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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님, 내가 지금 당신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당신은 영혼이 없는 것 같군요.(Mr. Prime Minister, I‘m looking into your eyes, I don’t think you have a soul.)”(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 “우린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것 같군요.(We understand each other)”(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총리) 2011년 3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난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눈 뒤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다. 이후 바이든은 미국 대통령이, 푸틴은 러시아 대통령이 됐다. 두 정상은 16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연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최악(a low point)’으로 치달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때다. 주요 외신과 각국 정부는 두 사람의 만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미국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 가장 긴 외교 분야 경력을 보유한 ‘외교 베테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38년 상원의원 등 미 연방 공직을 지냈고 7명의 미국 대통령을 거쳤다. 이 기간동안 바이든은 상원의원, 미 부통령 등의 지위로 3명의 소련 지도자들과 2명의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바이든이 ‘정상 대 정상’으로 러시아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0년 간 미-러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 관련 조약 등 크고 작은 일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문제, 사상 최악의 미-러 관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이 바이든의 ‘첫 번째 중요한 시험대(the first major test)’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과 러시아(소련 포함)의 50여 년 인연을 소개했다. 바이든은 1973년 미 상원의원이 된 첫 해에 모스크바를 첫 방문했다. 1975년 상원 외교위원회에 배치된 그는 1979년 8월 지미 카터 미 행정부 시절 러시아와의 전략무기제한협정(SOLT-Ⅱ)을 맺기 위해 상원대표단을 이끌고 소련을 방문했다. 당시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알렉세이 코시킨 총리, 드미트리 우스티노프 국방장관 등을 만났다. 1984년 2월 도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상원의원이었던 바이든은 미-러 제1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Ⅰ) 협상이 결렬된 뒤 윌리엄 코헨 공화당 상원의원과 모스크바를 방문해 레이건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코헨 의원은 나중에 빌 클린턴 미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에 기용된 인물이다. 모스크바에 보내는 레이건 대통령의 메시지는 양국 무기 통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담고 있었다. 당시 레이건은 자신의 일기에 “두 명이 러시아에 갔고 다들 무기 감축에 몰두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둘 중 한 명(바이든을 가리킴)은 내가 이 문제에 진정성이 없다고 믿는 것 같다”고 썼다. 1988년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조약 비준 협상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다. INF는 그해 5월 미 상원의 인준을 받았지만 나중에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며 무력화됐다. 1991년 10월 바이든 대통령은 소련에 자유시장경제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미 상원 외교위 청문회를 주재했다. 그는 회의 도중 “불행히도 우리는 (소련의) 경제 안정을 위한 지원 기회를 무시하거나 포기하게 될 지도 모른다. 만약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는 소련에 새롭고 우호적이며 평화로운 국가를 세울 기회를 놓치게 된다. 나는 30년 뒤, 최소한 미국이 소련에 민주주의를 구축하기 위한 위대한 시도를 하기 위해 모든 합리적 방안을 시도했다고 말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이 된 바이든은 2009년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 미-러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외교 연설을 하며 “이제 리셋 버튼을 누를 때가 됐다”고 했다. 이듬해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은 새 전략무기감축협정에 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이든에게 “협정이 연내 상원의 인준을 받을 수 있도록 밤낮으로 매달려 달라”고 요청했다. 2011년 바이든은 러시아를 방문해 당시 총리였던 푸틴을 만났다. 그는 푸틴의 면전에 대고 “당신의 눈을 들여다보면 당신에게는 영혼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는 2001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푸틴을 만났을 때 “당신의 눈에서 영혼을 봤다”고 한 것에 냉소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자 푸틴은 기싸움에서 지지 않는다는 듯 바이든에게 “우리는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응수했다. CNN은 지난 1월 치러진 미 대선이 끝난 지 한 달 만에야 푸틴이 바이든의 선거 승리를 축하했다고 전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주요 7개국(G7)에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을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국가로 규정한 가운데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이번 회의가 ‘반(反)중국’으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14일 AP통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토 성명이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과장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많은 문제에 있어 우리의 라이벌이지만 동시에 많은 측면에서 우리의 파트너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G7은 중국과 이견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무역, 기술개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길 원한다”며 “확실히 말하지만 G7은 반중국 클럽이 아니다”라고 했다. 올해 G7 정상회의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나토 지도자들은 중국을 러시아처럼 적으로 보지 않는다. 나토 회의장의 그 누구도 중국과 신(新)냉전에 빠져드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의 이런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21세기 최대의 전략적 위협’으로 간주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행보에 맞추고는 있지만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것은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나토 회의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던 중국 문제를 이번에 주요 의제로 올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토 회의장 복도에서조차 베이징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됐다. 몇몇 회원국은 초강대국의 냉전에 말려드는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CNN은 “이탈리아와 독일은 중국이 ‘도발’로 여길 수 있는 문구를 나토 공동성명에 넣는 것을 불편해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다. 수출과 수입을 합쳐 288조 원에 이르는 규모다. 영국은 2025년까지 10년에 걸쳐 중국으로부터 1050억 파운드(약 166조 원)가량의 투자를 받기로 했다. 프랑스 동부 도시 브뤼마트에는 중국 기업 화웨이의 첫 해외 5세대(5G) 무선통신 장비 생산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같은 무역 거래 및 투자 유치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유럽 주요국들이 중국을 적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중국이 미국과 유럽 간 틈을 벌리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성장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며 “미국이 나토를 서태평양에 끌어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 “몇몇 나라는 미국의 수렁에 빨려 들어가고 싶지 않은 태도가 두드러졌다”고 덧붙였다. CNN은 “유럽과 미국의 분열을 확대시키는 것이 베이징 외교의 핵심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주요 7개국(G7)에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까지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한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이번 회의가 ‘반(反) 중국’으로 평가되서는 안 된다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14일 AP통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토 성명이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과장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많은 문제에 있어서 우리의 라이벌이지만 동시에 많은 측면에서 우리의 파트너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G7은 중국과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무역, 기술개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길 원한다”며 “확실히 말하지만, G7은 반(反)중 클럽이 아니다”고 했다. 올해 G7 회의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나토 지도자들은 중국을 러시아처럼 적으로 보지 않는다. 나토 회의장의 그 누구도 중국과 신(新)냉전에 빠져드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 정상들의 이 같은 발언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21세기 최대의 전략적 위협’으로 꼽은 것과는 다소 다른 태도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행보에 최대한 맞추고 있지만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나토 회의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중국 문제를 이번에 주요 의제로 올렸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토 회의장 복도에서조차 베이징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됐다. 몇몇 회원국들은 초강대국의 냉전에 말려드는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CNN은 “이탈리아와 독일은 중국이 ‘도발’로 여길 수 있는 문구를 나토 공동성명에 넣는 걸 불편해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다. 수출과 수입을 합쳐 288조 원에 이르는 규모다. 미국은 3위(약 232조 원)였다. 영국은 2025년까지 10년에 걸쳐 중국으로부터 1050억 파운드(약 166조 원) 가량의 투자를 받기로 했다. 프랑스 동부 도시 브휴마뜨에는 중국기업 화웨이의 첫 해외 5G 무선통신장비 생산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WP는 “헝가리 등 일부 나토 회원국은 중국에 투자를 요청하고 있다”며 “독일 등 다른 유럽국들도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선 중국과 협력해야 하면서 한편으로는 견제해야 하는 복잡한 처지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유럽의 상황을 잘 아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미국과 유럽 간의 틈을 벌리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성장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며 “미국이 나토를 서태평양에 끌어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몇몇 나라들은 미국의 수렁에 빨려 들어가고 싶지 않은 태도가 두드러졌다”고 덧붙였다. CNN은 “유럽과 미국의 분열을 확대시키는 것이 베이징 외교의 핵심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내용의 기밀문서를 폭로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투옥됐던 미국 방산업체 직원이 가석방됐다. 외신은 미국에서 기밀누설 혐의로 가장 긴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라고 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 당시 미국 정부가 내부고발자를 색출하기 위해 기소권을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14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국(NSA) 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2018년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이었던 리얼리티 위너가 이날 출소했다. 미국 공군 언어분석관으로 일했던 그는 제대 후 ‘플로리버스 인터내셔널’이란 방산업체에서 근무했다. 이 업체는 NSA의 계약업체였고, 위너는 기밀취급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그는 해당 기밀문서의 내용을 알게 된 뒤 이를 복사해 자신의 스타킹 속에 숨겨서 나왔고 언론에 전달했다. 위너의 변호인 앨리슨 그린터 앨슨은 이날 “위너는 모범수로 가석방됐고 주거지 재진입 프로그램에 들어갔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남은 형기는 집에서 복역하게 됐다는 뜻이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으로 꼽힌다. 이 사안은 폭로할 당시 26살이었던 위너는 트럼프 행정부가 방첩법을 적용해 기소한 첫 인물이다. 위너는 기소된 뒤 자신의 유죄를 인정했다. 당시 그는 “이 문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자료를 봤을 때 도대체 왜 이게 문제가 되지 않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검찰이 발표한 문서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 군 정보기관은 2016년 미 대선 투표일 전까지 투표용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한 곳 이상을 해킹해 100여 곳의 지방선거 시스템을 뚫으려 했다. 미국 탐사보도매체 ‘더인터셉트’는 위너에게 기밀문서를 전달 받아 2017년 6월 보도했고, 미 법무부는 보도 1시간 만에 위너를 체포했다. 기밀유출 범죄의 경우 보통 폭로부터 범인 검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위너의 경우 이례적으로 체포가 신속히 이뤄졌다고 당시 언론은 전했다.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에 민감한 사안이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가디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내부고발자를 색출하고 가혹하게 처벌하기 위해 일부러 엄격한 법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벼운 기밀유출죄 대신 1917년 제정된 방첩법을 적용한 것. 위너에 대한 징역형이 확정된 뒤 벳시 리드 인터셉트 편집장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방첩법 기소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급격히 증가했고, 트럼프의 법무부에서 남용되기 시작했다. 언젠간 역사의 혹독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너의 변호인들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위너에 대한 사면을 요청하기 위해 수 천 통의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위너에 대한 판결을 ‘매우 불공평하다’고 비판했지만 정작 사면은 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의 명백한 양면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WP, 뉴욕타임스, CNN 등 언론인들의 통화내역을 사찰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며, 법무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위너의 석방이 이뤄진 점을 주목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미국에서 연방 비밀유출혐의로 처벌된 사례 중 가장 긴 형량을 선고받았던 사람이 위너”라고 전했다.이은택기자 nabi@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러시아의 사이버 범죄자들을 미국으로 인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푸틴 대통령은 13일 러시아 국영TV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미-러 정상회담에서) 범죄인 인도에 합의한다면 러시아는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것은 미국도 똑같이 하기로 합의하고 이에 상응하는 범죄자를 러시아로 인도할 때에 한해서만”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사이버 안보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면서 최근 미국 기업들이 러시아 해커집단으로 추정되는 세력에게 사이버 공격을 당한 사건을 에둘러 언급했다. 그는 “어떤 시스템이든 연결이 끊어질 경우 매우 중대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게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친 조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의 사이버 범죄자 인도 가능성 언급에 대해 “잠재적으로 양국 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는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기반한 해커들이 러시아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면 나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12일) 푸틴 대통령이 미-러 관계가 ‘최근 몇 년간 가장 최악’이라고 말한 데 대해선 “그가 맞다고 생각한다. 최악의 상태(a low point)”라고 동의했다. 그러면서 “이는 그가 국제 규범에 부합되게 행동하느냐에 달렸다. 많은 경우 그는 그렇지 않았다”며 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푸틴 대통령에게 돌렸다. 양국 정상은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러시아의 사이버 범죄자들을 미국으로 인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푸틴 대통령은 13일 러시아 국영TV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미-러 정상회담에서) 범죄인 인도에 합의한다면 러시아는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것은 미국도 똑같이 하기로 합의하고 이에 상응하는 범죄자를 러시아로 인도할 때에 한해서만”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사이버 안보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면서 최근 미국 기업들이 러시아 해커집단으로 추정되는 세력에게 사이버 공격을 당한 사건을 에둘러 언급했다. 그는 “어떤 시스템이든 연결이 끊어질 경우 매우 중대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게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친 조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영국 콘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의 사이버 범죄자 인도 가능성 언급에 대해 “잠재적으로 양국 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는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기반한 해커들이 러시아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면 나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12일) 푸틴 대통령이 미-러 관계가 ‘최근 몇 년 간 가장 최악’이고 말한 데 대해선 “그가 맞다고 생각한다. 최악의 상태(a low point)”라며 동의했다. 그러면서 “이는 그가 국제규범에 부합되게 행동하느냐에 달렸다. 많은 경우 그는 그렇지 않았다”며 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푸틴 대통령에게 돌렸다. 양국 정상은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을 두고 ‘살인자’라고 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해 “그런 비난은 수십 번 들었다. 신경 안 쓴다”고 말했다. 또 자신과 우호적인 관계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다채로운 사람(colorful individual)’이라고 치켜세운 반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선 ‘직업 정치인(career man)’이라고 평가했다. 미-러 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시점에 나온 발언이다. 12일 미국 NBC방송은 전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한 푸틴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일부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당신을 살인자라고 한 말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살인자라는 표현은 ‘할리우드 마초’ 같은 말”이라고 했다. 실제보다 더 강하게 보이려고 거친 표현을 과장되게 했다는 것이다. 또 “나는 임기 내내 갖은 구실과 이유로 온갖 곳에서 비난을 받아왔고 익숙하다. 하나도 놀랍지 않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16일 있을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이는 일종의 기 싸움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3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정적(政敵)들을 제거한 살인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또 푸틴 대통령에게 맞서다 투옥된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문제를 미-러 정상회담 의제로 삼겠다고도 했다. NBC 기자는 지난 몇 년간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진 반(反)푸틴 인사들의 이름을 대며 ‘당신이 살인자가 맞느냐’고 물었다. 푸틴은 “저기, 무례하게 굴고 싶진 않지만 당신의 말은 언어적 소화불량처럼 거북하다”며 “당신이 말한 사람들은 각기 다른 시기에 다른 이유로 고통받거나 사라진 사람”이라고 얼버무렸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리켜 “당신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는 미국 기득권 출신도 아니었고 정계 거물도 아니었다”며 “비범하고 재능을 가졌다. 그렇지 않았으면 미국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좋게 평가했다. 이어지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는 “(트럼프와)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라며 “성년의 거의 모든 시기를 정치권에서 보냈다”고 했다. 또 “장단점이 있겠지만 미국 대통령이란 자리에 앉아 있는 만큼 충동적으로 움직이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각을 세우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NBC는 푸틴 대통령의 인터뷰 나머지 부분을 14일 방송되는 뉴스에서 공개한다. 양국 대통령은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각각 따로 열기로 했다. 공동 기자회견을 갖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 4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에는 모두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란이 미군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첨단위성시스템을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11일 보도에 대해 “말도 안 된다. 가짜 뉴스다. 난센스이자 쓰레기”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최근 미국 기업들을 공격한 해커 집단이 러시아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고 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국이 대만과 무역투자기본협정(TIFA)을 맺기 위한 고위급 대화를 본격 추진하고 나섰다고 9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은 그간 ‘하나의 중국’(중국은 대만과 나뉠 수 없는 하나다) 원칙을 주장하며 “레드라인(Red line)을 넘지 말라”고 수차 경고했지만, 미국이 사실상 이를 무시해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날 WSJ에 따르면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47)는 10일 대만 고위 관료와 TIFA 관련 협상을 위한 대화를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7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조만간 대만과 어떤 형태의 합의에 관한 대화를 할 것”이라며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회담 계획을 공개했다. TIFA는 국가 간 무역 거래에서 투자를 활성화하자는 협정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의 전 단계로 평가된다. 1992년 당시 칼라 힐스 USTR 대표가 대만을 방문했을 때 양국의 논의가 처음 이뤄졌고 1994년부터 협상이 진행됐다. 이후 대화는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주력하겠다면서 대만과의 논의를 중단했다. 협상을 재개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최근 대중(對中) 견제와 이를 위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를 보유한 대만은 미국에서도 중요 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만 역시 중국과 대립하는 관계지만 경제적으로 수출, 수입 모두 중국에 가장 크게 의존하는 처지여서 미국과의 무역 강화가 절실하다. 타이 대표는 대만 출신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대만계 미국인이다. ‘벨벳 장갑 안의 강철 주먹’으로 불리는 타이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로 꼽힌다. 그는 USTR 대표가 된 뒤 “중국에 대한 관세 폭탄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8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의 어떠한 공식 왕래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라”고 주장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자기장을 이용해 인체의 단층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의료기기인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개발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리하르트 에른스트 박사(사진)가 4일(현지 시간)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8세. 9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에른스트 박사가 그의 고향인 스위스 취리히의 공업도시 빈터투어에서 사망했고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1933년 8월 14일 태어난 에른스트 박사는 13세 때 공학자인 삼촌의 권유로 화학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스위스취리히연방공대를 졸업하고 1962년 MRI의 토대가 된 ‘핵자기 공명(NMR)’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에는 2차원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의료기기를 만들었고, 이후 3차원 영상을 구현하는 데도 성공해 MRI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이 공로로 그는 1991년 노벨 화학상, 울프 화학상, 호위츠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생전에 “나는 집에서 실험을 하다 폭발을 일으켜 부모님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당신의 아이들이 마음껏 실험을 하게 하라”고 했다. 유가족은 아내와 세 자녀가 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국이 대만과 무역투자기본협정(TIFA)을 맺기 위한 고위급 대화를 10일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은 그간 ‘하나의 중국’(중국은 대만과 나뉠 수 없는 하나다) 원칙을 주장하며 “레드라인(Red line)을 넘지 말라”고 수차 경고했지만, 미국이 사실상 이를 무시해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날 미국 미국무역대표부(USTR)은 캐서린 타이 대표(47)가 대만 최고 무역대표인 존 덩 장관과 화상회담을 열었다고 발표했다. 타이 대표는 미국-대만 간 무역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양측은 몇 주 안에 제11차 TIFA 협의회를 열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7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만과의 회담 계획을 공개했다. TIFA는 국가 간 무역 거래에서 투자를 활성화하자는 협정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의 전 단계로 평가된다. 1992년 당시 칼라 힐스 USTR 대표가 대만을 방문했을 때 양국의 논의가 처음 이뤄졌고 1994년부터 협상이 진행됐다. 이후 대화는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주력하겠다면서 대만과의 논의를 중단했다. 협상을 재개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최근 대중(對中) 견제와 이를 위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를 보유한 대만은 미국에서도 중요 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만 역시 중국과 대립하는 관계지만 경제적으로 수출, 수입 모두 중국에 가장 크게 의존하는 처지여서 미국과의 무역 강화가 절실하다. 타이 대표는 대만 출신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대만계 미국인이다. ‘벨벳 장갑 안의 강철 주먹’으로 불리는 타이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로 꼽힌다. 그는 USTR 대표가 된 뒤 “중국에 대한 관세 폭탄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8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의 어떠한 공식 왕래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라”고 주장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자기장을 이용해 인체의 단층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의료기기인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개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리하르트 에른스트 박사(사진)가 4일(현지 시간)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8세. 9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에른스트 박사가 그의 고향인 스위스 취리히의 공업도시 빈터투어에서 사망했고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1933년 8월 14일 태어난 에른스트 박사는 13살 때 공학자인 삼촌의 권유로 화학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ETH Zurich)를 졸업한 뒤 1962년 MRI의 토대가 된 ‘핵자기 공명(NMR)’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에는 2차원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의료기기를 만들었고 이후 3차원 영상을 구현하는 데에도 성공해 MRI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이 공로로 그는 1991년 노벨화학상, 울프 화학상, 호위츠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생전 “나는 집에서 실험을 하다 폭발을 일으켜 부모님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당신의 아이들이 마음껏 실험을 하도록 하라”고 했다. 유가족은 아내와 세 자녀가 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국이 대만과 무역투자기본협정(TIFA)을 맺기 위한 고위급 대화를 본격 추진하고 나섰다고 9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의 ‘하나의 중국(중국과 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다)’ 원칙을 미국이 정면으로 들이받은 것이어서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날 WSJ에 따르면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47)는 10일 대만 고위 관료와 TIFA 관련 협상을 위한 대화를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7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조만간 대만과 어떤 형태의 합의에 관한 대화를 할 것”이라며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회담 계획을 공개했다. TIFA는 국가 간 무역거래에서 투자를 활성화하자는 협정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의 전 단계로 평가된다. 1992년 당시 칼라 힐즈 USTR 대표가 대만을 방문했을 때 양국의 논의가 처음 이뤄졌고 1994년부터 협상이 진행됐다. 이후 대화는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주력하겠다면서 대만과의 논의를 중단했다. 협상을 재개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대중(對中) 견제와 이를 위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를 보유한 대만은 미국에서도 중요 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만 역시 중국과 대립하는 관계지만 경제적으로 수출, 수입 모두 중국에 가장 크게 의존하는 처지어서 미국과의 무역 강화가 절실하다. 타이 대표는 대만 출신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대만계 미국인이다. ‘벨벳 장갑 안의 강철 주먹’으로 불리는 타이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로 꼽힌다. 그는 USTR 대표가 된 뒤 “중국에 대한 관세 폭탄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8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의 어떠한 공식 왕래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대만 독립 분열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라”고 주장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세계 1위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수백조 원대 자산을 가진 부자들이 평범한 미국인보다 훨씬 낮은 소득세율을 적용받아 절세 효과를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조세 제도가 부유층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비판이 쏟아지는가 하면 ‘자산이 많다고 소득도 많은 것은 아니다’는 반론이 나오면서 논쟁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미국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는 미 국세청(IRS)의 비공개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2014∼2018년의 5년간 미국 최상위 부자 25명의 자산이 총 4010억 달러(약 447조 원)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이들이 낸 연방소득세는 136억 달러(약 15조1600억 원), 실제 세율은 3.4%였다. 연봉 7만 달러(약 7800만 원)인 미국 중위소득 가정의 실세율이 평균 14%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베이조스는 5년간 990억 달러(약 110조 원)의 자산을 불렸다. 이 기간 그가 낸 연방소득세는 9억7300만 달러(약 1조849억 원), 실세율은 0.98%에 불과했다. 머스크는 139억 달러(약 15조5000억 원)를 불렸으나 연방소득세는 4억5500만 달러(약 5073억 원·실세율 3.27%)만 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자산이 243억 달러(약 28조900억 원) 늘어나는 동안 연방소득세는 2370만 달러(약 264억 원·실세율 0.1%)만 냈다. 특히 베이조스는 2007년과 2011년, 머스크는 2018년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헤지펀드 투자자 칼 아이컨도 투자 손실과 대출 이자 등을 이유로 세금 공제를 받아 연방소득세를 적게 납부했다. 부자들은 어떻게 낮은 세율을 적용 받았을까. 이들의 자산이 불어난 첫째 요인은 보유 주식의 가치 상승이다. 미국은 ‘수익이 실현될 때만 소득이 발생한다’는 조세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주식이 급등하며 2006∼2018년 자산이 1270억 달러 늘었지만, 이 주식을 팔아 현금으로 쥐지 않는 한 이에 대해 소득세를 매길 수 없다. 대출을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미국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나중에 이를 갚아야 한다고 계산해 세금을 매길 때 그만큼 차감한다.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 577억 달러어치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세금을 줄였다. 비판이 커지자 ‘억울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아이컨은 “소득세는 소득세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있다. 가난하든 부유하든 소득이 없다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유한 자산에 세금을 따로 매기는 것과는 별개로, 소득이 없거나 손해를 봤는데 소득세를 내라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현재 미 의회에서는 민주당 소속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소득뿐 아니라 자산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런 의원은 이번 보도에 대해 “이제는 미국의 부자들이 공정한 세금을 내도록 할 때”라고 말했다. 파장은 큰 분위기다. IRS는 해당 문서의 유출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나섰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기밀정보를 부적절하게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와 베이조스는 이번 보도에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버핏은 “자산의 99% 이상을 납세와 자선활동에 쓸 것”이라고 해명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현대자동차 영국법인이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EV) 넥쏘의 공기정화 효과를 과대 광고했다며 영국 광고심의국(ASA)으로부터 광고를 중단하라는 결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수소차가 매연가스를 배출하지는 않지만 타이어 등 소모품이 닳으면서 미세한 유해물질이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SA는 이날 현대차가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넥쏘의 공기정화 효과를 홍보하는 광고를 게재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ASA는 결정문에서 “현대차의 광고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수소차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무시해도 될 정도로 미미하고, 공기 중 유해물질을 정화시키며, 아무런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고 이해하게 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넥쏘는 기존 가솔린이나 디젤 등 내연기관차처럼 배기가스를 방출하지는 않지만 브레이크, 타이어 등 소모품이 마모되면서 미세물질이 배출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ASA는 해당 광고를 다시는 게재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블룸버그는 수소차가 유해물질 배출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는 점을 상시키기는 결정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전문가 그룹을 인용해 “도로교통으로 인한 대기오염의 절반 이상은 자동차 브레이크와 타이어가 닳고, 노면이 마모되면서 발생하는 입자로 인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기정화필터를 장착한 넥쏘는 운행 중 공기를 흡수해 미세물질을 걸러낸 뒤 수증기를 배출한다. 유해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존 차와 똑같이 타이어, 브레이크 등 소모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유해 물질 발생은 차단할 수 없다. 블룸버그는 이로 인한 대기오염 비중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030년부터 영국에서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2035년부터는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 덧붙였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가상화폐 옹호론자가 이끄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이 비트코인을 사들이기 위해 40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회사는 이전에도 회사채를 발행해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가 손실을 입었다. 7일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총 4억 달러(약 4457억 원)에 이르는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발행 목적을 ‘비트코인 매입을 위한 자금 조달’이라고 명시했다. 이 회사는 2월에도 비트코인을 매입하려 10억5000만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지난해에도 같은 이유로 16억 달러에 이르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기존에 보유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해 올해 2분기(4∼6월)에만 최소 2억8450만 달러(약 3170억 원)의 손실을 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5월 중순 기준으로 9만2079개의 비트코인을 갖고 있어 전 세계 기업 가운데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며 회사의 비트코인 평가액이 50억 달러(약 5조5750억 원)를 넘었지만 최근에 코인 가격이 하락하면서 평가액도 34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회사 주가는 올 2월 주당 1034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47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 회사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세일러는 열혈 비트코인 옹호론자다. 그는 지난해 7월 비트코인 매입 계획을 처음 밝혔고 올 4월에는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거대 빅테크 기업들을 쉽게 넘어설 것”, “비트코인 시총이 100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업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판매지만 비트코인 투자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세일러는 ‘비트코인 이즈 호프(Bitcoin is Hope·비트코인이 희망이다)’라는 이름의 사이트도 운영 중이다. 각국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가상화폐 규제에 나서며 코인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업 인수 등 본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투자 대신 변동성이 큰 자산에 대한 투기 목적으로 회사채가 발행된다며 경고에 나섰다. 씨티그룹은 4월 투자보고서에서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매우 공격적이고 투자자들이 거래를 끊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며 “이 회사 주식을 팔라”고 했다. 투자회사 컴벌랜드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코톡 최고투자책임자는 “이 같은 투자는 ‘투기’”라고 비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가상화폐 옹호론자가 이끄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이 비트코인을 사들이기 위해 40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회사는 이전에도 회사채를 발행해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가 손실을 입었다. 7일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총 4억 달러(약 4457억 원)에 이르는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발행 목적을 ‘비트코인 매입을 위한 자금 조달’이라고 명시했다. 이 회사는 2월에도 비트코인을 매입하려 10억5000만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지난해에도 같은 이유로 16억 달러에 이르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기존에 보유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해 올해 2분기(4~6월)에만 최소 2억8450만 달러(약 3170억 원)의 손실을 냈다. 3분기 손실도 2억8450만 달러(약 3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5월 중순 기준으로 9만2079개의 비트코인을 갖고 있어 전 세계 기업 가운데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며 회사의 비트코인 평가액이 50억 달러(약 5조5750억 원)를 넘었지만 최근에 코인 가격이 하락하면서 평가액도 34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회사 주가는 올 2월 주당 1034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47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 회사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세일러는 열혈 비트코인 옹호론자다. 그는 지난해 7월 비트코인 매입 계획을 처음 밝혔고 올 4월에는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거대 빅테크 기업들을 쉽게 넘어설 것”, “비트코인 시총이 100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업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판매지만 비트코인 투자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세일러는 ‘비트코인 이즈 호프(Bitcoin is Hope·비트코인이 희망이다)’라는 이름의 사이트도 운영 중이다. 각국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가상화폐 규제에 나서며 코인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업 인수 등 본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투자 대신 변동성이 큰 자산에 대한 투기 목적으로 회사채가 발행된다며 경고에 나섰다. 씨티그룹은 4월 투자보고서에서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매우 공격적이고 투자자들이 거래를 끊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며 “이 회사 주식을 팔라”고 했다. 투자회사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코톡 최고투자책임자는 “이 같은 투자는 ‘투기’”라고 비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펜데믹(대유행) 이후에도 기업은 왜 재택근무를 마다하고 출근을 고집하는가.’ 8일 영국 BB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에 돌입했던 전 세계 기업들이 최근 다시 직원들에게 출근을 요구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BBC는 기업들이 업무 효율이나 생산성과는 무관한 이유로 일명 ‘출근주의’를 고집한다고 지적하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날 BBC는 “업무 효율이나 생산성 측면에서는 사무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펜데믹이 가르쳐줬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출근이 중시되고 있다면서 이를 ‘프레젠티즘’, 일명 ‘출근주의’라고 했다. 이를 ‘아무리 비(非)생산적이어도 그와 무관하게 회사에 헌신적으로 보이기 위해 육체적으로 출근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펜데믹 사태 전에 영국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80%는 회사에 출근 주의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이달 3일 미국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9월부터 주 3일 회사로 출근하는 근무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가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애플은 펜데믹 사태 이후 집에서 일하는 원격근무를 시행해왔다. 미국 백악관도 내달부터 재택근무를 해지하고 대면 업무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전체 직원의 20%는 집에서, 20%는 자기 부서가 아닌 다른 지역의 사무실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60%는 회사로 출근해야 한다. 백신 접종이 빠르게 이뤄지며 일상이 회복되기 시작하자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BBC는 출근주의가 아픈 직원들을 무리하게 사무실로 나오게 만들고 과로로 이어지는 유해한 환경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책상이나 컴퓨터 앞에 매여 있는 시간이 아니라 생산성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지만, 수년 째 이런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관리자’로 일컬어지는 직장 상사들이 출근주의를 고집하는 이유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했다. 브랜디 아벤 미국 카네기멜론대 테퍼경영대학원 교수는 “출근주의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할 시간이 있는 사람들에게 주로 유리하다”고 했다. 관리자 자신이 회사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경우 직원들에게도 이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리 톰슨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는 출근주의의 배경으로 ‘단순 노출효과’를 들었다. 사무실에서 자주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면 친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더 자주 출근하는 직원에게 회사가 감사하게 된다”면서 “이는 ‘후광 효과’로 이어진다”고 했다. 직원이 커피를 가져다주거나 주말 안부를 물어보면 그를 ‘달콤한 사람’, 즉 좋은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이는 승진이나 기타 혜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출근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스콧 소넨션 미국 라이스대 존스경영대학원 교수는 “관리자들은 측정 가능한 업무 성과보다는 직원이 책상에 앉아있는 한 생산성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BBC는 기업들이 ‘마지막으로 퇴근하는 사람’이나 ‘새벽에도 e메일에 응답하는 직원’을 선호하는 일을 그만두고, 이젠 생산성을 측정할 수 있는 명확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우리는 이 제품이 지침에 따라 사용됐을 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잇단 영아 사망사건을 일으킨 ‘피셔프라이스(Fisher-Price) 아기 침대(바운서)’의 책임을 묻기 위한 청문회가 미 하원의회에서 열렸다. 사측은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으로 일관했고, 의원들은 “기업의 도덕성이 부족하다”며 질책했다. 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날(7일) 미 하원의회에서는 유명 유아용품 제조기업 피셔프라이스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이 기업의 ‘록앤플레이 인클라인드 슬리퍼(Rock ’n Play inclined sleeper)‘ 아기침대는 일명 ’죽음의 요람‘ 사건으로 불리는 영아 연쇄 사망사건을 일으켰고 2019년 시장에서 퇴출됐다. 의원들은 제품 제조 과정에서 기업이 안전에 관한 연구를 게을리 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사측은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피셔프라이스의 모기업인 메텔의 이논 크라이즈 최고경영자(CEO)는 의회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해당 침대가 위험하다는 것을 부인하며 “우리는 이 제품이 지침에 따라 사용됐을 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들은 하원의원들은 분개했다. 존 사르벤스 의원은 “영아 사망의 책임을 부모 탓으로 돌리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라자 크리쉬나무시 의원은 “이 기업의 도덕성 부족은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펫 팔콘 의원은 “판매를 지속하기로 한 결정은 도덕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데비 와저맨 슐츠 의원은 “안전에 관한 연구가 얼마나 부실하게 이뤄졌는지를 안다면 부모들은 절대 그 침대를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판매 중인 피셔프라이스의 다른 제품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케이티 포터 의원은 피셔프라이스의 다른 침대 제품인 ’스위트 스너거퍼피 드림스 디럭스 바운서‘의 광고를 예로 들었다. 이 제품은 사망사고를 일으킨 문제 제품과 비슷하게 ’기울어진 침대‘처럼 생겼지만 제품설명에는 ’장시간 수면을 위한 제품이 아니다‘고 써있다. 포터 의원은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혼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신은 아기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제품, 즉 수면을 위한 제품으로 광고한다. 하지만 아기들이 그 안에서 잠드는 것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현재 록앤플레이 제품은 리콜이 진행 중이다. WP는 “리콜이 진행되는 동안 이 제품을 시장 출시 상태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사측의 결정에도 의회의 비판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록앤플레이 침대는 아기가 비스듬한 경사면에 누운 채 잠을 자도록 설계된 최초의 제품이다. 피셔프라이스의 유명세 덕에 전 세계적으로 500만 개가 팔려나갔다. 하지만 사측이 애초 유아 수면에 대한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했고, 안전여부에 대한 임상연구는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WP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측은 제품개발 당시 소아과 의사의 조언을 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 의사 면허를 상실한 가정의학과 의사 한 명과 상담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WP는 “아기들이 계속 숨졌지만 피셔프라이스는 이 인기 있는 침대를 계속 팔았다”고 비판했다. 2019년 이 침대가 시장에서 퇴출됐을 당시 관련 사고로 사망한 아기는 30명이 넘었다. 이후 그 숫자는 90명 이상으로 늘었다. 사망한 아기들은 침대에 누워있는 동안 몸을 뒤틀어 뒤집으며 질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소아과협회는 록앤플레이가 판매되기 전 15년 이상 ’아기는 단단하고 평평한 표면에서 등을 대고 자야 안전하다‘고 권고해왔다. 지난주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록앤플레이처럼 비스듬한 경사 형태의 모든 유아 침대 판매를 금지한다고 의결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세계 최대 명품업체인 프랑스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프랑스 화장품기업 로레알, 일본 소니 등 각국의 간판 대기업들이 한때 세계에서 가장 기업 하기 좋은 곳이자 ‘아시아의 허브(hub·중심지)’로 불렸던 홍콩을 속속 떠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 날로 강화되는 중국 개입과 이로 인한 불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등이 겹친 결과라고 진단했다. 노스페이스, 반스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VF코퍼레이션은 올해 1월 25년간 운영했던 홍콩 사무소를 폐쇄했다. 그간 홍콩에서 중국 영업 및 마케팅을 담당했던 인력은 중국 상하이로 이동시켰다. 최근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또한 경영진 일부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보냈다. LVMH와 로레알도 홍콩 직원을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기로 했다. 한국 네이버는 고객 개인정보 등 백업 데이터를 보관하는 국가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바꿨다. 미국 페이스북과 구글 역시 미국과 홍콩을 해저 데이터 케이블로 연결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세계적 유명 기업이 빠져나간 자리는 중국 본토 기업이 속속 채우고 있다. 최근 12개월간 중국 기업 63곳이 홍콩에 새 본사와 사무실을 열었다. 같은 기간 미국 기업 45곳은 홍콩 사무소 및 지역 본사를 폐쇄했다. WSJ는 최근 홍콩의 업무용 사무실 공실률(비어 있는 비율)이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이 중 80% 이상이 글로벌 기업이 홍콩을 떠나며 발생한 공실이라고 전했다. 홍콩 내에서는 홍콩 범죄자를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하는 송환법에 대한 반대 시위가 대규모 반중 시위로 번진 2019년부터 홍콩 사무소를 닫거나 직원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올해 홍콩 선거제 개편 등이 잇따라 실시되면서 중국의 개입을 우려하는 시선 또한 날로 커지고 있다. 홍콩 주재 미국상공회의소의 지난달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25명 중 42%는 “국가보안법 우려,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이주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미 지난해 홍콩 인구는 2019년보다 4만6500명 줄었다. 15년 전 직물 사업을 하기 위해 홍콩으로 이주했던 호주인 샌드라 보치 씨는 1월 홍콩을 떠났다. 그는 “홍콩보안법은 중국이 홍콩을 장악했다는 분명한 신호”라며 “모든 것이 통제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1980년대에 홍콩으로 이주한 미국인 사업가 롭 치프먼 씨 역시 “30년간 이곳에서 사업을 하고 결혼을 했으며 아이들까지 낳았지만 떠날 때가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중국은 영국에 ‘향후 50년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통해 홍콩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후 홍콩에 대한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는 영국은 홍콩 시민의 자국 이주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영국은 반환 이전에 영국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이 영국에 영구 정착할 수 있도록 했다. WSJ는 홍콩 전체 인구의 약 4%에 해당하는 30만 명 이상이 향후 5년에 걸쳐 영국으로 옮겨갈 것으로 추정했다. WSJ는 “1997년의 홍콩은 영국식 사법 체계를 갖춘 ‘열린 사회’였지만 현재의 홍콩은 폐쇄적이며 중국 경제에 종속됐다”고 지적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당신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하는 놀이 때문에 여러 사람의 삶이 파괴됐다.”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가 잇단 발언으로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에게 경고를 날렸다. 5일 어나니머스는 유튜브에 ‘머스크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올렸다. 어나니머스는 “수백만 투자자들이 삶을 개선하기 위해 가상화폐 투자 수익에 의존한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의 산물인 에메랄드 광산에서 훔친 자산으로부터 태어난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머스크의 아버지는 과거 남아공 에메랄드 광산을 소유했었다. 그러면서 “당신의 공개적인 변덕 때문에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의 꿈이 물거품 됐지만, 당신은 수백만 달러짜리 저택에서 이들을 조롱했다”며 “당신이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번에는 임자를 만났다. 기대하라”고 말했다. 어나니머스는 ‘해커 활동가’를 표방하며 2006년 만들어진 해커 집단으로 201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마비시켜 유명해졌다. 2015년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에 맞서 유럽 내 IS 조직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4, 5일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비트코인 축제 ‘비트코인 2021 콘퍼런스’에서도 머스크를 성토하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약 1만2000명이 참가한 이 행사에서 사회를 맡은 온라인 금융방송 진행자 맥스 카이저는 머스크를 향해 공개적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고 이에 관중들은 환호했다. 비트코인 투자자이자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유명 선수인 러셀 오쿵은 이번 콘퍼런스에서 머스크를 향해 ‘우주 탐사 일이나 잘하라’는 의미를 담은 옥외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폭스비즈니스는 “머스크의 비트코인 트윗이 가상화폐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고 머스크는 맹비난을 받았다”면서 “머스크를 향한 적대감이 감돌았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자신을 향한 욕설에 콘퍼런스 참가자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트위터에 올라오자 “이것은 지독한 마약”이라는 댓글을 달아 불편한 내색을 드러냈다. 곳곳에서 머스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머스크의 가상화폐 관련 기행은 이어지고 있다. 그는 4일 트위터에 뜬금없이 남성의 체액을 상징하는 이모티콘(그림문자)과 로켓, 달 그림을 올렸다. 이어 ‘캐나다, 미국, 멕시코(Canada, US, Mexico)’라고 썼다. 투자자들은 이 그림과 국가 이니셜(CUM)을 ‘머스크가 곧 가상화폐 컴로켓(Cumrocket)의 가격을 달로 보낼 만큼 올릴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후 컴로켓 가격은 350%가량 폭등했다. 컴로켓은 18세 이상 성인 콘텐츠를 사고 팔 때 쓰이는 가상화폐다. 컴로켓 운영진은 즉각 트위터에 “고맙다 일론, 컴로켓이 폭발한다”고 올리며 홍보에 이용했다. 누리꾼들은 머스크의 트윗에 “가격 조작을 그만두라”, “머스크는 비윤리적인 쓰레기”라는 댓글을 달며 항의했다. 머스크는 이런 댓글에 “훌륭한 글”이라고 조롱하는 듯한 답글을 달았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란이 고조되는 가운데 남미 국가 엘살바도르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적 통용 화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이 같은 법안을 다음 주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5일 밝혔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