짚기는 알파고 특유의 수. 알파고 리가 처음 뒀을 때만 해도 충격이었는데 이젠 당연한 수로 받아들여진다. 몇 천 년 동안 쌓아온 바둑의 정설을 알파고가 마치 무술 고수의 ‘도장 깨기’처럼 하나씩 바꿔 놓고 있는 셈이다. 흑 15는 당연한 응수. 백에게 호구를 허용하긴 싫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간은 반사적으로 참고도 백 1로 단수하기 마련이다. 프로기사들도 이렇게 두기 십상이다. 하지만 흑 4까지 하변이 모두 흑 집으로 변한다. 이건 백에게 좋을 리가 없다. 알파고는 바로 반사적으로 손이 나가게 하는 인간의 고정관념을 철저히 깨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백 16은 매우 좋은 응수타진이다. 흑 17 때 백 18로 일보 후퇴한 것 역시 침착한 수. 주변이 흑의 진영이니 백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이다. 백 18은 후퇴처럼 보이지만 사실 힘을 비축하는 수. 흑이 실리로 큰 19를 차지할 때 백 20이 놓이자 어느새 훌륭한 모양을 갖추기 시작한다. 백 22까지는 전에 한 번도 없었던 변화. 흑 21로 중앙으로 힘차게 뻗으면서 백 ○를 무력화한 것도 좋지만 백 22로 호구하며 흑 진영에서 두텁게 자리 잡은 모양도 꽤 괜찮다. 흑백 모두 불만이 없는 절충으로 보인다. 알파고가 인간에게 많은 연구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앞으로 인간의 기보를 전혀 학습하지 않은 알파고 제로의 기보를 소개한다. 알파고 제로는 이세돌 9단의 상대였던 알파고 리에 100전 100승, 중국 커제 9단과 맞붙었던 알파고 마스터엔 100전 89승을 거뒀다. 제로에는 바둑의 기본 규칙만 알려준 채 다른 버전과는 달리 인간의 기보는 하나도 학습시키지 않았다. 오직 스스로 대국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분야가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제로와 리는 백 10까지 똑같은 포석으로 10판을 뒀다. 이게 그중 한 판이다. 보통 백 6은 흑 7과 교환돼 좋지 않다는 것이 인간의 정설. 백 10의 걸침도 A의 눈목자 걸침이 일반적이다. 프로기사들이 그동안 백 10을 두지 않았던 것은 흑이 협공하면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리는 흑 11부터 변화를 꾀했다. 다른 대국에선 참고도처럼 두 칸 높은 협공을 했다. 제로는 백 6까지 유연하게 응수했다. 이후 백은 ‘가’의 협공과 ‘나’의 붙임을 맞보기로 하고 있다. 백 12의 4선 어깨 짚기는 알파고의 공통된 수법. 알파고 리 역시 이세돌 9단과의 대결 때 4선 어깨 짚기를 선보인 적이 있다. 알파고라는 프로그램이 찾아낸 최선의 수라는 의미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참고도는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 좌하 귀에서 승부를 가름할 패가 난 상황. 백 1(실전 208)로 팻감을 쓴 뒤 패를 따내지 않고 3을 둔 것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더 이상 패를 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백 3을 둔 거라면 왜 팻감을 쓴 것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팻감을 쓰면 일단 패를 따내고 본다는 인간의 바둑 콘셉트와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변 1선에 둔 흑 219도 그렇다. 이곳은 보강하지 않아도 흑이 사는 데는 지장 없다. 패가 날 수 있지만 흑의 팻감이 워낙 많아 사실상 살아 있다. 알파고는 ‘사실상’을 싫어하고 ‘확정된’ 것을 좋아한다. 흑 219 대신 다른 곳에 뒀으면 여유 있게 이긴다. 하지만 다른 길을 선택해 변수가 있을 수 있다면 반집이라도 100% 이기는 219를 선택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35=28, 88·93=70, 91=85, 102=15, 200·213=180, 207=193, 218=118, 222·225=198, 223=221, 224=135, 226=169, 233=188, 265=120, 266=119, 267=106, 296=260, 297=162, 312·318=306, 315·321=309. 321수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하 패를 하다 말고 돌연 백이 우상 ◎를 둔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흑 ●로 백 석 점을 때려내자 패싸움이 사실상 끝나버렸고, 형세가 흑에게 확 기울었다. 백은 뒤늦게 12로 우하 말을 살려보지만 흑 13으로 이어 이젠 아무 근심거리가 없다. 백이 우변 흑을 잡으러 가려면 참고 1도 백 1을 둬야 한다. 하지만 흑 4, 6으로 패를 내는 수가 있다. 흑의 자체 팻감이 워낙 많아 백의 입장에선 만드나 마나 한 패가 된다. 그런데 여기서 알파고답지 않은 수가 등장한다. 백 18에 흑은 그냥 참고 1도 1로 따내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흑 19로 우변 대마를 보강한 것은 까닭을 알 수 없는 수. 우변 흑은 백이 참고 2도 2 이하 잡으러 와도 흑 13까지 살 수 있다. 백으로선 참고 1도처럼 패를 내는 게 최선인데 팻감 부족으로 안 된다. 흑이 겁을 먹는 바람에 백은 20으로 이어 망외의 소득을 거뒀다. 형세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22·25=○, 23=21, 24=○.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하에서 매우 복잡한 패가 발생했다. 백 100으로 패를 따낼 때 흑 101은 팻감이면서 동시에 좌하 백까지 위협하는 맥. 백 102로 받을 때 패를 따내지 않고 흑 103으로 넘어간 것 역시 좋은 수. 백의 부담이 커진 모양이다. 물론 백도 102 대신 참고 1도 백 1로 변신해 흑 6까지 바꿔치기하는 것을 택할 수도 있다. 백은 104를 선수하고 106으로 흑 석 점을 단수하며 중앙에서 이득을 보겠다고 나선다. 여기서 흑이 참고 2도 1처럼 백 석 점을 따내는 건 어떨까. 그렇다면 백은 2, 4로 귀부터 살린다. 이건 중앙 백이 두터워진 만큼 백이 이득을 본 셈. 그래서 흑 107(○의 곳)로 패를 계속하며 버틴 것이다. 백 108의 팻감을 쓴 것은 당연했는데 갑자기 파란이 일어난다. 백이 느닷없이 110으로 우상 귀를 둔 것. 패를 하다 말고 왜 갑자기 딴청을 피운 걸까. 우상 흑 말은 생사에 아무 지장이 없으니 흑은 111로 둬 좌하 귀를 정리했다. 갑자기 맥이 탁 풀리는 순간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의 생사를 둘러싼 전투가 이 바둑의 아마겟돈이다. 일단 흑 89가 활로를 여는 급소. 이 수가 있어 흑은 최소한 그냥 죽지는 않는 모양이다. 아울러 백 A로 끊는 노림마저 없앴다. 백 92로 잇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흑 93 때 백 한 점을 이으면 좌변 흑 말이 쉽게 연결해 간다. 백 94는 어떻게든 흑의 진출을 막아 보려는 고육책. 백의 수마다 살기가 번뜩인다. 상식에는 어긋나지만 지금은 무난하게 순리를 따르다간 쉽게 흑에 승리를 내주게 된다. 흑 95가 정말 멋있는 행마. 부분전투에서 알파고의 감각은 역시 탁월하다. 물론 감각이 아니라 수읽기에 의한 계산이겠지만. 만약 흑이 95 대신 덜컥 참고도처럼 백 한 점을 따내면 어떻게 될까. 백 2, 4가 준비된 수순. 흑 5로 연결할 때 백 6으로 흑 석 점을 따내 적지 않은 이득을 볼 수 있다. 이를 벌충하기 위해선 좌하 백을 몰아쳐야 하는데 백 12까지 백 말이 큰 손해 없이 살아간다. 백은 96, 98로 흑 말을 끈덕지게 물고 늘어진다. 결국 흑 99로 뻗어 패 모양이 나왔다. 그러나 한눈에 봐도 깔끔하게 해결되는 패가 아니다. 주변 상황과 팻감, 그리고 형세에 따라 패를 계속할지, 양보할지를 매 순간 결정해야 한다. 골치 아픈 패가 등장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이 중앙 백 진을 삭감하며 주도권을 쥐었지만 백도 반상 최대의 곳인 ○를 둬 균형을 잃지는 않았다. 흑 69가 정교한 수순. 지금은 백이 70으로 흑 두 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만약 흑 71을 먼저 둬 백 76까지 진행된 뒤 69를 둔다면 백은 84의 곳에 단수해 흑 두 점을 잡는다. 그렇게 된다면 흑 83의 끝내기 수단이 없어진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처럼 미세한 국면에서 승부의 키를 내줄 수도 있다. 흑 77은 상용의 맥점. 여기서 참고 1도 백 1로 두면 흑 2로 맞끊는다. 흑 6까지 백의 다음 응수가 없는 모습이다. 흑 81이 최강의 응수이고 백도 순순히 흑을 연결시켜 주면 승산이 없기 때문에 82로 틀어막는다. 흑 83의 끝내기에 백 84는 어쩔 수 없는 수. 참고 2도 백 1로 두면 흑 12까지 백 중앙이 무너진다. 흑 85, 백 86으로 좌변에서 불꽃 튀는 접전이 발생했다. 흑이 살아가면 흑 승이 굳어진다. 흑은 백의 포위망을 어떻게 뚫고 나갈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의 깊숙한 침입에 대해 백은 56, 58로 강하게 흑 두 점을 포위하고 나섰다. 이 흑 두 점의 타개 여부가 승부의 관건이 됐다. 흑 59를 그냥 단순한 응수타진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참고 1도를 보자. 흑 59에 대해 깊은 수읽기가 없으면 백 1로 잇기 쉽다. 그러나 흑 2부터 수순을 따라가다 보면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백은 꼼짝 못 하고 흑의 덫에 걸려든다. 흑 18로 백은 축에 걸린다. 그래서 백 60은 정수. 흑은 61, 63으로 끊어 흑 2점을 살리려 한다. 이 대목에서 백이 흑의 퇴로를 완벽히 차단하려고 하면 참고 2도 백 1로 이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기막힌 그림이 나온다. 흑 4가 뜬금없어 보이지만 멀리 내다본 수. 백은 5로 차단할 수밖에 없는데 흑 10까지 축. 흑 4가 절묘한 축머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이었다면 백 64로 물러서는 심정이 쓰라렸을 터. 중앙 삭감에 성공한 흑이 주도권을 잡은 상황이다. 백은 68로 좌변을 개척해 후일을 도모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