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

장원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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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등을 거쳤습니다.

취재분야

2025-11-20~2025-12-20
칼럼100%
  • 아베 4년째 ‘침략전쟁 반성’ 외면

    15일 정오 일본 도쿄(東京)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한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묵념을 한 뒤 추도사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향후 전쟁의 참화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는 것을 절실히 바란다”고 밝혔다.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해 패전 70주년 전몰자 추도식에서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일왕이 2년 연속 같은 표현을 추도사에서 언급한 것을 놓고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헌법에 금지된 정치 개입을 피해가면서도, 과거사 미화와 헌법 개정 등 우경화 행보를 보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간접적으로 주의를 촉구했다는 것이다. 이어 일왕은 “전 국민과 함께 전장에서 흩어지고 전화(戰禍)에 쓰러진 사람들에 대해 진심으로 추도의 뜻을 표하며 세계 평화와 함께 우리나라가 한층 발전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추도사를 읽은 아베 총리는 과거에 대한 반성을 경시했다. 그는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 때부터 역대 모든 일본 총리가 언급해 왔던 ‘아시아 국가에 대한 일본의 가해와 반성’을 4년째 생략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추도식 참석 전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공물료를 냈다. 아베 총리가 직접 참배하지 않은 것은 군국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피하고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의 반발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 달 4, 5일 중국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추진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공물료 납부로 간접 참배했지만 아베 내각의 일부 각료와 측근은 주변국의 반발에도 직접 참배를 강행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과 마루카와 다마요(丸川珠代) 올림픽담당상, 아베 총리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관방 부장관이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앞서 야마모토 유지(山本有二) 농림수산상은 6일,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부흥상은 11일에 참배를 마쳤다. ‘다 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67명도 이날 오전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한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와 의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침략전쟁 역사를 미화하는 야스쿠니 신사에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고 참배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항의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조숭호 기자}

    • 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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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對日메시지, 위안부 언급없이 딱 1줄

    박근혜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선 일본에 대한 비중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일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는 한 문장으로 한일관계를 정리했다. 지난해 경축사에서 일본 언급은 12문장에 달했다. 2013, 2014년에도 한일관계 메시지는 경축사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다. 하지만 올해는 “작금의 국제 정세, 특히 동북아 지역의 안보지형 변화는 우리에게 엄중한 대응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며 주변국 관계를 통칭한 가운데 한일관계를 그중 하나로 거론했다. 과거와 달리 ‘성의 있는 조치’ ‘지혜·결단’ ‘조속한 해결’처럼 일본에 행동을 요구하는 내용도 없었다. 박 대통령은 “주변국과의 관계를 능동적·호혜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고 말한 뒤 한일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한일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합의한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만 하더라도 “일본 정부는 이번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온전히 실천으로 옮겨 미래 세대에 교훈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일본이 합의 이행을 위해 10억 엔 출연에 필요한 국내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인 만큼 우익 보수파가 반발하는 상황을 고려해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잇단 비난을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미일 협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본 언론들은 박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에 주목했다. 아사히신문은 과거 경축사와 비교하며 “박 대통령이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매번 직간접적으로 거론하며 일본 측에 조기 해결을 요구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수석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졸속적인 위안부 합의는 역사를 직시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지우고 타협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조숭호 shcho@donga.com·우경임 기자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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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만에 독도 찾은 의원들 日은 재발방지 요구 억지

    71주년 광복절인 15일 경북 울릉군 독도. 우리 국토의 동쪽 맨 끝에 있는 18만7554m² 규모의 작은 섬은 입도한 국민들이 손에 쥔 태극기로 뒤덮였다. 이날 독도를 전격 방문한 국회 독도방문단의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독도를 실제로 밟아보니 그간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말만 해왔지, 이 땅에 진정한 애정을 보내줬는지 돌아보게 되더라”고 소회를 밝혔다. 나 의원을 단장으로 한 독도방문단에는 새누리당 박명재 강효상 김성태 성일종 윤종필 이종명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황희 의원,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 등 10명이 여야를 넘어 함께했다. 현직 국회의원의 독도행은 2013년 8월 14일 이후 3년 만이다. 일본 정부는 ‘2016 방위백서’에서도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을 실었다. 나 의원은 “우리가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 필요는 없지만 ‘조용한 외교’를 한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백조 외교’를 강조했다. 물 위에서는 우아하지만 발은 쉴 틈 없이 분주한 백조처럼 일상적으로 독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황 의원도 “독도는 완전한 광복의 바로미터(기준)가 되는 곳”이라며 “광복절에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독도에서 공식 행사를 열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은 독도경비대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한목소리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방 2개에 20명씩 생활하는 숙소는 담수화 및 발전 시설이 낡아 때론 씻기도 어렵다고 한다. 성 의원은 “한 경비대원이 ‘지금까지 누구도 숙소까지 오진 않았다’고 말해 놀랐다”며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퍼포먼스만 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들을 지원할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인 장 의원은 “내년도 예산 심사 때 경비대 숙소와 독도 제반시설 등을 개선할 예산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여야 의원들의 독도 방문에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영유권에 관한 우리나라(일본)의 입장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차 강하게 항의했으며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날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희섭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했다. 이에 이 공사는 “독도는 한국 고유의 영토”라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성은 또 “주한 일본대사관의 스즈키 히데오(鈴木秀生) 임시 대리대사도 한국 외교부 정병원 동북아시아국장에게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홍수영 gaea@donga.com·송찬욱 기자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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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센카쿠 방어용 새 미사일 개발”… 中과 갈등 격화될듯

    일본 정부가 최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에서 계속되는 중국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신형 지대함 미사일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이번에 개발되는 미사일은 수송 및 이동이 쉬운 차량 탑재형 미사일로 사거리가 300km가량 된다. 센카쿠 열도 인근 섬에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적 군함 등을 정밀 타격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은 현재 센카쿠 열도에서 170km가량 떨어진 미야코(宮古) 섬 이시가키(石垣) 섬 등에 2∼3년 내에 육상자위대를 배치할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 보유한 지대함 미사일의 사거리가 백수십 km에 불과해 정작 자위대를 배치해도 최근처럼 센카쿠 열도 접속수역(영해기선에서 12∼24해리·22∼44km)이나 영해(12해리·22km)에 중국 전투함 등이 진입했을 때 방어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신문은 “신형 지대함 미사일 개발로 사거리가 300km까지 확대되면 타국 군함이 센카쿠 주변 영해에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추게 되며 억지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방위성은 신형 미사일 자체 개발을 통해 자국 방위 산업의 기술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방위성은 내년 예산에 신형 미사일 개발비를 편성해 2023년까지 배치를 끝낼 방침이다. 하지만 신형 미사일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센카쿠 열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이 반발하며 긴장이 한층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최근 센카쿠 열도 등이 점령됐을 때 탈환을 위한 수륙양용차 개발에도 착수하겠다고 밝혀 중국을 자극했다. 일본이 방위력 증강에 나서는 것은 중국의 센카쿠 열도 인근 도발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6월 9일 사상 처음으로 자국 군함을 센카쿠 열도 접속수역에 진입시켰다. 최근에는 14일까지 12일 연속 센카쿠 열도 인근에 중국 당국 선박이 출몰했다. 일본 언론들은 중국군 전투기가 5월 하순 이후 센카쿠 열도 주변을 최소 3차례 근접 비행했다고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는 이때마다 긴급 발진해 대응했다. 가장 가까웠던 경우 일본 영공 50km 인근까지 접근하기도 했다. 6월 중순에는 중국과 일본 전투기가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까지 간 사실이 전직 자위대 고위 당국자에 의해 드러나기도 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중국군 전투기의) 근접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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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북카페]설자리 못찾아 방황하는 한국적 조선학교 아이들… 경쾌하고 섬세하게 묘사

    재일동포가 주로 다니는 조선학교는 일본 우익들의 단골 공격 대상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와 관계가 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선학교에는 한국 국적의 학생도 많다. 일본에서 우리말과 민족 문화를 배울 곳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태어난 곳은 일본, 국적은 한국인데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걸린 교실에서 교육을 받는 아이들. 북한과 아무 상관도 없지만, 북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뉴스가 나올 때마다 신변을 걱정하며 등하교해야 하는 모순적인 처지에 놓인 아이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재일동포 3세 소설가 최실의 ‘지니의 퍼즐’은 조선학교를 다녔던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첫 장편소설이다. 6월 군조(群像)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일본 최고 권위인 아쿠타가와(芥川)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소설 속 주인공 박지니는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하지만 일본 초등학교를 다니다 동급생으로부터 ‘더러운 손으로 만지지 마. 조센진(한국인을 낮춰 부르는 말)’이라는 말을 듣고 중학교를 조선학교로 진학한다. 치마저고리를 입고 도쿄에서 가장 큰 조선학교에 다니게 된 지니.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어밖에 못 하지만 교내에서 일본어는 금지다. 주인공을 배려해 당분간 일본어로 수업이 진행되면서 이를 못마땅해하는 학생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그러던 중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학교 측은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등교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지만 지니는 친구의 부주의로 이를 전달받지 못한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치마저고리를 입은 채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조센진은 더러운 생물’이라는 폭언과 함께 폭행과 성추행을 당한다. 충격으로 한동안 방에 틀어박혀 있던 지니는 ‘작은 혁명’을 결심하고 학교에 간다. 그리고 누구도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그냥 그 자리에 있던 것,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누구도 없애지 못했던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벽에서 떼어 운동장에 내던진다. 그러고 이후 정신병원을 거쳐 미국으로 가지만 여전히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를 찾지 못해 방황한다. 줄거리만 보면 재일동포라는 특수한 상황이 빚어낸 안타까운 사연이다. 조선학교에 다니던 중 길거리에서 폭행을 당한 것 등은 저자가 겪은 에피소드다. 하지만 작가는 경쾌한 문체와 섬세한 심리묘사를 더해 보편적인 성장소설로 발전시켰다. 고독감 속에서 세상과 투쟁하는 사춘기 소녀의 좌절과 절망, 분출하는 에너지가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소설이 그리는 모순적 상황을 한층 생생하게 만드는 것이 북한으로 돌아간 주인공 할아버지의 편지다. 북한이 지상낙원이라는 선전에 북송선을 타고 고국에 돌아간 할아버지는 첫 편지에서 ‘북한은 아주 살기 좋은 나라’라고 했지만 나중에는 ‘다음 편지를 기다리지 말고 나를 잊어 달라’고 말한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지니는 절규한다. 눈을 돌리고 싶지 않다고, 현실을 직시하고 싶다고. 소설은 출간 직후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연상케 한다는 호평을 받으며 신인작가로는 이례적으로 2만5000부를 찍었다. 유명 작가인 나카지마 교코(中島京子)로부터 ‘틀림없는 걸작’이라는 호평도 받았다. 작가는 출간 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는 것이 서툰 아이들, 자신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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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南 사드’ 싫다고… ‘핵개발 北’에 되레 原油공급 등 늘려

    중국이 식량 무상 지원과 함께 대북 원유 공급 등 대북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식량 지원이나 원유 공급 자체가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은 아니지만 6월 방중한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에 핵 개발 고수 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중국이 대북 식량 지원으로 화답한 것은 북핵 폐기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의심케 만들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의 대북 식량 무상 지원의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인 50만 t에 이른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 직후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나서서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한의 핵 개발을 가장 강력하게 압박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대북 지원을 늘려 강력한 지원 메시지를 보내는 중국이 과연 국제질서에 대한 책임을 걸머진 주요 2개국(G2)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대규모 식량 지원과 더불어 북-중 간 교역도 본격적으로 되살아나 유엔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증거와 증언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가 시작된 뒤 한동안 이에 동참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던 중국이 최근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남중국해 분쟁을 놓고 미국과 일본을 압박하는 동시에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반발 움직임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해관(세관)총서가 8일 공개한 국가별 월 무역액 통계에 따르면 6월 북-중 무역총액은 5억377만 달러(약 5564억 원)로 작년 같은 달 4억6042만 달러(약 5085억 원)보다 9.4% 증가했다. 안보리 제재 결의 채택 이후 4, 5월에 줄어들던 교역 규모가 회복된 것은 중국이 대북 수출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7월 이후 교역 규모는 더욱 크게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으로 가는 원유 송유관 시작 지점인 단둥(丹東) 외곽 원유 저장 시설을 드나드는 화물열차의 운항이 대북 제재 초기 하루 1편에서 6월 하순부터는 2, 3회로 늘었다고 전했다. 북-중 소식통은 이런 추세라면 올해 원유 지원 규모가 예년 평균인 50만 t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문은 또 유엔 제재 품목인 중국의 북한 철광석 수입이 올해 6월 전년 대비 2.7배로 증가했고 톈진(天津) 항에서는 대북 제재 이후 중단됐던 석탄 하역 작업이 이달 들어 재개됐다고 보도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중 국경에선 중국이 북한에 시멘트를 10만 t 이상 지원한다는 소문도 퍼져 있다고 전했다. 그는 “김정은의 지시로 건설되는 여명거리 공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면서 이를 부정부패의 기회로 보고 크게 한탕 해 먹으려는 북한 간부와 중국 상인 간의 거래가 북-중 국경에서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단둥 소식통을 인용해 “낮에는 중국이 대북 제재를 시행하는 것처럼 조용하다가 오후 8시만 되면 특수용접봉, 상수도관, 창유리, 타일, 시멘트 등 건설자재를 실은 북한행 차량이 긴 행렬을 이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얼마 전까지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차량의 통관은 1주일에 이틀만 가능했지만, 요즘은 매일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단둥에서는 지난달부터 신의주를 당일 둘러보는 여행이 시작돼 하루 관광객이 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중국이 자국 사업자 보호를 이유로 북-중 무역 통관을 다시 느슨하게 하고 있으며 밀무역도 대폭 묵인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중국 쪽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식량 지원 결정(6월 1일)은 한국 정부가 사드 체계 배치를 발표(7월 8일)하기 전에 내린 것이어서 사드 결정과 직접 연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최근 대북 지원 움직임이 보인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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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北에 식량 퍼주기… 제재 역행

    중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지원에 나섰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14일 “중국이 올해 중으로 북한에 식량 50만 t을 무상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중국 관계자들에게서 확인했다”며 “8월 초 대북 지원 옥수수를 실은 20t급 트럭들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북-중 국경 지역에서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지금까지 북한에 최소한으로만 식량을 지원했는데 올해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이와 함께 최근 대북 원유 공급과 무역 규모도 늘리고 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이날 북-중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 및 남중국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중국 압박이 이어지자 대북 제재를 완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3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에는 항공유(로켓 연료 포함) 대북 공급 금지가 포함됐으나 중국은 제재 직후 한동안 송유관이 막히지 않을 정도의 원유를 공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대규모 대북 지원 재개는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 기류에 역행하는 것으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이에 앞장선다는 것은 책임 의식을 망각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대북 식량 지원은 6월 1일 대규모 사절단을 거느리고 방중한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을 때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시 주석을 만난 이 부위원장은 식량 100만 t 지원을 요청했고, 중국은 50만 t을 제공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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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10억엔 용도 의료비로 한정하고 건건이 영수증 요구헀지만…

    한일 외교 수장(首長)이 12일 전화로 회담을 갖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사업의 틀에 합의한 배경에는 광복절을 앞두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려는 양국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3일 “화해·치유재단의 사업내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양국 당국자가 ‘8월 15일 이전 큰 틀에서의 합의’를 강하게 의식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측은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미래지향적인 내용으로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고, 일본은 양국에 이익이 된다는 판단에서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및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로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양국의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일본은 화해·치유재단에 내는 10억 엔(약 109억 원)이 배상금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용도를 의료간호비로 한정하고 건건이 영수증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령의 피해자에게 비현실적이라는 점에서 막판에 ‘명예 회복과 상처 치유를 위한 맞춤형 지원’이라는 한국 측 안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일본 우익 진영에서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졸속 결정’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13일 “여론의 반발이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강경한 태도였던 자민당의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부총재는 “일본 국민에게는 다소 불만이 남을 수 있겠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매우 이해받기 쉬울 것”이라고 자제하는 반응을 보였다. 요미우리신문은 “다만 일부 자민당 의원들로부터는 ‘소녀상 철거의 확약을 받았는지에 대해 정부가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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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장원재]‘캡사이신’은 답이 아니다

    3월 말 도쿄(東京)대 고마바(駒場)캠퍼스에서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저서 ‘제국의 위안부’를 두고 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정통한 이들이 다섯 시간 가까이 머리를 맞댔다. 토론회 말미에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한 일본인 대학 교수가 “한국이라면 이런 토론회 자체가 열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중석에 있던 한 한국인이 손을 들고 “이의가 있다. 당신은 우월적 시각에서 한국을 보고 있다”고 반발해 토론회가 잠시 중단됐다. 최근 화해치유재단의 김태현 이사장이 캡사이신(고추 추출물)액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일본인 교수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한국에서 위안부 문제를 두고 찬반 세력이 모여 토론할 장이 마련될 수 있을까(물론 찬반 어느 한 진영의 토론회는 최근 한국에서도 있었다). 도쿄대 토론회에선 박 교수의 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A조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B조가 치열하게 맞섰다. 일본에서 보기 드물게(?) 객석에서는 박수와 야유가 교차했고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일부 참석자는 중간에 퇴장했다. 하지만 누구도 단상을 점거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진 않았다. 같은 캠퍼스에서 지난달 31일에도 작년 말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논의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다섯 시간 반 동안 열린 행사에는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등 수십 년 동안 이 문제에 천착해온 학자와 운동가가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일요일 오후였지만 좌석 200여 개가 모두 차 간이의자를 놓아야 할 정도였다. 1990년대 중반 아시아여성기금을 주도했던 와다 교수는 “지금 누구도 합의를 파기할 수 없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보완이나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어 발전 계승하기 어려운 합의이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고 맞섰다. 현실론과 원칙론의 싸움이었다. 전자는 한일 정부 간 합의를 없었던 것으로 하기는 어려우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성향을 볼 때 더 나은 협상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후자는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이번 합의는 진전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참석자는 “일본 정부가 출연하는 10억 엔(약 110억 원)으로 위안부 소녀상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질의응답이었다. 백발의 청중이 손을 들었다. 한 할머니는 “필리핀 위안부를 25년 동안 지원해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합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다른 할머니는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 위안부 할머니와 교류해 왔는데 이미 다 돌아가셨다’며 생전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했다. 오랜 시간의 무게가 담긴 이들의 발언에서는 간절함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누구도 소리를 지르거나 단상으로 뛰어나가지 않았다. 사회자의 지명을 받아 질문하고 앉을 뿐이었다. 올해 두 차례 도쿄대에 모인 전문가와 청중 가운데는 캡사이신 공격을 한 21세 청년이 태어나기 전부터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이들이 많았다. 피해자를 제외하면 지난해 미진한 합의에 가장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어떻게든 합의를 살리기 위해 아주 절실하게 노력하는 이들도 그 안에 있었다. 이들이 장시간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이 캡사이신액을 들 줄 몰라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 청년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장원재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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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기획]“미래에 투자하는 기업가 50명은 있어야 한국이 산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나 미국 대선전처럼 앞으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을 지향하며 민주주의가 한계에 부닥치는 사례가 여기저기서 나올 것입니다.” 일본 도쿄(東京)의 사무실에서 최근 만난 세계적 경영사상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73) 비즈니스브레이크스루대 총장은 앉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많은 나라에서 포퓰리즘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민주주의는 유권자에 대한 교육을 전제로 하는데 교육 없이 투표만 하면 가장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이 선거에서 이기게 된다”고 말했다. 오마에 총장은 “나는 저널리즘의 쇠퇴가 최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멋대로 하려는 정부, 정치인을 엄격하게 검증하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봐도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말하는 것에는 진실성이 전혀 없는데 그걸 제대로 보도하지 않습니다. 뉴욕타임스 등에서 트럼프를 비판하지만 그 정도로는 안 됩니다. 그가 얼마나 거짓말쟁이인지 낱낱이 밝혀야 합니다. 트럼프는 이민을 막자고 하는데 지금까지 본인의 배우자 3명 중 2명이 이민자 아닌가. 적당히 좀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공립대 등록금 면제 등 재원 마련 대책이 없는 무책임한 공약을 내놨습니다.” 미국 대선에 대해 일본이나 한국 등 주변국 최대의 관심은 민주 공화 양당 모두 보호무역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전문가인 그와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세계 자유무역 체제의 미래로 이어졌다.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끝났다고 본다. 트럼프는 당선되면 TPP를 탈퇴하겠다고 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다시 협상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협정 내용을 뜯어보면 재협상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 회원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서명해야 발효가 되는데, 이는 미국(60%)과 일본(18%)이 모두 동의하지 않으면 발효될 수 없다는 뜻이다. 미국만 반대해도 안 된다. 일본은 미국이 하지 않으면 먼저 나서지 않을 것이다.” ― 미국이 앞장서 보호무역을 주창하면 일본도 피해가 크지 않을까. “40년 이상 비즈니스 세계에 있으면서 언제나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을 봤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라고 해도 반드시 피해 나갈 길이 있다. 미일 무역전쟁 때 미국은 TV, 자동차, 철강 등 각종 상품의 관세율을 높이고 수량 제한(쿼터)을 정해 수출량을 줄이도록 압박했다. 플라자 합의 등으로 엔화 강세를 유도하면서 한때 달러당 360엔이던 환율이 80엔으로 떨어졌다. 달러로 받는 무역 대금이 4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그래도 현지 생산과 혁신으로 살아남았다.” ― 한국의 경우 무역 의존도가 높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걱정하는 건 당연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 그걸 극복하면서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나라에서도 사업을 한다는 결기를 가진 경영자만이 글로벌 기업을 만들 수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1980년대 초 9000달러에 팔던 자동차 ‘코롤라’의 가격을 1980년대 말에는 3만5000달러로 올렸다. 그래도 혁신을 더해 판매량을 유지했다. 현지 생산도 확대해 지금은 세계 51곳의 공장 물량을 조정하며 환율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0원 내려간다고 큰일 났다고 할 정도라면 글로벌 기업이 되기 어렵다. 한국 기업은 아직 거점을 한국에 두고 부품을 중국에서 만들어 부산에서 수출하는 모델이 많다. 이는 글로벌화의 첫 단계에 불과하다. 다음 단계로 가려면 40대 시절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같은 기업가가 50명은 있어야 한다.” 그는 ‘경제가 성공하면 원화 가치가 높아져 점점 더 괴로워진다’는 ‘중진국의 딜레마’ 얘기를 꺼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정말 무역으로 살아남고 싶다면 원화 가치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성공의 대가이고 이를 극복하려면 혁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에서 생산하는 물량만큼의 생산기지를 해외에서 구축할 정도로 용기 있는 사람이 계속 나와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는 쓴소리도 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관련해 오마에 총장은 “선출된 이들에게 결정을 위임하는 간접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한 나라에서 갑자기 국민투표를 하면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며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국민투표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스위스처럼 직접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는 중요하지 않은 것도 반드시 투표로 정한다. 커뮤니티 안에서 교사를 결정하는 것도 투표로 정한다. 그리고 국민이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한다. 최근 (매월 약 300만 원을 준다는) 기본소득 방안이 부결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영국이 EU 이탈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영국인이 얼마나 간단히 과거를 잊는지 놀랐다. EU가 출범하기 전 영국은 실업률이 17%에 달하는 비참한 상황이었다. 경영자들은 패배주의에 빠져 있었고 미국, 일본과 경쟁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영국은 대단하다. 경제가 번영하고 실업률은 4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가장 좋은 상태다. 그것은 EU에 있으니까 그런 것이다. EU를 이탈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한국에 ‘헬 코리아’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는데 영국이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헬 잉글랜드’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 EU를 떠나겠다는 것이 영국 국민의 선택이었는데…. “많은 영국 국민이 지금 후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이 EU를 떠나면 먼저 스코틀랜드가 독립을 선언할 것이다. 2년 전 스코틀랜드 독립투표에서는 아슬아슬하게 ‘잔류’를 선택한 쪽이 더 많았다. 이유 중 하나는 독립 후 EU에 들어가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EU에 가입하려면 28개 회원국이 모두 찬성해야 하는데 영국은 독립한 스코틀랜드의 가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그게 억지력으로 작용했다. 이번에 영국이 나가 버리면 반대할 나라가 없어지기 때문에 스코틀랜드 독립파가 이길 것이다. 그러면 웨일스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로 통합하려는 이들과 영국에 남으려는 이들이 대립하면서 다시 내전 상태가 될 수 있다. 어떤 경우라도 그레이트브리튼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이 100%다. 이런 상황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것이다.” ― 왜 영국이 EU 이탈을 선택했다고 보나. “EU가 지나치게 세부적인 것까지 결정하려 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오후 9시까지는 들어오라고 하거나, 화장을 그만두라고 하면 듣기 싫은 것과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간섭하니 자유롭게 해 달라, (영국 독립당의) 나이절 패라지 전 대표는 그 점을 강조했다. 또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감정의 문제도 있었다. 영국은 일자리가 많고 영어를 쓰기 때문에 헝가리, 루마니아 등에서 이민자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현재 영국의 실업률이 5%인 것을 보면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반면 브렉시트 반대파는 논의 진행 방식이 너무 서툴렀다. 영국 자체가 분열되고 붕괴할 수 있다는 얘기 대신 이민·난민의 손해가 어느 정도라든가, 시티오브런던(런던의 금융 중심지)의 금융회사들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갈 거라든가 하는 얘기뿐이었다.” ― 일본 기업 1380곳이 영국에 진출해 있다. 영국이 유럽 진출의 거점이 된 이유가 있나. “40년 넘게 전략 컨설팅을 하며 일본 기업의 유럽 진출을 조언해 왔다. 당초 일본 기업들은 유럽에는 국가별로 투자를 했다. 그런데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투자는 모두 실패했다. 근로자들의 작업 태도가 좋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회사 경영에 간섭을 했다. 독일은 나뉘어 있을 때는 시장이 작았다. 지금은 실업률이 낮아 공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해도 모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영국이 EU에 들어간 후 EU 전체라는 거대 시장에 대한 투자를 영국에 집중했다. 영어를 쓰니 사원 교육과 관리가 쉽다는 이점도 있었다. 영국도 처음에는 공장의 불량률이 6, 7%에 달하는 등 여건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근로자들을 일본에 불러 공장 연수를 시키는 등 교육을 해 약 5년 만에 일본 공장과 같은 수준의 품질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닛산의 영국 공장은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지금은 일본 전자업계가 어렵지만 예전에는 소니, 파나소닉 등도 영국 웨일스에 대규모 공장을 지어 성공을 거뒀다.” 마지막으로 오마에 총장은 EU를 이탈한 영국의 미래에 대해 “지금만큼 좋은 조건을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은 지금 EU에서 좋은 점만 취하고 있어요. EU에 가입해 있지만 통화는 파운드를 사용합니다. 국내총생산(GDP)은 프랑스보다 높지만 분담금은 프랑스보다 적게 냅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미국 쪽으로 접근하면서 응석을 부리지요. 영국은 원래부터 EU와 친한 사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나도 예전에 책에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 해협이 대서양보다 넓다’는 표현을 쓴 적도 있습니다.” ○ 오마에 겐이치 총장은…1943년 일본 후쿠오카 현 출생. 일본 와세다대, 도쿄공업대 원자핵공학 석사를 거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원자력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 입사해 일본지사장,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을 지내며 글로벌 기업 및 역내 주요 국가와 도시의 자문역으로 활동해 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994년 그를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 등과 함께 세계 5대 ‘경영 구루(사상가)’로 선정했다. 2010년 인터넷으로 경영학 교육을 하는 비즈니스브레이크스루대를 설립해 인재 양성에 힘 쏟고 있다.  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서영아 특파원  }

    • 201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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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반대로 ‘北미사일 규탄 성명’ 불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3일 오후(현지 시간)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처음으로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진 것에 대해 규탄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합의된 성명을 채택하진 못했다. 이날 회의 소집을 요청한 한국 미국 일본 등 3국의 유엔 주재 대사들은 회의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런 도발은 조직적이고 포괄적인 위협”이라고 밝혔다. 오준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세계적인 (핵과 미사일) 비확산 노력에 심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고, 서맨사 파워 주유엔 미국대사는 “대북 제재 이행의 강도를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벳쇼 고로(別所浩郞·63) 주유엔 일본대사도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담은 (안보리) 성명서가 최대한 빨리 채택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와 연결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성명 채택에 난항이 예상된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하려면 러시아 및 중국과 효과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 강화 법안을 주도한 공화당 코리 가드너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북한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적인 군사적 옵션 모색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일본에서 사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SM-3 요격미사일(고도 150∼500km)과 지상의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고도 20km)로 상·하층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4일 “(이번 노동미사일이) 만약 일본 영토까지 날아왔어도 요격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전하면서 “육상 배치형 고고도 요격시스템 도입 논의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워싱턴=이승헌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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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실전용 각도 발사… 주일미군 레이더기지 코앞에 떨어뜨려

    3일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에선 과거와 다른 예사롭지 않은 대목들이 감지된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1주년을 앞둔 대남 무력시위 이상의 전략적 의도가 엿보인다는 얘기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2기의 노동미사일 가운데 1기는 1000km가량 날아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EEZ까지 날아간 것은 처음인 데다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최대 사거리(약 1300km)에 가깝게 발사한 것도 전례가 없다. 북한은 2006년 7월부터 최근까지 노동미사일을 모두 75∼85도의 고각(高角)으로 발사했다. 이 때문에 비행거리도 400∼650km 안팎에 그쳤다. 올해 3월과 7월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이 유사시 미 증원전력이 들어오는 한국 내 주요 항구와 비행장에 대한 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45∼55도로 발사했고 비행궤도도 안정적이었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군 관계자는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전력이 발진하는 주일 미군기지와 이를 지원하는 일본 내 군사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노동미사일이 낙하한 일본 아키타(秋田) 현 오가(男鹿) 반도 서쪽 250km 해역에서 북동쪽에 있는 샤리키(車力) 미군기지까지의 거리는 약 300km에 불과하다. 이곳에 배치된 탄도미사일 조기경보레이더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레이더와 유사한 기종으로 북한과 중국의 탄도탄 감시가 주 임무다. 평양 인근에서 노동미사일을 발사하면 이 기지가 사정권에 들어간다. 평양 일대에 배치된 노동미사일을 황해북도 은율 지역까지 이동시켜 발사한 것도 주일 미군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의 진전 결과를 시험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개발 중인 소형 핵탄두와 무게가 비슷한 모의 탄두를 노동미사일에 실어 주일 미군을 겨냥한 핵 타격 능력을 점검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노동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약 700kg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700∼1000kg 안팎의 핵탄두를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군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은 사드가 배치돼도 무수단미사일과 노동미사일로 괌과 주일 미군기지에 동시다발적 핵 공격 위협을 통해 유사시 미군 개입을 저지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규탄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와의 전방위적 공조를 통해 대북 제재 및 압박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 탄두가 자국 EEZ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되자 일본은 비상이 걸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안전 보장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용서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비판했다. 오전 11시 15분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동안 주로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던 북한 미사일이 이번에는 일본을 향해 날아왔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낙하 지점 인근에 전국 어선이 모이는 어장이 있다”고 전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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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北선수단에 “금메달 5개 이상 따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에게 “금메달을 5개 이상 따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도쿄신문이 북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달 최측근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얼마나 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 부위원장은 이종무 체육상, 손광호 체육성 부상과 함께 김정은을 찾아가 ‘금메달 3개, 은메달 6개, 동메달 6개’를 목표로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정은이 “금메달 3개는 너무 적다”며 “적어도 금메달 5, 6개는 따서 돌아와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선수단이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역대 최다인 금메달 4개를 땄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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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아베, 취임 후 최대 경기부양책 발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12년 취임 후 가장 큰 28조1000억 엔(약 303조 원)규모의 경기부양 대책을 발표했다. 신흥국 경기부진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주춤하는 아베노믹스를 회생시키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일본 정부는 2일 저녁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경제대책을 확정했다. 규모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56조8000억 엔)과 2008년(37조 엔)에 이어 역대 3번째다. 경기부양책에는 시속 600km의 자기부상열차 리니어 신칸센 개통을 예정(2045년)보다 8년 앞당기기 위해 3조 엔(약 32조 원)을 투입하는 등 인프라 정비에만 10조7000억 엔(약 116조 원)을 동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개인 소비를 살리기 위해 저소득층 2200여만 명에게 일률적으로 1만5000엔(약 16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간호 및 보육 종사자 처우 개선 및 관련 시설 확충 등 아베 총리가 내세우는 ‘1억 총활약사회’ 대책에도 3조5000억 엔(약 38조 원)이 배정됐다. 4월 구마모토(熊本) 지진 등에 대한 복구 및 부흥 예산 3조 엔도 포함됐다. 일본 정부는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를 1.3%포인트 끌어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당정 정책 간담회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대담하게 실행할 강력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이미 주요 내용이 알려진 데다 당장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닛케이평균주가는 1.5% 하락했고, 엔-달러 환율도 소폭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이번 경제대책을 두고 ‘부풀리기’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28조1000억 엔 중 실제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출하는 금액은 7조5000억 엔(약 81조 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올해와 내년 이후에 지출하는 금액을 합친 수치다. 한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날 저녁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와 긴급 회동을 갖고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중앙은행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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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포켓몬 잡느라 정신 팔려…국경 넘어가고 절벽서 추락

    포켓몬 캐릭터의 고향인 일본에서는 포켓몬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젊은이들이 포켓몬 고 게임에 열중하면서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NHK에 따르면 25일 오전 일본 중부의 시가(滋賀) 현 오쓰(大津) 시에서 21세 남성이 게임에 열중하다 3중 추돌 사고를 냈다. 이 남성은 “포켓몬 캐릭터가 근처에 있다는 진동이 울려 포획하려다 신호등에서 멈춘 앞차를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24일 기후(岐阜) 현 미노(美濃) 시에서는 브라질 국적의 24세 남성이 포켓몬을 잡겠다며 고속도로에 들어갔다가 경찰에 발견됐다. 이 남성은 “인근 강가에서 바비큐를 하다 게임에 몰두해 고속도로에 들어가게 됐다”라고 밝혔다. 나고야(名古屋) 시에서는 자전거를 타며 게임을 하던 여대생의 가방을 괴한이 빼앗아 가는 사건도 발생했다. 게임이 선보여진 22일에는 교토(京都)에서 대학생이 역대 일왕의 거주지 고쇼(御所) 담장에 근접해 침입 방지용 경보가 울리고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방자치단체 등은 주의를 촉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군마(群馬) 현 도미오카(富岡) 시는 세계문화유산인 도미오카 제사장(製絲場) 주변 두 곳에 ‘출입 금지 구역 및 사고에 주의하고 주변 사람을 배려해 달라’는 간판을 설치했다. 구마모토(熊本) 시의 명소인 구마모토 성은 게임 개발에 관여한 닌텐도 측에 성내에 포켓몬이 나타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포켓몬을 잡으려는 게이머들이 4월 지진으로 심하게 파손된 성의 진입 금지 구역에 들어가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신사와 사찰도 경내에서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선언했다. 일본(22일)보다 먼저 포켓몬고 게임이 시작된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캐나다에 사는 10대 형제는 24일 포켓몬 고를 하던 중 걸어서 불법으로 미국 국경을 넘어가다 미 국경수비대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국경수비대는 “두 청소년 모두 포켓몬 고 게임에 빠져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18일 인도네시아에서는 포켓몬 고를 하다가 군사기지에 들어간 20대 프랑스인 남성이 체포되기도 했다. 이 남성은 보안 요원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들어갔다가 체포됐고, 수 시간 신문을 받고 나서야 풀려났다. 포켓몬이 아니라 사람을 잡는 참사도 일어나고 있다. 21일 과테말라의 치키물라 시에서는 포켓몬 고의 가상 아이템을 획득하려고 철로 위를 걸어가던 10대 청소년 2명을 향해 지나가던 차에서 갑자기 총격을 가해 한 명은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는 포켓몬 고에 열중한 남성 두 명이 24m 높이 해안 절벽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혼란이 가중되자 급기야 ‘포켓몬 고 금지령’도 내려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대통령궁이 나서 금지령을 내렸고 사우디아라비아 종교계도 포켓몬 고를 막는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를 선포했다. 11일 미 해병대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최근 사격장에도 포켓몬 고를 즐기는 게이머들이 등장하고 있다”라며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 뜻하지 않은 미담도 이어지고 있다. 11일 미국 미시간 주에서는 포켓몬 사냥을 즐기던 한 남성이 여성 음주 운전자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해 사고를 막았다. 12일 캘리포니아 주 풀러턴에서는 포켓몬 고를 하며 걷던 미국 해병대원 2명이 흉기로 행인을 위협하던 남성을 제압해 경찰에 넘기기도 했다. 하루에 많게는 수 km를 이동하며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포켓몬 고의 특성상 게임을 즐기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우울증 등 정신장애로 외출을 삼갔던 환자들이 자연스레 야외 활동을 하게 돼 활력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 정신건강 관련 온라인 네트워크인 ‘사이키 센트럴’의 창립자인 존 그로홀 박사는 12일 “포켓몬 고와 같은 가상현실이 현실의 건강 상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게임을 즐기러 야외로 나가 상쾌한 공기를 쐬는 행위는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황인찬 기자}

    • 201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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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관계 개선은 故人의 확고한 뜻”…와카미야 前아사히신문 주필 日추모식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전 아사히신문 주필의 추모식이 29일 저녁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데이코쿠(帝國) 호텔에서 열렸다. 와카미야 전 주필은 4월 말 한중일 국제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했다가 호텔에서 쓰러져 향년 68세로 별세했다. 추모식에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 의장 등 일본 정관계의 주요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 이사장, 공로명 동아시아재단 이사장, 유명환 한일포럼 회장, 이준규 주일 대사, 정구종 한일문화교류회의 위원장, 이낙연 전남도지사, 심규선 본보 대기자 등이 참석했다.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발표했던 고노 전 의장은 수십 년 동안의 친분을 언급하며 “일본은 귀중한 보물을 잃었고, 개인적으로는 큰 도서관 하나를 잃은 기분”이라고 애도했다. 또 “고인만큼 한국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 사람은 없다. 한일 관계는 반드시 좋아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공 이사장은 “와카미야 전 주필은 진정한 의미의 아시아인이었다”며 “2010년부터 동아일보에 ‘와카미야의 동경소고’라는 칼럼을 연재하며 많은 한국인의 공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와타나베 마사타카(渡邊雅隆) 아사히신문 사장은 “테러 등 세계의 대립이 심각해지는 지금이야말로 와카미야 전 주필의 뜻을 남은 사람들이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평생 노력했던 공을 기려 고인에게 수교훈장 흥인장을 추서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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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잡았다, 포켓몬 고…열렸다, 136兆 시장

    위쪽 절반은 빨갛게, 나머지 반은 하얗게 칠해진 단단한 공.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수천만 명이 스마트폰 안에서 던지고 있는 ‘몬스터 볼’이다. 1995년 닌텐도의 게임 시리즈로 처음 탄생한 포켓몬이 20년이 지난 올해 증강현실(AR)이라는 첨단 기술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복귀했다. AR 게임 ‘포켓몬 고’(사진)는 6일(현지 시간)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에서 서비스된 직후 바로 돌풍을 일으켰다. 국내에선 정식으로 서비스되지 않았지만 이미 100만 명 이상이 내려받았고, 강원 속초·양양과 울산 등 일부 실행 가능 지역에선 ‘포켓몬 고 순례자’들로 진풍경이 빚어졌다. 16일 유럽 26개국으로 서비스가 확대된 데 이어 22일에는 일본에서도 포켓몬 고가 정식으로 서비스되면서 한국 게임 유저들이 체감하는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24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의 쇼핑 1번지 긴자(銀座)의 번화가에서 포켓몬 고 게임을 하고 있던 직장인 다카노 마이(高野麻衣·27) 씨는 “하루 종일 친구와 시내를 돌면서 포켓몬을 잡을 계획이다”며 웃었다. 시장조사기관 디지캐피털에 따르면 글로벌 AR 시장 매출 규모는 2020년에 1200억 달러(약 136조 원)까지 늘어 가상현실(VR) 시장(300억 달러)의 4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VR에 밀려 조명 받지 못했던 AR 세계를 포켓몬 고가 열어젖힌 셈이다. ▼ ‘포켓몬 성지’ 떠오른 속초-울산… 방문객 10배 뛰며 ‘GO’ ▼“여기 있다.” “또 잡았다.” “벌써 50마리 넘었어.” 25일 오후 강원 속초시 엑스포광장에는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에도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포켓몬 사냥에 나선 유저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걸어 다니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자전거는 물론이고 전동휠과 미니오토바이까지 등장했다. 엑스포광장의 임대업자들은 발 빠르게 이 같은 이동수단에 휴대전화 거치대를 설치했다.속초, 식지 않는 포켓몬 고 ‘열기’ ‘포켓몬 고’ 태초 성지인 속초의 포켓몬 고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평일인데도 서울발 속초행 고속버스는 거의 매진이고 포켓몬 출몰 지역으로 소문난 엑스포공원과 속초해수욕장, 속초관광수산시장, 대포항 등은 인파로 북적였다. 서울 강남과 속초를 운행하는 동부고속 운전기사 백재호 씨(58)는 “빈자리 없이 꽉 차서 왔다. 예전에 비해 청소년이나 젊은층이 많아 포켓몬 고 열기를 실감한다”며 “버스가 포켓몬 고 가능 지역으로 알려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들어서면서부터 승객들이 포켓몬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초등생 자녀들과 함께 왔다는 김영훈 씨(41·서울)는 “피서를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아이들이 포켓몬 고 게임을 원해서 속초로 오게 됐다”며 “피서도 하고 게임도 즐기고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포켓몬 고 덕분에 이병선 속초시장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이 시장은 만화 포켓몬에 나오는 오 박사를 패러디한 이 박사 복장으로 주말과 휴일 오후 1시간씩 엑스포공원에 상주하는데 유저와 관광객들이 같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설 정도다.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해외 언론까지 인터뷰 요청이 쇄도해 벌써 CNN, NHK, 알자지라 방송까지 탔다. 미국과 아프리카에 사는 지인들이 방송을 보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울산과 부산은 희비쌍곡선 “속초까지 안 가도 되니 정말 좋아요.” 부산에 사는 직장인 백모 씨(30)는 친구 3명과 22일 오후 울산 울주군의 간절곶으로 향했다. 백 씨 일행은 이달 초부터 포켓몬 고 게임을 하기 위해 속초로 가려고 몇 번 시도하다 거리가 멀어 참았다. 그는 “일본에서 서비스가 되면 부산이나 울산에서 가능할지 모른다는 기대로 꾹 참았는데 정말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이들은 이날 간절곶에서 10시간 정도 포켓몬을 사냥하고 돌아왔다. 울산이 속초, 울릉도에 이어 ‘포켓몬 고 성지’로 떠올랐다. 포켓몬 고가 일본에서 공식 출시된 22일부터 울산 간절곶 일대에는 평소보다 10배가량 많은 방문객이 몰리고 있다. 갑작스러운 관광 특수에 울산시는 25일 포켓몬 고 서비스 지원을 위한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관광 안전 환경 행정 언론 등 5개 분야로 구성된 ‘지원 상황실’을 설치했다. 유저들을 위해 간절곶 일대에 공공 와이파이존과 휴대전화 충전 시설을 제공하고 더위를 피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햇볕 가림막과 음수대 등도 갖추기로 했다. 또 간절곶으로 이어지는 울산시티투어의 ‘해안탐방 관광코스’를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 울산과 달리 부산은 울상이다. 부산과 같은 서비스 권역으로 묶인 쓰시마 섬(대마도)이 갑자기 서비스 지역에서 제외돼 게임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19일 콘텐츠협력팀장 등 공무원 3명을 속초로 파견해 포켓몬 고 준비 상황을 벤치마킹하기도 했지만 허사가 됐다. 하지만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은 아예 포켓몬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15층 바닷가 전망 객실 3개를 ‘포켓몬 콘셉트룸’으로 꾸미고 피카추 치즈버거, 피카추 샌드위치와 케이크 등을 판매 중이다. 이 호텔 관계자는 “부산에서 게임 실행이 안 돼 아쉽지만 워낙 포켓몬 고가 열풍이어서 그런지 콘셉트룸 예약 문의는 다른 객실에 비해 훨씬 많다”고 말했다. 포켓몬 고 마케팅, 저작권에 발목 잡힐라 본격적인 피서철과 포켓몬 고 특수까지 겹친 속초시는 표정 관리를 해야 할 판이다. 게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 부산에서 게임 실행이 안 되기 때문이다. 울산에서는 간절곶 등 일부 지역에만 한정돼 도심 전체에서 게임이 가능한 속초와는 경쟁력에 차이가 있다. 포켓몬 고 유저들 덕분에 속초지역 상권은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포켓몬 출몰지로 소문난 곳의 편의점들은 ‘대박’이 났다. 더위에 지친 유저들 덕분에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은 불티나게 팔리고 비가 오면 우산과 우비가 동나기 일쑤다. 엑스포광장 옆 GS25의 아르바이트생 이술훈 씨(20)는 “평소에 비해 손님이 3, 4배는 많은 것 같다”며 “손님이 끊이지 않아 잠시도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속초시는 유저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포켓몬 출몰 지역 등이 담긴 지도와 와이파이 지도를 올렸다. 게임 인증샷을 찍어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 천연비누와 쿨타월 등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또 시립박물관은 포켓몬을 30마리 이상 포획한 방문객에게 다음 달 8일까지 무료 입장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포켓몬 고를 활용하려는 속초시와 지역 상인들은 저작권에 발목을 잡혔다. 25일 속초시를 방문한 포켓몬코리아 관계자로부터 저작권료 지불 없이는 ‘포켓몬’ 용어와 캐릭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포켓몬 고 안내 전단 등을 배포한 속초시는 난감한 입장이다. 혹시라도 문제가 될까 봐 홈페이지에는 ‘포켓몬 고’를 우리말로 바꾼 ‘주머니괴물 달려’라는 우스꽝스러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속초시장은 “속초가 포켓몬 고 선점 효과를 장기적으로 누리기 위해 업체와 포켓몬 캐릭터 활용 문제를 협의하고 일본 요코하마의 피카추 축제도 벤치마킹할 계획”이라며 “우선은 지금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게임을 하고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편의와 안전에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속초=이인모 imlee@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 201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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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재단 출범… 10억엔 용처 신경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사업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12월 한국 일본 정부의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은 28일 서울 중구 통일로 사무실에서 첫 이사회와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재단은 여성가족부 산하 비영리법인이다. 일본 정부가 출연할 10억 엔(약 108억 원)이 언제 전달돼 어떻게 쓰이느냐가 재단 활동 방향을 결정지을 핵심 사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8월 초 재단이 2차 이사회를 열어 재원 활용 방안을 확정짓고 이를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보완하면 곧 10억 엔이 한국 측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빨리 돈을 내는 것이 이행 책임을 한국에 넘기고 ‘도덕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판단이지만 보수층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재단 정관에) 미래 지향적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이를 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태현 재단 이사장은 현판식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0억 엔은 모두 피해자 할머니를 지원하는 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자금 사용처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혀 온도차를 보였다. 사업비는 크게 △피해자 할머니에게 전달할 직접 지원금 △추모 및 치유를 위한 간접 사업비로 나뉘는데 비율은 ‘7 대 3’이 거론된다. 피해자 가운데 생존자와 사망자에 대한 지원에 차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단 관계자는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상처를 치유한다는 게 기본 취지이고 생존자 중에 ‘이것만은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분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이사장은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신모 씨(21·무직)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뿌린 캡사이신(고추 추출물)액을 맞아 얼굴이 벌겋게 붓는 봉변을 당했다.조숭호 shcho@donga.com·이지은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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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출연금 70% 위안부할머니 직접 지원… 30%는 추모사업에

    우여곡절 끝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이 28일 공식 출범했지만 일부 피해자 할머니 및 시민단체가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재단 출범을 계기로 생존 피해자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을 통해 화합과 마무리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광복절 전 10억 엔 출연 여부가 관건 재단은 우선 8월 초 2차 이사회를 열고 한국 측 사업 내용을 확정한 뒤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확정 지을 예정이다. 광복절(8월 15일) 전에 일본이 사업 계획에 동의하고 약속한 10억 엔(약 108억 원)을 잡음 없이 전달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일본 정부 내에서는 가능한 한 빨리 돈을 내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돈을 내고 이행 책임을 한국에 넘겨야 ‘도덕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10억 엔이 재단에 전달되면 피해자 직접 지원금과 추모 사업비가 7 대 3 비율로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생존자는 40명이지만 지난해 합의 당시 기준으로 생존자는 46명, 사망자는 192명으로 산정한다. 정부와 재단은 생존자 500만 엔(약 5400만 원), 사망자 250만 엔(약 2700만 원) 선에서 직접 지원금(7억1000만 엔)을 지급하고 나머지 2억9000만 엔(약 31억1570만 원)으로 간접 사업을 시행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500만 엔은 1994년 ‘아시아여성기금’에서 한국 피해자에게 지급한 금액과 같다. 사무실 임차료 등 재단 운영비는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0억 엔 지불에는 문제가 없지만 국내용으로 비판받지 않도록 포장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측근은 외무성 간부에게 “출연금의 용도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면 돈을 낼 수 없다”며 조만간 열릴 국장급 협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할지 명확히 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 신문은 “한국이 한일 합의에서 언급한 재단의 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에 돈을 쓸 경우 일본 내에 반발하는 여론이 커지고 그런 비판이 아베 정권으로 향하지 않을까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과 관련해서는 일단 돈을 내면서 재차 다짐을 요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 불화와 상처가 가득한 하루 재단이 출범한 이날 하루 종일 불화와 상처만 가득한 상황이 이어졌다. 김태현 이사장은 이날 간담회 직후 이동하다 한 남성으로부터 캡사이신 세례를 받았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범행 직후 현장에서 검거된 남성은 신모 씨(21·무직)로 “한일 합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어 이런 행동에 나섰다”고 진술했다. 공범은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29일 중 특수 상해 혐의로 신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공격을 받고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큰 이상이 없어 바로 퇴원했다. 앞서 좋은대한민국만들기 대학생운동본부 소속 대학생 10여 명이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재단 출범 기자간담회 현장에 난입해 난동을 벌였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이날 오전 재단 출범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숭호 shcho@donga.com·김단비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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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경기부양에 300조원 풀겠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조만간 28조 엔(약 305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경기부양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27일 후쿠오카(福岡) 시에서 한 강연에서 “사업 규모 28조 엔이 넘는 종합적이고 대담한 경제대책을 다음 주에 매듭짓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올 한 해 예산(386조 원)의 80%에 육박하는 규모다. 아베 총리는 28조 엔 가운데 정부가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재정 투융자’를 포함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출이 13조 엔(약 142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대책에는 시속 600km의 자기부상열차 리니어 신칸센 개통을 예정(2045년)보다 8년 앞당기는 등 과감한 인프라 투자대책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개인 소비를 살리기 위해 저소득층 2200여만 명에게 일률적으로 1만 엔을 지급하는 등 총 2200억 엔(약 2조3980억 원)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경제대책을 결정한 뒤 9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번 경제대책은 2차 아베 내각 출범 직후인 2013년 경제대책 규모(13조 엔)의 2배를 넘는 파격적인 수준이다. 계속 경기가 얼어붙을 경우 그동안 아베노믹스 성과가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은행도 정부의 경기부양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 추가 금융완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금융정책결정회의(28, 29일)를 앞두고 복수의 추가 완화 방안을 마련해 총재와 부총재가 검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마이너스 금리 폭 확대, 국채 매입 규모 증액, 상장지수펀드(ETF) 구매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50년 만기 국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현재의 초저금리 상황을 활용하려는 것인데 중앙은행이 ‘헬리콥터 머니’처럼 돈을 직접 공급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또 올해 최저임금 시급을 3%(24엔·약 260원)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인상 폭인 18엔을 훌쩍 넘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이로써 올해 평균 시급은 822엔(약 8959원)이 됐다. 아베 정부의 목표치인 평균 1000엔(약 1만900원)에는 못 미치지만 800엔 선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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