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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휩쓸고 간 지 열흘이 지난 16일(현지 시간) 국회의사당 내부는 깨끗이 정리돼 있었다. 대리석 바닥은 깨끗했고 깨졌던 유리창도 전부 새 것으로 교체돼 있었다. 금색으로 테를 두른 붉은색 휘장도, 미국 위인들의 흉상과 전신상들도 그대로였다. 다만 지지자들이 난입했던 입구의 문과 유리창 위로 가림막이 덧대어져 있는 것이 6일 난입 사태의 흔적처럼 남아 있었다.중앙의 로툰다 홀에서는 취임식 촬영을 위한 방송 중계를 위한 장비 세팅 작업이 한창이었다. 커다란 크레인에 조명을 걸어놓고 방송사 스태프와 의회 관계자 몇 명이 선 채로 속삭이듯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명과 음향 조절장치를 만지고 있던 한 남성은 ‘신변 걱정은 없느냐’는 말에 잠시 멈칫했다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통제가 크게 강화돼 있으니 괜찮겠죠. 무사히 행사를 마칠 수 있도록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어요.”고요하고 엄숙한 국회의사당의 분위기는 본관 지하에서 연결되는 별관의 방문자 센터(visitor center)로 들어가자 완전히 달라졌다. 군복을 입은 주 방위군 병사 백여 명이 곳곳에 앉거나 서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병사들의 배낭은 바닥에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말 그대로 임시 막사였다. 홀 한 쪽에서는 교대 순번이 된 병사 30명 정도가 검은색 총을 들고 중무장을 한 채 출입구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오후 3시. 그나마 방위군들 대부분이 외부 순찰과 경비를 위해 나간 상태여서 늦은 밤 잠을 청하는 병사들이 로비에 일렬로 드러누운 채 대형 로비를 가득 채웠던 충격적인 외신 사진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지는 않았다.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워싱턴에 배치된 주 방위군의 수는 기존 1만5000명에서 최근 5000명이 더 늘어난 2만 명. 이들의 대부분이 숙식을 이 곳에서 침낭 하나 없이 맨몸으로 해결하고 있다.방문자들이 이용하던 카페테리아는 병사들의 구내식당이 돼 있었다. 늦은 오후의 순찰 근무를 끝내고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군복 차림의 병사들로 테이블에는 거의 빈 자리가 없었다. 커피를 한 잔 사려는 기자에게 한 병사는 “이 카페테리아는 우리 같은 병사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 일반인이 따로 돈을 내고 음식이나 음료를 사기는 어렵다”고 알려줬다. 그러고 보니 의회 출입증을 목에 건 채 바쁘게 오가는 보좌관 한두 명과 기자를 빼놓으면 민간인은 아무도 없었다.병사들 일부는 쉬는 시간을 이용해 국회의사당 내부의 인테리어를 들여다보거나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석상 홀(Statuary Hall)에서는 의회 경비가 십여 명의 병사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간단한 투어를 시켜주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한 병사는 다소 민망한지 기자에게 “잠깐 쉬는 시간”이라며 “힘든 환경이지만 또 다른 폭력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20일 취임식이 끝날 때까지는 여기에 이렇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폭풍의 핵인 국회의사당 내부의 이런 고요함은 국회의사당 외부의 삼엄함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국회의사당 외부는 교전 직전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팽팽했다. 국회의사당으로 연결되는 거의 모든 도로는 경찰차와 함께 대형 군용차들이 입구를 봉쇄하고 있었다. 높이가 3.5m 이상인 대형 철제 펜스가 국회의사당의 사면을 빈틈없이 둘러쌌다. 이 펜스를 따라 총을 든 방위군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두고 배치돼 있었다.국회의사당 앞의 기다란 잔디 공원인 ‘내셔널 몰(National Mall)’도 전부 이 철제 펜스로 접근이 원천봉쇄됐다.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나왔던 시민들은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동영상을 찍고 있던 한 백인 남성은 “워싱턴에 이렇게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나중에 내 손자들에게 꼭 이야기해 주리라”고 혼잣말을 했다.워싱턴 보안당국은 이날부터 취임식까지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인근의 모든 지하철역을 봉쇄했다. 자동차 도로들도 워싱턴 진입 구간부터 거의 통제다. 기자증이나 의회 출입증이 없는 외부 일반인들은 사실상 워싱턴 중심부로 들어갈 없다. 기자가 국회의사당에서 멀리 떨어진 지하철역에서 내려 한참을 걸은 뒤 여러 차례의 검문 구간을 거쳐 정문을 통과하는 데까지는 거의 1시간이 걸렸다.워싱턴 당국은 대통령 취임식 관련한 치안 및 통제 상황을 알리는 언론 브리핑과 함께 각종 공지문자 발송을 계속하고 있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혹시라도 수상한 행동을 보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신신당부하며 신고 번호를 카메라 앞에서 직접 불렀다. 취임식 기간에는 워싱턴을 방문하지 말고 집에서 TV로 행사를 지켜봐달라고 호소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은 이날 총을 비롯한 무기 외에 반려동물, 풍선, 플래카드는 물론 셀카봉까지 모두 포함시킨 취임식 행사 ‘금지 품목’을 공지했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
올해 미국 외교안보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북한의 핵 개발을 꼽은 보고서가 나왔다.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는 14일(현지 시간) 발표한 ‘2021년 예방 우선순위 조사’ 보고서에서 미국이 올해 가장 우려해야 할 위협 중 하나로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을 들었다. 보고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추가 개발하거나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미국에 대한 위협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위협 발생 가능성, 미국의 국익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력 정도에 따라 위협 국가를 3개 등급으로 나눴다. 유일하게 두 항목 모두에서 ‘높음’으로 평가된 북한은 1등급으로 분류됐다.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등 대내외 정세가 불안한 국가들보다 더 위협적인 위험 국가로 분류된 것이다. 폴 스테어스 CFR 예방조치센터 국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특별히 신경 써야 할 잠재적인 국제적 충돌(요소)들이 많다”며 “우리의 조사는 정책결정권자들이 미국에 더 큰 위험이 되는 충돌들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개발은 지난해에도 최대 위협군으로 분류됐지만 위협이 실제 발생할 가능성은 올해보다 낮은 ‘보통’ 수준이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도 1등급 위협으로 분류됐는데 발생 가능성은 ‘중간’, 영향력은 ‘높음’으로 평가됐다. 남중국해에서의 미국과 중국 간의 무력 충돌은 2등급으로, 지난해 1등급보다 위험 수위가 낮아졌다. 남중국해 문제는 위협 발생 가능성은 ‘낮음’으로 분류됐지만 영향력은 ‘높음’으로 분류됐다. 이 보고서는 미국 정부기관 관계자와 외교 전문가 550여 명의 답변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조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차 당 대회에서 핵추진잠수함과 전술핵무기 개발 계획 등을 천명하기 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의 정보통신기술 공급망 보호를 위해 북한을 중국, 이란,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와 함께 적국으로 지정했다. 이들 국가의 기업이나 개인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영향을 주는 정보통신기술과 관련해 미국과의 기술 개발, 부품 생산, 공급 등이 제한된다. 이번 조치는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것으로 60일 뒤 발효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가 올해 미 외교안보의 최대 위험요소로 북한 핵개발을 지목했다. 미 상무부 또한 정보통신기술 공급망 보호를 위해 북한을 적국(敵國)으로 지정하고 관련 거래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CFR는 14일(현지 시간) ‘2021년 예방우선순위 조사’ 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국이 가장 우려해야 할 위협으로 북한의 지속적 핵 개발을 꼽았다. 북한이 올해 핵무기를 추가 개발하거나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것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국익과 동맹의 핵심 이익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고 유사시 미군의 대규모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이유다. 올해로 13번째 발간되는 이 보고서에서 북핵 위협은 2019, 2020년에 이어 3년 연속 최대 위험 요소로 꼽혔다. 보고서는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과 미 국익에 미치는 영향력 두 항목을 가지고 위협 국가를 각각 3등급으로 분류했다. 북한은 유일하게 두 항목에서 모두 ‘높음’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북핵 위협의 발생 가능성이 ‘보통’이었지만 올해 ‘높음’으로 올랐다. 그만큼 미 조야에서 북핵 위협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위협이 발생할 가능성, 미 국익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에 대해 미 정부기관 관계자 및 외교전문가 550여 명의 답변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핵추진잠수함과 전술핵무기 개발 계획 등을 천명하며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규정했다. 북한은 14일 노동당대회 기념 야간 열병식에서 신형 잠수함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북극성-5형’까지 공개했다. 이 외 대만에 대한 중국 압박, 아프가니스탄 내 정치적 혼란 및 폭력, 시리아의 민간인 학살, 베네수엘라의 경제 및 정치 불안에 따른 난민 폭증 등이 미국의 주요 위협으로 꼽혔다. 상무부는 이날 북한 외에도 중국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를 ‘외부의 적’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의 기업 및 개인은 미 국가안보에 영향을 주는 정보통신 기술에 대한 개발, 부품 생산, 공급 등이 제한된다. 이번 조치는 60일 후부터 발효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일주일 앞둔 13일 탄핵됐다. 그의 지지자들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폭력시위를 벌인 지 일주일 만이다. 대통령이 임기 중 2번이나 하원에서 탄핵을 당한 건 미국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2월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에서 탄핵됐다. 당시 공화당이 다수당이던 상원에서는 부결됐다. 하원은 13일 ‘내란선동’ 혐의가 적용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고 찬성 232표, 반대 197표의 과반(전체 433명) 찬성으로 가결했다. 민주당 의원 222명 외에도 공화당 3인자(의원총회 의장) 리즈 체니 의원 등 10명의 공화당 의원이 탄핵에 찬성했다. 탄핵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을 부추기고,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함으로써 대통령 선거를 부정하고 민주주의와 헌법을 훼손했다고 적시했다. 직접적인 탄핵 사유는 국회의사당 폭력사태를 조장한 ‘내란 선동’이었지만 이와 함께 그가 지난해 11월 대선 전부터 두 달 넘게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대선 불복 주장을 이어온 것에 대한 심판인 셈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탄핵안 가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의회는 누구도, 심지어 미국 대통령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국가의 위험”이라고 비판한 뒤 탄핵안에 서명했다. 하원을 통과한 탄핵안은 상원으로 넘어가 탄핵심판 절차를 밟게 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이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트럼프 대통령 퇴임 전엔 결론을 못 낸다”며 20일 이전에는 탄핵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옳은 일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3일(현지 시간) 국회의사당 하원 본회의장. 표결에 앞서 연단에 선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임기가 불과 7일밖에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원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안을 속전속결 처리했다. 이제 남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이달 20일 이후 상원이 탄핵심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죄를 인정하고 향후 대선 재출마를 막을지 여부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팅이 8∼11일 미국인 19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원이 탄핵안을 가결할 경우 상원이 탄핵 심판에서 유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한 응답자는 54%로 절반을 넘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전에는 하원에서 넘어오는 탄핵소추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탄핵안 가결 직후 성명에서 “주어진 규칙과 절차, 전례를 감안할 때 다음 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까지 공정하고 진지한 심리가 진행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미 상원이 지금까지 대통령 탄핵 심리를 3차례 했는데 각각 83일, 37일, 21일이 걸렸다. 매코널 대표는 “상원이 아무리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도 대통령 퇴임 때까지 결론이 나올 수 없다”며 “의회는 앞으로의 7일을 안전한 취임식 준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게 나라를 위한 최선”이라고 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하고 있는 상원의 현재 구도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17명이 반란표를 던질 가능성은 낮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소추안을 포함해 앞서 하원에서 탄핵됐던 앤드루 존슨,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안도 하원에서는 가결됐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최근 급변하기 시작한 공화당 내부 기류를 감안할 때 상원에서도 이탈 표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실제 공화당은 2019년 12월 하원에서 첫 번째 탄핵안을 표결에 부쳤을 당시 만장일치로 단결해 트럼프 대통령을 방어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10표의 반란표가 쏟아졌다. 앞서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리즈 체니, 존 캣코,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 외에 앤서니 곤잘레스, 톰 라이스 의원 등이 동참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지도부 내의 주목할 만한 균열”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내부 균열과 이탈이 확산할 경우 상원의 표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특히 상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돼야 공직 출마 영구 박탈을 표결에 부칠 수 있는 구조도 공화당 의원들이 탄핵 찬성을 고려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공직 자격 영구 박탈은 탄핵(3분의 2 찬성)과 달리 상원 과반만 찬성하면 된다. 앞으로 대선에 도전하려는 공화당 유력 주자들이 트럼프의 재출마를 차단하기 위해 공직 출마를 막으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탄핵안 가결 뒤 성명을 내고 “(매코널)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가 특별회기를 열어서 상원 절차를 즉시 시작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그는 “1월 19일 이후 시작될 수도 있겠지만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상원에서 탄핵심판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두 민주당 의원이 이달 중순 공식 취임하는 대로 매코널 원내대표를 밀어내고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로서 상원을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임보미 기자}

“옳은 일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3일(현지 시간) 국회의사당 하원 본회의장. 표결에 앞서 연단에 선 스텐리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임기가 불과 7일밖에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원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안을 속전속결 처리했다. 이제 남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이달 20일 이후 상원이 탄핵심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죄를 인정하고 향후 대선 재출마를 막을지 여부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팅이 8~11일 미국인 19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원이 탄핵안을 가결할 경우 상원이 탄핵 심판에서 유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한 응답자는 54%로 절반을 넘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전에는 하원에서 넘어오는 탄핵소추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탄핵안 가결 직후 성명에서 “주어진 규칙과 절차, 전례를 감안할 때 다음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까지 공정하고 진지한 심리가 진행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미 상원이 지금까지 대통령 탄핵 심리를 3차례 했는데 각각 83일, 37일, 21일이 걸렸다는 것이다. 매코널 대표는 “상원이 아무리 빠르게 움직인다 해도 대통령 퇴임 때까지 결론이 나올 수 없다”며 “의회는 앞으로의 7일을 안전한 취임식 준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게 나라를 위한 최선”이라고 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하고 있는 상원의 현재 구도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17명이 반란표를 던질 가능성은 낮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소추안을 포함해 앞서 하원에서 탄핵됐던 앤드루 존슨,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안도 하원에서는 가결됐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최근 급변하기 시작한 공화당 내부 기류를 감안할 때 상원에서도 이탈표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실제 공화당은 2019년 12월 하원에서 첫 번째 탄핵안을 표결에 붙였을 당시 만장일치로 단결해 트럼프 대통령을 방어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10표의 반란표가 쏟아졌다. 앞서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입장을 밝힌 리즈 체니, 존 캣코,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 외에 앤서니 곤잘레스, 톰 라이스 의원 등이 동참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지도부 내의 주목할만한 균열”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내부 균열과 이탈이 확산할 경우 상원의 표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특히 상원에서 탄핵이 통과돼야 공직출마 영구 박탈을 표결에 붙일 수 있는 구조도 공화당 의원들이 탄핵 찬성을 고려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공직 자격영구 박탈은 탄핵(3분의 2 찬성)과 달리 상원 과반만 찬성하면 된다. 앞으로 대선에 도전하려는 공화당 유력 주자들이 트럼프의 재출마를 차단하기 위해 공직 출마를 막으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탄핵안 가결 뒤 성명을 내고 “(미치 매코널)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가 특별회기를 열어서 상원 절차를 즉시 시작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그는 “1월 19일 이후 시작될 수도 있겠지만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상원에서 탄핵심판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두 민주당 의원이 이달 중순 공식 취임하는대로 매코널 원내대표를 밀어내고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로써 상원을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상원의 탄핵심판을 서둘렀다가 바이든 행정부 취임 직후부터 양당 간 분열이 심화하고 국정 어젠다가 묻힐 수 있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임보미기자 bo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내란선동’ 혐의를 적용한 민주당의 탄핵소추안이 13일(현지 시간) 하원에서 가결됐다. 민주당은 물론 친정인 공화당 의원들까지 일부 등을 돌리면서 그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4년 임기 중 두 차례나 탄핵된 첫 대통령이라는 굴욕적인 기록을 남기게 됐다. 그것도 임기 종료를 불과 일주일 남겨놓은 시점이다. 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찬성 232표, 반대 197표로 가결했다. 민주당 하원의원 222명 외에 리즈 체니 의원 등 공화당 의원 10명도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원의 탄핵안 처리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 딱 일주일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 2019년 12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탄핵안을 가결한 지 13개월 만이다. 탄핵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을 부추기고,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함으로써 대통령으로서의 선서를 부정하고 민주주의와 헌법을 훼손했다고 적시했다. 직접적인 이유는 ‘국회의사당 폭력사태 조장’이었지만 이와 함께 그가 지난해 11월 대선 이전부터 두 달 넘게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불복 주장을 이어온 것에 대한 준엄한 심판인 셈이다. 민주당은 이에 앞서 12일 저녁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의 발동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불가능해질 경우 부통령과 내각 과반이 이를 규정한 문서를 의회에 송부하는 절차를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중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이 “국익에 최선이거나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함에 따라 하원은 곧바로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표결을 앞두고 공화당 내에서는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공화당 의원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을 맡고 있는 체니 하원의원 외에 존 캣코, 애덤 킨징어, 프레드 업턴 하원의원이 탄핵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공화당 내에서는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 당시처럼 단일대오를 형성해 맞서거나 이탈표 단속에 나서는 움직임도 없었다. 하원은 총 435석 중 민주당이 222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공화당 표와 상관없이 탄핵안은 가결이 확실시돼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 내의 ‘반란’이 확산하는 것은 탄핵안이 상원에서 처리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중대 변수다. 탄핵안이 상원에서도 가결돼 트럼프 대통령을 파면하려면 100명의 상원의원 중 3분의 2 이상인 67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재 50명의 민주당 상원의원 외에 최소 17명의 공화당 ‘반란표’가 나와야 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상원 공화당을 쥐고 있는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내심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반기고 있다. 그는 탄핵이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피즘을 공화당에서 몰아내는 것을 쉽게 만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번 국회의사당 난입사건은 물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반성하지 않는 것에 격노한 상태이며, 일주일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대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통화를 갖고 탄핵안에 대한 의회의 처리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국경지대인 앨러모를 방문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이라는 사기는 미국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가장 잔인한 마녀사냥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또 “이는 대부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엄청난 분노와 고통을 야기했다. 이런 분노는 본 적이 없었다”며 적반하장식 주장을 이어갔다.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을 조장한 자신의 연설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나의 연설과 나의 단어, 문장과 문단을 분석했고 모두가 그것이 완전히 적절하다고 했다”며 “그들은 내 발언이 완전히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위터가 자신의 계정을 영구 중단한 것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이렇게 위협받았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20일·현지 시간)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은 한미동맹 이슈들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노골적 압박은 사라지겠지만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의 역할을 요구받으며 미중 갈등과 한일 갈등 속에서 한국이 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물밑에서 서울과 도쿄에 한일 갈등을 해결하라고 촉구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인사들과 가까운 미국의 전직 관료는 13일 동아일보에 “한미일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한미군 철수, 한미 방위비분담금 증액 등을 노골적으로 압박해 동맹관계를 흔들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미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반면 미중 갈등과 한일 갈등 속에서 한국이 더 어려운 숙제를 받아들 수 있다고 내다본 것.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과 가까운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최근 동아일보에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외교안보 정책의 1순위로 삼고 있어 한미동맹이 강화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동맹 강화의 중요한 변수인 한일관계의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 데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대중 강경 기조가 유지된다는 점 등이 새로운 갈등 요소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여기에 대북전단금지법 논란 등 미 민주당 행정부가 전통적으로 중시해온 인권 문제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 시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불투명한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측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정상회담 날짜를 구체적으로 조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한미 정상 간 통화를 먼저 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비 문제는 빨리 해결될 것” 바이든 행정부는 아시아 지역 동맹 간 연대 강화에 필수조건으로 보고 있는 한미일 3국 협력을 위해 한일 관계 개선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동아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한일 간에 계속되는 긴장이 (중국으로부터 오는) 안보 위협을 해결하는 데 역효과를 낳는다고 볼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막후에서 서울과 도쿄에 (관계를 개선하라는) 엄중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이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적극 개입했다. 다만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주한미군 철수 위협 등 트럼프 행정부 때 한미 간 갈등의 원인이 됐던 이슈에 대한 우려는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뒤집기 전인 지난해 3월 한미 협상단이 잠정 합의했던 수준에서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압박에서도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 의회가 주한미군 주둔 규모를 현행(2만8500명)으로 유지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안(NDAA)을 처리한 것도 바이든 당선인의 동맹 중시 기조가 반영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대북전단금지법, 워싱턴은 경악 분노”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인 한국이 중국 견제에 협력해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해올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고위인사 제재와 비자 제한, 화웨이를 비롯한 5세대(5G) 통신기술 통제 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군사적 위협을 견제하기 위한 협력 요구도 있을 수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오미연 국장은 “한국은 미중 경쟁 속에서 보다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미국의 관심사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북전단금지법 논란이 바이든-문재인 정부의 초기 관계구축 과정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동아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청와대가 대북전단금지법이 워싱턴에서 일으킨 경악과 분노의 수준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미 의회 산하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열기로 한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가 새로운 한미관계를 점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박효목 기자}

미국 버지니아주 매클린에 사는 워킹맘 데이나 안톨릭 씨(40)는 최근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마커스의 방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온라인 수업에 한창 집중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노트북 앞에서 울고 있었다. 마커스는 “그냥 다 하기 싫다.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것이 특히 싫다”며 “과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마커스는 지난해 3월 중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버지니아 학교들이 전격 휴교에 돌입한 후 현재까지 약 11개월간 단 하루도 학교에 가지 못했다. 100% 온라인 수업만 듣는 날이 이어지자 아이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안톨릭 씨는“어른도 1년 가까이 재택근무만 계속하는 게 답답하고 힘든데 애들이 오죽하겠느냐”며 “정말 끔찍한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 학부모 “성적 하락·사회성 발달 부진” 우려 수도 워싱턴과 맞닿은 버지니아는 미 50개 주 중에서도 특히 교육열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각국 대사관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같은 국제기구가 밀집해 고학력 엘리트 부모가 많고, 자녀 교육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열심인 아시아계 주민의 비율도 높다. 특히 미 공립고교 중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토머스제퍼슨 과학고가 있는 페어팩스 카운티는 ‘미 공교육 1번지’로도 불린다. 초중고교 학생이 18만6000명에 이르는 주내 최대 학군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100%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학생과 학부모 모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마커스와 초등학교 6학년생인 형 카이어스 형제가 인터넷 게임을 하는 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학교가 휴교하기 전까지는 인터넷 게임에 전혀 손대지 않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주말에만 게임을 하기로 했던 원칙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초반 게임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1시간 정도였던 게임 시간이 이제는 3시간 정도 된다. ‘성적은 잘 나왔느냐’는 질문에 안톨릭 씨는 “공교육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이런 사례가 늘어나자 곳곳에서 학부모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학생의 학습 동력 및 자극이 사라지고 선생님이나 친구와의 교감도 사라져 사회성 발달까지 늦어진다는 우려가 속출하고 있다.○ 이민자·저소득층 학생 집중 피해 온라인 수업 장기화에 따른 성적 하락은 수치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카운티 교육당국의 내부 보고서와 워싱턴포스트(WP) 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0월 두 달간 최소 2개 이상의 과목에서 최하위 점수 ‘D’, 낙제점 ‘F’를 받은 중학생 수가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0% 늘었다.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안의 학생들은 낙제 비율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 두 집단의 F학점 증가율은 각각 383%, 375%였다. 특히 히스패닉 학생 중 2개 이상 F를 받은 학생의 비율은 같은 기간 13%에서 25%로 증가했다. 2019년 2%에 불과했던 페어팩스 전체 학생 중 F학점의 비율 또한 조사 당시 8%로 높아졌다. WP가 “페어팩스 카운티의 성적 하락은 전례 없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하지만 모든 학생의 성적이 다 하락한 것은 아니다. 보고서에는 ‘성적이 상위권에 속했던 학생들의 경우 큰 차이가 없거나 일부 더 좋아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국 코로나19가 최상위권 학생의 학업 성적 및 수업 집중도에는 별 타격을 미치지 않았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민자,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터넷 수업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저소득층 학생에게 더 큰 피해를 안겼다는 의미다. 미국의 고질적인 양극화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는 불안 요인인 셈이다. 한국과 달리 사설학원이 많지 않은 미국은 공교육이 무너지면 사실상 대안이 없다시피 하다. 스터디닷컴, 디스커버리러닝 같은 온라인 과외 프로그램이 있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고, 이미 온라인 수업에 진절머리를 내는 학생에게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교사 노조 “개교 반대” vs 일부 학부모 “차라리 홈스쿨링” 버지니아 교육당국은 지난해 7월, 9월, 11월 세 차례 대면 수업을 재개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 악화를 이유로 매번 막판에 취소하는 바람에 학부모 불신이 더 가중됐다. 당국의 오락가락 행보에 교사 노조의 강한 반대가 작용했다는 점도 학부모 불만을 키우는 요소다. 당시 버지니아 교사 1만2000명은 랠프 노덤 주지사에게 서한을 보내 “100% 온라인 수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감염 위험이 여전한 상황에서 수업을 재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학부모들 역시 주지사에게 “코로나19 위험은 관리가 가능하지만 비대면 수업 장기화에 따른 학생의 정신적, 심리적, 학습적 폐해는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서한을 보냈다. 학부모와 교사가 정면으로 맞서는 상황은 지금도 여전하다. 일부 강성 교사단체는 “여름방학을 포함해 올해 8월 말까지 100% 온라인 수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7월 페어팩스 교육당국이 학부모에게 “100% 온라인 수업만 할 것인지, 일부는 오프라인 수업을 할 것인지 택하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응답자의 3분의 2가 “일부 오프라인 수업을 원한다”고 답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감안한다 해도 100% 온라인 수업 장기화에 따른 문제점이 더 크다고 인식하는 학부모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버지니아 내 일부 사립학교가 코로나19 와중에도 대면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에 불만을 표하는 학부모도 있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인도계, 유대계 부모들을 중심으로 “공립학교에서도 대면 수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인도계 학부모 안후드 쿰 씨는 “바로 옆 사립학교에 다니는 친구네 아이들은 아무 문제가 없이 학교를 다닌다”며 “코로나19가 문제라는데 왜 공립학교는 문을 닫고 사립학교는 문을 열게 놔두느냐.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을 사립학교에 보내는 방안을 이미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는 홈스쿨링을 택했다. 또다른 매클린 거주민 애니 몬슬라브 씨(43·여)는 중학교 2학년 아들에게 ‘아베카(ABEKA)’라는 홈스쿨링을 시키겠다고 밝혔다. 경미한 자폐증세가 있는 그의 아들이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몬슬라브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페어팩스 카운티의 질 좋은 수업을 기대하고 남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이 먼 곳으로 이사를 왔다. 결과적으로 정말 실망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홈스쿨링의 교과 프로그램이 훨씬 효율적인 데다 수업 속도와 분량을 맞춤형으로 조절하기도 훨씬 편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부 전문가 “장기휴교 피해, 회복 불가능” 이런 상황은 버지니아를 넘어 미 전역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민자 가정의 자녀에게 100% 온라인 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우선 자녀보다 영어가 유창하지 못한 부모가 도움을 주기 어렵다. 또 선생님, 친구들의 표정과 제스처에서 읽는 문화적 의미와 미묘한 뉘앙스를 몸으로 학습할 기회가 사실상 사라져 교육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9년 방글라데시에서 뉴욕 브롱크스로 온 타니야 리아 양(11)은 1년 만에 엄마를 위해 영어 통역을 해줄 정도로 영어 실력이 늘었다. 그러나 그가 미국 친구를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했을 때쯤 코로나19 여파로 휴교령이 떨어졌다. 리아 양은 “친구들과 복도에서 수다를 떨거나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대화할 기회가 아예 없어져 버렸다. 자신감 또한 사라져 성격이 더 내성적으로 바뀐 것 같다”며 “1년을 그저 낭비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6년 전 중남미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뉴욕 브루클린으로 온 서배스천 그린 군(14) 역시 “집과 동네에서 스페인어만 쓴다”며 영어를 쓸 기회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했다. 교육 전문가 잭 슈나이더 매사추세츠대 교수 또한 “장기 휴교로 학생들이 입은 피해가 회복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하원이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배제를 촉구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행하라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펜스 부통령이 거부하자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13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하여 20일 조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리기 전 반드시 트럼프 대통령을 퇴진시키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12일 하원이 가결한 결의안은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음을 선언하고 펜스 부통령이 권한 대행을 맡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 435명 중 223명이 찬성하고 205명이 반대했다. 찬성 223명 중 1표는 공화당의 애덤 킨징어 의원(일리노이)이 행사했다. 그는 트위터로 “13일 탄핵소추안 표결 때도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킨징어 의원처럼 탄핵에 동조하겠다는 공화당 의원 또한 속속 늘어나고 있다. 보수 거두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장녀로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인 리즈 체니 하원의원(와이오밍) 역시 성명을 내고 “탄핵안에 찬성하겠다. 미 대통령이 헌법과 대통령직을 이토록 배신한 적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CNN은 공화당 하원의원 211명 중 최대 20명이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2019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 때는 공화당 의원 전원이 반대했다. 13일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도 전체 100명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 상원에서의 최종 통과 여부는 불확실하다. 민주와 공화 양당은 각각 50석을 보유하고 있어 공화당에서 최소 17표의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현재로선 17표가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공화당 1인자’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탄핵 작업에 내심 흡족해하고 있으며 그의 마음 또한 탄핵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공화당 주류의 적장자 격인 매코널 대표가 탄핵을 통해 ‘아웃사이더’ 트럼프 대통령을 공화당에서 축출할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NYT)는 매코널 대표가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측근들에게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만한 불법을 저질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그가 공화당이 5일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서 2석을 모두 패해 상원 다수당 자리를 넘겨준 가장 큰 이유가 대통령의 대선 불복 후폭풍 때문으로 여겨 매우 화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매코널 대표가 수 주째 대통령의 전화에 답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매코널 대표는 그간 “하원이 탄핵안을 통과시켜도 19일에 상원을 소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일인 20일에야 상원 논의가 가능해져 민주당이 원하는 ‘퇴임 전 탄핵’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매코널 대표의 마음이 바뀌면 상원 논의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13일 탄핵안 표결 때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정하지 않고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길 예정이라고 NYT는 전했다. 공화당이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모습이 뚜렷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그는 12일 “탄핵이란 사기는 미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가장 잔인한 마녀사냥(witch hunt)”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트위터가 자신의 계정을 영구 중단한 것을 두고 “표현의 자유가 이렇게 위협받았던 적이 없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여러 연설과 트윗을 통해 지지자의 의회 난입을 조장했다는 민주당의 비판을 반박하며 “나의 연설, 단어, 문장, 문단을 분석한 사람들이 완전히 적절하다고 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내게 전혀 위협을 주지 않으며 오히려 조 바이든 행정부를 괴롭힐 것”이라고 했다. 이날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이끄는 합동참모본부는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후 우리의 46대 최고사령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 수뇌부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하원이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배제를 촉구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행하라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은 결의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이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13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20일 조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리기 전 반드시 트럼프 대통령을 퇴진시키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12일 하원이 가결한 결의안은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음을 선언하고 펜스 부통령이 권한 대행을 맡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 435명 중 223명이 찬성하고 205명이 반대했다. 찬성 223명 중 1표는 공화당의 애덤 킨징어 의원(일리노이)이 행사했다. 그는 트위터로 “13일 탄핵소추안 표결 때도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킨징어 의원처럼 탄핵에 동조하겠다는 공화 의원 또한 속속 늘어나고 있다. 보수 거두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장녀로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을 맡고 있는 리즈 체니 하원의원(와이오밍 역시 성명을 내고 “탄핵안에 찬성하겠다. 미 대통령이 헌법과 대통령직을 이토록 크게 배신한 적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CNN은 공화당 하원의원 211명 중 최대 20명이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2019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 때는 공화당 의원 전원이 반대했다. 13일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도 전체 100명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 상원에서의 최종 통과여부는 불확실하다. 민주와 공화 양당은 각각 50석을 보유하고 있어 공화당에서 최소 17표의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현재로선 17표가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뉴욕타임스(NYT) 등은 ‘공화당 1인자’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탄핵 작업에 내심 흡족해하고 있으며 그의 마음 또한 탄핵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주류의 적장자 격인 매코널 대표가 탄핵을 통해 ‘아웃사이더’ 트럼프 대통령을 공화당에서 축출할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매코널 대표는 그간 “하원이 탄핵안을 통과시켜도 19일에 상원을 소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일인 20일에야 상원 논의가 가능해져 민주당이 원하는 ‘퇴임 전 탄핵’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매코널 대표의 마음이 바뀐다면 상원 논의 또한 대폭 앞당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매코널 대표가 수 주째 대통령의 전화에 회신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매코널의 대만계 부인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 역시 전대미문의 의회난입 사태 다음날인 7일 트럼프 행정부의 장관 중 가장 먼저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공화당에서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모습이 뚜렷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그는 12일 취재진에게 “탄핵이란 사기는 미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가장 잔인한 마녀사냥(witch hunt)”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소셜미디어 트위터가 자신의 계정을 영구 중단한 것을 두고 “표현의 자유가 이렇게 위협받았던 적이 없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여러 연설과 트윗을 통해 지지자의 의회 난입을 조장했다는 민주당의 비판 역시 반박했다. 그는 “나의 연설, 단어, 문장, 문단을 분석한 사람들이 완전히 적절하다고 했다”고 했다. 이어 “수정헌법 25조는 내게 전혀 위협을 주지 않으며 오히려 조 바이든 행정부를 괴롭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12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이끄는 합동참모본부는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의회의사당에서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목격했다. 언론과 집회의 자유는 누구에게도 폭력, 소요, 폭동에 의지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고 의회난입 사태를 비판했다. 이어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후 우리의 46대 최고사령관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로운 권력이양을 촉구했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년 동안 축적해온 핵과 미사일 무기고를 언급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얼마나 어려운 도전을 앞뒀는지 냉혹하게 상기시켰다.”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과 가까운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2일 동아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김 위원장이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쏟아낸 메시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김 위원장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핵무기들을 내세워 미국에 당장 수용하기 어려운 협상 조건을 내밀면서 험로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13일로 출범(20일·현지 시간) D―7을 맞은 바이든 행정부는 이에 대해 아직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북한을 상대해온 베테랑 외교관들이 포진한 만큼 섣불리 나섰다가 비핵화 범위조차 합의하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비어 전 차관보도 “바이든 행정부가 ‘미끼’를 물지 않기로 결정한 것 같다. 김 위원장 연설에 대해 언급을 피하면서 대북 정책을 마련할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 3월 한미 연합훈련이 첫 분수령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중단을 요구한 한미 연합훈련이 열리는 3월이 한반도 정세의 첫 번째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핵 도발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고비를 넘기면 7월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북-미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는 이상 본격적인 협상에 시동이 걸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올 한 해 한반도 정세가 강 대 강 대치로 격화될지, 협상 재개의 기회를 잡을지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핵개발 위협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바이든 행정부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이대로 갈 것이니 출범 이후 어떤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지 잘 선택하라’며 공을 넘긴 것”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동아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김 위원장은 핵보유국으로서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했다. 이는 비핵화 협상이 시작되기 한 해 전인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발사하며 미국에 대한 위협을 극대화했던 패턴과 비슷하다. 북한이 도발로 협상력을 높여 놓은 이후인 2018년 3월 정부 특사단이 평양에 다녀온 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밝혀 북-미 정상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결국 2019년 비핵화에 대한 개념과 범위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협상은 결렬됐다. ○ 바이든, 섣불리 ‘미끼’ 물지 않을 듯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위협에 섣불리 반응하지 않으면서 외교 접촉을 통해 북한에 비핵화 의지와 이행 계획이 실제로 있는지 먼저 확인하려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핵 문제를 전담하는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임명해 북한에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북-미 접촉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접촉에 나서더라도 북핵 문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접근하면서 실무 협상에서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어 나가는 보텀업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처럼 북핵 문제를 풀어 가리라는 기대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판을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ICBM 시험발사 등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면서 ‘강 대 강, 선 대 선’ 주장을 한 김 위원장이 3월 훈련을 강 대 강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반응 여부에 따라 3, 4월경 다탄두 ICBM 시험 등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출범(20일·현지 시간) 일주일을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의 외교안보 라인은 ‘북한의 도발, 협상 패턴을 너무나 잘 아는 베테랑들’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 없이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대미 강경파’가 상대하는 모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에 아시아를 담당했던 베테랑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내치에 집중하는 동안 북한을 비롯한 대외정책은 이들 고위직 실무자들이 ‘보텀업’ 방식으로 추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무부에서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웬디 셔먼 부장관 지명자가 호흡을 맞춘다.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블링컨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올 때까지 강한 대북제재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셔먼은 1990년대부터 북한을 다뤄 본 경험이 풍부하다. 당시만 해도 ‘비둘기파’였지만 퇴임 후에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다. 국무부에서는 그가 실질적으로 북한 문제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를 책임지며 북한 정보를 다루게 될 CIA 국장에 윌리엄 번스 전 국무부 부장관이 지명됐다. 국무부에서 30년 넘게 일한 번스 지명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미국 외교의 보물”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정받는 인물로,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유지하면서도 단계적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관 출신의 첫 CIA 수장이 내정되자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국무부를 중심으로 외교적 실무 협상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압박이 이완돼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한 것”이라며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인사다. 북한은 이번 8차 당 대회에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강등됐지만 대남 대미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다시 전면에 등장할 수도 있다. 김여정은 지난해 7월 담화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북-미 협상 재개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당 통일전선부장에서 해임됐다가 복귀한 강경파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2018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수석대표로 참여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여러 차례 회담을 하는 등 협상 전면에 나섰다. 북-미 실무협상 라인인 리선권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도 대미 강경파로 꼽힌다. 하지만 김여정 김영철 최선희 모두 8차 당 대회에서 당내 공식 위상이 강등돼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에 큰 기대감을 갖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란 선동’ 혐의를 적용해 탄핵소추 결의안을 11일 발의했다. 하원은 13일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친다. 민주당이 하원 전체 의석(435석)의 절반이 넘는 222석을 차지해 탄핵안 가결은 확실시된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4년 임기 중 두 번이나 탄핵안이 가결되는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부자에 대한 수사를 종용한 혐의로 2019년 12월에도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됐는데 당시 공화당이 다수당이던 상원에서 탄핵심판이 부결됐다. 뉴욕타임스(NYT) 등이 공개한 4쪽짜리 탄핵 결의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압승했다’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으면 나라를 가질 수 없다’는 등의 허위 발언으로 6일 시위대의 국회의사당 난입을 부추겼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그가 대통령 직에 계속 있으면 헌법, 민주주의, 국가안보, 평화로운 권력 이양에 위협이 될 것이다”라는 내용도 적시됐다. 특히 민주당은 결의안을 통해 “탄핵뿐 아니라 공직 자격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재출마를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의 직무정지에 관해 규정한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도 함께 발의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2일 이 결의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펜스 부통령에게 24시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최후통첩에도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하지 않으면 13일 탄핵안 표결에 들어가겠다는 의미다. 다만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해도 상원에서 탄핵심판이 가결될 가능성은 낮다. 상원에서는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데 전체 100석 중 민주와 공화 양당이 50석을 나눠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에서 최소 17명이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찬성한 공화당 의원은 현재 4명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탄핵과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란선동 혹은 반란 행위에 관여한 공직자는 향후 그 어떤 공직도 맡을 수 없다’고 규정한 수정헌법 14조 3항을 적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어차피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일주일 정도 남은 만큼 그의 추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도가 담겼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아예 “대통령은 물론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모든 정치인을 쫓아내자”며 벼르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 또한 탄핵을 지지했다. 이날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그는 취재진에게 “의회 난입 사태에 책임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직에 있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퇴임 후에도 탄핵 작업과 각종 논란이 계속되면 임기 초 정책 추진에 방해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상원에서 하루의 반은 장관 지명자 인준 및 코로나19 경기부양안 등에 쓰고 나머지 반은 탄핵을 다루는 방안을 의회와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사상 첫 기소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칼 러신 워싱턴 법무장관은 11일 “트럼프 대통령을 폭력 선동 혐의로 기소할 수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7일 마이클 셔윈 워싱턴 연방검사장 대행 역시 “범죄 구성 요건에 부합하면 대통령을 기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민주당이 1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내란 선동’ 혐의를 적용한 탄핵소추 결의안을 발의했다. 하원 435석 중 과반이 넘는 222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13일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며 하원 통과가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역사상 최초로 4년 임기 중 2차례 나 탄핵안이 하원에서 가결된 대통령이란 오명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부자의 수사를 종용했다는 이유로 2019년 12월에도 탄핵안을 통과시켰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이 최종 부결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이 공개한 4쪽 짜리 탄핵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에게 ‘우리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압승했다’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으면 나라를 가질 수 없다’ 등의 허위 발언으로 6일 사상초유의 의회 난입을 부추겼다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그가 대통령직에 계속 있으면 헌법, 민주주의, 국가안보, 평화로운 권력이양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탄핵은 물론 “공직에 대한 자격박탈 또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혀 2024년 대선 재출마를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이와 별도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의 직무정지에 관한 규정을 명시한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도록 촉구하는 결의한 또한 발의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2일 이 결의안을 먼저 하원에서 통과시킨 후 펜스 부통령에게 24시간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후통첩에도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하지 않으면 13일 탄핵안 표결을 실시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해도 전체 100석인 상원에서는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민주와 공화 양당은 각각 50석을 보유했다. 공화당에서 최소 17명의 탄핵 찬성표가 나와야 하나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탄핵을 공개 찬성한 공화 의원은 불과 4명이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는 탄핵과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란선동 혹은 반란 행위에 관여한 공직자는 향후 그 어떤 공직도 맡을 수 없다’고 규정한 수정헌법 14조 3항을 적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어차피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약 1주일 남은 만큼 그의 추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도가 담겼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아예 “대통령은 물론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모든 정치인을 쫓아내자”고 벼르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 또한 탄핵을 지지했다. 이날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그는 취재진에게 “의회난입 사태에 책임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있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퇴임 후에도 탄핵 작업과 각종 논란이 계속되면 임기 초 정책 추진에 방해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상원에서 하루의 반은 장관 지명자 인준 및 코로나19 경기부양안 등에 쓰고 나머지 반은 탄핵을 다루는 방안을 의회와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법당국 또한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칼 러신 워싱턴 법무장관은 11일 “트럼프 대통령을 폭력 선동 혐의로 기소할 수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7일 마이클 셔윈 워싱턴 연방검사장 대행 역시 “범죄 구성요건에 부합하면 대통령을 기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민주당 하원이 이르면 1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하는 등 속전속결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 탄핵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돼도 상원 송부를 100일간 늦추는 ‘단계적 대응 방안’이 함께 거론되기 시작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0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하지 않으면 하원이 (대통령 탄핵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조항에 따라 부통령이 앞으로 24시간 안에 내각 과반과 함께 ‘대통령이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리고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절차를 밟지 않으면 탄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날짜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펜스 부통령에게 ‘24시간 안에’ 답변할 것을 요구하고 이르면 12일 탄핵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원은 12일이나 13일 탄핵소추안을 상정하고 표결하는 일정으로 준비하고 있다. 다만 탄핵안이 일사천리로 하원을 통과해도 상원에서의 탄핵심판 표결은 미룰 가능성이 높다.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원내총무는 10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펠로시 의장이 하원을 통과한 소추안의 상원 송부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 후 100일까지 미룰 수 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 상원에서 줄줄이 예고돼 있는 인사청문회부터 진행해 진용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그런 시기에 탄핵으로 공화당과 각을 세우면서 소모전을 벌일 필요는 없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종료 전엔 탄핵 완료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원과 상원을 분리해 대응하는 게 더 낫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 의원들도 속속 대통령의 사임을 압박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공화당 소속 팻 투미 상원의원은 이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광기 수준으로 빠져들었다. 용서할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대통령이 가능한 한 빨리 사임하고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벤 새스 상원의원도 “하원이 탄핵 절차를 시작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친트럼프 진영으로 분류됐던 공화당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지지자들의) 반란을 선동한 것이 탄핵감이 아니면 무엇이 탄핵 대상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시위대가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하며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최종 승리 인증에 참여했던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어 백악관 비밀경호국이 수사 중이다. 정치인뿐 아니라 외교관들도 이례적으로 가세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외교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포함한 법적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전문을 작성해 국무부 지도부에 전달했다. ABC뉴스-입소스가 10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의사당 폭력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한 응답자는 전체의 67%에 달했다. 그가 20일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에 물러나야 한다고 한 응답도 56%로 절반을 넘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민주당 하원이 이르면 1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불이기로 하는 등 속전속결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 탄핵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돼도 상원 송부를 100일간 늦추는 ‘단계적 대응 방안’이 함께 거론되기 시작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0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하지 않으면 하원이 (대통령 탄핵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조항에 따라 부통령이 앞으로 24시간 안에 내각 과반과 함께 ‘대통령이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결론내리고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절차를 밟지 않으면 탄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날짜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펜스 부통령에게 ‘24시간 안에’ 답변할 것을 요구하고 이르면 12일 탄핵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원은 12일이나 13일 탄핵소추안을 상정하고 표결하는 일정으로 준비하고 있다. 다만 탄핵안이 일사천리로 하원을 통과해도 상원에서의 탄핵심판 표결은 미룰 가능성이 높다.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원내총무는 10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펠로시 의장이 하원을 통과한 소추안의 상원 송부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 후 100일까지 미룰 수 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 상원에서 줄줄이 예고돼 있는 인사청문회부터 진행해 진용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그런 시기에 탄핵으로 공화당과 각을 세우면서 소모전을 벌일 필요는 없다는 것. 탄핵은 바이든 당선인이 공언해온 통합 취지와도 맞지 않는데다 초기 국정 어젠다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트릴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종료 전엔 탄핵 완료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원과 상원을 분리해 대응하는 게 더 낫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 의원들도 속속 대통령의 사임을 압박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공화당 소속 팻 투미 상원의원은 이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대통령이 광기 수준으로 빠져들었다. 용서할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대통령이 가능한 한 빨리 사임하고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벤 새스 상원의원도 “하원이 탄핵 절차를 시작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친트럼프 진영으로 분류됐던 공화당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지지자들의) 반란을 선동한 것이 탄핵감이 아니면 무엇이 탄핵 대상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시위대가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하며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최종 승리 인증에 참여했던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어 백악관 비밀경호국이 수사 중이다. 정치인 뿐 아니라 외교관들도 이례적으로 가세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외교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포함한 법적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전문을 작성해 국무부 지도부에 전달했다. ABC뉴스-입소스가 10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의사당 폭력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한 응답자는 전체의 67%에 달했다. 그가 20일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전 물러나야 한다고 한 응답도 56%로 절반을 넘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민주당이 ‘반란 선동’ 혐의로 11일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가까운 시일 안에 표결에 부칠 뜻을 밝혔다. 다만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는 11일 기준으로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10일도 남지 않아 임기 내 탄핵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재적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탄핵이 가결되는 하원과 달리 상원은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전체 100석인 상원은 민주당과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이 50석씩 나눠 갖고 있어 공화당 의원 최소 17명이 탄핵을 지지해야 한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동료 의원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전날인 19일까지 상원을 재소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팻 투미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이 “트럼프는 탄핵당할 만한 범죄를 질렀다”고 말하는 등 공화당 내에서도 탄핵 필요성을 거론하는 의들이 있다.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데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출마를 원천봉쇄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후에도 탄핵 절차는 계속 진행시킬 수 있다. 대통령은 아니지만 실제 1875년 율리시스 그랜트 행정부의 윌리엄 벨냅 전쟁장관이 뇌물 혐의로 사임했지만 상원은 그에 대한 탄핵 심리를 계속 진행했다. 임기 후라도 탄핵이 최종 결정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공무담임권을 영구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상원은 탄핵된 공직자의 공직 취임을 제한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칠 수 있고 이때는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민주당 역시 이 점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임기 후에도 탄핵당한 대통령’이라는 굴레를 씌워 이후 공직 취임을 제한하겠다는 의도다.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 정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전에 탄핵 심판이 열리지 않는다면 퇴임 후에라도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그의 재출마를 막는 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CNN 등에 따르면 테드 류 등 민주당 의원들은 탄핵소추안 초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정부기관의 안보 및 민주주의 체제의 무결성을 위협했다”며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방해한 그에게 재임이 허용된다면 국가안보, 민주주의, 헌법에 대한 위협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6일 대통령 지지자에 의한 사상 초유의 의회 난입 사태가 벌어진 직후부터 ‘대통령이 직무수행 불능 상태이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행한다’는 수정헌법 제25조를 근거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각이 대부분 반대 의사를 드러내자 탄핵으로 방향을 바꿨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한국계인 박병진 조지아주 북부지역 연방검사장이 최근 사임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대선 부정선거 의혹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11일(현지 시간) 발의하기로 했다. 하원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탄핵소추안 처리를 속전속결로 진행하기로 해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임기 내 두 번이나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는 불명예를 안을 위기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됐으나 탄핵심판을 맡은 상원에서 부결됐다. CNN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6일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폭력시위와 반란을 벌이도록 조장했다는 혐의(반란 선동)를 적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안에 탄핵이 결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원 가결 시 탄핵심판을 심리할 상원 회의가 일러야 트럼프 대통령 퇴임일인 20일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발의된 탄핵 소추 절차는 트럼프 대통령 퇴임 후에도 계속 진행할 수 있다. 미국 언론들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더라도 탄핵을 결정해 차기 2024년 대선 출마를 막는 데 목적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퇴임하는 현직 대통령이 후임자의 취임식에 불참하는 것은 1869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 이후 152년 만이다. 8일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매끈한 대리석 기둥들과 붉은색 휘장이 둘러싼 대형 홀은 장엄했다. 커다란 샹들리에가 매달린 천장 돔 밑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인물 36명의 대형 대리석상이 기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미국 국회의사당 ‘석상 홀(Statuary Hall)’.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한 뒤 방문했던 이곳에는 특별한 아우라가 어려 있었다. 국회의사당 곳곳을 소개시켜 주던 의회 보좌관의 표정이 한껏 의기양양해졌다고 느낀 곳도 거기였다. 미국 민주주의의 심장부를 보여주고 있다는 자부심이었을 것이다. 그런 의사당 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점령당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뭔가 중요한 것이 짓밟힌다는 느낌이랄까. 재커리 테일러 제12대 대통령의 흉상에 누군가 묻혀놓은 피는 섬뜩했다. 결국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비극을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해온 부정선거 의혹과 자극적인 선동,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난무한 음모론에 ‘트럼프빠’들이 격렬하게 반응한 결과였다. 가장 큰 책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 그러나 이를 막기는커녕 동조하고 부추긴 정치인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조시 홀리 상원의원 같은 이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6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최종 승리 확정을 거부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10여 명의 공화당 의원을 끌어모아 어깃장을 놓으려 했다. 철없는 신참 정치인이야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크루즈 의원은 2016년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였던 중진이다.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에 텍사스주 법무차관까지 지낸 법률 전문가다. 그런 그가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믿는 국민들 앞에서 이대로 결과를 확정할 수 없다”고 한 자신의 주장이 궤변임을 모를 리 없다. 대선 결과는 각 주정부가 재검표까지 진행한 뒤 결과를 확정했고, 80건이 넘는 부정선거 관련 소송을 법원이 모두 기각하거나 각하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태연하게 부정선거 의혹을 계속 제기하는 데에는 정치적인 목적이 깔려 있다는 게 언론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향후 대선 재출마를 노리고 있는 그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극성 트럼프 지지자들의 공격 대상이 안 되려고 몸도 사렸을 것이다. 상식과 소신을 버린 결과는 참혹하다. 크루즈 의원은 ‘테러리스트들을 선동하고 쿠데타를 부추겼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나치의 선동가였던 요제프 괴벨스 같은 인물로 낙인찍히며 그동안 쌓아온 정치적 평판이 다 무너질 판이다. 동료 의원들에게서조차 사임을 요구받는 고립무원 처지가 됐다. 극렬 지지자들은 어디에나 있다. 이들의 주장은 때로 근거가 약하고 극도로 주관적이다. 쉽게 선동당하고 휘발성도 강하다. 정책이나 가치관 등의 이유로 표를 던진 다른 모든 지지자들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신봉하는 리더십이 어느 순간 권력에서 밀려날지 모를 일이다. 얄팍한 소수의 위세에 눌려 원칙을 외면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이 할 행동이 아니다. 이들이 해야 할 일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국민에게 알리고 큰 그림을 제시하는 것, 왜곡된 신념을 이용하거나 부추기는 게 아니라 옳은 방향으로 설득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공화당의 또 다른 중진인 밋 롬니 의원은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 후 6시간 만에 재개된 회의에서 “유권자를 존중하는 최선의 길은 진실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리더십이 져야 할 부담이자 책임”이라고 역설해 동료 의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국의 정치인들에게도 보라고 권하고 싶은 명장면이었다.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